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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렘어드벤처–당신의 아기를 낳고 싶어-63화 (63/235)

00062 「7-1 : 귀환」 =========================

사람이라면 누구든 간에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많이 못 만나도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주는 거 없이 미운 사람도 있다. 나한테 있어서 ‘주는 거 없이 미운 사람’은 매우 많았다.

현실 세상만 해도 그랬다. 망할 대통령부터 시작해 정부, 국회의원 등. 실제로 만날 수 있는 놈들은 아니다만 그렇다고 좋아할 이유도 없었다.

이 세상에 와서는 그렇게 짜증나는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착하고 순수한 사람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짜증을 유발하는 요소는 여전했다. 내가 원하지 않는데 이상한 일에 말려든다거나……뭐,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케륵! 크륵?]

“……시발, 너네 새끼들은 어떻게 한 달 만에 보는 건데도 이렇게 암을 유발시키냐?”

초록색의 촉수 괴물이 바로 그러한 요소 중 하나였다. 오랜만의 전투다. 한 명당 다섯 발 정도씩을 박아주니 풀썩 주저앉는 게 참 보기 좋다. 그러니까 죽어라, 이 하등 도움도 안 되는 쓰레기 새끼들아!

나와 내 아내들은 괴물을 상대하고 있었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래. 바로 그 ‘초록색 촉수 괴물’이다. 등짝에 달린 이상한 촉수가 쫙 늘어나는 그 새끼 말이다.

응? 프레그넌트 주변에 출몰하는 괴물들이 왜 수도에 가까운 어보션 주변에 있냐고? 우리는 지금 프레그넌트 주변에 있는데?

원래라면 우리가 지금까지 왔던 길을 반대로 돌아가야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런 고생은 하지 않았다. 처음 우리랑 만났을 때 했던 말을 그때 귀담아 들었고, 결국 그 말대로 했기 때문이었다.

텔레포트 에어리어가 없는 프레그넌트는 까놓고 말해 촌구석이다. 특산물도 없고 부카케처럼 무역 비슷한 걸 하는 곳도 아니다. 하지만 프레그넌트 주변까지 단 한 방에 갈 수 있는 고위급 마법사, 아이라 덕분에 우리는 현재 프레그넌트 주변에 있었다. 나도 마법 복사로 배우긴 했지만 MP의 절대량은 아이라가 훨씬 위다.

오랜만에 만났기에 ‘오오, 이 새끼들! 내 예전 경험치 셔틀들이 요기 잉네? ㅋㅋㅋㅋ’라며 좋아했다. 아주 잠시. 이 빌어먹을 놈들이 자기들 동료를 토벌했던 나를 알아본 건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공격을 해오더군.

어쩌겠어? 친절하게 반격해줬지. 미간에 한 방 먹고 그대로 침묵한 걔는 행복할 거야. 고통 없이 갔으니까.

텔레포트로 온 건 편해서 좋았지만 역시 시간은 오직 우리 편만 드는 건 아니었다. 숲에서 기어 나오는 녹색의 촉수 괴물 새끼들을 보니 뒷골이 땡기더라.

망할 놈들. 혜린, 로라, 메이와 함께 네놈들 토벌하느라 엄청 좆뺑이를 깠는데 다시 튀어나오다니. 인간적으로 그건 좀 아니지 않냐?

만약 괴물이 말을 할 수 있다면 ‘그건 옳지 않다! 우리한테도 생존권이 있다!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자유 의지, FREE WILL이 존재한다! 우리한테도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단 말이다아앗!’이라며 아우성을 쳤겠지.

좋은 연설이다.

감동적이군.

하지만 무의미하다.

“괴물 새끼들한테 인권이 어디 있어, 새끼들아!?”

실제로 괴물이 그런 연설을 한 것도 아닌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인권이란 사람의 권리다. 사람 죽이는 괴물이 사람과 비슷한 지능이나 능력을 지녔다고 해서 막 줄 수 있는 과자 같은 게 아니란 말이다.

게다가 뭐? 자유 의지? 이 새끼들이 뒤지려고 환장했나. 사람 죽이는 게 자유의지냐? 그럼 너희 죽이는 것도 우리 자유 의지다, 개새끼들아!

나를 제외한 여섯 명의 사람들 중 아이라를 포함한 네 명은 프레그넌트에 오래 있었다. 따라서 놈들의 공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확실히 알고 있었다.

혜린은 당시 ‘시라누이 마이’의 코스튬을 입고 있었기에 화접선을 던지듯 검을 던졌고, 검은 커다란 궤도를 그리며 놈의 어깻죽지를 베어냈다.

로라는 변함없이 가차 없는 칼날로 놈들의 촉수, 손, 발을 찌르고 자른다. 찔리거나 잘린 신체 일부에 괴로워하는 사이, 그 고통을 더욱 맛보게 하기 위해 소드 스킬까지 들어갔다. [소드 아트 온라인]의 ‘유우키 아스나’가 오더라도 저렇게 강하지는 못하겠지. 뿌듯함이 가슴으로 퍼진다.

메이는 예전과는 달리 이제 아밍 소드를 능숙하게 썼다. 딸 포지션에 있는 니나한테 자극을 받은 걸까? 촉수를 하나씩 치며 조금씩 품 안으로 들어간 후 힘껏 검을 처박을 때는 나도 모르게 ‘요시! 그란도 시즌!’이라고 외쳤다. 메이가 ‘아빠, 고맙긴 한데. 뜻이 뭐야?’라고 묻더라. 나도 모른단다. 그냥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야.

아이라는 ‘오랜만에 만났지만 진짜 꼴도 보기 싫은 놈들……죽어!’라며 얼음으로 만들어진 화살을 날렸다. 아이스 애로(Ice Arrow)인가?

허공에서 만들어진 얼음의 화살이 신체 일부에 박히자 쩌저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점점 신체가 얼어붙었다. 발끝이든 어디든 간에 몸 전체가 완전히 얼어붙은 놈들한테 조그마한 마력 덩어리를 던지니 파사삭 거리며 부서졌다.

신체가 얼어붙으면 그 부분은 얼어붙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줘야 한다. 하지만 급속도로 얼어붙은 신체에 강한 충격을 주니 맥없이 부서졌다. 겨울에 넘어지면 평소보다 아픈 게 바로 비슷한 원리겠지. 얼어붙어서 안 그래도 단단한데 약한 신체에 닿으면 더럽게 아프듯이, 타격기가 놈들의 얼어붙은 몸을 산산조각으로 박살냈다.

안나와 니나는 이런 종류의 괴물과는 별로 싸운 적이 없었던지 팀을 이뤄 싸웠다. 여전히 놈들은 숲에 서식하고 있었기에 화염 계열 마법을 쓸 수가 없었다. 이제부터 함께 살 마을의 숲인데 홀라당 태워먹을 수는 없잖냐.

아무리 마법에 익숙하다지만 안나는 용병. 심지어 니나를 낳은 아리따운 여성 용병이다. 보석이 박힌 아밍 소드를 능숙하게 사용해 자기한테 날아오는 촉수를 받아쳤을 때는 ‘오오!’라는 탄성이 절로 일었다. 안나는 윙크를 하며 여유를 부리기까지 했었다.

익숙하진 않지만 공격을 막아낼 정도의 실력이었던 안나는 천천히. 하지만 촉수에 상처를 입히며 놈들을 제압해갔다. 한손으로는 아밍 소드를 휘두르며 한손으로는 소규모지만 강력한 위력의 마법을 착실히 먹여줬다.

그 결과, 안나가 검으로 놈들을 죽일 거리에 들어갔을 때 이미 놈들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니나 또한 안나와 같은 적을 노리기도 하고, 안나한테 날아오는 촉수를 멋지게 쳐내기도 했다. 체인 글러브의 특성을 이용해 아예 촉수를 잡아버리기도 했지. 잡은 촉수를 쫘악 하고 잡아 찢었을 때 괴물의 반응은 정말 걸작이었지.

그 자리에서 바로 울부짖으며 자기 촉수를 입에 갔다댔다. 핥는 건 상관없는데 그거 핥는다고 낫는 상처가 아니거든요?

안나와 니나 모녀가 팀을 이루니 로라와 메이도 부러운 포메이션이라고 했다. 어머니와 딸이라는 포지션이 내 아내들 중 두 팀이나 있으니 꽤나 호화로운 멤버군. 나중에 모녀로만 이루어진 팀을 짜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텔레포트를 쓰느라 지친 아이라한테 좆물 캡슐을 넘겨준 후에도 우리의 싸움은 계속 됐다. 어차피 프레그넌트 돌아갔다가 또 토벌하러 나올 바에야 아예 지금 씨를 말리자는 의견 덕분이었다. 지금까지 어보션에서 쉬느라 굳은 몸을 풀기에도 좋은 찬스였고, 이걸 하면 모두가 이득을 본다.

우리한테는 경험치, 돈, 아이템.

마을 사람들한테는 평화와 안식.

괴물들한테는 차디 찬 죽음을 줄 수 있다.

괴물한테만 너무 혹독한 느낌 같다고? 같은 게 아니라 혹독한 거다. 사람 목숨 빼앗는 괴물까지 내가 배려해야 하냐? 한국에 살며 짜증났던 것 중 하나는 북한이었다.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세 돼지 새끼들 때문에 우리는 물론이거니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놈들을 좋다고 빨아주는 놈들을 볼 때마다 ‘세상은 넓고 미친놈은 많구나!’라고 생각했다. 자기들의 목숨과 평화를 위협하는 놈들을 좋다고 빨아주다니.

이 세상에서 괴물은 바로 그런 존재였다. 나와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려고 하는데 대체 내가 뭐가 좋아서 놈들을 배려하고 생각해줘야 하냐?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리가 없다.

이렇게 말하면서 부지런히 총을 쏘는 내 전투력 또한 예전과 비교하면 몰라보게 상승한 상태였다. 총을 쏘면서도 비싼 돈 주고 얻은 코스튬의 능력, 투영마술(投影魔術)을 가끔씩 쓰고 있었다. 혜린이가 ‘능력이 너무 많고 어려워’라고 투덜댔던 이유를 알 거 같군.

기본적인 전투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했지만 전투에서 그 능력을 모두 쓰지는 않는다. 같은 능력을 여러 번 쓰거나 일부의 능력을 가끔 쓰는 정도?

모두 다 골고루 쓰면서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공부가 필요하겠군. 내가 좋아서 산 거니 상관은 없다만……. 이대로라면 여기서 가벼운 점심을 먹게 되겠네. 송별회 음식, 싸오기를 잘 했지.

아이라의 송별회는 양성소의 식당에서 이루어졌었다. 괜히 비싸거나 다른 곳에 갈 필요 없이 오래 지내온 양성소에서 추억을 되돌아보고 싶다는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송별회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온 듯 했다.

응? 왜 ‘왔다’가 아니라 ‘온 듯 했다’라고 표현하냐고? 우리 안 갔다니까? 나를 포함해 내 아내들은 그동안 아이라의 방에서 쉬고 있었다.

외부자인 우리가 거기에 들어갈 정도로 뻔뻔하지도 않았거니와, 아이라의 송별회에 관련 없는 우리가 들어갔다간 분위기가 흐려질 수도 있다는 배려 덕분이었다. 그동안 나는 가기 전 필요한 물건들을 사느라 정신없이 쇼핑 중이었지. 가서 그녀들한테 줄 옷이나 물건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끓어오른다.

한 달 동안 늘어난 괴물의 수는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그대로 내버려두기에는 거슬리는 숫자였다. 대청소를 하긴 그렇지만 그냥 냅두기에는 더러운 레벨이라고 해야 하나. 집안의 쓰레기랑 같은 레벨로 분류되는 괴물이긴 하지만 미안한 마음은 추호도 없다. 아니, 너네들은 진짜 쓰레기 이하다. 쓰레기가 사람을 공격하진 않잖아!?

오랜만의 토벌이라 그런지 로라와 메이는 꽤 신나했다. 스트레스를 풀며 보다 전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그녀들을 보니 전투 민족의 피가 흐르지 않나 의심스럽더군. 하긴……모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투를 해야 했던 때와는 다르다. 이건 어디까지나 마을을 위해 하는 일이니까.

경비대장으로서도, 프레그넌트의 한 사람으로서도. 이 전투는 꼭 해야만 하는 것이다.

주변이 괴물의 검은색 피와 찢긴 촉수. 아이라의 얼음 화살로 무너진 괴물의 살점 등으로 흥건하다. 싸울 때는 좋았는데 싸운 후에는 그야말로 난장판이네. 살아 움직이는 괴물은 단 한 마리도 없었다. 경험치야 뭐 별로 없지만 중요한 건 토벌이었으니 전과(戰果)에 대해서는 그리 신경 쓰지 말자.

괴물 시체를 앞에 두고 무언가를 먹는다는 건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깨끗하고 멋진 식사 장소를 찾다가 또 괴물이랑 맞닥뜨리는 건 사양이었기에 결국 거기서 점심 식사를 하게 됐다. 한 번 정도 먹을 양이지만 숲속에서 고급 음식을 먹는다는, 좀 특이한 경험이 될 거 같네.

“참, 세린. 미카는 언제쯤 올 거 같아요?”

부카케에 있는 미카는 이 프레그넌트로 올 예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카케의 치안이나 경비를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었다. 가능하면 마법 복사로 얻은 텔레포트를 써서 부카케에 가볼까. 미카의 행복이 내 행복이니까.

“부카케라면 기둥으로 마을을 보호하는 곳 말이지?”

“어, 알고 있었어?”

어보션에 있던 아이라 입에서 부카케에 대한 정보가 나오니 좀 묘한 기분이네.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가본 적은 없어. 무기가 발달한 곳이긴 하지만 마법사는 무기보다는 마법에 의지하는 쪽이니까.”

아이라의 현재 코스튬은 핑크색 비키니 아머였다. 차이나 드레스나 몇 가지의 옷을 가지고는 왔지만 외부 활동은 저게 더 편하니까. 게다가 눈요기도 되고. 은빛의 비키니 아머와는 달리 그 자체가 매우 도발적인 색깔이었기에 더욱 사랑스럽다.

“로라가 보기에는 미카가 올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 거 같아요?”

“빠르면 일주일……늦어도 이주일 정도 걸리지 않을까요? 괴물들이 습격했을 때 방법은 더 이상 쓸 수 없으니까요.”

우리가 부카케에 있을 때 습격했던 방법은 ‘쓸모없어진 사람을 기둥에 던져 파손시킨다’였다. 괴물 치고는 꽤나 짱구를 굴린 작전이다만, 지금은 쓸 수 없다. 놈들을 거의 몰살시켰기 때문이지.

제대로 팀워크도 구사하지 못하는 괴물들을 정말 무차별적으로 죽여댔다. 그런 놈들이 협동심을 발휘해 사람을 구한다고? 죽이지나 않으면 용하겠지. 기둥을 파손시킬 사람을 구할 수 있을지나 의문이다.

점심을 먹은 후에도 우리의 토벌은 계속됐다만……오전과 같은 기세를 보이자니 괴물이 매우 적었다. 오전의 1/3도 되지 않는 수. 그런 주제에 무슨 전략이나 작전도 없이. 심지어 포메이션 같은 걸 짜지도 않고 오합지졸로 몰려오는 광경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우리가 무슨 동네 잡졸인 줄 아냐?

아무리 오합지졸이라지만 우리는 대강대강 싸우진 않았다. 오히려 더욱 더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며 전투에 임한다. 이놈들은 괴물이다. 자기들이 사람을 잡아먹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바보 같이 우직한 놈들이지만 세상에 그런 우직한 놈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몇 없다. 그 노력을 다른 데에 썼다면 이렇게 죽을 일은 없었잖냐.

혜린과 함께 간장 막야를 날리며 점점 괴물이 줄어드는 걸 느꼈다.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더 이상 괴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엄청나게 죽여 댔군. 레벨 업은 꿈도 못 꾸지만 돈과 함께 들어온 아이템이 그나마 위안이 되네. 음, 얼른 가서 팔아야겠군.

오후의 맥 빠진 토벌이 끝난 후로는 프레그넌트를 향해 걸을 뿐이었다. 가끔 나타나는 괴물들은 아내들과 함께 행복을 듬뿍 담은 다구리를 시전했고, 다구리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을 몸소 실현하며 괴물들은 고깃덩이로 변해갔다. 후후, 다구리 만세다!

프레그넌트가 점점 보일수록 가슴이 두근거린다. 드디어……거의 한 달에 가까웠던 여행이 막을 내린다. 내가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이 ‘하렘 어드벤처’에서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곳. 내 마음의 고향인 프레그넌트가 점점 가까워졌다.

“아이라. 가면 일단 아이나한테 가야지?”

“응. 세린은?”

“나도 가야지. 부탁 받았는데 너만 혼자 보내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냐?”

“응? 괜찮은데?”

오오, 피곤하니 쉬라는 건가? 하지만 뭐……로라가 있는 경비대에서 살고 있으니 저렇게까지 배려를 해줄 필요는 없다.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배려해주는 아리따운 낭자, 아이라. 내 아내다. 데퍄퍄퍄퍗!

“세린한테 차릴 체면이 있었어?”

이년이 죽을려고!? 당장 그녀의 모가지를 잡고 흔들어대고 싶었지만……에휴, 관두자. 틀린 말 아니잖아. 아이라의 말을 듣자 모두 킥킥댔다.

여러분! 이게 바로 일부다처제(一夫多妻制)의 진실입니다! 섹스할 때는 좋을지 몰라도 모두를 책임질 만한 능력이 없으면 바보 취급 받는다고!

성벽으로 가니 눈에 익은 여자가 보였다. 오오, 레베카인가. 안느와 함께 아이나와 내가 알몸으로 마을을 돌아다녔던 걸 목격했었지. 이렇게 묘사하니 내가 진짜 미친놈이긴 미친놈이구나 싶더라. 진짜 무슨 생각으로 그런 깡을 부렸을까?

그저 한숨만 나오지만……됐다. 어차피 여행은 끝났다. 내 사랑하는 아내들과 행복하게 지낸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대, 대장님? 로라 대장님!”

레베카는 멀리서 오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크게 소리쳤다. 로라는 손을 흔들며 인사했고 혜린이는 ‘겨우 도착했네’라며 웃었다. 학생들 앞에서 섹스 강의를 펼친 후부터 송별회 때까지. 아내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며 즐겼기에 사실 피곤한 것도 있었지. 쉬기는 쉬었지만 역시 우리 집에서 쉬는 게 최고 아니겠어?

“대장님, 무사히 귀환하셔서 다행입니다!”

“후후……고마워요 레베카. 저희가 나가 있는 동안 큰 문제는 없었나요?”

역시 로라다. 경비대장 아니랄까봐 마을의 안부부터 묻다니. 우리도 궁금했기에 레베카의 대답을 기다렸다.

“네!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괴물들이 사라진 이후로는 모두 평화로운 시간을 누릴 수 있게 되어서 기뻐하고 있습니다.”

다행이군. 부카케에서 그 빌어먹을 괴물 새끼들이 기둥을 부순 이후로 불안감이 들었다. 혹시 괴물들이 협력해서 성벽을 부수거나 넘어가면 어떻게 하나 싶었지. 로라한테 말을 하니 부카케의 특수성에 의해 그런 사태가 발생한 것일 뿐, 프레그넌트에서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근데 세상을 살면서 사람들은 이런 말이나 사태를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왜, 있잖아? 게임이나 만화 같은 곳에서 단 한 번도 패배를 한 적이 없거나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겼고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 그 누구도 우리를 쓰러뜨릴 수 없다!] 라는, 허무맹랑한 말을 말이다.

참 신기하다니까. 사람이 살면서 늘 이길 수만은 없잖아. 오히려 질 때가 더 많다. 그 패배를 발판 삼아 성장하거나 하는 게 일반적인 케이스인데, 어떻게 그렇게 ‘절대 지지 않는다’ 같은 말을 할까. 굳이 사람이 아니라도 쓸 수 있다. 무적 요새 같은 거 있잖아.

믿는 발등에 도끼 찍힌다는 속담은 바로 이런 때 쓰는 거지. 내가 살던 세상에서 보안조차 제대로 안 해놓고 ‘지금까지 그런 사건이 없었으니까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라는, 미친 자신감을 보였던 놈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아니……어떻게 그런 장담을 할 수 있는 건데?

정말 웃겼다. 수주대토(守株待兎)라는 사자성어도 모르냐? 한 남자가 일을 하고 있었는데 토끼가 나무 그루터기에 스스로 돌진해 죽었다고 한다. 세상이 넓으니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도 병신이 있을 수 있으니 그렇다 치자. 병신 같은 인간의 밀도가 더 높다는 건 비밀이 아니다.

헌데 그건 어디까지나 우연이다. 필연(必然)이 아니라 어쩌다가 일어난 사건이다. 그걸 알았어야 하는데 이 병신 같은 남자는 일은 그만두고 토끼가 스스로 달려와 죽기만을 바라게 됐다. 일도 안 하고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있는데……토끼가 스스로 달려와 목이 부러질 정도로 힘껏 돌진하겠냐?

우연과 필연의 구분은커녕 다른 사람의 바보 같은 행동으로 얻을 이익만을 생각하게 된 남자는 뒤늦게 정신을 차렸지만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 수 없었다.

안전사고라는 말부터 시작해 다양한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데도 ‘이번에 일어났으니 다음에는 안 그러겠지’라는 믿음에 빠져 병신 크리티컬 짓을 저지르는 놈들이 너무 많았다.

아! 미리 말해두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을 병신 취급하는 건 절대 아니다. 단지 불안했다. 성벽에 의해 보호받는 건 좋지만 그거 때문에 혹시 큰일을 당하는 게 아닐까 하고. 프레그넌트가 습격당하다니. 상상조차 하기 싫다. 어찌 됐든 습격조차 없이 평화로운 일상을 보낸다는 말에 난 기뻤다. 음, 토벌한 보람이 있었어.

“귀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헌데 같이 계신 분들은……?”

모르는 사람이 세 명이나 있으니 신기하겠지.

“세 명 다 우리 마을에서 살게 될 분들이에요. 이분은 아이라. 아이나님의 동생이에요.”

“앗, 그러셨군요! 경비대의 레베카입니다! 돌아오신 걸 환영합니다! 아이나님께서는 집무실에 계실 겁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 걸까. 씩씩하게 대답하는 레베카를 보니 나도 모르게 기쁘다. 일단 여기 있는 모든 여자들은 내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거니까. 아이나가 있다는 걸 듣자 아이라는 고개를 숙였다. 어이구, 또 이러네.

“걱정 마. 다 잘 풀릴 거야.”

“……응. 고마워.”

나도 빨리 만나보고 싶구만. 잘 지내고 있겠지? 안나와 니나에 대해서는 앞으로 이곳에서 살 것이며, 경비대 업무에 도움을 줄 수도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우리를 납치하거나 했던 과거를 굳이 자세하게 꺼낼 필요는 없잖아. 사실상 거의 내 아내나 다름없는 그들의 과거를 꺼내 비참했던 추억을 곱씹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프레그넌트에 들어서니 정말 눈물이 나올 거 같았다. 아아, 드디어 돌아왔구나. 고향에…….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고했다며 인사를 건넸다. 그녀들의 인사에 고마움을 표하며 발걸음은 경비대로 옮긴다. 경비대 안에 있는 집무실이 우리의 마지막 목적지니까.

경비대로 들어가니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비대원이었다. 로라한테 반가움을 표하며 인사하는 대원들을 보며 ‘와아……로라 아줌마, 엄청 인기 많다’라고 니나가 중얼거렸지. 니나야, 인기가 많은 건 좋은데. 음……아줌마라는 말은 좀. 그야 아줌마긴 한데, 들으니 좀……. 그냥 예전에 불렀던 ‘로라 엄마’라고 부르는 게 나을 거 같다.

경비대에 붙어 있다고 해야 할지, 안에 있다고 해야 할지. 경비대 건물 안에 집무실이 있긴 하지만, 건물 자체는 경비대 업무에 적합한 곳이었다. 붙어 있다고 하니까 좀 꼽사리 낀 느낌이잖냐. 명색이 촌장인데. 집무실 앞에 서니 아이라가 조금 떤다. 긴장을 좀 풀어줄까.

“똥 마렵냐?”

“……진짜 죽인다?”

“농담이다, 농담. 언니 만날 준비 됐어?”

“……어, 음. 내일 오면 안 될까?”

시팔, 역시 허당 맞잖아! 때리고 싶은 마음이 넘쳐흘렀지만 참았다. 오늘 봐야지라고 말한 후 집무실의 문을 두 번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듣고 싶었던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책상에 앉은 그녀가 보인다. 아이라와 같은 갈색 머리. 하지만 아이라보다 더 빨리 만났고, 이 여행을 시작하게 만들어준 소중한 여자이자 아내, 아이나.

우리를 본 순간, 처음에는 놀란 표정이었다. 그리고 아이라한테 눈이 간 순간, 입을 막은 채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럼, 울어야지. 내가 여기 얘 데려오느라 좆뺑이 친 거 생각하면……으으, 두 번 다시 하기 싫어.

이제 와서 설마 ‘실은 저한테는 아이라 외에도 다른 여동생이……’ 같은 말을 하진 않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망할!

집무실로 들어오며 문을 닫았다. 감동적인 자매(姉妹)의 재회에 누군가 들어오는 건 좀 그렇잖아. 난 분위기를 읽을 줄 아는 남자라구. 아이나한테 웃으며 말했다.

“다녀왔어. 아이나.”

대략 한 달에 걸친 여행은 아이나의 집무실에서 끝이 났다.

길고 긴 우리의 여행은 그렇게 끝을 맺었다.

============================ 작품 후기 ============================

길고 긴 여행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가는 데에는 엄청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돌아오는 건 1화만에 돌아오네요. 돌아올 때 습격받는 것부터 시작해 온갖 이벤트에 휘말리기 싫어한 작가가 '허이짜! 텔레포트!'로 1화만에 귀환을 끝내버렸습니다.

괜히 이상한 사건에 휘말릴 바에야 깔끔하게 마법으로 귀환하는 건 좋은데……아무리 봐도 작가의 귀차니즘의 산물로밖에 안 보이네요.

제가 알기로는 어제까지 조회수가 6만 후반이었던 걸로 기억나는데 어쩐지 단숨에 74000대로 늘어나버린 거 같습니다. 제 기억이 잘못됐거나 독자분들의 유입 및 조회가 늘어났거나. 어느 쪽이든 읽어주시는 분들이 늘어난 것에 대해서는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 써서 모자란 글을 이렇게까지 봐주신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소드 아트 온라인 팬픽도 팬픽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팬픽을 써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물론 저 같이 맛간 놈이 쓰는 거니 팬픽의 내용이 정상적으로 흘러갈 리는 없구요.

소드 아트 온라인처럼 목숨 걸고 싸우는 건 아니지만 꽤 심각하고 정신적 데미지를 주는 진행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와서는 그것도 쓸 수 없게 됐지만요.

반반무 작품에 신청은 했지만 솔직히 안 뽑힐 확률이 높을 거 같네요. 처음에 심사를 거부당하거나 탈락당한다면 표지가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맨 처음 연재할 때 썼던 표지로 갈았거든요. 신고 당했던 그거.

그 사건을 계기로 빡쳐서 얼굴 부분에 조잡한 모자이크 처리한 표지를 쓰고는 있었습니다만……가능하면 통과되길 바랍니다. 글도 중요하지만 노력해서 그려주신 일러스트레이터분의 그림솜씨로 알려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다음부터 다시금 맛간 후기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웃우우──웃]에 버금갈 파괴력을 지닌 막장패턴이 안 떠오르네요. 구관이 명관이라는 속담은 괜히 나온 게 아닌 것 같습니다만……이런 막장 후기에 속담까지 써야할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결실이 맺어지기를 바랍니다.

새벽에 비가 왔고 바람이 평소보다 많이 붑니다. 여러분도 건강과 몸, 늘 챙기며 활동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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