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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렘어드벤처–당신의 아기를 낳고 싶어-36화 (36/235)

00036 「4-5 : 여행길(5)」 =========================

아, 편하다. 그게 지금 내 기분이었다.

정말 오랜만에……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이 세상에 떨어진지 얼마 안 되어서 괴물한테 습격 받았을 때. 그때 이후로 처음이니 두 번째이긴 하다만. 거의 3달에 가깝게 쓰지 않았고, 쓸 수 없었던 자동 사격 모드는 매우 혁신적이었다.

안 그래도 밤이 더욱 깊어진 가운데 날 향해 달려드는 괴물뿐만 아니라, 어둠 속에서 호시탐탐(虎視耽耽) 습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던 괴물들한테도 가차 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프레그넌트 주변에 있던 녹색의 촉수괴물도 그렇다만……거의 백발백중(百發百中)의 사격 실력을 자랑하는 걸 보니 웃음밖에 안 나왔다.

현실의 군대를 다닐 때는 별로 높지 않은 명중률이었다만……여기서는 총이 다 알아서 움직여주니 편하다 못해 아주 개꿀이었다. 막말로 컵라면을 먹으면서 걸어 다녀도 알아서 다 사냥해줄 기세라니까? 아아~개꿀. 다쳐서 욱신거리는 것만 빼면 말이지…….

난 실없이 웃으며 최대한 열심히 걸었다. 몇 방 맞았다고 병신이 된 내 몸은 걸으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만……이대로 있어도 나아질 건 없다. 아니, 아프다고 그냥 벌벌 떨며 움츠려 있을 거라면 이 세상에는 오지도 않았을 거야.

다치는 건 싫다. 아픈 것도 싫다. 근데 그거 아냐?

다쳐서 벌벌 떤다고 한들 아무도 안 도와준다. 그게 어린 아이라면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야 당연하겠다만, 내가 살던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밟고 일어서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잔혹한 사회. 그런 사회에서 나는 주로 밟히거나 약한 사람들의 카테고리에 속해 있었지.

물론 내가 뭐 맞으면서 다녔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인간관계나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힘내’라는 응원보다는 ‘니가 노오오오오오오오오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다!’라며 현실을 일축(一蹴)했다. 웃기다니까. 노력으로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건만.

그런 사회에서 적응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만, 여하튼 나한테 ‘이대로 누워 있는다’라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그런 선택지를 고를 수조차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사랑스러운 아내들이 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인데, 그녀들의 남편인 내가 처누워 있어서야 말이 안 되잖아. 내 아내는 내가 지킬 거니까.

현란하게 움직이며 괴물들의 눈, 손, 다리 등 핀 포인트를 저격하는 총을 멍하니 바라본다. 여기까지 오면서 꽤 많이 죽였다. 백발백중이라지만 적의 무력화. 이 경우에서는 ‘죽음’을 뜻하지. 적을 죽이기 위해 이미 각 총을 한 번씩은 재장전 시켰다. 60발 이상 쓰다니. 3발씩으로 죽인다 쳐도 20마리 이상이라는 건데…….

이런 밤중에 갑자기 기습을 해서 마을을 덮치다니. 시발, 싸움도 밥 먹고 해야지. 개새끼들. 하지만 내가 말을 한다고 말을 알아먹을 놈들도 아니거니와, 알아들어도 고분고분 지킬 놈들도 아니지.

“이 개새끼들이!”

“용염무(龍炎舞)!”

“미카! 조심해요!”

“혜린 언니! 뒤쪽!”

네 명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뛰어가려고 했던 탓일까. 자세가 무너지며 땅바닥에 넘어질 뻔했다. 간신히 걸레가 된 손으로 땅을 짚었다만, 안 그래도 병신이 된 손으로 땅 짚으니 미칠 거 같았다. 쓰라리고 욱신거린다.

경비대와 업무실로 이루어진 건물 주변에는 많은 경비병들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입구에서는 내 아내들과 미카가 괴물들을 막고 있었고. 정말 다행인 건 괴물들이 포위할 정도로 건물이 작지 않았다는 점이다. 포위한 후 일제히 습격했다간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으니까.

“가라!”

내 명령이 완전히 떨어지지도 않았건만 M16과 K2는 내 주변을 떠났다. 그래. 가라. 가서 내 소중한 이들을 지켜줘.

“세린!?”

갑자기 나타나 하늘에서 총질을 하니 단 세 명만이 나를 찾으려 했다. 그야 그렇겠지. 자동소총을 하늘에서 사격시키는 미친놈은 이 세상에 나밖에 없을 테니까.

소총이 불을 뿜을 때마다 픽픽 쓰러지는 괴물들. 다행스럽게도 경비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소총이 자기들의 아군이라는 걸 인식한 거 같았다.

총알의 위력과 속도에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달은 괴물들은 다급히 철수(撤收)를 시도했다만……그걸 가만히 놔둘 경비대가 아니지.

두세 명 정도가 도망치려는 괴물을 포위해 용감히 그들을 저지했고, 경비대에 의해 죽는 괴물들. 그리고 그런 경비대와 싸우다 내 총에 맞고 죽는 괴물들이 주로 보였다.

물론 도망치다 내 소총에 죽은 놈들은 말할 것도 없고. 단 한 놈도 살려서 보낼 생각이 없으니까.

상황이 이렇게 되니 놈들도 눈에 뵈는 게 없는 거 같았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속담을 실현시키려는 듯 놈들은 집중적으로 한 사람만을 공격하려 했다. 그건 바로…….

“으, 윽!”

“미카!”

로라의 다급한 외침은 멀리 있는 나한테도 들렸다. 저 시발 새끼들, 미카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아무리 경비대장 클래스의 그녀였지만 사방팔방에서 개떼 같이 모여들며 덤벼드니 방법이 없잖아! 두 정의 소총이 그녀를 구하기 위해 불을 뿜었지만 가끔씩 멈칫했다. 난 그 이유를 안다. 무턱대고 쏘면 미카가 맞으니까!

PC방에서 사람들이 매일 하는 FPS게임은 두 종류가 있다. 아군을 쏠 수 있는 게임, 아군을 쏠 수 없는 게임. 웃기려고 하는 말이냐고? 진담이다. 아군한테 잘못 쏘면 죽는다. 그게 현실이지. 괜히 아군을 쐈다가 현실에서 싸움이 날 걸 방지하기 위해 아군에 대한 공격을 일절 적용시키지 않는 게임도 있었다.

하지만 이 ‘하렘 어드벤처’는 그런 부분에서 볼 때, 쓸데없는 현실성을 구현시켜 놨다. 내 총에 맞으면 장담컨대 미카라도 무사할 수 없었다. 로라를 포함한 내 아내들은 미카 주변에 있는 괴물을 처리하려 했지만 정작 미카를 구할 수는 없었다. 왜냐고? 잘못해서 공격했다간 미카가 죽는다니까?

시라누이 마이의 격투기술 & 화염 속성은 미카한테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다. 로라의 마법이나 소드 스킬도. 그리고 메이의 마법들도. 모두 ‘적을 아무리 공격해도 적 사이에 있는 아군은 무사한 공격’을 할 방법이 없었다.

“으, 으윽! 안 돼! 꺄아아악!”

찌찌직! 쩌적! 그녀의 새하얀 망토가 처녀막처럼 찢겨지는 걸 본 순간, 이미 나는 이성(理性)을 잃고 있었다. 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몸을 억지로 달리게 만들었다. 씹창이 된 다리로 대지를 박찰 때마다 무릎이 나갈 거 같았다. 서스펜션 역할을 해야 하는 근육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고통을 호소하며 멈추라고 했다. 이해가 참 안 간다.

시발, 내가 왜 그 좆같은 말에 따라야 하는 건데?

지금 내 눈앞에서 사람이 죽기 직전인데!?

“테이크 다우우우우우운!!”

난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며 미카가 있는 곳에 내 몸을 던졌다. 정말 적절히 표현한다면, 뛰어 들었다고 해야겠지. 아무리 괴물들이라지만 갑자기 65kg 청년이 바디 다이빙을 날리니 효과는 있었다. 놈들은 약간이나마 무너졌고 갑자기 뛰어 들어온 정신 나간 인간 새끼가 누군가 하며 나한테 눈을 돌렸다.

“안녕이다 씹새끼야!”

힘껏 오른발로 킥을 날리자 놈의 면상은 멋들어지게 하늘을 향했고, 그 순간 발사된 5.56mm 탄환은 놈의 미간을 꿰뚫었다. 허허, 저 총들 진짜 마음에 드네. 그러나 지금은 총기를 찬찬히 바라볼 때가 아니었기에 미카한테로 시선을 돌렸다.

저 더러운 놈들의 다리 사이에 달린 것. 마치 내 자지랑 비슷하게 생긴 물건은 칼과 비슷한 강도(剛度)를 지녔기에 조심해야만 했다. 가벼운 독성 성분까지 있다는 점 또한 들었었다. 문제는 그 좆같은 것에 미카가 베였다는 사실이다.

갈기갈기 찢겨진 순백의 망토. 하지만 문제는 망토가 아니었다. 그녀의 몸에는 크고 작은 자상(刺傷)이 있었다. 성욕은 아니지만 살인 욕구에 미친 괴물이 다리 사이에 달린 날카로운 자지를 내미는 모습을 상상하니 구토가 나올 거 같았다.

“흐, 흐윽……헤, 마을 사람들을 지킬, 거야……. 히히……”

가벼운 독성이라지만 여러 마리가 마구 찔러댔다. 아주 깊게 찔리거나 베인 상처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미카가 얼마나 버텨왔는지를 증명해준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정신력으로 암을 이길 수 없듯이, 그녀는 독에 저항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내가 몸을 날리는 게 조금만 늦었더라도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괴물놈들의 검은 피로 범벅이 된 숏컷의 오랜지색 머리카락. 몸에 새겨진 피와 칼자국. 그런또 불구하고 마을을 지키려 애썼던 그녀는 이 지경까지 와서도 싸우려 했다. 눈물과 침을 흘리며 움찔거리는……싸우기는커녕 일어설 수조차 없는 상태에서도 마을을 지킬 거라 말하는 그녀를 보니 분노를 금할 수가 없었다.

“이 금수(禽獸)만도 못한 개새끼들아아아앗────!!”

하늘에 있던 두 정의 소총은 내가 이미 미카를 구하기 위해 다이브를 했을 때부터 부지런히 놈들을 죽이고 있던 중이었지만, 내가 외치자 그 패턴이 변했다. M16은 여전히 자동으로 사격을 하고 있었고 K2는 마치 자석처럼 내 손으로 들어온다.

자기 동료들이 총알에 맞아 죽어가는 와중에도 내가 다가오니 화색이 돈다. 그렇겠지. 만만한 새끼가 스스로 죽으려고 오는데 이처럼 반가운 상황이 어디 있겠어? 위험하다고 소리치는 아내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그게 뭐 어쨌다고?

“씨발놈아!”

카각! 철제(鐵製)소총이 놈의 어깻죽지에 명중하자 단단한 것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고, 손에도 그 진동이 전해져온다. 근데 내가 지금까지 몇 번 똑같은 말 했는지 아냐?

그게 뭐 어쨌다고? 내 몸은 이미 네놈들한테 맞았을 때부터 병신이었고, 지금도 병신이다. 그런 병신이 총 들고 니놈들처럼 미친 듯이 널뛰겠다는데 뭐 어쨌다고? 어쩌라고?

“병신 새꺄!”

이번에는 밑에서부터 올려쳤다. 오른쪽 허벅지에서부터 올려친 소총은 놈의 턱에 맞았기에 검은색의 액체가 투둑하며 땅과 몸에 튄다. 개가 전투 의사(意思)가 없다는 걸 표명하듯 놈의 몸은 하늘을 바라보며 누운 상태가 됐다. 지금까지 도망만 치던 내가 총 들고 격투전을 시도하니 나도 황당했다만, 저놈도 황당한 거 같았다.

모처럼 도착한 마을에서 아내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헌데 갑자기 나타난 이 금수만도 못한 새끼들 덕분에 온갖 병신 같은 꼴을 당한 것도 모자라 사람들의 목숨마저 위험한 처지에 놓일 뻔했다. 그런 괴물들 중 한 마리가 무방비 상태로 숨을 허덕이며 개처럼 쓰러져 있다. 내가 할 일은…….

“니놈 새끼를 쳐죽이는 거다, 좆만아! 으아! 죽어! 죽어! 죽으라고!”

턱에 맞은 덕분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괴물을 총으로 쳐죽이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고, 어쩌다 이런 카오스틱한 광경을 연출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만. 중요한 건 이놈이다.

“죽어! 죽으라고! 병신아! 니가 뭔데 이 마을 사람들을 죽여!? 어!? 니가 뭔데 미카한테 손을 대냐고 병신아!”

몇 번 때리자 곤죽처럼 흐물해진 놈의 피부가 보였다만, 그게 대수인가? 크게 내리치자 검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안에서 내장 같은 게 보였다. 그러니까……!!

“그게 뭔 상관이냐고 시발아아아앗!”

푸와아악! 검은색 피가 장기와 함께 터지며 멋진 장기(長技)자랑─자기 특기를 자랑한다는 뜻이 아니라, 몸 안에 있는 장기(臟器)를 모두한테 보여주며 자랑한다는 의미로 장기자랑이다─이 펼쳐졌다. 그제야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에 있는 건 참으로 가관이었다. 총에 맞아 도망치려던 자세 그대로 나뒹굴고 있는 괴물의 시체. 마법과 검에 의해 베이거나 잘려나간 괴물들. 그저 괴물들의 시체로 가득했다. 몇 명의 경비대원들은 미카를 돌보고 있었고, 나머지 대원들은 날 보며 조금이지만 떨고 있다.

총을 손에서 놓으니 달칵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현실에서 했다면 개념 없는 새끼라고 욕 쳐듣겠다만……그럴 사람은 이곳에는 없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고 눈앞이 검다. 아니, 희미하다? 뭐지?

“세린!”

“여보!”

“아빠!”

날 부르는 각기 각색의 명칭. 여전히 희뿌연 시야(視野)에 내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아내들이 보였다. 얘들 왜 우냐.

“야! 괜찮아? 정신 차려!”

“……어, 괜찮아. 아니, 괜찮나?”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는지 나도 모르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

뭔 문장 같지도 않은 문장을 내뱉었다.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혜린이랑……로라랑……메이……. 우리 아내들, 다친 곳 없어? 어?”

제대로 눈이 안 보이는데도 그게 궁금했다. 내가 다친 건 상관없다. 이미 다친 거니까. 하지만 내 소중한 아내나 딸이 다치는 건 싫었다. 그러니까 난 노력했고, 싸웠고, 이렇게 쓰러진 거다. 후회는 없다.

“우린 괜찮아! 안 다쳤어! 로라! 치료! 치료 마법! 빨리!”

“아, 예! 메이! 함께 쓰는 거예요!”

“응! 아빠! 조금만 기다려……!”

“자, 잠깐만……!”

날 치료해주겠다는 기특한 아내와 딸의 목소리를 간신히 막았다. 춥다. 갑자기 오한(惡寒)이 날 거 같은 이유는 모르겠다. 추위를 간신히 이겨내며 난 두 번째로 물어야 할 걸 물었다.

“미카……미카는……? 아까 독에 중독된 거 같던, 쿨럭!”

사랑스러운 아내 다음으로 제일 격하게 싸운 게 그녀였다. 눈물과 침을 질질 흘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욕정(欲情)보다는 걱정이 더 앞섰다. 알아보겠다며 자리를 뜬 혜린이 돌아오기까지 시간은 그리 걸리지 않았다.

“몸의 상처는 그리 안 크지만 몸 안에는 독이 꽤 퍼졌대. 치료할 수 있고, 지금도 치료 중이니 걱정 마……. 넌 니 걱정을 해 바보야……!!”

“……그래. 무사하다니까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야…….”

내 아내는 아니었고 친한 사이는 더더욱 아니었다. 하지만 그토록 타인(他人)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하던 미카가 그따위 괴물들한테 죽을 뻔했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었기에 난 몸을 던졌던 게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냥 괴물이 좆같아서 그랬을 수도 있고.

“메이! 전 어깨 부분을 지혈하고 치료 마법을 쓸 테니 당신은 몸 전체를 대상으로 치료 마법을 쓰세요!”

“응! 아빠! 조금만 기다려……흑……!!”

“우리 메이……울지 마……. 예쁜 얼굴 놔두고 왜 우냐…….”

딸을 위한 소리였다만 메이는 그 말을 듣고 더욱 눈물을 흘리는 거 같았다. 안 보이는데 어떻게 아냐고? 우는 소리가 더 커졌잖아. 에구, 우리 딸. 바보 같은 아빠 둬서 꼴이 이게 뭐야…….

어깨가 점점 따뜻해졌고 로라가 손을 떼서야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몸 전체가 병신이고 씹창인데 어깨만 멀쩡하다니. 으윽, 고통이 여기저기서 반란을 일으키는구나.

곧 몸 전체에도 따스한 기운이 느껴졌다. 로라 말대로, 로라가 어깨의 치료를 끝낸 후에 마법을 쓰는 거 같았다. 하하, 우리 아내와 딸(엄밀히 말하자면 메이도 아내다만) 덕분에 무료 치료 마법 체험도 하는구나.

실없는 소리라며 실실 웃을 때마다 고통이 느껴졌고, 그때마다 ‘아빠! 괜찮아요!?’라며 걱정하는 소리가 들렸다. 뭐라 대답했냐고? ‘웃겨서 그런 거니까 걱정 안 해도 돼’라고 했지.

처맞는 것부터 시작해 걷고, 달리고, 다이빙까지 하느라 지친 몸도 치료가 끝났다만 벌떡 일어설 수는 없었다. 몸이 건강해졌다고 내가 지금까지 겪어 온 고통과 피로가 회복되는 건 아니라니까?

나도 참 웃긴 놈이다. 자동사격 모드로 들어간 총을 가지고 격투전은 뭐 하러 벌였을까? 모든 게 끝난 지금 와서 생각하니 왜 그토록 화가 났던 건지 잘 모르겠다.

내 소중한 사람들이 싸우고 있으니까?

목숨을 위협 받아서?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들이 죽는 게 싫으니까?

그 외에도 전부 말이 되고 분노할 만한 이유가 떠올랐다만, 결국 답은 간단했다.

내 주위에서 누가 죽거나 다치는 게 싫으니까. 물론 나도 다치거나 죽는 건 싫지. 난 고통을 즐기는 변태가 아니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 난 죽기 싫으니까 쟤보고 죽으라 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씹새끼도 아니었으니까.

혜린의 무릎베개를 받은 채 눈을 천천히 떴다. 하늘은 깜깜한데 별은 빛난다. 후후, 낭만적이고 좋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로라가 ‘예, 고마워요’라고 누군가한테 말했다. 누구한테 뭐가 고맙냐고 생각하던 중 번쩍 하고 내 몸이 떠올랐다. 아, 아니. 로라가 날 들쳐 업은 건가? 명색이 남편인데 아내한테 어린 아이처럼 들리다니. 아아, 쪽팔린다. 킥킥 하며 웃었다.

“세린. 치료는 끝났지만 일단 경비대에서 치료를 위해 숙소를 제공한다고 했어요. 걸으실 수는 없을 테니 제가 대신 세린을 옮길게요. 이해하세요.”

“……어, 네. 짐짝처럼 얌전히 있을게요.”

지금 제일 미쳐 날뛰는 건 이 주둥아리 아닐까? 짐짝처럼 있겠다고 말한 뒤 큭큭 거리며 웃으니 모두 날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댁들 남편 괜찮다니까요. 그런 표정 짓지 마요.

로라한테 이상하게 업히긴 했다만, 그녀가 걸을 때마다 규칙적인 진동이 날 감쌌다. 자동차를 타면 좌석에서 느낄 수 있는 진동. 규칙적이면서도 그리 자극적이지 않은 진동은 점점 내 눈꺼풀을 무겁게 했다.

죽은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다친 사람은 어떻게든 치료가 가능하지만 죽음 앞에서는 그 어떠한 의료 행위도 의미를 잃으니까. 내 아내는 무사했다. 미카도 무사했다. 내가 사는 마을은 아니었지만, 이 부카케 마을의 사람들도 무사하길 바란다. 아니, 비단 누구든 간에 원하지 않는 죽음을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고 나랑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들이 무사(無事)하기만을 바라며 난 점점 정신을 잃어갔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 채 결국 잠에 빠져버렸고, 그제야 난 아무런 생각 없이 완전한 어둠으로 가라앉을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약간이지만 여유가 생긴 덕분에 조금은 편안해진 작가입니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지만 그만큼 1월이 간다고 생각하니 기쁘네요. 안 그래도 난방비 들어가느라 춥고 힘든 겨울입니다. 빨랑빨랑 지나가야 살기도 더 편해지겠죠. 봄이 된다고 해서 아주 따뜻해지는 건 아니겠지만……그래도 지금보다는 훨씬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열심히쓸게요님, 신고 내용은 쉽게 말해 '모두가 보는 조아라, 야한 일러트는 다메다메! 도메도메! 니코니코~니!'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걸 보고 생각했던 게……그려주신 일러스트레이터 분은 노력해서 그려주셨고 지금 연재하고 있는 곳은 노블레스 성인란인데 음란성 문제가 확인되다니. 이게 무슨 벼락 떨어지는 소리인가 싶었습니다.

표지는 모든 유저들이 볼 수 있다지만 표지는 어디까지나 표지. 실제 내용이나 성적인 표현(정액이나 음모, 성행위)은 일절 나와있지 않았는데……신고 당하니 얄짤 없이 내려지더군요. 덕분에 현재 쓰는 표지를 쓰게 됐습니다. 이제 그냥 신고할 거면 막 신고하라는 각오로 합니다. 어차피 제대로 된 걸 해도 마음에 안 들면 신고-강제 변경 테크트리 타는 게 조아라잖습니까.

流江님, 메인 캐릭터는 죽지 않지만 항상 행복하고 즐거운 이벤트만 진행되지는 않을 겁니다. 여러 모로 험한 꼴을 당할 주인공을 생각하며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주인공이 고생하는데 왜 즐겨달라고 하냐고요? 주인공이 굴렁쇠처럼 구르고 험한 꼴 보는 건 제 소설에 나오는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겪는 이벤트거든요.

당장 팬픽에 나오는 신세린말 하더라도 그렇잖습니까. 원래라면 '마법의 힘을 허이짜! 주인공 파워로 쩌빱! 여성 캐릭터들과의 붕가붕가 & 쑤컹쑤컹! 행복……만땅!'테크트리를 타야 하는데……정작 처한 상황은 웃음만 나옵니다.

아스나는 동인녀에 29살 아줌마(아직 아줌마는 아닌데 '소녀'라고 칭하기 힘든 나이. 물론 아줌마라고 하면 극딜이 날아옵니다). 자기랑 상관도 없는 디어벨, 키바오, 린도부터 시작해 키리토 정신 개조해주랴, 아르고가 속 떠보는 거 반격하며 역관광 태워주랴, 아스나 멘탈 관리해주랴. 섹스는 커녕 여성 캐릭터들과의 므흣한 이벤트조차 없습니다. 물론 더 굴릴 수도 있고 험한 꼴도 볼 수 있지만……그나마 약하게 적은 게 저 정도입니다. 온갖 여성들과 즐겼으니 굴릴 것도 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네? 부러워서 그런 거 아니냐고요?

……흐, 흥! 착각하지 말아줘! 딱히 내가 적은 소설의 주인공이 부러워서 굴리는 게 아니니까! 뭐, 뭐야 그 눈빛은? 이봐, 듣고 있어? 내 말 듣고 있냐구!? 내가 적은 소설 주인공처럼 붕가붕가 이벤트를 겪고 싶다는 생각, 전혀 안 하니까! 흥!(새침)

……죄송합니다. 나이 30줄에 가까운 놈이 츤데레 소녀 흉내내는 건 역시 극혐이었습니다.

보고 있던 독자분들이 '으으……극혐이군! 와타시(나), 코노 쇼우세츠 미루노(이 소설 보는 거), 야메루(그만둘래)!'. 속칭 '선작삭제(취소)'를 클릭하는 마우스 소리가 막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네? 지금 한 말은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통칭 신데마스에 나오는 미오Bomb 아니냐고요? 어허, 이분들이!?

……미오는 희생된 거다. 애니 제작진들의 무리한 스토리 진행을 위한 총대받이……그 희생양으로 말이지…….

……짱미오는 희생된 거다. 짱미오에 의한 짱미옵빠이(짱미오의 가슴)……그 희생양으로 말이지…….

짱미오는 예쁩니다.

미오짱은 나쁘지 않아요.

나쁜 건 모두 애니 제작진.

본가 아이마스를 만들며 히비키 편을 축생특공대 이야기로 만든 애니 제작진.

치에리와 카나코를 싸잡아 한편에 우겨넣은 애니 제작진이 나쁜 거예요.

그렇게 믿어 의심치 마세요……레드썬!

후우……세뇌가 무사히 마쳤네요.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느그타케 이쯔랴규(느긋하게 있으라구)!!

Rorointhebox님, 예전에도 비슷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제가 나이가 나이다 보니 아재끼도 있고 한자도 자주 씁니다. 글에 있는 모든 한자나 영어를 제거하는 것은 꽤 힘든 일이므로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미쳐날뛰는 것도 아닌데 답변에 약을 한 사발 빨고 적은 흔적이 잘 나와있네요. 제가 적긴 했지만 가끔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적은 거냐?' 싶은 답변도 참 많습니다. 소설 본편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ㅋㅋㅋ과연 어떤 약을 빨고 후기를 적었을까?'하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끔 미쳐날뛰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P.S - 선작과 추천도 좋지만 코멘트가 많으면 많을 수록 후기는 풍부해집니다. 작가가 '이히히, 후기는 약이야! 약 한 사발 빨고 적는 소설의 부속품이라고! 팬픽 발싸!'라며 미쳐날뛰기 위해서는 코멘트나 질문이 필수불가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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