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8 「5-7 : 다가오는 위기(7)」 =========================
점심이 되어서야 온 두 명의 표정은 정말 상기(上氣)되어 있었다. ‘하아……하아’거리는 숨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흥분한 걸 보니 확실히 충격이긴 충격이었나 보다. 이 세상에는 회복제라는 개념이 없었기에 로라와 메이를 이해시키는 건 어려웠다. 그런 아이템 자체가 없었으니까.
웃긴 건……마법을 쓸 수 없는 평범한 인간. 혜린이는 금방 그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리 스타라지만 폰 게임 같은 걸 해봤기에 그 개념을 금방 잡을 수 있었던 거겠지.
마법은 쓰면서 ‘도구’는 믿을 수 없다니. 이 세상은 역시 내 생각 이상으로 특이한 곳이다. 물론 그건 내 앞에 있는 저 모녀한테도 포함되는 이야기다만…….
점심으로 가져온 쟁반 위에는 빵 하나씩과 물. 그리고 애플파이가 있었다. 오랜만에 설탕이 들어간 향기로운 냄새를 맡으니 정말 군침이 돈다.
메이는 ‘와아……’라 말하며 쟁반을 보고 있었다. 우리 메이를 이렇게 굶기다니. 너희는 진짜 이번 일만 성공해봐라……지옥보다 더한 고통을 하게 해주마. 쟁반에 놓인 빵이 하나씩 돌아갔고 애플파이는 통째로 내 앞에 놓아줬다.
“세린……배 많이 고프지? 후후, 많이 먹어.”
“그, 감사합니다. 그런데……이걸 혼자 먹기에는 조금 힘들 거 같습니다만…….”
이런 미친. 이걸 나 혼자 먹으라고? 갑자기 돌변한 태도를 보니 좀 무서웠다. 이런 사람들이 갑자기 꼭지가 돌아버리면 미친 짓을 저지르고는 하는데……으아아, 이야기를 꺼낸 게 너무 빨랐나? 후회한들 늦으니 최대한 기분을 안 건드리는 쪽으로 가자.
“배가 부르면 남겼다가 나중에 먹으면 되잖아? 널 위해 가져온 거니 마음껏 먹어.”
“그래, 뭣하면 내가 떠먹여 줘? 자, 앙~♪”
애플파이 한 조각을 들어 나한테 먹이려는 니나를 보니 화가 난다. 내 말귀를 못 알아듣나? 아, 이런 멍청한 년들……. 어쩔 수 없지.
“니나님의 호의,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저는……그. 제 아내들한테도 이걸 좀 나눠주셨으면 해서…….”
“응? 무슨 소리야? 그냥 밥만 축내는 저런 년들한테 이런 건 필요없잖아?”
당장 박치기로 그 헤실거리는 면상을 박살내고 싶다! 미칠 거 같았다. 머리가 멍청하면 손발이 고생이라지만, 이건 정도가 심하지 않은가? 납치한 사람에 대해 최소한의 대우는 해줘야 하는 거 아냐!? 정말 울고 싶은 기분이다…….
“그, 전……제 아내들과 함께 맛있는 걸 먹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그치마안~! 저년들, 하는 일도 없잖아? 세린은 이제부터 우리를 위해 그 약(藥)을 만드느라 고생해야 하겠지만, 쟤들은 그저 멀뚱멀뚱 쳐다만 볼 건데? 그런 년들한테 이런 걸 주다니, 옳지 않다구.”
뭐가 옳지 안다는 거냐, 개년아!? 어처구니없는 그 발언에 안나는 니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기뻐했다.
“후후, 우리 니나. 정말 머리가 좋구나. 맞는 말이야. 노력하지 않는 자, 먹어서도 안 되지. 이 세상은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먹을 걸 가져다주는……그런 달콤한 세상이 아니란다. 우리 딸, 엄마를 닮아 정말 총명하구나! 기쁘단다…….”
다시금 살의(殺意)가 끓어오른다. 총명? 멍청하다는 소리를 잘못한 거겠지. 기껏 빵이 두 개로 늘어났었는데 다시금 줄어버리다니……그런 와중에 나 혼자 이 파이를 다 처먹으라고? 그거야말로 할 수 없는 짓이었다.
“부탁드립니다. 아내들은 아기를 임신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영양분이 필요합니다.”
아기를 임신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예전에도 했다. 혜린은 이제 조금만 있으면 임신 4개월 차에 들어간다. 부풀어 오르는 그녀의 배를 보던 안나는 파이를 네 조각으로 나누었다.
“세린이 간곡히 부탁하니 특별히 주는 거다. 감사하며 먹으라고.”
“고, 고맙습니다…….”
혜린 또한 저렇게 존댓말로 감사를 표하는 건 정말 싫겠지. 하지만 어쩌겠어……아기를 위해서는 먹어야만 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안나는 갑자기 발을 들었다. 무, 무슨 짓이야……!?
“윽, 아앗!”
안나는 혜린의 배를 조금씩이지만 누르고 있었다! 이런 씨발 미친년을 보았나!? 아기를 발로 짓누르려 하다니!?
“그, 그만두세요! 안나님! 제발 부탁입니다!”
“하, 읏! 아기가! 내 소중한 아기가!”
어떻게든 방어를 하려 해도 수갑 때문에 손을 쓸 수 없었다.
“흥! 이런 애새끼, 뒈져버리면 세린도 편하지? 응?”
이런 미친? 어떻게 사람으로서 저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최대한 소리를 높여 부탁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아기만은! 제 소중한 아내와 아기한테만은 손을 대지 말아주세요! 제가 최선을 다해 약을 만들겠습니다! 안나님과 니나님이 더 부유한 곳에서 살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그러니 아이만큼은……!!”
내가 만들 약과 함께 얻을 부유한 미래. 그걸 말하자 안나의 발길질이 멈췄다. 눈물이 난다.
“효, 혜린아……윽!”
안나는 혜린이 걱정되어 오던 나를 힘껏 발로 찼다. 나한테 주어진 빵은 먼지투성이가 된 채 나뒹굴었고 물은 바닥에 쏟아져 그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괜찮아……이런 건 아무래도 좋아! 혜린아! 혜린이랑 아기는?
“건방진 놈. 너그럽게 봐주었더니 주제 높은 줄을 모르네? 한 번만 더 그 따위로 말해봐. 흥정하듯 말하는 그 혀뿌리를 뽑아줄 테니까!!”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두 번 다시 기분을 거스르지 않도록 시정하겠습니다! 부디 용서를! 용서를 바랍니다……!!”
눈물까지 흘리며 용서를 빌자 그녀의 숨소리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내가 우는 건 연기가 아니라 진심이었다. 혜린이의 소중한 아기……나와 그녀의 사랑의 결정체가 고작 저 따위 천박한 도둑년한테 살해당하지 않았을까 걱정하니 절로 눈물이 나왔다.
“특별히 용서해주지……. 하지만 점심을 먹고 얼마 안 지나서 바로 약을 만들 거니까 알아서 처신하도록.”
“고,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그럼, 잊지 않고말고. 잊을 수가 있겠냐? 너희한테도 이것과 마찬가지로 짜릿한 경험을 하게 만들어주지……!!
타오르는 복수심을 억누르며 겨우 혜린이의 곁으로 갔다. 로라와 메이 또한 혜린을 감싼 채 걱정하고 있었다.
“아기는!? 아기는 괜찮아?”
“으, 응……후후, 사랑하는 남편님의 아기인데……지켜야지.”
배를 문질러주고 싶었지만 우리 중 손이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토록 무력함을 느끼게 될 줄이야!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그녀의 배에 비비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런 표정 짓지 마……. 내 배에 키스해줄래? 아빠의 사랑을 듬뿍 전해줘야 건강해지지.”
“으응. 쯉…….”
가볍게 키스하자 혜린이가 ‘하앙……’이라며 신음했다. 다행이다……. 무사해. 하혈(下血)의 흔적은 없어.
기분을 거스르기 전에 빨리 식사를 마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심기가 불편한 그녀들의 감시 아래서 하는 식사는 참으로 기분이 더러웠지만……신기하게도 내 정신은 더욱 맑아진다. 사람이 화가 머리끝까지 나면 오히려 냉정해진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인가 보다.
“자, 세린. 맛있는 식사도 했으니 밥값을 해야지? 난 지금 기분이 매우 안 좋으니 알아서 하라고.”
“맞아! 기껏 생각해줬더니 우리 기분을 상하게 하다니, 바보 아냐?”
“죄송합니다. 앞으로 그러한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안나님과 니나님의 넓으신 아량, 감사드립니다.”
이게 내 입인가 싶을 정도로 겸손한 말이 마구 튀어나온다. 마치 감정(感情)은 배제한 채 오로지 목적만을 이루기 위해 움직이는 기계 같았다. 그게 내 입이라는 것 또한 놀라웠다.
“그래. 그럼 빨리 약(藥)을 만들어줄래? 언제까지고 우릴 기다리게 만들면 재미없는 거 알지?”
“그럴 생각입니다만……그걸 위해서는 필요한 게 있습니다.”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은 후 탈출을 위한 히든 카드 중 하나를 제시한다.
“제가 마법을 쓸 수 있어야만 합니다.”
“왜?”
척 봐도 내가 마법을 쓸 수 있게 되는 걸 경계하는 눈치다. 그럴 줄 알았다.
“아, 나쁜 뜻은 전혀 없습니다. 부끄럽습니다만……전 제 아내들한테 보호 받으며 이 자멘까지 왔습니다. 전투력으로 따지자면 니나님과의 팔씨름에서도 질 정도니 말이죠.”
사실이다. 몇 번이고 말한다만 난 평범한 사람이다. 성인 남자가 괴물을 잡고도 남을 여자랑 싸워서 이길 거 같냐? 난 그런 먼치킨이 아니라니까. 그 때문에 이렇게 된 거지만, 이렇게 된 이상. 절대 그녀들을 봐줄 생각은 없다.
사람은 해도 되는 일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이 빌어먹을 병신 모녀는 그 선을 이미 넘어도 한참 전에 넘었다. 나뿐만 아니라 내 소중한 아내. 심지어 아내들이 품은 아기한테까지 손을 댔다. 용서할 줄 아냐?
“게다가……아시다시피 제 아내들의 목숨은 안나님과 니나님께 달려 있습니다.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제가 목숨을 담보로 한 도박 따위는 결코 하지 않을 거란 걸 잘 아시시라 믿습니다.”
이렇게 비굴하다 못해 자기 전투력부터 시작해 약점까지 전부 말하니 모녀는 매우 흡족한 듯했다. 그야말로 ‘저는 당신들과 싸울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 증거로……제 약점은 바로 가족입니다!’라고 선언한 것이나 진배없으니까.
“제가 그 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좆물이 필요합니다만, 좆물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마법을 발동시킴으로써 약(藥)이 만들어집니다. 그 약을 두 분께 바칠 생각입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돈을 뿜어내는 돈(金)나무나 다름없는 약. 포션을 만들 수 있는 건 바로 나다.
마법을 쓰는 것 자체가 별로 흔쾌한 일은 아니지만 마법을 못 쓰면 약도 만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절대적으로 내 마법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그녀들은 결국 OK 콜을 냈다.
수갑에 대고 뭐라고 중얼거리자 딸깍 거리는 소리를 내며 손은 자유로워졌다. 손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게 이토록 상쾌한 일일 줄이야! 내가 두 손을 보며 반가워하고 있자 초조한 듯이 나를 닦달했다.
“그래, 마법을 쓸 수 있게 해줬으니……얼른 만들어주실까?”
“물론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니나님. 도와주시겠습니까?”
“에에? 니나, 그런 거 귀찮은데?”
“니나! 얼른 세린이 하라는 대로 해!”
귀찮은 걸 대놓고 말하는 니나를 윽박지른다. 역시 이 모녀(母女)……겉보기에는 화목할지 몰라도 단결력은 영 아니올시다군.
서로 보지를 맞추며 쾌감을 나누는 사이지만 어디까지나 자기 목적. 즉……쾌락이나 돈이라는 목적이 부합됐을 때만 사이가 좋은 거다. 모녀의 사이로 치자면 로라와 메이가 훨씬. 아니, 비교도 못할 정도로 사이가 좋은 거다.
니나가 투덜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오랜만에 서서 여자를 바라보는군. 니나의 머리를 쓰다듬자 니나는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죄송합니다. 너무 매력적인 니나님을 이렇게 배알(拜謁)하게 되니 절로 손이 움직이네요. 이거 보세요……제 자지도 니나님을 반가워하고 있어요.”
꼿꼿하게 선 자지를 보자 니나는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역시 암캐는 암캐. 자지의 매력에서 벗어날 수는 없군. 자, 이제 다시 반격에 나서볼까?
“남성의 자지를 빨기 전에는 키스를 해야 합니다. 잘 부탁한다는 의미죠. 게다가 니나님 같이 귀여운 분의 키스를 다시 받는다고 생각하니……불끈거리네요.”
현실 세상에서 말했다간 바로 성희롱감이지만, 이 세상은 다르다. 게다가……이 니나라는 년은 아마 최고의 병신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멍청했고. 그녀가 홍조를 띤 얼굴로 자지에 키스한 순간, 익숙한 메시지가 떴다.
[‘자지의 맹세’가 발동했습니다. 스테이터스 파티에 ‘니나’가 추가되었습니다.]
성공이다! 하마터면 소리 높여 외칠 뻔한 걸 꾹 참아야 했다. 후후, 정말이지……멍청하기 짝이 없군. 자지의 맹세는 이미 발동시켜놓았다.
당연하지만 바로 눈앞에 엄마인 안나가 있으니 인격을 교체하지는 않았다. 뭐……너희는 인격 교체라는 뜨뜻미지근한 방법으로 괴롭힐 생각은 추호도 없다.
“으음……아물……흐읍…….”
입 안에 들어간 자지를 혀로 자극하는 스킬 하나만큼은 일품(一品)이군. 나름대로 그녀의 쓸 만한 점을 마음속으로 칭찬하며 더욱 그녀를 쓰다듬었다.
“후후……니나님의 따스한 입 안. 정말 편하네요. 아기 씨앗을 듬뿍 드리고 싶을 정도에요.”
“푸핫……히히, 그렇지? 나처럼 고귀한 여자한테 이런 서비스까지 받다니……최고지?”
“니나! 얼른 하도록 해요!”
“아, 응……알겠다니까. 정말이지……하물…….”
조금 시무룩한 얼굴로 다시 자지를 입에 물었다. 멍청한 엄마 때문에 우리 서로 고생이 많구나. 뭐, 이제 곧 그 엄마랑 내 똘똘이에 매달린 채 개처럼 애걸복걸하게 만들어주마.
엄마한테 한 소리 들은 게 화가 났던 걸까? 그녀는 아까 전보다 강하게 내 물건을 빨았다. 예전에 배웠지만 처음으로 쓰는 마법이군. 하지만 그 전에…….
“으읍!? 읍? 흐보웹!?”
뭔가를 말하려는 그녀의 뒤통수를 잡고 강하게 내 쪽으로 끌어안았다. 성대까지 좆이 닿는 느낌……아아, 짜릿하다! 그녀의 성대가 내 좆을 거부하지만 이런 상태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지! 그야말로 살아있는 입보지! 나만의 오나홀!
“읍! 으읍! 읍!”
“깨물면 안 됩니다……니나님, 고귀하신 분이니 이 정도는 참겠죠?”
당장이라도 공기를 마시고 싶다는 일념(一念)은 ‘고귀하다’라는 말에 파괴된 채 그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머리끄덩이를 잡고 지금까지의 울분을 조금이라도 풀겠다는 양 힘을 더욱 준다. 싼다……싼다! 그 ‘마법’을 발동시켰다!
“지금……끅!”
“아, 윽! 부궤에엑!”
마시고 싶었던 공기를 마시지만 끈적한 좆물은 뚝뚝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보통이라면 물처럼 퍼지기 마련이지만 내가 발동한 마법으로 인해 정액은 조금씩 모이더니 하나의 캡슐로 변했다. 마치 알약 같은 캡슐로 변하자 난 그걸 들고 확인한다.
[좆물 캡슐 / 소비 MP 50 / Active]
- MP 50을 소모하여 발동. 발동 시 사정(射精)하는 좆물이 쌓여 하나의 캡슐이 된다. 캡슐을 통해 여성 캐릭터의 HP / MP를 회복할 수 있으며, 사용한 여성 캐릭터는 ‘임신’ 상태가 된다. 플레이어는 회복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캡슐을 사용해도 효과는 없다. 마찬가지로, 이미 ‘임신’ 상태의 여성 캐릭터한테는 회복 효과만 적용된다.
아주 예전에 배웠지만 지금에서야 이걸 쓰게 될 줄이야……. 이걸 쓰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매일 영양 만점의 아기 씨앗을 그녀들한테 뿌려주느라 죽을 맛인데 이거까지 만드냐?
분신술을 써서 만드는 방법도 있었다만 내 아내들은 워낙에 정액을 좋아했기에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았었다. 쾌락으로 인해 마법을 잊어버리다니. 나도 반성해야겠군.
“그, 그게……이리줘!”
기침을 하며 콜록거리는 니나한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안나는 캡슐을 가로채갔다. 그래, 얼마든지 봐라. 비싸게 팔라고……. 나를. 우리를 위해서 말이지…….
“하, 하하……이걸 먹으면……정말로? 정말로 체력과 마법이 회복이 돼?”
“물론입니다. 송구스럽지만 안나님도 해주셔야겠습니다. 만들 수 있을 때 빨리 만드는 게 좋을 거 같아서요.”
그녀는 알약을 소중하게 주머니에 넣은 후 내 앞으로 왔다. 콜록거리는 딸을 걱정조차 안 하다니……정말이지. 이 모녀는 최악이다.
“적당히 하렴, 니나! 정말이지……너란 아이는!”
“그, 그치만 엄마……! 저 새끼가 내 머리를 잡고 멋대로 하는데…….”
화를 낼 상대는 내가 아니라 세린 아니냐는 식으로 말하자 안나는 다시금 노성(怒聲)을 질렀다.
“그런 것도 못 견뎌서야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어? 너란 아이는 정말이지……내가 너를 낳아줬으니 엄마를 위해 그것조차 견딜 수 없다니! 어떻게 생겨먹은 애람……!”
로라와 메이의 눈빛이 변했다. 혜린도 ‘……너무해’라고 중얼거렸다. 다행스럽게도 그 중얼거림은 화가 난 안나한테는 들리지 않은 것 같았다.
저건 마치……예전의 로라. 메이와의 사이가 나빴을 때의 로라와 매우 비슷했다. 하나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이 모녀는 결코 로라와 메이처럼 변할 수 없다는 것 정도.
안나와 니나는 아마 절대 로라와 메이 같은 관계가 될 수 없을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며 안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혀를 낼름거리며 그녀는 웃었다.
“아아……세린. 미안해. 딸 때문에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지? 후후……내 입보지로 가게 해줄 테니까……앞으로 이런 약을 많이 만들어줘? 응?”
윙크까지 하며 애교를 떠는 그 모습을 보니 이젠 동정을 넘어 연민까지 느낀다. 이런 년들한테 잡혀 우리가 그 수모를 겪었다니.
치욕스럽다 못해 역겨워지려고 한다. 하지만 일은 이미 일어나버린 것.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듯이, 너희의 죄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
귀두에 묻은 좆물을 가볍게 청소한 그녀는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내 자지에 입맞춤을 선사했다.
[‘자지의 맹세’가 발동했습니다. 스테이터스 파티에 ‘안나’가 추가되었습니다.]
너무 어이가 없군. 처음에는 마법을 쓸 수 있게 되어서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니나가 ‘자지의 맹세’에 의해 파티에 추가된 것도 매우 기뻤지. 하지만 안나가 니나를 다그치면서부터 상황은 매우 짜증스러웠다. 로라와 메이가 겪었던 안타까운 경험을 다시금 이렇게 보게 될 줄이야.
“으읍! 쁘릅! 뿌핫! 후후, 어때? 내 입보지, 기분 좋지? 응?”
무리하면서까지 아양을 떠는 그녀를 보니……하아. 한숨이 절로 나오는군. 즐거웠던 게임이 단숨에 재미없는 게임으로 변하는 느낌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즐겨볼까. 어찌 됐든 펠라치오는 펠라치오니까. 난 웃으며 말했다.
“안나님……굉장히 아름다우세요. 이렇게 안나님을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니……정말 최고인데요.”
원래라면 그녀는 이 상황에 저항했었어야 했다. 고귀한 자신이 나 같은 천한 것한테서 시선을 받는 위치였으니까. 그렇지만 좆물캡슐로 돈을 벌 것을 생각해서일까? 그녀는 그런 기본적인 것조차 아무래도 좋은 듯했다.
“으음, 쪽! 쯉! 헤헤……세린, 돈 많이 줄 거지? 저 캡슐로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줄 거지?”
“물론이에요. 니나님도 그랬지만 안나님의 입에 제 자짓물을 듬뿍 쏴도 괜찮겠죠?”
“물론이지……으읍……쮸릅! 흐읍!”
볼이 홀쭉해질 정도로 정성스럽게 내 물건을 빠는 그녀를 보니 우스웠다. 입장이 역전된 걸 알기는커녕, 고귀하다며 자기 자신을 치장하기에 바빴던 그녀가 스스로 이렇게 봉사하고 있다니. 그녀의 뒤통수를 잡자 ‘헤, 헤헤……오는 거야? 응?’이라며 기뻐하기까지 했다.
“후우……안나! 사랑해! 으읏!”
이젠 반말이 나왔다. 상관없다. 그녀는 침을 질질 흘리면서도 내 생식기를 빨고 있었다. 그 탐욕스러움은 지금까지 만났던 여성들 중 최고로 꼴불견이었으며……동시에 아름다웠다.
“읍! 우, 욱! 웨엑!”
뜨거운 토사물이 올라왔지만 상관없다. 이미 위액과 섞여버린 토사물과 내 자지가 스칠 때마다 뜨거움과 역겨움이 느껴졌다만……괴로운 건 그녀일 테니까.
눈물까지 흘리면서도 그 탐욕스런 입으로 내 물건을 빨고 있다는 건 어지간히도 돈을 벌고 싶었다는 거겠지.
입에서 방출된 좆물은 토사물과 함께 쏟아졌다. 조금씩 고체가 되던 정액은 이윽고 캡슐이 됐고, 토사물로 범벅이 된 캡슐을 소중히 주머니에 넣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고귀함’ 따위는 눈을 씻어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 볼 것도 없군. 난 곧바로 그녀들한테 수동 명령을 내렸다.
“내 아내들한테 걸어놓은 수갑을 풀어라.”
자지의 맹세를 통해 수동적으로 명령을 내리는 건 귀찮다만, 그 명령이 구체적이라면 그걸 수행하기 위해 충실하게 행동한다. 명령형이었지만 모녀는 얼굴조차 찡그리지 못한 채 로라와 메이의 수갑을 풀었다. 혜린의 것 또한 풀리자 모두 내 곁에 와 날 껴안았다.
“세린! 고마워요!”
“하하, 고맙기는요. 아내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는데요 뭘.”
“아빠, 정말 고마워! 흑흑……! 나, 두 번 다시 아빠를 못 안게 될 거 같아서 너무 무서웠어!”
“하하, 말했잖아. 믿어보라고. 아빠 말 듣길 잘 했지?”
혜린이는 배를 문지르며 다가왔다.
“배는 괜찮아?”
“으응. 괜찮아. 그나저나……너도 참 대단하네. 저걸 내가 당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
“후후……그러고 보니 그랬지. 오랜만에 혜린이의 가짜 인격도 꺼내고 싶네.”
“으읏……그럼 가만 안 둘 거야…….”
조금 주눅이 든 혜린이한테 가볍게 키스를 했다. 두 명은 예전의 혜린처럼 의식은 있지만 명령에 따라야 하는 상태다.
“읏……모, 몸이 말을 안 따라……너 이 새끼……대체 무슨……!?”
“엄마, 이상해! 몸이……몸이 말을 안 들어……!!”
두 쓰레기는 날 원망하면서도 어찌할 바를 모르는 거 같았다. 당장이라도 이년들을 패고 싶었지만 아직 아니다. 윈도우를 조작해 빼앗긴 옷을 다시 원래 주인한테……내 아내들한테 돌려줬다. 입고 있지 않았던 혜린이의 옷 또한 그녀가 소지하고 있었던 거 같다.
자동으로 옷이 돌아오자 로라와 메이는 울음을 터뜨리며 다시 날 껴안았다. 혜린이도 ‘고마워……정말 고마워……’라며 날 껴안는다. 아아, 그래. 예쁜 내 아내들. 역시 그녀들한테는 이런 예쁜 옷이 어울린다.
그녀들한테 입맞춤을 하며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잠시. 이제 이 빌어먹을 년들한테 고통을 줄 시간이다.
“자……안나, 니나. 명령을 내려주마.”
“씨, 발놈아! 이거 풀어……! 몸이! 몸이 말을 안 들어! 하악! 아악!”
“엄마! 마마! 이상해! 왜 이래? 세린, 풀어! 풀어줘어엇!”
……저기, 내 말 좀 듣지? 니들 지금 존나 큰일 난 거 알기는 하니?
이 와중에도 상황파악을 못하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후자(後者)겠지만 전자(前者)에도 손을 들어주고 싶다. 이 정도로 멍청한 것도 재주다.
“몸이 마음대로 안 움직이지? 간단해. 너희는 이제 내 말만 듣는 노예거든.”
“……뭐?”
두 명은 짜기라도 했는지 동시에 그 말을 뱉으며 움직임을 멈췄다. 움직인들 헛수고다만, 절대 듣고 싶지 않은 말. 인정할 수 없는 현실을 들은 그녀들의 표정과 반응은 이때만큼은 모녀같다고 느낄 정도였다.
난 지금까지 받은 모욕과 울분을 풀걸 생각하며 즐겁게 말했다.
“어서 와. 노예생활은 처음이지?”
============================ 작품 후기 ============================
1월의 마지막입니다. 일어나보니 많은 분들께서 쿠폰을 주셨더군요. 놀라우면서도 기뻐서 '내가 혹시 잘못 본 게 아닌가?'하며 몇 번이고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쿠폰을 보내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도 노력하는 자세를 잃지 않도록 행동하겠습니다.
벌써 한 해의 첫 번째 달이 지나가네요. 설 연휴에 제사 등, 여러 가지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지나가서 그런지 속이 시원합니다. 얼른 취업을 해야 저도 여러 가지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아직 취업하지 못하신 독자분들한테도 좋은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취업은 해야 하는데 아직 2월. 3월부터 대기업 등이 뜨겠죠. 네? 대기업에 입사지원할 거냐고요? 제가 미쳤습니까? 거기에 들어갈 그릇도 아닐 뿐더러, 대기업에서 밥 먹듯이 하는 야근이나 초과근무는 줘도 안 합니다. 나라가 이 모양이고 열정페이가 당연시되는 환경인데 미쳤다고 이 한 몸 불살라 일하겠습니까?
여러분도 악덕기업이나 열정페이에는 아예 손을 대지 마세요. 진짜 꼭 일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은 그런 곳은 피합시다. 저희의 노력은 열정페이 당해도 싼 노력이 아니니까요.
소드 아트 온라인 극장판 전투씬이 좋았다는 인터넷의 평가를 보니 한 번 보기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리지널 스토리일 테니 나름 기대는 하겠지만……그래봤자 '스고이요 키리토쿤!'이겠죠. 철혈의 오펀스가 '얍빠 스게요오……미카와'로 일단락되고 마고열이 '사스가 오니사마!'로 통일되는 이 시대입니다. 주인공 뛰어난 거 졸~라리 띄어줘야 할 테니 '스고이요 키리토쿤!' 같은 대사가 한 번 이상은 꼭 나오겠죠.
아, 물론 키라토(키리토든 키라토든 간에 이젠 별로 중요하지가 않네요)의 훌륭한 활약을 보고 '뭐, 뭐라고!?'부터 시작해 '저 훌륭한 검솜씨! 설마……설마 저놈이 [흑의 검사]!?'같은 대사도 나올 겁니다. 해설역에 들러리, 오글거리는 미사여구까지. 그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웃음이 나오네요. 재미있어서 웃음이 나오는 게 아니라 너무 뻔히 보여서 웃는 겁니다.
극장판 예상도
1) 키리토와 친구들이 새 게임을 보며 '우와~데단해~'연발.
2) 그러다 나쁜 놈들이 게임 시스템을 이용해 나쁜 짓 벌임.
3) 왕년의 솜씨를 발휘하며 적들을 격파! 어여쁜 여캐들이 서비스씬까지 보여주며 싸우는 건 덤
4) 친구들과 함께 싸우다 극장판 보스 발견!
5) 밀린다 싶었지만 카야바 아키히코의 도움 혹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파워업!
6) 극장판 보스를 깨고 하하호호 다시 게임의 세계로!
……설마 이렇게 갈까 싶지만 어쩐지 그렇게 될 거 같기도 합니다. 극장판이란 개념이 원래 저런 거니까요. 부디 저렇게까지 단순한 플롯은 아니길 바랍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네요. 여러분도 늘 건강 챙기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