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성 헌터-235화 (완결 후기) (235/235)

235화

<완결 후기>

작년 11월 8일에 처음 글을 올리기 시작했으니까 대략 넉 달이 조금 못 되는 기간 동안 연재를 했습니다. 제목도 정하지 않은 채 글을 쓴 게 10월부터였으니 넉넉잡아도 다섯 달 정도 되었군요.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오래 글을 쓰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계속 연재를 하려면 글을 보아주시는 분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누구나 그렇듯이 저도 살짝 기대를 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그저 기대였을 뿐이지요. 정말로 그 기대가 어느 정도 현실이 될 줄은 솔직히 몰랐습니다.

요즘 웹소설 사이트도 많고 연재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저로서는 아는 곳이 조아라 한 곳뿐이었고, 지금까지도 조아라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제가 웹서핑에 그다지 바지런한 편이 아니어서요. 심지어 가입하고 다른 분들 글을 보기 시작한 게 제 기억으로는 대충 8월경입니다. 참 경험도 없이 겁 없이 글을 쓰기 시작한 셈입니다.

처음 쓰는 글이다 보니 여러 가지로 실수도 많았습니다. 노블레스와 일반 연재의 차이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글을 시작했으니까요. 전에 한 번 후기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노블레스에 연재하려면 무조건 19금으로 설정해야 되는 줄 알았었지요. 제 글이 77 페스티벌 참가작이 된 이유도 비슷합니다.

저는 그 기간에 새로 올리는 글들은 모두 77페스티벌 참가 신청을 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덕분에 페스티벌이 진행되던 중간에 어중간하게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5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독자들의 힘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게시판 글을 보니 조아라의 댓글이 참으로 어마무시하다는 말이 많더군요. 처음 글을 올리면서 저도 꽤 각오를 했지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예상에 비해 꾸짖는 분들보다는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제가 독자들에게 가장 감사하는 부분입니다.

아무리 댓글에 상처받지 말라는 충고를 받아도 실제로 비판과 비난이 너무 많으면 글을 계속 쓰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니까요.

글을 쓰면서 연재를 하는 저의 자세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댓글에 휘둘리지 말라는 충고를 따라 되도록 일단 쓴 글은 고치지 않겠다는 태도를 견지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만은 아니라는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웹사이트 연재는 대뜸 책으로 펴내는 것과는 달리 연재 내내 독자들과 대화를 하며 쓰는 글이라는 생각이 든 거지요. TV 드라마 작가들도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스토리를 바꿔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게 바람직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웹사이트 일일 연재는 그보다 훨씬 반응이 빠릅니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더 격렬한 것 같더군요.

연재를 마치면서 드는 생각은 웹사이트 연재는 일종의 집단 창작 작업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글을 내놓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살피고, 그에 따라 이미 쓴 글이라고 할지라도 필요한 부분은 고쳐가면서 쓸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독자의 의견에 따라 너무 자주 수정하거나 휘둘리게 되면 흔히 하는 말마따나 글이 산으로 가고, 계속 쓸 힘도 사라질 위험이 큽니다. 하지만 그 점만 주의해서 잘 조정할 수 있다면, 혼자 자기 고집으로 밀고 나가는 것보다는 더 좋은 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웹사이트 연재소설은 그냥 써서 보여주는 글이 아니라 독자들과 대화를 하며 어떤 면에서는 함께 써가는 글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했던 것과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글쓰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참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실제로 연재하는 내내 제 글에 꾸준히 댓글을 달면서 여러 가지 오류를 지적해 주시거나 이런저런 의견을 제시해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분들 덕분에 제 글의 많은 부분들이 좋아졌습니다. 일일이 그 분들의 별명을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감사를 드립니다.

예전 글의 후기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연재를 처음 시작하면서 제가 드린 약속은 세 가지였습니다. 매일 올리겠다는 것과 완결을 내겠다는 것, 그리고 재미있게 쓰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 한 가지야 저로서도 노력만 할 수 있을 뿐 장담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요. 하지만 앞의 두 가지는 결국 지킬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이 아프거나 일이 바빠서 오늘은 건너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적지 않게 있었거든요. 한창 바쁠 때는 비축분이 다 떨어져 오늘 써서 오늘 올린 날도 솔직히 여러 날 있었습니다.

3월 한 달은 행성 헌터에 대한 수정 작업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본래 2월 안에 수정을 마치고 원고를 넘겨주기로 했었는데, 글의 완결이 가까워지면서 시간도 시간이지만 마음의 여유가 많지 않았습니다.

이제 글을 완결했으니 미루어두었던 수정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생각입니다. 특히 연재 내용 가운데 스카디안 행성 편은 적지 않게 내용이 바뀔 것 같습니다.

수정이 일찍 끝나도 3월은 푹 쉴 생각입니다.

차기작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몇 가지 있기는 합니다. 언젠가는 순수 판타지 글을 한 편 쓰고 싶기는 합니다만 제 머리 속에 있는 판타지는 서양의 중세와는 다르기 때문에 조금 더 생각을 다듬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공작, 백작, 기사, 마법사들이 나오는 판타지는 저부터가 별로 재미있게 쓸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요. 판타지의 배경이 꼭 서양 중세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으로서는 행성헌터처럼 가까운 미래의 어느 시점을 배경으로 한 퓨전 장르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꽤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플롯이 있었는데, 쉬는 동안 설정과 플롯을 잘 생각해서 한 번 시도를 해 보고 싶습니다.

서정주 시인이 나를 키운 것은 팔할이 바람이라고 했다지요.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는 시인은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말을 빌어서 얘기한다면 이 글을 완성시킨 것은 팔할이 독자들입니다. 다시 한 번 함께 읽어주고, 어떤 면에서는 함께 써 주신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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