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화
닐로의 저택에 도착한 진우는 그의 집무실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그는 닐로의 집무실 책상 위 놓여있는 패드를 발견했다.
플라베크 인들이 사용하는 것이었다. 무심코 그것을 지나치려던 진우는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피엔다 행성에서 가져왔던 통역기와 셔퍼를 꺼냈다.
그는 통역기를 착용하고 셔퍼를 작동시켰다. 잠시 후 셔퍼가 작동 모드에 들어가자 그는 닐로의 패드와 자신의 헌터 패드를 책상 위에 나란히 놓고 명령을 내렸다.
“플라베크 패드에 있는 데이터를 헌터 패드로 전송할 수 있는지 확인할 것.”
셔퍼는 먼저 두 종류의 패드가 자신과 무선으로 통신을 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통신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자 닐로의 패드를 살피던 셔퍼는 진우에게 음성으로 보고했다.
“데이타의 전송이 가능합니다. 다만 언어가 플레비크 어로 되어 있으므로 직접 읽으시려면 번역이 필요합니다. 자료의 전송과 번역을 실시할까요?”
“전송과 번역을 동시에 실시해. 원본은 따로 복사해 두고.”
“알겠습니다.”
패드의 자료는 양이 많았다. 전송과 번역을 마치기 위한 시간이 많이 남은 것을 확인한 그는 패드와 헌터패드, 그리고 셔퍼를 모두 닐로의 거실에 놓아두고 저택을 나섰다.
“노예 전사들은 대부분 죽었겠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야지?”
진우는 공간 이동 기술을 사용하여 하루를 꼬박 소비하며 플레비크 행성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플레비크가 본래 지구처럼 사람이 많은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인구의 삼분의 일 가량이 마나를 각성한 전사이다 보니 그 수가 꽤 많았다.
가는 곳마다 여기저기 쓰러져 죽어 있는 시체가 즐비했다. 그로서도 눈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참혹한 광경이었다.
마나를 각성하지 못해 전사가 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오히려 종속의 낙인이 찍히지 않은 일반인들이 거리로 나와 죽은 전사들의 시체를 치우고 있었다.
“힘을 얻은 자는 힘 때문에 죽고, 힘이 없는 자는 오히려 그 덕분에 살아남았군.”
어찌 보면 아이러니한 모습이었다. 진우는 죽음의 그림자가 내린 듯한 거리를 뒤로 하고 계속해서 이곳저곳을 다니며 마나 탐색을 펼쳤다.
중간 중간 살아남은 플레비크 전사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대다수가 하급 전사였고, 어쩌다 드물게 중급 전사들도 있었다.
아마도 세 명의 지도자들이 사전에 미리 낙인을 해제시켜두었던 전사의 무리들인 것 같았다.
그는 어찌할까 잠시 고민하다 그들을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지금 저들을 죽여 보았자 언젠가는 또 일반인들 가운데 마나를 각성해서 전사가 되는 자들이 나올 것이다.
플레비크의 일반인들까지 모조리 죽일 게 아니라면 이 행성에서 전사가 나오는 것을 완전히 막을 방법은 없었다. 살아남은 이들은 다시 유전으로 전해지는 본능에 의해 저희들끼리 싸움을 벌일 것이고 그 결과로 주인과 노예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플레비크 인들의 삶의 모습이었다.
“만약 저들이 다시 힘을 회복해 외계 행성을 침공한다면? 그곳이 다름 아닌 지구라면?”
그것이 걱정스럽다면 이곳에 있는 플레비크 인들을 모두 몰살시켜야 했다. 뿐만 아니라 외계 행성에 나가 있는 모든 플레비크 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다 죽여야 했다. 그렇게 하면 지구를 향한 위험이 완전히 제거되는 것인가?
“그럴 리가 없지.”
진우는 잠시 마음속에 일던 갈등을 깨끗이 접었다. 도전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 이번에는 플레비크 인들이었을지 몰라도 다음번에는 또 다른 행성의 외계인들이 지구를 노리고 침략할 지도 모른다. 다음에 지구를 침공하는 외계인들이 지금은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니코레임 인이 아니라고 누가 보장할 것인가?
지구인들은 오랜 역사를 통해 수많은 질병으로 고생해야 했다. 14세기 중반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은 당시 유럽 인구의 4분의 1에서 3분의 1에 해당하는 목숨을 앗아갔다.
페니실린을 비롯한 항생제의 발명은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해방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잠시 갖게 했으나 곧 그것이 더 강한 세균을 등장시킬 뿐이라는 허망한 결론을 얻었다. 질병을 이기려면 세균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저항력을 키우고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었다.
지구는 이미 외계인들에게 노출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금부터는 지구의 안전을 위해 모든 외계인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지구인들 스스로의 능력을 키워야 했다.
실력 있는 헌터를 키우고 과학 기술을 더 발달시키는 것만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플레비크 인들처럼 끝없이 외계 행성을 정복하는 것은 결국은 스스로 자멸을 재촉하는 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우리 스스로 강해지되, 그 강함이 우리 자신을 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수밖에.”
진우는 하루를 소비해 플레비크 행성을 돌아본 뒤 그냥 닐로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그가 돌아왔을 때에는 셔퍼에 의한 자료 전송과 번역이 모두 끝나 있었다. 진우는 헌터패드를 들어 닐로의 패드에 보관되어 있던 외계 행성에 대한 자료들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찾았다.”
그의 입매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닐로의 집을 뒤져 찾아낸 간이 포털 장치를 작동시켜 행성의 좌표 하나를 입력했다. 중력이 무려 지구의 10배가 넘고, 생물들이 거의 살지 않는 척박한 행성이었다. 하지만 지구에 들르기 전에 그가 반드시 찾아볼 필요가 있는 행성이었다.
* * * * *
지구에 돌아온 진우는 곧바로 타르코스 소장부터 찾아갔다. 그의 도착 소식을 들은 타르코스는 헌터 양성소 정문 앞까지 나와 그를 마중했다. 진우를 맞이하는 그의 얼굴에는 반가움과 초조함이 한데 얽혀 있었다.
“콴톤 의장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진우는 결과를 묻고 싶어 안달이 난 그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타르코스는 자신의 집무실로 향하는 도중에 콴톤 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락을 받은 그는 불과 삼십분 만에 타르코스 소장의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지구 안에서의 이동 임에도 불구하고 포털을 탄 것이다.
“어떻게 됐나?”
콴톤 의장이 자리를 잡고 세 사람 앞에 차가 한 잔씩 놓이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타르코스가 급히 진우에게 물었다.
“니코레임을 지배하고 있던 노르호지와 벨푸는 죽었어요.”
“그들을 어디서 죽였나?”
진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콴톤 의장이 물어왔다. 그들을 어디서 죽였는지에 따라서 니코레임에 남아 있던 노예화된 그의 동족들의 생사가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토칠라크입니다.”
“토칠라크?”
토칠라크라면 예전에 지구의 탐사대가 몇 팀이나 전멸을 당한 곳이었다. 타르코스와 콴톤은 진우가 그들을 그곳으로 데리고 가서 처치했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블리센에서 그들을 죽일 수가 없어서 그랬어요. 만약 그렇게 하면 블리센의 전사들 역시 떼죽음을 당할 테니까요.”
말을 하는 진우의 머릿속으로 플레비크에서 보았던 참혹한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타르코스와 콴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네. 몹시 어려운 일이었을 텐데 용케 그렇게 했군.”
“그리고...”
진우는 화색이 도는 그들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플레비크를 찾아갔었어요.”
타르코스와 콴톤은 진우의 말을 듣고 경악했다. 플레비크는 세 명의 상급 전사와 함께 수맣은 중하급 전사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게다가 만약 본성이 위기에 처할 경우 다른 행성에 나가 있는 상급 전사들도 도움을 주러 올 수 있었다. 그런데 호랑이 굴이나 다름 없는 그곳으로 진우가 단신으로 찾아갔다고 하니, 그들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눈빛이 진우를 향했다.
“그곳을 지배하던 세 명의 지도자를 모두 없앴어요. 닐로와 미슬란트, 에드막이라고 하더군요. 그로 인해 플레비크에 있던 전사들 대부분이 죽었어요.”
진우는 두 사람에게 블리센 행성과 플레비크 행성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타르코스와 콴톤은 한편으로는 감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탄식하며 진우의 얘기가 다 끝날 때까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진우는 그들에게 자세한 사정을 털어놓은 다음 콴톤을 바라보며 물었다.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뭔가? 말을 해 보게.”
“애초에 니코레임 인들이 지구를 망명지로 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이곳은 마나가 하나도 없는 곳이잖아요. 그런데도 지구에서 헌터를 양성할 생각을 한 이유가 뭔가요?”
콴톤과 타르코스가 서로의 얼굴을 잠시 쳐다보았다. 타르코스는 몹시 망설이는 표정이었지만 결국 콴톤이 고개를 끄덕이자 입을 열었다.
“먼저 사과부터 해야겠군. 자네에게 건네준 니코레임 선조들의 비망록에는 사실 빠진 부분이 있네.”
진우는 말없이 타르코스가 이야기를 계속하기를 기다렸다. 그는 잠시 어떻게 말을 하는 것이 좋을까 궁리하는 기색이었지만, 진우의 말없는 재촉을 받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삼백년 전의 첼스본이 남겼던 기록이 많이 누락되었지. 그가 남긴 기록에 의하면 마나가 없는 행성에서 헌터를 길러내는데 성공한다면 플레비크 인들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했네. 그 말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를 고려한 끝에 우리는 지구를 망명지로 택했지.”
“역시 짐작대로였군요.”
진우가 그렇게 말을 하자 콴톤은 깜짝 놀랐다.
“자네도 알고 있었나?”
“피엔다 행성에서 첼스본이 남긴 기록을 우연히 얻을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그런 말이 씌어 있더군요.”
그의 말을 들은 콴톤과 니코레임은 낯이 뜨거워졌다. 진우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자신들은 지금까지 숨겨온 것이다. 그것도 니코레임을 회복시켜 준 은인이나 다름없는 사람에게. 타르코스가 다시 한 번 급히 진우에게 사과했다.
“미안하네. 우리로서는 동조 단계 이상의 헌터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 사실을 지구인들에게 숨길 수밖에 없었네. 이곳에 와서 본 지구인들의 모습은...”
“굉장히 이기적이고 거래를 좋아하는 속성이 있지요.”
진우가 타르코스의 말을 끊으며 먼저 말을 했다. 그러자 관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칫 지구인들이 우리가 모든 희망을 이곳에 걸고 있다는 것을 알면 무리한 요구를 해 올까 걱정했었네.”
나라에 따라 반응이 똑같지는 않았겠지만 아마도 그 중에는 분명히 니코레임 인들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대가를 거래의 조건으로 내거는 나라들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유엔을 중심으로 한 지구대 니코레임의 협약 같은 것은 불가능했을 수도 있었다.
진우의 입장에서는 니코레임 인들을 칭찬할 수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그들을 탓하기도 어려웠다. 그는 다른 어떤 지구인들보다 이들에게서 받은 것이 많았다.
“저는 제가 받았던 것들을 모두 기억합니다. 저에게는 처음부터 너무나 많은 기대와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으니까요.”
콴톤이 복잡한 표정을 지은 끝에 웃음을 띠며 입을 열었다.
“자네는 말 그대로 우리의 희망이었으니까. 만약 자네가 실패한다면 우리는 무리를 무릅쓰더라도 모든 전력을 이끌고 니코레임으로 직접 쳐들어갈 수밖에 없었네. 아마 지구의 헌터들에게도 동참해달라는 부탁을 했겠지.”
아마 그럴 경우 헌터들이 아니라 각국의 정부가 나서서 니코레임 인들로부터 최대한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다보면 헌터들 가운데에서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니코레임 원정에 억지로 참여하게 되는 사람들도 나왔을 것이다. 진우는 여기서 일단 이야기를 끝내기로 했다.
“일년 정도 지나면 노예가 되었던 니코레임의 전사들이 모두 종속 상태에서 풀려날 겁니다.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고향을 재건하는 작업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니코레임으로는 언제쯤 출발하실 건가요?”
콴톤 의장이 입을 열었다.
“우리끼리 회의를 다시 해야겠지만 늦어도 6개월 뒤에는 일단 이곳을 떠나 니코레임으로 갈 생각이네. 종속의 낙인이 해제된 전사들은 그다지 호전적이지 않아. 니코레임에는 노예가 된 전사들 말고도 아직 적지 않은 일반인들이 있으니까 종속이 완전히 해제되기 전에 우리가 미리 그곳에 도착해 있어야 하네.”
“그러면 포털 관리에 대한 권한도 일찍 넘겨주셔야 겠군요.”
“그래야겠지. 그 점에 관해서는 그동안 협의 해 온 게 있으니 앞으로 몇 달 안에 마무리를 지을 생각이야.”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당분간 조승운 스승이 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것은 그가 굳이 상관할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일은 이제 모두 끝났다. 그는 더 이상 의무감이나 전투를 위해서 다른 행성을 찾아다닐 생각이 없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받은 것 이상을 갚아주었다. 이제는 정말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며칠 뒤 난생 처음으로 페노닉스 행성을 방문한 진우는 그곳에서 니코레임 지구 평의회 의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블리센과 플레비크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모든 의원들의 얼굴에 희색이 만면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진우의 공식적인 보고는 모두 끝이 났다.
* * * * *
니코레임 인들과의 일을 모두 끝낸 진우는 스승인 조승운을 찾아갔다. 그의 몸이 모두 완쾌해서 이미 일선에 복귀해 다시 업무를 재개했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자신 때문에 큰 부상을 당하기도 했던 그를 끝까지 보살피지 못하고 외계 행성을 다녀온 탓에 죄송한 마음이 컸었다. 하지만 다시 만난 조승운은 언제 아픈 적이 있었냐는 듯이 건강한 몸으로 그를 맞아 주었다.
“타르코스 소장에게 대충 얘기 들었다. 네가 그 플레비크 행성 녀석들을 거의 죽여 없앴다고 하더구나.”
하는 말로만 보아서는 대견한 일을 해냈다는 칭찬이었지만 정작 말을 하는 그의 얼굴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의 제자는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 엄청난 학살을 자행하고 돌아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진우는 앞으로 평생 그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강인한 녀석이니 잘 이겨내기는 하겠지만 조승운은 그가 해 나가야 할 마음고생이 눈에 밟히는 듯해서 마음이 안타까웠다.
“니코레임 인들이 앞으로 육 개월 정도 지나면 본성으로 대거 철수할 모양이에요. 그 전에 포털 관리에 대한 권한을 협약보다 일찍 이양할 생각인가 보더라고요.”
진우는 그의 마음을 눈치 챘지만 짐짓 밝은 목소리로 그렇게 얘기했다.
“그 얘기는 이 늙은이가 당분간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질거란 말이로구나.”
진우는 그의 말에 그저 씩 웃어주었다.
“너는 어쩔 셈이냐?”
“네?”
조승운은 느닷없는 그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자 조승운이 씩 웃으며 그의 어깨를 잡았다.
“헌터 협회장으로 있는 전순호 그녀석이 네가 오면 전해달라고 하더라. 네 헌터 카드를 다시 갱신하자고.”
“헌터카드를요?”
“그래. 헌터 카드에 이제 동조 헌터라고 명확하게 새겨 넣자는구나.”
“헌터 카드 등급은 최상급이 끝 아니었나요?”
조승운이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규정이 바뀌었다. 동조 등급이 새로 생겼어. 아마 네가 지구에서 최초의 동조 등급 헌터로 등록이 될 거다. 얼마 전에 전 세계 헌터 협회장들이 모여 협의를 한 결과다.”
“아... 저, 스승님 저는 그런 거 별로.”
그러자 진우의 어깨를 쥔 조승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다른 행성으로 이동할 수 있는 포털 기술을 지구에 넘겨달라고 한 게 바로 너다. 포털이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헌터가 되는 사람들이 계속 나오겠지. 그들에게 동조 헌터의 존재는 뚜렷한 목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지구에 존재하는 동조 헌터는 네가 유일하지. 바꿔라. 스승의 명령이다.”
진우는 잠시 조승운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길에 힘이 실려 있었다.
“네. 알았어요.”
진우의 고개가 힘없이 숙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