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화
삼대일로 전개된 네 사람의 싸움은 해가 저물도록 끝나지 않았다. 각자의 실력이 본래 예상했던 것보다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양쪽이 다 마찬가지였다.
진우는 닐로와 미슬란트, 애드막 세 상급 전사의 힘과 기술이 이제까지 싸워 보았던 다른 상급 전사들에 비해 근소하게 우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순간적인 마나 운용력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상대했던 다른 상급 전사들에 비해 세 사람이 최소한 한 수 위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다른 외계 행성의 지배자들을 잡스럽다고 비웃더니, 나름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듯 했다.
플레비크 행성의 세 지도자 모두 생각을 일으키고, 그에 따라 마나를 실체화 하는 속도는 확실히 발군이었다. 협공을 하는 박자와 조화 역시 노르호지와 벨푸의 그것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찰나의 틈을 노리고 세 사람이 동시에 각자의 위치를 잡고 공격을 할 때는 진우도 여러 차례 위기를 겪기도 했다. 결정화된 마나막과 공간 이동 기술이 아니었다면 제법 심각한 부상을 면치 못했을 순간들이 수도 없이 지나갔다.
“차앗.”
진우가 세 사람을 향해 동시에 뿌려낸 마나 송곳들이 그들의 무기들과 부딪혀 작은 결정으로 변했다가 순식간에 마나 안개로 흩어져갔다. 그들은 진우의 거센 공격에도 불구하고 작은 상처들을 무시하며 거칠게 달려들었다.
미슬란트와 에드막이 각자 진우의 하체와 상체를 노리고 커다란 무기들을 휘두르며 달려들자 진우는 망설임 없이 허공 위로 몸을 뽑아 올렸다. 그러나 그 순간 그의 머리를 노리고 찔러 들어오는 닐로의 장검이 거의 수직으로 내리꽂혔다.
“이얍.”
진우는 닐로의 검을 막지 않고 공간 이동 기술을 이용하여 순식간에 그의 뒤로 이동했다. 닐로의 등이 그의 눈앞에 텅 빈 채로 드러났다. 그러나 진우가 그의 등을 향해 장검을 뻗으려는 순간 미슬란트와 애드막이 각자 여러 개의 마나창을 실체화시켜 그를 향해 쏘아냈다.
“쳇.”
진우는 할 수 없이 장검의 방향을 돌려 자신에게 달려드는 그들의 마나창을 일일이 쳐냈다. 그 동안 땅 위에 내려선 닐로가 재빨리 장검을 고쳐 쥐고 다시 진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 식의 공방이 벌써 몇 시간째 계속되고 있었다.
진우는 삼대일의 전투를 하면서 수차례 위기의 순간을 넘겼지만, 그가 느끼는 긴장감은 플레비크의 세 상급 전사를 괴롭히는 절망감에 비하면 차라리 행복한 편이었다. 그들은 그동안 진우가 프레일과 투르가를 비롯하여 여러 명의 플레비크 상급 전사들을 쓰러트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알기로는 노르호지와 벨푸와의 싸움을 제외한다면 모든 전투에서 진우가 항상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었던 것은 아니었다.
페르일과 투르가는 그와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에서 결투를 벌였고, 진우 역시 그동안 있었던 몇 차례의 싸움에서 꽤 위험한 순간들을 넘기기도 했었다. 노르호지와 벨푸처럼 마나 개입에 의해 종속의 낙인이 강제로 해제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진우의 능력은 상급 전사와의 이대일 전투를 간신히 버틸 정도라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었다.
플레비크의 지도자라는 자존심을 버리고 그들이 진우와 삼대일의 결투를 벌이기로 결심했을 때, 미슬란트나 에드막은 물론이고 닐로조차도 자신들이 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진우의 뛰어난 실력을 감안할 때 단숨에 승부가 나지 않을 수는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승리는 자신들에게 돌아오리라는 것을 그들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실력과 경험, 마나량 모두에 있어서 자신들이 불리할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몇 시간째 승패를 가리지 못한 채 결투가 계속되면서 그들의 예상은 무참하게 깨어져 나갔다.
“타앗.”
진우는 세 명이 동시에 쏘아보낸 마나 송곳과 마나 창들을 자신의 마나검을 한 번 휘두르는 것으로 모두 해소시켰다. 그의 검을 따라 허공에 펼쳐진 장막과도 같은 마나벽에 부딪힌 세 상급 전사의 공격이 산산히 부서지면서 안개로 화해 흩어졌다.
닐로를 비롯한 상급 전사들은 기가 막혔다. 그들의 마음속에 절망의 그림자가 점점 짙게 드리우기 시작했다.
세 명이 동시에 공격을 해도 그것을 장검 하나로 모두 무산시키는 진우의 마나 운용력은 이미 그들의 예상을 아득하게 벗어나 있었다. 또한 결정화된 마나를 활용하는 진우의 능력 때문에 그들은 공격과 수비 모든 면에서 진우에게 계속 밀릴 수밖에 없었다. 삼대일이 아니라 일대일로 한 명씩 상대했더라면 과거 마스바로크가 플레비크의 지도자들을 물리쳤을 때보다 훨씬 빨리 승부가 끝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공간 이동 기술을 통해 자신들의 공격을 피하거나 거꾸로 반격을 해오는 바람에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목숨에 위협을 느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든 것은 마나량의 차이였다. 생각보다 싸움이 오래 지속되면서 그들은 진우의 가공한 마나량에 질리고 말았다.
‘이건 절대 불가능해. 어떻게 한 사람의 몸에 저렇게 많은 마나가 있을 수가 있지?’
싸움을 시작한 지 여섯 시간이 넘어가면서 닐로는 체내의 마나가 점점 고갈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그 정도라면 아마 미슬란트와 애드막은 지금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 짜내는 심정으로 마나를 운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에 반해 진우는 다소 지친 기색을 제외한다면 얼굴을 찡그리는 법도 없이 처음과 거의 다를 바가 없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녀석이 세 개의 마나 크리스털을 몸 안에 흡수했을 것이라는 보고를 들었을 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웃어 넘겼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오히려 그 이상의 마나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
과거 아스탄은 벨푸에게로 도망쳐 오면서 진우가 세 개의 마나크리스털을 체내에 흡수한 것 같다고 보고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직접 들은 벨푸는 물론이고, 간접적으로 보고를 받은 본성의 세 지도자들도 모두 그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었다.
종족을 막론하고 한 사람의 체내에 그렇게 많은 마나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 진우가 다른 상급 전사들과 싸우면서 보여준 모습 역시 그렇게 막대한 마나를 가지고 있는 자의 실력으로 보기는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번 싸움을 준비하면서 닐로를 비롯한 플레비크 지도자들은 진우에 대한 평가를 일단 최대한으로 높여 잡았었다. 그래서 그들은 진우가 실제로 세 개의 마나 크리스털에 해당하는 막대한 마나를 체내에 가지고 있을 거라는 가정을 세웠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를 놓고 본다면 진우는 그들의 가정마저 뛰어넘을 정도로 엄청난 마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지금쯤은 저 녀석도 마나가 거의 떨어져 가야 하는데.’
겉으로만 보아서는 진우에게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엿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마나가 얼마나 되는 거야? 설마 싸우면서도 주위의 마나를 흡수하고 있다는 말인가?’
* * * * *
닐로를 비롯한 미슬란트와 에드막은 모두 진우를 상대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각자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졌다. 자신들의 패배는 곧 죽음을 의미했고, 그것은 현재 노예로 종속되어 있는 다른 플레비크 인들의 몰살에 가까운 죽음으로 이어질 게 뻔했다.
자신들은 절대 죽을 수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싸움을 이겨야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승리의 가능성은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다. 그들은 속이 타들어가는 듯 했다.
그들의 초조한 속내와는 무관하게 사방에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부터 진우는 소위 말하는 전투 중의 무아 상태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는 싸움이 계속되면서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지고 세 사람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에 점점 여유가 생기는 기묘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그런 상태가 지속되자 전투를 하는 와중에도 자신과 상대를 관조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어느 순간부터 마나를 볼 수 있는 그의 눈에 동조의 단계에 든 상대의 몸이 환히 꿰뚫어 보이기 시작했다.
섬을 둘러싼 바다 위로 플레비크의 달이 떠오를 때쯤 해서 진우는 그들의 상태를 거울을 들여다보듯이 알 수 있었다.
‘마나가 거의 다 떨어졌군.’
진우가 비록 마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본래 동조 단계에 든 전사들의 내부 상태까지 꿰뚫어 볼 수는 없었다. 동조 단계에 들면 저절로 자신의 마나가 밖으로 기운을 내비치지 않게 할 수 있었고, 상대의 마나 탐지로부터 자신의 상태를 감추는 저항력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전투가 계속되고 정신이 점점 고양되면서 진우의 눈에는 그들의 몸속에서 마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뚜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나는 움직이는 게 아니다. 다만 존재하는 것이다.’
문득 그의 머릿속에 조르크에서 읽었던 마구스와 마스바로크의 대화가 생각났다. 자신으로 하여금 공간 이동 기술을 배울 수 있게 했던 바로 그 깨달음이었다.
‘지배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뒤 이어 야스간 행성으로 첫 수련을 나섰을 때부터 그의 머릿속을 줄곧 맴돌던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지배가 말 그대로 상대를 자신의 의지대로 철저히 종속시키고 통제하는 것이라면, 그것을 가장 잘 실현시킨 이들은 오히려 플레비크 인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상대를 굴복시킨 뒤 종속의 낙인을 찍어 그들의 마나 수용력과 운용력 일부를 빼앗았다. 그리고는 노예의 육체와 정신 모두에 대해 거부할 수 없는 통제력을 행사했다. 그렇다면 그것이야말로 대상에 대한 완전한 지배가 아닌가.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지배가 아니지. 심지어 마나에 대한 지배도 아니야.’
자유로운 마나. 자유로운 헌터.
갑자기 헌터 학교 입학식 때 강당 위에 커다랗게 붙어있던 표어가 그의 머리를 거세게 강타했다. 자유와 지배. 서로 모순적인 두 용어가 그의 생각 속에서 나란히 헤엄치고 있었다. 같은 것인가, 전혀 다른 것인가?
‘나는 지배의 단계에 들어섰는가?’
조르크 행성에서 깨달음을 얻은 뒤, 디키오의 당대 마구스인 피스쳅스로부터 지구에 있는 타르코스까지 여러 사람들이 그에게 같은 질문을 했었다. 지배의 단계에 올랐느냐? 그들의 질문에 대해 진우는 계속해서 잘 모르겠다는 대답만을 되풀이했다.
그것이 솔직한 대답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깨달음을 얻은 뒤에도 자신의 단계에 대해 정확히 확신할 수가 없었다.
과거보다 분명히 나아졌고, 조르크 행성인들처럼 마음대로 공간 이동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자신이 지배의 단계에 들었다는 명확한 확신이 들지 않았었다.
‘도(道)는 아무 것도 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 신묘하고, 어떤 일도 만들지 않지만 백성들이 편안하다. 빛을 안으로 머금고 광채를 감추며, 자취를 없애고 단서를 숨긴다. 모든 것의 근본이되 이름이 없으니, 그러므로 기(氣)를 토하고 조화를 펼치며, 텅 빈 곳에 거처하면서 천지가 시작되는 근본이 된다.’
과거 조승운이 노자의 구절을 풀어서 설명해 주었던 내용이었다.
‘진정한 지배란 아무 것도 구속하지 않는 것이다. 지배하는 자는 곧 자유롭게 하는 자. 세상은 나의 모든 것. 나는 세상의 모든 것.’
세 명의 상급 전사를 거세게 몰아붙이던 진우의 몸이 순간적으로 멈춰 섰다. 그의 손에 들렸던 마나검이 사라지고 그의 몸은 마치 싸움을 포기한 사람처럼 아무런 방어 자세도 없이 온갖 허점을 드러낸 채 움직이지 않았다.
진우의 눈은 자신이 상대하던 세 사람의 상급 전사가 아니라 그들의 머리 위로 펼쳐진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넋이 나간 사람 같은 모양이었다.
“이때다.”
진우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자 잠시 당황했던 세 사람은 닐로의 벼락같은 고함에 맞추어 순식간에 가지고 있던 마나를 모두 끌어올렸다. 어차피 한계에 다다른 싸움이었다.
닐로와 미슬란트, 에드막은 몸 속에 있는 마지막 한 줌의 마나까지 모두 끌어올려 멍청하게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진우를 향해 쏜살같이 돌진했다. 그들의 손에 들린 검과 대도, 장창이 선명한 빛을 뿌리며 동시에 진우의 몸을 노리고 파고들었다.
번쩍
그때 진우의 몸에서 갑자기 엄청난 우윳빛 섬광이 터져 나왔다. 진우가 조르크에서 깨달음을 얻었을 때도 몸에서 서기가 빛줄기로 변해 뻗어 나온 적이 있었다.
당시 그것은 하늘을 향해 빛기둥처럼 곧게 솟아올랐었다. 그러나 지금의 섬광은 사방을 향해 구형으로 퍼져나갔다. 진우의 몸에서 터져 나온 섬광이 그를 향해 달려들던 세 명의 상급 전사를 덮어 버렸다. 그러자 우윳빛 섬광에 휩싸인 세 명의 상급 전사들의 몸에서 썰물처럼 마나가 빠져나갔다.
그들의 손에 들려있던 마나검과 대도, 장창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안 돼~”
에드막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에도 불구하고 세 사람의 몸속에 남아 있던 얼마 되지 않은 마나마저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들은 진우를 향해 달려들던 자세 그대로 거칠게 모래사장 위에 나뒹굴고 말았다.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이 빠져나갔다. 한 줌의 마나도, 한 줄기 기력도 남김없이 다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해변에 쓰러진 채로 손가락 하나 움직일 생각도 못하고 광채에 파묻혀 희미한 잔상만을 보이고 있는 진우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에도 진우의 몸에서 터져 나온 섬광은 점점 퍼져 섬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그 안에서 여전히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는 진우의 몸이 점점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지상에서의 일을 마친 천사가 다시 천상으로 귀환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번쩍
허공에 들려올라갔던 진우의 몸에서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밝은 빛이 한 차례 사방을 비추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든 것이 다시 어둠에 묻혔다. 하지만 서서히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는 그의 몸 주위에는 희미한 우윳빛 서기가 맴돌고 있었다.
“후우~”
땅에 내려선 진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에는 사방을 감돌고 있는 마나의 기운이 손에 잡힐 듯 느껴졌다. 그의 시선이 모래사장에 쓰러져 있는 세 명의 상급 전사에게로 향했다. 그들의 몸에는 마나가 한줌도 남아있지 않았다. 심지어 머릿속에 있어야 할 종속의 낙인조차 이미 지워져 있었다.
진우는 발걸음을 옮겨 나란히 쓰러져 있는 그들의 앞에 멈춰 섰다. 그들을 바라보는 진우의 눈에 연민의 빛이 서려 있었다.
“너희들의 머릿속에 있던 종속의 낙인이 지워졌다. 알고 있느냐?”
진우의 말을 들은 닐로가 쓰러진 자세 그대로 고개만 간신히 틀어 진우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매가 푸들거리더니 힘없는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래. 지워졌지. 낙인이 강제로 지워졌으니 지금쯤 수많은 플레비크 전사들이 고통에 몸을 떨며 죽어가고 있을 것이다. 이제 속이 시원하냐?”
“내 탓이라고 생각하냐? 나를 원망하는 건가?”
옆에 있던 미슬란트가 입을 열어 힘 없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싸움에 진 전사는 노예가 되거나 죽는다. 그게 우리들의 율법이고, 몸속에 흐르는 피가 가르쳐주는 진리다. 원망은 없다. 깨끗하게 죽여라.”
진우의 눈이 에드막에게로 향했다.
“칠백 년 전의 치욕을 우리의 죽음으로 해소하겠다. 어서 죽여라.”
진우는 잠시 쓰러져 있는 그들을 바라보다 손을 들었다. 그의 손에서 세 개의 마나 송곳이 맺히더니 세 명의 상급 전사의 머리를 파고들었다. 그들은 잠시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진우는 양의 마나를 일으켜 세 명의 시체를 깨끗하게 태워버렸다.
진우는 일을 마친 뒤 잠시 모래사장 위에 주저앉았다. 이제는 완전히 하늘 위로 떠오른 플레비크의 달빛이 밤바다 위에 길게 빛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희들은 마스바로크가 플레비크의 지도자들을 꺾은 뒤에 그냥 떠나버렸다고 수백 년을 원망했었지. 그런데 도대체 마스바로크가 애초에 무슨 수로 너희들을 노예로 삼았겠냐. 그는 종속의 낙인을 찍는 방법도 알지 못했는데. 그로서는 그저 의미 없는 살인을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너희들은 종족의 특성 때문에 그걸 원망했지만, 애초에 마스바로크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 니코레임 인들도 그 대가를 톡톡히 받았지만, 그들은 또 무슨 죄란 말이냐.”
진우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닐로의 저택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 그의 배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 작품 후기 ============================
내일 이면 완결이 될 것 같습니다. 말씀 드렸듯이 진우의 성장이 끝나면 제 글도 끝나는 거니까요. 내일 전체 글을 마무리 하면 아마 에필로그 한 편 정도가 더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느낀 점들을 공지 글 형식의 후기를 통해 올릴 생각도 있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 대한 감사는 그 후기를 통해 다시 한 번 드리겠습니다.
조아라와의 계약에 따라 이북을 출간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글을 수정하느라고 정신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