00089 「9-8 : 여왕과 공주 (8)」 =========================
“마력을 회복시키는 도구……말인가요?”
원래 이 자리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수도부터 시작해 다른 마을에 가서 아기 씨앗을 뿌려야 한다는 걸 어렵게 꺼내긴 했으나 역시 무리였다. 애초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아닌가 이전에 사람으로서 해도 되는 일인가에 대해 따져 봐야만 했다.
누군가는 이렇게 묻겠지. ‘이봐, 가고 싶지 않다고? 장난이지? 이 ’하렘 어드벤처‘에는 오직 여자뿐이야! 드센 여자, 예쁜 여자, 귀여운 여자! 누구든 간에 모두 범할 수 있다고! 그 여자들이 도도한 표정으로 널 보다가 섹스가 시작한 후로는 좆에 푹 빠진 표정을 지을걸? 안 보고 싶어? 안 보고 싶냐구?’라고 물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난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당연히 보고 싶지 시발!’
응? 뭐니 그 표정? 너희 설마 내가 ‘아니! 보고 싶지 않아! 나한테는 소중한 아내들이 있고 그 아내들의 신뢰를 박살내는 바보짓은 하고 싶지 않아!’라고 말할 거라 생각했음?
미쳤냐? 아니, 나 남자거든? 일단 섹스를 좋아하는……어, 좀 더 정확하게 말해서. 섹스에 환장한 놈이거든? 안 그러면 여기까지 안 왔거든?
내가 무슨 대작 게임이나 소설의 주인공도 아니고. 난 성욕이 왕성한 청년이다. 단지 그뿐. 야, 내가 아내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정말 그녀들만을 사랑했다면 어보션에서 강의생들을 상대로 섹스 파티를 했을 거 같냐?
난 내 아내들을 사랑한다. 아주 많이. 하지만 그것과 이것은 별개다. 성욕은 누군가 말리거나 억제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욕구가 아니다. 사람이 가지고 태어나는 3대 욕구. 식욕, 성욕, 수면욕 중 하나다. 너무나도 원초적인 것이기에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많은 사건이 일어났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여자들과의 섹스를 즐기며 그녀들을 조금씩 알게 됐다. 나 자신의 테크닉을 늘려가는 것뿐만 아니라 여자들과 교감을 이룸으로써 더욱 더 사이가 좋게 됐지.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과 육체적 쾌락을 나누기 위한 것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교감을 이루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행동이다.
하지만 그 행동이 늘 사랑하는 사람과 이루어질 수만은 없었다. 사랑하지 않아도 섹스는 할 수 있었다. 현실 세상에서도 클럽 같은 곳에서 ‘원나잇’이라는 행위가 일어나듯 사랑에 관계없이 육감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다면……서로의 성욕이 합의를 볼 수 있다면 섹스는 누구와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내 생각을 뛰어넘는 일이었다. 왜냐고? 성욕 이전에 지켜야만 하는 것이 있었으니까. 바로 내 아내들의 사랑과 신뢰였다.
난 현재 13명이나 되는 아내를 거느리고 있……아, 아니다. 거느리고 있는 건 아니군. 오히려 매일 그녀들 밑에서 좆물을 제공하느라 허리가 빠질 거 같다. 사역(使役)당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단어 선택이 어찌 됐든 나한테는 소중한 아내들이다. 이혜린, 로라, 메이, 아이나, 미카, 안나, 니나, 아이라, 항희진, 박은채, 아스카, 마리아, 아테나. 나한테는 과하다 못해 분에 넘칠 정도로 멋진 아내들이지. 그녀들은 나를 사랑하고 있고 나 또한 그녀들을 사랑한다. 그녀들의 사랑을 배신할 수는 없다.
마리아와 아테나는 이 세상─수도와 마을을 포함해 7개. 야만족을 합쳐도 8개인데다 그 외에 다른 나라나 지역을 찾지는 못했으니까 이렇게 표기한다─에서 가장 높은 여왕과 공주다.
‘생명의 씨앗을 대체하는 아기 씨앗을 수도와 다른 마을에 뿌리기 위한 모험(여행)’이라……엄청 기네. 그냥 강간탐방(强姦探訪)이라 하자. 강간순례(强姦巡禮)라고도 할 수 있겠네.
요약하니 더 최악이지만……어. 어쨌든 그래. 마리아와 아테나가 이 여행을 추진하기 위해 이렇게 자리를 가지게는 됐지만 역시 할 수가 없었다. 체력이나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만 이 계획에 말하자 날 죽일 듯이 보는 아내들을 보고는 이렇게 생각해봤다.
‘만약 아내들이 강간을 당하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면 어떤 느낌일까?’라고.
이전에도 그랬지만 좀 더 자세히 생각해보니……정말 최악도 이런 최악이 없었다. 아니, 최악이란 말은 너무나 약하다. 그야말로 내 인생과 기분을 모조리 씹창으로 박살내고도 모자랄 정도였다.
‘아하하, 세린의 쬐그마한 좆으로 만족할 리가 없잖아? 저 벌떡거리는 늠름한 좆 봐……세린과는 완전 딴판이잖아? 섹시 스타인 나한테는 좆도 특대급이 어울려……후훗♡ 이 자지에 충성을 맹세합니다~쪽♥’
누구인지 설명할 필요가 있냐? 시발, 좆같다 못해 죽고 싶다. 내 첫 번째 아내이자 내가 제일 사랑하는 혜린이가 나보다 더 좆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누구인지 모를 놈팽이의 좆에 키스를 하는 걸 생각하니……빌어먹을! 울화가 터진다!
‘세린……이거 봐요. 벌써 아기가 이렇게 커졌어요. 후후……물론 당신의 아기는 아니랍니다. 누구인지 모를 남자들과 섹스하며 얻은 아이에요. 당신의 쬐그마한 좆에서 나온 병신 같은 아기, 키울 필요조차 없잖아요? 아아……이 아이가 누구 아이일지 기대돼요……!’
아냐, 로라는 그렇지 않아…….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 그야 섹스할 때는 아기를 죽일 기세로 하긴 했다만 로라는 결코 내 아기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빌어먹을! 겨우 두 명이다! 두 명을 상상했는데도 머리가 어질거렸다. 내가 휘청거리자 누군가 옆에서 날 잡아줬다.
“아, 아스카……?”
“왜 그러느냐? 어디가 아픈 것이냐? 안색이 좋지 않느니라!”
세상에……. 겨우 두 명이다. 내가 했던 말을 내 아내들 중 두 명. 총 수로 치자면 1/6도 되지 않는 숫자다. 두 명이 내가 했던 강간탐방에 참여……조차 아니군. 그저 바람을 피우며 다른 남자들과의 관계를 즐겼다는 것만으로 이렇게 되다니. 난 정말 병신이군. 주변을 둘러보니 마리아와 아테나를 포함해 모두가 걱정스런 눈으로 날 본다.
“어, 응……미안. 괜찮아. 응. 괜찮은 거 같아…….”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겨우 자리에 앉았다. 미쳤지. 내가 미쳤어. 뭐? 다른 마을에 가서 아기 씨앗을 뿌린다고? 당장 맞아죽지 않은 걸 감사하게 여겨도 모자랄 판국이다.
“괜찮으니까……그, 마리아. 아테나. 내가 말한 물건, 있어?”
“있기는 있는데……왜 그러죠?”
“그……내가 가진 ‘씨앗’을 다른 마을에 직접 갈 필요 없이 전해줄 수 있을 거 같아서. 먹기만 하면 임신이 되는 약이 있거든.”
뭐니, 그 놀랍다는 표정은? 주위를 둘러보니 몇 명의 아내들은 금시초문이라는 사자성어를 표정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너희 사자성어 외우느라 고생할 필요는 없겠다. 몇 명을 제외하면 ‘좆물 캡슐’의 정확한 성능에 대해서는 잘 모를 테니까.
“정말인가요? 정말 마을이나 수도에 직접 가지 않고도……그저 먹는 것만으로도 아기를 가질 수 있는 건가요?”
“응. 어……정확히는. 먹으면 체력과 마력이 회복될 뿐만 아니라 아기도 가질 수 있는 거야.”
그러자 아테나가 ‘앗, 맞아!’라는 눈치를 지으며 재빨리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그 신비한 약에 대해서도 묻고 싶었는데! 그게 그런 효능도 가지고 있는 거였어?”
효능은 가지고 있지만 임신을 위해서는 한 번만 먹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제 와서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상 굳이 숨길 필요는 없겠지. 이게 무덤까지 가지고 갈 정도로 대단한 비밀도 아니고.
“그 약에 대해서도 물을 생각이었는데……그런 효능까지 갖추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세린은 정말 대단하군요. 그런 약을 만들어낼 수 있다니……. 약에 대해서 말해준 건 고맙지만, 마력을 회복시키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거죠?”
“그 약을 만드는 데에는 마력이 들거든. 소비되는 마력 자체는 별로 안 크지만 사람들 수에 맞춰야 하니 많이 만들어야 하잖아. 근데 그……이 약이 말이야. 어…….”
제기랄! 말하기 존나 쪽팔리네! 혜린이를 비롯해 안나와 니나는 모두 좆물 캡슐에 대해 안다. 안나와 니나한테 납치당했을 때 직접 보여줬으니까.
아아……그때가 참 그립네. 납치당해서 험한 꼴 당하던 건 별로 그립지 않다. 아, 난 변태가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을 해야 알아먹겠냐?
“그……좆물로 만들거든. 그 약을.”
아이나와 희진, 은채. 아스카와 마리아, 아테나. 여섯 명은 모두 ‘……예?’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아이나는 모르지만 아이라가 알고 있는 이유는……그녀와 섹스를 하며 자지에 대해 가르쳐줬기 때문이다.
그 남근에서 나오는 정액으로 임신도 시키고, 약도 만들고. 정말 별 지랄을 다 할 수 있네. 내 하반신이 이토록 범용성이 높을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저, 정말로 그 약을……그걸로 만든다구요?”
마리아도 좀 황당했던지 말을 더듬었다. 쪽팔린다. 제기랄. 내가 원해서 가진 마법도 아닌데 왜 쪽팔림은 나의 몫이어야 하지?
됐다. 이런 취급 한두 번 받는 것도 아니고. 내 팔자는 늘 이랬고 난 늘 원하지 않는 일에 휘말려왔다. 오늘도 마찬가지. 그것뿐이다.
“그래. 미안하네. 이 흉측한 생식기에서 씨앗을 대체할 물건을 만든다는 게…….”
자조적인 말투로 농담 삼아 말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마리아와 아테나가 바라던 멋진 약도. 생명의 씨앗을 대체할 방법도. 이 하반신에서 튀어 나온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황당할까?
이런 짓밖에 못 하는 놈이 강간탐방을 가겠다고 선언했다니. 참으로 슬프다. 그리고 그 ‘이런 짓밖에 못 하는 놈’이 나라는 사실 또한 슬프다.
“왜 그게 미안한 일인지 나는 모르겠구나.”
모두가 할 말을 잃은 가운데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아스카였다.
“세린, 나는 이해할 수가 없구나. 왜 그게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하느냐?”
“어……. 좀, 황당하잖아. 생각해봐. 지금 여러 사람들이 곤란해 하고 있는데 그걸 내 좆물로 해결할 수 있다니. 내가 생각해도 황당한데 이거밖에 재주가 없는 놈이 각 마을을 돌아다니며 여자들이랑 자도 되냐고 물었다니. 병신도 이런 병신이 없잖아.”
“……확실히 다른 마을의 모든 여자들한테까지 손을 대려는 건 좀 아니었느니라.”
봤냐? 괴물의 여왕인 아스카. 종족이 다른 괴물한테마저 이런 이야기를 듣다니!
으하하! 신기록 달성! 비록 이 세상에 나 외에는 남자는 없다지만 만약 오더라도 나 같은 병신전설을 남길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병신 오브 병신! 킹 오브 병신의 힘이다! 우하핫!
……절대 얻으면 안 되는 칭호를 얻어버렸어, 망할……!
“그렇지만 세린이여. 너는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착각?”
직각(直角)이 아니라 착각이라니. 내가 말해놓고도 썰렁한 개그다만 아스카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니 신기했다. 이런 상황에 놓이니 알게 된 건데……아스카의 의견을 자세히 들은 적은 별로 없었었지.
괴물의 여왕이었던 그녀를 내 정의의 자지(저스티스 미트스틱)으로 조교하느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었지만, 나에 대한 생각을 듣는 건 처음인 것 같았다. 하물며 모두가 할 말을 잃은 가운데 오직 그녀만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을 하니 더욱 더 신비함이 느껴진다.
“나는 너의 아내가 되기 전까지는 괴물이었느니라. 지금도 괴물이지만 더 이상 사람을 탐하지 않게 됐다. 허나 그 전에는 내가 사람을 먹고 동족을 낳는 것에 대해 흉측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느니라. 그 이유를 아느냐?”
“……그게 당연한 거였으니까?”
아스카는 밝게 웃으며 그렇다고 했다.
“잘 알고 있구나! 역시 내 남편이니라! 괴물이든 사람이든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해(害)하거나 죽여야만 하는 경우도 있느니라. 내 경우에서는 너희였고 너희의 경우에는 나와 그 동족이었느니라.”
로라와 미카, 아이나를 보며 말하는 걸 보니 아스카가 대단하구나 싶었다. 난 아내들이 날 버리고 다른 남자와 자는 걸 상상만 해도 비틀대는데……아스카는 아예 자기가 한 행동과 옛날의 처지를 모조리 말하고 있으니까. 너무나 당당하게. 그것도 옛날의 ‘적’이었던 아내들한테.
“허나 너희도 나와 동족을 죽이며 죄책감은 받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인간이나 괴물에 관계없이 우리는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니라. 너희와는 생물체로서 지닌 기관 등이 다르지만 그래도 공통적인 것이라면 살아가는 것이나 먹는 것. 그리고…….”
시라누이 마이의 코스튬을 입고 있는 아스카는 배 부분을 문질렀다.
“자식이니라. 아기를 낳기 위해 나는 사람을 죽였다. 너희는 ‘생명의 씨앗’이라는 걸 썼겠지만 지금은 쓸 수 없고 구할수 조차 없기에 세린의 힘을 빌리는 거겠지. 세린.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알겠느냐?”
“……어, 미안. 좋은 말은 고마운데. 잘 모르겠어.”
주변에서 한숨 소리가 나왔다. 그래, 등신이라 미안하다. 아스카는 답답한 학생이 ‘모르겠다’라고 한 것이나 진배없는 이 상황에서 다시금 웃었다. 매력적인 여성이다.
“자식과 함께 하는 미래를 위해서라면 형태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이야기니라.”
아스카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자 눈물이 핑 돌았다. 나 왜 이러지?
“확실히 다른 여자들을 탐하는 건 좋아하지 않느니라. 하지만 세린. 넌 우리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우리를 사랑했기에 다른 방법을 택하려 했느니라. 우리를 위해. 우리의 자식을 위해 다른 길을 선택한 세린을 병신 같다고 생각한 적은 없느니라. 다른 길을 골라서라도 우리를 사랑하고 배려하려는 남편의 노력을 폄하한다면, 그 남편을 따르는 우리는 어떻겠느냐?”
손으로 눈을 감싼 채 울었다. 눈물이 멈추지가 않았다. 아스카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곧 나를 그녀의 가슴에 끌어안는 감촉을 느낀다.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에 부딪쳐 가끔은 이상한 선택을 할 수도 있느니라. 하지만 그 와중에도 옳은 길로 가려고 노력하는 세린을 나쁘게 볼 사람은 없느니라. 그러니 자기를 무능하다고 생각지도 말거라. 사람이든 괴물이든 결국 혼자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니까…….”
여자들 앞에서 펑펑 울다니. 이게 무슨 추태냐?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난 울었다. 끅끅대며 울었다. 여자만 울라는 법 있냐? 사나이는 태어나서 3번만 운다고? 너는 3번만 울어라. 난 30번 정도 울어도 모자랄 테니까.
왜 나는 울었을까? 솔직히 나도 내가 왜 눈물을 터뜨렸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말할 자신은 없었다. 그나마 이해가 가는 건 두려움뿐이었다.
마리아와 아테나가 나타나 ‘생명의 씨앗’에 대해 말할 때부터 이미 어렴풋이 눈치는 채고 있었다. 이들은 나를 수도로 데려가기 위해 온 게 아닐까 하고. 더 이상 만들 수 없는 생명의 씨앗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온 건 아닐까 하고.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내가 가진 능력 이상의 일을 요구해오는 것에 다시금 환멸과 분노를 느꼈다. 안목 운운하며 말했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싫었던 거겠지.
평화를 되찾고 모든 게 일단락 됐는데 또 이런 시련이라니. 그것도 내가 제일 싫어하는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말려든 케이스’였으니까.
그래서 그 방법을 말했더니 모두한테서 경멸받았다. 그건 그녀들이 옳았다. 다른 여자를 취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말에 누가 쌍수를 들고 환영할까? 그런 시선을 느끼자 난 무서워졌다.
[니가 뭐가 잘났다고 여자를 선택하고 말고를 정하는 건데? 너 병신이지? 넌 그냥 좆 달고 여기 떨어졌을 뿐이야. 할 줄 아는 건 아무것도 없지! 마법도 못 쓰는 널 누가 좋아하겠어? 좆도 그렇게 안 큰 주제에?]
이런 건 혜린이한테조차 말할 수가 없었다. 혜린이는 이걸 들으면 날 위로하겠지. 하지만 그걸 부정하지는 않을 거다. 사실이잖아.
겨우 두 명이다. 내가 했던 것처럼 수많은 남자들의 좆에 박히며 쾌락의 비명을 질러대는 두 명을 상상했을 뿐인데 난 아직도 머리가 병신이 된 거 같았다.
무서운 게 이거밖에 없냐고? 천만에! 백발 여자가 했던 말도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난 변하고 있다! 아니, 변했다! 변해서 이렇게 됐다!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걸까? 수도와 마을을 돌아다니며 내 아기 씨앗의 은총을 모두한테 전해주겠다니?
그래, 성욕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하지만 그건 머릿속이어야 한다. 대가리 속에서나 상상할 법한 걸 실제로 하겠다고 말하다니. 마리아와 아테나가 말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말한 것뿐이다. 그걸 선택하는 건 바로 나다. 늘 선택의 주체는 나였으며, 그로 인한 책임을 지는 것도 나 자신이어야 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강간탐방 따위를 선언하는 나는 이미 예전의 내가 아니다. 백발의 여자가 말한 대로 난 점점 바뀌고 있다. 무섭다……. 어떻게 이렇게 된 것인지.
어쩌다가 이 지경으로 변하게 된 것인지조차 알 수가 없으니 더 무서웠다. 그저 ‘변해라’라는 그녀의 명령에 철저히 따르고 있는 꼭두각시가 된 느낌이었다.
“세린, 괜찮아? 정말 괜찮아?”
“어디가 아픈 거예요? 네? 말 좀 해보세요!”
“아빠, 괜찮아? 응?”
날 걱정하는 아내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드니 모두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메이와 니나는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었고 미카는 그 전투력에 어울리지 않게 머뭇거리며 손을 뻗으려 했다.
“어, 허허. 아, 응. 미안……그, 얘들아. 정말 미안해. 내가……너희를 놔두고 다른 마을 가서 그 지랄하겠다고 해서 정말 미안해. 끅……흐윽……!”
“그, 그거 때문에 우는 거였어 너? 완전 등신이잖아……!?”
은채가 욕했지만 오히려 그 욕을 들으니 안심이 됐다. 날 욕하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있다는 거니까. 욕먹어도 싼 새끼인데 욕 들어야지.
“에휴……. 야, 고개 들어. 니가 미친짓 하는 거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설마 그거 가지고 널 죽이겠냐? 하아…….”
눈물을 닦으며 겨우 주변을 살펴보니 마리아와 아테나 또한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날 본다.
“미안해요, 세린. 저희가 말한 건데 비난이나 안 좋은 시선을 모두 세린한테만 받게 했네요……. 그, 정말 미안해요…….”
“아, 아냐. 말했다는 시점에서 이미 발정 난 새끼였는데 뭘.”
“오늘 밤에도 발정할 거면서 뭘 새삼스럽게 말해? 자, 휴지.”
은채가 준 티슈를 잡아 눈을 닦았다. 이번에는 아이나가 티슈를 줬다.
“나 눈물 닦았는데?”
아이나는 정말 상쾌하게 웃으며 티슈를 건네준다.
“코도 풀어야지.”
못된 계집애. 자기랑 섹스 후에 ‘자, 코 풀어야지! 크흥!’이라고 하니 날 때렸었지. 그런 주제에 정말 코를 풀었다는 게 또 사랑스러운 점이긴 하지만……. 코를 푸니 그제서야 머리가 맑아지는 거 같았다.
“저기, 그런 시선으로 보면 좀 부담스러운데…….”
“그럼 처음부터 울지를 말았어야지.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딸이랑 엄마를 둘 다 걱정하게 만들다니. 나쁜 아빠네…….”
안나는 내 등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이런 좋은 아내들 놔두고 하반신 박아댈 기회가 생겼다며 좋아하다니. 죽어라 과거의 나. 현재의 나도 죽어라. 진짜 대가리에 뭐가 들었냐?
“정말 미안해. 얘들아. 너희 생각은 하지도 않고 그런 멍청한 소리를 꺼내서…….”
“응. 멍청하긴 했어. 언니가 말 안 했으면 내가 너 보고 한 소리 했을걸?”
내 뇌를 갈라버리겠다는 아이나도 무섭지만, 아이나가 말 안 했으면 아이라가 어떤 소리를 했을지가 더 궁금하다. 무섭지만 궁금하니까 공포 영화를 보는 거지!
“세린. 그럼 수도나 다른 곳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거지?”
난 희진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 마리아. 아테나. 조금 전에 말한 대로 씨앗을 대체할 물건은 좆물로 만들 수 있어. 그리고 거기에는 꽤 많은 마력이 필요할 거야. 나 혼자가 아니라 분신까지 모조리 써서 만들어야 할 정도로 마력이 고갈될 텐데……마력을 회복시켜 주거나 증폭시켜 주는 물건이 있으면 좀 빌려주라. 그게 필요해.”
“……후후, 세린도 참 웃기네요.”
마리아의 말에 난 덜컥했다. 혹시 내 주제에 그런 보물을 탐하려 하다니, 건방지다……뭐 이런 말을 하려는 걸까. 내 무서운 예상과는 달리 마리아는 내 손을 잡았다. 아테나 또한 남은 손을 잡으며 웃었다.
“여왕인 제 남편이 된 순간부터 당신은 사실상 왕(王)이에요. 수도를 비롯해 왕궁에 있는 모든 건 당신 것이나 다름없는데, 그걸 빌려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요?”
……
…………
………………예?
“아, 그러고 보니까. 여왕이랑 결혼했으니 너 왕 된 거네? 야, 축하한다. 니 주제에 언제 거기까지 출세해 보겠냐?”
은채가 낄낄댔지만 뭐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왕?
내가?
병신의 왕, 병신왕. 뭐 그런 의미인가?
“세린……왕의 밤 자리는 딸이자 아내인 내가 책임질 테니까 걱정 마. 알겠지? 후후…….”
“아, 안 돼요! 아빠는 저랑 니나랑 같이 잘 거란 말이에요! 그렇지, 니나!?”
“그, 그래! 맞아! 아무리 공주님이라지만 차례를 지켜야죠!”
세 명의 딸이 ‘누가 세린과 먼저 잘 것인가’라는 쓸데없는 주제로 다투고 있지만 그것도 귀에 안 들어온다. 왕? 아니, 내가? 다 돌았나? 나도 미친놈으로 변했지만 모두 어떻게 된 거 아냐 진짜?
“그럼 우리도 공주님이나 왕비가 되는 건가? 축하해, 안나. 정말 고귀한 신분이 됐네?”
“그, 그러게. 잊고 싶은 과거지만 설마 현실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혜린의 짓궂은 말에 뭐라 받아칠 수도 없는 안나를 보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나 지금 꿈 꾸고 있는 거 맞지? 응? 일어나면 분명 마리아와 아테나가 내 자지를 빨아대고 있겠지? 응, 난 엄청난 꿈을 꾼 거야.
“세린, 또 왜 그러느냐? 잠을 자려면 침대에 가서 자거라.”
“……하, 핫!? 난 대체 무슨 환상을 들은 거지? 아하핫! 정말 웃긴 환상이었어! 야, 아이나! 아이라! 미안하다 얘들아! 너희보고 허당이다 뭐다 그랬는데 나도 허당이었다니까? 아하하, 정말 웃긴다! 내가 왕이라니! 우와……이거 뭐 복권이라도 사야 하는 걸까?”
아이나와 아이라는 정말 안쓰러운 표정으로 날 보고 있다. 왜?
“있잖아, 세린……나한테 한 말 기억 안 나? 환상은 듣는 게 아니라 보는 거야……. 게다가 들은 거니까 정확히는 환청이라 해야겠지. 직접 들은 시점에서 환청이 아니지만…….”
똥싸개 아이나가 이렇게 정확하게 날 지적하다니!
응, 꿈이다. 얼른 깨자.
“언니, 세린이 정신 들게 마법이라도 한 방 날릴까?”
“그, 그래야겠지? 아무리 봐도 좀 허둥대는 거 같은데. 가벼운 걸로 한 방 날려줄래?”
그래, 꿈이고말고! 내가 왕이라니? 미쳤냐? 나라 말아먹을 일 있냐?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현실을 살아가자! 강간탐방 간다는 미친 소리 따위는 생각지도 말자!
프레그넌트의 평화를 기원하는 3일차 섹스 파티, 하지마루요──!!
“데봇!?”
현실도피를 위해 온갖 미친 생각을 하던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날 향해 마법을 날린 후 ‘앗, 실수했다. 너무 세게 날렸나……? 세린, 좀 아프겠지만 용서해줄 거지? 데헷♪’하면서 웃는 아이라의 모습이었다.
============================ 작품 후기 ============================
웃우우우우────웃!
플로듀서! 왕이에요, 왕!
가진 거라고는 쥐뿔도 없었던 무능력 흙수저 좆병신 신세린이 드디어 임금님 자리에 올라갔어요!
체스로 치자면 폰을 상대방 필드 끝까지 전진시킨 격!
게임으로 치자면 몇 번의 클래스 체인지를 거듭하며 마침내 최고의 자리에 오른 거예요!
웃우우우우────웃!!
플로듀서! 임금님이에요, 임금님!
할 줄 아는 거라고는 하반신 박아대는 것밖에 없는 좆찐따 병신 새끼인 세린이 임금님이 됐어요!
이제 하렘 어드벤처의 국가들은 모조리 좆망테크트리를 탈 거예요!
정치는커녕 자기 앞가림도 못 하는 놈이 임금님이 되다니!
플로듀서! 국가좆망테크트리에요, 국가좆망테크트리!
엑에에에에에에────엣!
플로듀서! 탑클래스에요, 탑클래스!
임금이니 궁녀도 자기 거, 자기 아내도 자기 거, 모든 여자들이 자기 거!
내 건 내 거고 니 것도 내 것이라는 퉁퉁이의 쟈이아니즘에 딱 걸맞는 인물이에요!
이딴 짓을 하다가 칼☆빵 맞고 부들거릴 병신 엔딩이 눈에 선한 거예요!
게엑! 관우!……가 아니라, 플로듀서! 왕의 자리에요 왕의 자리!
이제 마지막편밖에 남겨두지 않은 좆망의 오펀스(이거 건담 아닙니다 ^^ 좆망의 오펀스입니다)에서 화성의 왕이 되겠다고 지랄염병을 하던 선동꾼 도박가가 뒈졌어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그놈 압박하던 사이코패스 악마 새끼도 이번 주 일요일이면 저세상 가는 요단강을 횡단할 거예요!
드디어 좆망의 오펀스가 끝나는 거예요! 웃우우웃! 정말 기뻐요!
하이────터치!!
……갑작스럽지만 코멘트에 대한 답변부터 진행할까 합니다. 최근 대답드리지 못한 코멘트에 대한 답변이므로 최대한 성실하게 진행하겠습니다.
예? 성실하게 진행할 거라면서 위에 적은 건 뭐냐고요? 에이, 왜 이러십니까. 제가 약 하루이틀 빠는 것도 아니고. 그러려니 합시다.
루인sv님, 예상하신대로 캡슐로 인한 임신계획이 진행되게 됐습니다. 보통이라면 'ㅎㅎㅎ 강간순례로 또 작가가 약을 빠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제 초막장 전개에 익숙하신 분들은 어렵지 않게 좆물캡슐을 쓸 거라고 예상하셨을 겁니다. 근데 이렇게 보니 어느 쪽이든 막장이네요. 강간순례를 하든 좆물캡슐을 쓰든 간에 말입니다.
예전의 후기 때문에 꽤나 힘들었지만 지금은 괜찮……지가 않네요. 아르바이트-파견직-계약직-정규직. 각 분야에 모두 도전했는데 좆★망! 모두 다 불합격이에요 오 ^0^/ 멘탈붕괴라서 후기를 쓰기가 어려웠습니다.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니르쪼님, 올해로 10년 넘는 가수경력을 자랑하는 야가미 라이토 씨입니다! 박수로 맞이합시다! (짝짝짝)
신세계의 신 씨 : 마츠다아아아────! 다레 웃뗀다!? 후잨에루나아앗!!
손나요노나까데 이이노까이!?
와캇따라 소이츠라워 코로세!
우떼에에에엣!
'쏴라!'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왜 건담 월드의 전함이 떠오르는 걸까요. 역시 전 건덕인가 봅니다. 아, 덧붙여 전함계열은 그다지 안 좋아하지만 이왕 타는 거라면 최신형 전함이 좋겠네요.
제타나 더블제타에 나오는 아가마는 어쩐지 잘 격추될 거 같아서 불안합니다. 라 카이람(라 카일럼)이 좀 든든해보이네요. 근데 지휘관 보정도 생각한다면 브라이트나 명 지휘관을 등용하는 게 나을 거 같아요.
예전에도 말씀드렸고 나중에 진지하게 쓸 생각입니다만……데스노트는 진짜 라이토의 승리로 끝나야 했어요. 와미즈하우스에 나오는 멤버들은 확실히 우수하기는 우수하지만 인간으로서는 오히려 라이토 이하라고 생각합니다. 그 높은 능력을 써서 세계평화 등에 공헌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 말입니다.
가진 능력을 국가를 위해 쓰라는 전체주의를 주장하려는 건 아닙니다만, 자기가 관심있는 사건에밖에 관여 안 하는 L부터 시작해 왜 이렇게 마음에 안 드는 놈들뿐일까요. L, 니아, 멜로를 합쳐도 라이토만큼의 정의나 이상은 안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라이토가 한 행동(데스노트를 사용한 살해, 처벌)이 옳지는 않지만 그 결과는 70% 이상의 범죄율감소로 나왔으니 말입니다.
그냥 자기 사리사욕만 챙기면 나쁜놈이겠지만, 선량한 사람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는 목적 아래 노트를 사용했고 그만한 결과를 뽑아냈다는 점도 부정할 수는 없죠. 그래서 저는 라이토를 훨씬 더 좋아합니다.
아, 물론 몇 번이고 말씀드리는 거지만 살인이나 데스노트에 의한 조종이 무조건 옳다는 건 아니구요.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진지하게 다뤄볼 생각입니다.
로리콤MK님, 제 글과 후기가 워낙 막장이라서 'ㅎㅎㅎ 오늘은 이 작가가 과연 어떤 약을 거하게 빨고 후기를 적을까?' 싶어 들어오시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스토리? 이세계에 온 신세린이 하반신을 마음껏 박아대며 놉니다. 요약 끝.
대리만족? 읽다보면 '내가 아무리 바보라지만 이런 주인공한테 감정이입하고 싶지는 않다'라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글입니다.
……
…………
………………그렇군! 알았다! 내 막장틱한 행동과 글, 후기가 독자분들을 부르는 거였어!
물론 그외에도 로리콤MK님이 이 글을 보시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로리콘들끼리의 끈끈한 우정과 유대감 때문이죠. 네? 아니라고요? 어허, 이분이 진짜! 닉네임부터가 본인의 이상향을 나타내고 있는데 부정하시면 안 됩니다! 우리 함께 외칩시다!
로리!
다이스키이이이────잇!!
YES 로리 NO 터치의 정신을 지키며 앞으로 힘껏 살아갑시다. 근데 아까 전부터 좀 밖이 시끄럽네요. 응? 경찰? 경찰이 왜……어, 응? 왜 경찰이 우리 집 현관으로 걸어오는 거지? 어, 어어? 어!?
ㅡㅛㅍㄴ갸ㅣㅕㅋ너ㅣ ㅍㅈ69'0ㅂ5765ㅂㅑㅗㅡ기ㅑㅊ4ㅍ샤ㅕ돠ㅓ 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