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7 「6-6 : 아이라(5)」 =========================
“키스라고? 내, 내가 왜 그런 짓을……”
“해야 하냐고? 어허……이거 참 말로 해서는 안 될 거 같네.”
내 자지에 키스하라는 명령을 그녀는 거부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 얘가 정상 맞다. 프레그넌트에서 혜린을 공개적으로 강간할 때 로라한테 ‘내 자지에 키스해주면 좋겠다’라는 식으로 말했었는데……많은 시간이 지난 후 생각해보니 참 미친 짓이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이 광경을 본다면 ‘야, 너무한 거 아님? 사람이 물건에 넋이 나가면 인사 잊을 수도 있지’라고 말할 것이다. 그래, 인정한다. 하지만 이 상황은 특별했다. 난 현재 ‘하렘 어드벤처’에서 유일무이한 혁신적인 도구(아이템)을 그녀한테 제공했다. 그녀는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먹었다.
대형마트나 시장 같은 곳에 있는 시식 코너는 누구나 이용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맛 한 번 정도는 본 적 있겠지. 하지만 거기서 죽치고 먹지는 않는다. 그건 ‘옳지 않은 행동’이라는 걸 아니까. 그럴 바에야 돈 주고 사서 집에서 먹지. 그게 최소한의 ‘예의’니까.
근데 아이라는 그러지 않았다. 우리가 왔을 때부터 하대(下待)했고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예절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당한 것도 있으니 그걸 풀 생각도 있었다만, 이 빌어먹을 년의 정신머리부터 좀 고쳐주고 싶었다.
님도 보고 뽕도 뽑고, 아이라 성격도 고치고 아이나도 기쁘게 하고. 이 얼마나 좋은 일이란 말인가?
“니가 먹은 게 뭔지 아냐? 체력과 마력을 회복시켜주는 약이야. 그 소중한 걸 인사도 없이 낼름 먹더니 이젠 어떻게 만드냐고? 물어서 뭐하게? 만들게? 만들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둘째 치자. 그래, 사람이 꿈도 꾸고 이루고 싶은 목적도 만들면서 살아야 하니까. 근데…….”
그너한테 가까이 다가가니 그녀는 흠칫했다. 이곳에서 내가 자기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러다니. ‘아이나 Mk-2’라고 이름 붙이고 싶네. 흐트러진 차이나 드레스를 보니 음욕이 더욱 샘솟는다.
“넌 예절도 안 배웠냐? ‘고맙습니다’나 ‘감사합니다’라거나……말이야 어찌 됐든 고맙다는 걸 표현해야 하는 거 아냐? 인사도 안 하고 다짜고짜 묻는다고 내가 시발 ‘아, 그건 이렇게 만듭니다’라고 말할 거 같냐? 이거 뭐 병신도 아니고…….”
“……큭!!”
대놓고 ‘병신’이라고 하니 표정을 구기며 분한 마음을 표현했다. 물론 이런 기회조차 호기(好機)로 삼는 게 내 비열함이다. 넌 오늘 임자 만난 거야, 개년아. 그 임자에 ‘남편’이라는 의미도 포함되겠지만.
“크윽? 큭? 왜, 숨 막혀? 아, 그렇구나. 기분 더러운 거구나. 허긴……나라도 병신이라고 불리면 기분 더럽지. 그럼 처음부터 병신 소리 들을 일을 하지 말던가……자기가 저질러놓고 왜 피해자 행세야? 내 참. 어, 뭐야? 왜 표정 구겨? 그렇게 싫냐? 어쩔 수 없지. 얘들아. 준비해라.”
내 말이 떨어지자 그녀들은 주변에 놓았던 무기를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갈 채비를 하자 분해하던 표정은 어느새 놀라움으로 바뀌어 있었다.
“야, 나 간다? 아……근데 안타깝네. 그 좋은 약을 쓰면 마법 공부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한테 정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텐데. 뭐, 그렇게까지 인상 구기면서 싫다는데 어쩌겠어? 비록 그 좋은 약을 너 혼자 처먹고 다른 사람들은 못 먹어도. 그리고 그 약을 얻지 못해서 더욱 더 마법 공부가 힘든 상황이 된다 치더라도 그건 전부 다 니 탓이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라. 알겠지? 나 간다?”
어제 내 계획을 말한 후, 혜린을 제외한 아내들한테 물어봤다. 내 ‘좆물 캡슐’의 가치가 어느 정도냐고. 안나와 니나는 부르는 게 값이라 했고 로라와 메이는 마법사한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물건이 될 수 있을 거라 했다. 먹자마자 마력을 회복시켜주는 약 같은 게 이 세상에 없다는 건 알았지만 그렇게까지 대단했을 줄이야.
그런 엄청난 약을 맛보니 아이라는 기쁨으로 가득 찼었겠지. 앞으로 힘든 마력 회복이나 MP를 많이 쓰는 마법을 써도 금방 회복할 수 있으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혁신적인 약이 있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앞으로 보다 높은 마도의 길을 추구할 수 있었을 테니까.
혜린을 비롯해 내 아내들. 그리고 이 세상에서 마법을 쓰는 모든 사람들한테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약. 체력이나 마력 회복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이 좋은 약은 비단 아이라한테만 좋은 효과를 주는 게 아니었을 것이다. 함께 양성소에 있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이곳에서 마법 공부에 전념하는 사람들한테 있어서도 좋은 소식이었겠지.
그런데 그 좋은 기회를. 앞으로 그들의 미래를 더욱 밝게 만들어줄 모든 기회와 가능성을 끊었다. 바로 아이라 자신이. 그 좋은 약을 오직 자기 혼자만 사용했고, 남한테는 그 멋진 약의 효능을 체험하게 해줄 수 없었다. 자기의 무지함과 어리석은 태도 때문에.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아무리 굴욕적인 상황이라도 그것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
그리고 ‘약’이라는 절대적인 어드밴티지를 만들어 두 번 다시 기어오르지 못하게 만드는 것.
이미 내가 생각했던 시나리오는 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멋지게 흘러가고 있었다. 좋아, 피니시를 지어볼까.
“앞으로 이 약을 다른 곳에 팔면서 병나발 불어줘야겠네~? 이 멋진 약으로 마법 공부에 전념하는 사람들한테 희망의 빛을 보여주고 싶었는데……아이라라는 예절 모르는 병신년이 주제도 모르고 날뛰어서 그 기회를 없앴다고 말이지. 아아~이거 참 유감이네. 그나저나 참 대단한데? 그 좋은 약은 자기 혼자 낼름 처먹고 남한테는 못 가도록 그런 짓을 저지르다니…….”
“아, 아냐! 난 그런 적 단 한 번도……!!”
“에이! 하긴, 그게 뭐 중요하겠어? 중요한 건 모두 ‘너 때문에 이렇게 됐다’라는 사실이니까! 잘 있으시오 레이디 아이라! 난 이 좋은 약을 다른 곳에 비싸게 팔아 잘 먹고 잘 살겠소! 그럼……아듀.”
바지를 다시 입고 나가려는 찰나, 내 손목을 잡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이 온기와 감촉.
……낚였구나, 시발년아!
뒤를 도니 그녀의 얼굴은 사색(死色)이 되어 있었다. 날 잡은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고 차마 말하기 힘든 것을 말하려는 듯 입술은 우물거린다.
뭐? 고작 약 하나 때문에 이러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이런 야설을 진행시키기 위한 어거지 설정에 불과하다고?
어허, 이 사람들!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어, 솔직히. 그래. 틀린 것 없지만 말이지. 일단 생각을 해봐라. 포션이나 회복제라는 개념이 없는 곳에서 포션이 생긴다면 부르는 게 값이잖아. 독과점 시장이 괜히 생긴 줄 아냐?
스마트폰만 해도 그렇다. 당장 유명한 애플사(社)에서 개호구 같은 한국에 별 서비스를 안 하겠다고 하더라도 입 닥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왜냐고? 한국인이면 다 알잖아?
갑(甲)이니까.
최고니까.
우위에 있으니까.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이 어떻게 되든 자기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들한테 없는……오직 자기들만이 지닌 것을 비싼 값에 팔기 위해 아무리 무리한 조건을 내걸더라도 그곳에는 ‘받아들인다’라는 선택지밖에 없다.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니까? 그거 대신할 거 만들 능력 있냐?
괜히 갑질이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같으면 ‘어……너한테 지금까지 나온 컴퓨터보다 몇 십 배나 좋은 걸 주려고 했는데……에이 됐다. 딴 놈 줘야지! 룰루루~♪’라는 말을 듣고 어떻게 하겠는가?
잡고 싶은 게 당연하겠지! 자기한테 오는 엄청난 이득이 남한테 간다는데, 잡는 게 인간 아니냐?
게다가 ‘너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이 약의 효능을 못 봤다!’라는……양심을 자극하는 발언까지 하니 참으로 금상첨화였다. 누가 그랬던가? 주둥이로는 세계정복도 가능하다고. 다른 사람들이 약의 효능을 못 보는 것도 안타깝다만 그 모든 것이 자기 탓이 될 거라 생각하니 장난 아니게 무서웠겠지.
인간의 욕심과 후회감. 자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좋은 기회가 순식간에 사라진다고 생각한 덕분에 그녀는 결국 내 손을 잡고야 말았다. 잡지 않았다면 그건 그거대로 좋았겠지만, 이미 스스로가 날 잡은 이상……그녀는 인정할 수밖에 없겠지.
[이제 아이라라는 여자는, 무슨 짓을 해도 신세린을 뛰어넘을 수가 없다]는 사실을.
“손은 왜 잡나요, 레이디 아이라?”
“자, 잘못 했어……요. 제발 가지 마세……요.”
오오, 존댓말이라니! 마치 처음으로 섹스를 한 후 어색한 모습을 보였던 아이나가 생각난다!
크으으~!! 보고 있냐, 아이나? 내가 니 동생을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 싸가지 없던 동생을 내가 인간답게 만들었다고! 동생을 한 명의 어엿한 닝겐으로 만든 내 펀치를……아, 아니다. 펀치를 맞으면 아프겠지. 내 사랑을 받아라! 집에 가면 말이지.
“이거 참……다짜고짜 잘못 했다니 뭘 잘못한 건지 잘 모르겠네요. 전 집에 가겠습니다.”
근데 왜 손에 힘을 주는 거니. 은근히 힘이 세다 얘도. 이중에 힘이 제일 약한 사람은 바로 나 아닐까? 혜린도 지금 나보다는 강할 테니까. 진짜 힘들게 산다 나도.
“그……무례하게 굴어서 죄송……했습니다.”
“죄송할 게 뭐 있겠어요. 싫어하는 댁 언니 고향에서 온 우리를 병신 같이 대하며 자기 할 말 다 하고, 꼴릴 대로 다 했는데. 아, 걱정 마요. 아이라 때문에 이 좋은 약을 쓸 수 없게 됐다는 말은 열 배 정도 왕창 부풀려서 말할 테니까. 뭐……이런 것도 좋은 경험이죠. 아프니까 청춘이라잖아요?”
내가 해놓고도 욕이 나왔다. 존나 개소리다. 시발, 뭐?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그럼 혼자 평생 아프던가! 요즘 같은 헬조선에서 열정 페이 받으면서 일하고 싶냐? 그 말도 안 되는 책 쓴 사람 혼자 그렇게 살라고 그래라!
왜 고통과 부당한 대우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야 하나? 진짜 세상은 넓고 병신은 많다. 그런 병신들이 한국에 매우 많다는 것 또한 나를 슬프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제가……제가 잘못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제발 떠나지 마세요. 그 약만 있으면……그 약만 있으면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울먹이면서 말하는 걸 보니 참……사람 미안하게 만드는구만. 내가 말은 심하게 했지만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사리사욕보다는, 그 약으로 인해 더 많은 발전과 희망을 가질 사람들을 걱정하는 거 같았다. 성격 부분에서는 참으로 썅년이다만 자기 외의 다른 사람들을 걱정하는 태도는 아이나와 다를 바 없다는 점이 참 신기하네.
“두 번 다시 그러한 실수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제발 떠나지 말아주세요. 이렇게 간청합니다……!!”
머리까지 숙여 부탁하니 내가 진짜 나쁜놈 같잖아. 아! 물론 난 나쁜놈이다. 하지만 ‘이유가 있어서 나쁜놈’이 된 거지, 원래부터 나쁜 놈은 아냐.
응? 왜 그러냐 다들? 표정이 ‘이 새끼가 말도 안 되는 헛소리 하네?’ 같냐? 좀 믿어라! 믿으면 구원받는다니까?
그냥 안 잡고 나와도 괜찮지만 이렇게 비니 마음 약해지네. 쩝. 그녀를 용서하는 의미에서 바지를 벗었다. 나가려고 고쳐 입은 바지를 다시 풀다니. 이거 참……달아오르는구만. 큭큭!
다시 자기 앞에 나타난 수상한 생식기에 그녀의 표정은 살짝 굳었다. 근데 뭐 어쩌라고? 저지른 짓에 대해서는 사과를 하고 용서를 받아야지?
“그럼……우선 아이라님의 사랑을 담은 키스를 받고 싶네요. 바로 여기에 말이죠.”
현실 세상이었다면 성희롱으로 잡혀가도 할 말이 없는 말이었다만, 여긴 괜찮다. 여긴 ‘하렘 어드벤처’니까. 그리고 아이라는 이런 대우를 당해도 싸니까.
처음부터 잘 했어야지, 자기가 불리하다 싶으니까 간청하냐? 속으로 우리를 얼마나 얕잡아 본 거냐? 내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자기만 재미없는 걸 깨달았는지 그녀는 고분고분하게 무릎을 꿇었다.
“미리 말하지만……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하셔야 한답니다? 덧붙여 제 좆은 매우 민감하니 사랑을 담아 정중하게, 아주 소중한 것을 다루듯이 키스하셔야 해요?”
앞뒤로 불끈대는 좆한테 사랑을 담으라니. 나도 참 못된 새끼다. 하지만 내 아내들은 이 광경에 익숙한 거 같았다. 혹시나 허튼 짓을 하지 못하도록 무릎을 꿇은 아이라를 둘러싼 광경은 흡사 폭력배가 힘없는 사람을 둘러싼 것과 비슷했다.
공손하게 모은 두 손은 떨리고 있었고, 내 자지에 다가가는 그녀의 표정은 모욕감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싫으면 관둬도 된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 했다. 아니, 너님 표정은 그렇지 않은 게 아니거든요?
“제 무례를 사과합니다……부디, 이 행동으로 노여움을 푸시길 바랍니다……쪽♡”
[‘자지의 맹세’가 발동했습니다. 스테이터스 파티에 ‘아이라’가 추가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당한 모욕과 하대는 이것을 위해서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뻤다. 드디어 아이라를 내 수하(手下)에 두게 됐군.
다른 사람의 생식기에 키스를 한다는 더러운 짓을 끝내자 그녀의 눈에는 살짝 맺힌 눈물이 보였다. 하긴……병신 취급하던 놈의 좆에 키스한다니. 그 마음, 이해가 간다. 이런 게 싫었다면 처음부터 잘 했었어야지.
“……만족하셨습니까.”
결국 해낸 것에 대한 분함과 슬픔이 묻어나는구만. 난 대답했다.
“뭐……내 아내들에 비하면 완전 애새끼들 장난이다만. 만족했어.”
“그, 그럼 약을……!!”
“아, 그래. 약에 대해서는 내가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해보지. 단 하나. 내 부탁을 단 하나만 더 들어준다면 말이지. 아, 걱정 마! 진짜 간단해. 아주 간단해서 웃음이 나올 걸?”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말. 더군다나 매우 쉽다는 내 말이 기뻤던 건지 그녀는 ‘무, 무엇인가요?’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아……언니인 아이나와 엄청 닮은 이 처자는 어쩌다 성격이 이토록 개판이 됐을까? 이제 내가 말할 부탁에 따라 그녀의 처분이 달라질 것이다.
“간단해. 나랑 같이 프레그넌트로 가자. 언니와 같이 사는 거야. 어때? 참 쉽지?”
“……뭐?”
우와아……표정 봐라. 순식간에 돌아왔다. 나름 초조함과 불안함을 기쁨으로 이기려던 표정은 눈 깜빡할 새에 사라졌다. 응? 너 왜 손을 올리……?
“부겍!?”
존나 웃긴 소리를 내며 내 얼굴은 돌아갔다. 왼쪽 뺨이 얼얼하다. 이걸로 좋은 걸 알았군. 쟤는 오른손잡이다. 얼얼한 뺨에 손을 댔다. 욱씬거리는구만.
아이라를 둘러싼 내 아내들은 내 이름을 불렀지만 난 괜찮다며 손을 저었다. 그럼, 이 정도는 되어야지. 역시 저항이 있어야 꽃을 꺾는 보람이 있지 않겠어?
“아픈데?”
“……개새끼야. 그 약 내놔. 그리고 만드는 법 내놓고 꺼져.”
이게 진정 인간의 입에서 나올 말이냐? 안나와 니나도 한때 우리를 납치해서 무례한 언행을 저질렀다만, 그건 아직 실드의 여지가 남아 있었다. 나쁜 말로 표현하자면 못 배워먹었으니까. 용병이라는 험난한 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까지 선택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지금은 괜찮고 두 번 다시 안 할 테니 괜찮다고 치자. 근데 뭐?
“니 말은……남은 약이랑 만드는 법 바친 후에 꺼지라, 이거냐?”
“개새끼……그 빌어먹을 년이랑 같이 있으니 조금 전 같이 더러운 일을 시켰겠지. 두 번 말 안 할 거야. 빨랑 내놓고 꺼져.”
허허, 이거 참. 어이가 없구만.
“언니랑 같이 사는 게 그렇게 힘드냐?”
“내가 지금 당장 가서 죽여도 시원찮을 판이니까 장난치지 마.”
“장난이라니. 난 진심으로 말한 건데? 그리고 나 말했잖아. 아프다고. 어보션에서는 기분 나쁘면 사람 따귀를 막 때리냐? 그래도 돼?”
“너랑 여기 있는 여자들을 모조리 죽여줄까?”
이 말이 나온 순간, 로라와 안나. 니나의 손은 이미 검에 가 있었다. 이런 와중에도 건방진 말을 찍찍 뱉어대는 거 보니 존나 화가 났거나, 이 상황을 타개(打開)하고도 남을 정도로 실력이 있거나. 둘 다일 수도 있겠네.
“당장 내 아내들이 널 죽일 수도 있는데, 참 대단하네.”
“말했잖아? 너 따위는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고. 마법 공부를 몇 년이나 한 줄 알아?”
“그럼, 알지! 수도에서 근무하라고 권유할 정도로 실력이 높다며?”
내 칭찬 아닌 칭찬에 그녀의 입에는 도도한 웃음이 띠었다. 호호, 이거 봐라? 결국 존댓말하며 간청까지 했다만 속으로는 이딴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이거지?
“잘 아네. 너희를 모조리 무력화시키는 건 일도 아냐. 알겠어?”
“어이쿠, 무서워라. 이거 잘못하다간 내 소중한 아내들이랑 내 목숨까지 모조리 잃겠는데? 이봐, 이거 보라고. 내 좆도 무서워서 부들부들 거리잖아?”
내가 하반신에 힘을 줘서 움직이는 거다만, 나도 참 병신이다. 이 와중에 이런 농담 하고 싶냐? 혜린이는 ‘하아……진짜 구제불능이다. 그 짓 하고 싶냐?’라고 물었다. 응, 하고 싶어. 확정된 승리의 여운을 맛보고 싶거든.
“니놈 새끼의 더러운 생식기에 입을 댄 걸 생각만 해도 죽여 버리고 싶지만 꾹 참는 거야. 빨리 넘겨.”
“아, 알았어. 재촉하지 마. 어휴, 진짜……. 야. 니가 앞으로 눈물 흘리며 후회할 거 같으니까 억울하지 말라고 미리 말해둔다.”
“무슨 근거로 그딴 말을 지껄이는지 모르겠네. 내가 눈물 흘리며 후회할 일은 없겠지만, 뭘? 들어나 줄게.”
난 레벨30때 생긴 그 마법을……마법사한테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것을 준비했다.
“니가 초래한 일이다? 마력 봉인.”
[마력 봉인(魔力 封印) / 소비 MP 전부(全部) / Active]
- 플레이어의 MP 전부를 사용해 대상 캐릭터의 MP를 봉인한다. 봉인된 MP는 플레이어가 캔슬할 때까지 봉인 상태가 되며, 이 사이에 MP를 이용한 행동은 불가능하게 된다. 이 마법을 사용할 경우 MP는 풀 차지(Full charge) 상태이어야만 한다.
아이나와 함께 나눈 마력증폭기의 효능. 2.5배에 달하는 MP 7,500이 순식간에 소멸했다. 오오, 이렇게까지 마력을 모조리 왕창 소모하다니. 이건 이거대로 꽤나 대단한데? 필살기급이나 다름없는 MP 소모에 기뻐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모르는 아이라의 표정은 약간 달라졌다.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약이랑 제조법 넘겨.”
“내가 왜? 설령 넘겨도 이젠 니가 쓸 일 없을 텐데?”
내 말을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이군. 그야 그렇겠지. 함박웃음을 지으며 비꼬았다.
“마력도 못 쓰는 병신한테 마력 회복 약이 필요할 리가 없잖아?”
“무슨 헛소리야?”
아, 답답하다. 마력 봉인 마법을 썼지만 아직 자기의 변화를 눈치 못 챈 거 같군.
“넌 이제 마법도 못 쓰는 병신이라고. 내 말 그렇게 못 알아 먹냐? 한 번 시험해봐. 그 잘난 마법으로 날 죽여보라고. 병신아.”
스테이터스 창을 통해 보이는 아이라의 MP 게이지에는 [마력 봉인 상태]라는 붉은색 글자가 보였다. 효과는 이미 확실하게 적용됐다. 무려 7,500이나 되는 MP를 꼬라박은 혼신의 마법이다. 니년이 어떻게 할 레벨이 아니라니까?
아이라도 이제야 ‘자기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다’라는 걸 인식하는 거 같았다. 자기 손을 바라보며 그녀는 ‘어……? 어!?’라며 당황해 한다. 내 마력을 꼴아박은 건데 그걸 간단히 풀어버리면 내가 상처 입겠지.
“뭐야……왜? 왜 마법을 못 쓰는 건데!?”
“왜긴 왜야. 그 잘난 마법, 앞으로 평생 못 쓰게 됐으니까 못 쓰는 거지.”
허망한 표정. 절망으로 가득 찼지만 믿고 싶지 않다는 그 표정을 보니 정말 짜릿하다. 크으……당장 이년을 범하고 싶지만 참자. 메인 디쉬는 참으면 참을수록 맛있는 법이니까.
이제 내 계획의 반 이상이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더 이상 존댓말이고 뭐고 할 생각도 없었다. 원래 없었다만…….
“니가 말했지? 난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높은 경지에 올랐다고. 하도 자랑하길래 너를 내 수준으로 끌어내렸어. 아, 아니다. 마법을 평생 못 쓰게 됐으니 나 이하네. 잘난 마법을 못 쓰게 됐으니 이제 맨손으로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데, 난 미약하나마 마법을 쓸 수는 있으니까.”
“……이런 건 말도 안 돼.”
“되거든요? 니 마음에 안 드는 현상이 일어났다고 말도 안 된다, 꿈이다. 이런 말 하면 모든 게 해결될 정도로 세상은 녹록한 곳이 아니거든요? 근데 너, 내 말 듣고 있냐? 저기요? 여보세요?”
아이라의 눈앞에 손을 흔든다만 반응은 전혀 없다. 그저 ‘이런 건 꿈이야……말도 안 돼……’라는, 절망 담긴 말만 읊어대고 있다. 하아……어쩔 수 없지. 이번에는 내가 싸다귀를 갈겼다. 아아, 손 얼얼하다. 역시 폭력은 나쁜 것이야. 뭐가 일어났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맞은 것이었기에 그녀의 입에서는 피가 나오고 있었다.
“미안. 그래도 너랑 내가 오른손잡이라는 건 확실히 알았지?”
명탐정 코난이나 소년탐정 김전일 급은 아니다만, 그래도 나름 날카로운 내 추리에 그녀는 주저앉았다. 내 추리가 아니라 절망에 의해 주저앉은 것이겠지만 아무렴 어때?
“말도 안 돼……내가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마법을 못 써? 마력을 쓸 수 없다고?”
“어. 내가 그렇게 만들었거든.”
“……왜? 어째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난 너를 더 이해할 수가 없다만……그렇게 물으니 대답해주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 멋지게 대답해주마.
“왜긴 왜겠어? 니년이 좆같아서 그런 거지. 앞으로 어떻게 하냐? 마법도 못 쓰는 마법사라니. 생각해보니 마법을 못 쓰는 시점에서 더 이상 마법사고 뭐고 아니잖아. 밥벌레지. 마법사 양성소에 마법 못 쓰는 사람이 남아 있을 이유가 있나 모르겠네?”
“돌, 려줘……그건 내 마력이야……노력해서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돌려줘! 돌려줘어어엇!”
갑자기 내 팔에 매달려 소리쳤지만 그것도 잠시. 로라와 안나에 의해 가볍게 제압됐다. 역시 전사! 마법 못 쓰는 마법사 따위야 단숨에 제압하지!
하핫! 기분 좋은데? 지금까지 내가 얌전히 아이라의 장단에 맞춰줬다만, 내 아내들의 심기는 여기 오기 전부터 불편했었다. 나와 자기들을 모욕하고 하대하는데 누가 아이라를 좋아하겠는가?
마력을 봉인하기까지는 가만히 있으라는 내 명령에 충실하게 따랐지만, 이미 목적을 달성한 이상 가만히 있을 이유는 없었다. 입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며 앞으로 나눌 우정을 생각하니……짜릿하군.
“자, 사랑스러운 아이라쨩(ちゃん)? 니가 이제 우릴 따라 프레그넌트로 돌아가는 건 확정된 거나 마찬가지지만……지금까지 무례했던 걸 사죄하는 의미에서. 그리고 우리의 노고(勞苦)를 치하하는 의미에서……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자고. 허심탄회하게. 숨기는 거 없이 말이지. 설령 숨기고 싶어도 소용없겠지만……즐겁게 지내자구. 응?”
더 이상 마법을 쓸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충격과 절망감.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지는 가운데……나는 그녀의 입술을 빼앗으며 입에서 흐르는 피맛을 본다. 앞으로 내 것이 될 여자의 피맛을…….
============================ 작품 후기 ============================
조회수가 드디어 6만을 넘어갔네요. 봐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서류합격 전화는 안 왔습니다. 이제 슬슬 알바를 찾아야겠네요. 소설 쓰랴 일하랴 미래 생각하랴. 여러 모로 힘든 삶입니다.
열심히쓸게요님, 늘 즐겁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쩐지 나오는 여캐마다 [세린과의 대립-PO섹스WER-해결]의 플롯을 타는 느낌이 나네요. 단순해서 좋지만 반대로 보자면 큰 자극이나 이야기의 변환점이 없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적긴 했지만 지적해야 할 부분은 지적해야겠죠. 늘 똑같은 전개라서 보시는 분들이 지루해하시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流江님, 선거조작은 부정할 수 없는 100% 사실이죠. 아직 뜯지도 않은 투표함이 있는데 개표했다고 구라 때리다니. 믿음이 안 가기는 마찬가지인 바른정당이지만, 탄핵에 대해 꽤 큰 리액션을 취했습니다. 탄핵이 인용되면 어떤 내용이든 받아들이겠지만 기각되면 의원직을 총 사퇴한다더군요. 어차피 더불어민주당이나 다른 정당에서 했던 말입니다만 바른정당에서 저런 말을 하니 울컥하더군요.
비박계라고는 하지만 박근혜 밑에서 딸랑이짓하며 최순실 정체까지 다 알고 있는 놈들이 의원직 총 사퇴라니. 사퇴가 아니라 탄핵인용 후의 부역자 심판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왜 범죄자들 밑에서 호의호식하며 실드나 치던 놈들이 정의로운 척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구요.
탄핵인용이야 사실상 확정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제발 이번에는 선관위 일할 때 민간인에 의한 개표 확인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선관위 일 하는 거 보니 바른정당 욕하기 미안할 정도의 딸랑이죠. 안 그러면 개표조작 따위, 엄두나 내겠습니까? 어휴……. 정말 이번에는 제대로 된 투표와 경쟁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쿠죠죠타로님, 막말로 이 나라 민주주의국가가 아니라 공산주의국가 + 왕정주의체제죠. 이게 말이나 될 법한 일입니까. 국민을 개돼지 노예 취급한 것도 모자라 국정을 이상한 사이비 종교 신자한테 맡기다니. 인사, 정치, 경제, 외교 등 안 건드린 데가 없더군요. 민간인이 했으면 능히 사형도 나왔을 일을 아직까지도 질질 끌다니. 여기 민주주의 국가 아닙니다. 공산주의왕정체제 국가입니다 ㅋㅋㅋ
메탈기어 시리즈는 언젠가 해보려고 안 건드리고 있습니다. 코지마 히데오 씨가 나간 후의 작품은 당연히 안 건드릴 거고, 예전에 나왔던 것들을 추후에 플레이해볼 생각입니다.
작품은 다르지만, 닉네임으로 쓰시는 쿠죠 죠타로가 봤으면 얄짤 없이 오라오라 러쉬입니다 이거. 카쿄인 노리아키가 조종당할 때도 그랬지만 스탠드는 스탠드를 쓰는 사람한테만 보이는 것. 법적으로 처리할 수가 없으니 악행을 해도 잡을 수가 없었죠.
그래서 죠타로가 '내가 심판한다'라며 오라오라 러쉬를 날렸는데……딱 꼴이 그거잖습니까. 박근혜를 포함한 정부 세력은 지들 꼴리는 대로 권력을 막 휘두르며 사람까지 죽이는데 우리는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면서 온갖 법을 지키며 싸워야 하다니. 여기 진짜 민주주의 국가 아닙니다.
Ulpius님, 헬조선이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죠. 블랙리스트까지 포함해 지들 마음에 안 드는 곳에는 예산도 안 주고 푸쉬도 안 해주고. 대기업인 삼성이나 다른 곳이랑은 샤바샤바하며 부정재산을 쌓았으니……다른 회사가 발전할 리가 없습니다. 자기들이 나라를 망쳐놓으면서 창조경제를 지껄이며 청년취업을 논하다뇨. 어느 주둥아리로 감히 그딴 말을 지껄인답니까? 저라면 천벌 내릴까봐 못 할 겁니다, 그런 짓.
노무현 정권 때 보였던 민주주의체제나 언론자유지수(최고 31위)는 70위까지 하락 ㅋㅋㅋㅋ 와, 31의 두 배 이상입니다. 이거 아무나 하는 짓 아닙니다? 나라를 말아먹어도 이렇게 화려하게 말아먹을 수는 없죠. 그런 주제에 국뽕과 애국심 넣어주려고 되도 않은 1위 순위만 보여주는 꼬라지라니! 특히 그 짓 제일 많이 하는 게 예비군.
다른 후기에 말씀드리겠지만 예비군 동대장들도 사실상 대부분은 박근혜 팬입니다. 하……농담이 아니라 레알입니다.
약을 빨고 후기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세상과 현재 자체가 이미 약을 빨았는데 제가 약을 빤다고 한들, 이렇게까지 화려하게 망치지는 못 할 거거든요. 그건 장담 가능합니다.
조회, 추천, 선작, 코멘트 등 언제나 환영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견해도 괜찮고 주위에서 일어난 사소한 일이라도 좋습니다. 말씀 남겨주시면 가능한 한 열심히 답변드리겠습니다. 제 의견에 귀 기울여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따스한 겨울 보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