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성 헌터-175화 (175/235)

175화

투르가도 이번에는 진우의 마나창을 가볍게 대할 수 없었다. 그는 손에 대도를 실체화시켜 대비하고 있었다.

그의 짐작대로 마나벽에 부딪힌 마나창은 마치 유리를 뚫고 들어오는 빛줄기처럼 거의 아무런 저항 없이 마나벽을 통과하더니 그의 가슴을 노리며 파고들었다. 투르가는 예상했던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악물고 대도를 휘둘러 마나창을 쳐냈다.

거친 충격음을 내며 마나창이 튕겨나갔다. 그 모습을 본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실체화시킨 마나까지 통과하지는 못하는 군.”

그의 말을 들은 투르가는 얼굴 가득 놀라움을 드러내며 물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기술이지?”

“별 거 아냐. 만물의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연습했던 것을 응용한 거지. 백 가지나 되는 마나를 운용하는 법을 연습하다가 생각한 거야. 네 말처럼 이 먼 행성까지 와서 몇 달을 머물렀으면 나도 뭔가 배우는 게 있어야지. 안 그래?”

얼굴에 웃음을 떠올린 채로 그렇게 말을 한 진우는 이번에는 수십 개나 되는 마나창을 떠올려 동시에 투르가를 향해 쏘아 보냈다.

“네 마나의 성질은 이미 파악되었어. 다시 한 번 막아 봐라.”

진우가 만든 마나창들이 자신을 향해 내리꽂히는 것을 본 투르가는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이리저리 방향을 바꿨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수십 개나 되는 마나창을 모두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투르가의 마나벽을 손쉽게 통과한 마나창들이 연이어 그의 전신 곳곳을 노리고 다가왔다.

그는 할 수 없이 모든 마나를 끌어올려 양손에 형상화시킨 대도를 이용해 그것들을 일일이 쳐냈다.

투르가의 손발이 어지러워지는 틈을 노리고 진우가 손에 장검을 형상화시킨 채 그의 목을 노리고 찔러 들어왔다. 태연하게 웃음까지 지으며 말을 던졌지만 그 역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만물의 벽을 붕괴시키느라 입었던 내부의 상처가 채 아물지 못했던 상태에서 투르가의 마나가 몸에 스며들어 신체를 무리하게 변형시켰던 터라 몸 내부에 성한 곳이 없을 지경이었다. 전투가 진행되고 있던 터라 애써 참고는 있었지만 계속해서 잠깐 말을 하는 사이에도 자칫 입 밖으로 피가 뿜어져 나올 것 같은 상태였다.

마나창이 사방에서 짓쳐들어오고 그 사이사이로 진우의 검이 파고들었지만 투르가는 상급 전사답게 금세 쓰러지지 않았다. 현란하게 변화를 일으키며 주변을 방어하는 그의 대도에 숨 쉴 틈 없이 몰아세우는 진우의 공격이 아슬아슬하게 막히고 있었다.

여러 번 좋은 기회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의 숨을 끊을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지는 못하고 있었다.

‘역시 상급 전사라는 건가? 칼을 놀리는 솜씨는 프레일보다 뛰어나군.’

진우는 입을 굳게 다물고 계속해서 공격을 하다가 투르가가 눈치 채지 못하게 마나의 일부를 살짝 나누어 자신의 발 아래로 보냈다. 몸의 상처를 돌보지 않은 무리한 마나 운용이었다. 그 바람에 목구멍까지 피가 왈칵 치솟아 올랐지만 애써 그것을 삼켜버리고는 상대의 정면을 향해 곧게 검을 찔러 넣었다.

상하좌우에서 동시에 파고드는 공격을 모두 막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투르가는 할 수 없이 진우의 검을 쳐내면서 펄쩍 뛰어 뒤로 물러났다.

푸욱

그때 그가 내려선 곳의 바위가 갑자기 진흙처럼 쑥 들어가며 순식간에 무릎 아래까지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어억.”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놀란 투르가가 다급하게 헛바람을 내뱉으며 발을 잡아 빼려는 순간 그의 발아래에 있던 바위가 다시 단단한 돌로 변하며 그의 몸을 붙잡았다.

“이익.”

아무리 바위가 단단하다고 하더라도 상급 전사의 몸을 붙잡아 놓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가 발에 마나를 주입해 힘을 주자 그의 몸을 붙잡고 있던 바위가 산산 조각이 나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그 사이 자신을 향해 쏘아지던 마나창 두 개를 미처 처내지 못하는 바람에 투르가는 허벅지와 옆구리에 그만 마나창을 허용하고 말았다. 둘 다 그의 몸을 관통시키지는 못했다. 그러나 마나창이 그의 몸을 깊게 파고 지나가는 엄청난 고통에 투르가는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푸욱

그 사이를 파고든 진우의 검이 그의 가슴 한 복판을 깊게 찌르고 들어왔다. 플레비크 인들의 심장이 있는 곳이었다.

“커억.”

투르가의 벌린 입에서 피가 울컥 솟아나왔다. 진우는 그의 가슴을 찌른 검을 거두지 않은 채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너희가 나를 쓰러트리려고 그렇게 애를 쓴 이유는 누구를 노리기 위해서냐?”

투르가의 심장은 이미 진우가 찔러 넣은 검으로 인해 찢어진 상태였다. 온몸의 마나를 동원해 치료한다면 목숨을 부지할 수는 있겠지만, 진우가 그에게 그럴 시간을 줄 리 없었다. 투르가는 자신의 최후가 다가왔음을 느꼈다. 그의 얼굴에 자조 섞인 웃음이 떠올랐다.

“플레비크를 지배하는 세 명의 지도자를 아는가?”

진우가 고개를 저었다. 니코레임 인들은 아직 플레비크에 대해서는 그에게 자세한 정보를 주지 않고 있었다.

“닐로와 미슬란트, 그리고 에드막이지. 그 가운데 닐로가 제1 지도자다. 프레일이 노린 것이 정확하게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닐로를 쓰러트릴 생각이었지.”

진우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플레비크 인들이 왜 같은 동족의 상급 전사를 노리는 거지?”

플레비크 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서로 싸움을 거듭하면서 자신보다 약한 이들을 노예로 삼고, 그 대가로 더욱 강한 전사가 되는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일단 상급 전사가 되면 같은 상급 전사끼리는 싸움을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진우로서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플레비크 인들에게 그것은 대단히 엄격한 금기라는 사실이었다.

진우의 질문을 들은 투르가가 허탈하게 웃었다.

“알고 싶냐? 알고 싶으면 플레비크로 직접 찾아가 봐라.”

그의 대답을 들은 진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좋아. 기회가 되면 찾아가도록 하지. 그곳의 좌표를 불러봐라.”

“내 품을 뒤지면 너희들이 쓰는 헌터 패드와 유사한 장치가 나올 거다. 그 안에 플레비크 인들이 지배하고 있는 행성들의 좌표가 담겨 있지. 플레비크어로 되어 있지만, 잘 찾아보면 그걸 니코레임어로 번역할 수 있을 거야. 네가 알아서... 커헉.”

거기까지 말을 했을 때, 투르가의 입에서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서 빛이 사라지는 것을 본 진우는 투르가의 가슴에서 검을 빼내어 단숨에 그의 목을 잘라버렸다. 그리고는 그의 품을 뒤져 헌터 패드처럼 생긴 장치를 꺼낸 뒤에 마나를 일으켜 그의 몸을 하얀 재로 만들어버렸다.

이로써 진우가 죽인 플레비크의 상급 전사가 세 명이 되었다.

*  * * * *

진우는 투르가가 하얀 가루가 되어 완전히 바람에 날려갈 때까지 물끄러미 그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등을 돌렸다. 모든 일이 끝났다.

만물의 벽은 붕괴되었고, 자신을 찾아왔던 플레비크의 상급 전사도 물리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매덤 행성에서의 일은 그에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무언가 개운하지가 않았다.

그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일부러 천천히 산길을 걸어서 내려가고 있을 때 멀리서 자신을 찾는 소리가 들렸다. 투르가와의 일이 끝난 지도 어느 새 두어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지누~~, 지누~~”

헤이둑 일행의 목소리였다. 진우는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진우는 본래 만물의 벽을 거치지 않고 산을 빙돌아 자신의 숙소로 살짝 숨어들어갈 작정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찾아 알마크의 산을 뒤지고 있던 헤이둑 일행을 발견하고는 모른 체 지나치기 어려워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을 발견한 헤이둑 일행이 반가워하며 달려오는 것을 보던 진우는 카리엘의 등에 카딘이 업혀 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진우를 발견하자 카리엘의 등에서 내리더니 그를 향해 달려와서 덥석 품에 안겼다.

“으아아앙~~”

카딘은 진우를 끌어안고는 다짜고짜 대성통곡을 했다. 하루 동안에 연이어 벌어진 일들이 하나같이 너무나 엄청난 것들이어서 그녀는 거의 넋을 잃을 지경이었다.

게다가 진우가 괴물같이 생긴 이와 함께 사라진 뒤로, 만물의 벽 너머에서 온 산을 진동시키는 듯한 폭음이 계속해서 들리자 마음이 불안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헤이둑 일행이 진우를 찾기 위해 알마크 산으로 들어가겠다는 말을 듣자, 그녀는 굳이 떼를 쓰며 그들과 함께 가겠다고 나섰다. 그 기세가 어찌나 사납고 절박하던지 어쩔 수 없이 동행을 허락한 헤이둑 일행은 결국 얼마 가지 않아 카리엘로 하여금 그녀를 업고 가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진우를 붙잡고 계속 울기만 하던 카딘이 조금 진정이 되자, 진우와 헤이둑 일행은 산 속의 공터를 찾아 자리를 잡고 둘러앉았다.

“카딘을 데리러 갔다가 들은 얘긴데, 수도에 있는 크랄 국왕이 죽었다는 급보가 날아온 모양이다. 그것 때문에 이곳에 나와 있던 관리들이 발칵 뒤집혔어. 문제는 현재 여기에 있는 관리들을 통솔해야 할 이티삿마저 영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죽고 말았다는 거야. 만물의 벽이 무너진 것만 해도 엄청난 일인데, 그렇게 만든 장본인인 너는 사라져서 보이지도 않고, 아무튼 지금 만물의 벽 일대는 완전히 아수라장이다.

진우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짐작했던 일이었다. 투르가가 노예로 삼은 매덤 행성의 인물들은 주인인 그가 죽으면서 함께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그 밖에 갑자기 죽은 사람들이 더 없나요?”

“대신들 가운데에는 두 명이 더 급사한 것 같다. 그 밖에 죽은 사람들이 몇 명 더 있기는 한 것 같은데 정확한 것은 아직 몰라. 시간이 지나면 자세한 소식이 알려지겠지. 그건 그렇고...”

헤이둑은 잠시 말을 끊더니 진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냐? 너하고 함께 사라졌던 그 괴물 같은 녀석은 뭐냐? 도저히 사람 같아 보이지 않던데 정체가 뭔지 너는 알겠지? 몰골을 보니 그녀석하고 한 판 한 것 같은데, 이렇게 무사한 걸 보니 그 놈을 죽인 거냐?”

헤이둑은 한꺼번에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진우는 모든 것을 자세하게 알려줄 수는 없었지만 대강의 이야기는 해 주었다.

투르가가 사악한 기술을 써서 국왕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에게 자신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는 점, 자신이 그와의 싸움에서 이겨 놈을 죽였다는 점 등을 밝혔다. 다만 자신이나 투르가가 외계인이라는 사실은 숨겼다. 투르가의 흉악한 외모는 사악한 기술을 익힌 후유증이라는 정도로 얼버무린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헤이둑의 말에 진우는 입맛을 다질 수밖에 없었다.

“이티삿이 죽기 전에 미즈락이 그를 심문했다. 녀석의 말에 의하면 너와 네가 죽인 그 투르가라는 녀석은 우주 밖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하더군. 놈의 말이 사실인 거냐?”

진우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타오르듯 뜨거웠다. 진우는 예상치 못했던 그의 말에 속으로 혀를 차며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자신의 말을 긍정하자 헤이둑은 침중한 표정으로 잠시 고개를 들고 허공을 바라보더니 진우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티삿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화가 난 미즈락이 다소 심하게 손을 썼다. 그 바람에 녀석이 거의 반 정도는 얼이 빠졌던지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자꾸만 내뱉더구나. 너라면 그게 무슨 말인지 혹시 알지도 모르니 들어봐라.”

그러자 미즈락이 나서 자신이 들었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티삿은 미즈락에게 고문을 받던 도중에 투르가가 자신에게 독백하듯 내뱉었던 말을 중얼거렸다. 니코레임의 마스바로크가 플레비크를 찾아갔던 일에서 시작하여 그 뒤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이티삿의 말은 앞뒤의 순서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횡설수설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진우는 대충 그것이 어떤 이야기인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미즈락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특히 마스바로크라는 이름은 그에게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운명은 알 수 없는 것이라도 하더니... 참으로 질긴 업보로구나.’

진우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카딘과 헤이둑 일행을 돌아보았다. 생각해 보면 자신이 매덤 행성에 와서 한 일들도 작은 일이 아니었다.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만물의 벽을 붕괴시키기는 했지만, 그것이 과연 옳은 일이었는지 아니었는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은 곧 이곳을 떠날 사람이었다. 하지만 만물의 벽이 붕괴됨으로 인해 앞으로 벌어질 일들은 모두 남아 있는 매덤 행성인들이 짊어지고 나가야 했다.

진우는 마스바로크에 관한 이야기를 듣자 갑자기 이제까지 자신이 나름 옳다고 생각하고 해왔던 모든 일들에 대해 자신이 없어졌다. 마스바로크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했다.

그가 잘못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는 플레비크 인들 가운데 누구 하나 해치지 않고 그냥 떠났다. 그러나 그가 했던 행동은 수백 년이 지난 다음에 자신의 고향이 초토화 되고 수많은 동족들을 노예로 전락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그가 아무리 현명했다고 해도 자신이 한 몇 번의 대결 결과가 그런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줄이야 어떻게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나는 과연 잘 한 것일까?’

알 수 없었다. 설사 진우가 만물의 벽을 봉쇄하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했다고 하더라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어떤 일을 판단하고 실행할 수는 있어도, 그 결과가 항상 자신이 예측했던 대로 나타나리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진우는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다.

“아빠가 다음 국왕이 될 것 같아요.”

그때 여태 잠자코 있던 카딘이 말을 꺼냈다.

“뭐?”

진우가 다른 생각을 하느라 잠시 멍청하게 있다가 뒤늦게 그녀의 말에 담긴 의미를 깨닫고 깜짝 놀라 되물었다.

“아빠가 다음 국왕이 될 거 같다고요.”

그러자 헤이둑이 나서서 설명했다.

“지금 크랄 국왕은 자식이 없네. 아들딸이 하나도 없지. 그리고 그 자신도 외아들이야. 글로다이트는 여왕의 즉위를 인정하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결국 크랄 국왕의 남자 사촌 가운데 한 명이 왕위에 올라야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바바님의 서열이 제일 높거든. 다른 문제가 없다면 바바님이 다음 국왕의 자리에 오를 것이네.”

“그럼 카딘이 공주가 되는 건가요?”

진우가 그렇게 묻자 카딘이 씁쓸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잘 된 거 아닌가요?”

진우가 그렇게 묻자 카리엘이 카딘을 힐끗 보고는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공주가 결혼을 하려면 왕실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그때는 대신들의 동의가 또 필요해요. 그런데 지누가 만물의 벽을 통째로 무너뜨렸잖아. 그런 사람에게 대신들이 공주와의 결혼을 허락하겠어?”

진우의 표정이 잠시 멍청해졌다. 그는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되물었다.

“나?”

그러자 카리엘이 나무라듯 그를 쏘아봤다.

“카딘이 지누를 좋아하잖아. 몰랐니?”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그는 카딘의 마음을 알자 그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일행을 둘러보며 말했다.

“일단 나는 숙소로 돌아가서 좀 씻어야 할 것 같아요. 오늘은 여러 가지로 복잡한 일들이 많았으니 일단 좀 쉬었으면 좋겠어요. 먼저 돌아가서 씻고 있을 테니 미안하지만 헤이둑은 카딘과 함께 천천히 돌아오도록 해요.”

헤이둑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진우는 몸을 날려 자신의 숙소를 향해 날아갔다. 그는 그곳으로 가자마자 배낭에 있던 간이 포털 장치를 통해 바로 지구로 귀환할 작정이었다. 카딘에게는 미안했지만, 그렇게 말없이 사라지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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