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성 헌터-127화 (127/235)

127화

“동조에 들었다는 지구인을 직접 만나야겠군. 지구의 위치를 말해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계속 입을 다물고 있던 벨푸가 다시 말을 꺼냈다. 아스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벨푸가 강진우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제 공은 자신에게로 넘어온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건 지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아스탄의 말투가 조금 당돌하다고 느꼈는지 벨푸의 눈이 사나워졌다.

“네가 보낸 정보에 의하면 지구에는 마나가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곳에 사는 종족이 동조 단계에 들었다니 솔직히 황당한 느낌이야. 그것도 세 개의 마나 크리스털을 흡수했다고? 네가 영상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나는 아직 완전히 믿을 수 없다. 그러니 그 자를 직접 만나보고 네놈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을 해야겠다. 네놈의 부탁을 들어줄지의 여부는 그 뒤에 결정하겠다.

벨푸의 어투는 거칠었다. 말 사이사이에 은근히 기세를 풍기기도 했다. 하지만 아스탄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그 자를 만나고 싶으시다면 굳이 지구에 가실 필요가 없습니다. 녀석은 지금 지구가 아니라 토칠라크라는 행성에 있습니다.”

“토칠라크?”

아스탄의 말을 들은 벨푸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문득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함께 데리고 왔던 플레비크 전사 중에 한 명을 불렀다.

“마르칼이 간 곳이 토칠라크였지? 녀석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나?”

그러자 벨푸에게 지목 당한 전사가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돌아왔어야 할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아직 연락도 없는 걸로 봐서는 아마 그곳에서 무슨 일을 당한 듯합니다. 원하신다면 다른 전사를 보내겠습니다.”

“다른 전사? 마르칼은 중급 전사였다. 소식이 없다는 건 죽었을 수도 있다는 뜻이잖은가? 다른 전사를 보낼 생각이라면 적어도 녀석보다 더 실력이 좋은 전사이어야 할 텐데?”

조금 짜증이 섞인 어투로 말을 하던 벨푸는 갑자기 아스탄에게 고개를 돌렸다.

“네가 말한 그 지구인이라는 자의 이름이 뭐지? 그 자는 언제부터 토칠라크에 머물렀나?”

“강진우라고 합니다. 그가 토칠라크에 머문 지는 대략 오 개월이 조금 넘었습니다. 아, 물론 지구 시간으로 말입니다. 플레비크의 시간으로는 백 일이 조금 안 됩니다.”

벨푸는 아스탄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마르칼이 토칠라크에 갔을 때에도 그 강진우라는 자가 거기에 있었다는 소리군. 혹시 둘이 만났던 것은 아닐까?”

그의 말을 들은 아스탄이 품에서 다시 헌터패드를 꺼냈다.

“사실은 아까 보여드린 영상의 앞부분에 플레비크 전사 한 명이 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있습니다. 워낙 저를 다그치셔서 강진우가 동조 단계에 들었다는 증거가 있는 뒷부분만 먼저 보여드렸습니다. 이번에는 한 번 앞부분을 살펴보시지요.”

아스탄이 동영상을 틀어 플레비크 전사가 마나 크리스털과 싸움을 벌이고 있던 첫 장면을 보여주었다. 영상을 보자마자 벨푸의 얼굴이 와락 찌푸려졌다.

“마르칼이 맞군. 그런데 저 녀석은 왜 저렇게 허둥대는 거지? 저 상처는 도대체 뭐야? 누군가 녀석을 공격하는 것은 분명한데 보이지를 않는군. 강진우라는 자가 공격하는 건가?”

아스탄은 얼른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강진우가 공격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희는 토칠라크에 공격형 마나 크리스털이 있었던 게 아닌가 짐작하고 있습니다.”

“공격형 마나 크리스털?”

“아마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행성에 따라서는 드물기는 하지만 단순한 결정의 형태가 아니라 스스로 하나의 생명체처럼 활동하는 마나 집약체가 있습니다. 토칠라크에 그런 녀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 네가 말하는 그 마나 크리스털이 마르칼을 죽였는데, 강진우라는 지구인이 오히려 녀석을 흡수하고 동조 단계에 들었다는 건가?”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능한 일이기는 했다. 모습을 감춘 채 공격하는 새로운 형태의 마수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영상에 나타난 모습으로 보아 마수보다는 마나 크리스털이라는 해석이 더 그럴 듯해 보였다. 벨푸가 다시 아스탄을 쳐다보았다.

“화면을 보니 강진우라는 자가 마나로 이루어진 구체를 흡수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네 말마따나 놈이 동조의 단계에 들었을 가능성이 크겠지. 하지만 일단은 확인을 해 봐야겠다. 전사를 하나 더 보내 놈의 실력을 검증해 보고, 그 결과에 따라 네 부탁을 들어줄지의 여부를 결정하겠다.”

그러자 벨푸의 옆에 있던 전사 하나가 나섰다.

“주인님. 그럼 최소한 마르칼보다 강한 중상급 전사나 상급 전사를 보내야 합니다. 지금 니코레임에는 상급 전사가 주인님과 노르호지님 두 분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 둘을 제외한다면 다른 중상급 전사들은 현재 모두 다른 행성에 나가 있습니다. 꼭 가야 한다면 제가 가겠습니다.”

“네가?”

벨푸는 고민에 잠겼다. 이번에 데리고 온 두 명의 중상급 전사들은 모두 자신이 직접 종속의 낙인을 찍은 노예들이었다.

플레비크 인의 특성 상 실력있는 노예의 수는 곧 주인 자신의 힘이기도 했다. 그저 그런 중급 전사라면 모를까 중상급 전사인 노예가 자칫 죽기라도 하면 그것은 곧 자신의 힘이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섣불리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그가 고민하는 눈치를 보이자 아스탄이 고개를 들고 벨푸에게 제안을 했다.

“알레이브 행성의 루살카 님은 어떻습니까?”

“루살카?”

벨푸는 아스탄의 말을 듣자 눈매가 날카롭게 변했다.

“네가 루살카를 어떻게 알지? 녀석은 니코레임 침공 때에는 참여하지도 않았었는데?”

아스탄이 슬쩍 미소를 지었다.

“저희 니코레임 인들은 지금도 열심히 외계 행성을 탐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문명을 건설한 종족이 있는 행성을 탐사하는 일을 맡았다가 알레이브에서 우연히 루살카님을 만났습니다.

그곳을 지배하고 계시더군요. 다행히 얘기가 잘 통했습니다. 그분이 저를 좋게 보셔서 간이 포털 장치도 몇 개 받고 도움을 좀 얻었습니다.

벨푸의 입에 잔인한 미소가 걸렸다. 들을만한 가치도 없는 헛소리였다.

전사 종족인 플레비크 인들은 그동안 일부러 니코레임 인들을 찾아다니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연으로라도 외계 행성에서 니코레임 인과 마주쳤다면 그냥 살려 보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눈앞의 이 영악한 녀석이 아직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놈이 루살카에게 거래를 시도했고 그것이 먹혔다는 뜻이었다. 벨푸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아스탄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을 했다.

“루살카에게도 동조에 든 지구인 얘기를 했나?”

묻는 벨푸의 눈에 약간의 살기가 어렸다. 흠칫 한 아스탄의 고개가 다시 아래로 향했다.

“당시에는 강진우라는 지구인이 아직 동조에 들지 못했을 때였습니다. 루살카 님에게 놈이 조만간 동조에 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드렸지만, 그분께서는 자신 역시 곧 동조에 들 테니까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처리하겠다고 하셨습니다.”

“호오. 루살카가 상급 전사가 된다?”

벨푸의 얼굴에 잠시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루살카는 1차 니코레임 침공 때 죽은 상급 전사 바실라의 노예였다.

본래 종속의 낙인이 찍힌 노예는 주인이 죽음을 당하면 함께 목숨을 잃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주인이 죽었는데도 노예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주인이 죽기 전에 노예에게 찍었던 종속의 낙인을 해제시켜 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인과 노예가 서로 다른 행성에 있는 동안 주인이 죽었을 때였다.

후자의 경우 주인이 죽은 뒤에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주인을 잃은 노예는 종속의 낙인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1차 니코레임 침공 당시 아직 중급 전사였던 루살카는 플레비크 행성에 남아 있었다. 덕분에 주인인 바실라가 니코레임의 영웅이라 불렸던 레비스에게 쓰러졌을 때에도 그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바실라가 죽은 뒤 1년이 지나자 플레비크 행성에 남아 있던 다른 노예들 몇몇과 함께 종속의 낙인이 풀린 그는 아직 개척이 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던 알레이브 행성에 가겠다고 자원을 했었다. 알레이브 행성에는 지성을 가진 원주민들이 있었지만 그다지 발달된 문명을 가진 곳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쉽게 허락을 받을 수 있었는데, 몇 십 년이 지나는 동안 그곳에서 꽤 많은 노예들에게 종속의 낙인을 찍은 것 같았다.

덕분에 중급에 불과하던 녀석이 어느 새 상급 전사를 바라보는 수준에 다다른 모양이었다.

벨푸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스탄을 힐끗 쳐다보았다. 니코레임 인답지 않게 지나치게 잔머리를 쓰는 녀석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녀석의 가느다란 목을 꺾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살려둘 필요가 있었다.

“루살카에게 연락해서 토칠라크에 가게 하겠다. 녀석에게는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거야. 루살카가 네 말대로 상급을 바라보고 있는 수준이라면 강진우라는 지구인이 동조에 들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겠지.”

벨푸의 말을 들은 아스탄의 얼굴에 보일 듯 말 듯한 미소가 걸렸다. 하지만 그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루살카 님으로는 강진우를 당할 수 없을 겁니다. 곧 상급 전사가 될 분을 아깝게 잃으실 수도 있습니다.”

벨푸의 얼굴에도 아스탄과 비슷한 미소가 걸렸다.

“네 말이 맞다면 루살카를 잃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플레비크 인들은 그런 희생을 아까워 하지 않아. 강한 적과 싸우다 죽는 것이야말로 플레비크의 전사들이 가장 바라는 죽음의 방식이니까. 네놈처럼 자신이 살기 위해 동족을 버리는 쓰레기는 플레비크에는 없다. 우리는 레비스를 보고 니코레임 인들을 높이 평가했었다. 그래서 너희들이 도망가는 걸 묵인했었지. 우리가 힘이 부쳐서 네놈들이 행성을 떠나 망명하는 걸 그냥 놓아둔 줄 아느냐? 그렇게 대규모로 비행선까지 끌고 탈출하는 걸 보면서도?”

아스탄은 벨푸의 말을 듣고 흠칫했다. 벨푸는 지금 알면서도 자신들을 놓아주었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말을 하는 벨푸의 목소리에 점점 진한 살기가 배이기 시작했다.

“네 놈을 당장 죽이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야. 너 따위는 종속의 낙인을 찍어 노예로 부릴 가치도 없으니까. 하지만 만약 루살카가 죽고 강진우가 무사히 지구로 귀환한다면 너는 지구의 위치와 상세한 정보가 담긴 자료를 들고 니코레임 행성으로 오거라. 우리 시간으로 30일을 주마. 그렇게 한다면 너의 자유와 생존을 내가 보장해 주겠다.

어쨌든 그렇게 강한 자라면 내가 직접 나서서 상대할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반대의 경우라면 너의 제안은 무의미해. 루살카에게도 쓰러지는 녀석이 최고 수준의 전사인 행성은 우리도 관심이 없어.”

벨푸의 몸에서 풍기는 살기가 점점 강해졌다. 아스탄은 간신히 버티고는 있었지만 점점 안색이 창백해졌다.

“돌아가라. 그리고 거래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네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경고하건대 착각하지 마라.

우리가 지구의 위치에 흥미를 갖는 이유는 오직 그곳에 동조 단계에 오른 전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때문이다. 너희 니코레임 인들에게는 관심이 없어. 우리가 그동안 정복한 행성이 한 둘인 줄 아는가? 플레비크 인들이 제 고향별을 떠나서 도망간 녀석들까지 일일이 찾아다니며 숨통을 끊을 정도로 한가한 줄 아나? 힘을 길러 도전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해. 하지만 자신이 없으면 그냥 숨죽여 살아라.

도전한다면 철저히 응징을 해 주겠지만, 숨죽이고 사는 약한 자들에게는 우리도 관심이 없다.”

말을 마친 벨푸는 아스탄에게서 등을 돌리더니 데리고 온 전사가 설치한 간이 포털 장치를 통해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자 아스탄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저 자식들은 역시 그냥 마수야. 지성체라고 할 수가 없어. 저 싸움에 미친 자식들.”

그는 싸움을 좋아하고 상대를 종속시켜 자신의 힘을 키우는 플레비크 인들이라면 지구로 망명한 자신들에게 당연히 관심을 가질 줄 알았다. 그런데 저 미친 자식들은 자신들을 고양이를 피해 구멍 속에 숨은 쥐새끼들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귀찮기는 하지만 굳이 찾을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아스탄은 이미 동족들을 저버린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새삼 부끄러움과 분노로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그동안 지구에 망명해 살면서도 지구인들을 자신이 적당히 이용할 수 있는 도구나 수단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강진우 따위는 그냥 죽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 왔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존과 자유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전력을 다해 강진우가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황당한 처지에 빠진 것이다.

*  * * * *

알레이브에 있던 루살카는 포털을 통해 전송된 짧은 메시지를 받았다. 그런데 메시지를 보낸 곳이 고향별인 플레비크가 아니라 니코레임이었다. 그것도 긴급 메시지였다. 그 점이 다소 의아했지만, 메시지의 내용을 확인한 그는 저절로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토칠라크에 동조에 들었을 가능성이 있는 지구인이 있으니 가서 확인해 보라고?”

아마도 아스탄이라는 니코레임의 쓰레기가 말했던 그 지구인일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그에 관한 이야기가 아스탄이 아닌 니코레임의 두 지배자 가운데 한 명인 벨푸로부터 왔다.

“아스탄 이 녀석이 아마도 벨푸님에게 직접 연락을 취한 모양이군. 아무튼 역시 쥐새끼 같은 놈이야. 그런데 이 녀석이 과연 벨푸님에게서 살아남았을까? 이런 녀석을 그냥 둘 분이 아닌데...”

벨푸가 비록 상급 전사이지만 자신의 주인은 아니었다. 그런 그가 자신을 꼭 집어서 토칠라크 행을 권했다는 것은 중간에 아스탄이 있지 않고서는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 거절해도 상관이 없는 일이지만 이런 기회를 거절한다는 것은 멍청한 일이었다.

토칠라크에는 식물을 제외하면 특별한 동물들이 살지 않는 행성으로 알려졌다. 전사 종족인 플레비크 인들로서는 특별히 관심을 둘 만한 곳이 아니었다. 다만 마나 크리스털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있어 상급으로 도약하고 싶은 일부 전사들만이 간혹 관심을 갖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곳에 지구인이 있고, 심지어 녀석이 동조 단계에 올랐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는 얘기는 그 지구인이 토칠라크에 있는 마나 크리스털을 흡수했을 수도 있다는 뜻이군. 하하하하하.”

메시지에는 현재 강진우가 머물고 있는 토칠라크의 좌표가 적혀 있었다. 루살카는 망설일 필요도 없이 토칠라크에 가기로 했다.

“그렇잖아도 상급 전사가 되었다는 것을 보고하려고 했는데, 미리 시험할 기회를 주는군. 벨푸님으로서는 아마 내가 놈에게 죽어도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놈이 설사 동조에 들었더라도 이번 싸움은 내가 이길 거야. 벨푸님으로서는 큰 기회를 놓친 셈이지.”

그는 한 달 전에 기어코 상급 전사에 올랐다. 아스탄이라는 니코레임 인에게는 1년을 얘기했지만, 어차피 그런 놈에게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솔직히 밝힐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동조의 단계에 오른 뒤, 그 동안은 확실히 적응하기 위한 수련을 하느라 플레비크에는 자신이 상급 전사가 되었다는 사실을 천천히 알리려고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루살카는 이 기회에 강진우라는 지구인을 쓰러뜨리고 놈에게 종속의 낙인을 찍고 싶었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자신은 지금보다 더 강한 경지에 단숨에 오를 것이다. 상급 전사를 노예로 삼다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었다.

플레비크 인들은 수련을 통해서도 발전하지만, 그보다는 강한 상대를 이기고 그를 종속시킴으로써 더 빨리 높은 단계로 올라설 수 있었다.

“아스탄, 네놈의 잔꾀가 나에게 기회를 주는구나. 고맙다고 해야 하나?”

벨푸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 루살카는 바로 포털을 열어 토칠라크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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