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성 헌터-116화 (116/235)

116화

진우는 정태를 상대로 소현을 훈련시킬 때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방법을 실험해 보았다. 도훈에게도 같은 실험을 해 보고 싶었지만 그는 내년 1월에 있을 무투 대회 대표 선수로 뽑힌 상태였다.

지난 대회에서 한국 헌터 학교는 진우 덕분에 워낙 빼어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그 영광을 다시 재현한다는 목표 아래 학교 대표로 뽑힌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있었다.

도훈이 소속된 무투 대회 대표팀은 한창 단체 훈련을 하고 있던 참이라 할 수 없이 그에 대한 실험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아프면 말을 하거나 손을 들라고?”

“응.”

“그럼 아플 수도 있다는 거네. 난 안 할래.”

정태는 처음 진우의 제안을 듣고는 간단히 거절해 버렸다. 말은 제안이었지만 진우 스스로는 자신의 마나까지 소모해가면서 마치 전설에 나오는 영약을 마시게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는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걸 거절당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정태의 판단 기준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생각해보니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은 탓도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제대로 설명을 해 줄 수도 없었다. 정태의 성격으로 볼 때 그걸 미리 말해줬다가는 잔뜩 기대에 부풀어 마음을 가다듬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그러면 오히려 실험에 실패할 수도 있었다.

앙탈을 부리는 정태를 간신히 어르고 달래서 시작한 훈련이 끝나자 정태의 마나량은 100P 가량 증가했다. 헌터 양성소에 들러 마나량 측정을 통해 그 사실을 확인하자 녀석은 환호성을 지르며 두 팔을 벌리고 진우를 껴안으려고 달려들었다.

“냄새난다. 제발 좀 씻어라.”

소현에 비해서는 훨씬 약했지만 녀석에게도 약간의 악취가 풍겼다. 진우는 매몰차게 정태를 발로 걷어차서 샤워실로 쫓아 버렸다.

그는 한 번 더 해 달라며 매달리는 정태의 청을 거절하려다가 생각을 바꿔 같은 훈련을 한 번 더 해 보았다. 하지만 두 번째 훈련에서는 거의 아무런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정태의 마나 증가량이 10P도 채 되지 않았던 것이다.

‘500P의 마나가 소모돼 100P 정도 늘었으니 정태의 훈련 효율은 5분의 1정도구나. 사람에 따라 소모되는 마나도, 흡수되는 비율도 다 다르군. 한 번 몸을 깨우고 나면 어느 수준에 이르기 전까지는 본인 스스로 노력해서 발전해야 하는 것 같아.’

물론 정태의 입장에서는 100P에도 채 이르지 못하던 체내 마나량이 거의 200P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났으니 엄청난 발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헌터 학교 졸업생의 일차 목표가 전문 헌터가 되는 것인데,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일단 헌터 자격증을 얻는 데에는 지장이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현재의 마나량으로 볼 때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이른 시기에 마나 헌터로 각성하는 것도 더 이상 꿈이 아니게 되었다. 조금 호들갑스럽기는 했지만 실제로 정태가 느끼는 기쁨과 고마움은 엄청난 것이었다.

그저 ‘친구니까 그 정도는’이라고 간단히 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물론 진우로서도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헌터들의 각성을 약간이나마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 굳이 손해라고 할 건 없었다.

‘만약 내가 동조 단계에 확실히 들어서면 최소한 마나를 각성하는 데까지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아직은 그저 막연한 짐작일 뿐이었다. 정확한 것은 실제로 동조에 들어선 다음에나 확인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동조 단계에 올라서기를 바라는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  * * * *

지구로 귀환해서 한 달이 지나는 동안 진우는 다소 맥 빠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소현과 정태에게 결정적인 발전의 계기를 마련해 주기는 했지만 정작 자신의 수련은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소현은 진우가 마나량을 상승시키고 마나 운용 방법을 몸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도와준 덕분에 짧은 기간이나마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덕분에 걱정하던 전투 훈련 과목 통과 시험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녀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진학반으로 옮겨 가지 않고 3학년 때에도 계속해서 헌터 반에 남아 있게 된 소현은 드물게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하지만 덕분에 진우는 소현이 시험을 모두 마칠 때까지 데이트 한 번 변변히 못하고 계속 수련실 벽만을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소현의 시험이 모두 끝나고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데이트를 실컷 하는가 했지만, 시내 극장에 걸린 영화 간판도 다 확인하지 못한 채 그녀는 새해가 밝자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외계 행성으로 전지훈련을 떠나고 말았다. 온 대전 시내가 텅 비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갑자기 도시의 분위기가 황량하게 가라앉은 듯한 착각이 들었다.

왠지 집에서 혼자 궁상만 떠는 것 같아 거리를 나가 보아도 매서운 겨울바람이 진우의 옆구리를 시리게 훑고 지나갈 뿐이었다.

“장박사님은 새들 행성에 가셔서 돌아오지 않고, 조승운 스승님은 찾아가서 인사드리는 것도 미안할 정도로 바쁘시고, 최현 선생님은 만나봤자 서로 할 일도 없고...”

오랜만에 김상곤의 집에 찾아가서 새로 태어난 아기의 얼굴을 보고 오자 정말 할 일이 없었다.

“내가 이렇게 인간관계가 얇았나?”

미국에서 카슨 사장이 와서 돈벼락을 안겨 주고 갔지만 왠지 마음이 자꾸 공허했다. 애써 마음을 다잡고 훈련을 해도 이미 정체기에 들었는지 도무지 발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네 헌터 등급을 마저 올리자. 여기저기서 네 등급에 관해서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간신히 짬을 내어 진우를 만난 조승운 스승은 다짜고짜 그런 말을 했다. 그러고 보니 이젠 자신이 최상급이라는 걸 눈치 챈 사람들이 은근히 많았다. 진우는 전순호 협회장에게 연락을 하고 찾아가 헌터 등급 상승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진우의 이야기를 들은 전순호는 조승운 스승만큼이나 간단하게 잘라서 대답했다.

“능력이 된다면 당연히 올리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네.”

등급 상승을 위한 테스트는 간단히 끝났다. 그리고 진우의 헌터카드에는 새롭게 최상급헌터라는 표시가 새겨졌다. 그것도 더블이었다. 인류 최초의 더블형 최상급 헌터가 등장한 것이다. 진우는 이제 현존하는 헌터들 가운데에는 공식적으로 가장 등급이 높은 헌터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

*  * * * *

진우가 승급 절차를 모두 마치고 새로 발급된 헌터 카드를 받자 전순호가 잠시 협회장실에 들렀다 가라는 연락을 전해왔다. 진우가 그의 사무실로 올라갔을 때 전순호는 진우에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새로운 행성을 탐사하는 일을 한 번 맡아볼래?”

그는 인사를 하러 온 진우에게 차를 한 잔 내더니 불쑥 그런 말을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진우가 요즘 조금 무료하게 지내고 있다는 얘기를 했을 때였다.

“새로운 행성이요?”

“그래. 지금까지 전초 기지가 건설된 곳은 모두 지구와 여러 가지 조건이 비슷한 곳들뿐이지. 그것들만 해도 실제로 개척이 된 곳은 전체 행성의 극히 일부분이니까, 그 외의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는 것은 아직까지 어느 나라든 선뜻 나서지 않고 있는 형편이야. 너 정도면 탐사대장을 맡아서 전혀 개척이 되지 않은 행성을 탐험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전순호는 진우를 친동생처럼 대했다. 그는 그렇게 말하더니 책상에서 두꺼운 서류철 하나를 뽑아와 진우에게 건네주었다.

외계인들이 좌표를 알려주기는 했지만, 아직 제대로 된 탐사가 이루어진 적이 없는 행성들의 목록이 담긴 서류였다. 진우는 별 생각 없이 서류철을 펼쳐들고 거기에 나와 있는 행성들에 대한 정보를 하나하나 넘겨가며 보았다.

“대부분 환경이 지구와는 많이 다른 곳들이네요. 중력이라든가, 대기압, 대기 성분, 자전과 공전 주기, 지표의 구성 등등. 특수 장비가 없으면 아무리 헌터라도 활동하기가 쉽지 않겠는데요?”

진우가 한참 동안 서류들을 살피고 나서 그렇게 얘기하자 전순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아마 개발을 하더라도 인류가 특별한 목적 없이 거주하기에는 모두 적당하지 않은 장소야. 하지만 귀한 광물이나 자원이 있다면 또 얘기가 달라지지. 마침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행성이 몇 개 있는데 한 번 경험삼아 가보지 않을래?”

전순호는 그렇게 말하더니 헌터 패드를 조정해 사무실에 있던 대형 화면에 몇 가지 행성에 관한 정보를 띄웠다. 화면에 다섯 개의 행성 목록이 나타났다.

그는 목록을 하나하나 클릭하면서 각 행성들의 상세 정보를 불러내어 자세하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진우는 관심 반, 무관심 반이 섞인 표정으로 전순호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가 갑자기 넘어가던 화면을 정지시켰다.

“회장님 잠깐만요.”

화면에는 토칠라크라는 행성에 관한 정보가 떠올라 있었다.

“저기 말이에요. 네 개의 수색 팀이 모두 전멸했다는 건 무슨 말인가요?”

진우가 화면에 나타나 있는 정보 가운데 제일 하단에 붉은 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문구를 가리키며 물었다. 진우의 말을 들은 전순호는 아차 하는 표정으로 자기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관심 목록에 포함되어 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토칠라크는 진우에게 추천할 생각이 전혀 없던 행성이었다.

“정확히는 전멸로 추정되는 거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탐사대를 보낸 적이 없지만, 토칠라크에는 지금까지 독일과 스페인을 비롯해 다섯 나라가 한 차례씩 헌터들을 보냈었지. 네 번째로 탐사대를 보낸 중국의 경우에는 상급 헌터 한 명을 포함해 무려 10명의 헌터들로 구성된 비교적 큰 규모의 팀을 파견했었어. 하지만 결국 아무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그럼 그들이 모두 죽었단 말입니까?”

전순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도 말했듯이 그렇게 추정하고 있다. 가장 마지막에 토칠라크에 파견되었던 일본 탐사대는 온몸에 구멍이 숭숭 뚫리거나 갈가리 찢긴 중국 탐사대의 시체만을 확인했지. 그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 일본 탐사대는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시신만을 수습한 채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왔어. 다른 나라에서 보낸 헌터들의 시체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아마 모두 사망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 뒤로는 어느 나라도 저곳에는 탐사대를 보내지 않고 있는 실정이야.”

전순호는 말을 하던 도중 진우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평소의 넉넉하고 사람 좋은 모습과는 달리 티가 날 정도로 인상을 쓰며 마치 야단을 치듯 진우를 말렸다.

“네가 왜 저 행성에 관심을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토칠라크는 절대 안 돼. 탐사대가 사망한 원인도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대비를 하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야. 게다가 탐사대를 구성하려고 해도 아마 아무도 지원을 안 할 거야. 저곳은 포기하고 다른 곳을 알아봐라. 이건 헌터 협회장으로서가 아니라 네 선배로서 엄중히 충고하는 거야.”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을 했다. 하지만 전순호는 관심을 끊지 못하는 듯한 그의 표정을 보며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진우는 젊은 나이에 너무 높은 경지에 올랐다.

자칫하면 자신의 실력에 대해 자만에 빠지기 쉬운 나이였다. 자신만만한 젊은이들이 객기에 엉뚱한 짓을 저지르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전순호는 별 생각 없이 토칠라크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 자신의 실수에 혀를 찼다.

*  * * * *

“토칠라크에 가고 싶다고? 그것도 혼자서?”

부탁이 있다는 말에 자신의 사무실로 진우를 부른 타르코스 소장은 진우의 말을 듣고는 펄쩍 뛰었다. 그의 반응은 전순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절대 안 돼. 저곳은 헌터들의 무덤이라고까지 불리는 행성이야. 지금까지 삼십 명 가까운 헌터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죽거나 행방불명이 된 곳이네. 지구인들 표현대로 말하자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절대 허락할 수 없네. 도대체 저 위험한 곳에 왜 혼자서 가겠다고 하는 건가?”

진우는 그들의 반응을 이해했다. 모두 자신을 아끼는 마음에서 하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로서는 토칠라크에 대한 설명을 듣는 순간 자신의 수련을 위해 꼭 필요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발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지구에서 맥없이 시간을 보낸 지가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뭔가 돌파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런데 토칠라크 행성이 지닌 조건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것과 부합하는 측면이 많았다.

일단 토칠라크의 중력은 지구의 네 배가 조금 넘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파견되었던 탐사대는 모두 반중력 벨트를 착용하고 그곳에 갔었다. 하지만 자신이라면 그런 장비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와카반의 마나를 이용한 훈련을 하면서 몸의 무게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은 터였다.

진우는 그것이 지구와는 다른 중력에 자신을 적응시키는 데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실제로 중력이 센 곳에 가서 그 점을 확인하고 싶었다.

토칠라크에서 회수한 중국인 헌터들의 사체를 검시한 전문가들은 그 상처가 마수에 의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무언가 날카로운 것에 의해 몸이 관통되거나 베인 흔적이 온몸에 나 있었지만, 그 상처의 특성이 마수들에 의한 것과는 달랐다.

상처의 형태가 너무 다양했고, 상처를 낸 공격의 방향도 상하좌우를 막론할 정도여서 어느 한 곳을 특정 지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검시에 참여했던 검시관들은 공격 방향에 대해 ‘모든 곳, 또는 확인할 수 없음’이라는 허탈한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그들이 그나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공격의 강도였다. 헌터들의 피부에 약한 흔적만 남길 정도로 힘없는 공격도 있었지만, 그들에게 치명상을 준 공격들은 모두 중급, 혹은 상급의 헌터가 날카로운 무기를 들고 휘둘렀을 때 낼 수 있는 강도나 세기였다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었다.

진우는 그 정도라면 자신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 이미 이니스프리에서 상급 헌터까지는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었다.

눈동자 같은 곳을 정면으로 찔리지 않는 이상 진우는 그 원인 모를 공격이라는 것을 버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진우 자신이 헌터들에 대한 공격의 주체로 새로운 형태의 마나 크리스털을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마수의 공격은 아니었다. 그럼 뭐라는 말인가?

일반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진우는 이미 몇 차례의 경험을 통해 마나 크리스털이 그저 단단한 결정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진우의 입장에서 볼 때, 저런 방식의 공격을 가한 주체가 마수가 아니라면, 오히려 마나 크리스털이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물론 직접적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마나 크리스털은 진우도 아직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마나 크리스털에 대한 그의 경험 역시 아주 일천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진우로서는 왠지 토칠라크에 가면 또 다시 전혀 새로운 형태의 마나 크리스털을 얻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마나 크리스털을 하나만 더 얻으면 동조 단계에 진입할 수 있을지도 몰라.’

최근의 답답한 정체 현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그의 생각에서 비롯된 어리석은 판단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진우는 토칠라크에 가고 싶었다. 자신도 그것이 위험한 생각이라는 점은 알고 있었다.

말 그대로 객기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토칠라크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순간 자신도 정확히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강력한 끌림 같은 것을 느꼈다.

‘함께 가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도 좋고 말이야.’

자신이 동조 단계에 아주 가깝게 다가섰다는 사실은 아직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행여 다른 행성에 가서 동조에 드는 경험을 하더라도, 되도록 그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 점에서도 토칠라크는 자신의 목적에 꼭 맞는 곳이었다.

“알겠어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면 할 수 없지요 뭐.”

진우는 거짓말을 했다. 이미 전순호로부터 브리핑을 받을 때 토칠라크의 좌표는 외워둔 상태였다. 그리고 그에게는 타르코스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행성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이니스프리에서 잭슨과 험프리를 제압했을 때, 그들의 배낭 속에 있던 간이 포털 장치를 챙겨두었던 것이다. 잭슨으로부터 두 개, 험프리로부터 하나가 나왔다.

이번에는 그걸 이용할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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