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성 헌터-150화 (150/235)

150화

##심연의 구멍에 대한 설명 가운데 살짝 수정한 부분이 있습니다. 구멍의 크기가 훨씬 더 커지고 안에서 진동파가 발생하는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앞의 내용은 이미 수정을 마쳤습니다. 참조해 주세요.

지구에서는 깊은 바다의 물도 한 자리에 가만히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해저를 따라 이동했다. 북극과 남극에서 차가워진 물은 바다 아래로 침강해서 각자 바다 밑바닥을 따라 적도를 향해 흘렀다.

1년에 수십 킬로미터라는 느린 속도로 움직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해서 소위 저층류라고 하는 심해의 해류가 만들어졌다. 바닥을 따라 흐르던 해류는 적도에 가까워지면서 점점 따뜻해졌다.

수온이 올라감에 따라 물의 밀도가 낮아지면 바닥을 흐르던 저층류는 다시 위로 솟아오르고는 했는데, 이것이 지구의 바다에서 일어나는 대규모의 해양 대류였다. 그렇게 한 번 바닷물이 크게 순환하는데 걸리는 기간이 100년 정도였다.

그러나 토바르처럼 수심이 10Km 정도 되면 그런 대순환이 불가능했다. 극지방이라고 해도 표면에서 차가워진 물이 바닥까지 이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토바르의 바닷물은 깊이에 따라 일정하게 층을 이루면서 표층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행성의 자전력에 따라 각 층 내에서 수평으로만 움직였다. 위아래로 물이 움직여야 발생하는 거대 해양 대류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그럴 경우 무기 염류의 농도가 높지 않은 대신 수압이 엄청난 이 행성의 심해는 생물이 살기에는 너무 가혹한 환경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바르의 심해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진우는 처음 토바르의 심해를 경험한 이래로 이곳의 해양 환경에 줄곧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수심 5천 미터 아래의 깊은 바다에도 마수를 비롯한 수많은 생물이 살고 있다는 점이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심연의 구멍에 와서 바닥까지 내려왔을 때 비로소 이곳이 지구와는 다른 환경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직경이 수백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심연의 구멍에서 위를 향해 끊임없이 발산되는 강력한 진동파가 구멍 주변의 물을 계속해서 위를 향해 밀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심연의 구멍은 행성 전체에 걸쳐 수백 개에 이른다고 했다. 일일이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그 중에 절반은 삼키는 곳이고, 나머지 절반은 뱉는 곳으로 짐작되었다.

이 구멍들이 끊임없이 한쪽에서는 바닷물을 위로 밀어내는 한편, 반대편에서는 밑으로 끌어당기는 역할을 하면서 이 거대한 바다 행성의 물을 크게 순환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뱉는 곳과 삼키는 곳은 어떻게든 서로 연결되어 있겠지.”

물론 그것이 실제로 물리적인 구멍이나 텅 빈 통로를 통해 연결되는 형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부드럽고 탄력이 느껴지기는 해도 고체임이 틀림없는 바닥 아래를 향해 마치 대기 중에서 마나 탐색을 할 때처럼 거침없이 자신의 마나가 투과되었다. 그것으로 보아 최소한 이 행성의 지각 일부는 마나 투과성이 무척 좋은 어떤 물질로 채워져 있음에 틀림없었다.

진우는 그런 물질에 의해 서로 다른 심연의 구멍들이 서로 이어져 있을 것이라 추측하였다.

“그렇다고 직접 파고들어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말이야.”

진우는 그곳에서 여러 날을 머물면서 다시 수련을 했다. 막대한 압력을 이겨내는 기술은 이미 터득했지만, 심연의 구멍 바닥에서 주기적으로 심장이 뛰듯 터져 나오는 진동의 파장을 견디는 것은 또 다른 수련을 필요로 했다.

일시에 강하게 밀어붙이는 충격파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몸속의 마나 파장을 거기에 맞게 변화시켜야 했다.

수련을 마칠 즈음해서 진우에게는 또 다른 방어 기술이 생겼다. 전투 시에 마나로 창이나 검의 형태를 만들어 날카롭게 파고들어오는 공격은 수비하는 쪽에서도 방어를 단단히 하거나 마나로 만든 또 다른 무기로 막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둔기나 폭발형 공격처럼 일정한 범위에 걸쳐 무겁게 짓쳐들어오는 공격은 심연의 구멍 바닥에서 터져 나오는 진동파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진우가 진동에서 전해지는 파동을 완전히 이겨낼 수 있게 되자 이제 그런 방식의 공격으로는 웬만해서는 진우에게 피해를 줄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진우에게 마나의 성질을 이해하는 데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돌을 부드럽게 변화시키는 기술을 습득한 일이었다. 그는 모든 압력에 대해 무리 없이 대처할 수 있게 되자, 그만 뎅게스 마을로 돌아갈까 하다가 문득 욕심이 일었다.

심연의 구멍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마나가 어떻게 해서 주변의 돌을 부드럽게 만드는지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진우는 시험 삼아 주변의 벽에서 돌을 떼어냈다. 심연의 구멍 바닥에서는 아무리 애를 써도 돌을 떼어낼 수 없었지만, 벽을 구성하고 있는 돌은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쉽게 떨어져 나왔다.

일단 벽에서 떨어진 돌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딱딱하게 변했다. 진우는 돌이 딱딱해짐에 따라 그 안에서 엷은 마나가 잉크처럼 새어나와 물속으로 풀려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는 얘기는 바닥을 포함한 주변의 돌에 뭔가 특별한 방식으로 마나가 스며들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인데...”

아무리 진우가 마나를 볼 수 있다고 해도 돌을 꿰뚫어 그 안에서 움직이는 마나까지 들여다 볼 수는 없었다. 그는 할 수 없이 바닥과 벽에 손을 붙이고 마나 탐색을 이용해 그 안에 있는 마나의 성질이나 움직임을 느끼려고 애를 썼다. 돌을 부드럽게 만드는 마나의 특성을 파악하려는 의도였다.

그렇게 호기심을 만족시키려고 애쓰느라 또 다시 열흘 가량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말았다.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벽에서 돌을 많이 떼어냈던지 그가 머문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주변의 벽이 처음보다 약간 넓어졌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예정에도 없던 시간을 소비한 덕에 결국 수련을 시작한 지 보름 만에 진우는 마나를 어떻게 변형시켜 주입을 해야 돌의 성질이 바뀌는지를 알 수 있었다.

“암석의 구성 성분에 따라 똑같지는 않겠지만 각자 성질에 맞는 마나를 파악한 뒤에 음의 마나가 1, 양의 마나가 3 정도 되는 비율이 되도록 섞으면 되는군. 하지만 이 비율도 무엇을 변형시키고자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그것은 진우가 압력을 이겨내기 위해 수련을 하던 도중에 얻은 깨달음의 연장선상에 있는 방법이었다. 마나와 사물을 굳이 따로 구분하지 않고, 모든 물질이 마나로부터 나왔다거나, 마나의 또 다른 존재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면 굳이 사물과 마나의 성질을 따로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진우는 다양하게 변화시킨 마나를 끊임없이 돌에 주입시킴으로써 그때그때 나타나는 반응을 살폈다. 어떤 경우에는 마나가 전혀 돌에 스며들지 않는가 하면, 또 다른 경우에는 마나를 발현하자마자 아무런 저항 없이 마나가 담기기도 했다.

심지어는 돌이 가루처럼 부서지거나, 마치 그 자리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주입시킨 마나가 돌을 통과해서 쑥 지나쳐버리기도 했다.

“내 마나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 자연스러운 성질의 마나라고 하더니, 그게 뭘 의미하는지를 이제야 알겠네.”

진우는 토바르 행성의 암석이 마나를 유난히 잘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수련을 하면서 그것이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라 자신의 마나가 지닌 독특한 성격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의 마나를 이루는 바탕이 아주 조화롭고 균형이 잡힌 성질의 마나였기 때문에, 비슷한 특성을 지니고 있던 토바르 행성의 암석이 그것을 저항 없이 흡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의도적으로 특정한 성격을 띠도록 억지로 변형시켰을 때에는 마나가 전혀 돌에 스며들지 못하는 것을 보고서야 그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지구에 돌아가면 여러 가지 물질을 가지고 그걸 변형시키는 실험을 해봐야겠네.”

이곳에서는 주변에 보이는 게 모두 똑같은 물 아니면 비슷비슷한 돌 뿐이었다. 그러니 수련을 조금 더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지구가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돌의 성질을 바꾸는 기술을 익히는 것을 끝으로 이곳에 와서 하려고 했던 모든 일이 하나만 남기고 모두 끝났다. 진우는 슬슬 수련을 마치고 뎅게스 시로 돌아가기로 했다.

*  * * * *

“가셨던 일은 모두 원하시던 대로 이루셨습니까?”

진우가 뎅게스로 돌아가자 마침 자리를 지키고 있던 경호대장 찬드로가 직접 도시 입구까지 나와 그를 맞아주었다. 진우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찬드로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 역시 이제는 진우의 고갯짓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진우가 전에 마수에 의해 파괴되었던 건물들이 있던 곳을 지나면서 주변을 둘러보자, 옆에 서 있던 찬드로가 그의 속마음을 짐작했는지 미소를 띤 얼굴로 설명을 했다.

“굴록에 의해 파괴되었던 건물들은 모두 복구되었습니다. 다행히 큰 탈 없이 다른 때보다 빨리 수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영웅께서 녀석을 빨리 해치워주신 덕분에 큰 피해가 나지 않았으니까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경호대장이라고 하더니 전투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눈치도 좋았다. 찬드로는 부하를 시켜 시장에게 진우가 왔다는 사실을 알리게 하고 그를 인도하여 환영회가 열렸던 큰 건물로 안내했다.

알고 보니 그곳은 시청을 비롯한 여러 가지 주요 관청이 자리를 잡고 있는 곳이었다. 그 역시 찬드로의 설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었다.

건물의 입구에는 시장이 자신의 손녀인 톨과 함께 그를 마중하러 나와 있었다.

“일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시장은 진우의 귀환을 반기며 그를 직접 예전에 환영회가 열렸던 홀까지 안내했다. 건물 중앙에 자리 잡은 홀에는 미리 연락을 받았는지 몇몇 사람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장은 그들이 도시를 관리하는 직책을 지닌 책임자들이라고 소개했다. 시장의 소개가 끝나자 일행이 저마다 활짝 웃으며 그를 향해 반갑게 인사를 했다.

진우는 인사가 끝나자 자신을 다시 물 없는 방으로 안내하려는 톨을 만류하고는 시장을 향해 몸을 돌렸다.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곳을 떠나기 전에 그로부터 머리가 좋아지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진우는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전할까 고민하다가 먼저 옆에 서 있던 경호대장 찬드로를 가리키고는 자신의 손에 마나를 주입시켜 바닥을 살짝 쳤다. 그러자 홀 바닥의 돌이 쿵 소리를 내며 움푹 들어갔다. 지켜보고 있던 토바르 인들이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지만 진우는 그들의 반응을 모른 척하고 이번에는 홀에 모여 있던 일행 가운데 한 사람을 가리켰다.

도시의 수리와 건설을 담당하는 책임자라고 소개를 받았던 인물이었다.

진우가 자신을 가리키자 영문을 몰라 하던 그가 우물쭈물하며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진우는 홀 바닥을 이루고 있던 돌을 조금 떼어내서 그 안에 심연의 구멍에서 수련했던 방식대로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딱딱하던 돌이 금방 부드럽게 변했다. 진우가 자신처럼 마나를 일으켜 돌을 변형시키자 지켜보고 있던 건설 책임자에게서 ‘오오~’하는 감탄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진우는 이번에는 시장을 가리켰다. 그리고는 다시 손에 마나를 일으켜 자신의 머리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 맺혀있던 마나가 머릿속으로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진우가 같은 동작을 몇 번 반복하자 눈만 깜빡거리며 지켜보고 있던 시장이 갑자기 손뼉을 짝 하고 치더니 말을 했다.

“영웅께서는 혹시 마나를 이용해 머리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에 관심이 있으신 겁니까?”

진우는 시장에 말에 활짝 웃으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러자 시장이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가르쳐 드리는 것이야 어렵지 않지만 이 방법은 타고난 소질이 없으면 배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선택된 인재에게만 전수하는 것이라 다른 책임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진우는 시장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다시 한 번 바닥에서 돌을 한 조각 떼어냈다. 그리고는 그 안에 마나를 주입시켜 아주 조그만 폭탄을 하나 만들었다. 과거라면 살아있는 생물이 아닌 돌 속에 마나 폭탄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겠지만, 이미 자신의 마나로 돌을 변형시키는 방법을 터득한 그로서는 이제 그런 일도 할 수 있었다.

물론 폭탄을 만드는데 사용한 마나는 진우 자신의 것이었다.

그가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폭탄을 심은 돌조각을 멀리 던지자 물속을 날아가던 돌이 어느 순간 펑하고 터지고 말았다. 진우는 돌이 터지자 깜짝 놀라는 일행을 바라보면서 손가락으로 경호대장을 가리켰다.

그러자 역시 눈치가 빠른 사람답게 경호대장이 입을 열었다.

“영웅께서는 굴록을 해치울 때 사용했던 기술을 저에게 가르쳐주시겠다는 뜻입니까?”

그의 얼굴에 감격과 흥분의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진우는 활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진우의 대답을 확인한 경호대장이 열망이 가득한 눈빛을 하고 시장을 쳐다보았다. 시장은 그의 눈빛을 슬쩍 피하고는 주변에 있던 다른 일행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잠시 자기들끼리 뭔가를 수군거리더니 결국 의견이 결정되었는지 시장이 진우를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좋습니다. 만약 저희들이 그 기술을 배울 수 있다면 앞으로도 마수들을 물리치는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렇다면 저도 머리를 활성화시키는 기술을 가르쳐드리는 것을 망설일 수는 없겠지요. 영웅의 배려에 미리 감사드립니다.”

어차피 주고받는 것이니까 서로가 크게 감사할 일이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진우는 특별히 의사를 표시할 방법이 없었으므로 그저 두 손을 공손히 가슴에 모았다. 일행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  * * * *

마나폭탄을 만드는 기술은 최소한 상급 헌터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어야 배울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진우가 보기에 경호대장 찬드로는 아직 최상급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상급은 충분히 넘어 보이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톨이 만들어준 물 없는 방에서 하루를 아무 생각 없이 푹 쉰 다음, 찬드로를 도시 밖으로 데리고 나가 며칠 동안 약한 마수들을 상대로 마나 폭탄을 만드는 기술을 가르쳤다.

말을 해서 전해줄 수는 없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직접적인 시연을 통해 알려주는 수밖에 없었다. 근처의 마수들을 잡아 놈의 몸에 두 사람이 동시에 손을 대고는 녀석의 몸 안에서 마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느끼게 해 주었다.

그 과정에서 심지어는 찬드로의 체내에 직접 마나 폭탄을 만들었다가 해제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찬드로는 도시를 지키는 전사답지 않게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기술의 전수는 며칠 만에 모두 끝났다. 찬드로가 전사치고는 눈치가 빠르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찬드로에 대한 기술 전수가 끝나자 이번에는 시장이 직접 나서서 진우에게 자신의 기술을 가르쳤다.

그 역시 입으로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진우의 몸에 직접 손을 대고 기술을 시연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기술을 적용받았는데도 진우의 머리는 활성화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종족이 다르다보니 효과가 없는 듯합니다.”

진우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사실 그는 촌장의 기술에 담겨 있는 핵심적인 비법을 이미 다 깨우치고 있었다. 머리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작게는 뇌에 위치한 혈관 속의 노폐물을 없애서 혈액의 운행을 원활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뇌세포의 일부, 혹은 전부에 자극을 줌으로써 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게 핵심이었다. 진우는 시장이 뇌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이 돌에 마나를 불어넣어 그것의 성질을 변화시키는 방법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렸다.

시장은 자신이 제대로 기술을 전수하지 못하는 것 같아 몹시 미안해했지만 진우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여 그를 달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속에 걸리는 게 있었던지 진우가 뎅게스를 떠나던 날 제법 많은 마나 스톤을 주머니에 담아 그에게 건넸다.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잡았던 글록의 사체 부산물을 주겠다고 하는 그에게 진우가 가능하면 마나 스톤으로 대신 받을 수 있겠냐는 의사를 전했기 때문이었다. 시장이 건네 준 마나 스톤의 양은 잘은 모르겠지만 그가 짐작하기에 사체 부산물이 지닌 가치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진우는 감사하게 그것을 받았다. 이제는 정말 지구로 돌아갈 때였다.

============================ 작품 후기 ============================

미리 말씀드렸던 대로 이번 파트는 조금 일찍 끝났습니다. 하지만 다음 편은 또 조금 길어질 것 같네요. 즐겁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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