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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렘어드벤처–당신의 아기를 낳고 싶어-38화 (38/235)

00038 「4-7 : 여행길(7)」 =========================

을씨년스러운 밤에 자기 방에 누군가 온다면 무섭다. 귀신은 싫지만 사람은 더욱 싫어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귀신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귀신이라는 영적(靈的) 존재의 유무가 사실인지 환각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귀신이라는 게 진짜 있냐 없냐도 모르는데 그거 때문에 사람이 죽을 수 있냐는 소리다. 개인차(個人差)는 있겠다만.

하지만 사람은 다르다. 사람은 귀신과 달리 물리적이며 그 힘을 사용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오죽하면 ‘전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워요’라는 말을 할까. 나도 그랬다. 귀신은 무섭지만 지금까지 본 적이 없으니 일종의 ‘있긴 한데 안 보이고, 해를 끼치지도 않는 존재’로 인식했다.

하지만 사람은? 당장 주변을 둘러보면 살인, 강간, 방화, 범죄를 저지르는 모든 존재는 사람이었다. 동물이나 귀신이 범죄를 저지르겠냐?

이 ‘하렘 어드벤처’라는 세상에서 귀신은 모르겠다만 괴물은 있었다. 그 괴물 또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목숨을 가지고 노는 좆같은 개새끼였기에 죽여야만 했지. 어찌 됐든 형태를 가지고 있고 사람한테 해를 끼칠 수 있는 건 다 무섭고 싫었다. 지금이야 마법이나 총을 쓸 수 있으니 쏴죽일 수 있다만……그래도 싫은 건 싫다고.

그런 공포 가운데, 독의 영향을 받은 미카가 이 오밤중에 날 찾아오다니. 솔직히 좀 쫄았다. 그녀는 이 와중에도 은빛 비키니 아머를 입고 있었다. 찢긴 망토를 쓸 수도 없거니와 이런 실내에서 쓸 이유도 없었기에 아머만을 입은 상태였다. 밤이라서 그런지 하얀 피부가 더욱 눈부시다.

“들어가도 괜찮을까.”

“어, 예.”

문을 닫는 소리와 걸어오는 소리. 테이블 주변에 있던 의자를 가져다 앉은 걸 보니 뭔가 할 말이 있는 걸까. 솔직히 이렇게 당당한 여자랑 상대하는 건 어렵다. 혜린이야 원래 그랬고, 진실된 자지의 맹세 이후로 사랑을 나누고 있으니 상관없지. 로라야 원래 나긋나긋했고. 이런 시원시원한 성격의 여자는 현실에서도 만나기 어려웠으니까.

“몸은……괜찮냐?”

“아마도 괜찮은 거 같은데요.”

이거 뭐 병신도 아니고. 내가 말하고도 웃겼다. 이건 고1 교과서에 나오는 ‘기분이 매우 좋은 거 같습니다’랑 같다. 기분이 좋으면 좋고 아니면 아닌 거지, 좋은 거 같은 건 또 뭐니?

헌데 좀 생각해보니 영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독에 중독된 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내 몸 상태를 잘 알 리가 없잖아. 하하, 웃기네. 틀린 건 아닌데 아주 맞는 것도 아니니까.

“미카 씨는 괜찮아요?”

“……‘씨’는 안 붙여도 된다니까. 게다가 너, 내 이름 불렀었잖아.”

아, 맞다. ‘씨’ 같은 거 안 붙여도 된다고 했지. 그건 긴장해서 그랬다 치더라도……미카의 이름을? 내가?

“괴물을 쳐죽일 때 불렀잖아. 게다가……당장 피가 흘러서 죽을 거 같은 놈이 내 걱정도 했다며?”

아, 그래. 그랬지. 괴물 때문에 흥분도 했었고, 피가 흘러서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에 독까지 몸에 들어갔으니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났다. 이거든 저거든 간에 전부 괴물이 얽혀 있군.

아아, 존나 빡친다. 역시 그놈들은 이 세상에 필요 없는 개새끼들이다. 전부 죽여도 모자랄 판에 그놈들한테 공격 & 독까지 받다니. 참으로 짜증이 솟아오른다.

“왜……몸을 던진 거야?”

“네?”

내가 ‘어떻게 하면 괴물을 좀 더 뷰티풀하게, 엘레강트하게 죽일 수 있을까?’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도중에 들려온 질문. 몸을 던져? 아, 다이빙 말이군.

“그……피를 흘리고 상처가 있었다는 건 독에 중독됐다는 거잖아.”

“그렇네요.”

나도 참 신기하다. 내가 왜 그랬을까. 애초에, 얌전히 자동사격 모드가 된 총한테 쏴죽이라고 명령만 해도 될 텐데. 뭐 때문에 총을 들고 칼춤을 쳤는지 참으로 알 수가 없었다. 젊은 날의 과오? 혈기? 뭐 그런 거 때문이겠지.

“근데 왜 몸을 날려 날 구한 거야? 까놓고 말해서……난 너랑 아무 관계없잖아.”

할 말 없네. 하지만 난 몸을 던졌다. 그곳에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행동을 하게끔 만들었다.

“어……그. 싫었거든요.”

뭐가 싫은지 주어나 목적어 정도는 붙이자, 신세린. 내가 내 나름대로의 이유를 설명하자 그녀는 내 눈을 똑바로 본다. 으음, 가슴으로 눈이 가는 건 좀 봐달라고……. 안 그래도 어젯밤에 즐길 생각이었는데 괴물 때문에 이 지경이 된 거니까.

“어……로라도 경비대장인 건 아시죠?”

“당연하지. 지금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로라도 나와 같은 경비대장이야. 그게 왜?”

“그……로라도 마을을 지키느라 엄청 힘들었었거든요.”

성벽이 있지만 프레그넌트는 부카케에 비해 치안이나 방어적인 요소가 꽤나 높았다. 내부의 문제보다는 외부의 적이 가장 큰 문제이자 골칫거리였다. 함부로 병력을 동원해 숲의 괴물을 소탕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그걸 어떻게든 해결한 게 나와 혜린이었다. 당시 혜린은 가짜 인격을 쓰고 있었지만 전투에서는 훌륭한 성과를 내줬다.

“마을을 지키는 것도 그랬지만 개인 사정도 있어서 로라는 꽤나 힘들어했어요. 지금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어서 저랑 같이 여행을 떠나게 됐지만……마을을 지킨다는 건. 경비대장이라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직책이잖아요. 책임감도 장난이 아니고.”

로라와 공통되는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탓일까? 미카의 눈은 상당히 부드러워진 상태였다. 아마 피곤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다만……좋은 쪽으로 생각하자.

“여기 와서 바로 저와 혜린을 검문하셨던 거, 기억하시죠? 그 정도로 이곳에서는 외부인이나 사건에 대해 민감한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마을을 지키기 위한 기둥부터 시작해 무기 등이 발달한 것도 모두 마을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죠.”

“……맞아. 어제 같은 상황은 거의 전례(前例)가 없었기에 당황스러웠지만, 그 정도로 괴물들은 이곳을 노리고 있어. 그렇다고 마을을 아예 옮겨버릴 수도 없기에 최대한 강화와 보수에 힘을 쓰고 있지.”

진지 보수 기간이 생각난다. 그때는 훈련은 아니었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지 보수를 위해 노가다나 뺑이를 치곤 했지. 군대 훈련이 설마 판타지 세상에서 날 도와주는 지식이 될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나도 못 했는데. 누누이 말한다만 그렇다고 군대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미카가 쓰러졌을 때, 기억나요? 괴물들한테 당해서 상처투성이에 중독까지 된 상황에서도 미카는 마을을 지키려 했어요. 로라도 그랬지만 사람이 너무 많은 것에 책임을 느끼게 되면 자기 자신을 돌볼 수 없게 돼요. 전, 어……뭐라고 해야 하죠? 그런 게 싫었어요. 마을을 생각하는 건 좋지만 너무 그것만 생각하게 되어서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것도. 그리고 로라의 친구인 미카가 죽는 것도. 다 싫었어요.”

“그게 몸을 던질 이유는 안 되잖아.”

“이유가 안 된다고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법이 있어요? 그냥 하고 싶어서 한 거죠. 그 빌어먹을 괴물 새끼들이 로라의 친구이자 이 마을을 지키려는 로라를 죽이려고 드는데, 그걸 멀찍이서 보고만 있으라구요? 그건 괴물 이하의 개새끼에요. 전……딱히 정의감 넘치는 그런 놈은 아니지만 그렇게 비겁하게 살긴 싫어요.”

비겁한 놈 맞아. 너는. 현실 세상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모든 걸 원망하고 저주만 했던 새끼가, 새로운 세상 왔다고 강간을 저지르고 힘을 즐기다니. 넌 구제할 길이 없는 병신 쪼다야.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나도 알고 인정하고 있다. 근데 뭐? 한 번 병신이면 평생 병신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 적어도 이 세상에 온 후부터 나는 나 자신한테 솔직했다. 최선을 다했다.

이유가 있어 혜린을 범했다만, 적어도 아무 이유 없이 남을 괴롭히거나 죽이는 일은 아예 안 했다. 난 이 세상이 좋았고, 내 감정에 솔직해진 나 자신도 사랑했으니까.

“친구의 친구이기도 하고. 이 마을을 지키려고 누구보다 노력하려고 했고. 목숨보다 이 마을의 모두를 지키려고 했던 미카를 보니까 좀, 부끄럽기도 했거든요. 제 자신이.”

“니가?”

내 말에 미카는 처음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기분이 나빠서 그랬다기보다는 내가 하는 말을 못 알아먹어서 그런 것일 거다. 아마.

“제가 쓰는 무기는 제 것이긴 하지만……솔직히 제가 원해서 가진 게 아니거든요. 어쩌다보니 가지게 된 거고, 이왕 가진 거 잘 쓰자 싶어서 쓰는 거예요. 노력해서 얻은 힘도 아닌데 전 제 목적만을 위해 싸웠거든요. 근데 미카는 반대잖아요. 노력해서 경비대장이 된 거고, 그 힘으로 여기 사람들을 지키려 한 거잖아요.”

로라도 어찌 보면 이 카테고리에 포함된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 그토록 노력했고, 그런 노력을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힘들고 무거웠기에 잘못된 방향으로 메이한테 모질게 굴었었지. 뭐, 지금은 서로의 보지를 비벼대는 친한 사이가 됐다만……. 그건 그거대로 문제가 아닐까 싶다. 사이가 좋으니 됐다 치자.

“노력해서 얻은 힘도 아닌 걸로 자기 목적만 달성시키려는 저. 그리고 노력해서 얻은 힘으로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는 미카. 어딜 보더라도 미카 쪽이 더 훌륭하고 좋잖아요. 그런 제가 힘겹게 괴물들을 막아내는 미카를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하다니. 그건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니가 죽을 위기에 처한다 치더라도?”

“목숨은 아깝지만, 그래도 실천하고 싶네요.”

난 웃으며 대답했다. 솔직히 미카가 쓰러질 때 다이빙을 했던 시간. 누군가 ‘그때로 되돌아가도 예전처럼 행동할 거야? 목숨 걸고 아무런 상관없는 여자를 구하려고?’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 나도 사람인지라 ‘물론이지!’라고 대답할 수는 없다. 이봐, 거기. ‘이런 병신이 주인공이라니……’ 같은 눈빛으로 날 보지 마라. 난 노력했다.

‘몇 번이고 널 구하겠어’같은 띠거운 소리는 차마 못 하겠다. 실제로……내 능력으로 할 수 없는 걸 왜 하겠다고 말해야 하냐? 나도 내 목숨은 아까운데. 그렇다고 ‘히익! 싫어! 난 살고 싶어!’라며 찌질한 대사와 함께 도망가고 싶지도 않았다. 상황 보고 적절히 대처하겠다니. 이딴 놈을 남편이라며 즐거워하는 아내들한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럼……또 묻고 싶은데.”

“네. 제가 대답할 수 있는 거면 할게요.”

“……내가 매력적이야?”

아, 시팔! 하마터면 숨 막힐 뻔했잖아! 난 생각도 못한 질문에 어안이 벙벙했다. 뭐?

“……죄송한데, 질문을 잘 이해 못하겠습니다.”

“……내가, 로라나 혜린이라는 아내처럼 매력적인 여자로 보여?”

이 여자, 중독된 거 아직 덜 풀린 건가? 아니면 독 때문에 머리가 이상해진 건가? 생각해보니 이건 그럴듯했다. 나도 흥분 & 중독 때문에 미쳐 날뛰었는데 이 여자가 그러면 안 된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 애초에, 그건 자기가 원해서 하는 것도 아닌데.

“혜린이라는 자한테서 들었어. 넌……그, 매력 있는 여성을 좋아한다고. 날 구해준 게 목숨을 걱정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날 잃기 아까워서 그런 것도 있었을 거라 하더군.”

혜린아. 넌 대체 무슨 말을 지껄이며 다니는 거니? 한때는 내 목숨을 구해준 참한 여성이었는데 이젠 이상한 지식을 주입하는 여자로 평가가 내려갔다.

“내가 무기점 앞에서 너의 자지에 키스했을 때도 그걸 즐겼다고 하던데……정말로 난 그렇게 매력이 있는 건가 궁금하거든.”

아, 미치겠군 진짜. ‘자지의 맹세’에 대해서는 말을 당연히 안 했겠지만 당시 기분에 대해서는 꽤 맞아 떨어졌다. 날 죽이려고 칼을 든 여성한테 키스. 그것도 자지에 대고 하다니. 그런 걸 기분 째진다고 하지 않고 뭐라고 하겠는가? 덕분에 파티 인원으로도 추가가 됐으니까 금상첨화였지.

이런 질문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기에 난 굳어버렸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그녀한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부끄러움과 다급함이 내 머리를 더욱 굳게 만들었다.

“내가 매력적인 여성이라면 그……혜린이 말했어. 내가 몸으로 널 즐겁게 함으로써 이 빚을 갚을 수 있다고.”

내가 독이랑 상처 때문에 오늘 아내들과 잘 수 없다는 걸 모르는 건가? 하지만 혜린이 저렇게 말했다는 건……?

“……역시, 난 매력이 없는 건가.”

“아, 아닙니다! 엄청 예쁘고 귀엽습니다!”

갑자기 풀이 죽은 그녀를 보자니 안타깝기도 했고, 뭔가 나쁜 짓을 하는 느낌이었기에 당장 대답했다. 곧 밝은 표정으로 변한 그녀를 보니 정말 이게 그 시원털털한 미카인가 싶었다. 처음 봤을 때의 박력 넘치는 여성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자기한테 매력이란 게 있는가 없는가를 알고 싶어 하는……그런 귀여운 여성이 남아있었다.

“그, 그럼……내가 어떻게 널 즐겁게 할 수 있는 거지?”

“그건……어. 음…….”

미치겠군. ‘저와 음양합일(陰陽合一)의 조화를 이루면 됩니다’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지만 이 와중에도 내 몸은 그녀와의 운우지락(雲雨之樂)을 원하고 있었기에 하반신이 우뚝 선 상태였다.

“그, ‘자지’라는 걸……너와 함께 즐겁게 해주면 되는 거지?”

“어, 맞긴 한데요…….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어요.”

물론 그녀를 탐하고 싶었지만 완전히 나았는지 어떤지도 모를 여자를 강제로 범할 정도로 썩어빠진 놈은 아니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혜린이의 경우 내 통수를 치려는 계획이 있었기에 그랬지, 아무런 이유 없이 범한 건 아니었다.

“그럴 수는 없어. 내 목숨을 구해준 사람한테 제대로 된 사례나 감사조차 표할 수 없다면 경비대장 이전에 사람으로서 실격이니까. 아니면……내가 널 위해 노력하는 게 싫은 거야?”

“그건 절대 아닌데요.”

아아, 이 빌어먹을 본능! 씹어 먹을 성욕! 그건 그거대로 좋다고 엄지손가락 치켜들지 마라. 다 잘라버리고 싶어지니까!

그녀는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가슴을 폈다. 로라와 동급……아니, 조금 더 작을까. 그 가슴을 빤히 바라보니 그녀는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그, 난……로라처럼 아름답지 않으니까 그렇게 너무 빤하게 보지 말라고…….”

“어, 안 그래요. 굉장히 아름다운걸요.”

내 자지는 뻔뻔한 말을 지껄이게 만드는 마법에 걸린 걸까? 아니면 내 마음에 솔직해지도록 뇌에 전기신호를 보내고 있는 걸까? 내가 말해놓고도 참 맛이 갔다고밖에 볼 수 없는 말이었다만, 미카한테는 만족스러운 대답 같았다. 웃고 있었으니까.

“그, 그래……고마워. 그. 좀 그렇지? 안대를 하고 있으니까…….”

이전, 괴물 때문에 베였다는 왼쪽 눈에는 안대를 차고 있었다. 물론 로라나 메이를 포함해 정상적인 사람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 안대는 이질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밤이 되고 그녀와 함께 있어서일까? 전혀 이질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미카는 로라랑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아요. 아름답고, 강인해요. 귀엽구요. 로라는 제 아내고 실제로 아름답지만……미카는 미카만의 매력과 아름다움이 있으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이건 진담이다. 적절한 근육과 야성미(野性美)는 로라가 가지지 못한 요소였기에 오히려 흥분됐다. 이런 여성과 즐길 수 있다니. 꿈에서 느꼈던 궁금함과 불안함은 어느새 성욕에 박살난 지 오래였다. 진짜 본능에 충실한 놈이구만, 나도.

이렇게 된 이상 그녀를 내치자니 매력이 없다고 오해할 수도 있었고……그녀가 나와 함께 자기로 하니 하반신도 불끈거렸기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불을 끈 후 침대에 올라온 그녀의 몸은 달빛에 비치고 있었고,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나도 모르게 안아버렸다.

“흐익……?”

너무 귀여운 비명이잖아, 이 아가씨야. 등에서 느껴지는 파르르한 감촉. 떨고 있나?

“그, 괜찮냐……? 내 몸으로 널 기쁘게 해도……?”

“……괜찮아요. 미카는 정말 아름다우니까. 로라나 다른 사람과 비교해도 충분히 아름다우니, 더 이상 그런 말 안 해도 돼요.”

그 말을 듣고 안심했던 걸까? 더 이상 떨림은 없었다. 가볍게 입을 맞춘 후 바지를 벗었다. 우뚝 선 그것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그것도 혼자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그녀는 매우 기뻐보였다.

어떨 때는 수많은 괴물과 맞서 싸우는 강인한 여성. 하지만 어떨 때는 자기가 매력이 있나 없나를 고민하는 아가씨. 그런 귀여운 여성, 미카와 내가 이렇게 서로와 하나가 될 날이 올 줄이야. 인생사는 참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라니까.

이렇게 변한 건 내 인생뿐만이 아니었다. 성욕(性慾)이나 성벽(性癖) 부분에서도 상당한 변화……라기보다는, 솔직하게 됐다고 표현하는 편이 맞겠지.

“미카. 겨드랑이를 좀 들어볼래?”

“겨드랑이? 왜?”

겨드랑이의 털. 흔히 말하는 액모(腋毛)로 가득한 겨드랑이를 핥자 미카는 ‘꺅!’이라 소리 질렀다. 평소에 들을 수 없는 비명도 즐거웠고, 겨드랑이에 쌓인 특유의 짭짤함 또한 최고였다.

“뭐, 뭐하는 거야? 거긴 매일 검 휘두르나 땀 차는 곳이라 그……더럽단 말이야!”

“나한테는 귀엽고 아름다운 곳인데?”

내 대답에 그녀는 할 말이 없는 거 같았다. 그나저나……이 처자. 이상한 거 아닌가? 겨드랑이 보여주는 게 많이 부끄러운가? 지금까지 몸을 섞은 여성들 중에서는 상당히 특이한 축에 들어갔기에 물을 수밖에 없었다.

“겨드랑이에 땀이 많이 차?”

“어, 그……그래! 검 휘두르든 뭘 하든 간에 땀이 자주 차니까……. 병사들보다 땀이 더 많이 나는 체질이기도 하고…….”

한국의 유명한 가수 중 한 명인 싸이도 겨드랑이의 땀 때문에 인터넷 검색어에 오른 적이 있었지. 나야 상관없었다. 겨드랑이가 젖더라도 그건 본인의 선택이 아니라 체질이나 환경 때문이니까. 하물며 이토록 사랑스러운 여성의 겨드랑이에서 땀이 나다니.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난 다시 그녀의 겨드랑이를 핥았다. 핥을 때마다 부드러운 털이 혀를 자극했고, 짭짤한 맛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간다. 그녀는 자기 양손으로 팔꿈치를 잡은 채 들어 올리고 있었다. 부끄럽지만 날 기쁘게 한다는 사명감이 그녀를 강하게 만드는 거겠지. 후후, 좋아.

겨드랑이를 마음껏 탐닉(耽溺)한 나는 섹스 파티 이후로 더욱 짓궂어졌기에 다른 짓도 해보고 싶었다. 이왕이면 곤란해 하는 미카를 강인하게 만들어주고 싶기도 했고 말이다.

“미카. 안대도 좀 벗어보실래요?”

“이, 이건 안 돼……!!”

명백한 거부다. 하지만 미카. 넌 사람을 잘못 봤어. 난 사람들 앞에서 결혼식 초야를……그것도 대낮에 치른 놈이다. 말빨과 병신 같은 짓으로 치자면 날 이길 자는 이 세상에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 그런 놈한테서 도망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나? 후후, 내 세 치 혀로 홍콩을 가게 해주마!

이 말 안에는 정말 내 세 치 혀로 그녀를 기분 좋게 해준다는 뜻도 있었다. 쉽게 말해 말로 기쁘게 하고, 혀로 감각을 즐겁게 한다 이거지. 오오, 멋지다 신세린! 장하다 신세린! 혀 하나로 여성의 마음과 쾌락을 모두 책임진다니! 이토록 멋진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실 또한 만족스럽구나! 으하핫!

“미카는……절 기쁘게 만들어 주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으읏! 그, 그건……!”

후후, 자기가 말한 걸 지키지 못하다니. 경비대장 이전에 인간으로서 실격! 자아! 벗는 거다! 겨우 한 마디로 이토록 곤란해 하는 그녀를 보니 즐겁기도 했고, 나 자신이 인간으로서 이미 떨어져서는 안 되는 레벨까지 떨어졌다는 것 또한 느껴졌다.

근데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모두 육체적(肉體的)으로, 심적(心的)으로 즐거우면 그만 아니겠는가?

“미카의 예쁜 눈, 그렇게 덮어두자니 너무 아까워요. 저한테도 보여주셨으면 해요.”

“사, 상처 때문에 흉할 뿐이야……!! 게다가 이쪽은 눈조차 없다고…….”

괴물 때문에 베였을 뿐만 아니라 눈마저 잃어버린 건가. 그것 또한 그녀의 자신감을 없애고 자기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만드는 원인이라 생각됐다.

“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싸운 훈장이잖아요. 저한테는 보여주셔도 괜찮아요.”

“……휴, 흉하다고 욕할 텐데.”

조금 전과는 다른 약한 거부와 소극적 방어 자세. 후후, 피니시 블로를 날릴 차례다.

“사랑스러운 훈장인데, 흉할 리가 없잖아요?”

진짜 목 매달고 죽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대사다만, 섹스를 위해서는 뭐든 하겠다는 내 미친 집념 덕분일까. 다행스럽게도 아직 안 뒈진 채 살아있습니다. 우하하!

결국 미카는 ‘정말이지……별난 놈이야……’라며 안대를 벗었다. 베인 상처는 충분히 가릴 수 있었지만 눈을 뜨니 살로 가득한 육체가 보였다.

리얼리티를 추구한다지만 뻥 뚫린 육체가 아니라, 없어진 눈이 살(肉)로 대체된 걸 보니 이 세상의 의료 레벨이 의심된다. 난 그녀의 눈에 키스했다. 그녀는 움찔했지만 비명을 지르진 않았기에 더 기뻤다.

“이렇게 아름다운 눈을 볼 수 있다니. 전 분명 행운아일 거예요.”

“아, 아름답기는 뭐가……그, 대원들도 보면 눈을 돌릴 뿐이었다고…….”

축 늘어지는 걸 보니 정말 마음속으로 입은 상처가 심하긴 심한 거 같았다. 이렇게 된 이상, 철저하게 즐겨주마.

“그런가요……? 전 이렇게 매력적인 눈은 처음 보는 걸요? 봐요, 이렇게 기뻐하잖아요.”

일부러 힘을 주자 앞뒤로 조금씩 불끈대는 자지에 그녀는 ‘흐엣……!?’이라며 놀라한다. 이 아가씨, 어쩌면 아이나랑 비슷하게 허당 속성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난 실없는 생각이라 여기며 최대한 정중하게 물었다.

“레이디 미카(Lady Mika). 당신의 그 눈에 제 자지를 댈 수 있는 영광을 주시겠어요?”

“……무, 물론이야…….”

살밖에 없는 그녀의 왼쪽 눈에 내 자지가 닿자 그녀는 움찔거린다. 경비대장 클래스의 전투력을 가진 여자가 실제로는 이렇게 연약하기 짝이 없다니. 세상은 공평한 건지 불공평한 건지 모르겠네.

“조금 아플 텐데……괜찮나요?”

“으, 응. 상관없어……. 어차피 왼쪽 눈의 감각은 거의 없으니까. 손가락을 넣어도 거의 안 아팠어…….”

이건 좀 오싹하군. 다친 부분이 살덩어리로 수복됐기에 감각도 있는 걸까 싶었지만, 그건 아닌 거 같았다. 눈동자가 있어야 하는 부분조차 살점으로 찬 걸 보니 안타깝고 슬펐다.

이 세상의 의료 및 치료 레벨이 내가 살던 곳보다 낮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런 여성을 위해서 다친 부분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마법 혹은 아이템이 존재해도 이상할 것은 없을 텐데.

“고칠 방법은 없었나요?”

“고위 마법사라면 모를까……우리 같이 괴물과 잦은 전투를 벌이는 마을에서 그런 걸 기대하긴 어려웠으니까.”

프레그넌트의 사람들도 괴물을 쫒아버릴 수는 있지만, 상대하거나 죽이기는 어려운 수준의 마법 솜씨를 가졌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치료는 가능하지만 상처나 해독 레벨. 없어져버린 신체기관(身體器官)을 되돌릴 정도의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없었겠지.

“미, 미안……. 역시 이런 흉한 눈, 집어넣는 게……!”

“미카. 한 번만 더 흉하다고 하면 정말 화낼 거예요.”

내 진심이 담긴 목소리에 그녀는 얼어붙은 거 같았다.

“말했잖아요. 아름다운 눈이라고. 전 거짓말 안 해요. 당신의 눈은 형태는 이럴지 몰라도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고 희생한 결과에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아름다운 눈이라구요.”

미카의 한쪽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진담이다. 짓궂은 뜻에서 시작한 것이지만 이 마음은 진실된 거였다. 그녀의 왼쪽 눈두덩이에 키스를 하자 그녀는 날 꼭 안은 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정말 힘들었겠구나. 섹스도 좋았지만 우선은 울음보가 터진 귀여운 경비대장님을 달래야겠네.

그녀의 눈에 키스하며 그녀를 보듬어주고, 달래야 했지만 안타까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많은 눈물을 쏟고 아픔을 공유함으로써……미카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길 바랐다. 그게 내가 이 여성을 위해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행동일 테니까…….

============================ 작품 후기 ============================

월요일에 하나 남았던 메인 플러스 홍보 아이템을 간신히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500M를 소비해서 쓰는 작품별 홍보 아이템은 두 번 정도 써봤지만 메인 홍보는 이게 처음이네요. 부디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바랍니다.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약 빨고 후기를 쓰기가 어렵습니다.

정규직은 고사하고 계약직(괜찮은 곳)도 구하기 힘드네요. 취업 스트레스가 극심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만 다시금 깨달으니 위력작살입니다. 정신적으로 와르르 무너집니다. 후우……네? 그래도 독자들을 위해 약을 빠는 게 작가 아니냐고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할 수 없네요. 약을 하도 많이 빨았으니 육체에 남은 약의 성분을 모은다면 한 번 정도는 기행을 벌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

…………

………………

젠카이노!

아이도루마스타!

……헉!? 내, 내가……아이도루마스타?

'젠카이노'라는 말에 '라부라이부!'라고 반응하던 내가……아이도루마스타?

손나 바카나……반나 소카나……

아, 반나 소카나는 '손나 바카나'. '그런 바보 같은!'이라는 일본어의 감탄사 중 첫 번째로 나오는 글자를 바꿔 종성을 넣은 겁니다. 그래서 '반나 소카나'가 되는 거죠. 유명한 일본 추리 드라마 '트릭 시리즈'에도 나온 적이 있습니다. 꼭 보세요. 재미있습니다.

아, 맞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내, 내가……아이도루마스타?

라부라이부 외길을 걷겠다고 결심했던 내가……아이도루마스타?

데, 데프프프……데프프프……(행복회로 작동)

음, 역시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그런지 약을 빨아도 화력이 잘 안 나오네요. 메인 플러스 홍보가 된다면 다시 한 번 거하게 약 빨고 후기를 써보겠습니다. 조회, 추천, 코멘트, 선작, 후원 쿠폰. 전부 다 도움이 되니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S - 힘들다 뭐다 하면서도 27kb를 육박하는 것도 모자라 눈 다친 사람의 눈 부분에 자지를 들어대다니. 그야말로 미친놈 퍼레이드네요. 코멘트에 대한 답변은 다음 화부터 진행되니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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