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성 헌터-201화 (201/235)

201화

901관에 등장한 마수는 상급 마수였다. 그러나 그냥 상급 마수가 아니었다. 녀석은 진우의 예상보다 엄청나게 강했다.

진우는 849관에서 쉬코핀을 상대할 때, 잠시 방심을 한 탓에 부상을 입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901관에서 두 번째로 부상을 입었다.

이번 부상은 지난번보다 조금 심각했다.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옆구리까지 가로지르는 긴 상처가 생겼고, 그 바람에 갈비뼈가 다섯 개나 부러졌다.

다행히 내장이 드러난다든가 하지는 않았지만 출혈이 꽤 많았다. 이번 도전에서 진우는 방심은커녕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부상을 입었고, 눈앞의 마수는 아직 자신을 향해 공격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진우의 앞에는 코끼리의 상아 같은 긴 어금니가 4개나 돋아 있는 마수가 숨을 씩씩 거리며 발을 구르고 있었다. 녀석은 4족 보행 마수인 주제에 어깨까지의 높이만 6m가 넘었다.

진우를 향한 두 눈에는 불꽃이 이글거렸는데, 그게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짜 불꽃이었다. 놈은 돌격을 할 때마다 두 눈에서 화염방사기 같은 불꽃을 좌우로 쏟아내어 목표가 옆으로 피하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는 치타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와 뒤로 물러서는 상대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네 녀석은 그럼 도대체 어디로 보는 거냐?”

세리노라는 이름의 마수는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볼 때에는 빛을 감각하는 기관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진우가 있는 곳으로 정확히 돌진하여 세 번째 공격 만에 큰 상처를 입혔다. 놈이 세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맞닥뜨려 보니 자료를 통해 짐작했던 것보다 더 빠르고, 강했다.

“하이뇰, 정말 해 보자는 건가, 아니면 그냥 경고를 하겠다는 거야?”

지금까지 상대했던 마수들은 사실상 필드에서 만나는 놈들보다는 조금 약했다. 그런데 이 번에는 달랐다. 901관의 세리노는 짐작이기는 했지만 분명히 실제의 마수보다 더 강한 것 같았다. 하이뇰이 마수의 위력을 조금 상향 조정한 것이 틀림없었다.

진우는 세리노의 공격을 피하면서 치료 마나를 돌려 일단 부러진 갈비뼈를 붙이고 출혈이 멈추게 했다. 그러나 그것은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았다. 과격하게 몸을 움직일 때마다 여전히 은은한 통증이 상체를 압박하고 있었다.

“동조 기술을 쓰라는 거냐? 이제부터는 최상급 헌터 정도로는 돌파할 수 없다는 거야?”

동조 기술을 쓴다면 어렵지 않게 상대를 쓰러트릴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진우는 들고 있던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고 대신 활을 꺼내들었다.

“여긴 돔형 건물이란 말이지. 지름이 200m가 넘는 곳이니 얼마든지 피해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있잖아. 이번에도 안 통하면 그때는 네 소원대로 동조 기술을 써 주지.”

그는 자신을 향해 좌우로 불꽃을 뿌리며 직선으로 돌진해 오는 세리노를 향해 똑바로 활을 겨눴다. 녀석은 상대를 어금니로 꿰뚫어 죽이겠다는 기세로 달려들었지만, 진우는 뒤로 물러서지 않고 버티고 서 있다가 녀석이 100m 앞까지 다가왔을 때 시위를 놓았다.

“널 움직이는 윌러킹이라고 생각을 하겠다.”

세리노의 두 눈에 해당하는 부분은 평소에는 두꺼운 눈꺼풀 같은 것에 덮여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돌진을 할 때에는 눈꺼풀이 활짝 열리면서 한 개 한 개가 사과만한 구멍으로부터 두 줄기의 불꽃이 쏟아져 나왔다. 진우는 바로 그 순간을 노려 불꽃 구멍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펑, 펑

세리노의 가짜 눈구멍에 화살 두 개가 연이어 꽂히면서 커다란 폭음이 울렸다. 진우가 화살촉에 걸어두었던 폭발형 마나가 불꽃을 뿜어내던 구멍을 찢으면서 터지자 놈은 달려오던 걸음을 멈추고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뱉었다.

세리노가 불꽃을 멈추지 않은 채 머리를 좌우로 흔들자, 경기장 사방이 온통 이글거리는 불꽃으로 덮이고 말았다.

진우는 활을 버리고 검을 뽑아든 뒤, 몸부림치는 세리노를 피해 녀석의 등을 노리고 비스듬히 도약했다. 녀석의 머리 위를 넘어가자 발 아래로 놈의 커다란 등이 발광에 가까운 움직임에 따라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하앗.”

커다란 기합과 함께 내려꽂힌 진우의 검이 세리노의 등 위에 깊이 꽂혔다.

“꺼응~”

녀석이 신음을 내뱉으며 마치 로데오 경기에 나선 소처럼 거칠게 몸을 놀렸다. 진우는 검을 꽉 잡은 채로 검끝을 통해 세리노의 몸 안으로 마나를 불어넣었다.

“아깝기는 하지만 급하니까 이번에는 내 마나를 직접 쓰기로 하지.”

세리노의 몸 안에 커다란 마나 폭탄이 다섯 개나 생기는 것이 뚜렷이 느껴졌다. 폭탄 설치를 마친 진우는 등에서 뛰어내린 뒤, 재빨리 멀리 떨어진 곳으로 몸을 피했다. 이번에는 시간을 10초밖에 여유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쿵, 쿵, 쿵, 쿵, 쿵.

마치 깊은 지하에서 암반을 깨기 위해 폭약을 터트리는 것과 같은 진동 소리가 연거푸 울려 퍼졌다. 순간 발광하던 세리노의 움직임이 뚝 멎더니, 입에서 폭포수 같은 피를 토하며 녀석의 커다란 몸뚱이가 옆으로 꿍 하고 넘어졌다. 숨이 끊어진 세리노의 몸은 잠시 후 본래의 마나로 흩어져 사라졌다.

“S급 용사 진우님. 901관 도전에 성공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어쩐지 관리자의 목소리가 평소와는 달리 조금 쌀쌀맞게 들리는 것이 꼭 기분 탓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진우가 또 하나의 단계를 돌파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  * * * *

“행성 이동용 포털을 설치해 달라고 요구하겠습니다.”

905관까지 도전을 성공시킨 진우는 메심헤네스와 파토스를 호텔 로비로 불러 선언하듯 그렇게 얘기했다. 진우로서는 오래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지만 두 사람에게는 그의 선언이 갑작스런 희소식이었다.

“저, 정말입니까?”

메심헤네스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나왔다. 파토스는 아무 말도 없이 펄쩍 뛰듯이 다가와 억센 손으로 진우의 몸을 꽉 껴안았다.

“고맙다, 진우. 정말 고마워.”

파토스는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진우는 다소 민망할 정도로 심한 상대의 반응에 조금은 어색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두 사람의 감정이 조금 진정한 듯한 기색을 보이자 다시 말을 꺼냈다.

“물론 그건 제가 마지막 관까지 도전에 성공해야 가능한 일이니까 꼭 들어드릴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요. 오늘만 해도 저는 거의 죽을 뻔 했으니까요.”

두 사람의 목이 마치 용수철 달린 목각 인형처럼 위 아래로 흔들렸다. 그들도 진우가 심각한 부상을 입는 모습을 중계를 통해 보았던 것이다. 물론 실제로 목숨이 위험한 것은 아니었지만 진우는 일단 그들의 과도한 감사표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제가 드릴 말씀이 조금 더 있는데 이곳은 불편하니 잠시 장소를 바꾸는 게 어떨까요?”

진우의 팔이 그들을 잡아끌었다. 두 사람을 프론트로 데리고 간 그는 메심헤네스와 파토스를 보면서 씩 웃었다.

“가지고 계신 셔퍼를 잠시 저한테 맡겨 주세요.”

그는 두 사람이 가지고 있던 셔퍼를 비롯해 모든 마나 동력 장치를 달라고 했다. 그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건을 건네주자 진우는 그것들을 모두 프론트에 맡겼다.

“한 10분만 이걸 보관해 주세요.”

물건을 맡긴 진우는 그들을 다시 호텔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메심헤네스가 진우를 보고 물었다. 그러자 진우는 그들을 향해 씩 웃었다.

“잠시 저랑 산책 좀 하시죠. 잠깐이면 됩니다.”

*  * * * *

호텔을 나온 진우는 호텔 뒤편의 해변으로 항한 작은 길로 그들을 데리고 갔다. 사방이 탁 트였지만 사람도, 특별한 시설물도 없는 곳이었다.

메심헤네스와 파토스는 지상의 트인 공간으로 나가자 초조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은 정상적인 피엔다 행성 사람이었고, 진우와는 달리 지상의 열린 공간에서 오래 걷는 것을 끔찍이 두려워했다.

진우는 그들이 불안해 하는 것을 이해했지만,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가 시스템에게 간파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 없었다. 그는 두 사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일단 드릴 말씀은 저도 요구 조건이 있다는 겁니다.”

“뭡니까, 그게?”

두 사람은 진우가 어떤 부탁을 하든지 모두 들어주겠다는 낯빛으로 물었다.

“용사의 관에 마나를 공급하는 장치의 설계도를 구해주세요.”

순간 멕심헤네스와 파토스가 멈칫했다.

“마나를 공급하는 장치라니요?”

마나를 공급하는 장치가 무엇인지 두 사람이 모를 리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반문하는 것은 진우의 요구가 워낙 뜬금없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용사의 관을 운용하는 데에는 막대한 양의 마나가 필요해요. 그게 저절로 생겨날 리는 없으니 다른 곳에서 모은 마나를 그곳으로 보내는 장치가 있을 거잖아요. 그 장치가 어디에 어떤 형식으로 설치되고 연결되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도면이 필요해요.”

“저기, 그걸 어디다 쓰시려는 건지... 그리고 마나 공급 장치는 철저하게 시스템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도시를 관리하는 일의 대부분은 사람들의 손에 의해 처리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마나 공급에 관한 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온전히 시스템이 관리합니다. 고장이 나더라도 로봇들이 수리하지요. 사람들은 접근할 수 없습니다.

진우의 눈이 메심헤네스에게로 향했다.

“그 점은 저도 이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일행 중에 과학자와 역사학자, 시청 직원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 분들이 노력한다면 도면을 입수하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메심헤네스의 얼굴이 다소 경직되었다.

“글쎄요...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마나 공급 장치의 설계도를 손에 넣게 되면 시스템이 그 사실을 알아차릴 겁니다. 잘못하면 몇 명이 도시에서 추방당할지도 모릅니다. 그게 생각보다 위험한 일이라서...”

“설사 발각이 되더라도 여러분 동료가 도시에서 추방당하는 일이 없도록 제가 최대한 노력을 하겠습니다. 하지만 제 조건은 타협 대상이 아니에요. 그걸 들어주시면 저도 나중에 포털을 열어달라고 부탁하지요. 여러분은 추방당하는 걸 걱정하시지만, 저로서는 여러분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있습니다. 부당한 조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지금 결정하기 어려우시면 돌아가서 의논한 뒤에 연락을 주세요. 그때까지 저도 기다리겠습니다.

파토스는 진우에게 무언가를 얘기하려고 입을 벌렸다. 하지만 옆에 있던 메심헤네스가 얼른 그의 팔을 잡았다. 그는 진우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왜 굳이 그걸 원하시는지...”

“그건 죄송하지만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걸 이용해 제가 개인적으로 어떤 이익을 얻거나 하려는 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도시를 망가뜨린다거나 하는 일도 없을 거고요. 지금은 그 말밖에는 할 수가 없군요.”

진우가 그렇게 말하자 메심헤네스가 진우의 눈을 빤히 쳐다보더니 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저희까리 의논을 해서 결정이 되면 다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저희의 요구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메심헤네스는 머뭇거리는 파토스의 팔을 억지로 잡아끌고 호텔을 떠났다. 진우의 기세로 보아 더 이상 협상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몸이 떨려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정상적인 피엔다 행성 사람이었다.

*  * * * *

‘하이뇰은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진우는 백사장에다 손가락으로 글을 썼다. 한국어였다. 제아무리 하이뇰이 뛰어나다고 해도 알아볼 수 없는 글자였다.

‘시스템은 합리적이다.’

한 줄이 더 추가되었다. 진우는 계속해서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글로 썼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시스템의 각 부분은 독립적이다.’

또 한 줄이 추가되었다.

‘시스템은 자신을 보호하고 유지하려고 한다.’

거기까지 쓴 진우는 잠시 자신이 쓴 글들을 바라보다 손바닥으로 그것들을 쓸어 없앴다.

“정말 모순적인 존재로구나. 하이뇰 너는.”

입에서 나오는 말도 한국어였다. 그는 자신의 셔퍼를 호텔에 두고 왔지만 당분간 혼자 있을 때에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중요한 말이나 글을 모두 한국어로 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시스템에는 중앙처리장치 같은 것이 있어서는 안 되지. 그건 또 다른 절대 권력이 될 수 있으니까. 하이뇰은 절대 권력이 등장하는 걸 무엇보다도 싫어했으니까 그런 식으로 설계하면 안 되는 것이었어.”

천 년 전의 하이뇰이 지금까지 살아 있을 리는 없으니까 자신의 앞에 홀로그램 영상으로 나타났던 하이뇰은 분명 시스템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자신과 대화를 했던 영상의 언행으로 볼 때, 하이뇰은 죽기 전에 자신의 정체성을 시스템 안에 심은 것 같았다. 하나의 인공지능 같은 존재였지만 스스로를 육체의 한계를 벗어난 하이뇰 자신으로 인식하는 시스템.

진우는 피엔다 행성의 시스템이 사람들을 관리하는 것을 굳이 부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인간이 인간을 다스려야 더 좋은 세상이 될 수 있다는 증거는 지구의 역사를 다 뒤져보아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시스템이 인간의 삶을 보좌해주는 정도를 넘어서 관리라는 명목 아래 그것을 일방적으로 통제하거나 조정하는 것도 썩 달갑지는 않았다.

물론 시스템의 관리를 계속 받을지의 여부는 그가 아니라 피엔다 사람들이 결정할 일이었다. 그들도 이미 시스템이 자신들을 관리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진우는 자신의 가치관과는 무관하게 그 부분에 대해 깊게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포털을 열어 피엔다 사람들이 원하면 다른 행성으로 갈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다였다.

“포털을 열어 다른 행성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면 그들도 자신들의 문화나 체계가 유일한 대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겠지. 그 뒤에 일어날 변화 역시 그들이 알아서 대처할 것이고.”

그러나 하이뇰이라는 존재는 어느 면으로 보아도 이질적이었다. 녀석 역시 시스템의 일부니까 합리성이라는 원칙을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사실 모든 부분이 독립적인 합리성을 유지한 채 판단하고 움직이는 시스템의 성격상, 하이뇰이라는 특이한 인공지능이 사라진다고 해서 시스템이 무너질 리는 없었다.

진우가 보기에 하이뇰은 존재 그 자체가 비합리적이었다. 모든 복수를 끝낸 하이뇰은 마지막으로 지배 단계에 도달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였다.

진우는 그의 소망을 이해했다. 자신도 지배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하이뇰의 개인적인 욕망이 그런 불합리한 중앙처리장치에 가까운 존재를 탄생시킨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 놓인 한 수였다.

진우는 다른 것은 몰라도 녀석만은 꼭 없애고 싶었다.

“이게 또 다른 나의 독단이 되는 건 아닐까....”

진우는 백사장에 등을 깔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푸른 하늘 위로 작은 구름이 몇 조각 흘러가고 있었다.

“하아~. 어렵다, 어려워.”

어느 행성을 가든 항상 뭔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게다가 그 대부분은 굳이 자신이 결정해야만 하는 일도 아니었다.

“내가 아무래도 오지랖 병에 걸렸나 봐...”

이럴 때마다 소현이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보 같은 소리라도 좋으니 상의할 친구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유난히 강하게 드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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