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성 헌터-195화 (195/235)

195화

고스티스 축제는 피엔다 행성 사람들에게 있어 지구의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대규모 스포츠 행사와 비슷한 성격을 지닌 것이었다. 그러나 지구에서 벌어지는 스포츠 축제의 모습에 익숙했던 진우에게 크리켄데르의 고스티스 축제 개막식 모습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서로 간의 문화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행사의 모습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용사의 관에서 가장 큰 돔형의 건물 안에서 거행된 개막식에서는 여러 가지 화려한 축하 행사가 펼쳐졌다.

수많은 가수와 무용수들이 등장하는 축하 공연은 다양한 볼거리들을 제공해 주었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와 추는 춤은 진우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보면 굳이 못 볼 것도 아니었다.

마수에게 도전하는 용사들의 싸움을 묘사한 모의 상황극과, 돔의 천장에서 바닥까지 가로지르며 활강하는 마수들의 모습이 개막식장을 장식했다. 축제에 참가하는 용사들이 입장하고 크리켄데르의 시장이 개막 선언을 하는 장면 등 역시 지구의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딱 하나 다른 점이 있었다.

개막식장에 관객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녹화장에서 쇼 프로그램 찍는 것 같네.”

개막식을 보고 난 진우의 솔직한 소감이었다. 개막식의 모든 프로그램은 물론, 참석한 사람들 역시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볼거리가 되기 위해 여기 있는 것이고.”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사람들은 개막식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 싶다는 사람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유선과 무선으로만 이곳과 연결되어 있었다. 양측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 열광하고 기뻐하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사람도 있고, 그들 사이의 관계도 있다. 그런데, 그 둘이 따로 놀고 있었다. 진우는 지켜보고 있는 내내 뭔가 공허하고 불편한 느낌이 자꾸 들었다.

마수를 상대로 칼과 창을 휘두르는 일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도전자가 큰 부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가상이 아니라 실제로 말이다. 그런데도 그것이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이고, 가장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볼거리였다.

물론 지구에서도 여러 가지 격투기 경기가 중계되고 있었다. 경기 도중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나왔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그것을 당연시하거나, 심지어 그것마저 하나의 볼거리로 삼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달랐다.

이들은 죽음조차도 구경거리로 여기고 있었다. 그것도 완벽하게 관리되고 있는 안정적인 사회에서.

예상하고 있던 일이기는 했지만 막상 화려한 쇼를 연출하는 듯한 개막식의 풍경을 보고 있자니 진우는 심사가 요상했다. 아무런 거부감 없이 자신들의 역할을 다짐하는 듯한 표정으로 서 있는 소위 용사들도 그에게는 낯설기만 했다.

그는 결국 개막식을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중간에 슬그머니 식장을 빠져나와 호텔로 돌아와 버리고 말았다. 이상하게 찝찝한 기분을 털어버리기 위해 샤워를 하고 있는데 대회 관리 본부의 이름으로 셔퍼를 통해 연락이 왔다.

그의 도전 일정과 시각이 적힌 안내 메시지였다. 물기가 마르지 않은 손으로 셔퍼를 조작하던 그는 이게 종이로 된 안내문이었다면 확 구겨버렸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피엔다 행성에서 헌터가 아니라 용사가 되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용사란 목숨을 내걸고 볼거리를 만들어주는 광대였다.

*  * * * *

고스티스 축제가 시작된 지 이틀째 되던 날, 진우는 대회 본부로부터 전달된 안내 메시지에 따라 검과 활을 들고 501관 도전이 치러질 건물 입구에 서 있었다. 방금 떠나온 대기실은 자신 외에도 501관에 도전하려는 용사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긴장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참가 용사들에게 있어 501관 도전은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

고스티스 축제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이 501관부터 도전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 축제에서 마지막 도전 성공을 끝으로 더 이상의 도전을 포기했던 용사들도 적지 않았다.

그들은 이번 축제에서는 지난번에 성공했던 단계의 다음 관부터 도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진우처럼 처음 참가하는 용사들은 예외없이 501관부터 도전을 해야 했다. 그래서 늘 축제 초기에 501관은 가장 많은 용사들이 도전하는 관이 되었다. 그리고 역시 가장 많은 용사들이 치명적인 부상을 잃거나 목숨을 잃는 관이기도 했다.

501관을 향한 도전이 치러지는 건물 내부의 모습은 지금까지 경험했던 다른 방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입구가 열리고 아이디카드를 확인받은 진우가 방 안으로 들어서자 문이 닫히면서 흰색으로 칠해진 텅 빈 공간이 나타났다.

이제는 익숙해진 모습이었다. 다만 방의 크기만 전보다 더 커졌을 뿐이었다. 501관 도전을 위한 방은 사방 길이가 50m 정도였고, 천장까지의 높이도 15m가량 되었다.

진우가 방 안에 들어서자 허공에서 또 다시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501관 관리자입니다. S급 용사 진우님, 제501관에 도전할 준비가 되셨습니까?”

“네.”

허공에서 들려오는 멘트도 동일했다.

“용사의 관에 등장하는 마수들은 모두 실제와 같다고 ...”

이제는 지겹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설명이 끝나자 사방에서 카메라가 나타나고 방 안의 공간이 꾸물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진우의 눈앞에 목화씨를 커다랗게 부풀린 것 같은 하얀 털북숭이 몸에 거미처럼 8개의 가느다란 다리가 달려 있는 마수가 등장했다.

“헬스턴 행성의 중상급 마수, 페지망.”

진우는 낮은 목소리로 마수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뭐, 슬슬 까다로운 놈들이 나타날 때도 되었지.”

페지망은 독으로 똘똘 뭉친 것이나 다름없는 놈이었다. 부드럽게 보이는 흰색 털로 뒤덮인 몸은 적과 부딪히는 순간 순식간에 밤송이로 변했다.

털 하나하나에 웬만한 상대는 그 자리에서 즉사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독이 묻어 있었다. 게다가 놈이 몸을 부르르 떨면 털에 묻어 있던 독들이 가루가 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럴 때에는 호흡마저 멈추어야 했다.

다리가 거미처럼 가느다랗다고 우습게보았다가는 꼼짝도 못하고 당하기 십상이었다. 그 가느다란 여덟 개의 다리들을 놀려서 움직이는 놈의 속도는 전광석화를 방불케 했다.

잠시 방심하다가는 쏜살같이 달려드는 놈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었고, 일단 부딪히면 가죽이 웬만큼 두껍거나 단단하지 않는 이상 반드시 중독되었다. 또, 피한다고 해도 페지망이 입에서 뱉는 독액에 적중당하면 몸이 마비될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적중당한 신체 부위가 썩어 들어갔다. 부딪혀서 싸우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피하기도 난처한 골치 아픈 마수였다.

“하지만...”

진우는 용사의 관에 도전한 이래 처음으로 활을 꺼내들었다. 그는 페지망이 나타나자마자 화살대의 마찰을 줄인 무찰시를 걸고 화살촉에는 강력한 폭발형 마나를 실었다.

“카악~”

녀석이 진우를 향해 허파가 끓어오르는 듯한 거친 소리를 내더니 빠른 속도로 돌진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받아라.”

진우의 활에서 떠난 화살이 소리도 없이 날아가 놈의 머리 한가운데에 꽂혔다.

페지망의 머리가 붉은 화염에 휩싸이면서 정수리 부근의 피부가 모두 벗겨져 내렸다. 놈은 생각지 못한 충격에 깜짝 놀란 듯 재게 움직이던 여덟 개의 발을 멈추었다. 하지만 곧 진우를 향해 입을 벌렸다. 독액을 먼저 쏘기로 마음을 바꾼 모양이었다.

“어딜.”

진우의 손에서 이번에는 회전력과 관통력이 강화된 화살들이 날았다.

퍽, 퍽, 퍽.

세 발이었다. 속사를 연상케 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날아가 세 발의 화살이 피부가 거의 벗겨진 페지망의 얼굴을 연속으로 파고들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끄윽...”

놈의 다리 여덟 개가 부르르 떨리더니 이미 숨이 끊어진 몸체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푹 꺾이고 말았다. 잠시 후 페지망의 몸이 안개가 흩어지듯 사라지며 도전 성공을 알리는 음성이 울려나왔다.

““축하합니다. S급 용사 진우님, 501관을 무사히 통과하셨습니다. 계속해서 다음 관에 도전하시겠습니까?”

“도전한다.”

“다음 도전까지 최대 1시간의 휴식을 취하실 수 있습니다. 도전 재개 시각은 얼마 뒤로 하시겠습니까?”

“바로 시작해.”

“알겠습니다. 그럼 5분 후 제502관이 시작됩니다. 지금부터 제502관 관리자가 도전을 관리합니다.”

숫자만 다소 바뀌었을 뿐 예전과 비슷한 안내 음성이 나오더니 잠시 후 502관 도전이 시작되었다. 진우는 여전히 활을 들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

*  * * * *

축제 첫날이 끝난 뒤 진우는 단연 화제의 인물이 되고 말았다. 그가 그날 하루에 무려 10관을 돌파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낮은 단계라면 모를까 고스티스 축제에서 하루에 10관을 돌파한 사람은 크리켄데르에 용사의 관이 세워진 이래로 처음이었다.

진우가 첫날의 도전을 마치겠다고 선언하고 건물 밖으로 나오자, 수많은 스텝과 기자들을 동반한 채 그를 맞이한 가제타가 거의 껴안을 듯한 기세로 달려왔다.

“고마워요.”

그녀는 진우가 슬쩍 몸을 피했는데도, 무안한 기색도 없이 대뜸 고맙다는 말부터 했다. 슬쩍 표정을 보니 가제타는 이제까지 보아온 것 가운데 가장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10마리 잡았으니까 약속대로 오늘 인터뷰 보수는 10배에요. 그렇죠?”

진우가 뻔뻔스러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는데도 그녀는 싱글벙글 웃으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첫날부터 기록을 세우다니. 역시 제 눈이 틀림없었어요. 아마, 오늘 사람들은 진우님의 인터뷰를 보기 위해서 저희 방송국에 채널을 고정시킬 거예요. 이미 대대적으로 광고가 나가고 있어요.”

글쎄, 파토스의 눈이 정확했던 것 아니었나? 아무튼 참 빠르기도 했다. 도전을 마친 것이 불과 몇 분 전인데 벌써 광고를 내보내고 있단다.

아마 못해도 다섯 관째 연속 도전에 성공했을 즈음해서는 이미 광고 영상을 위한 편집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도되었을 것이다. 진우는 속으로 이곳 역시 방송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정상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진우의 인터뷰를 담당한 사람은 미모로도 인기가 높다는 전문 여자 아나운서였다. 종족이 다르고 미적 기준이 다른 진우가 보기에도 꽤 호감을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미모였다.

여자 아나운서는 대충 30분 정도를 생각하고 있던 진우의 예상과는 달리 무려 한 시간이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중에 적당히 편집을 하겠지만, 일단 상대한 마수가 10마리나 되다 보니까 그들의 특성, 공략 같은 것을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그가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것은 활에 관한 것이었다.

“용사의 관에 도전한 용사들 가운데 고스티스 축제에서 활을 사용해서 마수들을 상대한 사람은 이백 년 만에 처음이라는 걸 혹시 아세요?”

몰랐다. 그래도 필드에서 마수가 사라진 게 벌써 천 년 전이라고 하더니 생각보다 오랫동안 활을 쓰는 사람들이 명맥을 이어왔던 것 같았다.

“마수의 종류가 다양했는데도 계속 활만 사용하셨는데, 활이 마수의 특성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만능의 위력을 가지고 있는 건가요?”

“축제 전에는 검을 주로 사용하셨지요? 검과 활 중에 어느 무기에 더 장점이 있으신가요?”

진우는 꼬치꼬치 묻는 그녀의 질문에도 최대한 미소를 잃지 않고 대답을 하려고 애를 썼다. 어쨌든 돈을 받고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인터뷰가 모두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설 때 책임자인 가제타를 슬쩍 불러 한 마디를 했다.

“마수 잡는 것보다 저 아가씨하고 인터뷰하는 것이 더 힘들어요. 시간을 조금만 줄여주세요.”

가제타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진우는 다음날 자신이 뱉었던 말을 도로 집어삼키고 싶었다. 이튿날 도전이 끝났을 때에는 인터뷰 상대가 중년의 남자 아나운서로 바뀌었던 것이다. 그와의 30분 인터뷰가 왠지 전날의 1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  * * * *

고스티스 축제가 시작한 지 보름이 지났을 때, 진우는 600관을 돌파했다. 중간에 남의 눈을 의식해 돌파하는 속도를 약간 늦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의 도전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크리켄데르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사람들이 진우님을 주목하고 있어요.”

가제타의 말이었다. 그녀가 속한 트란메토이 방송국은 축제가 시작된 이래로 이미 공전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울러 진우의 아이디카드에 쌓이는 크레딧의 숫자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수많은 방송국들이 앞을 다투어 그의 도전 장면을 방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우가 다시 이십일 만에 700관 도전에 성공하자 다른 용사들의 모습은 방송에서 거의 묻히다시피 했다. 이제는 하루 종일 진우의 모습이 방송되지 않고 있는 시각은 단 1초도 없다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모습은 전 세계 곳곳의 무수히 많은 방송국들에 의해 되풀이되어 방영되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 가면 크리켄데르 최고의 부자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겠는데?”

파토스의 말이었다. 진우는 그런 말을 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 그래? 갑자기 나에 대해서 관심이 생긴 건가?”

파토스는 진우가 꽤나 부담스러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는데도 얼굴에서 웃음을 거두지 않은 채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우리 말이야, 아직 해야 할 이야기가 많이 남지 않았나?”

“뭐? 아, 자네가 외계인이라는 거? 뭐가 궁금한 거야?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고? 그건 저번에 다 말해줬잖아. 자네가 조금 부주의했던 게 사실이었어. 이번 축제에서 활을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가제타가 편집하는 도중에 열심히 특집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서 무마해주고 있다는 거 잘 알잖아. 피엔다에서는 더 이상 활을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고.”

진우는 파토스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말 할 거야? 나한테 기대하고 있다는 거 말이야. 그냥 내가 용사의 관을 끝까지 정복하는 것 말고 분명히 더 바라는 게 있는 거 같은데...”

그러자 파토스가 손을 휘휘 저었다.

“아, 그건 나중에 얘기하자고 했잖아. 일단 자네가 필요한 것은 뭐든지 지원하겠다니까. 이야기는 900관을 돌파하고 나서 천천히 해도 충분해. 그리고 내가 바라는 게 있든 없든 자네 역시 용사의 관에 끝까지 도전할 거 아닌가? 달라질 건 특별히 없을 것 같은데?”

자신을 바라보는 진우의 눈빛이 곱지 않았지만 파토스는 그에게 아직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없었다. 파토스 역시 당장이라도 진우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자신들의 소망을 털어놓고 싶었다. 그러나 그 점에 대해서는 그가 속한 집단의 좌장인 메심헤네스의 엄명이 있었다.

진우에게 어려움이 닥칠 때까지 기다려라. 그리고 그 때가 오면 적극적으로 그를 도와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줘라. 부탁은 그 다음이다.

그것이 메심헤네스의 지시였다. 문제는 지금 상태로 보아서는 진우가 과연 곤경에 처하는 상황이 오겠느냐는 것이었다.

파토스가 보기에 진우는 너무 강했다. 이러다가 그를 도울 기회가 아예 오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럴 때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대놓고 부탁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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