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9 「6-8 : 아이라(7)」 =========================
정말 실컷 운다. 5분이나 10분 정도 울 거라 생각했었는데 20분 이상을 울다니. 내 예상의 두 배 이상을 울던 아이라는 지쳤는지 콧물까지 질질 짠다. 방에 있는 휴지를 두 장 정도 꺼내 아이라의 코에 댔다.
“자, 흥.”
“……흐으응!”
시발, 코에 댔다고 진짜 푸냐……이건 뭐 완전히 ‘아이나 Mk-2’잖아. 코를 풀었지만 계속 훌쩍거렸다. 아아, 아이나. 얘 당신 동생 맞아요. 완전 푼수 허당이잖아. 이렇게 보니 귀엽네.
“뭐가 웃겨서 웃는 거야……별꼴이야…….”
전언철회(前言撤回)다. 내가 왜 이 시발년을 불쌍하고 귀엽게 여겼을까. 당장 나 자신의 뇌를 후려패고 싶은 기분이 무럭무럭 든다.
그만두자. 날 때려봤자 아픈 건 나도 손해 보는 것도 나다. 폭력은 싫어한다만 나 자신을 때릴 정도로 변태적인 성향에 눈 뜨지는 않았거든.
“……그 말, 사실이야?”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주어와 서술어를 갖추라니까? 총명한 머리는 어따 두고 주어랑 서술어 생략하냐?”
“……우쒸!”
갑자기 달려드나 싶었더니 약한 주먹으로 내 가슴을 두드렸다. 토닥거리는 걸 보니 아이나랑 똑같군. 하아……이 자매는 말이 안 통하거나 질 거 같으면 사람 패는 교육이라도 받은 걸까? 실실 웃음이 났다.
“뭐가 웃기냐니까!?”
“아, 하하. 아니, 그. 아이나도 똑같이 행동했거든.”
“……언니가?”
이젠 반말을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언니’라고 한 거다. 거부감 없이 나오는 단어를 들으니 기분이 참 좋네.
“그래. 말 안 통하거나 질 거 같으면 그 약하디 약한 주먹으로 가슴을……아, 쫌! 이야기하고 있는데 실시간으로 니 언니랑 같은 짓 하는 거 그만 좀 두지!?”
“맞을 만하니까 맞은 거겠지, 나쁜 놈아!”
“아, 이런 베라먹을 계집애를 보았나!? 얘들아, 나 좀 도와줘!”
내가 헬프콜(Help Call)을 날렸지만 아내들은 ‘저건 좀 아니지……’라는 눈으로 날 보고 있다. 왜, 왜 그러냐 니들?
“아빠……좀 깬다.”
“세린. 아무리 그래도 분위기를 좀 읽으셔야죠.”
데긱! 데기기긱! 메이와 로라의 협동 공격이라니! 가슴이 찢긴다!
“세린. 여자는 섬세함을 소중하게 여기는데 그건 좀……아니지 않을까요?”
“주인님. 그, 맞아도 싼데?”
안나와 니나! 너희마저! 빌어먹을! 내 진실된 아내, 혜린아! 날 구해줘!
“나중에 아이나랑 아이라 두 명한테 동시에 맞을 거 같은데……괜찮냐?”
“아니, 안 괜찮아.”
아아, 모두 나를 배신하다니! 한숨을 쉬며 그녀의 약한 주먹을 잡았다. 하핫! 나한테도 지다니! 근력 좀 키워야겠군! 주먹이 막히고 어떻게 하지 못하자 힘이 빠졌다. 손을 놓아주니 손목을 만지며 다른 걸 물었다.
“……마을 사람들이랑 잘 지내?”
“아니. 어……잘 지내나? 오늘까지 대략 4주 지나지 않은 기간인데. 거의 5주 전까지는 사람들이랑 어울리지도 못했어. 너 때문에.”
아이라의 표정에는 불안함이 나타났다. 갑자기 자기가 거론되니까 놀란 거겠지.
“너 생각해서 마을 사람들이 친근함을 표시해도 그걸 거부했거든. 자기한테는 행복해질 권리나 자격이 없다고. 동생 하나 못 챙긴 자기가 사람들이랑 하하 호호 웃으며 지낸다면 얼마나 동생이 슬퍼하겠냐고. 그거 때문에 나도 속 터지는 줄 알았지.”
“그럼……내가 떠난 후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이랑 떨어져 지냈다는 거야?”
“그래. 그럼, 너 버리고 아이나가 사람들이랑 하하 호호 웃으며 새 살림 새 가족이라도 만들 줄 알았냐? 너도 참 또라이다 또라이……아, 쫌! 시발, 때리지 좀 말라니까! 이런 이야기 듣기 싫으면 처음부터 잘 했어야지! 아오, 빌어먹을 년들! 언니나 여동생이나 똑같아 아주!”
“씨팔, 내가 이런 성격인데 보태줬냐? 맞아라 맞아! 언니한테 맞았으면 이유가 있었겠지!”
“이유는 있었는데 너님까지 날 때릴 이유는 안 되거든요? 아오, 망할!”
성격까지 과격해진 아이나라니. 웃긴 건 우리 둘 다 근접전 경험이 없으니 투닥투닥 대는 걸로밖에 안 보인다는 거다. 으아아……이게 무슨 개쪽이란 말인가. 그래도 이런 사이가 됐다는 건…….
“아이나는 널 위해 날 보냈어. 목적은 그 구슬을 전해주는 거였지만 내가 제안했거든. 널 데려오겠다고.”
“뭘 근거로 그런 말을 했어?”
“그땐 머리가 좀 훼까닥 돌았었거든. 지금 생각해도 내가 또라이라고 생각은 해. 인정하긴 싫지만.”
아이라는 킥킥 대며 웃었다. 이건 비웃음 당해도 할 말이 없다.
“……언니는 그럼, 혼자 쭉 지냈어?”
“그래. 사람들한테는 잘 해주면서 정작 사람들이 자기한테 잘 대해주는 건 피해왔지. 동생을 위해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도 안타까웠지만, 마을 사람들의 호의를 늘 거절하기만 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었다고 했어. 지금은 아마 잘 지내고 있을 거야.”
너무 잘 지내서 탈이지. 이전처럼 광장에서 똥만 싸지 마라……아이나. 아, 근데 진짜! 왜 아이나만 생각하면 똥 걱정을 하게 된 거지? 진짜 미치겠다 시발!
“어떻게……하면 좋지?”
“뭘?”
편지를 가슴에 안은 채 아이라는 울었다. 아니, 또 왜 우냐…….
“언니한테 못 됐게 굴었던 것부터 시작해서……그렇게 외롭게 만들었는데 내 생각만 했고……언니가 준 소중한 구슬까지 불태웠단 말이야……!!”
그건 내 잘못은 아닌데요. 책임 회피의 말을 하고 싶었다만 그 말 하면 또 온갖 비난과 비판이 날아오겠지.
아아~빡친다. 내 잘못도 아닌 것에 휘말리는 삶은 살지 않겠노라고 맹세했건만, 왜 나는 이 따위로 살아야만 하는 걸까. 어딘가에서 ‘언제까지 그 따위로 살 텐가?’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생이다, 씹새끼야.
“태워버린 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그 이외의 것이라면 걱정 마.”
어떻게든 눈물을 참으며 내 이야기를 들으려 하는 모습을 보니……아, 음. 귀엽네. 솔직히. 아이나가 허당이라면 얘는 허당 기질은 아닌데 아이나보다는 좀 어린 느낌이다. 여동생이라 그런 걸까? 그래도 아이나에 비해 똑 부러진 느낌이 나는 건 혼자 성장해서 그런 거겠지.
아이나한테 했던 것처럼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부드러운 머릿결. 아이나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다. 아아, 좋다. 진짜 좋다. 얼른 돌아가서 마이 러블리 엔젤, 아이나 땅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싶어.
“……뭔가 더럽게 불순한 걸 생각하고 있는 느낌인데.”
돗자리 깔아라, 망할 년아. 화를 꾹 참아야 했다. 그래, 참자. 어차피 여행의 목적지에 도착했고, 내 목적은 거의 다 이뤘으니까.
“내가 말했지? 구슬 태운 거 이외의 거라면 걱정하지 말라고. 단 하나면 깔끔하게 해결 돼.”
“그게 뭔데?”
“뭐긴 뭐야, 니 언니 품으로 돌아가는 거지.”
그래. 그거면 충분하다. 아니, 그거 외에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최고의 엔딩이잖아.
“그, 그건 말도 안 돼……이제 와서 뻔뻔하게 언니 곁으로 돌아갈 수는……”
“있지. 여동생이 언니 만나고 싶은 게 뭐가 잘못 됐는데? 여동생이 언니를 위해, 마을의 부흥을 위해 열심히 배운 마법으로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어디가 잘못된 건데? 그딴 소리 하는 새끼, 아무도 없어. 알겠냐? 넌 그저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고.”
이토록 간단한 해결 방법이 있었다. 문제는 이 해결 방법을 말하기 위해 4주에 가까운 여행을 했다는 거지만. 이것 이상의 해결책은 없었다.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지.
“……언니가 날 싫어하거나 미워하지 않을까?”
“너 맞는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도 마. 싫어하거나 미워할 거 같았으면 너 데려 온다는 내 말에 걔가 울었겠냐? 그딴 걱정 하지도 마라.”
그 말에 정말 뛸 거 같이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근데 왜 또 시무룩해지냐고!?
“그, 그치만……나. 마법 못 쓰게 됐는걸. 마법을 쓸 수 없게 된 나 따위……짐짝일 뿐이야.”
“음, 그건 그렇군. 자기 주제를 잘 파악하고 있……아, 쒸펄! 야! 우리 말로 합시다! 말로 하자고!”
“죽어! 망할 놈아! 마법 못 쓰게 된 것만큼은 니가 원흉이다! 죽어! 죽으라고!”
아이고, 빌어먹을! 일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원래라면 ‘마법을 쓰고 싶은가? 후후, 그럼 내 똘똘이한테 봉사해라……! 니 봉사하는 정도에 따라 마법을 다시 쓸 수 있게 해주지……’와 같은, 19금 동인지 이벤트가 일어났어야 하는 건데! 난 진짜 어쩌다 이 지랄 염병을 하게 된 걸까? 진짜 짜증 만땅이다.
“두 번 다시 못 쓰게 된다는 말은 안 했다고!”
“……무슨 소리야?”
때리려던 걸 멈췄다. 자세히 보니 두 손으로 한 번씩 교대로 때리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때리고 있었군. 망할. 사람을 때리는 재능을 개화(開花)한 건 좋은데 나한테 쓰지 마라.
“간단해. 내가 마음만 먹으면 니가 다시 마법을 쓸 수 있게 된다, 이거쥐~이!”
“……진짜?”
“그럼! 하핫! 이제야 내가 얼마나 위대한지 깨달은 거 같구나! 경배해라, 계집애야!”
내 아내들은 ‘어휴, 저 병신 새끼를 어찌하면 좋나요……’와 같은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너희 다 침대에서 홍콩 보내줄 테니까 각오해…….
“그럼 나……다시 마법 쓸 수 있는 거야?”
기쁨에 물든 목소리는 울음에 섞여 조금 희미했다만, 그래도 잘 들린다.
“그 자랑스런 마법으로 나 죽이려고 안 한다면.”
“……안 할게.”
아, 이런 미친! 보통 이러면 ‘안 할게! 절대 안 할게!’라며 바로 부정하거나 해야지! 좀 고민하다가 ‘안 할게’는 또 뭔데? 응? 죽일 마음 만땅이었냐? 마법 쓸 수 있게 되면 바로 죽이려고 작정했었냐고 망할 암캐년아! 이렇게 되니 지금 당장 마력 봉인 상태를 풀긴 좀 불안했다.
“마법은 나중에 쓸 수 있게 해줄게. 넌 그저 집에 갈 준비만 하면 되는 건데…….”
모든 일이 풀리니 갑자기 욕정이 확 돈다. 지금까지 바보 취급당하며 수모를 받았던 걸 생각하니 좀……땡기는데.
“넌 우리한테 사과해야 할 일이 있지 않냐?”
“……미, 미안해. 그때는 내가 경황이 없어서 그만…….”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는 법이란다. 하물며 4주에 가깝게 여행을 한 우리의 결실을 단 한 방에 없애버리다니……우리가 받은 정신적 데미지가 얼마나 큰지 알기나 해? 그걸 사과 하나로 퉁 칠려고 하다니. 좀 너무하지 않냐?”
“우으……그, 그럼 뭐 어떻게 하면 돼? 돈이라도 지불해?”
이런 황금만능주의 사상(黃金萬能主義 思想)을 보았나! 빌어먹을! 이래서 세상이 안 된다는 거다! 뭐든 간에 돈으로 지불할 수 있다는 생각! 이런 생각 때문에 이 세상이 더욱 각박하고 살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당장에라도 이 잘못된 사상을 뜯어 고치고 싶었지만, 그러자니 시간이 너무 없다. 솔직히……황금만능주의가 만연(蔓延)한 건 사실이기도 하니 말이다.
“돈은 나도 많거든? 내 말은 말이지……여행에 지친 우리 일행. 특히 그 중 너를 데리러 여기까지 온 나한테 해야 할 일이 있지 않냐, 이 소리야.”
“뭐, 뭘 하면 되는데?”
둘러서 말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은근한 내 욕망을 눈치 챈 걸까? 조금 뒤로 물러가는 아이라의 어깨를 잡았다. 후후, 내가 비록 힘은 약하지만 근접전에서는 괴물이랑 치고받은 경험도 있다. 마법으로는 너한테 질지 몰라도 이런 근거리에서 놓칠 거 같냐?
“뭐, 뭘 원하는 거야?”
“뭐기는. 야. 내가 여기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토록 무례하게 구는데……돈으로도 보상할 수 없고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잖아? 그럼 뭐, 몸으로 갚아야지. 안 그래?”
“모, 몸이라구……?”
비록 남자와의 성교 경험은 없지만 자기 몸이 무사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걸까.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니 풍만한 가슴이 더욱 돋보인다. 차이나 드레스는 안 그래도 몸의 실루엣을 모두 드러내는데 그런 행동을 취하다니……감사합니다아아아아! 으헤헷! 달아 오르는구만!
“그래. 게다가 말은 안 했지만……너, 임신했어.”
“이, 임신? 말도 안 돼……생명의 씨앗은 최근 생산이 중단됐어. 난 구할 수조차 없었다고.”
……엥? 어, 어라. 뭔가 좀 특이한 소리를 들었는데. 이 말에 질문을 한 건 로라였다.
“생명의 씨앗은……역시 단종(斷種)된 건가요?”
“어, 으응. 수도 내에서도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어. 원래 각 마을로 가야 하는 생명의 씨앗이 어느 새인가 단종 됐었거든. 수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게 아닌가 싶었지만 우리도 자세한 내막은 몰라.”
“언제부터 그런 거죠?”
“어……4개월 전쯤인가? 그때 각 마을로 운송된 씨앗 이후로는 이 어보션에도 들어오질 않았어. 나는 사정이 있어서 생명의 씨앗을 구하지 않았지만……임신은 안 했다고.”
4개월 전……이상하다. 나와 혜린이가 이 세상에 소환된 때와 거의 일치하다. 이건 뭔가 냄새가 나는데……. 꿈에서 봤던 백발의 여성도 마음에 걸렸지만, 생명의 씨앗이 더 이상 분배되지 않기 시작한 기간도 마음에 걸린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건 나중에 생각해야겠군.
“생명의 씨앗은 먹지 않았지만……너, 내가 준 약 먹었잖아.”
“어, 응.”
“그 씨앗을 먹으면 자동으로 내 아이를 가지게 돼. 그 약은 그런 효능이니까.”
“……뭐? 어, 어? 내, 내가……아기를 가지게 됐다고?”
놀라며 배를 만지는 아이라를 보니 더욱 더 성욕이 강해진다. 빌어먹을……대단한데. 아이나를 오랜만에 안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하니 더 땡긴다.
“그런 거다. 이제 아기의 엄마가 됐으니……아버지인 나한테 몸으로 봉사하는 게 당연한 순리겠지?”
“기, 기다려……. 아기가……정말 내가 아기를 가지게 됐다고?”
“거 참 의심 많네. 그래. 내 아기야. 덧붙여 고향에서 기다리는 아이나 또한 내 네 번째 아내로서 내 아기를 품게 됐지. 귀여운 아기와 언니가 고향에서 널 기다린다구.”
“우, 우와……흐윽……!!”
야, 잠깐만. 왜 우는데? 그렇게 싫었냐?
내 아기 임신하는 게 그렇게 싫었냐고?
당장 한소리 하고 싶어 어떻게 이 여자를 몰아 붙여야 하나 생각하던 중 내 귀에 들린 건 의외의 내용이었다.
“정말이지……? 정말 나, 아기를 가진 거지? 언니도 아기를 가진 채 날 기다리고 있는 거, 맞는 거지? 그렇지?”
“어, 응. 그렇긴 한뎁쇼. 왜 울어?”
눈물을 닦는 아이라의 입은 기쁨을 나타내고 있었다. 함박웃음을 지은 아이라라니. 꽤 레어한 표정이다.
“기쁜 일이잖아……훌쩍. 생명의 씨앗이 없어서 언니도 걱정이라고 편지에 적었었거든. 근데 나도, 언니도. 모두 아기를 가지게 됐으니까……이렇게 기쁜 일이 어디 있어?”
다행이군. 내 아기를 싫어하는 건 아니었구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럼 넌……?”
“세린. 내 이름은 신세린이다. 앞으로 너나 당신, 개새끼라 부르지 말고 이름으로 불러.”
“어, 응. 세린은……어떻게 그런 일을 한 거야? 생명의 씨앗을 많이 가지고 있는 거야?”
“……언니가 편지에 안 적었어?”
“응. 마지막으로 온 편지는 5개월 전이었어.”
이해가 가는군. 그때 괴물 퇴치부터 시작해 꽤 많은 일이 있었다. 마력증폭기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온갖 업무를 처리했어야 하는 아이나가 내 이름과 정체까지 적어 보내지는 못했겠지. 난 바지를 벗어 분기탱천한 물건을 보여줬다.
“그, 그건 또 왜 꺼내는 거야?”
“잘 봐라. 이게 바로 조금 전 니가 먹은 약을 포함해, 생명의 씨앗을 대체할 아기 씨앗을 만드는 기관(器官)이니까.”
회복약뿐만 아니라 생명의 씨앗을 대체할 아기 씨앗까지 만든다는 말을 듣자 아이라의 눈은 매우 커졌다. 하핫, 놀랐지? 그럼, 놀랍겠지! 나도 설마 현실 세상에서 내가 이런 짓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너야 오죽하겠니?
아이라는 ‘흐, 흐아아……뜨거워……’라며 내 물건에 멋대로 손을 댔다. 역시 마법사군. 경계심보다는 호기심이 앞서는 건가?
“저, 정말이야……? 정말 생명의 씨앗을 대체할 수 있는 거야?”
“물론이지. 니가 먹었던 약도 이 좆을 통해 만든 거야. 덧붙여 저기 있는 내 아내들 모두 내 아기를 가지고 있어.”
“우, 우와아……너, 굉장한 사람이었구나……!!”
“그래. 알아서 모셔라.”
농담 삼아 알아서 모셔라고 했지만……정말 대단한 인물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날 보는 건 그만 좀 해줄래? 부담된다 임마……. 내 옷을 해제하자 코스튬은 없어졌고 맨몸이 됐다. 난 쭈뼛거리는 아이라를 침대로 안내하며 주변에 선 아내들을 소개했다.
“얘가 바로 내 첫 번째 부인, 혜린이야. 어때? 이 배에 새로운 생명이 있다고. 내가 최고로 사랑하는 아내니 잘 보여야 한다? 여긴 로라와 메이. 프레그넌트의 경비대장을 맡고 있어. 메이는 로라의 딸이고. 내 딸이기도 하지. 두 명 다 내 아내야.”
“아내……?”
생소한 단어에 그녀는 설명을 요구했다.
“결혼. 즉……남자와 여자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거지. 남자의 아기를 가짐으로써 서로의 사랑이 더욱 돈독해지는 거야.”
“우, 우와아아……굉장해…….”
조금 엉망진창인 설명이었지만 자세히 설명하는 건 귀찮다.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고.
“여기 있는 안나와 니나 또한 모녀사이지만……사정이 있어 내 노예가 됐어. 뭐……언젠가는 부인으로 승격(昇格)시킬 예정이야. 저 하트 마크는 우리 사랑의 상징이지. 영원한 사랑을 보다 확실하게 나타냈다고 할까?”
이미 죽어버려 하트가 되어 버린 아이들이다만……뭐, 행복할 거야. 어머니와 영원히 함께 있는 거니까. 다소 잔인하며 무서운 생각이지만 굳이 말할 필요는 없지. 원하면 해줄 수 있으니까.
거의 반 강제로 침대에 올라오자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섯 명의 아내가 침대를 둘러싸 나와 자신을 보는 것이 좀 무섭겠지.
“그, 근데 왜 나를 침대로 데려온 거야?”
“왜긴. 말했잖아? 몸으로 무례했던 걸 갚으라고. 그 몸으로 날 즐겁게 해줘야겠어. 이견(異見)은 안 들을 테니까 그렇게 알라고. 옷은 입은 채 해도 상관없어. 그건 그거대로 짜릿할 테니까.”
모든 아내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 섹스라니. 혜린이와의 첫날밤(대낮이지만)을 생각나게 하는군. 모두한테 ‘얘들아, 이해해줘. 앞으로 여기서 잠시 살 거니까’라고 했다. 아이라는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지만……나중이 되면 싫어도 알게 될 거라고 했다.
“아앗, 세린……너무해요. 아내들 앞에서 대놓고 바람을 피다뇨.”
로라가 서운해 하는 모습을 보니 더욱 더 미칠 거 같다.
“후후……아기를 죽이면서까지 박아달라고 한 주제에……걱정 마요. 아이라를 한 번 안은 후에는 질펀하게 놀아줄 테니까요. 알겠죠, 내 사랑 로라?”
“으, 읏……후후, 알았어요. 정말이지……그치만 시작 전에 자지에 키스하는 것 정도라면 괜찮겠죠?”
좋은 아이디어인데? 난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죠. 모두, 아이라와 내 섹스를 기념하는 응원 키스, 부탁할게.”
대놓고 ‘너희 앞에서 다른 여자와 섹스하는데, 나한테 용기를 줘’라고 하다니. 나도 참 패기 쩐다. 하지만 모두 이런 상황에는 익숙했기에 고개를 숙여 내 자지 쪽으로 입을 향했다.
“아기가 빨리 박아달라고 아우성이야. 정말이지……누굴 닮은 걸까?”
“음탕한 니년이랑 나를 닮은 거겠지. 아이라를 안고 박아줄 테니, 얌전히 있어.”
“후후, 알았어.”
혜린의 매혹적인 입이 닿았다. 그 후 차례대로 아내들의 입술이 닿았고 그때마다 짜릿한 쾌감과 용기가 내 좆으로 흘러들어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괴, 굉장해……이렇게 뜨겁고 괴상하게 생긴 생식기에서 정말……아기 씨앗과 약이 나오는 거야?”
조금 실례되는 말이지만 기분은 안 나쁘군. 내 좆과 불알에 얼굴을 비벼대며 묻는 건 아무래도 탐구심이 강하다는 거겠지.
“그래. 단……아기 씨앗이나 약.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해. 아기 씨앗을 심으면 약은 만들 수 없어. 약을 만들어서 임신을 할 수는 있지만……약은 체력과 마력을 회복시키는 게 주된 목적이야. 임신은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효능일 뿐. 또 약을 만든다 쳐도 무한하게는 만들 수 없어. 꽤 제한되는 게 많거든.”
이제 내 마력은 많이 줄어들었다. 현재 내 마력은 간신히 500 정도에 멈춰 있었다. 어떻게든 아이라를 한 번 안은 후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분신수를 뽑아낼 정도는 되는군.
분신을 늘려 좆물캡슐을 양산하는 방법도 있었지만……분신을 만드는 수도 한계가 있다. 게다가 좆물 캡슐의 소비 MP는 50. 분신의 수가 많으면 그만큼 소비되는 MP도 기하학적으로 늘어난다. 마력증폭기 하나 사라졌다고 제한이 엄청 많이 생겼네. 이러다간 전투에도 지장이 생기겠어.
“하, 하으……그치만 굉장해……그야말로 마법사의 이상이자 꿈이야……쯉♪”
처음 만났을 때 건방지고 도도한 이미지는 어디로 간 건지 이젠 스스로 키스를 할 정도로 귀엽게 변해 있었다. 검은색의 차이나 드레스는 움직일 때마다 굴곡이 더욱 정확하게 드러났고, 그런 아이라가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계속 쓰다듬었다.
“후후……아이라, 착하지……옳지. 그래. 자지는 늘 경건하게, 사랑을 담아 대해야 하는 거야. 언니처럼 귀엽고 예쁘구나.”
“언니……응, 언니도 이 자지에 매료된 거겠지? 쪽♥”
좀……맛이 간 거 같은데. 아무렴 어때. 이미 할 일은 정해졌다. 아이라를 부러워하는 아내들을 보며 얼른 시작해야겠다고 느낀다.
“자아……아이라. 비록 이미 임신 상태지만……새로운 아이를 만들자. 니 뱃속에 내 아기 씨앗을 듬뿍 싸줄게.”
오랜 시간에 걸친 여행은 이제야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이르다. 막은 이제야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가 겪은 고통과 고난, 수모를 보상받아야 한다. 내 좆에 얼굴을 비비며 키스를 해대는 아이라를 보며 난 웃었다. 진정한 피날레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 작품 후기 ============================
이제 점점 겨울도 지나가네요. 예전에 비해 따뜻해져서 마스크도 안 쓴 채 돌아다녀도 괜찮을 정도입니다. 확실히 날씨가 따뜻해지긴 따뜻해졌습니다.
이 소설도 날씨처럼 따뜻해지면 좋을 텐데……그럴 기미는 안 보이네요. 끽해봤자 '아앗, 내 자궁이! 자궁이 뜨거운 정액으로 범벅이 되어버려어어엇!' 같은 글이나 쓰겠죠. 저 자신이긴 하지만 참으로 한심합니다.
어느 정도로 한심하냐고요? 이 세상에서 로그아웃해서 새 아이디로 로그인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하긴 뭐……재로그인 한다고 해서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보장은 없으니 말입니다.
코멘트에 대한 답변입니다.
열심히쓸게요님, 믿기지는 않으시겠지만 일단은 해피 엔딩 + 훈훈한 하렘을 목표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걸 보고 '구라치고 앉아있네! 훈훈한 하렘? 독자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제가 봐도 훈훈하지는 않은 거 같습니다. 그렇기에 '데, 데긱! 요, 용서해주시는 데스……'라며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죠. 일단 '아이라와 만남-설득(에 가까운 협박)'은 성공시켰습니다. 스토리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쿠죠죠타로님, 저도 일단 명왕님. 안 되면 이재명. 이재명 후보의 경우 SNS나 네거티브 발언 및 명왕에 대한 공격성 발언(삭제했다고는 하지만 자충수에 가까운 것이었으므로) 때문에 좀 실망한 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적어도 현역 매국노와 부역자들보다는 몇 배는 낫겠죠.
엄청난 빠순이+빠돌이를 가진 박근혜조차 이 정도까지 몰렸을 지경입니다. 한국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간 자기들은 초고속으로 탄핵광탈 당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을 테니 어리석은 짓은 안 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10년 동안 여당이 해먹었으니 이제 야당 차례인데, 왜 저 난리를 피우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죠. 부정투표에 개표조작, 언론통제에 인권유린까지. 블랙리스트까지 합쳐서 이거 뭐 완전매국노 변신 세트 파는 것도 아니고……이런 상황에서 야당에서 대통령 뽑힌다뇨.
멍청한 것도 끝내주지만 자기 이익에 관해서는 무서울 정도로 날카로운 박근혜입니다. 절대 못 뽑습니다. =_=; 그 여자한테 슈킹(이라 적고 암살이라 읽는다) 당한 인물이 몇 명인데……까놓고 말해 마티즈나 자살에 가까운 타살에 관련이 없을 리가 없구요.
탄핵기각의 경우 바른정당을 비롯한 야당계열 인물들의 의원직 사퇴 - 재선거 크리티컬 + 국민들의 쿠데타에 가까운 운동이 일어날 가능성은 무시 못 합니다. 정보통제나 계엄령 발동하면 그날로 좆☆망!
진짜 장난 아니라, 청와대 문 다 부서지고 국민들이 횃불을 들고 일어서겠죠. 얼마나 국민을 병신으로 보면 '국민의 이름으로 언론탄압하겠다' 따위를 지껄인답니까? 이쯤되면 진짜 자기가 신이라고 착각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탄핵인용될 거라고 믿어야죠. 박근혜 대리인측의 증인도 다 거절하고 이재용의 영장도 재청구됐습니다. 3월 13일 돼서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믿습니다. 대한민국이 진짜 공산주의왕정체제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ddclen님, 표지의 인물은 제가 아닙니다. 전 남자입니다. 하나 보내주고 싶다는 말씀이 사진이나 일러스트를 보내주고 싶다는 말씀이신가요? 혹시나 그러시다면 메일로 주셔도 됩니다.
뜰에 있는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들어가시면 아시겠지만 제 메일은 [email protected] 입니다. 표지의 경우, 다른 편의 후기를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그냥 빡쳐서 현재 표지를 쓰고 있는 겁니다.
초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클린~한 표지를 처음에 사용 - 신고 먹음 - 분명 노블레스 소설이 판을 치는 조아라인데 13~14세 이하를 생각한다는 개소리를 하며 표지 강제 교체 - 클린한 거라도 그 지랄인데 어디 한 번 나도 막 나가보자. 어차피 신고 당하면 클린하든 더티하든 다 갈아없앨 텐데……내가 미쳤다고 너희 명령에 따름? 개소리하지 마라, 시발 - 현재 상황]
이상입니다. 참 쉽죠?
말이 나와서 말입니다만, 조아라에서 연재는 하고 있지만 조아라가 절대적인 정의나 최고의 연재 사이트라는 생각은 별로 안 합니다. 업그레이드를 할 때마다 개선이 아니라 개악되는 조작성. 노블레스 연재에 따른 작가의 수익 배분 문제 등.
너무 다양한 문제가 있지만 저 같은 초보 연재 작가가 가장 발을 디디기 좋은 사이트라 사용할 뿐. 절대적으로 옹호하거나 호의적인 태도로 실드치는 건 별로 안 하고 싶습니다. 여러 모로 통수와 엿을 먹어봤거든요.
살아오시며 통수 맞아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존나 아픕니다. 몇 년이 지나도 쉽게 안 잊혀요.
때린 놈은 금방 잊지만 맞은 놈은 평생에 걸쳐 상처를 입거나 힘들어하는 것. 그것들 중 하나가 배신(통수)입니다.
아니, 이거 장난 아니에요. 레알, 진짜. 통수 맞으면 진짜 SAN수치가 퍽퍽 떨어집니다. 헉헉퍽퍽 이 맛에 합니다 이런 말도 시간이 지나서 나오는 거지, 실제로 겪으면 진짜 왜 이렇게 사나 싶은 자괴감뿐.
앗, 그렇다고 '내가 이러려고 작가 했나~'드립은 안 칠 생각입니다. 제가 박근혜입니까? 생각없이 살게? 그 정도로 한심한 삶은 안 살았습니다.
박근혜 변호인들의 증인신청이 다 거부된 상황. 3월 13일쯤에 결판이 나겠죠. 탄핵인용 되기를 바라며 그때까지 후기에 기승전박근혜까기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회, 추천, 선작, 코멘트 등 독자분들의 활동을 늘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며, 즐거운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