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화
진우는 자신을 향해 뜬금없는 소리를 내뱉는 프레일을 보면서도 당황하지 않았다. 처음 보는 인물이기는 했지만 생김새를 통해 상대가 플레비크의 전사라는 것은 첫눈에 알아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서슴없이 주인님 운운한 것으로 보아 자신을 쓰러뜨리고 이야기로만 들은 종속의 낙인을 찍으려 한다는 것도 알아차렸다.
진우의 얼굴에도 웃음이 나타났다. 여러 가지 의미를 담은 웃음이었다.
“올 거면 진작 오든지 했어야지. 너무 오래 기다렸잖아.”
진우의 대답에 프레일이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로서는 진우가 자신을 기다리는 동안 밤마다 적지 않은 마나를 소모해야 했다는 것을 알 턱이 없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
프레일은 얼결에 그렇게 묻고 말았다.
“오기로 한 거 아니었어? 콴톤 의장이 내가 있는 곳을 너희들에게 알려주겠다고 했었어. 그 연락을 받고 온 거잖아?”
“그렇군. 그 말이 맞다. 콴톤 의장이 좌표를 알려주더군. 아스탄이라는 쓰레기를 통해서도 제법 정보를 얻었지. 나는 프레일이라고한다. 상급 전사지. 너를 쓰러트리고 노예로 만들기 위해 왔다.”
“아스탄이 어디로 갔나 했더니 결국 너희들 품 안으로 뛰어들었군. 네 말을 들으니 그 놈은 플레비크 인들에게도 좋은 대접을 받지는 못하는 것 같군. 아무튼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알고 왔겠지만 나는 강진우다. 너희 기준으로 치면 나도 상급 전사가 맞겠군.”
진우는 대답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씩 웃었다.
프레일은 생각보다 태연한 진우의 표정에 내심 감탄하면서도 건방진 그의 태도에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눈앞에 있는 지구인이 자신의 실력에 대해 철이 없어 보일 정도의 자신감에 차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상대는 지구인으로서는 최초로 동조 단계에 든 상급 전사라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상급 전사인 자신을 보고서도 말과 행동에 특별한 긴장감이 보이지 않았다.
‘동족들 가운데에서는 비교 불가능한 경지에 오른 것일 테니 자만심이 든 건가? 쩝. 그렇다면 조금 실망인 걸.’
그는 진우가 최선을 다해 자신을 상대해 주기를 바랐다. 그 편이 싸움 자체도 더 피가 끓었고, 패배했을 때의 상대가 느끼는 좌절감도 더 컸다. 패배로 인해 좌절하는 녀석은 전의를 버리지 않는 놈들보다 종속의 낙인을 찍기 쉬웠다.
그는 마나 구속 필드를 펼치기 위해 마나 스톤을 가공한 장치를 꺼냈다. 그것을 손에 쥔 채 프레일은 진우를 향해 물었다.
“이곳에서는 마나의 힘을 이용하여 싸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의기양양한 것이라면 생각을 바꾸는 게 좋다. 이건 마나가 이동하지 않게 주변을 완전히 차단시켜 주는 장치거든. 이걸 사용하면 몸 안에 있는 마나를 온전히 사용할 수가 있지.”
그는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손바닥 위를 쳐다보고 있는 진우를 향해 씩 웃었다.
“저 바위기둥이 마나를 빨아들이는 짓을 멈춘 지 얼마 되지 않았을 테니 지금쯤은 네 몸 안에 마나가 얼마 없을 거다. 반면에 나는 대부분의 마나를 보존한 상태지. 이 싸움은 이미 끝난 거나 다름없어. 그러니 그냥 항복하고 종속의 낙인을 받아들이는 게 좋을 거다.”
프레일은 평소와 달리 싸움 전에 말을 조금 많이 하고 있었다. 그는 본래 신중한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다소 들떠 있는 상태였다.
이번 일은 예상보다 번거로운 준비를 많이 해야 했고, 그 바람에 적지 않은 시간을 소비했다. 그가 상급 전사가 된 뒤로, 다른 행성을 침공할 때를 제외한다면 이렇게까지 공을 들여 어떤 일을 준비했던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노력한 일이 이제 성공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고, 그 탓에 평소보다 말을 많이 했다. 그것이 그이 첫 번째 실수였다. 진우는 그가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동안 이미 마나 기관에 있던 마나를 끄집어내 체내의 마나를 거의 채워 놓았던 것이다.
진우는 프레일의 말에 별 대꾸 없이 그를 향해 한쪽 손가락을 내밀어 까닥였다. 헛소리 말고 그만 덤비라는 뜻이었다. 그것을 본 프레일의 입가에 비틀린 웃음이 걸렸다. 그의 전신에서 살기가 뭉클 솟아올랐다.
“너는 조금 두드려 맞은 뒤에 노예가 되어야겠군.”
그 말과 함께 그의 손에 들려 있던 가공된 마나 스톤이 허공으로 던져졌다.
펑
작은 폭발 소리와 함께 마나 스톤이 터지자 그와 진우를 둘러싼 반경 40m 가량의 공간에 반구 모양의 마나 구속 필드가 펼쳐졌다. 그는 그것이 자신의 승리를 보장하는 열쇠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그의 두 번째 실수였다.
프레일은 가공된 마나 스톤이 터지면서 자신의 몸 바깥에서 체내의 마나를 잡아당기던 힘이 일시에 사라지는 것을 통해 마나 구속 필드가 제대로 펼쳐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마나 구속 필드의 가동을 확인하자마자 순식간에 전신의 마나를 발현시키며 진우를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하지만 그 순간 진우는 마치 무엇인가에 놀란 듯이 동그랗게 눈을 뜨고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멍청한 자식. 이 와중에도 한눈을 팔다니. 역시 여물지 못한 놈이었어.’
그는 손 전체에 마나를 집중시킨 채 진우의 가슴을 향해 강하게 주먹을 날렸다. 제대로 맞으면 한 방에 죽을 수도 있는 공격이었지만, 설사 어설프게 막더라도 일단은 조금 두드려 패 줄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진우는 마치 그의 주먹이 날아오는 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한 듯 여전히 달려드는 프레일보다는 주변을 둘러싼 마나 구속 필드만을 살피고 있었다.
프레일은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만큼 진우는 지금 주변을 둘러싼 마나 구속 필드의 모양에서 충격에 가까운 느낌을 받고 있었다.
‘이것은?“
진우는 마나를 볼 수 있는 능력 덕분에 현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마나 구속 필드의 구조를 선명하게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그의 눈에 보이는 마나 구속 필드의 경계벽은 단순히 마나를 압축시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일종의 결정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그것이 진우에게는 충격과 감탄을 주었다. 그동안 고민하던 새로운 수련 방법에 대한 실마리가 한꺼번에 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나를 이용해 외부에 방어벽을 구축하는 것은 진우도 중급 전사 때부터 익히 사용하던 방식이었다. 동조의 단계에 접어든 지금은 상당히 두껍고 질긴 방어벽을 세 겹 이상 씌우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 진우의 눈에 또렷이 보이는 마나 구속 필드의 경계는 평소에 그가 사용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격벽이었다.
마치 잘 만들어진 벌집을 보는 것과 같은 육각형의 구조가 일종의 결정 형태를 이루면서 그와 상대를 둘러싼 공간을 에워싸고 있었다.
‘아아...’
진우는 그 순간 지금까지 자신이 사용하던 마나 통제 방식이 얼마나 단순하고 심지어 무식한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은 주변의 마나를 의지에 따라 동조시킬 줄 알면서도 그 방식은 근본적으로 마나를 단순히 응축시키는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나 방어벽 뿐만이 아니라 마나를 이용한 공격 무기인 마나 송곳, 마나 폭탄은 물론 마나를 형상화시킨 검이나 방패 역시 마찬가지였다.
진우는 결정 구조의 마나 구속 필드를 보면서 순간적으로 자신이 지금까지 무엇을 잘못해 왔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느라 자신을 향해 주먹을 뻗어오는 상대의 주먹에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는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퍼억
상대의 주먹이 가슴 근처에 거의 다다를 때에야 비로소 자신의 실책을 깨달은 진우가 급하게 마나를 온몸에 덧씌우면서 왼손을 들어 주먹을 막았지만 반응이 살짝 늦고 말았다. 그 바람에 진우는 가슴 한 복판에 상대의 주먹을 제대로 허용하고 말았다.
쾅
프레일의 주먹을 맞은 진우는 그대로 뒤로 튕겨져 나가 공터를 둘러싸고 있던 절벽에 큰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으윽.”
튕겨져 나간 그의 몸이 절반가량 바위를 파고들었다. 입가에서 피가 울컥 쏟아져 나와 턱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잠시 방심한 대가치고는 타격이 너무 컸다. 진우는 급히 치료 마나를 운용해 손상된 가슴을 회복시키면서 체내의 마나를 맹렬하게 활성화시켰다.
그런 진우를 향해 끝장을 내겠다는 듯이 달려든 프레일의 오른발이 아랫배를 노리며 직선으로 찔러 들어왔다.
“빌어먹을 자식이.”
진우는 급히 절벽에 박힌 몸을 빼어 내면서 양손에 마나를 씌운 채 상대의 발을 쳐냈다.
깡
마치 투명한 강철이 부딪히는 것과 같은 소리를 내며 프레일이 발이 옆으로 비껴져 그의 뒤에 있던 절벽을 파고들었다. 내지른 발의 위력이 얼마나 강했던지 그의 발끝에 닿은 절벽의 바위가 두부처럼 푹 파였다.
프레일은 그 상태에서 발을 빼지도 않고 오히려 박힌 발을 축으로 삼아 빙글 돌며 진우의 아래턱을 향해 왼발을 날렸다.
퍽
진우가 허리와 고개를 동시에 숙이며 옆으로 빠져나가자 허공을 때린 상대의 발이 절벽의 일부를 무너뜨리며 그의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프레일은 첫 공격에 주먹을 얻어맞고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호흡을 고를 여유도 없이 연이어 전개된 자신의 공격을 피해낸 진우를 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좀 멍청한 구석은 있지만 아주 맹탕은 아니군. 그래도 싸우는 재미가 조금은 있겠어.”
진우를 바라보며 씩 웃는 그의 얼굴에는 여유와 자신감이 드러나 있었다. 진우는 입가에 묻은 피를 소매로 닦아내며 얼굴을 조금 찡그렸다.
“재미라. 재미있게 싸우고 싶나?”
처음에 당황한 듯 보이던 진우가 주먹 한 방을 얻어맞은 뒤로는 급격히 침착함을 되찾는 모습을 보자, 프레일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떠올랐다.
“아직 여유가 있군. 마나 구속 필드 안에서는 동조를 사용하기 어렵다고 해서 갑자기 자신감이라도 생긴 거냐?”
“마나 구속 필드? 이걸 그런 이름으로 부르는 모양이군. 이 장치는 너희들이 개발한 거냐?”
이 와중에도 자신의 호기심을 풀려는 진우의 모습을 보며 프레일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야스간처럼 고약한 행성이 아니라면 이런 조잡한 장치를 쓸 필요도 없지. 동조 기술을 이용해서 그냥 한 방에 쓸어버릴 수 있으니까. 이건 블리젠 행성이라는 곳에서 살던 놈들이 만든 거다. 외부와의 마나 이동을 완전히 차단시키는 장치지. 덕분에 이 안에서는 마나가 적어 동조 능력을 사용하기는 어렵지만 말이야.”
진우는 그 말을 듣더니 코웃음을 쳤다.
“마치 동조를 사용하지 못하면 네가 더 유리한 듯이 말하는구나.”
그러자 프레일이 씩 웃었다.
“당연하잖아? 플레비크 인들은 모두 타고난 전사다. 어렸을 때부터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면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곳이지. 그런 곳에서 태어나 상급 전사가 되려면 얼마나 많은 실전을 거쳐야 하는지 마나 하나 없는 쓰레기 행성 출신인 너로서는 짐작도 못할 거다.”
그 말에 진우의 얼굴에 고소가 맺혔다. 싸움으로 해가 뜨고 지는 역사를 가진 것은 지구도 마찬가지였다.
지구인들은 마나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신보다 육체적으로 훨씬 강한 맹수들을 몰아내고 지구를 정복했다. 게다가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자신들끼리도 피가 마르지 않는 처절한 전쟁을 거듭해왔다.
“타고난 전사라는 말이군. 어디 그럼 그 잘난 전사의 실력을 한 번 더 경험해 볼까?”
말을 마치자마자 진우의 몸이 프레일의 눈에서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그는 눈으로는 미처 진우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지만 오른쪽 옆구리로 접근하는 강한 살기를 느끼고 본능적으로 몸을 돌리면서 다리를 들어 상대의 공격을 막아냈다.
뻥
마치 가죽공이 찢어지는 것과 같은 소리가 마주친 두 사람의 발에서 터져 나왔다. 프레일은 순간적으로 뼛속까지 스며드는 고통에 눈을 찌푸리면서도 상대의 발을 막느라 치켜들었던 발을 그대로 내딛으며 진우의 관자놀이를 향해 강하게 주먹을 후려쳤다. 그러나 그 순간 진우의 머리가 아래로 푹 꺼지더니 프레일의 턱 아래에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으악.”
그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내지르며 공터의 중심을 향해 날아가더니 등부터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날아가던 속도를 줄이지 못한 그의 몸이 땅위에 긴 자국을 남기며 미끄러져나갔다. 프레일은 고통보다도 상급 전사인 자신이 체면도 지키지 못하고 비명을 내질렀다는 수치심에 얼굴이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퉤.”
찢어진 입안에 고인 피를 내뱉은 그는 언제 쓰러졌냐는 듯이 사납게 땅을 박차고 일어났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자신을 보며 의기양양한 웃음을 짓고 있는 진우를 보며 프레일은 우선 잠깐이나마 마나를 돌려 내부의 상처를 치료했다. 그러자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있던 진우가 빙긋 웃으며 다시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도발을 시도했다.
“한 번 주고 한 번 받았으니 서로 비긴 셈인가?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자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맹렬하게 돌진했다.
뻥, 뻥, 뻥.
손발이 서로 부딪힐 때마다 두 사람의 사이에서 잔뜩 압축된 공기들이 연신 터져나갔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형상화된 마나가 각자의 몸에 덧씌워져 있었지만 한 번씩 공격과 수비가 격돌할 때마다 몸에 전해지는 충격과 고통이 장난이 아니었다.
동조의 단계에 든 상급 전사들이 사용하는 발현의 기술은 최상급 헌터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두 사람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면서 쉬지 않고 상대를 향해 손과 발을 내질렀다.
“너, 이 기술들은 어떻게 배웠지?”
1분 정도의 공방이 쉬지 않고 계속되다가 잠시 틈이 생기자 프레일이 먼저 몸을 뒤로 물리며 진우를 향해 물었다. 그의 얼굴 위로 땀방울이 맺혀 흐르고 있었다. 그로서는 예상치 못한 접전이었다.
“어떻게 배웠냐고?”
진우 역시 이마 위로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문질러 닦으며 씩 웃었다.
“열심히.”
말과 함께 다시 그가 프레일을 향해 짓쳐 들어가며 왼쪽 가슴을 노리고 주먹을 뻗었다. 여전히 눈에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른 공격이었다.
프레일은 오른쪽으로 살짝 몸을 튼 상태에서 왼손을 후려치듯 내지르며 상대의 공격을 흘렸다. 동시에 상대의 왼쪽 아랫배를 향해 손바닥을 쫙 펴고 밀듯이 내질렀다. 하지만 그 순간 진우가 그대로 팔을 굽히며 몸을 더 붙이더니 오른쪽 팔꿈치를 휘둘렀다.
뻐억
강한 타격음과 함께 프레일의 동공이 순간적으로 살짝 풀어지면서 내밀던 손바닥이 진우의 허리를 스치고 지나가버렸다. 그 찰나의 빈틈을 노리고 진우의 왼손에 맺힌 검 모양의 마나가 그대로 프레일의 오른쪽 옆구리를 향해 찔러 들어왔다.
프레일은 순간적으로 강한 충격을 받아 머리가 멍했지만 상대의 공격을 허용하면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경각심에 가까스로 가물거리는 정신을 붙잡았다. 그는 사력을 다해 몸을 틀면서 상대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던 오른손을 억지로 아래로 뻗어 진우의 팔목을 잡았다.
그 상태에서 그대로 물구나무를 서듯 재주를 넘으며 진우의 뒤쪽으로 내려섰다. 그런 그의 발이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면서 진우의 뒤통수를 강하게 차고 나갔다.
“으윽.”
이번에는 순간적으로 진우가 정신이 멍할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서로가 한 차례씩 강한 일격을 주고받자 다시 한 번 잠시 싸움이 멎었다.
“상급 전사라더니 그래도 제법 하네. 설마 그걸 막아낼 줄이야.”
그러나 놀라기는 프레일이 더 했다. 이 녀석은 얼치기가 아니다. 순간적으로 정신이 바짝 들면서 그동안 상대를 경시하던 그의 눈매가 변했다.
“너야말로 제법이군. 조금 깔보는 마음이 있는 게 사실이었는데, 아무래도 제대로 해야할 것 같군.”
진우를 바라보는 프레일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변했다. 그 모습을 보는 진우 역시 자세를 바로하고 온몸을 긴장시켰다. 두 사람이 내뿜는 기세로 인해 마나 구속 필드 안의 공기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