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어드벤처–당신의 아기를 낳고 싶어-7화 (7/235)

00007 「1-6 : 마법」 =========================

TV에 나오는 섹시 가수랑 단 둘이서 지내게 된다면 어떨까? 사람들은 좋겠다고 선망의 눈길을 보내겠지만 까놓고 말하마. 좋기는 쥐뿔이 좋냐? 난 한숨을 내뱉었다.

판타지 세상이라는 것을 안 후, 이혜린의 행동은 처음과는 크게 달라졌다. 그녀는 주변에서 나와 함께 식량을 줍고, 때를 보며 호수로 가서 몸을 씻고 물을 마시는 등의 행위를 제외하면 일절 도움을 주지 않았다. 힘을 내자는 내 응원에 그녀는 한숨만 쉴 뿐.

시부랄 년……한숨 쉰다고 다 해결되냐? 그렇게 삶의 기력을 잃고 비련의 여주인공 행세하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냐?

그렇게 소리 지르고 싶은 욕구를 꾹 참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은 이혜린과 함께 있는 수풀로부터 약 30초 정도의 거리. 걸어서 30초 정도니 뛰면 아무리 못해도 20초 내로는 돌파가 가능한 거리다. 혹시나 무슨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해 그리 먼 곳으로는 이동하지 않기로 그녀와 정했다.

……하긴, 지금 생각하니 필요한 거 외에는 수풀 속에서 나올 리가 없구나. 스타는 성격이 개판이라는 등 여러 소리는 들었지만 실제로 저토록 비협조적으로 행동하니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좀 도움이 되는 일을 해라 해…….

실제 이혜린은 섹시가수로 통했지만 동시에 표절가수로도 유명한 여자였다. 자신의 노래가 표절이라는 것을 안 순간 모든 것을 작곡가 혹은 노래에 관련된 사람들에게 책임전가를 한 후, CD의 환불조차 해주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도 유명한 이야기였다.

그뿐이랴. 남자 연예인을 바꿔가며 걸레질을 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 이혜린이 처녀라는 것 믿을 바에야 지나가던 개가 ‘지랄한다!’라고 말하는 걸 믿을 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최근에는 애인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날 잡아두었다고 생각해? 천만에! 난 배드우먼(Bad-Woman)!! 안심하지 마!’라고 코멘트하여 ‘저거 뭐 걸레도 아니고…….’라고 커뮤니티 게시판을 들끓게 했을 정도로 인격을 의심받는 여자였다.

그리고 그 여자가 지금 나와 같이 있다는 게 문제인 거지. 아무짝에도 도움이 안 되는 퇴물 걸레 가수 같으니라고.

“자, 문제는 그게 아니지.”

사실 큰 문제지만 그걸 상기하려 하지 않으며 애쓰며, 자리에 털썩 앉았다. 주위에 괴물들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안전을 확인한 후, 손가락과 손가락을 강하게 마찰시켰다. ‘딱’거리는 소리와 함께 조작 윈도우는 내 앞에 표시됐다.

이혜린이 잠을 잘 때까지 주변을 경계하는 시간을 가졌고, 그 사이에 난 여러 가지 시험을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시험이라는 이름 아래 시간을 보낼 게 이거밖에 없다고 표현하는 게 타당하겠지만…….

그 결과 알아낸 것은 발성뿐만이 아니라 어떠한 행동(그것이 손동작이든, 발성이든 간에)과 함께 윈도우를 표시하려는 의사(意思)만 있다면 윈도우는 표시된다는 거였다. 터무니없을 정도의 오버 테크놀로지. 그게 내가 느낀 것이었다.

이 얼마나 황당한 기술이란 말인가? 컴퓨터에 아무리 ‘작동!’이라고 외쳐도 컴퓨터는 작동하지 않는다. 핸드폰의 음성인식 기능을 쓰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입력되어 있으며 가장 ‘어떠한 행동’에 근접된 행동밖에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조작 윈도우는 달랐다.

그냥 ‘나와라’부터 시작해 ‘작동’, ‘오픈’, 기동‘이라는 단어에 반응했던 것은 물론이며, 심지어 ’시발!’이라고 말했는데도 나올 정도의 범용성(汎用性)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아무리 욕을 많이 하는 나라지만 윈도우를 욕으로 부르는 건 좀 아니었다며 반성했지만……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오버 테크놀로지. 게다가 그 윈도우는 어떤 매개체를 통해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다. 쉽게 말하자면……핸드폰이나 컴퓨터와 같은 형태를 지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언제 어디서든지 부르기만 하면 나타나는 판타지급 성능을 지닌 것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걸 다 분석하다니. 나도 참 대단하지. 그만큼 시간이 남아돌았던 거 아니냐고? 어허, 이 사람들이!? 이거 아무나 못 하는 행동이다! 나 정도는 돼야지 이 정도의 정보 분석력과 상황판단력을 지닐 수 있는 거다! 우하하! 부럽냐! 그럼 누가 나랑 제발 좀 바꿔줘……!! 제발.

혼자 웃고 혼자 놀고……하여튼 혼자 놀기의 극의(極意)에 도달한 다는 얼른 잡념을 떨쳐버리고 제 정신으로 돌아왔다. 이딴 짓 할 때가 아니지.

[스테이터스]를 누르자 내 이름과 레벨, HP와 MP. 경험치와 직업이 나타났다. HP와 MP는 최대치가 100. 만약 레벨2가 됐는데 HP와 MP의 맥시멈 수치가 200이 된다면, 레벨업 할 때마다 100씩 오른다는 말이 된다. 내 경험치는 현재 100/1000. 그 괴물 하나 잡았다고 경험치를 1/10이나 얻다니. 폭업이 따로 없군.

직업을 보니 공란이었다. 내 직업은 어떻게 정하는 거냐. 이게 RPG라면 내가 전사……아니지? 전사라고 하자니 뭐하나 내세울 게 없구만? 그냥 평민이라 하자. 그리고 한 명은 도움이 되지 않는 여성 파티원. 유일하게 있는 무기가 M16A1인가.

하지만 함부로 쓸 수는 없었다. M16A1. 통칭 소총은 한 번 쏠 때마다 엄청난 총성을 낸다. 함부로 연사했다간 ‘나 여기 있어요♬ 와서 없애봐용~♪’이라고 광고하는 격이다. 즉, M16A1은 최대한 사용을 자제해야만 했다.

그럼 어떻게 하냐고? 맨손으로 싸운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당장 대가리 박아. 내가 미쳤냐? 그 괴물하고 맞짱을 뜬다고? 대체 뭘 어떻게 생각하면 그런 미친 대답이 나오냐? 뇌내 단백질이 좀 모자란 거 아냐? 무기를 사용하지도 않고, 맨손으로 싸우지 않는다. 하지만 나한테는 새로운 가정 두 가지가 있었다.

⓵ 괴물을 없애며 아이템 획득

- 이것이야말로 RPG의 묘미가 아니던가. 몬스터를 없애 돈과 경험치, 아이템을 먹는다는 개념은 그야말로 RPG의 꽃이자 묘미, 매력이다. 돈과 경험치를 얻었다는 건 다르게 말하자면 아이템을 먹지 않았다는 소리가 된다. 즉, 몬스터와의 전투를 통해 레벨업은 물론이고 아이템의 획득까지 노릴 수 있다!

⓶ 구입

- 이곳이 만약 RPG 게임의 세계관이라면 당연히 상점이라는 개념이 존재할 것이다. 상점을 통해 아이템과 무기를 사 파워 업을 꾀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

즉, 어느 쪽이든 간에 분명 가능성은 있다는 것이다. 그게 전투든 상점이든 간에 난 그 가능성에 내 미래를 걸어볼 수밖에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살아남아 이 세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말이다.

† † † † † † † † † †

[무기]메뉴의 M16A1을 클릭하자, 곧 빛과 함께 M16A1이 내 앞에 나타났다. 군대에서 행군할 때마다 왜 이렇게 무겁냐고 지랄을 하던 때와 다름없는 무게감. 하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든든한 아군 중 하나였다.

설명대로라면 이 총은 쏠 때마다 MP(마나 포인트. 그냥 마력이라 부른다)을 쓴다. 30발당 30포인트의 마력을 쓰니 ‘탄알 한 발 = 1MP’로 이해해도 상관없을 거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내 HP & MP는 식사와 휴식을 하며 최대치를 채우고 있었다. 물론 여기서 총을 마구 쏴댈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난 묵직한 M16을 어설프게 잡아 총검술의 자세를 취했다.

경계 근무를 나갈 때마다 줬던 대검이 없다는 점이 이렇게 아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으으, 빌어먹을. 차라리 접근전에서 쓸 무기가 있으면 마음이나 든든하지.

하긴, 불평해봤자 뭐가 달라지랴. 없는 것에 불평 말고 있는 것에 감사하자. 지금은 현실을 직시할 때다.

묵직한 M16을 휘두를 때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오오, 좋은 소리로다. 하지만 M16으로 접근전을 벌인다는 것은 이미 MP가 바닥나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는 걸 뜻한다. 사실상 헛짓이지.

난 격투연습을 그만두고 M16을 견착시켰다. 오랜만에 어깨에 닿는 개머리판의 감촉에 솔직히 가슴이 찡했다. 젠장, 내가 어쩌다 이 총을 다시 잡게 됐담. 예비군 가서도 그냥 귀찮아서 적당히 들고 다닌 M16을 판타지 세상에서 잡게 되다니. 실로 아이러니가 따로 없었다.

견착을 하니 의외로 나쁘지 않은 감촉이었고, 이 정도라면 어떻게든 명중은 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괴물이 얌전히 맞아줄 거라는 생각은 안 했지만, 총알보다 빠를 순 없다는 걸 죽은 괴물이 몸소 가르쳐 줬으니 말이다.

이제 남은 건 무기를 집어넣는 거다. 난 무기를 지긋이 바라봤다.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젠장, 이것도 내가 알아서 조작해야 하나? 하지만 총을 계속 잡고 있어도 딱히 떠오르는 윈도우는 없었다. 사라지게 하는 방법이라. 사라진다? 어, 영어로……?

“Vanish.”

사라진다는 영어를 말하자 곧 총은 빛을 내며 사라졌다. 으음, 이것도 영어로 해야 하나? 하지만 한 번 쓸 때마다 윈도우를 조작해야 한다니. 너무 불편하잖아. 단축키 같은 건 없나?

난 여러 가지를 시험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윈도우를 펼쳤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혜린이 자고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 † † † † † † † † † † † † † † † † † † † † † †

사람이 무언가를 스스로 알아낸다는 것이 이렇게 기쁠 줄은 몰랐다. 사람이 미친 듯이 웃으면 턱이 아플 수 있다는 사실을 태어나서 처음 알았다.

물론 내 경우에는 소리 높여 웃었다기보다는 평소 짓지 않는 웃음을 너무 지어서 얼굴이 얼얼한 거였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쥐!!

난 턱이 아프고 하도 웃어서 피부가 얼얼한 것도 잊은 채 손에 있는 총을 바라봤다. 그렇구나. 이렇게 불러내는 거라니. 대강 감은 잡았다.

소멸 커맨드와 함께 사라진 빛을 보며 난 이혜린이 있는 곳으로 몸을 옮겼다. 너무 오래 연구했나. 그래도 수확은 있었다.

이제 M16A1은 사용방법부터 꺼내는 방법, 없애는 방법까지 어느 정도 감을 익혔다. 그렇다면 다음에 들어오는 무기는 이혜린이 쓸 수 있는 무기가 들어와야만 했다.

M16 같은 총기를 지금까지 다뤄본 적도 없는 여자한테 줄 수도 없을뿐더러, 내가 사용하는 만큼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도 생각할 수 없었다.

새삼스럽게 말하는 거지만, 난 결코 특별한 힘을 지닌 놈이 아니었다. 그런 내가 군대생활을 마치고, 총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것은. 이혜린도 그걸 가능케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봐도 무관할 것이다.

여자한테 전투를 시키다니, 너무한 거 아니냐고? 그렇게 말하는 너야말로 대체 무슨 생각이냐? 지금 이 세상에 떨어진 것은 나와 이혜린, 둘뿐이다. 하지만 전투를 하고 주변을 파악하고 하는 게 나 혼자뿐이라면 너무나 힘들다.

더군다나 그녀도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협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이 협력은 대부분 ‘전투’라고 봐도 무방하다.

여자라서 약하다고? 개소리다. 여자든 남자든 간에 목숨이 오고 가는 사투 속에서는 누구나 강하기 마련이다. 그게 TV와 무대에서 노래하는 섹시 스타라도 예외는 없다.

여담이지만, 난 RPG 등의 게임에서는 상당히 특이한 플레이 방식을 선택했었다. 바로 ‘여성’ 캐릭터였다. 여성 캐릭터라면 게임 속에서는 누구나 사용하는 거지만 내가 했던 플레이 방식은 그런 게 아니었다. 주인공 외에 모든 캐릭터를 여성 캐릭터로 바꾸는 거였다.

물론 정상적인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강한 녀석, 약하지만 특수 능력을 가진 캐릭터 등으로 파티를 짜기 마련이다만……난 예외였다. 난 약한 여성 캐릭터들을 파티원으로 삼아 게임을 진행했다.

물론 약하지만 그건 주인공 캐러를 미친 듯이 키워놓으면 그만이다. 주인공을 위해 고기방패가 되는 게 땀내 나고 근육질인 남자이어야만 한다는 명분이나 이유 따윈 없다. 쉽게 말해……변태플레이다.

아, 물론 그런 변태성향 때문에 이혜린을 싸움에 끌어들이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나와 비교한다면 이혜린은 그런 자세가 거의 없었다. 그런 점을 보충하기 위해서도, 얼른 무기를 들고 싸워줘야만 했다.

주변에 눈을 한 번 흩었다. 커다란 나뭇잎. 초록색이 괜히 그 괴물을 연상시킨다. 으으, 지금 와서 생각하니 살 떨린다. 자유롭게 무기를 불러내기 전에는 그야말로 레벨0. 좀 심하게 말하자면 쪼렙이었다. 그런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니. 감개무량했다.

오기 전보다 훨씬 더 가벼워진 발걸음에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수풀 속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난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추고 침을 삼켰다.

수풀이라지만 밑은 흙이다. 나와 그녀는 너무 온도가 내려가거나 하면 감기에 걸릴 수 있으니 주변의 커다란 잎들을 모아다 신문지처럼 쓰기로 했다. 지금, 그 초록색 나뭇잎 위에는 검은색의 고혹적인 속옷만을 입은 여성이 잠을 청하고 있었다.

갈색빛의 건강한 피부는 초록색과 너무나 이질적이기에 내 눈에 바로 들어왔고, 난생 처음으로 남자라면 누구나 바랄 법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무기 사용 방법을 알게 됐고 한 시름을 놓았다고 생각해서일까. 내 물건은 더욱 더 강하게 하늘을 향해 몸을 뻗고 있었다. 분명 몸의 주인은 난데 왜 거친 숨소리가 나오는 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1분 정도 멍하니 있었을까. 하반신이 조금씩 아파오기 시작했다. 난 조용히 수풀 속으로 들어왔다. 묘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조용한 주위.

……더러운 년. 누구 덕분에 그렇게 편히 잠을 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난 지금까지 느껴본 적이 없을 정도의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빌어처먹을 년……!!

TV에 나와서 알랑방귀 뀌고 요염한 척 도도한 척, 있는 대로 없는 대로 내숭을 떨었겠지. 하지만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냐? 니가 있던 현실 세상? 아니지. 여긴 판타지 세상이야. 더 이상 네 년은 TV의 인기 가수, 섹시 스타 이혜린이 아니라 그냥 무능력한 걸레에 불과하다고.

갈색 빛의 건강한 피부는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조금씩 움직였고, TV로밖에 볼 수 없었던 커다란 지방덩어리인 가슴과 엉덩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난 그녀의 머리맡에 소리를 죽이며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탐스럽게 흩어져 있었고 난 바지를 벗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여성에게 써본 적 없는 남근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듯 불끈거리며 서있었고 난 그녀의 이마 위로 내 것을 갖다 댔다.

“크, 흐읍!”

그녀의 이마에 내 물건이 닿은 순간, 몇 십만 볼트나 되는 전류가 몸을 흐르는 것 같았다. 굉장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내 물건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체위를, 그것도 TV에서만 보던 섹시 스타에게 하다니! 내 좆을 섹시가수의 이마 위에 올리다니!!

육체적인 쾌락과 정신적인 달성감은 더욱 더 내 남근과 마음을 고양시켰다. 조금씩 내 물건을 상하로 피스톤질 칠 때마다 그녀의 이마는 마치 물결처럼 계속 움직였고, 그녀는 좀처럼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하, 내가 무슨 짓을 하는 거지? 이건 강간이나 다름없는데? 내가 하고 있는 건 범죄다. 만약 이걸 누군가 보거나 이혜린이 일어난다면 난 콩밥을 먹어도 할 말이 없다. 그래, 확실히 그럴 거다.

……

…………

………………

내가 ‘원래 세상’에 있었다면 말이다.

여기? 경찰 있어? 감옥? 수용소? 그런 건 못 봤다.

아니, 애초에 괴물이 있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펼쳐지는 비현실(非現實)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경찰에 잡혀간다는 어중간한 현실성(現實性)을 가진 내가 바보고, 멍청이고, 병신이고, 머저리였다.

지금 나는 괴물을 쓰러뜨릴 수 있는 힘을 지닌, 이혜린에게 있어서는 유일한 ‘용사’. 그리고 난 그녀를 지켜주는 대신 당연한 보답을 받는 거다. 암, 그렇고말고!

이미 내 멋대로 진행된 망상과 근거 없는 자신감은, 지금까지 열을 재거나 특별한 일이 없다면 만질 일이 없는 이마에 좆을! 남근을! 지금까지 한 번도 쓴 적 없는 남성의 상징을 피스톤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덩이 같이 뜨거운 내 남근은 이제 불끈거리며, 울컥거리며 정액을 뱉으려 했고 난 저도 모르게 외쳤다.

“후, 읍……!! 하, 싼다!”

왜 이런 말을 했던 걸까. 당장이라도 그녀가 일어나 ‘어멋!?’이라며 귀여운 비명이라도 질러주길 바랐던 걸까. 아니면 그녀의 손과 입으로 직접 봉사받기를 원했던 걸까. 한계를 알리며 울컥거리는 내 물건이 정액의 발사를 알리는 찰나, 난 결국 늘 외치던 말을 입에 담았다.

“사랑해, 혜린아! 우리 꼭 결혼하자……끅!”

《찌익! 찌이익──!!》

결코 이루어질 거라 생각하지 않았고, 이루어질 수도 없다고 생각했던 상황. 늘 딸감으로밖에 보지 않았던 섹시 스타 이혜린을 생각하며 수도 없이 내뿜었던 정액은 다름 아닌 그녀의 얼굴과 가슴팍을 향해 마구 날아갔다. 내 좆물로 범벅이 된 그녀를 보니 후회감과 달성감이 밀려왔다.

이제 두려울 것 따윈 아무도 없다. 그래, 이 세상은 미쳤고 그럼 나도 미쳐야만 한다. 그녀의 몸 위로 뿌려진 정액을 제거할 생각 따윈 들지 않았다. 어차피 몸 위로 끼얹은 정액 때문에 임신이 될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자고 있는 섹시 스타한테 좆물을 끼얹는다는, 초유(初有)의 사태. 아니, 업적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일을 저지르니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래, 맞아. [마법] 메뉴에 있던, 단 하나의 마법. 홀로그램 윈도우를 부르지도 않았는데, 그 내용이 머릿속에 나타났다.

[자지(좆)의 맹세 / 소비 MP 0 / Passive]

- 여성 캐릭터를 자신의 충실한 몸종으로 만드는 마법. 발동 조건은 플레이어의 자지에 입맞춤을 하거나 당하는 것으로 발동. 자지의 맹세에 걸린 여성 캐릭터는 이후 [스테이터스] 메뉴에 파티 인원으로 추가되며, 몸과 마음 모든 것을 플레이어한테 지배당한다.

이미 일은 저질러버렸다. 어차피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혜린은 나한테 협력해야 하며, 이렇게 된 거……난 그녀의 팔을 벌려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은 후, 내 자지를 그녀의 입에 댔다. 하얀 좆물은 그녀의 입에 마치 밥풀처럼 귀엽게 묻어버렸고, 내 감각 또한 만족감으로 차있었다.

[‘자지의 맹세’가 발동했습니다. 스테이터스 파티에 ‘이혜린’이 추가되었습니다.]

형식적인 문장이지만, 처음으로 보는 마법 발동의 문장. 그러고 보니, 패시브(Passive)라고 적혀 있었지?

RPG 게임에는 주로 스킬이든 마법이든 두 가지의 형태로 나뉜다. 자기가 원할 때 쓰는 액티브 스킬(Active Skill). 그리고 버프나 디버프 같이 항상 그 효과가 발동되는 패시브 스킬(Passive Skill).

내가 가진 마법은 스킬은 아니지만, 형식으로 보자면 패시브 스킬이었다. 소모 MP도 없이 그저 좆에 입이 닿기만 하면 된다니. 참으로 편리한 방법이군.

그녀에 대한 짜증과 성욕을 푼 탓일까. 아니면 마법이 발동한 걸 보고 긴장감이 사라져서 그런 걸까. 갑자기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어졌다.

모아놓은 과일을 먹을 생각조차 없어진 난 눈을 감았다. 그녀와 내가 눈을 뜬 후 일어날, 이 미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시간을 상상하며…….

============================ 작품 후기 ============================

여섯 번째 챕터입니다. 이제부터는 출근 전에 업로드할까 싶어 이렇게 올립니다. 회사 컴퓨터로 올리자니 워낙 시간이 없어서……댓글과 조회, 추천, 선작. 모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부지런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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