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성 헌터-172화 (172/235)

172화

만물의 벽에 대한 봉쇄가 시행되기로 한 날의 아침이 밝았다. 며칠 전부터 인근의 여관에 방을 잡고 기다리던 사람들이 하나둘 절벽 주위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모두 진우의 요청에 의해 설치되었던 천막을 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암각을 봉쇄할 올해의 유일한 대표 술사로 선발된 진우는 아직 천막 안에서 명상이라도 하고 있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천막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는 햇빛을 가리기 위한 차양들이 새로이 들어섰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봉쇄에 참여할 준비를 갖추고 예비 술사들은 물론, 왕실에서 파견된 고위 인사와 관리들이 차양 아래 마련된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그 뒤로 봉쇄 작업을 구경하기 위해 각지에서 몰려든 인파가 만물의 벽을 멀리서 둥글게 에워싸고 있었다. 그들이 타고 왔던 다양한 마나 동력 차량들이 차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줄을 지어 늘어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카딘은 진우에게 술사의 기술을 가르쳐 준 스승인데다 왕실의 일원이라는 자격을 가지고 천막 앞에 마련된 차양 안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옆으로는 호위 명목으로 참여한 헤이둑 일행이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정작 그들의 리더인 헤이둑이 보이지 않았다.

“헤이둑은 어디 갔죠?”

카딘의 질문에 카리엘이 대답을 했다.

“아침 일찍 진우의 천막 안으로 들어갔어요. 진우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신을 호위할 인물로 헤이둑을 지명했거든요. 봉쇄가 진행되는 동안 천막 안에서 진우를 지켜보고 있을 거예요.”

하긴 지금 상황에서 진우가 가장 믿을만한 호위로는 헤이둑이 적임자였다. 중급 사냥꾼이라고는 하지만, 어차피 지금 이 자리에는 상급 사냥꾼들이 한 명도 없었다. 술사들의 축제나 다름없는 만물의 벽 봉쇄 행사에는 전통적으로 호위를 맡은 이들 말고는 사냥꾼들이 참여하하는 일이 드물었다.

아침 해가 중천을 향해 반 정도 올라갔을 때 드디어 천막 안에서 진우가 나타났다. 그는 천막의 뒤에 마련된 차양 안에서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왕실의 관리들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입을 굳게 다문 채 만물의 벽 앞으로 걸어갔다.

사람들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진우가 먼저 가장 왼쪽에 있는 최상급 마수 유데르하의 암각 앞에 걸음을 멈추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머리 위로 한참을 올라간 유데르하의 암각을 잠시 올려보더니 묵묵히 오른손을 들어 암각의 바탕에 손바닥을 대었다.

“유데르하부터 시작하려나 보네.”

미즈락이 진우을 보며 작은 목소리로 카리엘에게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가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만물의 벽 전체에서 강한 마나의 기운이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천막에서도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던 차양이 살짝 펄럭일 정도로 강한 기운이었다.

“저건?”

사무장의 자격으로 이티삿의 옆에 앉아 있던 투르가는 순간적으로 공기를 진동시키며 전달되는 마나의 기운을 느끼고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했다. 그러나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그는 살짝 떼었던 엉덩이를 얼른 다시 의자 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그의 가슴은 여전히 놀라움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강한 마나를? 뭘 하려는 거지?’

유데르하의 암각은 만물의 벽에 새겨진 조각 가운데에서도 크기가 가장 컸다. 물론 암각의 크기가 크다고 해서 봉쇄에 필요한 마나가 무조건 더 많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실제 크기가 10m가 넘는 유데르하보다 무려 10배나 더 크게 새겨진 암각이었다.

그 정도로 거대한 암각을 봉쇄하려면 아무래도 적지 않은 마나를 주입시켜야 하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더라도 이건 너무 많아. 녀석이라면 저 정도 암각을 봉쇄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마나를 한꺼번에 발현시킬 필요가 없을 텐데?’

게다가 진우의 마나에서 느껴지는 강한 기운은 단순히 유데르하의 암각이 있는 쪽에서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만물의 절벽 전체를 통해 느껴지고 있었다.

‘아차.’

순간 투르가는 머리를 번뜩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때문에 다급하게 진우를 향해 마나 탐색을 실시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전해지는 마나의 기운이 너무 거센 탓에 탐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진우를 향해 뻗어가던 그의 마나가 대기를 강하게 진동시키며 만물의 벽에서 뻗어 나오는 마나의 기운에 휘말려 자꾸 흐트러졌다.

투르가는 잠시 유데르하의 암각에 손바닥을 대고 있는 진우를 노려보더니 입을 꾹 다물었다.

‘한 번에 쏟아내는 마나가 이렇게 많다면 아무리 녀석이 상급 전사라고 해도 오래 버티지 못할 텐데. 설마 방심하고 있는 건가?’

투르가의 옆에 앉아 있던 이티삿은 자신의 주인이 경악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불안했다. 그는 곁눈질로 투르가를 힐끗힐끗 바라보며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투르가 자신은 유데르하의 암각 앞에 서 있는 진우를 바라보고 있느라 이티삿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미처 눈치 채지 못했다.

마나의 기운이 흘러나오면서 봉쇄가 시작된 지 10분가량이 흐르자 진우는 완전히 명상에 몰입한 듯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두 눈마저 살며시 감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그가 암각을 봉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티삿은 불안하게 눈알을 굴리며 계속 기다렸다. 그러나 진우가 제법 시간이 지나도록 꼼짝도 않고 몰입 상태를 유지하고 있자 결심을 한 듯 차양 밖으로 슬쩍 눈길을 돌렸다. 그의 눈이 향한 곳에는 사람들이 타고 왔던 이동용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 차량 가운데 하나의 지붕위로 사람의 머리 하나가 눈만 내민 모양으로 살짝 솟아 있었다.

이티삿의 눈길이 그 사람과 순간적으로 서로 마주쳤다. 그러자 이티삿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눈만 내밀고 있던 사람의 몸이 차량의 지붕 위로 소리 없이 올라섰다. 그의 손에는 보기에도 강궁이라 짐작되는 활이 들려 있었다.

“어? 저 사람 뭐하는 거지?”

헤이둑 일행 중에 가장 눈이 좋은 카리엘이 마침 변화가 없는 진우의 모습으로부터 고개를 돌리다가 차량 위로 올라선 사람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때에는 이미 그의 손에 들려 있던 활에 화살이 메겨진 채 팽팽하게 당겨지고 있었다. 카리엘은 그 화살의 끝이 향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다 흠칫 놀랐다.

거기에 진우가 눈을 감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

“안 돼~!”

카리엘은 저도 모르게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급하게 차양 밖으로 뛰어나가는 그녀의 손에는 이미 활이 들여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미처 시위에 화살을 걸기도 전에 가느다랗게 공기를 진동시키는 소리와 함께 차량 지붕 위에 있던 사람의 손을 떠난 화살이 진우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카리엘은 한 눈에 그 활에 걸린 강력한 회전력을 알아보았다.

“진우야 피해~!”

그녀는 이미 화살을 막기에는 늦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진우를 향해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그녀의 외침을 들은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예상치 않았던 변고가 터졌음을 알아차리고는 놀라움이 섞인 비명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피잉~

진우를 향해 날아가는 화살에서 들리는 소리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마치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것처럼 얌전하게 앉아 있던 그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상체를 옆으로 기울였다.

“으윽.”

하지만 회피 동작이 너무 늦었다. 화살이 본래 머리나 심장을 노리는 것이었다면 그 동작만으로도 충분히 화살을 피할 수 있었겠지만, 진우를 겨냥한 화살은 처음부터 그의 다리를 노리고 있었다.

그 바람에 그는 나름 적절한 대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살에 허벅지 한 가운데를 관통당하고 말았다. 화살에 맞은 진우가 신음소리를 내며 바닥에 뒹굴자 처음 화살을 날렸던 차량의 뒤에서 몇 사람이 더 솟아올랐다.

뒤를 이어 순식간에 무려 이십 명이 넘는 인원들이 주변의 차량들 뒤에서 튀어나오더니 일제히 진우를 향해 활을 겨누었다.

“막아!”

봉쇄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호위대의 대장이 병사들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갑자기 터진 의외의 사태에 우왕좌왕하던 병사들이 화들짝 놀라 방패를 앞세우고 진우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그 때에는 수십 발의 화살이 진우를 향해 다시 날아가고 있었다. 병사들이 아무리 빨라도 그 화살들이 도착하기 전에 진우를 막아서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안 돼~!”

카리엘이 절망에 찬 비명을 지를 때에 또 다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진우를 둘러싼 허공에 갑자기 엷은 방어막이 펼쳐지더니 날아가던 화살들을 가로막은 것이었다.

투두둑

방어막에 부딪힌 화살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지자 차양 속에 앉아 있던 투르가가 벌떡 일어나 옆에 있던 이티삿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

“어엇, 저 친구는 또 왜 저래?”

주변에 있던 관료들이 갑자기 벌어진 하극상에 놀라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투르가는 그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손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이티삿을 노려보며 버럭 소리를 쳤다.

“감히.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는 거지.”

그의 눈에 새파란 살기가 서려 있었다. 이티삿은 투르가에 의해 허공에 매달린 채로 그 눈빛을 정면으로 받자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바들바들 떨었다.

“주, 주인님.”

“말해라. 왜 이런 짓을 한 건지.”

“저는 주, 주인님을 위해서...”

“뭐가 나를 위한 짓이란 말이냐, 이 멍청한 자식아. 내가 직접 쓰러트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 걸 잊었느냐?”

투르가는 다시 한 번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멱살을 쥐고 있던 이티삿의 몸을 옆으로 세차게 던져 버렸다. 날아간 이티삿은 옆에 있던 의자와 사람들과 여러 차례 부딪힌 뒤에 결국 거칠게 땅바닥에 패대기쳐졌다.

그는 몸에 묻은 흙을 털 생각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투르가를 향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죽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다만 부상을 입혀서 주인님이 싸우는데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고... 죄송합니다. 죽여주십시오.”

이티삿의 말을 들은 투르가는 기가 막혔다. 그는 싸늘한 살기가 어린 눈으로 땅바닥에 머리를 찧고 있는 이티삿을 노려보더니 갑자기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웃었다.

“이래서 전사가 아닌 쓰레기들을 노예로 삼는 게 아니었다. 허약한 녀석들은 노예가 된 뒤에도 그 근성을 버리지 못해. 감히 허접한 노예 따위가 전사들의 싸움에 끼어들다니.”

그는 그렇게 씹어뱉듯 이를 갈며 말을 하더니 허벅지에 화살을 꽂은 채로 피를 흘리며 서 있는 진우를 향해 뚜벅뚜벅 다가가기 시작했다. 투르가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뒤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투르가를 향해 말을 뱉었다.

“네 죄는 일단 이번 싸움이 끝난 뒤에 묻겠다. 역시 전사가 아닌 녀석들은 살려 둘 가치가 없어.”

이티삿은 투르가에 의해 사형 선고가 내려지자 몸을 떨면서 비명을 질렀다. 그가 자신에게서 멀어져가는 투르가를 차마 쳐다보지도 못한 채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있을 때, 갑자기 억센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와 그의 뒷덜미를 움켜잡았다. 미즈락이었다.

“너는 일단 우리들하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야겠다.”

“히익.”

미즈락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그가 고개를 쳐들자 그의 눈앞에 투르가 못지 않은 살기를 머금은 미즈락의 얼굴이 바짝 다가와 있었다.

*  * * * *

투르가가 진우를 향해 다가가자 병사들이 부상을 입은 진우를 겹겹이 둘러쌌다. 아울러 호위로 동원되었던 사냥꾼들 역시 각자의 무기를 들고 병사들의 앞에 섰다.

그들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투르가에게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본 투르가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더니 한쪽 팔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허공에 칼날만 있는 단검처럼 보이는 마나칼들이 무수히 떠올랐다.

그는 그 자세 그대로 자신의 앞을 막아선 이들을 둘러보더니 그대로 팔을 내리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 갑자기 만물의 절벽에서 요란한 굉음이 들려왔다.

우르르르

마수들의 암각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백 가지의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실제보다 열 배나 크게 조각되어 있던 그 암각들의 바탕에 가느다란 실금이 생겼다.

처음에는 눈에 띄기도 어려울 만큼 희미하던 실금들이 차츰 암각의 바탕 전체로 번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뒤편의 암반 전체가 고운 밀가루처럼 되어 절벽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황갈색의 암반이 가루가 되어 흘러내림에 따라 그 뒤로 절벽 본래의 어두운 바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수의 형상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사람들은 암반이 가루가 되어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며 모두 같은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천년의 신화가 무너지고 있었다.

모든 술사들이 누리고 있던 영광과 권력의 바탕이 사라지고 있었다.

“꺄아아악.”

누군가 날카롭게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그것을 시작으로 관람객은 물론 왕실에서 파견된 관리, 진우를 대신할 준비를 갖추고 있던 예비 술사들, 병사와 사냥꾼들에 이르기까지 만물의 벽 앞에 늘어서 있던 모든 이들의 입이 벌어지며 갖가지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구도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엄청난 사건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엄연한 사실이라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처음의 소란스러운 외침이 사라지자 이번에는 고요한 침묵이 일대를 감쌌다.

“어떻게 된 거야?”

누군가 거칠고 탁한 목소리로 간신히 쥐어짜내듯 그렇게 말을 뱉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는지 만물의 벽 일대에 갑자기 폭풍 같은 혼란이 시작되었다.

저마다 무언가를 외치며 움직였다. 하지만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발걸음들이 요란스럽게 절벽 앞의 공터를 헤맬 뿐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흉한 바탕을 드러낸 만물의 벽 앞으로 뛰어갔다.

그들은 바탕이 사라진 암각 뒤편에서 나타난 바위들을 매만지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이 순간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난장판이었다.

후두둑

그때 만물의 벽 앞에 세워진 텐트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땅이 밖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또 다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긴장한 눈빛으로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땅속으로부터 한 사람의 모습이 불쑥 나타났다. 진우였다.

“어어어...?”

만물의 벽 앞에 두 명의 진우가 나타났다. 그것을 본 카딘은 자신이 생각해도 다소 멍청해 보이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옆에 있던 미즈락과 카리엘 역시 마찬가지였다. 만물의 벽을 둘러싸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허벅지에 화살을 꽂고 있는 진우와, 땅속을 뚫고 새롭게 나타난 또 한 사람의 진우를 보며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투르가만이 두 번째로 나타난 진우를 보며 씩 웃었다.

“그랬군. 과연 그런 것이었어.”

그는 마치 굉장히 유쾌한 일을 당한 사람처럼 소리를 내어 웃었다. 그를 바라본 진우의 얼굴에도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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