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성 헌터-113화 (113/235)

113화

학자들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 은하에는 약 이천 억 개의 별, 즉 항성들이 있고, 우주에는 그런 은하가 또 다시 이천 억 개가량 된다고 한다. 니코레임 인들이 지구를 방문한 이래로 우주에 관해 많은 지식이 전해졌지만, 지구인들은 사실상 아직도 자신들이 직접 관리하는 행성 이외에는 아직도 외계 행성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니코레임 인들 역시 우주 전체에 퍼져 있는 수많은 행성 가운데 극히 일부밖에는 탐사하지 못했지만, 그 가운데에는 지구처럼 특정한 종족이 등장해 독자적인 문화를 건설한 곳들도 있었다.

지구인들이 쉽게 그저 외계인이라고 부르는 니코레임 인들이 지구를 방문한 이래로 많은 과학자들이 문명이 발달된 다른 행성들에 대해 질문했었다. 니코레임 인들은 지구 외에도 그런 행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분명히 그렇다고 확답을 해 주었다. 그러나 자신들이 좌표를 알려주고 이동 수단까지 마련해 준 몇몇 특정 행성들을 제외하면, 그 밖의 다른 행성들의 위치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특히 외계 문명이 존재하는 다른 행성들에 대해서는 어떤 정보든 앞으로도 절대 알려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  * * * *

알레이브 행성에 있는 황량한 사막 위에 건설된 조그만 마을 입구에 느닷없이 포털이 열리더니 그 안에서 한 사람이 튀어나왔다. 마을 입구에서 커다란 통짜 쇠창을 들고 경계를 서던 두 명의 경비병들이 갑작스러운 포털 개방에 깜짝 놀라 방금 나타난 인물을 향해 창을 겨누었다.

2m가 훨씬 넘고 온 몸에 근육이 말 그대로 덕지덕지 붙은 것 같은 그들이 3m는 족히 되어 보이는 창을 겨누자 순간적으로 전해지는 위세가 장난이 아니었다.

“누구냐?”

그 중 한 명이 큰 소리로 묻자 포털에서 나온 인물은 품에서 헌터 패드를 꺼내 들었다. 그가 몇 가지 조작을 끝냈을 때, 거구의 경비병이 다시 한 번 소리를 질렀다.

“누구냐고 물었다. 대답을 하지 않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

새로운 인물은 경비병의 말에 따라 헌터 패드에 번역되어 나타난 글자들을 들여다보더니 다시 몇 가지 문자를 입력했다. 그러자 잠시 후 헌터 패드에서 알레이브 행성어로 번역된 음성이 울려나왔다.

“니코레임에서 온 아스탄이라고 합니다. 루살카님을 뵈러 왔으니 안내를 부탁합니다.”

헌터 패드에서 나오던 소리가 끝나자 아스탄은 품에서 세 개의 동심원이 그려져 있는 검은색의 패를 꺼내 경비병에게 보여주었다. 패를 본 경비병은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아스탄을 향해 말했다.

“잠시 기다리시오. 안에다 소식을 전하겠소.”

그는 말을 마치고 창을 거두더니 함께 있던 다른 경비병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그의 눈짓을 받은 경비병이 부리나케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돌아온 경비병은 아스탄을 향해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주인님이 당신을 보겠다고 합니다. 저를 따라 오십시오.”

아스탄은 여전히 창을 들고 자신을 주시하고 있던 입구의 경비병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안내하는 이를 따라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대부분 허름한 흙집이 늘어서 있는 마을 한 가운데에 있는 오아시스 옆에는 그래도 다른 집과는 달리 하얀 돌을 쌓아올려 만든 제법 그럴싸한 건물이 한 채 서 있었다. 안내를 따라 그 안으로 들어간 아스탄은 벽 하나 없이 탁 트인 하나의 공간으로만 구성된 건물 한 가운데의 의자 앞으로 다가갔다.

의자 위에는 짙은 갈색 피부를 한 2m 가량의 건장한 사내가 허리부터 무릎 위까지 내려오는 짧은 하의 하나만을 걸친 채 앉아 있었다. 온 몸에 털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고, 코가 낮은 대신 귀가 거의 정수리 근처까지 뻗어 올라간 인물이었다.

팔과 다리가 유난히 길었지만, 발달된 근육이 꿈틀거리고 있어 가늘다는 느낌은 전혀 주지 않았다.

“오랜만입니다, 루살카. 건강해 보이는군요.”

아스탄의 인사를 받은 그가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앉은 채로 대답을 했다.

“오년 만이군 아스탄. 이번에는 무슨 일로 나를 찾았나? 드디어 결심을 한 건가?”

아스탄은 고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시잖습니까. 니코레임 인에게 자유를 버리게 하려면 그만한 대가를 주셔야 합니다.”

그러자 루살카가 가소롭다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생존을 보장해 주는 것만으로는 대가가 부족하다는 말인가? 우리가 기다려주겠다고 약속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오년 정도 남았군.”

아스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루살카 님의 플레비크 행성과 저희 니코레임 행성의 시간으로는 그 정도 남았지요. 지금 제가 있는 곳의 시간으로는 십 년이 조금 못 되는군요. 그곳은 니코레임보다 행성의 공전 속도가 빨라서요.”

“지구라고 했나? 지금 너희들이 있는 곳 말이다.”

“네. 그렇습니다. 저희 니코레임 인들이 희망을 걸고 있는 곳이지요.”

루살카의 입에 또 다시 비틀린 웃음이 걸렸다.

“헛된 희망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군. 어디인지 위치는 모르겠지만 네 말에 의하면 마나가 하나도 없는 행성이라고 들었다. 그런 곳에서 도대체 무슨 희망을 찾고 있는 거지?”

“니코레임에 전해지는 전설이 주는 희망이지요. 자유를 버리느니 생존을 포기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이들이 택한 선택입니다. 플레비크 인들에게는 납득하기 어렵겠지만 그것이 저희 니코레임 인들이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그러자 루살카의 눈 주위가 꿈틀거렸다.

“너희들의 전설이나 희망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도망간 니코레임 인들이 그 지구라는 곳에서 새롭게 터를 잡고 살든 말든 우리에게는 상관이 없어. 허약한 종족들은 종속의 낙인을 찍을 가치도 없으니까. 이제 쓸 데 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용건이나 꺼내 봐라. 이번에는 무슨 일 때문에 왔는가?”

그의 몸에서 순간 은은한 살기가 퍼져 나왔다. 아스탄은 애써 마음을 가다듬었지만 순간적으로 온 몸이 굳어버리는 듯한 공포에 숨이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이 자식들은 지성체가 아니라 마수야. 이렇게까지 끔찍한 마나의 기세라니.’

그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오늘 방문의 목적을 이야기했다.

“지구에 동조의 단계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는 지구인이 하나 나타났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루살카가 앉아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말이냐? 마나가 하나도 없는 행성에서 동조의 단계를 바라보는 자가 나타났다고?”

루살카의 몸에서 퍼져 나온 마나의 기세가 가공할만한 압력으로 덮쳐오는 바람에 아스탄은 저도 모르게 뒤로 몇 걸음 물러나고 말았다. 그는 속으로 혀를 찼다.

오십년 전에 뼈저리게 느낀 일이었지만, 역시 플레비크 인들은 타고난 전투 종족이었다. 루살카가 내뿜는 기세만으로도 그는 이들을 절대 쓰러뜨릴 수 없다는 아득한 절망감에 다시금 빠져들었다.

최상급도 아닌 고작 상급 전사가 이 정도의 기세를 뿜어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겪으면서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진정하십시오. 그 자는 단지 가능성만을 가지고 있을 뿐, 아직 동조 단계에 들지는 못했습니다. 플레비크 인들 기준으로는 이제 간신히 상급 전사의 수준을 바라보고 있을 뿐입니다. 루살카님의 상대로는 많이 부족한 자입니다.”

아스탄이 황급히 말을 하자 잠시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루살카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렇군. 내가 조금 흥분했어. 그 정도면 이제야 마나 발현을 자유자재로 하는 수준이 되었겠군. 조금 더 높게 봐 준다고 해도 간단한 동조가 가능한 정도이겠어. 하지만 그 정도로는 약속한 시간이 되기 전에 그 자가 동조의 단계에 오르기는 어렵겠구나. 그래도 마나가 전혀 없는 행성 치고는 제법이긴 하지만 굳이 찾아가서 상대할 가치는 없겠군.”

아스탄은 고개를 저었다.

“그 자의 마나 친화력이 탁월합니다. 마나가 전혀 없는 행성에서 나고 자라서 그런지 오히려 그 점에서는 저희 니코레임 인이나 루살카님의 플레비크 인들보다 뛰어납니다. 아마 약속한 시간이 되기 전에 동조 단계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루살카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그의 입에 재미있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네가 있다는 그 지구의 시간으로 십년 안에 동조에 오를 수 있다고? 그걸 지금 나더러 믿으라는 건가? 니코레임 인들은 거짓말을 잘 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과장이 심하군. 나는 우주에 우리 플레비크 인들보다 발전이 빠른 종족이 있다는 말을 믿지 못하겠다.”

“그 자를 직접 보기 전에는 저도 전해지는 말은 그저 전설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자가 처음 마나에 접하고, 그걸 다루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한 지가 지구 시간으로 이제 고작 3년째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어쩌면 전설이 다시 재현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루살카가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질렀다.

“거짓말하지 마라. 어릴 때부터 마나에 접하고 그걸 수련하는 우리 플레비크 인들도 마나의 발현을 완숙하게 하려면 플레비크 시간으로 최소한 오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것도 본격적인 수련을 시작한 뒤로만 따져서 그래. 네 말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그러자 아스탄이 다소 느긋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도 보지 않았다면 믿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제 말은 사실입니다. 아시잖습니까. 우리 니코레임 인들이 차라리 입을 다물었으면 다물었지, 함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요.”

루살카가 입꼬리를 비틀며 아스탄을 노려보았다.

“그래. 너희 니코레임 놈들은 거짓말을 거의 안 하지. 하지만 자신들의 자유와 생존이 걸린 문제일 경우는 좀 달라지지 않나? 아무튼 좋다. 네 말이 사실이라면 그 지구인을 여기로 데려와라. 내가 직접 확인해 보마.”

루살카는 사납게 으르렁대듯 아스탄에게 말했다. 하지만 아스탄은 고개를 저었다.

“지구에서 사용되는 모든 정규 포털에는 알레이브 행성으로 올 수 있는 좌표가 입력되어 있지 않습니다. 들키지 않고 그걸 새로 입력할 방법도 제게는 없고요. 간이 포털 장치를 사용하면 가능하기는 하겠지만 저로서도 그걸 함부로 빼돌리는 건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여기에 한 번씩 오는 것만 해도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을 꾸며 물량을 빼돌려야 합니다. 또 그걸 사용한다고 치더라도 그 지구인에게 이곳으로 오도록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 없지 않습니까? 뭐 거짓말로 속여서 유인할 수는 있겠지만, 장담할 수 없는 일이지요. 그보다는 루살카님이 잠시 다른 행성으로 가셔서 그 지구인을 만나는 건 어떨지요?”

아스탄의 말을 들은 루살카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동조 단계를 바라보는 지구인이 있다는 말을 듣고 잠시 흥분했던 그의 얼굴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평정을 되찾았다.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눈을 뜬 그가 잠시 아스탄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네가 가지고 온 정보는 아주 흥미롭다. 그 대가를 주지. 간이 포털 장치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했나? 그렇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눠 주지. 그리고 그 지구인을 만나는 것은 조금 뒤로 미루기로 하겠다.

네 말대로라면 곧 동조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겠지? 그 자가 동조의 단계에 들면 바로 내게 연락을 해라. 간이 포털 장치는 그 일에 대해 선불로 지급하는 수고비로 생각을 해라.

“동조에 들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그냥 지금 상대해서 종속을 시키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 자가 확실히 동조에 들게 되면 아무리 루살카님이라고 해도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루살카가 씨익 웃었다.

“어줍지 않은 도발을 하는구나. 하지만 나도 곧 동조에 들 것 같다. 우리 시간으로 반 년, 네가 있는 지구 시간으로는 1년 정도면 가능할 것 같아. 그때 가서 그 지구인을 종속시키는 것으로 하지. 그 동안 그 녀석이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했으면 좋겠군. 그래야 종속을 시켰을 때 내가 얻을 수 있는 힘도 더 세지니까 말이야. 으하하하하.”

그는 말을 마치고 나더니 크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 플레비크 인들은 상대를 굴복시키면 소위 ‘종속의 인장’이라는 것을 찍을 수 있었다.

일단 종속의 인장이 찍힌 상대는 자신을 굴복시킨 이를 평생 주인으로 모시게 된다. 그것은 정신 자체에 직접 찍히는 마나의 인장이었으므로 주인이 풀어주기 전에는 절대로 벗어날 수 없었다.

플레비크 인들은 기본적으로 전투 종족이었다. 그들은 오로지 개인이 가진 힘의 우열에 의해 모든 것을 결정했다.

더 센 자가 약한 자를 완벽하게 복종시키는 철저한 상명하복의 계급 체계가 그들이 이룩한 사회의 가장 대표적인 특성이었다. 그리고 그 힘은 수련에 의해서도 발전하지만 더 많은 상대를 종속시킬수록 강해졌다.

‘종속되는 놈들의 수준이 높을수록 더 강해지고 말이야.’

루살카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떤 일이든 그렇지만 수준이 높아질수록 발전하기가 어려워졌다.

같은 수준의 대상을 종속시키더라도 일단 자신이 완전하게 동조의 단계에 올라선 뒤에 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됐다. 그래서 그는 당장 아스탄이 말한 지구인을 만나려던 생각을 접고, 일단은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섣부른 자신감이 아니었다.

그 지구인이 조금이라도 지금보다 더 발전할수록 자신이 상대를 종속시켜 얻을 수 있는 힘이 더 많아졌다. 자신이 지구인에게 질 수도 있다는 생각 따위는 그의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았다.

그는 아스탄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지구 시간으로 1년 뒤에 다시 와라. 그때 가서 네가 적당한 행성을 고르면 그곳에서 그 지구인을 만나마. 그 대가로 간이 포털 장치 10개를 주겠다.”

거기까지 말을 한 그는 문득 아스탄을 강하게 노려보았다.

“너를 단번에 종속시키지 않고 네 귀여운 재롱을 계속 봐 주는 건 지구로 돌아간 뒤 종속의 인장을 들킬 것을 염려해서다. 네놈들이 그것 하나는 귀신같이 잘 파악을 하니까. 하지만 명심해라.

지금은 우리가 지구의 위치를 알지 못해 참고 있지만, 결국 십 년 안에는 찾아낼 수 있을 거다. 어쩌면 그보다 더 빠른 시간 안에 가능할 지도 몰라.

우리는 지금도 문명을 가진 행성에 대한 정복을 계속하고 있고, 그 가운데에 지구의 위치를 알고 있는 행성이 포함될 수도 있어.”

그의 말을 들은 아스탄이 씩 하고 웃었다.

“하지만 마나를 전혀 갖고 있지 않은 행성이 우주에 지구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니 확신하실 수는 없겠지요. 어차피 그런 행성이 발견될 때마다 일일이 찾아가서 확인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그러지 마시고 제가 말씀드린 조건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십시오. 그러면 지금이라도 당장 지구의 위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루살카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네놈은 확실히 니코레인 인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교활해. 종속의 인장을 걸면 모든 기억을 잃고 바보가 되도록 자신의 머리에 마나 잠금장치를 하다니 말이야. 니코레임 인 가운데 어떻게 너 같은 놈이 나왔는지 모르겠군.”

“그것이야말로 우주에서 오직 저희 니코레임 인만이 가진 기술이지요. 그런 점에서 저 역시 전형적인 니코레임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스탄의 대답을 들은 루살카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자유보다 생존을 더 중시하는 니코레임 인이라. 뭐 나하고는 별 상관이 없지만 어쨌든 네 놈은 정상은 아니야. 이야기는 끝났다. 네가 말한 지구인이 동조에 들지 않는 이상 1년 뒤에 다시 보는 걸로 하자. 오늘은 이만 돌아가라.”

루살카의 축객령이 떨어지자 아스탄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건물을 떠났다. 마을을 떠나기 전에 루살카가 종속의 인장을 심어 놓은 그의 부하가 다가와 간이 포털 장치를 담은 짐을 건네주었다.

포털을 통과할 수 있는 크기와 무게에 맞추어 여러 개로 가방에 나누어 담은 그것을 받아든 아스탄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실렸다.

‘이걸로 지구인들을 몇 명 더 설득할 수 있겠군. 콴톤 의장을 비롯해서 우리 니코레임 인들은 지구인에 대해 너무 낙관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어. 지구의 역사를 보라고.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욕심을 따른 놈들이 언제나 승리해왔어. 그리고 그들의 승리야 말로 지구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지. 우리는 이기적이고 욕심이 많은 놈들하고 손을 잡아야 해. 그래야 만일의 경우 지구에서 확실히 터전을 잡을 수 있어.’

그는 마을에서 적당히 떨어진 곳에 간이 포털 장치를 설치하면서 중얼거렸다.

“마나를 보는 자 하나에 우리 모두의 운명을 걸다니. 차라리 다른 지구인들처럼 돈과 권력에 판돈을 거는 게 낫지. 콴톤 의장. 당신은 자유를 찾으라고. 나는 살아남는 쪽을 택할 테니까.”

그는 간이 포털 장치를 완성한 뒤 곧바로 새로 열린 포털을 통해 지구로 귀환했다. 그가 떠난 자리에 남아 있던 장치는 포털이 닫히면서 곧 산산이 부서졌다. 잠시 후 메마른 사막의 바람이 모래를 싣고 와 포털의 잔해를 황량한 사막의 먼지로 덮어 버렸다.

============================ 작품 후기 ============================

새해가 밝았습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 해 기쁜 일만 계속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더불어 행성 헌터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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