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성 헌터-125화 (125/235)

125화

한 시간 가량으로 편집된 영상은 진우의 몸을 둘러싸고 있던 잿빛 마나 구체가 모두 그의 몸 안으로 흡수되는 것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영상의 재생이 모두 끝나자 오히려 회의장의 웅성거림이 가라앉고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타르코스는 침착하게 의원들이 다시금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들기를 기다렸다. 모두가 망설이며 시간이 지나는 가운데 의원 가운데 한 명이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청하더니 입을 열었다.

“가나 헌터 학교 교장을 맡고 있는 야트랑입니다. 강진우 군이 동조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 확실합니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타르코스가 아니라 콴톤 의장이 대신했다.

“강진우 군이 귀환한 뒤에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확실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그 질문에 대한 최종적인 대답은 역시 그가 귀환한 뒤에나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저나 저기 계신 타르코스 의원은 강진우 군이 동조에 들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의원들 가운데 최상급 헌터의 경지에 든 몇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야트랑은 다시 질문을 했다.

“증거가 무엇입니까?”

“동영상에 나타난 것으로 보아 진우 군은 현재 최소한 세 개 이상의 마나 크리스털을 체내에 흡수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정도의 마나를 흡수했다면 동조 단계에 들지 않는 이상 그것을 무사히 갈무리할 수가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단 한 개의 마나 크리스털이 지닌 마나를 일시에 흡수하는 것만으로도 최상급 헌터의 몸 정도는 가볍게 터져버릴 것입니다. 동조가 아니라면 견딜 수 없습니다.

정확히는 다섯 개의 마나 크리스털이 진우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하지만 원래부터 몸속에 마나 기관화되어 내재되어 있던 와카반의 마나 크리스털과, 진우가 바지 주머니에 있던 것을 직접 손에 쥔 채로 흡수한 푸른 색 마나 크리스털은 화면에서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것만 따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 해도 엄청난 양이라는 것은 틀림없었다.

“강진우 군이 그 마나 크리스털의 마나를 모두 흡수한 것은 확실합니까?”

하지만 그 질문에는 굳이 대답을 할 필요가 없었다. 진우의 몸 전체를 감싸고 있던 마나의 구체가 그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모든 의원들이 영상을 통해 똑똑히 지켜본 것이다. 콴톤 의장도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지켜보고 있던 타르코스가 입을 열었다.

“동영상으로 볼 때 그 점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강력한 증거는 강진우 군 스스로 자신이 동조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는 저에게 보내 온 메시지에서 분명히 그렇게 말했습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일단 동조 단계에 들게 되면 마나의 기세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마나 측정기로도 확인이 안 되지요. 본인 스스로가 위력을 보이지 않는 한 다른 사람들로서는 겉모습으로 느껴지는 것만으로는 그의 단계를 알 수가 없습니다.

보는 사람 역시 동조 단계의 헌터나 전사가 아니라면 말이지요. 지금은 그의 말을 믿을 뿐입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아시다시피 우리 니코레임 인들 가운데 동조 단계에 들었던 마지막 전사인 레비스 님은 플레비크 인들의 3차 침공 때 돌아가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들로서는 강진우 군이 돌아와 직접 동조의 증거를 위력 시범을 통해 보여주기 전까지는 더 이상 그것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현재 강진우 군은 토칠라크에서 완벽히 동조 단계에 익숙해 질 때까지 당분간 수련을 계속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수련이 언제 끝날지는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저희로서는 그가 동조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계획했던 프로그램을 진행할 지의 여부를 결정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미리 준비를 해야 할 게 많으니까요. 이 점에 대해서 의원 여러분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타르코스의 설명이 끝나자 콴톤 의장은 표결에 들어가기 전에 의원들끼리 토론을 할 수 있도록 잠시 시간을 주었다. 그러나 토론은 별 다른 내용 없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다가 금세 끝났다. 애초에 지구에 온 목적 가운데 가장 중요한 첫 단계가 동조 단계의 헌터를 키워내는 것이었다.

그것이 이루어지면 그 뒤에 진행될 프로그램에 대한 계획은 그들이 고향별인 니코레임을 떠나 지구로 망명길에 오를 때 이미 결정이 된 사항이었다.

강진우가 정말로 동조 단계에 들었느냐는 점이 가장 중요했는데, 본인의 수준이 낮은 의원들은 동영상만으로는 그 점을 확인할 수 없었다. 반면에 최상급에 이른 의원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여 타르코스와 콴톤 의장의 판단에 동의를 표했다.

강진우가 자신의 단계에 대해 거짓말을 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기도 했다.

짧은 시간 동안이기는 하지만 논의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판단이 되자 콴톤 의장은 빠르게 안건을 표결에 붙였다. 만장일치의 찬성이 나왔다. 그러자 관톤 의장은 책상을 두드려 안건이 가결되었음을 선포했다.

의원들의 얼굴에 드디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앞으로 벌어질 플레비크 인들과의 싸움을 예상한 긴장감이 복잡하게 어우러졌다. 일이 기대대로 풀린다고 하더라도 백년을 예상하고 떠난 망명길이었다. 그런데 예상 외로 지구에 온 지 수십 년 만에 꿈의 실현이 코앞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  * * * *

아스탄은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가 보기에도 강진우는 동조의 단계에 들어선 것 같았고, 대세는 이미 결정이 된 상태였다. 그는 다급해지려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고 일단 찬성에 손을 들었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알레이브 행성에 있는 루살카를 떠올렸다.

‘멍청한 자식. 1년이면 동조에 오른다고? 네가 상대할 녀석은 이미 동조 단계에 올라섰다, 한심한 놈아. 내가 그토록 경고했건만...’

플레비크 인들은 엄청난 전투력을 가진 전사 종족이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다른 한 편으로는 오만했다. 그들은 다른 행성인들 가운데 자신보다 뛰어난 전사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그런 오만함이 그들로 하여금 니코레임에 대한 1차와 2차 침공을 실패하게 만들었다.

플레비크 인이 침공할 당시 니코레임에는 동조 단계에 든 인물이 한 명 존재했었다. 영웅 레비스. 마나가 풍부한 니코레임에서는 등장하기 어렵다는 동조 단계에 무려 삼백년 만에 올라섰던 그의 활약 덕분에 니코레임 인들은 플레비크 인의 두 차례 침공을 모두 막아낼 수 있었다.

1차와 2차 침공 때 차례로 니코레임의 땅을 밟았던 두 명의 플레비크 상급 전사는 모두 그에게 목숨을 잃었다. 만약 그들이 생각을 바꾸어 3차 침공 때 한꺼번에 두 명의 상급 전사를 보내지 않았다면 영웅 레비스는 아직 살아 있을 것이고, 그들은 지구로 망명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그런 경험을 하고서도 녀석들은 아직도 오만한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 하긴 루살카 그 녀석은 니코레임 행성 침공 당시에는 레비스와 상급 전사들의 전투를 목격하지도 못했으니...’

하지만 지금 니코레임을 지배하고 있는 두 명의 플레비크 상급 전사들은 영웅 레비스와 벌였던 치열한 싸움을 통해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플레비크 행성 이외의 곳에서도 동조 단계에 드는 이가 나올 수 있다는 것과, 그런 이들과의 싸움에서는 자신들도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지구에 동조 단계에 들어선 자가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최소한 플레비크의 상급 전사들은 그동안의 방관하던 자세를 바꾸어 지구를 찾기 위해 힘을 기울일 것이다.

일단 그렇게 되면 자신들의 위치가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강진우가 영웅 레비스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플레비크 인들도 이미 둘 이상의 상급 전사가 연합을 해서 전투를 벌이는 경험을 했어. 앞으로의 싸움에서는 더 많은 상급 전사들이 협력을 할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강진우가 제 아무리 동조 단계의 헌터라고 할지라도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전설에 나오는 지배 단계에 들어선다면 몰라도. 그러나 아스탄은 그럴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가 볼 때, 니코레임 인들은 강진우가 지배 단계까지 오를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너무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애초에 수백 년 전의 전설에 기대는 그들의 태도가 그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설은 전설일 뿐이었다.

지구인 강진우가 동조의 단계에 들었다고 하더라도 아스탄이 알고 있는 한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상급 전사가 플레비크에는 열 명이나 있었다. 시간이 더 지나면 루살카처럼 앞으로 새롭게 상급 전사가 되는 인물이 또 나올 것이다. 강진우 혼자서 그들을 모두 상대한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얘기였다.

플레비크 인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외계 행성들을 탐사하며 그곳에 사는 원주민들에게 종속의 낙인을 찍고 있었다. 그것이 자신들의 성장 비결이니 앞으로도 그 짓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이야 마나 하나 없는 지구와 같은 행성에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고 하지만 앞으로는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플레비크 인들이 지구를 발견한다면 지구인들의 운명은 그걸로 끝이었다.

그 때에는 자신과 같은 니코레임 인들도 더 이상 생존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표결이 끝난 뒤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다른 의원들 틈에 섞여 포털을 타면서 곰곰이 따져 보았다. 강진우가 동조 단계에 들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루살카를 이용하는 것도 너무 늦었다. 상급 전사를 직접 만나야 한다. 그는 아무래도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 *

동조의 단계를 완성하기 위한 훈련을 시작한 진우가 가장 먼저 느낀 것은 그에게 더 이상 무기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근거리든 원거리든 무기를 들고 마나를 주입한다든가, 심지어 날아가는 화살을 유인하는 그 모든 일들이 동조의 단계에서는 무의미해졌다.

물론 세세한 조정을 실수 없이 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엄청난 시간이 필요했지만, 동조의 본질은 매개체를 통하지 않은 마나 그 자체의 조정이었다.

지구처럼 마나가 전혀 없는 곳이라면 모를까, 존재하는 모든 것에 기본적으로 마나가 깃들어 있는 일반 행성이라면 더 이상 매개체를 통해 무언가를 강화하거나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심지어 체내의 마나를 활용할 필요도 없었다.

마나가 있는 곳에 의지가 더해지면 그가 원하는 형태로 마나들이 순식간에 변화되었다. 전투를 하거나 방어를 하려면 그렇게 변화된 마나를 움직이거나 조종하는 것으로 족했다.

가령 진우가 가까이에 있는 적을 향해 검을 휘두르고 싶다면 팔 끝에 강한 마나를 두르면 되었다. 길이도 자유자재로 늘이거나 줄일 수 있었다. 만약 전처럼 일정한 길이의 검을 직접 쥐고 사용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고 하더라도 별로 다를 것은 없었다. 바라는 형태로 주변의 마나를 형상화시키면 되었다.

물론 마나로 하여금 실제 형체를 가지게 하려면 엄청난 양의 마나가 필요했다. 마나가 부족한 행성이라면 그것을 위해 주변으로부터 적지 않은 마나를 끌어들여야 했다.

그럴 경우 특정한 형태로 마나를 결집시키는 데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 시간이 걸린다 싶으면 체내의 마나를 일시적으로 꺼내서 사용하면 그만이었다. 그의 몸속에는 무려 다섯 개의 마나 크리스털이 가지고 있는 마나가 저장되어 있었으니까. 소모된 마나는 나중에 다시 보충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진우가 동조의 단계에 들어섰음을 확신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지금 시도하는 것과 같은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진우는 전면에 놓인 울창한 숲을 바라보면서 주변의 마나를 조정하였다. 그의 의지가 더해지면서 머리 위 허공에 송곳 크기의 침들이 빽빽하게 생기기 시작했다.

충분한 양의 마나 송곳이 만들어졌다고 판단되자 그는 손을 들었다가 전면의 숲을 향해 가리켰다. 그러자 허공에 떠 있던 마나 송곳들이 일시에 숲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퍼퍼퍼퍼퍽

마나 송곳들의 크기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하지만 한꺼번에 엄청난 위력으로 들이닥친 그것들은 여지없이 숲을 이루고 있던 나무를 꿰뚫고 바위들을 부수기 시작했다. 장정 서너 사람이 에워싸야 할 정도로 굵은 나무들에도 여지없이 구멍이 숭숭 뚫리고 말았다.

조금 작은 것들은 아예 허리부터 우지끈 부러지기도 했다. 땅 위로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던 바위들도 마찬가지였다.

단단한 것들은 그대로 구멍이 뚫렸고, 강도가 약한 것들은 마나 송곳이 내리꽂히자 견디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져 조그만 자갈들로 변해 흩어졌다.

우르르르

숲 전체가 진동을 하는 것 같은 소리가 계속 들리더니 잠시 후 공격이 멈추자 진우의 눈앞에 순식간에 폐허로 변해버린 숲의 일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휴우. 내가 했지만 정말 대단하군.”

나무든 바위든 제대로 서 있는 것들이 없었다. 울창하던 밀림은 어느새 쓰러진 나무들에 짓이겨진 덤불들과 여기저기 흩어진 바위조각들로 뒤덮인 흉한 모습을 한 채 널브러져 있었다.

중급 헌터들까지는 설사 군대의 규모로 달려든다 해도 공격 한 방에 전멸을 시킬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중급 헌터들이라면 한 두 개의 마나 송곳이야 어떻게 간신히 막아낼 수 있다고 치더라도 연속되는 공격들을 모두 방어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진우는 이번에는 숲이 아니라 조금 떨어진 텅 빈 초원 위로 정신을 집중시켰다. 그러자 아무 것도 없던 초원 위에 군데군데 사과만한 붉은 마나 구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상 1m 정도의 높이에 둥둥 떠 있던 수백 개의 마나 구슬들은 진우가 의지를 더하는 순간 엄청난 굉음을 내며 동시에 폭발했다.

꽈앙

그것은 단순한 구슬이 아니라 폭탄이었다. 수백 개의 마나 폭탄들이 일시에 터지면서 주변의 땅이 한꺼번에 내려앉을 정도의 엄청난 충격이 초원 일대를 덮쳤다.

사방의 땅거죽이 뒤집히고 폭발의 영향권 안에 있던 풀들이 순식간에 까만 재로 변해 휘날렸다. 그 엄청난 폭음에 멀리 떨어져 있던 밀림의 나무들마저 몸을 흔들었다.

잠시 후 폭발의 여파가 가라앉자 허리 높이의 풀들로 가득했던 벌판은 불모지나 다름없이 황폐하게 변한 모습을 드러냈다. 만약 폭발의 영향권 내에 마수들이 있었다면 가죽도 남기지 못하고 산산이 찢겨져 나갔을 정도의 엄청난 위력이었다.

“동조의 단계에 들면 대량 살상이 가능한 기술을 쓸 수 있다더니 정말 끔찍한 위력이네.”

물론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한 상급 이상의 헌터들이라면 이런 대량 살상용 공격 한두 번으로 없애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사용한다면? 최상급이라도 계속 버티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진우에게는 대량 살상용 공격을 한동안 연속으로 퍼부을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마나가 있었다.

“확실히 이놈은 완전히 내 신체의 일부가 된 것 같아.”

새롭게 생긴 마나 기관은 그 안의 마나를 필요할 때 얼마든지 꺼내 쓸 수가 있었다. 굳이 교감을 시도하거나 도움을 부탁하며 달랠 필요가 없었다.

그것은 더 이상 진우의 몸속에 들어와 있는 손님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진우 자신의 신체였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사용하면 다시 채우는데 하루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마나 기관 안에 응축되어 있는 방대한 양의 마나를 생각하면 그 마저도 짧은 시간이었다.

“슬슬 수련을 마무리 할 때가 된 건가?”

마나 크리스털들이 가지고 있던 마나를 몸 안에 수습한 지도 벌써 삼 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잠자고 먹는데 필요한 시간을 제외한다면 깨어 있는 동안의 대부분을 수련을 하는데 썼다.

꽤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진우로서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이처럼 깨어 있는 시간의 전부를 오로지 수련에만 집중한 것은 오랜만이었다. 그만큼 동조의 단계를 완전히 몸에 익히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지만, 덕분에 성과도 컸다.

가장 기쁜 것은 진우 자신의 정신적인 성장이었다.

“마나를 이용하되 그것에 종속되지 않는다. 일단 그 정도까지는 온 것 같아.”

아마 마나를 이용할 필요조차 없어지는 순간이 온다면 그것은 외계인들이 자신들의 전설 속에 등장한다고 얘기하는 지배의 단계에 들어섰을 때의 일일 것이다. 동조의 단계에 올라서자 새삼 그것이 얼마나 엄청난 깨달음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진우는 타르코스가 자신에게 주문처럼 읊조리던 말을 떠올렸다.

‘마나를 보는 자, 마나를 지배하리라.’

지금은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나를 보는 자가 마나를 잊을 수 있어야 한다.

보는 것에 얽매이는 한 지배의 단계는 불가능했다. 자신은 이제 겨우 동조의 단계를 어느 정도 완성한 정도였다.

마나를 잊는다는 것은 한 걸음 더 나아간 깨달음을 얻어야 가능할 것이다. 진우는 며칠 더 점검을 한 뒤에는 이제 그만 지구로 돌아가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댓글을 통해 독자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내용들이 몇 가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앞으로 전개되는 내용을 통해 밝혀질 것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 따로 일일이 대답을 드리지는 않았습니다.

플레비크 인들이 포털 이동 장치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들은 현재 니코레임 행성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니코레임 인들이 사용하던 물건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조금 더 상세한 내용들은 앞으로의 전개를 통해 조만간에 밝혀질 겁니다.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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