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성 헌터-155화 (155/235)

155화

“소, 손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글로다이트에서는 원래 금이 많이 납니다.”

금은방의 직원은 헤이둑의 참견에 인상을 쓰면서도 급히 변명을 했다. 그러나 그의 말을 들은 헤이둑은 가소롭다는 듯이 픽 하고 웃었다.

“금이 많이 나오는 곳이라면 바로 옆 나라인 디블렛이겠지. 글로다이트가 아니라 말이야. 자네는 디블렛 출신인가? 이곳 사정을 잘 모르는 걸 보니 글로타이트에 온 지 얼마 안 되는가 보군. 자네 말과는 달리 글로다이트에서는 금이 귀해. 그래서 시세도 높은 편이고 말이야.”

그가 아예 못을 박듯 말을 하며 눈을 부라리자 직원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때 헤이둑이 직원을 향해 마지막 한 방을 날렸다.

“마나 스톤을 좀 팔까 해서 왔더니 직원이 신참인가 보네. 주인장은 안 계시나? 아무래도 거래는 주인장하고 직접 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마나 스톤은 금보다 귀한 물건이었다. 그런 물건에 대한 거래를 놓쳤다는 사실을 주인에게 들키면 자신은 아마 욕을 바가지로 먹거나 잘못하면 해고가 될 수도 있었다.

직원은 급히 손을 저으며 헤이둑을 붙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불행하게도 그가 미처 입에서 말을 꺼내기도 전에 어깨 위로 두툼한 손이 하나 올려졌다.

“넌 들어가서 창고나 정리해. 이분들은 내가 모시겠다.”

어느새 헤이둑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들은 주인이 밖으로 나와 직원을 밀어내고 있었다. 주인의 사나운 눈빛을 확인한 젊은 직원은 풀이 죽어 고개를 푹 숙이고는 가게 안 쪽으로 서둘러 사라졌다.

*  * * * *

헤이둑의 도움으로 사백 알틴에 금을 넘긴 진우는 결국 그들 일행과 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다. 하루에 같은 사람들을 두 번씩이나 마주치기도 쉽지 않은데 그들의 도움까지 받았다. 그러니 함께 밥이나 한 끼 먹자는 요청을 더 이상 거절하기도 어려웠다.

진우에 대해 거만하다고 투덜대던 다른 일행들도 다행히 금은방에서의 일을 통해 그가 외국인라고 생각했다. 착각이기는 했지만, 그 뒤로는 훨씬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진우를 대했다. 진우는 내친 김에 그냥 외국인 행세를 하기로 했다. 정확하게는 외국인이 아니라 외계인이었지만.

하지만 그들의 태도가 변했다고 해서 갑자기 대화가 쉬워질 리는 없었다. 진우가 글로다이트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고 생각한 헤이둑 일행은 손짓 발짓까지 동원해서 그에게 자신들의 의사를 전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자네 이름이 지누라고 했지? 지누도 사냥... 그러니까 사냥이라는 말은 알지? 자네가 늘 하던 그것 말이야. 그러니까... 음, 내 말은 우리랑 자네가 함께 사냥을 같으면 좋겠네. 자네는 활과 검을 둘 다 가지고 다니던데, 그 중에서 어느 것을 더 즐겨 사용하는가? 그래, 거기 허리에 찬 거랑, 배낭에 달린 것 중에서 어떤 걸 더 잘하느냔 말이야... 지금 내 말 알아듣는 거지?”

더 겪어봐야 하겠지만, 지금까지의 느낌으로는 나쁜 사람들 같지는 않았다. 그들은 진우를 설득하려고 애쓰는 와중에도 그의 솜씨에 대해 저희들끼리 걱정하는 말을 했다.

대화의 내용에는 그가 혹시 실력이 모자라 오히려 사냥에 방해가 될까 우려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진우가 생소한 일행과 사냥을 하다가 혹시 다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포함되어 있었다.

진우는 간간이 알아들을 만한 손짓이 나오면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는 내심 너무 섣불리 결정하는 게 아닐까 하는 염려도 있었지만, 일단은 당분간 이들과 함께 행동하기로 했다.

헤이둑이 자기 일행의 최종 목적지도 글로다이트의 수도인 제하이어라고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글로다이트어를 익힐 필요가 있던 그로서는 헤이둑 일행과 함께 제하이어로 이동하게 되면, 그 사이에 조금이라도 말을 배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계획은 일단 제하이어에 도착한 다음에 거기에서 말을 가르칠 선생을 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생활에 필요한 일상 언어를 배운다거나, 사냥꾼들에게 특화된 용어 등을 배우는 거라면 잠시 이들과 함께 움직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시간이 많지 않은 그로서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 리더로 보이는 헤이둑 자체가 다소 수다스러운 사람이라 묵묵히 사냥감만 쫓는 침묵의 여행이 될 것 같지는 않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제하이어에 가서 고문서를 해독해 줄 사람을 찾는데도 이들의 도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헤이둑이 미즈락의 친적 가운데 한 사람이 제하이어의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제하이어에서의 일이 조금 수월하게 풀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내심 마음을 정한 진우는 헤이둑이 자신을 향해 사냥이라는 말을 하며 활을 쏘는 흉내를 내자 거기에 맞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헤이둑의 표정이 환하게 변했다.

“지누, 활 쏘는 게 특기였어? 그거 다행이네. 그럼 검은? 검도 쓸 줄 아는 거야?”

그가 다시 자신의 허리에 매달린 검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하자 진우는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헤이둑이 표정이 더욱 밝아졌다.

“야, 그런데 자네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 거야? 그걸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이건 어떻게 물어야 하지? 야, 참. 말이 안 통하는 건 참 답답하네, 정말.”

진우는 그의 말을 듣고 일부러 뭔가 한참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 뒤 검집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는 검에 마나를 불어넣은 상태로 식탁 위에 놓여 있던 쇠로 만든 그릇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가 검을 들어 쇠그릇을 대고 살짝 누르자, 그릇이 반으로 쩍 하고 갈라졌다.

진우는 시범을 보이면서 그것을 본 일행이 크게 놀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마나의 기운이 지구의 기준으로 볼 때 적어도 중급 헌터 이상이었기 때문이었다.

리더인 헤이둑은 상급인 것 같았고, 나머지 두 사람도 중급은 되어 보였다. 그의 짐작처럼 쇠그릇이 갈라지는 걸 보고서도 일행의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저 실력이 형편없지는 않아 다행이라는 정도였다.

“마나를 발현할 줄 아는구나. 그럼 일단 하급은 된다는 얘기네? 그럼 함께 사냥하는데 큰 문제는 없겠군. 너희들 생각은 어때? 활도 사용할 줄 안다고 했으니 일단 지누도 사냥에 함께 한다는 데에 다른 불만은 없는 거지?”

헤이둑의 말에 카리엘과 미즈락이 고개를 끄덕였다. 매덤 행성에서는 마나를 발현하는 중급 헌터가 되어야 비로소 사냥꾼으로 행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지구의 중급 헌터를 하급 사냥꾼으로 분류했다.

마찬가지로 지구의 상급 헌터가 이곳에서는 중급 사냥꾼이었다. 본래 이곳에서 사냥꾼의 등급을 분류하는 방식은 지구보다 더 복잡했지만, 진우는 그들이 자신을 하급 사냥꾼으로 보는 것에 대해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진우가 자신의 말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이자 헤이둑은 품에서 비위카이가 그려진 그림 한 장을 꺼냈다. 그는 그것을 진우의 앞에 내려놓은 뒤 다시 요란한 손짓을 곁들여 진우에게 설명했다.

“지누. 우리는 앞으로 이 마수를 사냥하러 갈 거야. 이 녀석은 중급 마수인데 말이야, 늘 한 쌍이 붙어 다니거든. 자네 생각은 어때? 우리랑 함께 사냥하러 갈 텐가?”

헤이둑은 진우가 자신의 말을 이해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열심히 설명을 하려 했지만, 이미 그의 말을 다 알아듣고 있던 진우는 조금 시간을 끌다가 고개를 끄덕여 간단히 동의를 표시했다. 그렇게 헤이둑 일행의 사냥에 진우의 합류가 결정되었다.

*  * * * *

위룬 시 근처의 산에 비위카이가 나타났으니 녀석을 사냥할 사냥꾼을 구한다는 공고가 전국의 사냥꾼 협회 지부에 나붙은 것이 벌써 보름 전의 일이었다. 다른 도시를 지나던 헤이둑 일행은 협회에 들렀다가 그 공고를 보고 자신들이 일을 맡겠다고 수뢰 신청을 했다.

마침 의뢰에 응하겠다고 나선 다른 사냥꾼 팀이 없었던 관계로 그들은 비위카이 별 탈 없이 사냥 의뢰를 받을 수 있었다. 탈이 생긴 것은 정작 의뢰를 받은 뒤였다.

“그런데 위룬 시로 이동하던 도중에 사냥꾼 협회에서 고향으로부터의 급보라면서 긴급 통신을 보내 온 거야. 일행 가운데 한 명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거지. 그래서 칼칸이라는 녀석이 중간에 빠지고 말았어. 그렇다고 이미 받은 의뢰를 물릴 수도 없으니 일단 위룬 시로 이동하면서 중간에 일행을 하나 더 구하려던 참이었지. 하지만 요즘은 마수들이 많이 출몰하는 때가 아니라서 사냥꾼들이 잘 돌아다니지를 않아. 자네를 만나지 못했으면 아마 위험하더라도 우리끼리 비위카이 사냥에 나설 수밖에 없었을 거야.”

진우의 짐작대로 헤이둑은 수다스러운 편이었다. 그는 진우가 자신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넉살좋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계속 했다.

아틀리를 타고 이동하느라 목소리를 크게 하지 않으면 잘 들리지도 않았는데, 그는 그걸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진우에게 말을 걸었다. 이곳의 말을 배워야 하는 진우로서는 오히려 그의 수다가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위룬 시에 도착하면 먼저 그곳의 시장에게 의뢰 확인을 받을 거야. 그런 다음에 비위카이가 나타난다는 근처의 이르바디 산으로 이동할 생각이거든. 거기서부터 놈을 추적해서 사냥을 하고, 그 사체의 가죽과 마나스톤을 시청으로 가지고 가면 되는 거지. 그런 뒤에 의뢰비를 받고 가죽과 마나 스톤을 팔면 일이 다 끝나는 거야. 아, 비위카이는 머리에 달린 뿔도 제법 비싼 가격에 거래되니까, 그 놈도 챙겨야 하겠군.”

헤이둑은 그렇게 해서 번 돈 가운데 사분의 일을 진우에게 주겠다고 했다. 진우가 아직 하급 사냥꾼에 불과하다고 짐작하고 있는 그들로서는 제법 괜찮은 대우를 약속한 셈이었다.

헤이둑은 식사를 위해 잠시 쉬는 동안 땅바닥에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열심히 설명을 했지만, 진우는 알겠다고 그저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그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였다. 어차피 그의 주된 목적은 그들을 통해 하루빨리 쉬운 대화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을 배우는 데에 있었다.

*  * * * *

위룬 시는 진우가 금을 팔았던 칼린티보다 약간 큰 도시였다. 하지만 그곳에도 사냥꾼 협회의 지부가 있었다. 행성 전체에 사냥꾼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원래 사냥꾼 협회의 지부는 제법 큰 도시가 아니면 설치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위룬 시는 주변에 특별히 큰 도시가 없었고, 예전에 유명한 술사를 배출한 곳이었기 때문에 도시 중심부에서 멀지 않은 곳에 그의 이름을 딴 술사 학교가 세워져 있었다.

술사 학교가 있는 도시에는 사냥꾼 협회의 지부를 두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위룬 시에도 사냥꾼 협회가 있었다.

헤이둑 일행은 위룬 시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사냥꾼 협회 지부에 들러 의뢰에 별다른 변동 사항이 없음을 확인한 뒤에 시청에 들렀다. 그곳에서 자신들이 비위카이 사냥을 수뢰한 사냥꾼 팀이라는 것을 알리고 증명서를 받았다.

“이 증명서가 있어야 나중에 의뢰비를 받을 수가 있어. 그렇지 않으면 개인적으로 마수를 사냥한 셈이 되어서, 그냥 사체 부산물과 마나 스톤을 파는 것 이외에는 다른 수익이 없게 되지.”

그 점에 대해서는 진우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 알아들었다는 표시를 했다. 어차피 사냥을 빨리 끝내는 편이 그로서도 좋았다.

일행은 비위카이가 출몰한다는 이르바디 산 입구까지 이동한 다음에, 근처의 여관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아침 일찍 산속으로 들어갔다. 진우는 검을 사용할까 하다가 오랜만에 활을 쓰자는 생각에 활통을 등에 매었다.

헤이둑의 솜씨는 믿을 만 했다. 그는 산속을 탐색한 지 두 시간 만에 비위카이의 흔적으로 짐작되는 것을 찾았다. 그리고 그 흔적을 따라 다시 한 시간 가량을 수색한 끝에 드디어 한 쌍의 비위카이가 멀리 떨어진 계곡에서 물장난을 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을 발견하자 헤이둑은 자신과 미즈락을 가리키며 손짓 발짓을 하며 설명했다.

“어제 얘기했던 대로 나와 미즈락이 녀석들에게 먼저 접근해서 싸움을 시작할 거야. 그러면 카리엘과 지누 자네가 한 마리씩 맡아서 활을 쏘면 돼. 할 수 있지?”

진우는 고개를 끄덕여 알아들었다는 표시를 했다. 그러자 그와 미즈락이 물놀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는 두 마리의 마수를 향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진우는 그들이 마수를 향해 다가가는 것을 보고는 활에다 화살을 메겼다. 그로서는 이 사냥을 오래 끌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진우가 벌써 화살을 메기는 모습을 본 카리엘은 깜짝 놀랐다.

“이봐, 지누. 아직 더 기다려야 해. 일단 헤이둑과 미즈락이 싸움을 시작할 때까지 가만히 있어. 우리는 그 다음에 화살을 날려서 지원하는 거야.”

카리엘이 급하게 그를 말렸지만 진우는 마치 그녀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는 듯이 이미 화살을 쏘아 보내고 있었다. 무찰시를 걸어 속도를 높인데다 강력한 관통형 마나까지 화살촉에 실은 상태였다.

진우의 손끝을 떠난 화살은 눈 깜짝할 사이에 앞서 가던 헤이둑과 미즈락의 머리 위를 통과해 물놀이를 하고 있던 비위카이 가운데 한 마리의 머리에 정확히 꽂혔다.

“켁.”

둔탁한 비명 소리와 함께 비위카이 한 마리가 첨벙하는 소리를 내며 계곡 물속으로 넘어졌다. 함께 장난을 치고 있던 나머지 한 마리가 깜짝 놀라면서 고개를 돌리다가 자신에게로 다가오고 있던 헤이둑과 미즈락을 발견했다.

졸지에 짝을 잃어버린 녀석은 이빨을 다 드러내며 사납게 포효를 하더니 물 밖으로 뛰어나왔다. 그리고는 앞발을 번쩍 치켜들고 두 사람을 항해 쏜살같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저, 저...”

뜻밖의 상황에 당황한 두 사람이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에 또 한 발의 화살이 진우의 활을 떠나 헤이둑과 미즈락을 향해 거칠게 달려들던 비위카이의 이마 한 가운데 꽂혔다.

“컥.”

앞선 마수처럼 거친 지명을 내지른 녀석은 달려오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땅 위에 엎어져 데굴데굴 앞으로 구르고 말았다. 잠시 후 축 쳐진 그의 몸이 바닥의 흙과 나뭇잎 등으로 어지러워진 채 커다란 나무를 들이받고는 멈췄다.

“너, 너. 상급이었어?”

매덤 행성에서 상급 사냥꾼이란 지구의 최상급 헌터 이상의 실력을 가진 사람을 가리켰다. 그런 사냥꾼은 이곳에서도 몹시 귀한 존재였다. 이제 고작 중급인 헤이둑으로서는 설마 진우처럼 어린 사람이 벌써 상급 사냥꾼이라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우는 그런 그들을 보며 씩 웃었다. 그는 쓰러진 두 마리의 비위카이를 가리키며 그들의 뿔과 가슴을 가르는 시늉을 해 보였다.

빨리 얻을 것을 얻어서 돌아가자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런 진우를 바라보는 일행은 입을 떡 벌린 채 잠시 동안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진우가 재차 사냥을 마무리 할 것을 재촉한 다음에야 비로소 가죽을 벗기고 뿔을 자르기 시작했다.

“저 친구 알고 보니 괴물이었잖아요?”

비위카이의 가죽을 벗기던 미즈락이 옆에 있던 헤이둑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렇게 속삭였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들의 말을 들은 진우는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괴물이라는 별명은 어딜 가나 사라지지를 않을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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