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7 「3-6 : 폭발하는 마음」 =========================
이 여자는 왜 매일 못 알아먹거나 날 충격 먹게 하는 말만 할까? 더 큰 문제는 농담이나 장난이 아니라 진담(眞談)으로 한다는 거다.
“……어, 그러니까. 음…….”
“광장에서 아내분과 하셨던 아기의 씨앗을 이 마을의 모든 여자들한테 뿌려 주셨으면 합니다.”
그거 그렇게 정확하게 딱 정리해서 말 안 해도 되거든요? 이미 충분히 알아먹었거든요? 알아는 먹었지만 실천은 할 수 없는 부탁이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예.”
말이 안 되지. 나와 섹스를 나누는 걸 보고 좋아했던 사람도 있겠지만 고통스럽기에 피하려는 사람도 있을 거다. 애초에, 나랑 할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내가 ‘야, 나랑 섹스하자!’라고 하면 좋다고 따라 올 사람들이 아니잖아. 나도 그러고 싶지 않고.
“세린님. 혼란스러운 건 알겠습니다. 헌데……왜 제가 이런 부탁을 드리는지에 대해서 먼저 들어나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 말투 그만두면 들을게요.”
“말투……?”
“그 ‘~습니다’ 같은 거 하지 마요. 그, 원해서 한 건 아니지만 서로 이미 몸을 섞었잖아요. 게다가……그렇게 사무적인 말투로 대하면 아이나 씨의 귀여움이 좀처럼 안 살아나니까요.”
쪽팔린다. 그래, 창피해 죽겠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난다만……남자한테는 해야만 하는 일이 있고, 부끄러워도 이겨내야 하는 때가 있었다. 나한테는 지금이 바로 그런 때였다.
아이나는 얼굴이 빨개진 게 보여주기 싫었던지 가슴마저 가린 채 등을 돌렸다. 우쒸! 나는 뭐 그런 밥맛 떨어지는 대사 말하고 싶어서 한 줄 아냐 이 아가씨야?
“세린님을 만나서 로라가 행복해진 거, 아시죠?”
다행스럽게도 말투는 조금 사그라진 말투였다. 지켜주니 다행이군. 역시 이게 듣기 좋잖아.
“로라는 늘 딸과 업무의 압박에 시달렸어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딸을 대하거나 가끔 언급할 때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거든요. 그런 로라가 어느 날부터 딸을 사랑하고 함께 지내기 시작했어요.”
그게 무엇 때문인지는 안다. 내가 바로 그런 자리를 주선(周旋)했었으니까.
“참 신기했어요. 그 로라의 고민을 단번에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니. 그뿐만이 아니에요. 늘 우물쭈물하고 자기 의견을 표명할 줄 몰랐던 메이도 어느새 저토록 활발한 아이가 됐죠. 모녀(母女)가 사이좋게 지내는 것뿐만 아니라 한 명의 남자를 사랑하게 되다니……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모든 일의 중심에는 세린님. 당신이 있었어요.”
“그거 과찬(過讚)입니다.”
내 반격에 그녀는 ‘쿡’하고 웃었다. 오오 좋아. 잘 했다 신세린. 남자가 가끔은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줄도 알아야지! 그래, 내가 비록 이 세상에 떨어졌지만 나름 멋지고 감성 풍부한 남자였다! 으하핫! 내 진정한 매력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기분 나쁘게 웃으시네요. 자제(自制)하세요.”
저 썅년 당장 때릴까? 끓어오르는 마음과 주먹을 간신히 진정시킨 후 이야기를 계속 듣기로 했다.
“그뿐만 아니라 두 명 모두 임신까지 했어요. 생명의 씨앗이 아니라 당신의 아기의 씨앗으로 말이죠. 이전과 비교해 무엇 하나 나아졌으면 나아졌지 안 좋아진 건 없는 두 명을 보고 전 생각했어요. 모든 상황을 좋게 만든 게 당신이라면, 이 마을의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고.”
“그건 불가능하죠. 제가 이 마을의 모든 사람을 아내로 삼을 순 없잖아요.”
내 아내가 됐고, 그런 고민을 풀어주고 싶었기에 노력한 거지. 모든 사람들의 고민을 풀어줄 수가 있겠냐? 신도 아니고.
“하지만 아기의 씨앗은 나눠줄 수 있겠죠. 고민이 풀린 것도 중요하지만 아기의 씨앗을 받아 임신한 이후 그녀들의 정신은 매우 안정됐어요. 그렇다면 마을에 있는 여자들한테도 그 기쁨을 나누어주고 싶어요.”
“자, 잠시만요. 임신한다고 행복해지는 건 아니에요! 게다가, 임신을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잖아요!”
“거의 없을 거예요. 최근 생명의 씨앗을 구하는 게 정말 힘들어졌거든요. 약 몇 달 전만 하더라도 괴물의 습격으로 소중한 아이를 잃은 사람들이 많았어요. 괴물 퇴치와 구슬의 전달에 대한 감사 표시로써 구슬 조각을 드렸잖아요. 그리고 두 번째 보수로……이 마을의 미래를 당신한테 드리고 싶어요.”
“설마 그 마을의 미래라는 게…….”
“예. 생명의 씨앗을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버린 여자들한테 새로운 생명을 전해주는 거죠. 당신의 아기의 씨앗, 좆물로 말이죠.”
처음에는 알아들을 수 없었고, 들은 후에도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냐?’라고 생각했던 말이 점차 현실성과 설득력을 갖추어가고 있었다. 마치 처음에는 뭔지 모를 부품들이 조금씩 합쳐져서 하나의 장난감이 되듯이…….
“이 마을은 평온해졌어요. 당신의 괴물 퇴치로 인해 말이죠. 생명의 씨앗이 구하기 어려워진 것도 원인이지만 괴물의 습격으로 가족을 잃고 싶지 않았던 것도 임신을 꺼려하던 이유죠. 하지만 그러한 요소는 대부분 제거됐어요. 그리고 괴물부터 시작해 로라와 메이의 관계를 진전시킨 것도. 사람들이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것도. 생명의 씨앗을 대체할 소중한 능력을 지닌 사람도. 세린님. 모두 당신 덕분이에요.”
“……그, 너무 칭찬을 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솔직히……어. 존나 창피하다. 누가 보면 내가 선구자(先驅者)나 영웅(英雄)인 줄 알겠다. 사람들 앞에서 ‘읏! 싸, 쌉니다! 아기 씨앗을 쌀 테니 응원 부탁드려요!’와 같은 미친 대사나 지껄였던 내가 뭐가 대단하다고 저리 띄어주는지 모르겠다.
내가 대단하냐고? 그 반대다. 당장 전투에 나가도 M16 없으면 제일 무능한 게 바로 나다. 코스튬의 힘을 빌린 것도 있지만 원래부터 전투력이 뛰어났던 로라와 메이. 그리고 최근에 코스튬의 힘을 제대로 이해한 후 활약하고 있는 혜린.
근데 나는? 잘못하면 국물도 없지. 당장 안 죽으려면 모두의 힘을 최대한 빌려야 하는 내가 뭐가 멋있단 말인가?
“겸손하신 것뿐만 아니라 자상하기도 하죠. 절 걱정해 주셨으니까요.”
“사람 죽을 거 같은데 그냥 묵묵히 있는 게 미친놈이죠.”
내 말이 뭐가 웃겼던지 이번엔 부들부들 거렸다. 어떻게든 웃음을 참는 모습은 처음 보네. 귀엽다.
“아, 쿠, 아하핫! 진짜 재미있으세요 세린님! 아, 죄송해요. 근데, 그……끄흐흑……!!”
처음 봤을 때의 위엄은 산산조각으로 박살난 지 오래였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건 위엄 있는 이 마을의 촌장이 아닌, 평범한 여자. 아이나였다.
난 그녀를 부드럽게 껴안았다. 내가 이런 짓을 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지 움찔거렸지만 이내 조용해졌다. 부드럽고 따뜻하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이렇게 사랑스러운 여자가 자기 자신의 귀여움을 죽이면서까지 사람들을 멀리해야 할까?
왜 이토록 동생을 생각하는 여자가 자기 자신을 벌 받아야 하는 사람으로 다루어야만 할까?
이해할 수가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내 입은 멋대로 내 감정을 지껄여대고 있었다.
“그럼 안 되잖아요.”
두서없이 말한다고 그녀를 깠지만, 나도 까여야겠군. 뭘 하면 안 된다는 건지 주어부터 갖추고 말하자꾸나. 신세린 학생.
“자기를 그렇게 괴롭히면 안 된다고요.”
저항도, 대꾸도 없었다. 스스로 말하기 어려우면 내가 대신 말해주마.
“사랑받고 싶죠? 행복해지고 싶으신 거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많이 생각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은 뒷전에 두다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짓이에요. 해서는 안 되는 짓이라구요.”
“그, 그치만……전 동생을 혼자 놔뒀어요. 갈 때 잡지도 못했다고요.”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그럼? 동생 죽으면 따라 죽을 거예요? 제발 부탁이니까 멍청한 소리 좀 하지 마세요. 사람들이 당신한테 그런 호의를 보였다는 건 이미 그 사람들한테 있어서 당신은 소중한 존재라는 거예요. 그럼 사실까지 부정하면서 자기를 괴롭힐 이유가 세상 어디에 있는데?”
멍했다.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고, 그런 그녀의 마음에 가차 없이 공격을 가했다.
“동생? 좋죠! 가족? 더 좋죠! 하지만 그렇게 다른 사람만 챙기고 걱정하다 시간이 가버리고, 정작 자기가 필요할 때 주위에 아무도 없이 쓸쓸하게 살아가다 죽다니. 그게 정상이에요? 웃기지 좀 마! 그런다고 사람들이 좋아할 거 같냐? 오히려 슬퍼하겠지! 그렇게 당신이 괴로워했는데 정작 필요할 때는 곁에 있어줄 수 없었다고!”
이젠 반말이다. 더 이상 존댓말도, 격식도. 허울 좋은 말도 필요 없었다. 그게 왜 필요한데?
“행복해지면 안 된다고? 씨발, 좆 빠는 소리하고 앉아있네! 행복의 권리나 자격을 누가 주는 건데? 니가 만드는 거잖아! 근데 그 자격과 권리를 앞에 두고 슬퍼한다고 누가 좋아하냐? 밥이라도 줘? 받들어 모시냐고! 아니잖아? 게다가 니가 이렇게 슬퍼하면 동생이 좋아할 거 같냐? 자기한테 신경 안 써준 좆같은 언니, 드디어 죽었다고 아주 잔치를 벌이겠냔 말야!?”
“아냐! 아이라는……아이라는 그런 아이가 아냐!”
그녀도 존댓말을 쓰지 않았다. 필요 없다. 몇 번이고 말했고 누차 말했다. 중요한 건 마음이다.
“아냐? 그럼 결론 났네.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불행해지려고 하는 넌 병신이야! 자기 혼자 비극의 주인공 역할 하면서 ‘흑흑, 난 불쌍해요! 하지만 이런 내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한테 설명하기에는 너무 힘들고 부끄러워! 그러니 계속 불행해야 해!’라고 딸딸이나 치는 병신이라고! 곁에 아무도 없이, 영원히 외로이 있다 죽을 거야. 너는…….”
‘철썩’이라는 소리가 났다. 우와, 진짜 뺨을 때리니까 저런 소리가 나네? 맞았다는 분노보다는, 그 소리에 대한 신기함. 그리고 기다리던 것이 왔구나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날 때린 아이나는 눈물이 고인 채 울먹거리고 있었다.
“개, 새끼……!!”
“……왜? 정곡을 찔리니까 부끄러워?”
“……이, 개새끼……!! 개새끼……!!”
힘없는 주먹으로 내 가슴을 툭툭 쳤다. 눈물이 침대 시트와 발에 떨어졌다.
“나는……나는 뭐 좋아서 이런 줄 알아? 나는……외로워지고 싶어서 외로워진 줄 아냐고!?”
“원하니까 그랬겠지.”
“아냐! 난, 나도 다른 사람들이랑 행복을 누리고 싶었어! 가족을 원했다고! 아이라를 보고 싶어서 업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떠나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인 줄 알아!? 근데 그렇게 될 수는 없었어! 나만 행복해진다면 다른 마을로 가버린 동생은? 그 아이는 어떻게 지내는 줄도 모르는데 나만 하하 호호 웃으며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
“자기 행복을 스스로 버린 분이 뭐라고 지껄이시나요?”
“아냐, 아니라고! 나도 용기를 냈어……!! 마을 사람들이 나한테 잘 해줄 때마다 그 사람들한테 말하고 싶었어! 고마웠다고! 나도……나도 당신들이랑 행복해지고 싶다고……!! 하지만, 늘 그 아이가 마음에 걸렸다고……. 그래서 이 지경까지 왔는데 니가 뭐라고 그렇게 날 비난해? 니가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날……으, 우욱……!!”
겨우 진심을 터트린 건가. 어깨를 잡은 채 얼굴을 침대 쪽으로 파묻어버린 그녀는 울었다. 어, 내 좆에 대고 우는 건 그만 좀 해주지? 그거 좀 에로틱하거든? 그래, 이 와중에 이딴 걸 생각하는 나도 참 쓰레기다. 이대로 두면 영원히 끝이 없을 거 같았다.
“……그럼 너도 행복하게 만들어줄게.”
“……뭐?”
“귀머거리냐? 너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니까?”
야. 눈물은 다 닦고 말해라. 눈물 흘리면서 물으니까 웃기잖아.
“어, 떻게? 크흥.”
“자, 자. 우선 코부터 풉시다. 아이나 어린이……아, 쫌! 때리지 좀 마! 코 풀어야지 너도 시원할 거 아냐!?”
젠장. 좋은 장면에 이게 다 뭐람. 그럼 그렇지. 이게 내 인생 퀄리티다. 난 속으로 욕을 하며 티슈 비슷한 걸 그녀의 코에 댔고, 그녀는 진짜 ‘크흥!’하며 코를 풀었다. 으음, 깬다.
“어떻게……?”
“넌 나를 위해 여러 가지 준비해줬잖아. 그럼 나도 널 위해 그 정도는 해야지. 세 가지 정도 되겠네.”
이유를 하나하나 조목조목 들며 설명했던 그녀처럼 나도 세 가지의 방법을 준비했다.
“첫 번째. 너랑 결혼하고 싶어.”
첫 번째부터 무리수(無理手) 왔다아아아아────!
난 내가 생각해도 병신 같은 이유라고 생각했다.
“……결혼?”
“그래. 넌 혼자 있는 게 외롭고 슬프지만 혼자 행복해질 수는 없다고 했잖아? 하지만 그런 사정을 이해하고 있는 나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 난 널 이해하고 있고 좀 더 이해하고 싶어. 널 이대로 두는 건 더 싫고. 언젠가 외롭다고 펑펑 울면 콧물은 누가 닦아 주……야, 좀! 때리지 좀 마! 그거 은근히 아프다고!”
빌어먹을 계집애! 이토록 친절한 나를 그렇게 때리다니! 속을 삭히며 두 번째 방법을 말한다.
“두 번째. 너한테도 내 아기 씨앗을 뿌려주고 싶어.”
두 번째도 무리수(無理手) 왔다아아아아────!!
신세린 선수, 무리수를 몇 번이나 던져야 속이 풀리는 걸까요?
설마 무리수로 도배된 건 아니겠죠 신세린 선수!?
나한테 무리수라며 태클 거는 뇌세포들을 걷어 차준 뒤, 내 나름대로의 이유를 설명한다.
“새로운 가족을 원하는 건 마을 여자들도 있겠지만, 너 또한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해. 아기가 생기면 분명 지금보다는 외로움이 덜할 테니까. 무엇보다……니 곁에서 함께 있어주는 가족이 한 명이라도 늘어난다면 틀림없이 기쁠 거야.”
얼굴 빨개진 채 우물쭈물하는 아이나 쨩, 카와이이! 이딴 소리나 지껄이고 있는 뇌를 박살내고 싶다고 생각하며 난 세 번째 방법을 준비했다. 빌어먹을. 이미 뇌에서 무리수 결정이라며 비상벨을 막 울린다. 진짜 다 없애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마지막은……?”
“……니 동생 데려올게.”
세 번째이자 마지막! 그리고 최고의 무리수 왔다 떴다 강림했드아아아아────!!
무리한 무리수를 무리하게 둬서……미안하드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입만 열면 늘 헛소리에 무리수만 지껄여 대서 ……미안하드아아아아아악────!!
내 뇌에서는 이미 무리수 천지라며 욕을 했지만……어쩌겠냐. 남자니까 이런 병신짓을 하는 거지.
“……방금 뭐라고 했어?”
“니 동생 데려온다니까! 청력(聽力)에 이상 있냐? 귀지라도 파줘?”
다시 운다. 정말 눈물이 펑펑 나오는구만. 물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닐까.
“……진짜? 진짜 아이라를 데려올 거야?”
“그래. 본인이 죽도록 싫어한다면야 무리겠지만, 적어도 시도는 해볼게. 너를 정말로 싫어해서 나간 건지. 그리고 이 마을로 돌아갈 마음은 없는지. 모두 물어볼게. 니가 못 물어보니까, 나라도 시원하게 물어봐야 될 거 아니냐?”
아이나는 지금까지 본 표정 중 가장 기쁜 표정을 지었다.
“……고마워.”
그래. 고마워해라.
“고마워요. 정말로……진짜로……고마, 흐윽! 크흥!”
“……코부터 풀자.”
이 좋은 장면에 왜 이럴까. 얘도 은근히 허당 같았다. 아니, 진짜. 동생 자랑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니까.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는 건 좋은데……아니, 그러니까 제발. 진짜 부탁인데요 아이나님. 제발 내 좆에 눈물 좀 뚝뚝 흘리지 마. 미칠 거 같단 말야……!!
안 그래도 부풀어 올랐는데 시선도 정면이다 보니 바로 보였던 거 같다. 그녀는 내 좆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어, 아니. 진짜 부끄럽기 짝이 없는뎁쇼. 이건 무슨 이름의 공개처형입니까?
“……정말, 내가 아내가 되어도 괜찮아?”
“그래. 나 아니면 누가 너를 아내로 삼아주……아, 아니. 농담이에요. 때리지 좀 마세요…….”
폭력 앞에 비굴한 자. 그 이름은 신세린. 이 좋은 장면에 왜 이럴까 둘 다. 그래도 좋았다. 로라는 어른이었고, 메이는 딸 같았다. 혜린이랑은 이런 걸 못 해봤으니까. 헤헤, 기분 좋은데.
“그럼. 날 구해줘서 고맙고……날 도와주려 해서 고맙고. 신부로 삼아줘서 고맙다는 표시를 해야겠네.”
그녀는 자세를 낮춰 내 자지에 눈을 맞춘다.
“……날 위해 노력해줘서 고마웠고, 잘 부탁해. 여보.”
쪽. 눈물과 질속에 있던 액체로 범벅이 된 귀두(龜頭)에 입을 맞춘 순간, 메시지가 떴다.
[‘자지의 맹세’가 발동했습니다. 스테이터스 파티에 ‘아이나’가 추가되었습니다.]
“헤헤……어때? 그, 혜린이라는 여자랑 했을 때 이런 식으로 했다고 들었거든. 이상……해?”
“아, 아니. 진짜 귀엽고 예뻤어.”
이런 병신. 좀 구체적으로 칭찬할 수는 없냐? ‘오우, 매우 엘레강트하고 퍼펙트했어요!’라든가. 형용사나 부사를 좀 붙이든가. 내 초라한 칭찬을 저주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마음에 들었던 거 같다. 환하게 웃고 있었으니까.
“정말 고마워. 세린……님.”
“이름 불러. 반말하고 주먹질하고 욕까지 했는데 ‘님’은 왜 붙여?”
“그, 그거야 니가 날 막 놀리고 욕하니까 그렇지!”
“어이쿠, 이러다 또 폭력을……아, 아니! 쫌! 그 주먹 나가는 버릇부터 고치라니까! 가정폭력범으로 경비대에 잡혀가고 싶어!?”
‘촌장이니까 체포 못 해!’라고 헛소리를 하는 아이나를 살짝 쥐어박으며 ‘요즘엔 대통령도 총 맞으면 훅 가는 세상이란다’라고 말했다. 반인반신도 죽인 발터PPK와 리볼버 38구경을 애용합시다. 그건 무기로 추가 안 되려나?
“아, 그나저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응? 뭔데?”
살짝 맞은 머리를 감싼 그녀를 보니 참……귀엽다. 진짜 귀여웠다. 하지만 우선 물을 거부터 물어야지.
“여자들한테 내 아기 씨앗을 심어주는 건 좋은데……싫어하면 어떻게 하려고?”
“아. 그러고 보니 세린은 모르는구나. 촌장의 명령은 꽤나 권위를 가지는 발언이거든. 뭐니 뭐니 해도 난 이 마을에서 오래 살았으니까.”
“나이가 몇인데?”
“여자 나이를 함부로 묻다니……저질이야!”
“으음, 낭군님을 이렇게 심하게 대하다니……슬퍼지는데?”
“……어?”
‘어’는 내가 할 말이다, 이 귀여운 숙녀야! 또 우냐? 난 장난이라 했고 ‘정말이지? 나 싫어하는 거 아니지?’라며 묻는 그녀가 그토록 귀엽지 않을 수 없었다. 뭐니 이 귀여운 생물? 메이랑 삐까 치겠는데?
“그래서……촌장의 발언으로 해결할 거라고?”
“응. 앞서 말했듯이 생명의 씨앗은 구하기 어려워. 그런데 생명의 씨앗을 대체할 것도 있고, 습격할 괴물도 거의 없어. 게다가 세린은 모르겠지만……세린과 사랑을 나누는 게 기분 좋아 보인다고 소문이 났거든.”
누가 낸 거냐 그 소문. 아니 그 이전에……그런 소문. 난 들은 적 없는데? 아, 아니지? 생각해보면 경비대원들이 날 보면서 수군거렸던 게 그거 때문일지도 몰라! 으윽, 빌어먹을! 신경 쓰이는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모두한테 아기 씨앗을 나누는데 시간이 많이 드니까 일주일이나 잡은 거야. 이해가 가시나요, 낭군님?”
은근히 색기 있는 목소리로 다가오는 거 그만 좀 해주세요. 발기한다고…….
“우리 아이나, 똑똑하네.”
“헤헤…….”
머리를 쓰다듬으니 좋아한다. 미안하다 메이야.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이나가 제일 귀엽다.
“하지만……그 전에 세린이랑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응? 뭔데?”
아이나는 뭔가 말하기 부끄러운 거 같았다. 뭐지?
“오줌 마려워?”
“……진짜 남편 아니었으면 박살났을 줄 알아.”
“아, 말을 해야 알지! 넌 건담00 (더블오)도 못 봤어? 아빠곰이랑 새끼곰이 서로 이해할 수 없었던 건 대화가 부족해서 그런 거였다고! 말을 해라! 대화가 필요하다고!”
내 병신 같은 말에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 앗, 이런. 또 머저리 짓을 했군.
“흠, 흠. 방금 한 말 잊어. 헛소리니까. 그래서. 해야 할 일이 뭔데?”
그녀는 결국 부끄러우면서도 좋은지 그걸 말했고, 난 얼어버렸다. 내가 바보였다. 어쩐지. 지금도 서있는 내 물건과 그녀의 요염함. 그리고 결혼해서 애까지 만들자는 내가 왜 그걸 생각 못 했을까. 난 틀림없이 병신이다.
“……아기 만들기.”
나와 아이나의 제 2 라운드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작품 후기 ============================
웃우우우──웃!! 프로듀서!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소식이에요!
독자분들이 본편보다 후기가 더 재미있대요! 독자분들도 드디어 이 막장소설이 읽을 만한 물건이 아니라는 걸 깨달으신 거 같아요! 그렇게 얼굴 구겨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아요!
웃우우우우웃! 본편보다 후기가 더 재미있다는 말 듣기 싫으면 필력을 키워야지, 얼굴 표정 구긴다고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아요! 자, 우리 함께 노력해요! 그런 의미에서……하이 터치! 자, 같이 외쳐요! 젠카이노!
작가 : 라부라이부!
……뒤지고 싶어요, 프로듀서? 꼭 험한 말 해야 알아 들어요?
야요이 말투 쓰게 하면서 러브라이브?
라~부~라~이~부? 때릴 때마다 러브라이브 콜 외치게 해드려요?
……에헤헤, 알았으면 됐어요!
프로듀서가 그렇게 좋아하는 건담에서도 '상호이해'라는 게 나오죠?
서로 이해하는 게 좋은 거예요! 자, 그럼 다시……웃우우우웃──! 젠카이노!
작가 : ……러브라이브!! (이거 외치고 도주)
그런 고로, 2017년 두 번째 업로드입니다. 이제는 대놓고 마을 여자들을 임신시키라고 하네요. 작가가 미친 거 같다구요? 당연하죠! 안 미치고 이런 소설을 쓰겠습니까? 이 세상, 정상적으로는 살아가기 힘든 곳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실성으로 극복하는 곳. 그게 바로 세상이고 그게 바로 올바른 러브라이버의 자세입니다. 아, 참고로 전 선샤인은 아직 안 봤습니다. 헤헤헤.
잡설이 길었고, 코멘트에 대한 대답으로 들어갑니다.
열심히쓸게요님,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자정이 지난 후에 올리므로 주무시기 전에 잠깐 보고 주무셔도 괜찮을 겁니다.
주비트님, 이제는 후기도 점점 미쳐돌아갑니다. 앞으로도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로리콤MK님, 로리! 다이스키이이잇! 안 그래도 미쳐돌아가던 소설이 후기마저 미쳐나가기 시작합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마음껏 써보자 싶어 후기도 막 싸지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봐주세요.
이상입니다. 이말년 작가는 '이렇게 된 이상……청와대로 간다!'라는 명대사를 남겼습니다.
저도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렇게 된 이상……후기도 막장으로 간다!"
독자분들도 부디 이렇게 말씀해주시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그래야 이 미친 소설 쓴 작가답지!"
조회, 선작, 추천, 코멘트. 모두 다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행복과 행운으로 가득 찬 2017년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