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성 헌터-170화 (170/235)

170화

연회가 끝나자 본격적으로 만물의 벽을 봉쇄하기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다. 술사 선발 대회가 열렸던 날로부터 열흘쯤 지났을 때에 만물의 벽을 봉쇄하는데 필요한 준비를 하기 위해 선발대가 먼저 수도인 제하이에에서 출발했다.

내무대신 이티삿을 비롯한 일군의 관리가 이끄는 인원들과, 그들을 호위하는 수백 명의 병사들이었다. 선발대는 바리바리 짐을 실은 수레들을 이끌고 제하이어의 성문을 통과했다.

이티삿의 사무장인 사브남으로 변신한 투르가 역시 그들의 무리에 섞여 먼저 제하이어를 떠났다.

제하이어를 출발한 지 닷새가 지나도록 투르가는 묵묵히 일행을 따르기만 할 뿐 별다른 말이 없었다. 그가 며칠 동안 침묵만을 고수하자 이티삿은 공연히 마음이 불안해졌다. 초조하게 주인의 눈치만 살피던 그는 마침내 이동을 시작한 지 오 일째가 되던 날 용기를 내어 투르가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주인님께서는 지누라는 술사를 직접 상대하시려는 겁니까?”

이티삿의 질문이 다소 뜻밖이었는지 투르가는 잠시 대답을 않고 그의 얼굴만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공연한 질문을.”

이티삿은 그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자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용서를 빌었다. 운전석이 따로 분리되어 있는 수송 차량 안에 둘만 앉아 있던 자리라 주변의 눈을 의식할 필요가 없었다. 그 안에서 이티삿과 투르가는 철저하게 주인과 노예의 관계로 돌아가 있었다.

이티삿이 죄를 빌자 투르가는 갑자기 피식 웃었다.

“내가 직접 상대하지 않으면? 그럼 누가 상대한다는 말이냐?”

“그게 아니라 다른 병사나 사냥꾼들을 동원해 먼저 술사 지누의 힘을 빼놓는 것은 어떠실까 해서 여쭈었습니다.”

그러자 투르가가 창밖을 향해 시선을 돌린 채 마치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무심한 어투로 입을 열었다.

“전사는 싸움에 이기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그러나 그건 준비를 하는 동안뿐이지.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다른 사람이 끼어들 수 없어. 직접 상대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비록 승리를 했다고 해도 노예로 삼을 수 없으니까.”

그는 거기까지 말을 하더니 자신의 앞에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이티삿을 보며 피식 웃었다.

“뭐, 네놈이나 크랄 같은 경우에는 너무 약해서 굳이 싸움이라고 할 것도 없었지만 말이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이티삿의 머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갈증이 일고 있었다. 플레비크의 전사라고 해서 매일 싸움만을 하면서 사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승부욕을 불러일으키는 상대를 앞에 두고도 계속해서 참고만 있는 것 역시 플레비크인들의 본성에 어울리는 일은 아니었다.

진우는 그에게 있어 몸속의 피를 자극하는 상대였다. 당장 붙어서 한 판 싸움을 벌이고 싶었다. 그러나 투르가는 승리를 위한 밑그림을 제대로 그리기 위해서 끓어오르는 피를 억지로 억눌렀다.

지금까지 몇 달이나 되는 시간 동안 그는 계속해서 기다렸다. 국왕을 비롯해서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필요한 이들을 노예로 만들면서 진우가 만물의 벽을 봉쇄하는 대표 술사로 선발되게 하기 위해 상황을 만들었다.

승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그렇게 한 일이기는 했다. 그러나 멀리서나마 진우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전투 본능을 부추기는 피의 열기는 점점 뜨거워지기만 했다. 그걸 참고 있자니 타는 듯한 갈증 때문에 목구멍이 간질간질했다.

그는 하루라도 빨리 진우를 쓰러뜨리고 허약한 놈들만 사는 이 지겨운 행성을 떠나고 싶었다.

*  * * * *

선발대가 떠난 뒤 다시 이십일 가량이 지나자 드디어 진우를 비롯해 만물의 벽을 봉쇄할 술사들이 제하이어를 떠났다. 수도 제하이어에서 만물의 벽이 위치한 곳까지는 열흘 남짓 걸리는 거리였지만, 사전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기 위해 미리 출발한 것이었다.

그들을 호위하기 위해 동원된 병사들과 사냥꾼들도 함께 포함된 일행의 수는 선발대와 비슷하게 수백 명에 달했다.

술사들이 출발하는 장면을 구경하기 위해 나온 수많은 인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자칫하면 구경꾼들로 인해 거리가 메워질 판이라, 미리 동원된 병사들이 계속해서 사람들을 길 양옆으로 밀어붙여 행렬이 지나갈 자리를 만들고 있었다.

성문을 향하는 행렬의 중간쯤에서 진우가 아틀리를 타고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공식적으로 술사들에 대한 호위 의뢰를 받은 헤이둑 일행이 진우와 함께 아틀리를 몰고 있었다.

“이 사람들 가운데 최소한 절반 이상은 지누 너를 보기 위해 나왔을 거야.”

카리엘이 진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진우는 그녀의 말에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빨리 제하이어를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니까 영 쑥스럽네요.”

그러자 헤이둑이 전면에 시선을 둔 채로 씩 웃었다.

“그건 백 개나 되는 마수의 암각을 혼자 봉쇄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할 소리가 아니지. 이미 글로다이트 뿐만이 아니라 행성 전체에 네 얼굴이 알려졌을 거다. 네가 마지막 백 번째 석판을 변화시키는 모습이 담긴 영상 기록 구슬들이 각국의 왕실과 귀족들 사이에서 나돌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 말에 진우는 쓴 웃음만 지을 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구에서는 무투대회에 참관한 것을 빼고는 헌터들 이외에는 되도록 자신에 대한 정보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나름 신경을 썼었다. 하지만 이곳 매덤 행성에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일부러 자신을 드러내어 선발 대회에서의 결과를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애썼다. 그 결과가 지금 도로 양편에 늘어선 수많은 구경꾼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손을 흔드는 광경으로 나타났다.

한편으로는 어깨가 으쓱해지는 면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불편했다. 유명해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진우는 되도록 조용히 사는 쪽을 선호했다. 하지만 이곳에는 이미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다.

지구에서처럼 조용히 사는 것은 이미 불가능했다. 만물의 벽을 처리한 뒤에는 곧 이곳을 떠날 것이라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카딘은 함께 만물의 벽으로 가지 않는 건가?”

미즈락이 주변을 둘러보며 그렇게 물었다.

“카딘은 공식적으로 이번 일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니까요. 아마 며칠 뒤에 출발해서 따로 올 거예요.”

카딘은 오빠인 세자베 가족과 함께 나중에 따로 오기로 했다. 그녀의 아버지인 바바가 왕실의 힘을 이용해서 만물의 벽 부근에 괜찮은 숙소를 미리 잡아 놓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진우는 만물의 벽에 도착한 뒤에 그곳에서 그들과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자신은 있는 거냐? 만물의 벽을 봉쇄하는 것은 석판을 변화시키는 것하고는 다를 거야. 마나 소모가 심할 텐데, 몇 개까지 혼자서 봉쇄할 생각이냐?”

헤이둑이 그렇게 묻자 미즈락과 카리엘 역시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진우를 쳐다보았다.

“모두 다요. 애초에 그렇게 하려고 생각을 했으니까요. 그래서 선발 대회에서도 모든 석판에 도전한 거잖아요.”

“정말 가능하겠냐?”

진우는 그 말에 별다른 대꾸 없이 그냥 씩 웃고 말았다. 가능할 거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그가 생각하는 이번 여행의 끝은 만물의 벽 봉쇄가 아니었다. 진우는 그곳에서 다시 한 번 플레비크의 전사와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예측을 하고 있었다.

술사 선발 대회와 연회 석상에서 연거푸 마주쳤던 크랄 국왕 때문이었다.

‘짐작대로였어. 하지만 하필 종속의 낙인이 찍힌 상대가 글로다이트 국왕이라니. 녀석이 글로다이트의 병사나 사냥꾼들을 동원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이번에는 누가 왔을까? 프레일처럼 또 다른 상급 전사가 혼자 왔을까?’

아직까지는 외모가 보통의 인간과는 확연히 다른 인물이 발견되었다는 얘기가 없었다. 그렇다면 프레일의 경우처럼 한 명이 단독으로 매덤 행성으로 왔거나, 여러 명이라고 해도 그 수가 많지 않을 가능성이 많았다. 만약 혼자 왔다면, 녀석도 프레일처럼 자신과 일대일로 싸우자고 나서주기를 바랐다.

문제는 이번에는 승리를 한다고 해도 하필 노예가 된 인물이 크랄 국왕이라는 점 때문에 일이 골치 아프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노예와 주인이 같은 행성에 있을 때에, 주인이 죽어버리면 그 노예들 역시 함께 사망한다.

진우가 그들을 노예로 만든 플레비크 전사를 죽일 경우 크랄 국왕 역시 목숨을 잃을 것이다. 한 나라의 왕이 갑자기 사망한다면 그 여파는 만만치 않을 게 틀림없었다.

‘빌어먹을. 녀석이 일을 힘들게 만들었어.’

진우가 술사 선발 대회에서 크랄 국왕으로부터 증명서와 열쇠를 받을 때에 그를 향해 마나 탐지를 실시했던 것은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한 나라의 국왕이 상급 술사라는 점이 신기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국왕에게 마나 탐지를 하던 그는 상대의 머리에서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본인의 마나와는 성질이 다른 마나가 머리 한 가운데에 박혀 있었어. 처음에는 무슨 병에 걸린 줄 알았지.’

그것이 말로만 듣던 종속의 낙인이라는 짐작을 하게 된 것은 연회 석상에서 두 번째로 국왕을 대면했을 때였다. 두 번째 만남에서 진우는 국왕의 머리에 초점을 맞추어 좀 더 세밀하게 마나 탐색을 실시했다. 그 결과 그의 머릿속에서 동전만한 크기로 자리 잡은 이질적인 마나를 더욱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었다.

‘꼭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예전에 루살카와 프레일에게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성질의 마나였어. 특히 프레일과 더욱 흡사했지.’

그 사실을 확인한 그는 연회에 참석하고 있던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은밀히 마나 탐색을 해 보았다. 특히 글로다이트의 인물들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세밀하게 그들의 머릿속을 살폈다.

그 결과 몇몇 사람들의 머릿속에 국왕에게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이질적인 마나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투르가가 자리를 뜬 상태여서 진우로서는 아쉽게도 누가 플레비크의 전사인지를 직접 찾아내지는 못했었다.

‘어쨌든 이로써 플레비크 전사가 이미 매덤 행성에 들어와서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졌어. 녀석이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내가 만물의 벽에 도전하는 것 자체를 방해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아. 지금까지 흘러가는 상황을 보아서는 오히려 바라고 있는 지도 모르겠고.’

만물의 벽에 도전하기 위한 준비를 갖추는 동안 자신의 마나 운용 능력은 다시 전보다 발전했다. 상대도 그것을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애초에 이 여행의 목적이 자신의 수련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방해하기는커녕 지금까지 그대로 방치했다는 것은 상대도 나름 자신이 있거나, 아니면 노리고 있는 한 수가 있다는 뜻이었다.

‘매덤 행성의 병사나 사냥꾼들을 동원해서 내 힘을 빼는 방식은 아마 아닐 거야. 녀석이 만약 상급 전사라면 그 정도로는 나를 어쩌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을 테니까. 그렇다면 내가 녀석보다 확실히 불리해지는 때는 언제일까?’

일단 짐작이 가는 것은 만물의 벽에 대한 봉쇄를 모두 끝냈을 때였다. 지금 예상으로는 만물의 벽을 모두 봉쇄하기 위해서는 진우로서도 적지 않은 마나를 소모해야 했다.

어쩌면 가지고 있는 마나를 거의 모두 쏟아 부어야 할지도 몰랐다. 만약 자신이 마나 고갈 상태에 빠졌을 때에 상대가 싸움을 건다면 그로서는 몹시 불리한 상태에서 전투를 벌여야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상대가 원하는 상황이 그 정도에 불과하다면, 그래도 여전히 해 볼만 하다는 게 진우의 생각이었다.

‘미안하지만, 그 정도로는 마나 고갈 상태까지는 이르지 않을 거다. 네가 노리고 있는 것이 고작 그 정도라면 이 싸움은 나의 승리다.’

진우의 주먹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헤이둑은 옆에서 함께 아틀리를 몰다가 갑자기 진우가 이를 악물며 주먹을 쥐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만물의 벽을 봉쇄할 각오를 다지는 건가?’

그로서는 그 정도의 생각밖에는 할 수 없었다.

*  * * * *

열흘 만에 만물의 벽에 도착한 술사 일행은 미리 와서 준비를 하고 있던 선발대의 인도를 받아 근처에서 가장 크고 고급스러운 여관에 짐을 풀었다. 수도인 제하이어의 여관이나 카딘의 저택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손색이 많은 곳이었지만, 선발대와 함께 온 요리사를 비롯한 관리 인력들이 미리부터 준비를 해 놓은 덕에 예상보다 지내기가 편안했다.

그들은 술사들의 식사나 휴식에 모자란 점이 없도록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었다. 덕분에 진우는 처음 이곳에 방문했을 때에 비하면 더없이 안락한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진우는 여관에 도착한 다음날부터 매일 만물의 벽을 탐사했다. 다른 사람들은 일체 자신의 탐사를 방해하지 않도록 부탁을 해 놓은 터라, 호위로 따라 나선 헤이둑 일행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주변에 다른 사람들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부터 봉쇄가 모두 끝날 때까지는 일반인들의 만물의 벽 참관이 금지되어 있었다. 덕분에 진우는 마수의 암각 내부에 직접 마나를 불어넣어 철저하게 조사할 수 있었다.

‘확실히 문서에 그려져 있던 것과 똑같아.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아무 이상 없이 작동하고 있다니. 바질라크가 과연 대단한 인물이었던 것은 틀림없군.’

진우는 날마다 마나 탐색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방법이 제대로 먹힐 지를 검토하고 있었다. 그는 애초에 절벽 뒤편에 있는 마나 구슬을 그냥 부숴버리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경우 구슬에 담겨 있던 마나가 일시에 행성 전체로 퍼져나가면서 마수들의 수를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만들 우려가 있었다.

바질라크가 한 짓이 밉다고 해서 사람들이 재앙을 당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다소 힘이 더 들더라도 그와는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일단 마나 구슬의 마나를 약간만 상쇄시키고 대신 암각 자체를 부순다. 그럴 경우 구슬이 더 이상 마나를 흡수하지 못하고 오히려 조금씩 가지고 있던 마나를 잃게 될 거야.’

그렇게 해도 시간이 지나면 행성 전체의 마수들이 계속해서 조금씩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마나 구슬이 가지고 있던 마나를 모두 잃어버리려면 최소한 이백 년은 걸릴 것이라는 게 진우의 계산이었다.

‘애초에 모으는 데에도 그 정도의 시간은 걸렸으니까.’

그런 생각이 과연 정확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진우는 수백 번도 넘게 장치가 그려진 문서를 검토했다. 마나의 수집과 방출을 동시에 담당하는 일종의 안테나에 해당하는 암각이 부서질 경우에 과연 자신의 짐작대로 마나 구슬이 가지고 있는 마나를 조금씩 토해낼 것인가? 차라리 암각에서 구슬까지 이어지는 복잡한 수정 회로들을 모두 끊는 게 낫지 않을까? 암각이 사라지면 혹시 폭발적인 마나 방출 현상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그런 것을 모두 따져가며 치밀하게 검토한 끝에 진우는 결국 마수의 암각을 구성하고 있는 특수한 암석들을 부수는 것이 가장 무난하고 확실한 방법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다만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정 회로를 끊거나 구슬을 파괴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마나가 필요하다는 게 문제였다. 그가 플레비크 전사의 습격을 염려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래도 해야지. 그 방법이 피해를 최소한 줄이면서 만물의 벽을 망가뜨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까.’

진우는 기지개의 달을 닷새 정도 남기고 만물의 벽에 대한 탐색을 끝내면서 결국 그렇게 방침을 정했다. 만물의 벽을 봉쇄하는 행사가 가까워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요즘 개인적인 일이 조금 번잡합니다. 연재를 시작한 뒤로 매일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각에 글을 올렸는데 어제는 그러지 못했네요. 오늘 밤에는 본래 올리던 시각에 다시 글이 올라갈 겁니다. 기다리셨던 분들에게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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