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0 「2-9 : 신혼 생활(6)」 =========================
“에잇!”
화염의 화살이 괴물의 촉수에 맞자, 순식간에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시라누이 마이의 코스튬을 입은 혜린의 공격이 아니냐고? 틀리다. 이건 메이의 마법(魔法)이었다.
오랜만의 사냥이었지만, M16A1과 메이의 원거리 마법은 의외의 찰떡궁합이었고, 원거리에서 쏘아대는 마법에 괴물들은 제대로 접근조차 못한 채 죽어가는 게 태반이었다.
“아빠, 보셨어요?”
“그래, 메이야! 장하구나.”
메이의 머리를 쓰다듬자 그녀는 눈에 띌 정도로 싱긋 웃었다.
“우리 메이, 웃으니까 진짜 예쁘다.”
“……고마워요. 아빠.”
메이는 살짝 눈물이 고인 걸 숨기려고 했던 건지, 내 입에 자기의 입술을 맞췄다. 혀와 혀가 만나자 괴물이 있다는 것에 관계없이 하반신이 불끈거렸다. 참자. 이곳에서는 위험하다.
어제 메이한테 질내 사정을 한 후, 난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우선 혜린이 입었던 시라누이 마이의 코스튬을 빼앗았다. 옷을 회수당한 혜린은 눈물을 흘리며 까닭을 물었기에 난 조목조목 근거를 들며 말했다.
“혜린, 로라 때도 그렇지만 넌 인간관계에 대해 너무 편협적이야. 적대적(敵對的)인 태도로는 적밖에 만들 수 없고, 그래서는 나도 곤란해. 그런 태도를 계속 취하는 너와 더 이상은 활동할 수 없어.”
쉽게 말해 ‘성격 고쳐라’다. 울부짖는 혜린한테 여관 특유의 가운을 준 후, 앞으로는 메이와 함께 사냥에 나갈 것이라 했다. 로라의 눈에 차지 않았을 뿐, 메이의 레벨이나 마법은 꽤나 도움이 됐다.
덧붙여 내 레벨은 현재 8. 예상했던 대로 레벨 업에 따라 HP도 MP도 100씩 올라가기에, 각각 800을 나타내고 있었다. 혜린의 레벨은 4. 70씩 올랐기에 280씩의 HP / MP를 소유했다. 하지만 용염무나 화접선 같은 것은 코스튬의 효과였기에 MP는 사실상 쓸모없는 스테이터스였다.
로라의 레벨은 20. 우리 중에 가장 높았다. 하긴, 괴물이랑 싸워도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다. 이 정도가 없다면 오히려 곤란하겠지 HP와 MP는 1000이었다. 그럼 레벨 1을 올릴 때마다 50 포인트씩 오른다는 소리인데.
효율이 어쩐지 나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레벨이 높아서 대단한 거지, 효율 그 자체는 어쩌면 내가 높을지도…….
메이의 레벨은 현재 3. 가장 낮았고 HP와 MP는 180의 수치를 나타냈다. 레벨은 엄마인 로라보다 낮을지 몰라도 레벨 업에 의한 수치 상승도(上昇度)는 10포인트 더 높았다.
게다가 마법을 꽤나 능숙하게 구사했기에 그녀와 함께 하는 사냥은 매우 좋은 결과를 내고 있었다. 그녀 또한 나한테 도움이 된다는 걸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기에 더 좋았고.
정말 기뻤다. 그래! 이래야지! 아무리 내가 RPG를 별로 플레이한 적은 없다지만, 동료와의 우정이나 사랑. 연계(콤보) 공격 등 다양함을 즐길 수 있는 게 RPG잖아?
아무리 이게 하렘 어드벤처라는 세계라지만, 좀……정상적이고 마음에 안정을 가지길 원했다. 지금이 바로 그러한 상황이 아니던가?
혜린은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의견 충돌만 했다. 함께 싸우면서 친해지나 싶었더니만, 날 이용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에 결국 인격을 바꿀 수밖에 없었지.
지금 와서 생각하니, 무너진 인격 대신 진짜 혜린을 꺼내는 건 어떨까 싶었다.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잖아? 자기도 봉인당한 채 있는 거보다야, 다시 나오는 게 좋을 테니까.
로라는 함께 잠자리를 가지기 전까지는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이었지만, 그 외면에 감춰진 내면을 본 순간 회의감(懷疑感)과 경멸감(輕蔑感)을 가지게 됐다. 소중한 자기 딸에게 그토록 냉정하게 대하는 엄마라니!
경비대장이라는 위치에서 모두를 위해 최선을 다했건만, 어째서 자기 배를 아파하며 낳은 딸은 자기 눈에 차지 않을까. 이러한 감정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임에 가까운 육아와 공격적인 태도가 용납된다는 건 아니었다.
자식은 자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소중하기 그지없건만, 어떻게 그렇게 잔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인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 결과, 로라와의 거리 또한 멀어졌다. 마법 발동으로 인해 그녀의 상태나 생각 등은 알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전투 중이었기에 꺼놓았다. 괜히 잡생각하다 죽고 싶진 않고.
그녀한테는 이미 말했지만 메이와의 관계를 회복하지 않는 한, 아내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강렬한 육체적 만족감을 찾고 있는 그녀한테 있어서는 청천벽력(靑天霹靂)이나 다름없었을 거다.
그 결과, 메이와 함께 사냥을 나오게 됐다. 경비대장으로 일하던 로라는 나와 마주치자 아무 말도 못한 채 문을 열어줬고, 메이는 팔짱을 끼며 보다 친분을 과시했기에 더욱 그녀의 표정을 어둡게 했다.
메이는 내 생각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전투에 참여했다. 그녀 또한 괴물에 대해서는 이미 듣고 보고 했지만 소극적인 성격 때문에 겁먹을 줄 알았다. 헌데 이게 웬 일? 아무렇지도 않게 마법을 구사하며 괴물을 박살내는 걸 보니 오히려 내가 살짝 쫄았었지.
안 무섭냐고 물으니 ‘저 괴물들은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을 죽였어요. 우리가 죽여서 마을 사람들을 보다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데 왜 무서워해야 하나요?’라고 답했다.
솔직히 말한다. 소름 돋았다. 역시 이곳은 판타지 세상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말이었다. 보통 여자라면 아무리 그래도 생명을 죽인다는 행위에 주저하기 마련이다.
헌데 메이는 아예 대놓고 여러 가지 마법을 구사하며 보다 정확하게, 보다 많은 괴물을 죽이려 했다. 혜린? 코스튬을 입고, ‘하렘 어드벤처’에서 제공하는 인격을 쓰고 있기에 그런 거지. 우리와는 정신적인 토대가 달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 숲속에서 죽은 여자만 생각해도 그렇다. 우리가 불쌍하게 여긴다 치자. 저 괴물들이 알아 주냐? 그야말로 허공의 삽질이 더 유익할 정도다. 체력이라도 늘어날 테니까. 저 괴물들은 살의(殺意)로 가득한 더러운 생명체일 뿐. 동정심은 전혀 들지 않았다.
괴물들을 어느 정도 죽인 후, 주변에 놈들이 없다는 걸 안 나는 메이와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메이는 은빛으로 빛나는 비키니 세트를 입고 있었고, 그게 로라가 입던 경비부대의 옷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그 옷은……?”
“엄……아, 로라의 옷이에요.”
자연스럽게 나오는 ‘엄마’라는 말. ‘어머니’라는 말보다 더욱 정감이 가는, 아이라면 누구나 쓰는 말을 어떻게든 집어넣고 무리하게 로라의 이름을 부르다니. 하지만 확실히 잘 어울렸다. 가슴이 더욱 컸기에 가끔씩 유륜(乳輪)이 보였고, 그럴 때마다 몸가짐을 바르게 하려고 노력하는 메이의 모습은 마치 로라를 보는 거 같았다.
“정말 수고했어. 메이 덕분에 괴물 퇴치도 수월했고, 오랜만에 상쾌했어.”
“정말요?”
뛸 듯이 기뻐하는 메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니, 헤헤 거리며 양손으로 볼을 감쌌다. 정말 귀엽구만. 딸이 생기면 이런 느낌일까? 동시에 슬펐다. 겨우 말 한 마디와 머리 쓰다듬기로 기뻐할 정도라니, 얼마나 사랑을 갈망했던 걸까?
두 다리를 V자로 뻗고, 그 사이에 앉으라 했다. 으음, 볼륨 있는 엉덩이가 앉으니 하반신이 다시금 화이트 머신건을 내뿜고 싶어 한다. 하지만 지금은 성욕(性慾)보다는 대화(對話)를 나눌 시간이다.
“……엄마랑은, 더 이상 만나기 싫어?”
기뻐하던 것이 엄청나게 침체됐다. 마치 꾸중을 들은 아이처럼. 이해가 간다. 다시 그 공격적인 말투와 지적을 듣기는 싫을 것이다. 누가 그러고 싶겠냐?
하지만 사람이든 동물이든 간에, 자식과 부모의 관계란 태어났을 때부터 끊을 수 없는 것이다. 메이가 이렇게 나한테 칭찬받는 걸 원하는 건, 로라한테 받았어야 할 사랑을 대신 받는 거니까.
메이가 내 질문에 주저한다는 건 다시 말해, 아직 로라와의 관계 회복을 원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전보다 더 나은 관계로 발전하는 것 말이다.
“엄마는……날 싫어해요.”
“싫어한다기보다는……아마 단순히 자기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닐까?”
“그게 그거잖아요. 저, 아빠랑 같이 있을래요. 아빠 아이를 낳아서, 아빠랑 영원히 살래요!”
전국의 아버지들이 들었다면 비록 당황스럽겠지만 ‘아, 우리 딸이 나를 이렇게 좋아하는구나!’라며 기뻐했겠지. 나도 진짜 내 딸한테 들었으면 눈물을 흘렸을 거 같다. 하지만 메이는 내 딸이 아니고, 내가 해야 할 일은 맹목적으로 기뻐하기보다는 그녀와 로라의 관계를 회복시켜주는 것이다.
“정말 영원히 그럴 수 있을까? 로라가 너한테 잘못한 게 있다면, 그걸 고친다 쳐도?”
“……안 고칠 거예요. 엄마는……오직 자기만이 옳다고 생각하니까.”
고칠 가능성에 대해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어쩌랴? 그렇다고 손 놓고 모든 걸 박살낼 수는 없지 않은가? 후회는 늦게 하지만 대가는 크기 마련이라는, 어느 안 팔리는 소설가의 좌우명이 생각났다. 그래, 후회는 늘 늦게 하며 대가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크기 마련이다.
이 말은 조금 바꿔 생각하면……후회는 나중에 해도 된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야, 뭔가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는 게 아닐까?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과거를 생각하며 ‘어째서 그때 좀 더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까?’라며 후회할 바에야, 그래도 최선을 다한 결과를 보며 아쉬워하는 게 낫잖아.
“그래도, 로라를. 엄마랑 이런 관계가 되고 싶은 거잖아.”
모든 걸 한 마디로 압축해버렸다. 메이는 뒤를 돌아 날 껴안았고, 옷 너머로 전해지는 엄청난 가슴의 볼륨에 잠시 정신을 잃을 거 같았지만 겨우 참았다. 몸이 조금씩 떨리며 울음소리가 들렸고 그제야 자기 감정에 솔직해진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울었을까.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닦아주며 ‘어휴, 이젠 어린애 달래기까지 하는구나’하는 신세 한탄도 떠올랐다. 뭐, 그래도 이건 나 자신을 위해 하는 게 아니니까. 힘들어하는 아이 한 명 구해주자는 생각이 더 컸기에 거부감이 일어나진 않았다.
“엄마한테……인정받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열심히 했는데, 다른 아이들은 저보다 더 잘 했어요.”
메이의 과거가 틀어진 건 역시 자기에 비해 더 뛰어난 주변 아이들 같았다. 열심히 노력해도 잘 안 되는 마법. 어머니인 로라는 거기에 대해 다양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경비대장으로서 모두를 위해 일하지만, 괴물 퇴치라는 격무(激務)에 시달리니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건 당연했다.
이런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지만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었고,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자기 아이인 메이마저 자기가 원하는 수준까지 도달하지 않으니 열등감과 실망감. 그리고 스트레스로 인해 메이를 몰아붙이게 된 것 같았다.
“최근에는 아빠가……세린이 나타나 괴물을 없애줘서 한결 나아졌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아빠가 이전에 보여줬다는 감동과 용기를 얻고 싶어서…….”
아니, 오픈 섹스는 그런 걸 안 준다니까!!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거였지! 하지만 그걸 말할 수도 없고, 말한들 얘가 내 말을 그대로 들을까? 안 들을 거 같으니 그냥 머리나 쓰다듬어주자.
“그치만, 내가 보기에는 엄청 세던데? 난 그런 마법도 못 써.”
“어, 열심히……노력했어요. 최근에 겨우 쓸 수 있게 돼서…….”
“언제쯤?”
“아빠가 계시던 여관에 찾아갔던 날 낮쯤에요……. 계속 연습했어요.”
굉장한 노력가군. 나 같으면 ‘에이, 됐다. 이거 못 한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세계 멸망하는 것도 아니잖아? 이러면 어떠하고 저러면 어떠랴? 한 번 살다 가는 인생, 팍팍 놀자!’라며 포기할 텐데. 거기, 날 비난하는 사람! 사람 인생은 짧다. 게다가 100년 다 살고 가는 게 아니라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잖아.
공부도 좋고 노력도 좋지만, 적당히 자기 자신을 풀어주는 것 또한 능률 상승의 비결 아니겠어? 그러니 변명한다고 씹지 말자.
“우리 메이, 착하기만 한 게 아니라 노력도 참 많이 했구나.”
칭찬을 하며 또 머리 쓰다듬기. 애 보는 거 의외로 힘들구나. 칭찬할 거리와 타이밍 등을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니까. 내 칭찬이 기뻤던 건지, 그녀의 눈에서 다시금 눈물이 흘렀다.
“미안해요, 아빠. 근데, 이상해요……기쁜데도 눈물이 멈추지가 않아요……윽, 흐윽……!!”
“괜찮아, 괜찮아. 슬플 때도 울지만, 기뻐서 울 때도 있어. 우리 메이, 안 보이는 곳에서 참 많이 노력했구나. 장하다.”
괴물이 없는 공허한 곳에서, 그녀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소리 높여 울었다. 제대로 말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오열(嗚咽)하는 메이의 등과 머리를 쓰다듬으며, 빨리 메이와 로라를 화해시켜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괴물을 퇴치하고 다시금 마을로 돌아가니 마을 입구에서 여전히 근무를 서고 있는 로라가 보였다. 그녀는 날 발견했을 때는 화색이 됐지만, 곧 내 팔짱을 낀 채 걸어오는 메이를 보고는 침울해졌다.
“로라.”
내 부름에 그녀는 조심스럽게 얼굴을 들었다. 그녀의 입에 가볍게 키스를 하니 근무를 서던 경비병 두 명과 메이가 모두 놀라는 기색이다.
“끝나고, 오늘 밤 제가 있는 방으로 와주세요.”
오래 시간을 끌 필요는 없다. 좋은 일은 빨리 해결해야지. 여관방으로 돌아가니 혜린은 눈물에 젖은 침대 시트에 누운 채 자고 있었고, 그걸 보며 한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군. 혜린의 인격은 원래대로 되돌려야겠다.
저녁을 먹을 때쯤 일어난 혜린의 인격을 원래대로 되돌리니 그녀는 메이 이상으로 움찔거리며 내 손길을 피했다. 아니 뭐, 즐기려는 건 아니고. 나도 저렇게 벌벌 떠는 혜린을 데리고 일을 할 생각은 없다.
“봉인당하더니 상황 판단이 빨라진 거 같아서 좋네.”
“…….”
아예 아무 말도 안 하냐. 아니, 뭐라고 대답이라도 해라. 나 혼자 말하고 뻘쭘하잖아. 메이한테 들려봤자 별 상관은 없다만, 난 메이한테 잠시 나가 있으라고 했다. 둘이서 이야기하는 게 편하니까.
“니가 날 미워하는 건 알아. 근데 그거 아냐? 난 너를 니가 날 미워하는 것보다 더 증오해. 날 인격체가 아니라 도구로 봤으니까.”
아무 말도 못 했다. 또 깝치다가 봉인당하긴 싫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니까.
“하지만 난 그래도 너한테 기회를 주기로 했어.”
“……기회?”
“그래. 니가 날 배신하지 않을 거라 맹세한다면 나도 너의 인격을 봉인하진 않아. 아, 뭐. 하고 싶다고 생각해도 상관없어. 니 생각 따위야 얼마든지 알 수 있으니까.”
이전에 말했던 내용을 까먹을 정도로 혜린은 바보가 아니었다. 가운을 꼭 쥔 채 입술을 깨문 그녀의 모습을 보니 정욕(情慾)이 절로 일어난다. 아아, 그래. 가짜 혜린의 인격도 좋지만, 역시 이런 도도한 모습이 최고지.
“설령 배신한다 치자. 여기서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돈도 입수 못 하고, 괴물이랑도 못 싸우고. 여기가 어딘지 모른 채 헤매다가 죽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싫, 어. 그런 거……!!”
“싫기는. 빛나는 스테이지로 컴백할 수 없으니 널 원하는 괴물들한테 강간당하다 죽는 것도 나이스 초이스겠지? 널 죽을 때까지 원할 테니까. 아, 죽은 다음에는 먹을 테니 영원히 함께 살아가겠군.”
“제발, 그만 해……싫어……! 죽기 싫어……!”
“왜 그래? 난 너한테 선택권을 주는 거야. 덤으로 현실도 가르쳐 주는 거지. 이런 서비스, 어디 가서 못 받는다?”
정확히는 현실‘만’을 가르쳐 주는 거지. 내가 말한 건 사실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혜린이 깝치면서 마을을 나간들 기다리는 건 죽음뿐. 그저 나한테 협력해야만 하는 합당한 이유를, 현실로 풀어서 말하고 있을 뿐이다. 괴롭히고 싶은 사심(私心)? 물론 만땅이지.
“어떻게 할래요, 대한민국의 섹시 가수. 이혜린 씨?”
“뭐든지 할게……! 제발, 봉인하지 말아줘……! 버리지 말아줘……!”
“후후, 말을 잘 알아들어서 좋네. 근데 말로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야지.”
그녀는 내 말을 알아들은 거 같았다. 하지만 옷을 벗으려는 그녀를 제지한다. 어차피 좋든 싫든 로라와 메이랑 아마 밤을 보내야 할 거 같은데, 혜린과 즐길 체력은 없다.
아, 즐기면 좋겠지만 나중이 힘들겠지. 현명한 자는 앞을 내다보는 법. 난 현재의 쾌락을 위해 미래의 고생을 살 생각은 없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단, 맹세는 해줘야겠어. 바로 여기에…….”
바지를 내리니 당장이라도 정액을 내뿜고 싶어하는 내 자지가 꺼덕거리고 있었다. 혜린은 알겠다고 한 후, 무릎을 꿇어 자기 눈앞에 자지가 오도록 앉았다.
“저, 이혜린은……몸과 마음을 바쳐 세린님을 남편으로 모시며……영원한 몸종이 되는 걸……자, 지에……자지에 대고 맹세합니다.”
쪽. 모든 사람들을 열광시켰던 섹시 스타의 노래. 그리고 그 노래를 부를 때 가장 눈에 보였던 아름다운 입술. 따스한 입술의 온기와 생명력이 내 좆대가리에 닿았고 난 ‘큭’이라며 신음했다. 역시, 명기(名器)는 명기다.
눈물을 흘리며 ‘진실된 자지의 맹세’를 고한 순간, 놀랍게도 내 스테이터스에 마법 하나가 추가됐다는 걸 알리는 메시지가 떴다. 그 마법은 내가 원하던 것 중 하나였기에 매우 만족스러웠고, 혜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앞으로 잘 해보자고 말했다.
저녁을 먹고 얼마 되지 않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밖에 서있을 로라와 안에 있는 메이가 화해하는 걸 그리며 문을 열었다.
============================ 작품 후기 ============================
이번 주 마지막 업로드 분량입니다. 업로드가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늦어진 이유를 한 마디로 말씀드리자면……예,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길고 한데……여하튼 회사를 그만뒀으므로 업로드 시간이 조금 달라지게 됐습니다.
나중에 자세히 말씀드릴 수도 있지만 여러분도 중소기업. 특히 일 많고 사람 관계, 업무의 강도가 강한 곳은 피하세요. 진짜 노예처럼 부려먹힐 수도 있습니다. 말도 안 될 정도의 업무량을 외우라면서 주는 곳도 있구요.
일을 그만두게 됐기에 업로드 시간이 변경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많은 양해 바랍니다. 아래는 코멘트에 대한 답변입니다.
열심히쓸게요님, 앞으로는 리드하며 나갈 겁니다. 현실에서 여자랑 사귀어본 적 없는 세린이 떡 주무르듯이 인간관계를 주무르면 뭔가 이상하다 싶어 이렇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해봐야겠죠.
쿠죠죠타로님, 저한테 있어서 처음으로 정주행-마지막편까지 본 것은 시드였습니다. 여러 모로 까이는 시드고 저도 설정에 많은 불만을 가지고는 있지만 헤이세이 건담을 대표한다는 부분만큼은 부정할 수가 없어 좀 복잡미묘한 기분입니다.
헤이세이 건담 부분 중에서 가장 많은 인지도와 시청률, 판매량을 올린 건담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내용과 설정이 엉망이라도 판매량만 올리면 장땡이라는 선라이즈의 정신이 물씬 풍겨집니다. 비우주세기 중에서는 가장 메이저하면서도 쉽게 입문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구요. 아, 데스티니는 까야죠!
AGE는 어린애들을 노린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어른조차 버티기 어려운 시궁창을 그린 느낌이라 좋아합니다. 예? 취향이 뭐 그따위냐구요? '로리, 다이스키이잇!!'을 외치는 작가입니다. 이제 와서 무슨……. 에이지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다 저마다의 특성이 있어 상당히 좋아합니다. 기체도 포함해서요.
더블오는 확실히 명작이지만 그 템포를 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2기의 내용이 너무 급전개라서 굵직굵직한 사건 외에는 좀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습니다. 스페셜 에디션에서는 아예 쓸모없는 내용은 다 잘라버렸을 정도니……많이 좀 아쉽습니다.
G건담의 마스터아시아를 맡은 성우는 '건담0080 주머니 속의 전쟁'에도 나왔습니다. 우주세기와 비우주세기를 번갈아 나오는 아키모토 요스케 씨. 앞으로도 그분의 목소리를 기대합니다.
로리콤MK님, 혹시 제 소설 먼저 읽으셨나요? 상당히 유사한 내용이라 놀랐습니다. 은근슬쩍 스포일러 비슷한 발언입니다. 마지막으로 할 말요?
로리, 다이스키이이이잇!!
아, 그런 눈으로 보지 좀 말라니까요!? 여하튼, 이번 주 분량은 이렇게 업로드합니다. 내일은 소드 아트 온라인 팬픽이 올라갈 테니 그쪽도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기를…….
P.S - 조회수가 2만을 넘겼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