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성 헌터-159화 (159/235)

159화

진우가 술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다. 게다가 그것을 카딘이 도와주기로 했다. 그 얘기를 들은 헤이둑 일행은 기가 막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진우야 그렇다 치고, 이 아가씨는 또 왜 말리지는 못할망정 그 말도 안 되는 엉뚱한 행동을 돕겠다고 나섰단 말인가.

하지만 그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듯이 여관에 도착한 카딘은 진우가 들고 왔던 상자 안에서 술사 자격증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필요한 책들과 연습용 재료들을 꺼냈다. 카딘이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자신의 숙소로 달려가 급히 챙겨가져 온 것들이었다.

헤이둑 일행은 그걸 보고 그냥 입을 다물었다. 저희들이 하겠다는데 뭘 어쩔 것인가.

그때부터 카딘은 매일 2시간 동안 진우에게 술사 자격증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가르쳤다. 마나 회로를 그리는 것처럼 실기 연습이 필요한 것들도 직접 훈련시켰다. 그러자니 문서 번역에 사용하는 시간이 본래의 계약 내용보다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 바람에 열흘로는 일을 끝내기가 어려워졌다. 진우는 문서 번역 이외에도 교습비를 따로 지불하기로 하고 정식으로 카딘을 선생으로 삼아 술사 자격증 시험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문서의 번역이 처음 계획보다 늦어지기는 했으나, 어차피 그 일이 진우에게 시급한 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기지개의 달까지는 다섯 달이나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술사 대표를 선발하기 위한 대회도 석 달이나 여유가 있었다. 진우는 낮에는 카딘이 번역해 놓은 문서들의 내용을 살피는 한편, 일단 술사 자격증을 얻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그게 있어야 만물의 벽을 봉쇄하기 위한 술사들을 선발하는 대회에 나갈 수 있었고, 거기서 대표로 선발되어야만 자신의 계획대로 일을 진행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본래 열흘 정도 걸릴 예정이었던 문서의 번역은 자꾸 늦춰져 이십일이 지나도록 끝이 나지 않고 있었다.

“문서의 내용이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려워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아요.”

문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복잡한 도면이 잔뜩 그려져 있고 난해한 설명이 첨부된 전반부는 아마 어떤 장치에 관한 것인 듯 했다.

반면에 후반부는 문서가 발견되었던 침대의 주인이 작성한 것으로 짐작되는 일기 형식의 글이었다. 카딘은 비교적 양이 적은 전반부를 먼저 해석한 뒤 후반부를 살필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앞부분의 내용이 너무 난해해서 자꾸 시간이 지연되고 있었다.

그녀는 해석을 시작한 지 이십일이 지난 지금에야 간신히 장치에 대한 설명이 적힌 전반부에 대한 번역 작업을 끝내가고 있었다.

진우로서는 카딘의 실력을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미즈락은 자신의 친척을 찾아가서 다시 한 번 그녀의 실력에 대해 보증을 받았다.

“카딘이 할 수 없다면 아마 교수를 직접 불러도 힘들 거라고 하던데? 실력 하나는 나이에 비해서 인정을 받고 있나 봐.”

진우는 그녀가 일을 마칠 때까지 묵묵히 기다리기로 했다. 문서를 번역한 뒤 이십 일이 지나자 그의 숙소는 그동안 카딘이 날라 온 자료들로 인해 사방이 온통 도서관처럼 변하고 말았다. 덕분에 옆방을 하나 더 빌려 헤이둑 일행은 아예 다른 곳에서 지내야 했다.

카딘은 생각보다 난해한 문서의 내용에 혀를 내두르고 있었지만, 그래도 모처럼 전력을 다해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자료를 다루고 있다는 생각에 전혀 지루한 줄 모르고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은근히 진우의 능력에 감탄하고 있었다.

‘불과 이십일 만에 글로다이트어 실력이 놀랍게 늘었어. 게다가 마나 회로를 그리고 그것을 활성화시키는 솜씨는 마치 타고난 것 같아.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을 수 있지? 분명히 사냥꾼이라고 들었는데, 마나를 운용하는 실력 또한 이미 전문적인 술사들을 뺨 칠 정도야.’

그녀는 문서의 번역이 끝나면 진우의 몸을 해부해서라도 그를 연구하고 싶었다. 사냥꾼과 술사를 겸하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통념이 산산이 깨어져나가는 현장을 눈앞에서 확인하고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비록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기는 했지만, 그를 소개해 주면 당장이라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연구자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옆에서 한창 복잡한 마나 회로를 그리는 연습을 하고 있는 진우를 쳐다보다가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연구 대상으로서도 흥미가 있지만 참으로 탐이 나는 사내가 아닐 수 없었다.

외모나 실력 어느 하나 남보다 뒤처지는 부분이 없었다. 나이가 이미 스물 중반이 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눈에 차는 남자를 만나지 못했던 그녀로서는 자연스럽게 진우에게 마음이 끌리고 있었다.

‘외국인에다 사냥꾼이라는 점이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

그녀가 진우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헤이둑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각자의 일을 하고 있던 카딘과 진우가 동시에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자, 헤이둑은 헛기침을 하더니 카딘에게 말을 꺼냈다.

“저기, 카딘양. 문서 번역이 언제쯤이면 다 끝날 수 있을지...”

“죄송해요. 생각보다 번역이 쉽지 않네요. 하지만 이제 앞부분에 대한 해석이 끝났으니 나머지는 앞으로 열흘 정도면 끝날 거예요. 그런데 왜 그러세요?”

그녀의 반문에 잠시 머리를 긁적이던 헤이둑이 진우를 보며 입을 열었다.

“실은 저희가 너무 오랫동안 한 곳에 머물러 있느라고 그동안 사냥을 전혀 못했습니다. 슬슬 사냥을 하거나 의뢰를 받았으면 좋겠는데, 마침 닷새 전에 헌터 협회에 새로운 의뢰가 하나 공지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의뢰가 조금 어려운 것이다 보니까 여태까지 아무도 응하지를 않고 있거든요. 진우만 괜찮다면 저희가 그 의뢰를 받았으면 해서요.”

그의 말을 들은 진우가 고개를 들고 헤이둑을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의뢰... 에요?”

그러자 헤이둑이 카딘의 눈치를 슬쩍 보고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

“그게... 글로다이트와 디블렛의 국경 부근에 있는 하예칸이라는 골짜기에 마수가 나타난 모양이야. 그런데 이번에 두 나라 왕실에서 직접 공동으로 마수 퇴치 의뢰를 냈어. 조금 드문 일이지. 그도 그럴게, 그 마수가... 유데르하야.”

그 말을 들은 진우는 그저 그런가보다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카딘이 헤이둑의 말이 끝나자마자 발끈하며 나섰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유데르하면 상급 마수잖아요. 죄송하지만 헤이둑님 일행의 실력으로는 유데르하에게 덤벼드는 건 무리가 아닌가요?”

카딘의 지적에 헤이둑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솔직히 저희들 실력으로는 유데르하를 잡는 것은커녕, 살고 싶으면 보자마자 도망을 쳐야지요. 제 얘기는 지누라면 그 유데르하를 잡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는 거지요. 그래서 관심이 있는지 물어보려는 겁니다.

만약 지누가 나선다면 저희로서는 사냥을 도와주며 멀리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어쨌든 행성 최고의 마수를 구경할 수 있는 기회니까요. 녀석이 사냥되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사냥꾼으로서는 큰 경험이 될 겁니다.

그러자 카딘의 얼굴이 진우에게로 홱 돌아갔다. 그녀는 헤이둑의 말에 엄청 놀라고 있었다.

“유데르하를 잡으려면 사냥꾼 팀 중에 최소한 상급 사냥꾼이 한 명 이상은 포함되어야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럼 설마 지누님이 상급 사냥꾼이라는 건가요?”

그녀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진우가 술사 자격증을 얻겠다고 했을 때, 내심 사냥꾼으로서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상급 사냥꾼이라니? 그건 진우의 나이로 보아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진우의 입에서 나온 말은 더욱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었다.

“아마... 그런 것 같아.”

그 말을 들은 카딘은 다시 한 번 골이 지끈거릴 정도로 화가 났다. 그런 거면 그런 거지, 그건 것 같은 건 또 뭐란 말인가? 그녀는 진우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어디 사냥꾼 자격증 한 번 줘 봐요. 외국인이라도 자기 나라 사냥꾼 협회에서 받은 자격증이 있을 거 아니에요.”

하지만 진우는 그녀의 말에 두 팔을 쳐든 채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나. 보고 있던 헤이둑이 얼른 나섰다.

“지누 군은 아직 사냥꾼 자격증이 없습니다. 그래서 만약 의뢰를 정식으로 받고 싶으면 사냥꾼 협회에 가서 테스트를 받고 자격증부터 받아야 합니다. 그렇잖아도 그것도 물어보려던 참입니다. 언제쯤 사냥꾼 테스트를 받을지 몰라서요. 만약 이번에 의뢰를 받는다면 저희 이름을 내세우는 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서요.”

카딘은 결국 머리를 감싸 쥐고 말았다. 정식 사냥꾼도 아닌 사람을 다짜고짜 상급 사냥꾼이라고 얘기하는 저 사람들도 그렇고, 그런 주제에 술사가 되겠다고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진우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사람은 도무지 시간이 지날수록 정체가 무엇인지 점점 알 수가 없었다.

진우는 양쪽에서 인상을 찌푸리고 서 있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먼저 카딘에게 말을 했다.

“나, 얼마나 더 공부하면 술사 자격증 받을까요?”

카딘은 잠시 뭔가를 따져보더니 양 손바닥을 활짝 펴서 열 손가락을 내보이며 말했다.

“지금까지 하는 걸로 봐서는 앞으로 열흘 정도면 시험을 볼 수는 있을 거 같아요. 그때쯤이면 제 번역도 다 끝날 테니, 열흘 뒤에 제가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도와드릴게요.”

그러자 진우가 이번에는 헤이둑을 보고 말했다.

“술사 자격증 받으면, 사냥꾼 협회에 갑니다. 그래도 되나요?”

그의 말을 들은 헤이둑의 표정이 급격히 밝아졌다.

“그럼, 되고말고. 사실 그때가 되어도 유데르하를 잡겠다는 사냥꾼들은 아마 없을 거야. 상급 사냥꾼은 그만큼 드무니까 말이야. 뭐 그 전에 누군가 나선다고 해도 상관은 없어. 녀석을 잡지 못하게 되었다고 해서 아쉬워하기에는 유데르하가 너무 대단한 놈이니까 말이야. 자네가 사냥꾼 자격증을 받고 나면 우리까리 얼마든지 다른 의뢰를 받을 수 있으니까 상관없어.”

대충 이야기가 마무리 된 듯하자 카딘이 헤이둑의 말을 자르며 진우를 쳐다보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엇지만 그녀의 표정이 어딘가 조금 매서워 보였다.

“그 얘기는 일단 나중에 하고 지금은 술사 시험 준비에나 전념하세요. 술사 자격증 받는 건 뭐 쉬운 줄 아세요?”

진우가 하는 걸로 봐서는 쉬울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헤이둑이 그를 위험한 마수를 사냥하는 데 데리고 가겠다고 하자 그녀는 공연히 심술이 났다.

‘일부러 시간을 좀 더 끌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어려웠다. 진우의 마나 운용 능력은 사실 당장 시험을 봐도 상관이 없을 정도였다. 다만 술사 시험에는 필기시험도 있었고, 여러 가지 마법 회로도 그려야 했기 때문에, 글을 배우고 다양한 회로를 외우기 위한 시간이 필요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기억력과 마나 회로를 그리는 정확성은 나름 천재라고 불리던 자신조차도 깜짝 놀랄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끌다가는 괜히 쓸 데 없는 의심을 받을 가능성이 컸다.

‘너무 잘난 것도 꼭 좋지만은 않네.’

그녀는 헤이둑이 나간 뒤 다시 마나 회로를 그리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 진우를 힐끗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  * * * *

열흘이 지나자 카딘의 번역 작업이 모두 끝났다. 그녀는 번역이 끝나자 본래의 문서와 자신이 번역하면서 그림까지 깔끔하게 다시 그려 넣은 번역본을 모두 진우에게 넘겼다. 그런데 문서를 넘기는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진우는 이유를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본인이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사냥도 미룬 채 번역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헤이둑 일행이 작업이 끝났다는 소식을 듣자 우르르 몰려왔던 것이다.

그녀가 일이 끝났음을 알리자, 헤이둑 일행이 진우의 방에 와서 그녀가 가져왔던 짐을 챙겨 미리 준비했던 상자에 차곡차곡 담았다. 그들은 그 일을 하면서도 꼼꼼하게 책갈피까지 모두 확인하며 혹시나 문서의 일부라도 따로 빼돌리는 것이 없는지를 점검했다.

카딘 자신이 불필요한 의심이나 오해를 피하고 싶어 그렇게 부탁했던 것이다.

확인이 모두 끝나자 짐이 상자로 세 개나 되도록 늘어나는 바람에 이번에는 진우가 아니라 헤이둑 일행이 그것을 카딘의 숙소와 연구실까지 날라다 주기로 했다. 카딘은 진우의 방을 나서면서 그에게 다시 한 번 다짐을 주었다.

“내일 낮에 학교로 와서 저를 찾으세요. 그럼 제가 직접 데리고 술사 자격시험을 보는 곳까지 안내해 드릴게요. 그곳에서 시험 신청을 하면 아마 며칠 이내로 시험 날짜를 잡아줄 거예요. 그럼 그날 가서 시험을 보면 되요. 알겠죠?”

진우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격이 솔직하고 똑 부러지는데다가 실력도 나쁘지 않은 여자였다. 진우는 그녀를 번역자로 택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를 소개시켜 준 미즈락의 친척에게도 답례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음날 카딘을 만나 술사 자격시험을 신청한 진우는 그로부터 오일 뒤에 다시 술사 학교를 찾아가 시험에 응했다. 아직 글이 능숙하지 못한 탓에 술사가 갖추어야 할 이런 저런 지식을 평가하는 필기시험 성적은 간신히 과락을 면할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그로서는 머리를 활성화시키는 기술까지 계속 걸어가며 준비를 했지만, 기간이 워낙 짧아 그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가 공부한 기간이 터무니없이 짧았고, 본래 외국인이어서 글로다이트어를 거의 할 줄 몰랐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카딘으로서는 그것만으로도 진우가 거의 사람 같아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필기 시험은 어려웠지만, 마나 회로를 그리고 그것을 활성화 시키는 시험은 제한 시간을 넉넉히 남기고 통과했다. 시험을 진행시키던 감독관이 깜짝 놀랄 정도로 정교하고 능숙한 회로 작성이었다. 다 그린 마나 회로를 활성화시키는 작업도 단 하나의 실패도 없이 무난하게 성공했다.

술사가 반드시 익혀야 할 다양한 기술을 평가받는 시험 역시 미처 배우지 못한 한 두 개의 기술을 제외하고는 모두 완벽하게 시전했다. 시험이 모두 끝난 그날 저녁 진우는 기어코 술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

“축하해요.”

모든 시험이 끝난 당일, 바로 발표된 합격 소식에 카딘은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진우를 축하해 주었다. 정작 술사 자격증을 받아 쥔 진우의 표정이 너무 덤덤해 옆에서 보고 있던 헤이둑 일행이 민망할 지경이었다.

사실 진우의 입장에서는 만물의 벽을 봉쇄할 술사들을 선발하기 위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는 것 이외에는 큰 의미가 없는 자격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보다는 자신의 합격을 축하해주는 그녀의 표정에서 문서 번역이 끝나갈 때쯤부터 언뜻언뜻 보이기 시작한 어두운 그늘이 그로서는 더 신경이 쓰였다.

“그럼 이제 사냥꾼 협회에서 가서 테스트를 받을 차례지?”

헤이둑이 그렇게 얘기를 하자 진우가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미룰 거 뭐 있나? 오늘은 이미 늦었으니까 내일 오전에 가서 테스트를 받도록 하지. 자네라면 문제없이 자격증을 받을 수 있을 거야. 등급이 어떻게 나올 지만 문제겠지.”

그러자 카딘이 조금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저기, 술사 자격증과 사냥꾼 자격증을 함께 받으면 조금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그런 전례가 없었잖아요? 알려지면 진우를 귀찮게 구는 사람들이 생길지도 모르는데요.”

헤이둑도 은근히 그 점이 걱정되기는 했다. 아마 그 사실이 알려지면 진우는 단숨에 글로다이트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들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진우는 그 점에 대해서는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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