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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렘어드벤처–당신의 아기를 낳고 싶어-6화 (6/235)

00006 「1-5 : 같은 처지(處地)」 =========================

“으윽, 시발…….”

결국 욕을 내뱉었다. 지금까지 본 거라고는 숲과 나무, 이상한 과일. 만난 거라고는 이상한 괴물밖에 없는 상황에서 처음으로 감동적인 만남이 연출되나 싶었더니……내가 자기 전 딸감으로 삼았던 여자와 만나게 되다니. 대체 이건 무슨 조화냐?

물론 좋았다. 여러 가지 복잡한 의미가 있긴 하지만,어쨌든 나만 여기에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기뻤다. 하지만 문제라면…….

“아, 괜찮아요?”

“괘, 괜찮습니다.”

하늘을 향해 힘껏 선 내 남근(男根). 내 물건은 그녀를 향해 우뚝 서 있었다. 그녀는 살짝 귀여운 비명을 지르며 눈을 돌렸고 나도 허겁지겁 몸을 돌려 내 물건을 잠재우려 했다.

그녀가 입고 있는 건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브래지어와 팬티였다. 내가 입은 옷은 그리 고급스러운 옷도 아니었지만, 그녀는 나보다 훨씬 더 안 좋은 상태로 이 세상에 온 거 같았다.

유일하게 입고 있었던 게 그 검은색 속옷 세트라고 말했으니까. 안 그래도 여성과 접촉이 없었던 나는 그녀를 보자마자 발기해버렸고, 그녀의 얼굴은 붉게 변했다.

젠장, 누군 원해서 이런 꼴을 당하는 줄 아냐……? 그저 욕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 바지를 벗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난 결국 파란색 셔츠를 벗어 그녀에게 줬다.

하반신의 검은색 팬티는 약간 갈색 빛을 띠는 그녀의 피부와 맞물려 날 자극했고, 난 어떻게든 거기에 시선을 돌리지 않도록 노력하며 대화를 시작했다.

“어, 저, 이혜린 씨죠?”

“그, 그렇긴 한데……누구세요?”

“아, 어……팬입니다. 이혜린 씨의…….”

그러자 그녀의 얼굴에서 긴장이 조금은 사라진 듯했다. 그야 그렇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밝혀진 거 같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알까. 내가 말한 ‘팬’이라는 것은 그녀의 노래와 퍼포먼스에 기뻐하는 일반적인 팬이 아니라, 그녀의 출렁거리는 가슴과 풍만한 엉덩이를 딸감으로 삼는 더러운 놈이라는 사실을…….

“아, 고맙습니다……. 성함이……?”

“세린이에요. 신세린.”

“이름 예쁘시네요.”

진짜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았다. 여기 와서도 이름이 예쁘다는 소리를 듣다니. 이름과는 달리 내 외모는 평범의 극치를 달렸고, 와이셔츠를 벗은 내 상반신은 근육질의 멋진 모습이 아니라 평범한 모습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검은 타이츠를 입고 그 위에 또 있다는 거 정도?

“고맙습니다.”

그걸 마지막으로 우린 서로 대화가 없었다. 이제 곧 터질 질문을 위한 고요함. 태풍의 눈이란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거겠지. 아 참! 중요한 걸 잊을 뻔 했다.

“저, 이혜린 씨.”

“네?”

“아, 말씀 낮추셔도 괜찮아요. 저는 27살이거든요.”

“그, 그래도……옷도 빌려주셨는데…….”

“괜찮아요.”

우와, 굉장하다. 평소에 여자랑은 이야기도 제대로 못 하는데……갑자기 만난 예쁜 여성─물론 만 36세의 퇴물 가수긴 하지만─과 이렇게 이야기를 쉽게 나눌 수 있다니.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성장한 걸까? 중요한 건 그런 성장 안 해도 좋으니 집에 가고 싶다.

“중요한 걸 여쭤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중요한 거라면……무슨?”

아무래도 못 본 건가. 침을 삼킨 후, 자신의 목소리라고는 생각도 못할 침착함을 담은 채 난 말했다.

“……괴물, 보셨나요?”

† † † † † † † † † †

내 말은 정곡을 찌른 것 같았다. 그녀는 곧바로 왼손으로 입을 가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스타일 좋은 가슴이 출렁거렸고 내 물건이 다시금 그녀를 향해 분기탱천했지만, 이런 에로틱한 상황 앞에서도 우리는 얼굴을 붉힐 생각 따윈 하지 못했다.

“어, 괴물이라면……. 그 네 발로 걷는 그 초록색 괴물……?”

아무래도 이미 본 것 같군. 고개를 끄덕였다. 더 자세히 말해봤자 어차피 모를 거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괴물을 봤다는 것이다.

“여기에 몸을 씻으러 오시기 전에는 어디에 있으셨어요?”

“저, 수풀이 우거진 곳…….”

“그럼 거기로 가요. 적어도 여기보다는 안전할 거예요. 거기 가서 우선 이야기를 하죠.”

곧 그녀가 움직였고 나도 그 뒤를 따랐다. 적어도 이 부근에는 그 이상한 놈들의 낌새나 기척이 나지 않는다. 무엇보다……그 오싹한 감각.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그 감각이 없다는 시점에서 괴물의 존재는 없는 게 확인됐다.

3분 정도 걸었을까. 곧 보인 수풀은 확실히 우거져 있었고, 그 안에 얌전히 있는다면 들킬 염려는 없어보였다. 그곳으로 몸을 숙여 들어가니 온도가 낮아지는 걸 느꼈다. 오호, 바람도 불어오니 실로 좋구만.

그리 큰 공간이 아니었기에 나와 그녀는 몸을 살짝 움츠려 앉았다. 곧 훤히 보이는 둔부를 보니 그때서야 내 물건이 계속 꺼덕이며 서있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대단하구만. 이 지경이 돼서도 여자를 보니 물건이 서다니. 종족번식과 동족과의 교미라는 동물 본연의 임무가 이렇게까지 충실하게 머리에 각인될 수 있다니……실로 놀라웠다.

그녀는 계속 옆으로 시선을 돌리며 내 물건을 응시하지 않으려고 했고, 나도 어떻게든 그걸 가라앉히려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하하……억지로 안 하셔도 괜찮아요.”

“죄, 죄송합니다. 이게, 그,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알아요. 저도 촬영할 때 남자 분들이 자주 그러셨거든요.”

아, 화보 촬영인가. 나도 봤다. 사지는 못했지만.

“저, 말씀 낮추세요. 괜찮아요.”

“정말 괜찮겠어요?”

솔직히 반말이 편하다. 36살이지만 그나마 가수 활동을 해서 잘 봐주는 거지, 만약 보통 여자였다면 아줌마잖냐……. 차마 대놓고 말은 못하겠지만. 곧 말을 놓기로 한 그녀에게 우선 질문권을 주려 했다.

“어, 궁금하신 거 같은 거 있으면 일단 물어보세요.아는 한에서는 대답할게요.”

“응……. 어, 여긴……”

“한국은 아닙니다. 지구도 아니구요.”

난 시간관계상 중요한 것만을 말하기로 했다. 괜히 쓸데없는 묘사나 설명이 들어가면 ‘어쩌면……’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고, 그 희망은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그런 위험에 스스로 뛰어들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응? 갑자기 사람이 엄청 변한 거 같다고? 설마. 군대에 있다 보니 늘 북한 개새끼들이 무력도발 등 지랄염병을 했고, 그거 덕분에 휴가 일정이 완전히 엉망이 됐던 때부터 이런 생각을 주로 하게 된 거다.

아, 그때 그 개새끼들 덕분에 진짜 온갖 뺑이란 뺑이는 다 쳤었지? 씹어 먹어도 모자랄 놈들 같으니라고…….

비록 판타지 세상에 있지만 지금 생각하니 또 열 받는다. 2016년 되자마자 또 핵 가지고 장난질을 쳤고, 그걸 보자마자 ‘아, 또 예비군 가면 존나 빡세게 굴리겠구나’라고 생각했지. 지금 와서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걱정이 됐다만.

“그럼, 여긴 어디야?”

“어, 듣고 화내지 마세요.”

“왜?”

“대답이 좀 뭣 같거든요.”

그녀는 내 질문에 살짝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머리가 옆으로 살짝 쓸렸고, 그 간단한 동작 안에 스며든 묘한 섹시함에 난 다시금 침을 삼켜야 했다.

빌어먹을, 아직 여자랑 자보지도 못 했는데 섹시 가수─아무리 퇴물이라지만 그 나름대로의 관리와 손질을 했기에 동년배의 여성과 비교할 때는 상당히 미인이고 스타일 좋은 여성─가 눈앞에서 속옷차림으로 날 바라보다니…….

제기랄, 야설보다 훨씬 더 야한 상황이잖아!? 난 어떻게든 그 생각을 지우기 위해 답변에 열중하기로 결심했다.

“판타지 세상……같은데요.”

그녀는 내 말에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뭘 좀 말해라.나 혼자 지껄일 순 없잖냐. 하아……어쩌겠어. 이혜린은 섹시함을 무기로 앨범이나 화보 등을 촬영하는……남자들의 욕망(특히 성욕)을 충족시키는 데 상당히 전문적인 여성이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머리가 텅텅 비었기에 이런 상황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는 없을 거다.

“그럼 그 괴물은 뭐야?”

“괴물이죠. 말 그대로. 아, 혹시나 싶어 말씀드리는 건데 절대로 발견되지 마세요. 죽습니다.”

난 내 경험과 진심을 담아 전했다. 하마터면 저승사자랑 커피 마시며 ‘그래, 저승에 온 소감은 어때?’ 같은 안부를 들을 뻔 했다는 걸 말하지는 않았다. 굳이 말할 필요는 없잖아.

“어, 세린은……괴물이랑 만났어?”

“도망쳤죠. 어떻게든 죽어라 뛰었더니 놓친 것 같던데요. 하하.”

이건 거짓말이다. 하늘을 나는 M16이 괴물을 쏴 죽였다고 말했다간 내 정신과 머리상태를 걱정하겠지.나도 안 믿겨지는데 누가 믿겠냐? 설령 믿는다 치더라도 지금 내 상태로는 싸울 수 없기에 그런 것까지 세세히 가르쳐 줄 처지가 아니었다.

이혜린은 그 질문을 마지막으로 굳은 표정을 지은 채 가만히 있었다. 우와……딱 보기에도 엄청나게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네. 하지만 지금은 그 상처를 보듬어줄 때가 아니다.

“혜린 씨는 언제 여기에 오셨어요?”

“……눈을 뜨고 보니 여기였어.”

말을 하는 것도 힘들어 보일 정도다. 좀 미안하다. 그치만 어쩌겠냐. 중요한 정보를 얻은 후에도 쉴 수는 있다. 지금은 그녀의 머리에서 이곳에 왔을 때부터 나와 만날 때까지의 정보를 들어야만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지금까지 있었던 시간은 대강 몇 시간 정도라고 생각하세요?”

“……대략 열 시간 정도…….”

그럼 나랑 얼추 맞구만. 내가 일어나고 괴물과 만난 후, 어떻게든 살아남은 후에 될 대로 되라고 잤었지.

“그럼 식사는요?”

“……물이랑 저기 떨어진 사과 같은 거……먹었어.”

진짜 대충 대충 대답하는 걸 보니 살짝 화가 났다. 빌어먹을, 내가 이렇게 질문하는 게 그냥 아무런 의미도 없는 짓으로 보이냐? 누군 살아남으려고 정보를 모으는데……하지만 어쩔 수 없나. 나도 저런 상태였었으니까.

난 그나마 군대에서 겪은 걸 토대로 이렇게 있을 수 있지만……새삼 이런 상황이 돼서야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드러나다니. 참으로 세상이란 얄궂은 것이다. 식사와 시간, 있었던 곳까지 다 알았다.남은 하나는……그거겠지.

“저, 마지막으로 여쭐 게 있는데요. 혹시 일어난 주위에 무슨 현상 같은 거 없었나요?”

“……현상?”

마지막 질문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질문이었기에 그녀는 약간이지만 고개를 들어 날 봤다.

“예. 무슨 빛이 난다거나, 주변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물건이 떨어져 있다든가…….”

“……미안, 그런 건 못 봤어.”

이상하다. 여기에 와서 나랑 비슷한 시간을 보냈다면 그녀의 앞에도 내가 가진 것과 같은 조작 윈도우가 나타났어야 했다. 그럼 뭐지? 조작 윈도우는 나만 가질 수 있는 건가? 제기랄,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다시 그녀를 보니, 처음 만났을 때의 생기나 여성스러움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상심한 건 알겠지만 그렇게 정신줄을 놓고 싶은 건 바로 나란 말이다.

“저, 먹을 거 좀 찾아올게요.”

나중에 배가 고플 때를 대비해 난 수풀 속에서 나왔다. 주변에는 커다란 나무가 몇 그루고 끊임없이 서 있었고, 떨어진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과일을 하나씩 집으며 생각에 잠겼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하지만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여자.

어디에서 올지 모르는 괴물놈들,

그리고 그 모든 것에 신경 써야 하는 나.

“진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냐.”

혼잣말을 내뱉었지만, 여전히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1:5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일이 있었지만 다시금 회사의 빡센 일정을 따라야만 하는 상황이 와버렸습니다. =_=; 원래라면 느긋하게 코멘트에 대한 대답을 적으며 올려야겠지만 지금은 출근 중이라 그런 걸 도저히 꿈도 못 꾸게 됐습니다. 양해바랍니다. 앞으로는 업로드 시간을 밤 시간대로 바꿔볼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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