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화
콴톤 의장은 진우의 경직된 얼굴을 보더니 헌터 패드를 꺼내 녹음 파일 하나를 열었다. 그러자 헌터 패드에서 아스탄과 벨푸가 나누었던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둘 사이의 대화는 니코레임 어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진우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대강의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벨푸가 한 이야기 중에는 노골적으로 니코레임 인들을 무시하는 내용이 있어 함께 듣고 있던 콴톤 의장과 타르코스 소장의 얼굴이 때때로 퍼렇게 물들었다. 진우 역시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해갔다.
녹음 파일의 재생이 다 끝나자 진우가 입을 열었다.
“결국 그들이 관심을 갖는 건 저 하나라는 말이군요. 그렇다면 제가 지구에 없다면 그들이 이곳으로 쳐들어 올 일은 없는 건가요?”
그의 말을 들은 타르코스 소장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 뿐만이 아니라 자네가 어디에 있는지도 저들이 알 수 있게 해야 하네. 그렇지 않다면 플레비크 인들은 일단 자네가 지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할 테니까.”
진우는 그런 타르코스 소장의 말을 듣고 허탈하게 웃었다.
“그렇겠지요. 그리고 그들의 공격은 제가 플레비크 인에게 쓰러지기 전까지는 계속될 것이고요.”
콴톤 의장과 타르코스는 그의 말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미안해한다고 해서 일이 저절로 해결될 것은 아니었다. 타르코스 소장은 파랗게 변한 얼굴을 감추지 않은 채 고개를 들고 진우에게 물었다.
“저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토칠라크에 있는 자네에게 동조 단계를 목전에 둔 중상급 전사 하나를 보낸다고 했네. 혹시 그곳에서 플레비크 인 전사를 만났었나?”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목전에 둔 게 아니라 이미 동조 단계에 들어섰더군요. 실력이 뭔가 조화가 맞지 않는 듯한 이상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단계 자체는 확실히 동조에 든 상태였습니다. 그렇잖아도 그 점에 대해 의아한 게 있어서 여쭤 보려던 참입니다.”
진우는 헌터 패드를 꺼내어 그것을 방 안에 있던 대형 화면에 연결했다. 그가 비행 드론으로부터 복사해 둔 루살카와의 전투 장면을 재생시키자 보기에는 숨 가쁘게 전개됐던, 하지만 정작 진우 자신에게는 다소 맥빠지는 전투에 불과했던 싸움이 대형화면에 나타났다.
눈 하나 깜짝 않고 모든 전투가 끝날 때까지 영상을 지켜본 콴톤 의장은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저 자는 스스로 자신을 루살카라고 밝혔습니다. 녹음 파일에서 벨푸와 아스탄이 제게 보내겠다고 했던 바로 그 자입니다. 다만 그 두 사람은 저 자가 아직 동조에 들지 못했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제가 만나본 바에 의하면 그렇지 않더군요. 이미 동조에 든 자였습니다.
물론 말씀드렸다시피 속도나 위력 등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약했어요, 특히 칼을 사용하는 솜씨는 오히려 지구의 최상급 헌터보다 못한 것 같았습니다. 보시니까 어떻습니까? 저 자가 특이한 건가요, 아니면 플레비크 행성의 상급 전사라는 자들의 수준이 다 저런 겁니까?”
콴톤 의장은 진우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저 자의 솜씨는 상급 전사라고 보기에는 많이 모자라는 것이 맞네. 나는 니코레임 행성에서 플레비크의 상급 전사 둘과 우리 행성의 영웅이라고 불렸던 레비스 님이 벌였던 전투를 직접 목격했었네. 전투가 너무 치열해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망원경을 통해 살펴본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둘 중 한 사람만 해도 저런 자라면 두셋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군.”
그 말에 진우는 약간 실망했다. 내심 플레비크 상급 전사라는 자들의 수준이 루살카와 비슷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정상적으로 동조의 단계에 오른 전사라면 자신이 경험했던 것보다는 더 수준이 높아야 했다. 아쉽지만 콴톤 의장의 말은 사실이라고 봐야 했다.
“그럼 저 자는 왜 저런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거죠? 상급 전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건가요?”
“글쎄, 아무리 상급 전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해도 저건 좀 지나치군. 어쩌면 전투를 거의 치르지 않고 종속의 낙인만을 찍어서 동조에 든 경우일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자존심이 강한 플레비크 전사 중에 그런 방식으로 상급 전사가 된 자가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네. 게다가 한 명의 전사가 그렇게 많은 상대에게 독점적으로 종속의 낙인을 찍기는 어려울 텐데 이상해. 나도 지금으로서는 이유를 분명히 알지 못하겠네.”
콴톤 의장의 짐작은 정확한 것이었다. 하지만 말을 한 당사자조차 설마 그게 사실일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만큼 루살카는 기행에 가까운 방법을 통해 성장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종속의 낙인이라는 게 도대체 뭔가요? 그걸 많이 찍으면 어떻게 해서 강해질 수가 있는 거죠?”
그 점에 대해서는 여태까지 말없이 둘 사이의 대화를 지켜보기만 하던 타르코스가 나서서 설명했다.
“플레비크 인들의 구호 중에는 ‘하나이면서 전체’라는 말이 있네. 우리 니코레임 인들이 ‘목숨보다 귀한 자유’를 외치는 것하고 비슷하지. 그들은 철저하게 상명하복으로 체계화된 방식의 사회를 발전시키는 쪽으로 진화했네.”
“하나이면서 전체라고요? 그리고 단순한 발전이 아니라 진화라고 했습니까?”
타르코스는 진우의 질문에 대답하려다 문득 ‘자유보다는 생존’을 택한 아스탄이 생각나서 조금 부끄러웠다. 그는 짐짓 기침을 해서 무안함을 감추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단순한 발전이 아니라 진화가 맞네. 플레비크 인들은 스스로를 우주 최고의 전사라고 자부하고 있지. 사실 그 말이 크게 틀렸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들은 어려서부터 전투와 대결을 통해 성장하네. 그런데 성인이 되면 대결에서 이긴 자는 진 자에게 종속의 낙인이라는 것을 찍지. 그것은 일종의 강력한 정신적인 구속과 같은 것이어서 한 번 종속의 낙인이 찍힌 자는 죽을 때까지 자신을 이긴 상대를 주인으로 모시게 되네. 주인이 스스로 낙인을 해제시켜 주기 전에는 절대로 구속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 뿐만 아니라 주인이 죽으면 그의 노예들도 모두 죽고 만다네. 주인과 노예가 서로 다른 행성에 떨어져 있을 경우는 예외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결국 노예는 주인과 운명을 같이할 수밖에 없지.”
진우는 타르코스의 설명에 황당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건 일종의 마나 구속과 같은 건가요?”
그의 질문에 타르코스는 가타부타 말을 않고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종속의 낙인을 찍기 위해서는 주인이 마나를 각성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걸 꼭 마나 구속이라고 하기는 어렵네. 그보다는 진화의 과정에서 발달된 고유의 생명 현상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주인이 죽을 때 함께 죽는 노예의 몸에서 특별한 마나의 뒤틀림이라든가 하는 것이 발견되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종속의 낙인을 찍어 상급 전사가 된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그걸 찍으면서 노예의 마나를 흡수하기라도 하는 건가요? 그렇더라도 단계를 뛰어넘기 위한 깨달음은 또 다른 문제일 텐데요?”
타르코스는 진우의 말에 동의를 표시하면서도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그가 잠시 말을 멈추고 다시 생각에 잠기자 이번에는 콴톤 의장이 나섰다.
“우리 별에 전하는 격언 가운데 두 사람의 바보보다 더 현명한 한 사람의 현자는 없다는 말이 있지. 아무리 치열하게 살면서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인생이 가진 깊이에는 미칠 수는 없다는 말이네. 플레비크 인들이 상대에게 종속의 낙인을 찍는 순간 그가 가진 마나의 일부를 흡수하는 것은 맞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가 살아온 인생의 일부를 나눠받는다는 거지.”
“인생을 나눠받는다고요?”
“그래. 물론 그렇다고 기억을 옮긴다든가 자아가 섞인다는 얘기는 아니야. 뭐라고 할까, 세상을 보는 관점이라든가 깨달음같은 것을 공유한다고나 할까. 주인이 죽으면 노예도 따라 죽는 것으로 보아서는 생명이 가진 끈이 서로 이어진다고 할 수도 있겠지.”
진우는 그게 정확하게 무엇을 뜻하는지 얼핏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콴톤 의장의 말은 계속되었다.
“아무튼 저들은 그렇게 종속의 낙인을 찍어 노예를 많이 거둘수록 급격하게 강해지네. 노예가 된 자도 자신보다 약한 자를 굴복시켜 노예이면서 동시에 주인이 될 수도 있는데, 그렇게 자기 밑에 있는 노예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그 위에 있는 주인은 계속 강해지지. 그래서 다른 행성에서는 한 명이 나올까 말까한 상급 전사, 그러니까 동조에 든 자를 열 명이나 가지고 있는 거네. 엄격하게 피라미드 형태로 구조화된 사회 체계를 운영하는 게 저들의 특징이야. 하나의 피라미드는 곧 하나의 개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면 되네. 그게 바로 ‘하나이면서 전체’라는 말의 뜻일세. 열 명의 상급 전사가 있다는 얘기는 플레비크에 열 개의 피라미드가 있다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네.”
루살카가 그렇게 약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가 중급 전사일 때부터 끊임없이 노예로 삼았던 대상이 같은 플레비크 인이 아니라 다른 행성인, 즉 알레이브 행성인이라는 점도 있었다. 피라미드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것이 다른 행성 사람이다 보니 마나는 계속 흡수하면서도 정작 인생의 공유에 빈 구석이 많았던 것이다.
“그나저나 그럼 저는 이제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으로 떠돌아 다녀야 하는 건가요? 제 행선지를 일일이 플레비크에 알리면서요?”
지금까지 얘기한 바에 의하면 그것이 맞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그 말에 담긴 의미가 워낙 잔인한 것이어서 콴톤 의장과 타르코스 소장은 차마 그렇다고 얘기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사실 그들이 준비하고 있는 훈련 프로그램 자체가 진우로 하여금 앞으로 여러 행성들을 전전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했다.
“자네에게 할 이야기가 있네. 조금 긴 얘기가 되겠지만, 부탁이니 끝까지 들어주게.”
콴톤 의장이 결국 힘겹게 입을 떼었다. 이제부터는 그동안 진우에게 깊게는 말하지 않았던 자신들의 사정을 설명해야 했다. 진우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그가 확실히 동조에 든 만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 * * * *
콴톤 의장과 타르코스는 번갈아가며 그들이 어째서 자신들의 고향별인 니코레임을 떠나 지구로 망명을 떠나야 했는지를 설명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오십여 년 전, 니코레임은 세 차례에 걸쳐 플레비크 인들의 침공을 받았다. 다행히 처음 두 차례의 침공은 무사히 막아낼 수 있었다.
당시 그들에게는 영웅으로 불리던 레비스가 있었던 것이다. 두 번의 전투에서 레비스는 니코레임 인들을 이끌고 바실라와 더크라는 두 명의 상급 전사와 함께 쳐들어왔던 플레비크의 전사들을 물리쳤다.
그 과정에서 두 명의 플레비크 상급 전사들을 쓰러뜨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세 번째 침공에서는 한꺼번에 두 명의 상급 전사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이 현재 니코레임을 지배하고 있는 벨푸와 노르호지였다.
레비스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저항했지만 결국 그들의 합공에 숨을 거두었고, 남은 니코레임 인들은 모두 플레비크 인들에 의해 종속의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 극히 일부의 니코레임 인들만이 미리 준비했던 비행선에 몸을 싣고 고향별을 떠날 수 있었다.
“우리는 동조 이상의 단계에 들 새로운 인물을 찾아야 했지. 니코레임 인들 가운데에서 그런 사람이 나올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은 언제가 될지를 기약할 수 없는 일이었네. 니코레임 인들은 동조는커녕 최상급에 들기도 어렵거든. 영웅 레비스조차도 무려 삼백 년만에 나온 동조 단계의 헌터였으니 말이야.”
그래서 그들은 지구 주위의 정지 궤도에 있는 열 두 개의 비행선 안에서는 자신들의 아이들을 훈련시키는 한편, 지구인들에게도 헌터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마나가 희박한 곳에서는 헌터나 전사가 잘 나오지 않아.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곳일수록 상급 이상의 전사가 나타나는 확률은 더 높네.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는 생물이 살아남기 힘들지만, 반대로 살아남았을 경우 엄청나게 강한 생명력을 가지게 되는 것과 비슷해. 우리는 다른 행성에서의 관찰 결과를 통해 마나가 전혀 없는 환경 속에서 자란 지구인들이 마나를 각성하게 되면 오히려 높은 비율로 상급 이상의 헌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 그리고 지금까지의 결과는 그 예상이 맞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말일세.”
니코레임은 마나가 풍성한 행성이었다. 그곳에서 나고 자란 니코레임인들은 거의 대부분 체내에 마나를 흡수했고, 절반가량은 마나를 각성했다.
반면에 지구인들 가운데에는 전문 헌터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마나를 흡수하는 사람마저도 고작 만 명 가운데 한 명 꼴이었다. 그 중에 마나를 각성하는 이들은 다시 20~25% 정도였다.
니코레임 인들에 비하면 턱 없이 낮은 비율이었다.
하지만 마나를 각성한 사람들 가운데 30% 가량이 발현에 성공해서 중급 헌터가 된다는 점에서는 니코레임 인들과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거기다 지구인 중급 헌터 중에 거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 대체로 상급 헌터가 된다는 사실에 이르면 니코레임 인들로서는 도저히 기대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상급 헌터 가운데 최상급 헌터가 되는 비율은 말할 것도 없었다. 상급 헌터가 되는 비율부터는 플레비크 행성인들처럼 특이한 방법으로 성장하는 종족을 제외한다면 우주에서 거의 독보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그동안 우리도 우주 공간에서 니코레임의 젊은이들을 훈련시켜왔네. 그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하급 헌터가 되었지. 하지만 상급 이상의 헌터만 따지면 그 숫자가 너무 미미해. 애초에 젊은이들의 숫자 자체가 많지 않기도 했으니까. 반면에 지구인들의 경우 전 세계로 따지면 최상급 헌터만 해도 벌써 백 명이 넘어. 더구나 자네처럼 이미 동조의 단계에 든 헌터도 나왔으니 우리로서도 기대를 뛰어넘는 경악할 만한 성장 속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네.”
마지막으로 설명을 하던 콴톤 의장은 갑자기 진우에게 고개를 숙였다.
“니코레임을 되찾기 위해 우리는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네. 하지만 그 일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동조 이상의 단계에 든 헌터들이야. 우리에게 전해지는 전설이 맞는다면 자네는 지배의 단계까지 오를 수 있을 걸세. 만약 자네가 지배의 단계에 들어 우리를 도와준다면 니코레임을 되찾는 일도 더 이상 꿈은 아닐 걸세. 우리는 현재 가장 큰 희망을 자네에게 걸고 있네.”
콴톤 의장이 그렇게 얘기를 하자 타로코스 소장도 그와 함께 진우에게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이 동시에 그를 향해 소리쳤다.
“부탁하네. 도와주게.”
진우는 잠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었다. 그들의 갑작스러운 태도도 당황스러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생각해야 할 게 많았다.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부탁이 아니었다. 그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콴톤 의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어조에 비장함이 깃들어 있었다.
“우리로 인해 자네가 위험한 처지에 빠지게 된 점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 이상으로 앞으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서 자네를 돕겠네. 원하는 게 무엇이든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지, 줄 수 있는 것은 모두 주겠네. 우리가 자네의 성장을 위해 따로 준비한 훈련 계획도 마련되어 있어. 부탁이네. 제발 도와주게.”
진우는 잠시 머릿속이 멍했다. 이게 무슨 만화영화도 아니고 갑자기 우주를 구하는 영웅의 역할이라니. 속으로 헛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은 아직 두 명의 상급 전사는커녕, 단 한 명의 상급 전사도 확실히 당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그가 지금까지 받았던 도움을 생각한다면 이들을 도와주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도리였다. 그러나 과연 그렇기만 한 것일까? 한참 동안 고민하던 그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일단 시간을 좀 주세요. 당장이라도 플레비크 인들이 저를 찾아 지구로 찾아올 수도 있다는 점은 저도 잘 알고 있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며칠 정도는 제게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콴톤 의장과 타르코스 소장이 고개가 한층 더 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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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는 다음 파트로 넘어가기 위해 설명이 조금 많습니다. 혹시 지루할 수도 있지만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