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6 「3-5 : 아이나」 =========================
좀 새삼스럽다만……한글은 정말 굉장한 언어다. 세종대왕님께서 만드셨고 아무리 바보라도 깨우칠 수 있도록 만든 글이니까. 근데 사람은 살아가다보면 같은 한국인이 같은 한국말(한글과 한국말은 다른 개념이다)로 말을 해도 못 알아먹을 때가 있다. 바로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다.
아, 그래. 속옷만을 벗은 채 ‘자기 마을의 미래’를 준다는 저 아이나라는 여자는 한국인도 아니고 한글을 제대로 배운지 어떤지조차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전부 사소한 문제다. 아니, 잠깐만! 왜 내 앞에서 옷을 벗냐고!?
정말 감동스럽다고 해야 하나……어, 달라졌다고 해야 하나? 옛날이었다면 고개를 돌린 채 어찌할 줄 몰랐겠지만 지금 나는 그녀를 보며 욕정(欲情)을 느끼고 있었다.
오랜만에 입은 파란색 면바지를 뚫으려는 듯 움찔거리는 내 생식기를 보니 정말 본능에 충실한 놈 같다. 그리고 그 본능에 충실한 생식기의 소유자가 바로 나라는 점도 참 거시기하고.
“옷을 벗으시죠.”
“아, 아니. 잠깐만요. 왜 옷을 벗으세요?”
눈호강하고 좋기도 하다만, 그 전에 ‘이유’를 알아야 했다. 현실 세상에서 옷 벗는다고 같이 옷 벗었다간 경찰에 잡혀갈 테니까. 이 세상에 경찰은 없지만 경비대는 존재했고, 행패(行悖)를 부리다간 잡혀갈 수도 있었다. 아무리 다른 세상이라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칙과 도덕은 존재한다는 뜻이다.
“말씀드렸을 텐데요. 두 번째 보수는 저희 마을의 미래라고요.”
“그, 그게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왜 옷을 벗었는지도 모르겠는데요!?”
“말씀드릴 테니 옷을 벗고 침대로 오시죠. 꼭 아셔야 하는 거니까요.”
정말 담담하게. 하지만 자기 할 말은 하겠다는 태도를 보니 나도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결국 옷과 타이츠까지 모조리 벗은 후, 속옷(사각팬티다)만을 입은 채 침대로 간다. 핑크빛 유두가 달빛에 비쳤고 그때마다 미칠 듯이 생식기가 난동을 부렸다.
“우선 제가 옷을 벗은 첫 번째 이유를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교사의 귀감(龜鑑)이군! 옷 벗은 거까지 차분하게 이유를 들며 말해주다니!?
“첫 번째 보수로 말씀드린 구슬의 조각입니다만……정확히 말해 구슬을 조각낼 수는 없습니다.”
“예?”
그럼 어떻게 줄 생각이었냐? 아니, 그 이전에. 옷을 벗은 이유가 왜 구슬이랑 연관이 있는 건데?
“그렇기에 전 구슬의 효능을 나누어 가지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사실, 그 방법밖에 없었다고 하는 편이 적절하겠네요.”
“어떻게 나누는데요?”
“……구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효능을 발휘하지만, 안정적(安定的)이고 영구적(永久的)으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몸에 넣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벗은 드레스에서 두 개의 구슬을 꺼냈다. 어? 두 개? 한 개 아니었어?
“저는 전달할 구슬이 하나라고 했지 만든 게 하나밖에 없다는 말씀은 드린 적이 없습니다만.”
거 참 신기하네. 사람 표정을 읽는 기술이라도 배웠냐? 그녀는 두 개 중 하나를 나한테 건넸다.
“이 하나는 세린님께서 보관해주세요. 구슬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효력을 발휘한다는 점을 잊지 마시구요.”
“벌써부터 저한테 줘도 괜찮은가요? 그……좀. 웃긴 말인데요. 제가 이거 들고 튀면 어쩌려고요?”
“로라와 메이를 생각하는 분이 그런 행동을 하실 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 쫌! 그 두 명을 인질로 잡은 것도 아니고……그런 식으로 말하니 당연히 따를 수밖에 없잖아! 혹시나 싶어 말하지만 정말로 가지고 튈 생각은 아니었다. 미쳤냐? 순식간에 범죄자가 되어서 이 마을에서 추방당할 수도 있는데?
아이템 창에 넣으니 구슬은 사라졌고 내 MP는 기존의 5배. 5000의 수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굉장하군. 분신술을 써도 50명은 만들 수 있겠어. 그럼……나머지 하나는?
“그리고 이 구슬이. 정확히는 이 구슬의 반만큼의 마력증폭 능력을 세린님께 드릴 겁니다.”
“어……잘라서요?”
옛날, 할머니가 동그란 사탕을 반으로 잘라서 나눠준 적이 있었지. 그렇게 줄 생각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보지 못한 표정을 지은 채 아이나는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바보 같은 놈 보는 눈으로 쳐다보지 좀 마라. 내가 바보는 맞지만 그런 식으로 보면 상처 받거든요?
“……농담을 잘 하시는군요.”
“농담 아닌데요.”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혹시나 싶어 말씀드리지만……마력증폭기를 포함해 마법 도구는 부서지거나 분해되면 효력 자체를 잃습니다. 아주 극소수의 장비는 오히려 효율적인 마력증폭을 위해 나누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런 경우 제작과 사용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므로 효율이 낮아집니다.”
오오, 좋은 강의다. 메이나 로라는 마법에 대해 잘 가르쳐주지 않았다. 아까워서 그런 게 아니라 어떻게 가르쳐주면 좋은지 모르니까 못 가르쳐준 거였다.
쉽게 말하자면……당장 숨 쉬는 방법을 설명해보라 하면 ‘헐? 너님 바보임? 너님 지금 숨 쉬고 있는 건 아가미로 호흡하고 있는 거임? 너님 생선의 후손이었음?’이라고 한 소리 듣겠지. 자기한테는 당연한 게 남한테는 당연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럼 어떻게 하나요?”
“이렇게 할 겁니다. 윽……!”
그녀는 망설임조차 없이 검붉은 구슬을 자신의 보지로 갔다댔다. 조금씩이지만 힘을 주는 손. 틀림없다. 그녀는 자신의 보지 속에 그 구슬을 넣으려는 것이었다!
“읏, 아아! 끅……!!”
“무, 뭐하는 거예요!?”
괴로워하는 건 둘째 치고, 왜 구슬을 자기 질 안에 넣으려 한단 말인가? 그녀의 눈에는 이슬 같은 물방울이 맺혀 있었고 얼굴은 붉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커다랗지는 않지만 그런 구슬을 자기 소중한 곳에 넣는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그런 내 걱정과 경악에 관계없이 그녀는 계속 힘을 줬고 완전하게 들어간 순간…….
“읏, 아아아아앙────!!”
다 들어갔다는 기쁨일까, 아기의 보금자리에 들어간 이물질에 대한 항의일까. 울려 퍼지는 사랑스러운 비명에 난 어찌할 줄을 몰랐다. 침까지 조금 흘리며 간신히 내 어깨에 기댄 그녀는 힘겹게 중얼거린다.
“구슬을 부수면 효과는 없, 지만……하아, 하악……!! 그 효과를 나누어 가지는 건 가능해……읏! 빠, 빨리……!!”
“서, 설마……그, 아이나 씨 보지에 제 걸 넣으라고요?”
어깨를 세게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괴롭긴 괴로운 거 같다. 하지만 이물질이 들어간 걸 뺀다면 또 모를까, 이 상태로 넣으라고? 나도, 아이나도. 모두 다칠 수도 있는데?
“구슬은 녹으며 없어질 테니……빨리! 빨리 넣으라구요……!!”
이렇게까지 말하니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허둥지둥 댄들 아무것도 해결이 안 되고, 그녀가 나한테 주기 위해 이런 짓까지 했다면 더욱 더 도망칠 순 없다. 침대에 누운 채 보지 부분에 손을 댄 그녀를 보니 본의 아니게 정복감이 들었다.
“넣을게요. 아프더라도……참아줘요.”
“빨, 리……윽! 앗! 빨리 넣어요!”
공손한 말투로 끝까지 명령질이라니. 약간의 짜증과 함께 그녀의 질 속에 조금씩 내가 들어간다. 귀두(龜頭)가 들어간 순간, 따뜻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구슬인가? 녹는다는 건 사실 같다. 물컹하면서도 찐득한 느낌이 드니까.
“얼른, 완전히……!”
“알았다구……요!”
콰직! 짜증과 함께 그녀의 리퀘스트도 있고 해서 단 한 방에 뿌리까지 들어가 버렸다. 그 순간, 아이나의 눈에서 하이라이트가 없어지는 걸 살짝 볼 수 있었다. 넋이 나간 건가? 어른스럽지 못하게 행동했다는 후회감과 그녀에 대한 걱정이 날 움직이게 만들었다.
“괜찮아요? 아이나 씨!?”
“읏, 움직여……요……!!”
“예?”
움직이라니. 무슨 소리야. 지금 움직여서 자기가 괜찮다는 걸 보여도 모자랄 판에 나한테 움직이라고?
“구슬은, 하악……!! 아직 제 보지 안에 있어요……그걸, 계속 공격해서 부숴야……마력을……! 읏, 앗!”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그녀의 반응과 말을 듣고는 대강 추리할 수 있었다. 즉, 계속 자지로 그녀의 질을 공격해라 이건가? 확실히 조금 전보다 약하지만 여전히 물컹하면서도 찐득한 게 느껴졌다.
빌어먹을, 어지간한 충격으로는 부서지지 않는 건가? 딱딱한 것이라면 그건 그거대로 힘들겠지만, 이건 충격을 잘 받지 않아서 더 짜증나게 만드는군.
이대로 그만둔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괴로워하는 그녀를 더 괴롭게 만들 수도. 그리고 마력을 나누어 가지기 위해서도 이 일은 거쳐야만 했다. 다시 한 번 허리를 뺐다가 힘껏 박자 아이나는 ‘아, 엄마……!!’라고 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헤, 헤헤…….”
“뭐, 뭐가 웃겨욧……!?”
지금까지 보여준 지적(知的)인 외모와 태도에 맞지 않게 그녀는 화를 냈다. 아픈 걸 못 느끼게 하기 위해서도 조금 짓궂게 대해볼까?
“촌장님씩이나 되는 분이 엄마를 찾다니, 후후……귀여운데요.”
“무, 무례한……!! 난 이 마을의 촌장, 아이나에요! 그런 건방진……하읏♡”
지금까지와는 달리 이번에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계속 하기에는 내가 힘이 드니, 좀 쉬면서 해야겠지. 몸이 덜컥댈 때마다 움찔거리는 아이나. 그때에 맞춰 내 자지를 끊으려는 듯이 조여 왔다. 젠장, 엄청 명기(名器)였잖아, 이 여자!?
“아이나……귀여운데……!!”
이젠 촌장님이라고도 안 불렀고, ‘씨’라는 존칭조차 생략한 상태였다. 그녀의 허리를 잡아다 내 쪽으로 당길 때마다 구슬이 점점 물컹거렸고, 이제 조금만 있으면 찢길 거 같은 예감이 든다.
“건, 방진! 읏! 앗! 엄, 마! 나 죽어!”
“하, 윽! 우리 촌장님, 엄마 찾아요? 크, 윽……존나 쪼이네……!!”
“윽! 아! 앙! 엄마, 아이나! 아이나 보지 이상해! 보지가 뜨거워! 뭔가 이상해! 엄마……!”
이젠 눈물까지 흘리며 엄마를 찾았다. 내 말에 대답도 안 하고(아니, 못 하는 건가?)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나가 안쓰러웠기에 더욱 스피드를 올린다.
아예 그녀의 몸을 조금 일으켜 수직으로 세웠다. 내가 엉덩이를 조금 들어 들썩대자 그녀의 가슴과 몸 또한 들썩거렸다. 이젠 정말 걱정이 됐기에 그녀를 달래야만 했다.
“히잉! 히잉! 엄, 마! 내 보지! 내 보지를 지켜줘! 잉, 잉!”
“윽, 하아! 아이나! 정신 차려! 조금만 더 하면 구슬이 깨질 거야! 함께 부수자!”
누군가는 ‘구슬? 니 좆에 있는 불알 말하는 거임? 그거 깨지면 고자 되는 거 아님? ㅋㅋㅋ’라고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난 존나 심각했다.
이대로 뒀다간 아이나의 몸이나 정신에 문제가 남을 거 같았고, 아무리 명령조로 말했다지만 로라가 사는 마을의 촌장을 그냥 내버려두고 싶지는 않았다.
“아이나! 아이나!”
빌어먹을! 왜 안 깨지냐고! 앞으로 아주 조금이면 부술 수 있을 거 같은데 얄밉게도 부서지지 않는 구슬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젠장! 어쩔 수 없지!
“분신술……!!”
마력(MP)가 100 소비되며 한 명의 분신이 빛과 함께 나타났다. 밑에서 충격을 줘서 안 된다면 위에도 충격을 주는 수밖에 없잖아!
내 분신답게 이미 할 일은 알고 있었다. 넋이 나간 채 인형처럼 신음만 하는 그녀의 입은 이미 벌려져 있었고, 거기에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자지를 처박았다.
“읍? 읍!? 으, 읍! 흐응! 흐…….”
처음에는 발버둥을 쳤지만 그것도 잠시. 건강한 성인 남자 2명이 협동해서 입과 보지를 공략하는데 이길 수 있을 턱이 없었다. 이런 건 내 취향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효과는 있었던지 물컹한 무언가가 터지는 느낌이 났다. 해낸 건가?
조심스럽게 입과 아기의 보금자리에서 벗어난다. 그녀는 인형처럼 침대에 쓰러진 후 움찔거리며 신음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사정(射精)은 하지 않았다.
평소였다면 그 엄청난 조임에 사정을 했겠지만 조금 전까지 엄청 위험한 상황이라서 그랬던 걸까? 5분 정도 지나니 아이나가 일어났다. 썩을. 더럽게 뻘쭘하군. 서로 입을 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엄밀히 말해 난 강간을 한 거니까. 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니었다만, 괴로워하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라는 명목 아래 입과 질(膣)에 내 물건을 쑤셨다. 이걸 강간이라고 하지 않으면 무얼 강간이라고 하겠는가? 게다가 짓궂게 대했으니 이것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아, 여러분. 사람은 세 가지 끝을 조심해야 합니다. 입끝, 손끝, 좆끝. 입끝이란 혀에서 나오는 말. 즉 말조심을 뜻했다. 손끝은 도박이나 주먹. 폭력이나 패가망신(敗家亡身)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뜻.
그리고 좆끝은……설명이 필요하냐? 난 그 중 두 가지나 어겼다. 강간도 모자라 ‘헤헷, 엄마가 보고 싶다니! 귀엽기 그지없군!’과 같은 헛소리를 찍찍 싸댔으니까.
“그, 미안해요. 너무 괴로워 보였는데……괜찮아요?”
“……네.”
얼굴 빨갛다. 그, 그러니까 처음부터 잘 설명을 해줬어야지! 내가 왜 도와주고 나쁜 놈이 되어야 하는 건데?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나는 주춤거리다 겨우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네?”
방금 헛소리를 들었나? 내 청력(聽力)이 그렇게 병신은 아닌데. 난 내가 듣고도 무슨 말을 했지 싶었다. 고맙다는 말, 감사의 표시 맞지?
“세린님 덕분에……마력이 잘 나누어진 거 같네요. 제 마력이 늘어났으니, 세린님도 늘어나셨을 거예요.”
스테이터스를 보니 내 MP는 7500이 최대치가 되어 있었다. 정말이네. 구슬은 확실히 깨진 거 같다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몸은 괜찮아요? 어디 아픈 곳은 없구요?”
아이나는 동그란 눈으로 날 본다. 왜 날 그렇게 보냐? 니 몸을 걱정해야지!
“저는, 괜찮아요. 그렇게 걱정하실 거까지는…….”
“아니, 걱정해야죠! 조금 전까지 엄마엄마 부르면서 눈물을 흘렸잖아요!”
지뢰 밟았다 ^0^/ 그녀의 얼굴은 조금 전보다 더 빨개져 있었다.
“그, 그건……괴로워서 그런 거예요! 아니, 세린님이 잘못 들은 거예요!”
“잘못 듣긴 뭘 잘못 들어요? 게다가 괴롭다고 말해놓고 그런 변명할 거 같으면 뭐 하러 말하셨어요!? 아니지, 애초에 잘못해서 큰일 났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런 무모한 방법을 쓰셨어요!?”
내 속사포 같은 질문에 그녀는 화가 난 거 같았다. 이 여자가!? 걱정해주는 사람한테 그게 지을 표정이냐!?
“아……니에요.”
“뭐가 아니에요?”
“아니에요! 세린님이 들었던 엄마라는 소리는, 그……환각(幻覺)! 세린님은 환각을 들으신 거예요!”
“환각이 아니라 환청(幻聽)이겠죠!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요?”
정말 개판이다. 도대체 우린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한 명은 왜 그렇게 위험한 짓을 했냐고 묻고 있고, 한 명은 ‘니가 들은 소리는 다 환청임! 여하튼 난 그런 소리 안 함!’이라고 변명을 하고 있질 않나. 대체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람? 그래도 지긴 싫었던지 그녀는 내 잘못을 꺼냈다.
“걱정하신다는 분이……그렇게 짓궂게 구셨어요?”
“윽!”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녀는 겨우 반격의 실마리를 잡았는지 후후 거리며 나한테 다가왔다.
“흐음……그렇군요. 세린님은 괴로워하는 아녀자를 더욱 괴롭히며 말꼬리나 잡는 소인배(小人輩)셨군요……?”
“아, 아니에요! 그건 착각입니다!”
“스스로 말한 것을 착각이라고 하시다니. 그렇게 책임감이 없어서야 로라를 책임질 수 있겠어요?”
부탁이니 내 아내 들먹이는 건 그만 좀 두지? 이런 와중에 난 더 큰 문제에 봉착(逢着)했다. 맨 처음에는 사무적이고 고결했던 그녀가 갑자기 엄마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 은근히 짓궂게 구는 것에 매력을 느꼈던 것이다.
점점 다가오던 그녀는 내 발기한 좆에 닿자 움찔거렸다. 곧 거리를 벌렸고 우리는 다시금 서로 말이 없어지게 됐다. 아, 빌어먹을! 이건 자연적인 생리 현상이라고!
“……죄송해요.”
이젠 갑자기 죄송하댄다. 정말 두서없이 말하는 아가씨군.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정말 죄송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에 얌전히 들어야 할 거 같았다.
“절 걱정해주셔서 하신 말씀인데……그걸 가지고 놀려서 죄송합니다.”
다시금 사무적(事務的)인 말투다. 이건 아니잖아. 뭔가 화가 났다. 이제 와서 남 취급하다니.
“그런 말투 쓰지 마요. 조금 전 같이 말씀하셔도 괜찮아요.”
“……전, 그럴 자격 없습니다.”
자격? 남이랑 히히덕대는 데에도 자격이 필요한가? 지금까지 봐온 그녀의 표정이 분노, 웃음, 눈물 등이었다면 이번에는 확실하게 느껴지는 슬픔이 보였다.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하셨나요? 제 동생인 아이라가 왜 이 마을에 없는지.”
“……글쎄요.”
나한테 물어본들, 내가 알 리가 없잖아.
“세린님은 아시나요? 생명의 씨앗은 아기를 만드는 데에 필요하지만, 사람에 따라 큰 위험을 동반할 수 있다는 사실.”
“……잘 모릅니다.”
“그럴 거 같았어요.”
가볍게 웃지만 분노는 못 느꼈다.
“생명의 씨앗으로 아이를 낳는 건 좋지만 몸에 맞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그럴 경우 아이를 없애야 하죠. 하지만 저희 어머니는 저와 아이라. 두 명을 낳고는 얼마 되지 않아 돌아가셨어요.”
그건 몰랐다. 단순히 아기를 만드는 씨앗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촌장이셨던 어머니의 뒤를 이어 제가 촌장이 됐지만……그 때문이었을까요. 동생이 아이라한테는 많은 신경을 써주지 못했어요. 그런 저한테 정나미가 떨어졌던 건지 아이라는 어보션으로 가버렸죠. 그곳으로 간 이유는 그것만 있는 건 아니었지만요. 실제로 아이라는 저 이상으로 마법에 능통해요. 아마 프레그넌트의 사람들 중에 그 아이만큼 마법에 통달(通達)한 사람은 없을 거예요.”
자랑스러운지 웃음을 띤 채 말하는 그녀가 귀여웠다. 이거야 원, 동생 자랑에 여념이 없으시군.
“……어쩐지 기분 나쁘게 웃으시네요.”
“귀여워서 그런 거죠. 아까 전에는 엄마를 찾으시더니 이번에는 동생 자랑이잖아요?”
“그, 그런 거 아니에요! 순수하게 동생을 사랑하는 언니의 마음이라구요!”
“예, 예. 그런 걸로 치겠습니다.”
또 싸울 거 같아서 적당히 지는 척을 했다.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그렇다고 더 추궁할 수도 없었기에 다시 아이나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벌써 떠난 지 5년이나 됐어요. 편지에도 답장을 안 하고, 그렇다고 찾아갈 수도 없고. 저한테 원망을 품고 있는지도 모르죠. 그렇기에 안부 확인 겸 사죄의 의미로 그 구슬을 만든 거랍니다.”
“그……괜히 저 때문에 소중한 구슬을 반으로 나눈 거 같아서 죄송한데요.”
“괜찮아요. 세린님께 완전한 구슬 하나를 그대로 드리지 않은 이유는 저 또한 필요했거든요. 구슬의 힘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반 정도는 얻었으니 이미 제 목적은 달성했어요.”
웃으며 말하지만 그 긴 시간은 웃음으로 채워지는 게 아닐 텐데. 강인한 여자군.
“자기 동생한테도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하는 제가 어떻게 다른 사람과 행복하게 웃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전 마을 사람들을 위해 일하지만 정작 그들과 행복하게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어요. 제 쪽에서 마을 사람들의 호의(好意)를 거절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죠.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전 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어요. 동생 한 명의 마음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저한테 행복이라니. 틀림없이 벌 받을 테니까요.”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건 내가 정할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왜 떠났는지. 그리고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었으니까. 동생을 자랑하는 언니에서 금방 자책(自責)하는 촌장님 모드로 돌아온 걸 보고 싶지 않았기에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돌려야 했다.
“그, 그럼 있잖아요. 그건 무슨 뜻이에요? 그. 이 방에 와서 말하셨잖아요. 두 번째 보수는 이 마을의 미래라고.”
자책하는 걸 돌리려고 물은 건데 효과는 좋네. 그녀는 주먹을 꼭 쥔 후 날 본다. 그, 가슴이라든가……다리 부분으로 눈이 가는 건 좀 이해해주라. 남자잖아.
“세린님께 이 마을의 미래를 드림으로써……이 마을의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요.”
알아먹게 말하라니까. 주어랑 서술어 붙인다고 다 문장이 되는 건 아닌데. 태클을 걸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본 표정 중 가장 진지한 표정이었기에 농담할 때가 아니구나 싶었다.
내가 그 말뜻을 못 알아먹었다는 걸 안 아이나는 눈을 감은 후 내가 알아먹기 쉬운 말로 정리해줬다. 단 한 마디였지만, 그 말을 들은 나는 내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세린님의 아기 씨앗을……이 마을의 모든 여자들한테 뿌려주셨으면 합니다.”
============================ 작품 후기 ============================
웃우우우──웃! 프로듀서! 2017년이에요, 2017년!
늘 시작할 때 '웃우우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야요이P도 아니거니와, 뒤에는 같은 말을 반복하는 아마미 하루카 느낌이 들기도 해서 '이 작가 아이마스 제대로 보긴 본 건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요! 나중에는 '어째서 당신이 작가인 거죠?'라는 패기 넘치는 코멘트가 들어올 수도 있겠어요! 웃우우우웃!
웃우우우──웃!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마을에 있는 여자들을 모조리 임신시키는 초막장 하렘 전개에요!
웃우우우웃! 틀림없이 이거 쓴 작가 새끼는 망상이나 실컷 해대는 사회부적응자임에 틀림이 없어요! 안 그러면 이런 개막장 소설 & 전개! 쓸 수도 없고 생각할 수도 없어요! 이런 막장 작가 새끼는 언젠가 미풍양속 저해법으로 잡혀갈 놈이에요!
웃우우우우웃! 그러면 이 소설의 인기도 슬램☆덩크! 안 그래도 인기 없는데 더 인기가 없어져서 노블레스에서 쫓겨날 거예요! 그리고 감옥에서 '그런 짓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난 그 사실을 몰랐어…….'라며 스펀지밥 드립이나 쳐댈 놈이에요!
……2017년 초반부터 이딴 걸 쓰는 저도 참 막장이긴 막장인 거 같습니다. 드디어 2017년이 밝았습니다. 12시가 막 넘어서 글을 올리자니 좀 불안하네요. 저보다 재미있는 글을 쓰시는 분들이 단체로 업로드를 하니 말입니다. 그 덕분에 묻히는 감이 있습니다만……어차피 베스트에 갈 만한 글도 아니니 그러려니 합니다. 지금은 그냥 글을 올리며 독자분들과 소통하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ㅇㅈㅂㅇㅂ님, 2017년 최초의 댓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새로운 히로인들이 등장할 테니 즐겁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새롭게 펼쳐진 2017년입니다. 독자분들의 희망과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조회, 추천, 선작, 코멘트에 다시금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즐거운 글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