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어드벤처–당신의 아기를 낳고 싶어-24화 (24/235)

00024 「3-3 : 평온한 나날 (3)」 =========================

“이거 큰일인데…….”

난 진심으로 곤란했다. 비가 오던 날, 혜린과 나는 서로의 감정을 털어놓고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됐다. 비가 그치자 혜린과 함께 데이트를 나갔고, 여러 가지로 즐거운 추억도 만들었다. 혜린한테는 결국 시라누이 마이의 코스튬을 다시 줬고, 옷의 능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지도를 했다.

비록 나처럼 플레이어 전용 홀로그램 스크린을 가지진 못했지만 입은 코스튬의 특성이나 기술 등을 알 수 있도록 전용 스크린이 떠올랐기에 전투 교육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좀 갑작스럽지만……격투게임이란 장르는 꽤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KOF 이전부터 유명했던 격투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 특히 2에서부터 유명했던 주인공 류의 필살기. 파동권(흔히 말하는 아도겐)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손으로 뿜는 바람이라 하여 장풍(掌風)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그 장풍은 캐릭터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표현됐다.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는 파동권 계열의 표현. KOF에서는 쿠사나기 쿄의 ‘어둠쫓기’. 혹은 료나 로버트처럼 극한류(極限流)를 배우는 캐릭터는 ‘호황권’이라는 이름의 장풍을 쓰기도 했다.

아랑전설 시리즈에서부터 나와 KOF를 대표하는 여성 캐릭터가 된 시라누이 마이 또한 부채를 던지는 기술. ‘화접선’을 가지고 있다.

왜 이런 설명을 갑자기 하냐고? 메이가 원거리 공격. 로라가 올 라운더. 시라누이 마이의 ‘화접선’을 보고 원거리에서 견제하는 캐릭터가 아니냐고 묻겠지만 전혀 다르다.

KOF는 견제 및 장풍 싸움이 아니라 격투 게임이다. 즉, 혜린이 할 일은 가까이 오는 적을 처리하는 역할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옷을 입으니 보통 인간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기에 혜린은 예전 혜린의 인격이 그랬던 것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괴물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처음에는 촉수도 징그럽고 숲에서 어떤 여자가 살해당하는 걸 봤기에 무서워했지만, 무서워하는 것만으로는 상황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전투에 참여하게 됐다.

그 결과 예전의 도도함이나 무책임함은 많이 사라졌다. 괴물 퇴치에서 메이를 도와 원거리(遠距離)의 적을 공격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한테 다가오는 적을 퇴치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덕분에 꽤 편해졌지.

근데 왜 내가 이 소설이 시작하자마자 ‘이거 큰일인데……’라고 말했냐고? 정말 잘 물어봐줬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너무 잘 싸워줘서’였다.

누가 들으면 ‘이게 미쳤나……잘 싸워서 살아남으니까 다행이지. 그게 왜 문제임?’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그게 당연한 반응이고.

하지만 문제란 예고를 하고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잘 싸워줌으로 인해 모두의 레벨이 올라갔고, 내 레벨 또한 올라갔다. 난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않아도 그들의 경험치를 조금씩이나마 얻을 수가 있었기에 겨우 레벨 10에 도달할 수 있었다.

레벨 10이 되자마자 지금까지 2개밖에 없었던 마법이 대폭 늘어났다. 이 ‘하렘 어드벤처’는 어지간히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마법 같은 걸 한 방에 몰아서 주는 거 같았다. 스테이터스 / 무기 / 마법. 총 세 개의 메뉴가 반짝였고, 이는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었다는 걸 알려줬다.

스테이터스는 꽤 올라갔다. 원래 레벨 업을 할 때마다 스테이터스는 올라갔으니, 레벨 10대에 진입한 기념으로 주는 거 같네. 쉽게 말해 ‘보너스 포인트’였다. 올라간 건 기쁘지만, 스테이터스에 일일이 신경 쓰면서 살아가는 타입이 아니니까……이건 그냥 좋다 치자.

무기는 K2 자동소총이 추가되어 있었다. 하하, 웃기군. 난 군대에 있을 때 M16A1와 K2 자동소총. 통칭 M16이랑 K2를 모두 써봤다. 후방에 있었기에 군복무 기간이 반쯤 남았을 때 바꿔줬지.

별로 내 명중률이 높은 건 아니었다만 K2는 쓸데없이 무거웠다. 접을 수 있으면 뭐 하냐……무거워서 좆같은데. 여하튼, 개인 화기가 늘어난 건 기쁜 일이었다.

[K2 자동소총]

- 원거리 사격형 무기. 한 번 쏠 때 최대 30발까지 장전이 가능하며, MP를 30소비하여 재장전이 가능. HP가 30%이하로 내려갔을 경우 자동사격모드로 바뀌며 재장전 및 자동사격으로 인해 MP가 50씩 소비된다.

어떻게 된 게 M16이랑 글자 하나 안 틀리고 내용이 같냐……. 이걸 쓰나 M16을 쓰나 나한테는 같은 사격 무기였기에 뭘 고르든 간에 큰 메리트는 없었다.

HP가 30% 이하로 내려갔을 때 자동사격모드로 바뀐다는 건 M16도 마찬가지니까. 그럼 내가 죽기 직전이 되면 총이 두 자루나 나온다는 건가? 쩌는데!?

M16 한 정만으로도 괴물이 걸레가 되다 못해 아주 넝마조각이 되어 죽었었지. 그런 총이 두 정이나 하늘을 날아다니며 괴물을 저격 & 공격한다고? 생각하니 아주 질질 쌀 거 같았다.

혹시 새롭게 추가된 마법은 이기어검술(以氣馭劍術) 같이 총 2정을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 이기어총술(以氣馭銃術)이 아닐까 싶어 기대하는 마음으로 마법 메뉴를 열었다.

“……나니☆코레(뭐니☆이거)?”

새롭게 추가된 마법은 전투용이 아니었다. 직접적으로 전투에 쓸 수 있는 건 단 하나도 없었다. 추가된 마법은 총 3개였다. 문제는 그 세 개의 마법이 전투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아니었다. 그런 것 정도는 안드로메다로 보내 버릴 정도로 골 때리는 내용이었다.

[낙태(落胎) / 소비 MP 0 / Active]

- 플레이어의 아기를 임신하고 있는 여성 캐릭터를 대상으로 하는 마법. ‘낙태(落胎)’ 마법 발동 시 정신이 붕괴되며 플레이어에 대한 의존도(依存度) 및 충성도(忠誠度)가 급상승(急上昇)한다. 낙태된 아기는 사랑표(♥) 마크가 되어 여성 캐릭터의 몸에 표시되며, 낙태를 거듭할 때마다 표시는 늘어난다.

[좆물 캡슐 / 소비 MP 50 / Active]

- MP 50을 소모하여 발동. 발동 시 사정(射精)하는 좆물이 쌓여 하나의 캡슐이 된다. 캡슐을 통해 여성 캐릭터의 HP / MP를 회복할 수 있으며, 사용한 여성 캐릭터는 ‘임신’ 상태가 된다. 플레이어는 회복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캡슐을 사용해도 효과는 없다. 마찬가지로, 이미 ‘임신’ 상태의 여성 캐릭터한테는 회복 효과만 적용된다.

[정신 이상 / 소비 MP 100 / Active]

- MP 100을 소모하여 사용 가능. 대상으로 선택된 여성 캐릭터의 정신 이상을 유발. 플레이어한테는 쓸 수 없다.

……

…………

………………뭐 시발, 이 따위 마법이 다 있냐?

웃기지도 않았는데 웃음이 나온다. 뭐야 이거. 아니, 어. 잠깐만.

왜? 어째서? 보통 판타지 세상에서 마법이라 하면 파이어 볼이나 썬더 볼트. 아니! 그, 여하튼 평범한 거 있잖아! 손에서 불이 나간다거나……적어도 ‘정상의 범주’에 속하는 마법이 그토록 많고 무궁무진한데!

왜 나는 시발 ‘낙태’라든가 ‘좆물 캡슐’ 같은 마법을 배워야 하는 건데!? 이건 아니잖아! 누군 멋진 마법 배워서 그걸 난사하며 여자를 하렘 인원으로 만드는데……뭐? 낙태? 좆물 캡슐? 정신 이상? 시발 나한테 쓰지도 않았는데 정신이 어질거리다 못해 아득하다 개새끼들아!!

눈물이 왈칵 고였다. 아니, 이 빌어먹을 세상……이 좆같은 ‘하렘 어드벤처’는 대체 무슨 생각이란 말인가? 안 그래도 ‘매일 총만 쏘니 편하긴 한데, 좀 미안하네. 나도 공격 마법 같은 거 안 배우려나? 그래야 다른 사람들을 지키는 데에 도움이 되지’와 같은, 기특한 생각을 하고 있는 나한테 이딴 엿 같은 마법을 주다니……이 무슨 지랄 같은 일이란 말인가?

헌데 생각해보니 정말 대단한 걸 생각해낼 수 있었다. 늘 이랬다. 원래 내 인생은 좆같았고, 여기 와서 팔자 좀 펴나 싶었지만……. 여기 와서도 난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받게 됐구나 싶었다.

물론 지금이 예전의 현실보다야 몇 배고 낫다만, 그래도 마법 하나 정도는 내가 원하는 걸 줄 수 있잖냐……. 대체 무슨 원한이 있다고 나한테 이딴 마법을 주는 건데?

눈물이 나오려 하는 걸 간신히 참았다. 그래, 어쩔 수 없다. 당장은 못 하겠지만……언젠가 쓸지도 모르는 마법이잖아? 미래를 위해 잠시 받아둔 거라 치자.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참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문제는 그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레벨 10이 되어서 마법도 생기고, 무기도 생기고. 스테이터스마저 업데이트됐는데 ‘이거 큰일인데……’라고 말했던 이유는 바로 레벨 그 자체에 있었다. 레벨 10이 된 순간 메시지가 하나 나타났고 내용은 대강 간추리면…….

[야, 레벨 10 된 거 축하한다. 자식, 형이 너 노력했다고 여러 가지 선물 줬으니까 한 번 열어봐. 아, 물론 니 마음에 들지 어떨지는 둘째 치고. 선물이나 경품은 반품(返品) 안 되는 거 알지?

그나저나 임마, 언제까지 이 근처에 있을래? 처음이라면 모를까 괴물 잡아서 겨우 레벨 10까지 올렸잖냐. 고렙이 되기 위해서는 강한 몬스터도 잡고, 이벤트도 해결하고. 여하튼 그런 걸 해야지. 언제까지 레벨 업하기 어렵게 경험치도 조금밖에 안 주는 저 괴물들 사냥할래?

레벨이 오르면 오늘 내가 레벨 업 기념으로 준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잖아. 그뿐이냐? 다른 마을이나 지역에 가면 거기에서도 또 여자들이 많을 테니……크흐흐! 참을 수 없구만!

주지육림과 하렘의 꿈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언제까지 현재에 만족하며 살 텐가? 너의 그 파릇파릇한 하반신을 흔들 곳은 아직 존재한다!

청년이여. 소망을 품어라! 희망을 꿈꿔라! 만화 ‘원피스’에서 많은 사람들이 부(富)와 명예(名譽)를 위해 바다로 나가듯, 너도 니 하반신의 다양한 테크닉과 짜릿한 쾌락을 위해 밖으로 눈을 돌릴 때다!

그럼, 말이 길어졌지만……나중에 다시 한 번 보자꾸나. 아듀!]

……좀, 내가 정리하고도 어이가 없다. 실제로 저런 말을 한 건 아니고. 이제 경험치를 조금밖에 주지 않는 괴물을 퇴치해봤자 레벨 업을 노리긴 어려우니 다른 곳에 가서 사냥해라. 이런 취지(趣旨)의 메시지가 떴었다.

RPG 게임에서 주인공은 여러 마을을 돌아다닌다. 그게 자기를 위한 것이든, 퀘스트를 위한 것이든 간에 여하튼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가끔 여자와의 섬씽 이벤트도 있고 하니 사실 여자를 만나기 위해서도 마을을 돌아다녀야 하는 건 필수 이벤트다.

하지만 이 뜻은, 현재 이곳에서 사귀고 있는 여자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혜린이라면 괜찮다. 메이도 괜찮겠지. 하지만 로라를 놔두고 떠나기에는 우리의 전력(戰力)이 꽤나 약해지기에 함부로 떠날 수가 없었다. 어쩌면 메이도 엄마를 놔두고 떠나는 것에 반대할 수도 있다.

전투력과는 별개로 나 자신도 이 프레그넌트 마을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이곳에서 결혼식을 치르고 많은 사람들과 사귀며 지내왔다. 이 세상에 떨어진 것부터 시작해 여기에 정착한 거까지 포함하면 2개월은 넘겠지.

그런 정이 든 장소를 그저 새로운 여자를 안고 싶다는 이유로 떠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섹스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안정 또한 필요로 했으니까.

머리를 싸맨 채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 혜린과 로라. 메이가 들어왔다.

세 명은 이제 상당히 사이가 좋아졌었고, 로라가 하는 경비 활동에 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혼자 시라누이 마이의 코스튬을 입고 있는 혜린이 눈에 띄긴 했다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코스튬의 힘이 없으면 싸울 수 없으니까.

“아빠, 다녀왔어요!”

“오오, 메이야. 수고했다.”

메이의 머리를 쓰다듬자 로라의 볼이 부풀어올랐다.

“누구보다 노고(勞苦)를 위로 받아야 하는 건 바로 저라구요!”

“로라도 참……로라가 가장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제가 모를 리가 없잖아요?”

그 말을 듣자 내 곁으로 온 로라의 가슴을 주물렀고, 노고(勞苦)를 치하하는 형태가 이런 파렴치한 것이라도 싫지만은 않았던지 약간이지만 음탕한 소리를 냈다.

“아내가 세 명이니 큰일이네.”

“그러게. 매일 밤에 분신술 쓰는 것도 힘들어.”

“안 하면 되잖아.”

“사랑스런 부인들한테 영앙 만점의 좆물을 먹여주고 싶거든.”

혜린이 ‘변태 새끼’라고 말하며 입을 맞추었고, 내 자지가 부풀어 오르자 메이가 ‘아앗, 혜린이 언니 치사해!’라고 했다. 나이로 따지자면 혜린이 가장 위고 내가 두 번째. 로라는 메이를 낳았지만 사실상 나보다 어리다고 해야겠지.

다행인 건 모두 20살 이상이라는 점일까. 메이 또한 태어난 지 1년 정도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육체와 정신은 20살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나를 둘러싸고 싸우는 건 하고 싶지 않았기에 첫 번째 부인이자 연장자(年長者)인 혜린이를 ‘언니’라고 부르기로 했다. 로라는 언니라고도 부르고, 혜린이라고도 했다.

순식간에 동생이 생겨버린 혜린은 두 명을 잘 보살펴주기 위해 힘든 경비 활동에까지 뛰어들었을 정도니 사이가 얼마나 좋은지는 말 안 해도 알겠지.

“최근에는 주변에 괴물도 많이 없어져서 경비 활동도 꽤나 부담이 없어졌어요. 이게 다 세린 덕분이에요.”

“저뿐만 아니라 경비대원들과 모든 분들 덕분이죠.”

괴물 씨앗을 아주 말려버릴 작정으로 숲에 들어가 무쌍을 찍었으니 안 없어지는 게 이상했다. 레벨 10의 달성은 좋았다. 하지만 세상에는 원인과 결과가 존재하는 법.

레벨 10이라는 결과를 위해 숲의 괴물들을 모조리 작살냈다는 원인이 존재했고 그게 지금 와서는 호사(好事)로 적용되고 있는 중이었다. 괴물이 없으면 나를 포함해 모두가 다 편하니까. 아마 숲속에 들어가도 오히려 괴물 찾아보기가 어려울 거다.

“오늘은 로라와 메이, 두 명한테 선물이 있어요.”

선물이라는 말에 메이가 벌떡 일어났다.

“아, 아빠! 그거 이전에 말했던 거야!?”

“그럼! 아빠가 약속을 잊었을 거라 생각했었어? 이거 섭섭한데?”

‘이전에 말했던 거’라면, 로라를 위해 하루 종일 서비스를 해줬던 날. 로라의 수고를 치하하기 위해 메이한테 서비스를 못 해준 것에 대한 사죄(謝罪) 비슷한 거였다.

한 때 로라와 메이의 사이가 나빴을 때, 두 명만을 위해 섹스를 보여주기로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로라를 위해 드레스를 겸한 코스튬을 준비했지만 여러 문제가 생겨서 주지를 못했지.

그렇다고 로라한테만 옷을 주자니 메이가 불쌍했다. 그 옷을 메이한테 주자니 로라가 불쌍한 데다……사실 코스튬의 속성이 메이랑은 잘 안 맞는 것도 있었다.

결국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돈을 모아 코스튬을 한 벌 더 사기로 결심했고 어제가 되어서야 살 수 있었다. 산 건 좋은데 ‘옛다 선물!’이라며 휙 던져주기에는 미안했기에 오늘까지 기다렸던 거다.

“저희한테 준다니 좋지만……그, 혜린은……?”

“난 됐어. 이미 이걸 받았으니까.”

코스튬을 살짝 흔들어 보인다. 드레스로는 보이지 않지만 일단 사람들 앞에서는 그렇게 밝혔기에 로라와 메이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스테이터스의 파티 인원에 들어가 로라와 메이, 두 명한테 내가 준비한 옷을 입혔다.

두 명의 몸에서 빛이 났고, 그 빛이 사라졌을 땐 두 명은 이미 코스튬을 장착한 상태였다.

로라가 입은 코스튬(옷)은 어깨 부분이 드러난 하얀 옷이었다. 목 부근에는 하얀 옷과 대조적인 붉은색의 천이 단풍처럼 꾸며져 있었다.

경비대장이라는 직책에 하얀색의 커다란 망토를 쓰던 로라였지만, 이번에 장착된 코스튬은 허리부터 시작해 발목 위까지 오는 소형 망토가 스커트처럼 세트되어 있었다.

흰색 스타킹은 상의와 비슷하게 빨간색 천으로 정교하게 꾸며져 있었고, 클로버와 비슷하지만 약간 더 뾰족한 끝. 십자가와 비슷하지만 끝이 더욱 길었고 마치 검과 같은 형상의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치마는 상의와 스타킹이 하얀 색인 것에 반항하려는 것인지 붉은 색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허리춤의 왼쪽에는 설정 상 명검(名劍)으로 취급되고 있는 「램번트 라이트」가 있었고 옷과 검을 통해 이 옷이 일본 인기 라이트노벨. 그 인기에 힘입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소드 아트 온라인』의 히로인, ‘유우키 아스나(結城明日奈)’가 게임 속에서 입었던 옷. 혈맹기사단(KoB)의 섬광으로 알려진 여성 플레이어, 아스나(アスナ)의 옷이라는 걸 나타내고 있었다.

로라가 평소 입던 비키니 아머와 하얀색 망토 & 스타킹은 상당히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전투에서는 올 라운더로 활약하는 그녀였지만, 경비대장이라는 직책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으면 곤란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기사나 검사라는 캐릭터에 어울리는 옷은 없을까……?’라고 생각하던 중 찾은 옷이 바로 이 옷이었다. 지출이 꽤 컸다.

로라한테 드레스로 주고 싶었지만 메이한테 냉정하게 대하는 부모 실격감 로라를 보고 실망했기에 결국 보류하고 말았었지. 이 옷을 메이한테 줘도 좋겠지만, 역시 하얀색과 기사복의 매치가 잘 되어 있었기에 로라만큼 잘 어울리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된다.

로라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그렇겠지. 이 옷, 존나 비쌌다. 이걸 사고 후회도 했었지. 지금 와서 생각하니 너무 빨리 산 옷이었어. 사냥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이유도 생활비가 작살났다는 웃기지도 않은 변명을 하기 싫어서 그런 거였지. 아아, 눈물 난다.

하얀색과 빨간색으로 조화를 이루는 ‘유우키 아스나’의 복장과 대조적으로, 메이가 입은 것은 매우 새카만 옷이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레오타드’를 입고 있었다.

목 부분부터 골반까지. 새카만 색이지만 빛이 반사될 정도로 매끈한 광택(光澤)을 자랑하고 있었다. 목과 가슴 주변으로 빨간색 끈이 묶여져 있어 로라보다 큰 가슴이 더욱 강조된다.

상의와 팬티가 결합된 듯한 레오타드였지만 그 위에는 핑크색의 치마가 갈색의 슬렉스 벨트에 의해 절묘하게 입혀져 있었다. 웃긴 건……치마를 입었지만 정작 중요한 자궁 부위는 훤히 보인다는 거였다. 가리기 위해 입힌 게 아니라 보다 강조시키기 위해 입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코스튬 매치였다.

복숭아 빛 머리카락은 두 개의 검은 리본에 의해 트윈 테일로 바뀌어 있었고, 하얀 옷을 입은 로라와는 대조적인 적흑(赤黑)의 망토를 두르고 있다.

이 캐릭터의 코스튬에 결정적(決定的)으로 필요한 지팡이, ‘바르디슈’가 없다는 건 안타까웠지만……어쩔 수 없지. 터질 거 같은 몸매를 그대로 보여주는 검은색 레오타드.

한 때 ‘화성인 바이러스’에 나오기도 해서 유명했던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시리즈에서 주인공이자 색기 담당으로 이름을 날린 페이트 테스타로사(フェイト テスタロッサ)의 코스튬이 나오자 혜린은 ‘아, 저건 나도 알아’라고 했다. 오오 대단하다 TV프로그램의 파급력(波及力)!! 물론 로라나 메이는 이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 알 수가 없었다.

원거리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메이를 보며 생각했던 것은 ‘마법의 종류나 힘의 증가’와 ‘위급시(危急時)에 탈출하여 재정비 &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기동력(機動力)’이었다.

마법을 쓰는 건 좋지만 적이 많고 적으면 거기에 따라 마력을 아껴야 했으며, 혹시나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적이 있다면 바로 자리를 이탈해 도망치거나 다시 싸울 수 있는 기동력 또한 갖추어야 했다.

여러 옷을 놓고 고민한 결과, 기동력뿐만 아니라 뇌(雷 ; 번개)속성의 힘까지 증가시켜주는 ‘페이트 테스타로사’의 코스튬이 안성맞춤이었다. 메이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선물로 주기에도 적합했기에 사버렸지.

다행스럽게도 이걸 샀지만 돈은 바닥나지 않았다. 후후, 지금까지 사냥을 재미로 한 줄 아냐? 다 생각이 있어서 한 거다.

로라의 코스튬이 ‘램번트 라이트’라는 검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 메이의 코스튬이 캐릭터를 상징하는 인텔리전스 디바이스 ‘바르디슈’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건……아무래도 일종의 밸런스 조절을 위한 조치가 아니었나 싶었다. 그게 없더라도 메이는 마법을 쓸 수 있지만……어쩐지 미안하잖냐. 미완성 선물을 주는 느낌 든다고.

메이는 아예 눈물이 글썽글썽하다. 하핫, 이거 사느라 꽤 돈 나갔다. 앞서 말했지만 돈이 바닥이 나지는 않았다만 그래도 상당한 지출이었다고.

혜린은 ‘내 거보다 비싸 보이는데……’라고 했다. 정말 눈썰미 좋군. 여자들은 옷에 대해서는 모두 안목이 밝아지는 스킬이라도 가지고 있는 걸까?

시라누이 마이의 코스튬은 쓰는 기술은 많았지만 대부분 접근계(接近系)였고, 화염 속성의 공격이었다. 따라서 가격은 지금까지의 코스튬 중에 가장 쌌다. 하지만 같은 접근계라도 칼을 포함해 ‘유우키 아스나’가 사용했던 스킬이 다양하게 들어있는 기사단 코스튬은 마이의 코스튬에 비해 3배나 비쌌다. ‘페이트 테스타로사’의 옷은 3배까지는 아니지만 2배를 약간 넘은 금액이었고. 나중에 옷 안 사주면 삐질 거 같은데…….

“아빠……정말 이거 내 옷이야?”

눈물 때문에 목소리까지 가라앉은 걸 보니 내가 미안한 느낌이 다 든다 야. 로라와 메이를 번갈아봤다.

“당연하지. 말했잖아. 아빠가 선물 줄 거라고. 아빠는 자기가 한 말은 지키는 사람이란다.”

‘가능한 한’이라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그러자 메이는 ‘후에에엥~’이라며 울었다. 로라는 메이를 달래려 했지만 그녀의 눈에도 눈물이 고여 있었다.

“잘 어울려요, 로라.”

“정말……고마워요. 세린. 이거, 비싼 거죠?”

“아, 뭐. 괜찮아요. 아내한테 주는 웨딩드레스가 싸구려서야 체면이 서질 않잖아요?”

아아, 미안하다. 혜린아. 나중에 니 옷 사줄게. 마음속으로 그렇게 느끼며 두 명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세상은 매우 개방적이지만 옷은 상당히 비쌌다. 정말 웃겼다. 대부분 수영복이나 비키니 같은 걸 입으면서, 몸을 가려주는 옷은 이토록 보기 어렵다니.

그래도 진짜 죽이긴 죽인다. 평소 드러나던 살결이 가려지니 오히려 그 풍만함이 더욱 더 강조되는 느낌이다. 사람들이 왜 알몸보다 수영복이나 속옷이 더 야하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알겠다.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뭐 어때요. 가족이잖아요. 늦게 드려서 죄송해요.”

“아니에요. 정말 고마워요. 메이, 너도 고맙다고 인사드려야지.”

메이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내 목을 끌어안은 채 ‘소중하게 입을게요~’라는 말을 겨우 했다. 으음, 진짜 딸 하나 생긴 느낌이다.

가능하면 세 명의 자궁 속에 있는 아이는 딸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하렘 어드벤처’라는 세상에 남자는 없지만 나로 인해 임신한 여성이 낳을 아이가 남자가 아니라고는 단정 지을 수 없으니 말이다.

선물 겸 웨딩드레스에 해당하는 코스튬에 기뻐하는 두 명의 미모를 칭찬하다보니 어느새 머릿속에서 이상한 마법이나 레벨 업에 대한 고민은 사라져 있었고, 잠이 들기 전에 ‘……어떻게든 되겠지’라 생각한 뒤 잠을 청한 나는 그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이벤트」란 내 의사(意思)에 관계없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 작품 후기 ============================

웃우──웃! 프로듀서! 드디어 2016년도 3일밖에 안 남았어요! 1997년 7월에 세계가 멸망한다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믿고 여름방학 숙제 안 했다가 처맞은 기억이 살아나요! 웃우우웃!! 그 개구라쟁이 예언자가 지명했던 1997년으로부터 20년이나 지나버렸어요! 완전히 지나가려면 2017년 7월이 지나야겠지만……그딴 건 딱히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웃우우웃! 진짜 그 개구라쟁이 새끼는 나중에 쳐맞아야 할 거예요! 하이 터치!

……옙, 맛이 간 작가입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새로운 한 해를 맞으며 앞으로 할 일이나 생각하자 싶어 이렇게 변해버렸습니다. 지금 연재하는 비축분을 제외하면 최근에는 입사지원서만 줄창 쓰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아마 저 같은 처지에 처한 분들도 많으시겠죠. 뭐니뭐니 해도 청년실업이 극성인 불황일 테니 말입니다.

작년 이 무렵에는 위안부 날치기 협의가 있었는데 이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난리법석이네요. 얼른 박근혜와 최순실, 그 똘마니들이 비참한 최후를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라와 국민을 장난감처럼 다루며 개돼지 취급했으니 만 번 죽어도 모자라겠죠. 소아온을 포함해 이 소설에서도 현 정부(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일어나기 전의)를 비판하는 내용은 나오겠지만……설마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으니 말입니다. 박근혜 퇴진 시위에 참여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드디어 세 명이 코스튬이 모두 정해졌습니다. 예전의 제 표지를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원래 표지에 있던 시라누이 마이, 유우키 아스나, 페이트 테스타로사. 애니나 라이트노벨에 나오는 세 명이 표지에 있었던 것은 모두 이것을 위한 포석이었습니다. 실제 캐릭터를 집어 넣지는 못했지만 그 코스튬과 성능은 어느 정도 넣을 수 있었죠. 지금 생각해도 적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회수와 선작, 추천, 코멘트가 점점 줄어드는 걸 보니 역시 제 소설이 그리 재미있지는 않구나 싶었습니다. 11월 28일부터 연재했으니 사실상 한 달. 신작 버프가 풀려도 이상하지는 않은 시기네요. 사실상 점점 인기가 없어지는 걸 보니 슬프기도 하고 우습기도 합니다. 어찌 됐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밖에 없다는 것도 씁쓸하구요.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용량은 26~27kb에 도달해버렸습니다. 쓰는 게 즐거워서 용량 생각 안 하고 폭주해버린 탓이겠죠. 그래도 넉넉한 분량을 독자분들께 선사할 수 있어 기쁠 따름입니다. 아래는 코멘트에 대한 답변입니다.

열심히쓸게요님, 항상 코멘트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장 처음에 달아주신 것부터 시작해 지금까지도 꾸준히 댓글 및 응원을 해주셔서 감사스러울 따름입니다. 2017년에도 변함 없이 노력하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른 소설이나 팬픽을 계속 진행하고 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툭 까놓고 말씀드리자면……최근에는 소설은커녕 소설 파일조차 못 열고 있는 상황입니다. 입사지원하느라 구직 사이트를 네 개나 열어놓고도 입사지원할 곳을 못 찾아 한숨만 쉬는 상황입니다. 새로운 직업을 찾기 전까지는 집필 활동 따위는 생각도 못 하겠죠. 그냥 소설을 유료연재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내일이면 2016년의 업로드도 마지막이네요.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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