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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렘어드벤처–당신의 아기를 낳고 싶어-53화 (53/235)

00053 「6-2 : 아이라(1)」 =========================

“읏! 이 새끼가!”

용병답게 험한 욕을 하며 괴물의 낫을 피했다. 하반신이나 등에 촉수가 없는 대신 몸이 시커먼 괴물은 매우 커다란 낫을 휘두르며 니나를 공격한다.

낫의 크기는 대략 1m 정도였지만 그걸 무식하게 휘두르니 생겨나는 운동 에너지가 장난이 아니었다. 니나의 하얀색 플러그 슈트는 다행스럽게도 스치기만 했을 뿐.

“으랏샤!”

마력을 집중시킨 왼쪽 주먹으로 배를 노리자 손잡이 부분으로 그걸 막았다. 그걸로 끝. 더욱 많은 마력을 넣은 오른쪽 주먹으로 노 가드(No Guard) 상태의 머리 부분을 힘껏 내리찍었다. 비틀대며 뒷걸음질 치는 괴물의 몸에 단발성 마법을 몇 대 먹여주니 낫을 놓은 채 쓰러졌다.

“흥, 이 몸의 마법에 취해보세요! 안나 애로(Anna Arrow)!!”

본래라면 플레임 애로(Flame Arrow). 혹은 파이어 애로(Fire Arrow)로 불러야 할 마법이지만 안나는 그걸 몇 십 개씩 만들어 적이 한 명이면 집중적으로. 많으면 그들의 주위에 불을 질러 화염으로 포위하는 마법을 썼다. 독자적으로 만든 마법답게 위력과 용도는 상당했다.

세 마리 정도의 괴물이 낫을 휘두를 새도 없이 사방팔방에서 날아오는 화염의 화살에 맞았다. 불을 끌 능력도 없이 괴성만 지르다 사라지니 쟤들이 우습게 보이지만 꽤나 강했다. 나도 싸워봤거든. 안나와 니나는 확실히 용병 생활이 맞는 거 같다. 폭력적이면서도 자유로우니까.

괴물들이 모두 죽자 그들의 낫도 차례대로 내 아이템 창에 들어왔다. 이놈들은 특별한 아이템은 거의 주지 않는 대신 자기들의 무기를 헌납(獻納)하는 특이한 놈들이었다.

낫은 특별한 성능도 없는 평범한 낫. 안나와 니나한테 사용할래 하고 물었더니 다루기 어렵다고 거절했다.

우리는 현재 어보션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미 여행은 4일 차에 접어들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저녁을 먹고 노숙을 할 거다. 모두 말은 안 하지만 지쳤다. 이 여행도 점점 막바지에 들어가는군.

자멘을 나온 후부터는 예전과 같았다. 여행 중 괴물과 전투. 밥 먹고 가다가 또 괴물이랑 전투. 경험치와 아이템은 짭짤했지만 전투를 하며 내 한계가 극명해지기 시작한다. 특별한 기능을 지닌 옷을 사긴 사야 하는데 말이지.

안나와 니나는 역시 싸우는 방법이 달랐다. 안나는 마법을 써서 원거리에서 적을 사살하는 게 특기였다. 안나 애로가 자기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만든 대표적인 마법 중 하나였지. 취약한 접근전을 딸인 니나한테 맡기는 듯했다. 서로 싸우는 방법은 다르지만 모자란 부분을 보완하는 좋은 콤비다. 실제로 모녀이기도 하고.

그녀들이 입고 있는 옷은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나오는 플러그 슈트(プラグスーツ ; Plug Suit)였다.

에반게리온이라는 생체 병기에 탑승할 때 타는 옷은 여성의 라인이 그대로 나오는 것뿐만 아니라 캐릭터도 매력적이었기에 매우 널리 알려졌다. 사실……남자들의 눈요기를 위해 만든 것도 없지 않아 있다만.

안나는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가 입는 빨간색의 플러그 슈트를. 니나는 ‘아야나미 레이’가 입는 하얀색의 플러그 슈트를 각각 지급했다. 에반게리온이라는 병기(兵器)가 없다면 플러그 슈트는 단순한 파일럿 슈트에 지나지 않았다.

이 덕분에 두 명은 자기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싸웠고 그들의 특성과 약점 또한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저녁 시간이 되니 모두가 모여 앉았다.

“모두,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다친 사람이 없는 게 제일 기쁜 소식이네.”

“후후, 주인님……그럼 오늘 밤에도 자지 밀크를 듬뿍 주시는 거죠?”

“아앗! 엄마만 치사해……주인님, 제 활약! 보셨죠? 네?”

노예라고는 하지만 아주 개처럼 취급하지는 않았다. 평상시처럼 행동할 수 있고 사람으로서 대우도 해줬다. 단지 주종(主從)관계의 입장에서 하는 명령은 거절할 수 없다고 해야 할까.

“이봐, 둘이 싸우면 안아주지 않는다고 했잖아?”

“앗, 그……그래요. 우리 니나. 오늘도 수고 많았어요.”

“마, 마마도……헤헤. 읍……앗, 마마……혀가……쮸릅…….”

서로의 사이가 좋은 걸 보여주기 위한 입발림식 키스인가. 뭐, 보는 나한테 있어서는 하반신이 불끈거리게 만드는 좋은 딸감이지.

저녁을 먹으며 내일 예정에 대해 말했다. 아마 내일 저녁. 늦어도 6일차 아침에는 도착할 것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모두가 신나한다. 당연히 신나지. 이 빌어먹을 노숙도 적당히 좀 해야지, 매일 이어지면 좆같으니까.

니나가 용병 생활을 때려치우고 좋은 곳에서 살고 싶다며 울음을 터뜨렸던 건 사실이었다. 말이 용병이지……대한민국의 비정규직과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 물어보니 이런 생활을 예전부터 해왔댄다.

안나와 니나는 성격이나 본질은 쓰레기였을지 몰라도 그 능력은 확실히 뛰어났다. 안 그럼 우리를 납치하는 것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없었을 테니까.

이번에 도착하면 최대한 빨리 해야 할 일을 마칠 생각이다. 가자마자 쉬고, 아이나의 동생. 아이라를 만나서 구슬 전해주고 설득한다. 끝! 아, 내가 했지만 정말 간결하며 멋진 정리다. 그래, 빨리 끝내자. 돌아가는 길이 짜증이다만 어쩌겠는가?

프레그넌트에는 텔레포트 에어리어가 없다. 설령 있다 해도 우리 같은 일반인이 어떻게 쓸 수 있는 레벨의 물건이 아니니까.

레벨은 조금만 더 하면 30에 이르겠군. 아이템과 무기에 대해서는 거기 가서 생각해야겠다. 잘 때쯤 되니 내 아내들은 자기 시작한다.

또 같은 걸 말한다만 절대 우린 놀지 않았다. 안나와 니나. 두 명과 함께 싸웠다. 오죽하면 내 아내들이 나와 즐기지도 않고 자겠는가? 자멘을 나온 2~3일차까지는 즐겼지만 4일차부터는 오히려 잠을 자는 걸 택했다. 간단하다. 체력이 모자라니까.

경비대장인 로라는 용병 모녀와 견주어도 될 만큼 전투력은 뛰어나지만, 이렇게 연속적으로 야영 및 노숙을 하는 생활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뛰어나다고 해서 모든 분야에 뛰어난 것은 아니듯, 사람마다 잘 하는 일. 못 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이건 못 하는 일이라기보다는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 해야겠지.

모녀는 지친 나를 배려해서인지 그저 물건을 빠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내가 지쳤더라도 분신을 통해 불침번을 세우거나, 대신 그녀들을 안아줄 수 있었지만 용병 모녀는 그것만으로도 괜찮다고 했다.

“가끔씩은 주인님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거든요. 호홋…….”

“헤헤, 주인님도 피곤하시니까 오늘은 이걸로 참을게요. 쮸읍.”

하늘을 향해 선 물건을 그저 핥고, 빨고. 가끔 치아로 자극을 주는 등 그녀들의 다양한 배리에이션 어택을 당하며 ‘나, 주인님이 아니라 장난감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이제 와서 체면 차릴 것도 없지만 이렇게 보니 좀 슬프군. 두 명의 머리를 쓰다듬자 더욱 좋아하며 귀두에 키스한다.

가끔 혀가 섞이고 눈이 맞으면 서로간의 진한 키스를 하며 모녀의 가족애를 돈독하게 하는 건 보너스. 사이는 나쁘지만 서로 목숨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은 확실했다. 또한 로라와 메이처럼 서로의 꽃잎을 강하게 마찰시키며 즐길 때도 있었기에 ‘사이는 나쁘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모녀’의 이미지가 느껴진다.

“얘들아, 잘 마셔. 후으……읏.”

쀼직하는 소리와 함께 나온 정액이 힘차게 분출되자 한 방울도 놓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현하듯, 모녀는 서로 키스를 하듯 내 좆대가리를 감싸는 걸로 정액의 낭비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그뿐만 아니라 밑에 손까지 준비해서 떨어지는 방울마저 소중하게 감쌌다.

“음, 주인님의 아기 씨앗……입 안에서 헤엄치고 이쪄요, 으급……!

“하아, 니나. 먹으면서 말하는 건 예절에 어긋나……쬬릅!”

“헤헤, 그러는 엄마도 예절 나쁜 창녀 주제에……으읍.”

어머니를 창녀 취급하는 니나의 입에 안나의 입이 겹쳐졌다. 키스를 하기 위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서로의 입 안에 있는 아기 씨앗은 혀를 통해 입 안을 마구 휘젓는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괴로운 상황에서도 입을 떼지 않는 것은 먼저 떼는 쪽이 지는 것이라 생각해서 그런 거겠지.

“푸, 읏! 하아! 마마, 너무해! 내 입안의 아기 씨앗, 많이 가져갔어!”

“후후, 마마는 주인님의 아기를 가졌단다. 그 정도야 당연하잖니?”

“주인님! 저도 주인님의 아기를 가졌어요! 저런 건 옳지 않죠? 네?”

자멘을 나가기 전. 만 하루 동안 그녀들과 질펀한 섹스 파티를 즐겼었지. 노예로 삼은 둘이지만 가끔 ‘아내로 삼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데?’라는 서비스 멘트에 뛸 듯이 기뻐하며 허리를 흔들었었다.

‘자지의 맹세’로 인해 개인의 자유를 박탈당했을 뿐 아니라 몸과 마음까지 노출되고 있다. 엎친 데에 덮친 격이라고 낙태까지 당해 나에 대한 충성도와 의존도는 상당히 높아진 상태. 이쯤 되니 아내들을 괴롭힌 것에 대한 괘씸함은 꽤 줄어든 상태다.

아기를 없애버린 것에 대해 ‘애새끼 따위 얼마든지 낳을 수 있어요’라고 하지만, 나나 혜린은 생명을 중요시 여기는 시대에서 왔으니까.

자멘에서 떠나기 전날부터 지금까지 그녀들의 사정을 들어보니 확실히 시궁창이긴 했다. 안나의 마마……가 아니군. 엄마나 어머니를 ‘마마’라고 부르는 게 워낙 습관이 되어서 나도 모르게 실수를 했다. 흠, 흠.

안나의 어머니 또한 거친 성격의 용병이었다고 한다. 안나를 낳은 후 함께 용병 생활을 했지만 괴물 토벌의 임무를 수행하다 돌아가셨다나.

살아남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했고 그걸 위해선 강해져야만 했다. 따라서 고가(高價)의 생명의 씨앗으로 얻은 니나한테도 강인함을 강요했다. 문제는 강요한다고 자기가 원하는 성과를 늘 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였다만…….

용병으로 활약은 했지만 두 명의 성장폭은 좁았고 힘 또한 아주 강한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납치를 통해 무기나 돈을 획득하려 했다.

우리까지 합쳐서 다섯 건. 네 건은 성공했지만 우리는 실패했기에 이렇게 됐겠지. 그녀들을 완전히 용서할 수는 없었지만 사람이란 게 원래 사정을 들으면 마음이 약해지잖아? 노예가 된 이후로 아양을 떠는 두 여인을 보니 매우 사랑스러운 것도 한 몫 했고.

지금도 내 물건을 자기들의 질(膣)에 넣지는 않으면서, 양 옆에서 서로의 보지로 그걸 치는 귀여운 행동을 하고 있었으니까. 서로의 질이 닿지 않는 건 중앙에 내 물건이 있기 때문이지만 일부러 감질 나는 행동을 하며 내 물건에도 닿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수도 있는 좋은 모습이다.

“응! 마마! 마마의 아기랑 내 아기, 틀림없이 예쁘겠지? 응?”

“하읏! 물론 이 마마의 아기가 니 애새끼보다……응! 앗! 더 예쁠 거란다! 흐읏!”

“아앗! 또 심술궂은 소리! 그런 나쁜 보지는 내 고귀한 보지로 때릴 거야! 얍! 얍!”

말은 험하지만 서로의 질을 빠르게 접촉시켰다 떼고, 짧은 사이에 마찰시키는 것은 서로 간의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두 여성의 질이 닿을 때마다 그걸 방해하는 내 물건을 보니 묘한 기분이 든다.

“마마……나 쌀 거 같아! 응? 주인님의 물건에 잔뜩 싼다? 괜찮지?”

“그러엄! 괜찮고……읏! 하앗! 세린! 우리 보짓물, 듬뿍 싸도 괜찮죠? 네?”

“저희의 보짓물도 듬뿍 맛봐주세요! 읏……아앗!?”

아기를 낳아야 하는 소중한 곳에서 나온 액체. 정액과는 달리 맑은 색의 그것이 내 옷을 더럽혔다. 어차피 바꿀 거니 이젠 젖든 말든 상관없지. 부들부들 떨며 서로의 소중한 곳을 나한테 들이댔고 난 그걸 후루룩 거리며 빨아마셨다.

“두 명의 소중한 액체……굉장히 맛있는데? 천하일미야.”

그 소리를 들은 모녀는 서로를 껴안으며 좋아했다. 이런 칭찬 하나로 이토록 기뻐하다니. 바보인지 순진한 건지. 서로 헐뜯고 싸우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안 그래? 두 명은 이후 가볍게 몸가짐을 한 후 잠에 들었다. 나도 당연히 자고.

5일차가 되니 모두 움직임이 빠르다. 이해가 간다. 누가 안전하고 따뜻한 여관에서 쉬는 걸 마다하겠는가? 나도 따뜻한 방에서 푹신한 침대의 감촉을 맛보며 자고 싶단 말이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았던 걸까? 어……어쩌면 그냥 자기들이 자고 싶었던 걸 수도 있겠다만. 여하튼, 결과부터 말하자면……우리는 저녁을 먹으려는 그쯤에야 어보션에 도착할 수 있었다.

5일차 아침부터 나타나는 괴물을 볼 때마다 ‘아, 오늘 운수 더러우면 내일 아침까지 이놈들을 보며 싸워야겠구나!’라며 총을 갈겼었다. 레벨 업도 좋지만 쉬어가면서 해야지! 게임에서도 오직 전투만 하면 지겹잖아? 미션이라든가, 협력 플레이라든가. 뭐 그런 게 있어야지. 종일 싸우기만 하면 지친다고.

아침과 점심동안 만난 괴물의 수는 상당히 많았다. 헌데 정말 웃긴 점이라면……그 빌어먹을 괴물들과 싸우며 ‘아, 좀! 작작 와라!’라며 싸웠다. 원래 24였던 내 레벨은 그 많은 괴물들을 상대하며 더 빨리 올라갔다. 여기에 파티 인원이 추가되어 두 명이 더 가세한 것 또한 괴물을 더 죽일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내 레벨이 딱 30에 이르렀을 쯤, 원래라면 저녁을 먹어야 하는 때였다. 허나 주변에는 거의 괴물이 없었다. 조금씩이지만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도 보였고 이는 사람에 의해 정비되고 있는 길이라는 뜻이었다. 어보션을 본 내 소감? 드디어……드디어 왔구나 싶었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길고 긴 여행이었다. 마음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프레그넌트를 지나 부카케로 갔다. 부카케에서 괴물의 습격을 받으며 싸웠고 자멘에서는 납치까지 당했다. 진짜 별의 별 일을 다 당했다.

현실 세상에서도 이런 판타스틱한 경험은 못 해봤을 텐데. 아! 누가 오해할까봐 말해둔다만 ‘두 번 다시 당하고 싶지 않다’. 단지 너무 아스트랄해서 그랬을 뿐.

수도(레이프) 다음으로 번성했다는 말은 겉치레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어보션은 출입부터가 까다로웠다. 높고 견고한 성벽을 지키는 문지기는 어디서 왔는가부터 시작해 어보션으로 들어오려는 이유 등을 물었다.

경비대장인 로라가 그에 대해 잘 대처했지만 솔직히 존나 짜증스러웠다. 시발, 우리가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왜 심문하는 느낌으로 묻냐?

겉모습도 놀라웠지만 안은 더 놀라웠다. 굉장하군……. 무기가 발달했던 부카케에도 여러 무기점이 있었지만 여긴 부카케가 살짝 촌티난다고 생각될 정도로 발달한 곳이었다. 음식점에 여관은 기본이고 무기점에 액세서리 비슷한 걸 파는 곳까지 있다니.

“주인님, 어보션은 처음 와보시는 거죠?”

“어? 어, 응. 엄청 크네.”

“여기도 엄청나지만 수도는 여기의 두 배 정도의 규모에요. 늘 올 때마다 생각하지만 엄청난 규모죠.”

오면서 들었는데 용병 모녀가 자멘에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납치나 불법적인 일을 하기 위해서는 치안이 나빠야 했다. 프레그넌트는 외곽이니 논외. 애초에 로라가 있었으니 그런 일도 못 했겠지만……. 부카케는 괴물부터 시작해 치안이 매우 빡셌다. 오죽하면 미카가 날 괴물인 줄 알고 죽이려 했겠는가?

게다가 부카케는 사람도 걱정이었지만 괴물도 걱정이었다. 마을 안에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가능했지만 괴물한테는 대화 자체가 통하지 않았으므로 부카케도 모녀가 있을 곳이 아니었다. 괴물의 걱정이 없으면서도 치안이 나쁜 곳은 결국 자멘밖에 없었다는 소리지.

수도인 레이프와 그 다음으로 번성한 이곳, 어보션. 이곳은 치안이 매우 강했으므로 시도조차 불가능하다고 했다. 강력한 성벽으로 보호받는 사람들은 프레그넌트나 자멘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안에 있는 사람들의 성품 또한 같다고는 할 수 없었겠지. 외부 요인이 아니라 내부에서 썩어 들어가는 모습은 한국 같았기에 참……웃음이 나왔다.

큰 덕분에 여관을 찾는 것도 힘이 들 거 같았지만 그 부분은 안나와 니나가 해결해줬다. 값이 싸면서도 질이 나름 괜찮은 여관이었다. 엄청 고급스러운 곳은 아니었지만 중요한 건 겉모습이 아니라 서비스니까.

저녁까지 다 먹으니 잠이 솔솔 오는 게 진짜 미칠 지경이었다. 물론 아내들도 어제처럼 잠을 더 자고 싶어 했다. 심지어 용병 모녀까지도 말이다.

참으로 힘든 여행이었지만 마침내 도착한 기쁨 때문일까. 피곤은 하지만 잠은 아직 안 왔기에 아이템과 스테이터스 정리를 하고 자기로 했다. 추가된 마법과 얻은 아이템, 매각할 것뿐만 아니라 내가 살 옷까지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리는군. 역시 RPG는 이래야 한다니까?

마법도 좋고 검술도 좋다. 아이템을 바꾸면 그 아이템의 위력을 실감하고 여러 이벤트를 겪으며 성장하는 게 진리 아니겠어? 근데 난 이 지경이 되어서도 소총으로 총질이나 하고 앉았으니 성장하는 주인공과는 거리가 좀 멀다만. 아무렴 어때?

레벨 20대가 되면서 얻은 세 개의 마법은 강화, 고속 성장. 그 외에 쓰지 않은 하나는 바로 비행(飛行)이었다.

[비행(飛行) / 소비 MP 100 / Active]

- MP 100을 소모하여 비행 마법을 사용. 공중전(空中戰)을 벌일 수 있다.

심플한 설명이지만 실제로 쓸 일은 없었다. 하늘 날면서 섹스하고 싶냐? 난 그렇게까지 미친 놈이 아니라니까 진짜. 믿어라. 믿어서 구원 받아야지.

내 아내 & 노예들과 함께 싸우며 총질만 하면 되는데 비행을 쓸 일이 뭐 있겠냐? 하지만 언젠가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사용을 해보긴 해봐야 했다.

레벨 30이 되면서 얻은 마법도 세 개. 예전에 혜린이 ‘진실된 자지의 맹세’를 하며 얻은 분신술을 제외하면 레벨 업에 따른 마법은 보통 세 개가 일반적이군. 아직 ‘정신 이상’마법도 못 써봤다. 얻은 세 개의 마법은 다음과 같았다.

[마법 복사(魔法 複寫) / 소비 MP 2000 / Active]

- MP 2000을 소모하여 발동 가능. 대상 캐릭터가 쓰는 마법 중 하나를 복사한다. 복사 후의 마법은 그 위력과 용도에 따라 소비 MP가 정해지며, 같은 마법은 다시 복사할 수 없다.

뭐, 뭐야 이거? 2000?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100씩 들어가던 마력이 2000이나 빨린다고?

복사란 말 그대로 베끼는 걸 말하는 거겠지. 멋진 마법이지만 너무하잖아. 내 레벨은 30. 일반적으로 보면 MP는 3000이다. 마력증폭기 구슬과 마력 2.5배 증강의 효과로 인해 내 현재 MP 는 22,500.

아무리 그래도 마법 복사 11번을 쓰면 아웃이다. 더 시궁창은 마력증폭기를 넘겨주면 내 MP는 7,500이 된다. 마법 복사 세 번이면 아웃.

뭐 이런 미친 코스트가 다 있냐……. 아무리 마법이 좋아도 쓸 수 있는 횟수가 이토록 제한되어서야……혀를 차며 다른 마법으로 눈을 돌린다.

[마법 폭주(魔法 暴走) / 소비 MP 5000 / Active]

- MP 5000을 소모하여 발동 가능. 플레이어 혹은 대상 캐릭터의 마법을 인위적(人爲的)으로 폭주시킨다. 폭주한 마법은 각 상황과 대처에 따라 적한테 강력한 데미지를 줄 수도 있지만, 아군이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아, 씨발!? 레벨 30에 얻은 두 번째 마법도 미쳤어! 소비 MP가 5000? 게다가 마법 폭주라니, 그건 대체 뭐야? 도무지 알 수 없는 내용에 내가 미칠 지경이었다.

어, 잠깐만. 그래. 뭐? 나 혹은 대상 캐릭터의 마법을 폭주시킨다고? 아, 그래. 자멸을 유도하는 건 좋지. 힘 안 들이고 싸울 수 있으니까.

근데 강력한 데미지를 적한테 줄 수도 있지만 아군이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진짜 무슨 생각이니 이거?

갑자기 소비 MP가 엄청 늘어난 것도 불만이지만 내용 자체가 너무 난해했다. 직접 쓰자니 MP의 소비도 걱정이지만 결과도 걱정이다. 부디 남은 마법 하나는 정상적이기를 바라며 체크를 계속한다.

[마력 봉인(魔力 封印) / 소비 MP 전부(全部) / Active]

- 플레이어의 MP 전부를 사용해 대상 캐릭터의 MP를 봉인한다. 봉인된 MP는 플레이어가 캔슬할 때까지 봉인 상태가 되며, 이 사이에 MP를 이용한 행동은 불가능하게 된다. 이 마법을 사용할 경우 MP는 풀 차지(Full charge) 상태이어야만 한다.

“아, 씨발!”

난 결국 소리를 질렀다. 메이가 ‘우웅……’하며 뒤척이는 걸 보고 깜짝 놀라 겨우 소리를 죽였다. 이런 썅! 대체 뭐야 이거? 아니, 왜?

레벨 30때 얻는 마법이니 메테오 스트라이크나 그런 쩔어주는 마법 하나쯤은 줘도 되잖아? 근데 왜 전부 해괴한 마법만 주는 건데?

특히 이 ‘마력 봉인’이라는 건 정말 어이가 없었다. 마력 봉인이라니. 그건 자멘에서 안나와 니나가 우리한테 걸었던 수갑 비슷한 걸 말하는 거겠지? 그 아이템은 현재 내 아이템 창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걸 마법으로 재현하는 건 좋다 쳐. 근데 그걸 캐릭터한테 쓴다고? 아니, 지금까지 싸워온 상대는 거의 대부분 괴물이라고! 마법 쓰던 놈들은 단 한 남도 없었다고! 근데 왜 이딴 걸 주는 건데? 바보냐? 돌았냐? 대가리에 총알 맞았냐?

기껏 레벨 30이 됐더니 주는 게 고화력 + 광범위 마법이 아니라 엿 같은데 또 왜 대상이 ‘괴물’이 아니라 캐릭터냐고!? 하물며 마력을 전부 쓴다고?

풀 차지라는 뜻은 모두 다 찬 상태. 한 마디로 MP 만땅 상태에서 1포인트도 안 쓴 상태를 말한다. 고작 이딴 마법 하나 쓰자고 내 마력을 모조리 써야 한다고? 아, 진짜 시발 무슨 생각으로 만든 거니?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아, 개판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마법, 대체 누가 생각한 거야? 그 백발(白髮) 여자인가? 진짜 누구인지는 몰라도 이거 만든 놈이 있으면 명치를 존나 쎄게 후리고 싶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딴 마법을 어떻게 생각해내는 거냐고……?

차마 함부로 쓸 수 없는 마법을 정리한 후 파티 멤버의 레벨을 본다. 혜린이는 20, 메이는 21. 겨우 20대로 들어간 건가. 로라는 31로 접어들었다. 미카가 괴물들과 전투를 벌이지 않은 채 30 그대로라면 레벨로는 미카를 뛰어넘었군.

안나는 34, 니나는 28. 겨우 1씩 올랐지만 이건 칭찬해줘야 했다. 내가 무기를 모두 빼앗은 상태에서 접근전 & 마법으로만 싸웠다는 거니까. 익숙하지 않은 전투 방법으로 싸워온 두 명을 생각하니 흐뭇했다. 이 두 명한테 어울리는 무기는 곧 사줄 생각이다.

난 침대에 누웠다. 내일 아이템이랑 필요 없는 무기를 처분하고, 용병 모녀한테 어울리는 무기를 사자. 물론 내 옷도.

마력으로 깨끗하게 만들긴 했다만 토사물도 묻고 여러 사정이 있는 옷을 더 이상 입자니 한계다. 전투에 도움이 되는 코스튬을 슬슬 입어야 할 때가 온 거다.

어보션에는 틀림없이 부카케나 자멘 이상으로 많은 남성 코스튬이 있겠지. 그걸 위해 일부러 옷을 안 샀었으니까. 말끔한 차림으로 아이나의 동생, 아이라를 만나러 가는 거야. 얻은 마법은 좀 엿 같지만 우선 목적지인 어보션에 도착한 걸 기쁘게 여기며 자자.

나 자신을 그렇게 위로하며 난 잠에 빠졌다. 얻은 마법은 쓰기가 매우 난해한데다 잘못하면 나나 아군한테도 타격을 줄 수 있는 이상한 마법. 실험 삼아 쓰자니 빠져나가는 마력도 장난이 아니었기에 사실상 꽝이 아닐까 의심되는 마법뿐이었다.

그래도 일단 도착한 걸 기뻐하자는 식의 정신승리를 시전하며 내 정신은 피로에 의해 급속히 어둠으로 떨어졌다.

============================ 작품 후기 ============================

최근에는 약 한사발 거나하게 빨고 적는 후기가 점점 줄어드는 느낌입니다. 작가의 정신이 안정적인 것에 대해 기뻐해야 할지, 더 이상 약 한 사발 빨고 미친 듯이 적는 후기를 볼 수 없게 된 것에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정상적으로 변해가는 것에 이런 걱정까지 하게 되다니. 역시 맛이 갔다는 점에 대해서는 작가인 저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동인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만 역시 자세한 내용 언급은 삼가려고 합니다. 안 그래도 수위나 표지로 위험한 상태인데 동인지 내용까지 꺼냈다가는 정말로 슬램☆덩크! 작품 자체가 내려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높은 수위도 이제 점차 줄어들 테고 스토리 진행으로 접어들어갈 테니 동인지의 내용 및 특정 작가에 대한 언급은 삼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아라의 운영자분이 매의 눈으로 지켜보시고 계실 수도 있거든요.

수위뿐만 아니라 스토리도 다시금 진행됩니다. 주인공이 이대로 너무 변해버려서는 독자분들도 적응이 안 되실 거고 스토리 진행도 안 되기에 다시 모험 파트로 돌아갑니다. 높은 수위와 주인공의 잔혹성은 이전 편까지고 이번 편부터는 다시 모험을 하며 목적지를 향하는 세린 일행의 모습이 묘사될 겁니다. 걱정해주신 독자분들께 죄송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다른 작가님께서 저와 비슷한 내용을 썼었다는 점은 처음 접했습니다.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꽤 높은 수위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다른 작가님께서도 비슷한 행동(임산부에 대한 폭행 등)에 도달했던 거 같네요.

그 점에 대해 같은 생각을 했다고 기뻐해야 하나, 그분들의 뒤를 따라 소설 짤리게 됐다고 씁쓸하게 느껴야 하나. 어느 쪽이든 참으로 곤란하다고 생갑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수위는 점차 줄어들 테니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신고가 없다는 가정 하에 말입니다.

수위는 점차 원래대로 되돌아올 거니 가능하다면 신고는 참아주시기 바랍니다. 첫 노블레스 연재 작품이 짤리게 된다면 그건 그거대로 좀 웃긴 일이 될 거 같습니다만……가능하면 평범하게 연재 생활을 하고 싶네요.

점점 인기가 없어진 글을 보니 이대로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곤 합니다. 광고 아이템을 사고는 싶지만 포인트가 모자랄 뿐더러 광고의 효과 자체도 미미해서 많이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하구요. 꾸준히 올리며 독자분들과 소통하는 것 외에는 크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답답함을 느끼는 상태입니다. 이 답답함이 빨리 해소되면 좋겠네요.

모든 일이 항상 좋은 방향으로 갈 수는 없지만 적어도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겠죠. 사람마다 저마다 노력하는 방법이나 방향이 다양하듯이, 저도 제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볼 생각입니다. 독자분들도 좋은 일이 가득한 2월달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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