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성 헌터-122화 (122/235)

122화

마나 크리스털들이 교감에 의해 진우의 마나 흐름을 증폭시키는 강도는 녀석들이 이레지움으로 둘러싸인 장신구나 검 속에 들어 있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 놈들은 마치 이제야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났다는 듯이 평소와는 다른 엄청난 힘으로 그의 마나 흐름을 도왔다.

덕분에 허공에 떠 있는 투명한 마나 크리스털에 대한 진우의 간섭 능력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의 간섭에 저항하던 투명한 마나 크리스털은 한동안 새롭게 증가한 진우의 간섭 능력에 버티는가 싶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기세가 확 꺾이면서 밑으로 떨어져 내리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토칠라크의 투명한 마나 크리스털은 일대의 지배자였다. 주변에 있던 모든 마나는 언제나 그의 통제를 따랐고, 녀석은 천적이 없는 상황에서 유유자적하게 자신의 힘을 발휘하며 성장해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놈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만약 이대로 다시 끌려 내려가 저 괴상한 생명체의 두 손에 잡혀 버리면 온몸의 마나가 꽁꽁 굳어버리는 답답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완전히 힘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

진우와 허공의 마나 크리스털 사이의 거리가 10m 이내로 좁혀지자 녀석은 마침내 최후의 결정을 했다. 더 이상 버티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밑에 있는 지독한 놈이 한 번 풀쩍 뛰어오르기만 해도 자신은 꼼짝없이 사로잡힐 것이 분명했다. 놈은 그동안 자신의 형체를 유지하고 있던 힘을 강제로 풀어버렸다. 그러자 마나 크리스털의 투명한 본체가 순식간에 안개처럼 흩어져 버리더니 땅을 향해 곧게 뻗은 날카로운 구름 기둥처럼 변했다.

형체의 변화가 완료되자 녀석은 진우의 간섭에 버티던 힘을 풀어버리고는 쏜살같이 그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꽂혔다.

“아악.”

진우는 순간 머리부터 뱃속까지 온몸을 관통하는 엄청난 고통에 저도 모르게 입을 떡 벌리고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얼마 전 놈의 본체를 두 손으로 잡았을 때 전신을 전기로 지져버리는 듯하던 고통도 대단하기는 했지만, 지금 느껴지는 고통은 그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마치 중세의 서양이나 고대 중국에서 행했다는 형벌처럼 몸 전체가 날카로운 꼬챙이에 그대로 꿰이는 것 같은 엄청난 아픔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순식간에 파고들었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미칠 것 같은 아픔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그런 느낌이었다. 진우는 가물가물해지는 의식을 억지로 부여잡느라 이를 악물었다.

지금 정신을 잃었다가는 모든 게 끝장이라는 위기감이 본능적으로 머리를 파고 든 것이다.

진우의 머리를 관통하여 몸 안으로 들어온 마나 크리스털이 지닌 마나는 엄청난 양이었다. 만약 마나 측정기를 들이대어 측정한다면, 방금 진우의 정수리를 파고 든 마나 크리스털이 지니고 있던 마나의 양은 기존에 그가 지니고 있던 다른 마나 크리스털 두 개를 합한 양에 육박할 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그런 거대한 마나가 한꺼번에 파고들어 진우의 몸 구석구석을 찢어발기려는 듯 헤집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산 채로 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고통에 자꾸만 정신이 흐트러지려는 것을 간신히 붙잡고 있었다.

사람의 정신은 지나치게 강렬한 충격을 만나면 의식을 잃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진우는 그런 본능마저도 거부해야 했다. 미칠 것 같았다.

그는 온몸의 마나를 쥐어짜내 자신의 몸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녀석의 움직임에 저항했다. 녀석을 달래고 어쩌고 할 겨를이 없었다.

그동안 진우는 보통 새로운 마나 크리스털을 만나면 녀석을 달래 자신과 교감할 수 있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금색의 마나 크리스털이 무절제한 교감을 시도할 때도 그랬고, 와카반의 마나를 흡수할 때도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결국 교감에 성공했다.

상대가 강력할수록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고, 다행히 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도 자체가 아예 불가능했다. 달래기는커녕 버티는 것마저 힘들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냥 버티지 말고 포기하고 싶었다. 녀석은 눈치를 보며 반응을 탐색하는 낯선 이웃이 아니었다.

오히려 무기를 들고 문을 부수며 사납게 쳐들어온 도둑과 같았다. 칼을 휘두르고 주먹을 내지르며 온 집안을 산산이 박살내며 행패를 부리는 폭군이었다.

진우는 이를 악물었다.

‘이번엔 진짜 죽을지도 모르겠군.’

온몸의 핏줄이 툭툭 불거져 나오더니 살갗이 버티지 못하고 갈라지면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어찌나 세게 이를 악물었던지 이빨이 부서지고 입가에서도 핏물이 새어나왔다.

근육이 자리를 벗어나고 뼈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진우는 죽어가고 있었다.

강한 정신으로 간신히 버티고는 있었지만 몸이 점차 무너져 내리면서 전해지는 고통 역시 갈수록 심해졌다. 이대로 더 버티다가는 자칫 쇼크로 인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이한 건 좋은데, 왜 나하고 인연이 있는 마나 크리스털들은 하나같이 이런 놈들밖에 없는 거냐.’

투덜거려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사실은 진우가 하필이면 그런 녀석들만 찾아다닌 셈이었다.

진우의 몸이 그렇게 붕괴해 가자 몸속에 침입했던 투명한 마나 크리스털은 더욱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진우가 죽는다면 그는 다시 몸을 빠져나가 자신의 본체를 회복할 작정이었다.

녀석은 생물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애초에 진우를 죽일 작정으로 몸속으로 파고든 것도 아니었다.

투명한 마나 크리스털은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어지자 진우의 마나와 정면으로 대결해서 상대를 부술 생각을 했다.

놈의 느낌으로는 진우가 가진 마나의 양은 그보다 훨씬 적었다. 가슴 한 가운데에 적지 않은 마나가 뭉쳐 있는 것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래봤자 자신보다는 훨씬 적은 양이었다.

그나마 그 마나는 아직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그 외의 다른 마나 집결체들도 더 있었지만 그들의 마나도 진우가 직접 활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적은 마나만을 쓰는 녀석이 어떻게 해서 자신의 본체를 옥죄일 정도로 강한 마나 간섭이 가능한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직접 부딪히면 자신이 이길 것 같았다. 그래서 진우의 몸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그런데 투명한 마나 크리스털이 워낙 방대하고 공격적인 마나를 지니고 있다 보니 엉뚱하게도 진우의 마나가 흩어지기 전에 그의 몸이 먼저 무너지고 있었다. 놈에게는 뜻밖의 행운이었고, 진우로서는 예상치 못한 불행이었다.

진우의 몸이 그렇게 죽음을 향해 달려가자 그의 몸에 붙어 있던 네 개의 마나 크리스털 역시 위기감을 느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그동안의 교감을 통해 진우의 몸속에서 자신들의 존재를 확실히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진우의 마나 운용방식은 워낙 특이해서 자신들을 성장시키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었다. 그들은 진우의 교감에 적극적으로 응하기 전에도 각자 있던 곳에서 주변의 마나를 정제하고 흡수하면서 오랜 세월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우의 마나와 교감을 시도한 이래로는 그러한 흡수와 성장의 효율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그래서 진우의 주변에 있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그런데 그 몸이 붕괴하고 있었다.

네 개의 마나 크리스털은 위기감을 느꼈다.

제일 먼저 변화를 보인 것은 금색 마나 크리스털이었다. 진우의 배꼽 부근에 구슬처럼 변해 딱 달라붙어 있던 녀석의 형상이 조금씩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황금을 녹여 부은 것 같은 색깔은 여전했지만 녀석은 조금씩 자신의 형체를 유지하고 있던 힘을 풀어버렸다. 그러자 어느 순간 놈의 몸 전체가 진우의 뱃속으로 스르르 스며들었다. 처음에는 거름종이 위에 떨어진 잉크 방울처럼 진우의 배 위에 금색의 흔적을 남기며 녹아들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 흔적마저 진우의 뱃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금색 마나 크리스털이 진우의 뱃속으로 스며들자, 잠시 후에 그의 두 손에 쥐어져 있던 붉고 푸른 두 개의 마나 크리스털마저 눈이 녹듯 흐물흐물해지면서 손바닥 안으로 녹아들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금색 마나 크리스털과는 달리 내내 견고한 결정체의 형상을 유지했었는데, 갑자기 그 형태가 늦봄 눈송이처럼 녹아버린 것이다.

놈들도 이 상태로는 그의 몸이 버티지 못하리라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녀석들이 진우의 손 안으로 사라지자 그동안 진우가 가지고 다녔던 네 개의 마나 크리스털이 모두 진우의 몸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몸은 순식간에 엄청난 마나들이 경쟁하는 싸움터로 돌변하고 말았다.

만약 진우가 와카반의 마나 기관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그의 몸은 세 개의 마나 크리스털이 몸 안으로 진입하는 순간 이미 산산이 찢겨져 터져버렸을 것이다. 그만큼 현재 그의 몸속에 들어와 있는 마나의 총량은 인간의 가냘픈 육신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를 훨씬 초과해 있었다.

아무리 그가 한 번의 신체 재구성과 몇 번의 성장을 거듭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피와 살로 만들어진 생물체라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바뀐 것이 없었다. 그 때문에 범인을 능가하는 초인적인 신체를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몸속에서 운용할 수 있는 마나의 총량에는 엄연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몸속에는 그런 한계를 말하는 것조차 가소로울 정도의 엄청난 마나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와카반의 마나 기관은 전력을 다해 몸속을 헤집고 다니는 마나들을 본래 가지고 있던 흐름을 따라 움직이려고 했다. 새로 들어온 녀석이 지닌 마나량은 자신이 본래 진우의 몸속에 들어오기 전에 가지고 있던 것보다도 더 많았다.

통제를 하려고 했지만 힘이 벅찼다. 더구나 워낙 짧은 시간에 많은 마나가 한꺼번에 밀려들어온 터라 녀석으로서도 일시에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마나가 놈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부쳤다.

마나기관이 진우의 몸속을 헤집고 다니는 마나에 최대한 저항하면서 그것을 자신에게 익숙한 흐름으로 돌리기 위해 애쓰고 있던 때에 익숙한 마나가 진우의 몸속에 새롭게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하나뿐이었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자 추가로 두 개의 새로운 마나가 추가되었다.

셋 모두 그에게는 익숙한 마나였고, 그동안의 흐름을 통해 빈번하게 교감을 나누던 것들이었다. 와카반의 마나 기관은 그들과 적극적으로 교감하며 투명한 마나 크리스털이 가지고 있던 마나의 움직임에 간섭하기 시작했다.

진우의 조그만 몸속에서 무려 다섯 개의 거대한 마나들이 싸움과 견제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  * * * *

“진우로부터는 아직 소식이 없나요?”

오늘도 어김없이 일부러 헌터 양성소까지 찾아와 진우의 소식을 묻는 소현을 보며 타르코스 소장은 미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진우가 토칠라크로 떠난 지 벌써 두 달이 지나고 있었다.

소현은 지구로 귀환한 뒤에 진우가 새로운 행성으로 탐색 겸 헌팅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는 적잖이 서운했다. 하필이면 자신이 도착하기 불과 열흘 전에 진우가 지구를 떠났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그녀에게 그 소식을 전한 타르코스 소장은 진우가 전자 메일이 아니라 직접 손으로 쓴 편지를 전하며 미안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전했다. 그것이 벌써 두 달 전이었다.

타르코스 소장은 별 일이 없다면 한 달 정도 지나면 진우가 지구로 돌아올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지금 벌써 시간이 두 달이나 지난 것이다. 별 일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었다.

소현은 진우로부터 소식이 끊긴 시간이 오래될수록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갔다. 최근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헌터 양성소를 찾아 그의 소식을 묻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헌터 학교의 마지막 학년이 시작되었지만, 도무지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진우 군이 지구를 떠나기 전에 최소한 1년이 지나기 전에는 자신을 찾지 말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아마 조건이 적당하다면 그곳에서 어떤 수련을 하다 올 생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타르코스의 말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진우가 그렇게 말한 것은 수련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갔는데도 해를 당한다면 웬만한 헌터 팀이 새롭게 구조대를 조직해 오더라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만약 구조대가 파견된다면 김상곤의 곤 클랜이나 조승운 스승, 혹은 최현처럼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이들이 거기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로서는 그런 상황을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말은 1년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찾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었다. 혹시 찾더라도 대충 준비를 갖추고 급하게 덤벼들지는 말라는 뜻이었다. 자신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조승운이나 최현이라면 처음에는 흥분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태의 엄중함을 헤아리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소현은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학교로 돌아갔다. 그녀의 우울한 뒷모습을 보고 있는 타르코스 소장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저 아가씨는 분명 하루가 지나지 않아 다시 올 것이다. 하지만 그때도 자신이 그녀에게 기쁜 소식을 전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였다. 소현과는 다른 이유였지만 그 역시 속이 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 진우는 무려 행성 전체의 희망이었던 것이다. 타르코스는 자신이 끝까지 진우를 말리지 못했던 것을 자책했다.

평생 존경해왔던 콴톤 의장이 원망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조승운이나 최현 등 진우의 지인들에게도 그가 했던 당부를 모두 전했다. 하지만 타르코스 소장은 과연 그들이 언제까지 소식 없는 진우를 손 놓고 기다리고만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었다. 만약 그들이 내일이라도 당장 토칠라크에 가겠다고 나서면 자신은 그들을 말려야 했다.

그게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하지만 타르코스는 그럴 자신이 없었다.

*  * * * *

진우는 투명한 마나 크리스털이 몸속에 처음 들어온 뒤로 무려 일주일 동안 한 잠도 자지 못했다. 녀석이 처음 정수리에 내리꽂혔을 때에는 무려 이틀 동안 미칠 듯한 고통에 시달리느라 피곤함 따위를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심신이 모두 넝마가 될 정도로 너덜너덜해졌지만 끊임없이 몸을 괴롭히는 고통 때문에 다른 한 편으로는 신경이 송곳처럼 날카로운 상태가 계속되었던 것이다. 그가 상상을 초월하는 강인한 신체와 정신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몸이 붕괴되기 전에 아마 정신이 먼저 무너졌을 것이다.

그만큼 고통은 끈질기고 강렬했다.

그가 그렇게 고통을 인내하고 있는 시간 동안 와카반의 마나 기관을 비롯한 네 개의 마나 크리스털 역시 새로운 마나의 거센 폭풍을 진압하기 위해 인간으로 치면 사력을 다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마나 기관은 처음 진우의 몸을 헤집고 다니는 새로운 마나에 저항하고 녀석을 일정한 흐름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금색 마나 크리스털을 비롯한 기존의 마나 크리스털들이 몸속에 들어오면서 그 역할을 다른 마나 크리스털들에게 넘기고 자신은 진우의 몸이 무너지지 않도록 방어하기 위해 모든 힘을 사용했다.

덕분에 진우는 고통을 느끼는 와중에도 몸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만약 그런 역할 분담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진우는 계속되는 출혈만으로도 이미 숨이 끊어졌을 것이다.

몸속에 들어와 있는 마나들 간의 힘겨루기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마련된 것은 투명한 마나 크리스털이 진우의 몸속에 들어온 지 일주일 가량 지났을 때였다. 나흘 넘게 마나들 간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마나 기관의 노력 덕분에 진우의 몸은 어느 정도 현상을 유지하는 기미를 보이게 됐다. 그러자 마나 기관은 자신과 교감을 나누던 다른 마나 크리스털들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현재의 상태로는 결국 상황을 해결하기가 어렵게 되자 자신이 택한 방식을 따라 다른 마나 크리스털들을 동조시키려고 한 것이다.

계속해서 망설이기만 하던 다른 마나 크리스털들이 와카반의 마나 기관의 유도에 호응하기 시작한 것은 싸움이 시작된 지 일주일 정도 되었을 때였다. 제일 먼저 금색 마나 크리스털이 진우의 아랫배에 아주 조그만 마나 기관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붉은 색 마나 크리스털은 왼쪽 갈비뼈 아래에, 그리고 푸른색 마나 크리스털은 오른쪽 갈비뼈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아직은 콩알보다도 작은 크기였지만 진우의 몸속에 서로 다른 세 개의 마나 기관이 새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진우의 몸속에서 진행되던 싸움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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