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성 헌터-102화 (102/235)

102화

요헴은 만하임에게 설득하듯 말을 했다.

“계약은 분명히 준수할 거요.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는 게 어떻겠습니까? 지금 당장 공격을 시작하면 저기 있는 어린 친구가 위험해 질 수도 있는데.”

그때 뒤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우리가 공격을 시작하면 알아서 피하겠지. 설마 자기가 죽을 줄 알면서도 수련을 하겠다고 계속 버티고 있기야 하겠나. 그나저나 저기 있는 어린 친구도 헌터요?”

최현이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들리자 동양인으로 보이는 반백의 남자가 서 있었다.

“중국에서 온 최상급 헌터 궈 레이입니다. 이번 사냥에 참가한 두 명의 최상급 헌터 가운데 한 사람이지요.”

요헴이 최현에게 그를 소개했다. 다른 한 명의 최상급 헌터는 물론 눈앞에 있는 요헴이 분명했다. 전해지는 마나의 느낌이 그랬다. 최현은 초조함을 감추고 대답했다.

“상급 헌터입니다. 지금 수련 도중에 무아지경에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깨어나지 많으면 강제로 깨우기는 어렵습니다. 두 분 다 최상급 헌터이시니 잘 아시지 않습니까. 무아지경에 든 헌터를 강제로 깨우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그러자 궈 레이라는 중국 헌터의 얼굴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은 곧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저 나이에 벌써 상급이라고? 어린 친구가 대단하군요. 하지만 내가 잘못 파악한 게 아니라면 저 친구에게서는 아무런 마나도 느껴지지가 않소. 상급 헌터는커녕 그냥 일반인 같은데? 마나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상급 헌터라... 당신 말은 믿기가 조금 어렵군.”

말을 하는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궈 레이의 말은 사실이었다.

진우의 안색이 안정을 찾을 즈음, 최현도 그의 몸에서 갑자기 마나의 기운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무슨 일 때문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었지만 아마도 와카반의 마나와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헌터들에게 그걸 말할 수는 없었다.

설명을 한다고 해도 그들이 납득해 준다는 보장도 없었다. 최현은 답답해서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최현이 자신의 말에 대꾸를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자 궈 레이라는 중국 헌터는 뒤를 향해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구경을 하고 있던 헌터들 가운데 이십 여명이 몸을 움직이더니 순식간에 와카반을 에워싸려고 했다. 그 것을 본 요헴이 잠시 얼굴을 찌푸리더니 궈 레이에게 말을 했다.

“잠깐만 기다리시오, 궈 레이 대장. 우리는 아침부터 이곳까지 계속 달려오느라 아직 식사도 하지 못했지 않소? 그렇게 서두를 게 아니라 일단 주변에 텐트도 치고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그 정도 시간이면 저기 있는 친구도 그만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요헴의 말을 들은 궈 레이는 그와 최현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 요헴 대장께서 그렇게까지 말을 하니 그럼 그렇게 합시다. 하지만 그래 봤자 한 시간 남짓일 거요. 도대체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으나 그 전에 저기 앉아 있는 어린 친구도 그만 일으켜 세우는 게 좋을 거요. 최현이라고 했소? 보아하니 당신이야말로 상급 헌터인 것 같은데, 그쪽도 마찬가지요. 와카반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면 우리가 공격을 시작하자마자 주변의 마나가 굳어버린다는 사실을 알 거요. 그러면 좋든 싫든 두 사람도 와카반이 쓰러질 때까지는 이 자리를 떠나기가 어렵소. 그러니 두 사람 다 공격이 시작되기 전에 자리를 피하도록 하시오. 그렇지 않다면 우리도 더 이상 사정을 봐 줄 수 없소.”

궈 레이까지 요헴의 말에 찬성하자 만하임이 화를 벌컥 내었다.

“두 분 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공격을 늦추다니요? 저는 분명히 지금 당장 공격을 시작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요헴이 혀를 차며 만하임을 쳐다보았다.

“당신도 지난 이틀 동안 우리를 따라잡느라 밤낮으로 차를 몰고 달려왔다고 하지 않았소? 그렇다면 잠을 거의 못 잤을 텐데? 그렇게 급하게 쫓아온 걸 보면 우리가 공격하는 걸 지켜 볼 생각인 것 같은데, 잠시라도 눈을 붙이든가 쉬든가 하시오. 그 계약서에 밥도 먹지 않고 일을 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지 않소? 알아서 늦지 않게 공격을 시작할 테니 지나치게 재촉하지 마시오. 계약을 했으니 의뢰는 반드시 수행하겠지만, 사냥에 관한 세부 방법까지 의뢰자가 일일이 간섭해도 좋다는 건 아니오. 사냥은 헌터가 하는 거지 의뢰자가 하는 게 아니요.”

요헴이 그렇게 딱 잘라 말하자 만하임은 분을 참지 못하는 기색이었지만 할 수 없이 물러섰다. 아무리 계약 관계이고 그가 거대 기업에서 일하는 이사급 임원이라고 해도, 최상급 헌터는 그로서도 이래라 저래라 함부로 명령을 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요헴은 만하임을 물러서게 하면서도 조금 이상했다. 그가 지나치게 공격을 서두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와카반은 어차피 긴 시간을 들여 공략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마수였다. 저렇게 서두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최현을 힐끔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저들 사이에 무슨 사정이 얽혀 있는 거 같은데. 자칫 잘못하면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릴 수도 있겠군.’

그는 속으로 혀를 차고는 최현에게 경고를 했다.

“음... 개인적으로는 지금 상황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기는 하지만 나도 의뢰를 받고 다른 헌터들과 함께 움직이는 몸이라 내 맘대로 사정을 봐 주기는 어려울 것 같구려. 솔직히 마나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을 차치하고라도, 저렇게 어린 친구가 벌써 상급 헌터라는 당신의 말은 나도 믿기가 어렵소. 우리가 텐트를 설치하고 식사를 끝내는 데에는 한 시간 정도 걸릴 거요. 그 안에 저 어린 친구가 일어나서 자리를 피해준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공격을 시작할 수밖에 없을 것 같소. 그때까지도 계속 버티고 있다면 당신들이 고의적으로 우리를 방해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소.”

요헴이 그렇게 말하면서 궈 레이를 바라보자 그도 고개를 끄덕였다. 요헴은 불만이 가득한 만하임에게도 다시 말을 했다.

“그 정도로 합시다. 우리도 계약에 묶인 몸이라 되도록 의뢰자의 요구를 따르고 싶지만, 이 정도의 편의도 용납을 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사정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겠소. 그럴 경우 돌아가서 각국 헌터 연합에 정식으로 이 내용을 보고하게 될 거요. 그런 일은 서로 피하는 게 낫지 않겠소?”

만하임이 입술을 깨물더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최현은 더 이상의 양보를 얻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초조하게 진우가 깨어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가 아무리 상급 헌터라고 해도 자신의 힘만으로 사십 명이나 되는 헌터들을 막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진우는 사정이 그렇게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 주위의 상황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한 시간 전부터 몸속을 맹렬하게 질주하는 와카반의 마나를 진정시키고 자신에게 협조적인 움직임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모든 정신을 집중시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로서는 조금씩 와카반의 마나가 자신의 마나 흐름에 동조하고 있던 참이라 다른 곳에 신경을 분산시킬 여유가 없었다.

최현의 초조함 속에서 한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진우의 상태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지켜보고 있던 요헴과 궈 레이가 최현을 향해 잠시 책망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더니 동시에 손을 높이 쳐들었다.

이미 헌터들은 만반의 공격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두 사람의 손이 와카반을 향해 힘차게 내려가지 와카반을 에워싸고 있던 헌터들이 동시에 공격을 시작했다.

궁수들이 먼저 일제히 와카반을 향해 화살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뒤를 이어 각양각색의 무기를 빼어든 신체형 헌터들의 공격이 와카반의 몸 위로 쏟아졌다.

*  * * * *

진우는 자신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와 기존의 마나와 어느 정도 동조의 기색을 보이던 와카반의 마나가 갑자기 격렬하게 꿈틀거리며 흐름을 벗어나는 것을 느꼈다. 안정을 찾고 흐름에 따라 진우의 몸 안에서 조금씩 운행을 따라가고 있던 마나가 순식간에 돌덩어리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왜 그래? 갑자기 왜 또 네 멋대로 구는 거지?“

그러나 와카반의 마나가 입을 열어 대답을 해 줄 리 없었다. 그의 몸속에 흘러들던 마나가 도로 빠져나가지는 않았지만, 새롭게 유입해 들어오는 마나 역시 끊겼다.

와카반의 마나는 그동안 천천히 진우의 몸 안으로 흘러들어왔다가 그의 몸속을 구석구석 돌아보고는 다시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마나의 흐름이 멈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몸속에 남아 있던 와카반의 마나가 갑자기 기존의 마나 흐름을 무시하고 살갗으로 몰려가더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피부를 단단하게 굳혀 버렸다.

마치 쇠로 만든 가죽을 둘러쓴 기분이었다.

‘눈도 깜짝일 수가 없네.’

피부의 신경이 모두 죽어버린 것 같았다. 온 몸의 피부가 뻣뻣하게 굳어버려 아무런 감각도 느낄 수 없었다. 문득 불안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다른 헌터들이 벌써 몰려와서 공격을 시작한 건가? 그러고 보니 내가 명상에 든 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최현 선생님은 괜찮은 건가?’

하지만 주변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동안은 무아지경에 있느라 주변의 상황을 알 수 없었다면, 지금은 눈, 코, 입은 물론 심지어 고막까지 쇳덩어리가 되어 버린 느낌이었다.

아무런 빛도 소리도, 냄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보이는 것은 심상에 비친 자신과 와카반의 마나 크리스털, 그리고 본래부터 지니고 있던 세 개의 마나 크리스털이 내뿜는 마나의 기세뿐이었다.

불안하면서도 답답했다.

‘굳은 걸 풀려면 와카반의 마나와 다시 정상적인 교감을 하는 방법밖에는 없겠군.’

진우는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금 와카반의 마나에 모든 정신을 집중시켰다. 그건 마치 이미 단단하게 굳어버린 쇠기둥을 쥐어짜 물을 받아보겠다는 시도 같았다.

교감을 위해 발악에 가까운 집중을 계속하자 어느 때부터인가 그의 몸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낮이라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진우의 전신에서 예의 우윳빛 서광이 약간씩 내비치고 있었다.

*  * * * *

와카반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자 예상했던 대로 일대의 마나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헌터들의 수준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었지만, 공격에 참가한 헌터들은 물론 최현과 만하임까지 모두 사방을 짓누르는 압력과 함께 온몸이 뻣뻣하게 굳는 느낌을 받았다.

“당황하지 말고 공격을 멈추지 마라. 와카반의 공격은 빠르지 않다. 침착하게 공격을 계속해.”

궈 레이와 요헴이 헌터들을 독려하며 공격을 지휘했다. 그들 자신도 와카반의 몸체에 바싹 붙어서 각자의 무기로 계속해서 놈의 몸통을 두들겼다.

어느 누구도 헌터다운 빠른 공격을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평소보다 느리고 약하기는 해도 사십 명의 헌터들이 동시에 가하는 공격의 위력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만약 주변의 마나가 온통 굳어버리지 않았다면 사십 명의 헌터들에 의한 마나의 운용으로 와카반의 주위에 마나의 폭풍이 몰아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카반의 몸뚱이에서는 돌가루 하나 날리지 않았다. 그건 마치 스피커가 망가져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가운데 오케스트라의 연주 동영상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연주자들은 열심히 악기를 연주하는 데 귀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 같은 기괴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느리고 뻣뻣하기는 하지만 지속적인 공격이 한 시간 이상 이어졌다. 요헴과 궈 레이는 조금씩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와카반이 반격을 안 해?’

이곳에 오기 전에 여러 차례에 걸쳐 호텔 측이 건네 준 기록과 동영상을 살폈다. 자료에 의하면 이십년 전의 사냥 때에 와카반은 마수 치고는 느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몸을 움직이거나 주변의 돌덩이를 날리는 등의 공격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려 한 시간이 넘도록 공격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마치 죽어버린 시체를 때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주변의 마나를 굳혀 버린 것으로 보아서는 분명히 반응을 하고 있기는 한데, 왜 직접적인 공격을 하지 않는 거지?’

요헴이 가지고 있는 그런 의문은 초조한 마음으로 헌터들의 공격을 보고 있는 최현도 마찬가지였다.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만 그는 진우와 와카반의 마나가 서로 교감을 일으키면서 무언가 예전과는 사정이 변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와카반이 진우와 교감을 하느라 주변의 공격에도 반응을 하지 않는 건가?’

하지만 그도 그저 짐작만 할 뿐,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그로서는 그저 와카반이 몸을 움직여 무아지경에 빠져 있는 진우를 공격하지 않는 것만 해도 천만다행일 뿐이었다.

설사 와카반의 몸체가 공격을 받아 다 부서져서 다시는 교감을 시도할 수 없게 되더라도 최현으로서는 진우가 몸 성히 이 자리를 빠져나올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와카반이 헌터들의 공격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저 묵묵히 버티고 있는 시간이 벌써 열 시간 이상 지났다. 그 사이에 해가 져서 주변은 완전히 캄캄한 어둠으로 뒤덮였다.

와카반은 제법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헌터들의 계속된 공격에 일체의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몸뚱이에서는 돌조각 하나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듣던 대로 철벽같은 방어력이었다.

어찌 보면 아무런 위험이 없는 가운데 일방적으로 공격을 하는 안전한 사냥이었지만, 공격을 하고 있는 헌터들은 점점 맥이 빠졌다. 자신들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심지어 요헴과 궈 레이라는 두 최상급 헌터의 공격도 와카반에게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쇳덩어리를 맨주먹으로 두들기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러다가는 헌터들이 먼저 나가떨어지겠다.’

요헴은 궈 레이에게 신호를 보내 공격에 가담하는 헌터들을 2교대로 돌리기로 했다. 헌터들을 두 부대로 나누기로 한 것이다.

그를 포함한 이십 명의 헌터들이 여섯 시간 동안 와카반을 공격하면, 그동안 궈 레이를 대장으로 하는 나머지 헌터들이 식사와 수면을 포함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요헴 공격대의 공격이 끝나면 그 다음 여섯 시간 동안 다시 궈 레이의 공격대가 교대로 공략에 나서는 방법이었다.

궈 레이에게 공격대의 지휘를 넘긴 요헴은 다른 헌터들과 함께 와카반의 곁에서 물러난 뒤 만하임에게 그들의 공략 방식을 설명했다. 만하임도 장님은 아니었으므로 헌터들의 공격이 너무 장시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뻔히 보고 있었다. 그래서 차마 반대는 하지 못했지만 얼굴 위로 드러나는 못마땅한 기색을 완전히 숨기지는 못했다.

‘저 싸가지 없는 자식.’

요헴은 설명을 마치고 자신이 이끄는 헌터들을 뒤로 물리면서 만하임의 얼굴을 힐끗 보았다. 녀석으로서는 헌터들이 지쳐 쓰러지든 말든 한 사람도 쉬지 않고 공격을 계속하기를 바라는 것이 분명했다. 다만 그게 무리라는 건 옆에서 보고 있는 입장에서도 명백하니 차마 말은 못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리라.

‘헌터들이 무슨 돈에 놀아나는 노예도 아니고.’

헌터란 굳이 기업에 소속되어 활동하지 않아도 자력으로 사냥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었다. 의뢰를 받을 경우 사냥 이외에도 추가적인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의뢰를 마다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가끔 저렇게 헌터들을 돈만 주면 언제든지 고용해서 부릴 수 있는 일용직 노무자처럼 생각하는 이들을 만나면 만정이 다 떨어졌다.

큰 호텔 상무라면 사람을 부리는 일에 대한 경험이 많을 터인데도 저렇게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걸 보면 현명한 자는 아니었다.

============================ 작품 후기 ============================

오늘 조아라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제 글이 이번 77 페스티벌에서 5등에 당선되었다고 하네요. 그동안 제 글을 읽고 추천하고, 선작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꼭 그 때문은 아니더라도 오늘은 3연참입니다. 내용상으로도 그래야 이번 헌팅이 완료되거든요. 다시 한 번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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