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성 헌터-92화 (92/235)

92화

10. 행성 이니스프리

헌터들은 헌팅을 나설 때, 어디를 가든 자신의 무기를 항상 가지고 다닌다. 당연한 얘기지만 원래 쓰던 무기가 아닌 다른 무기를 쓰는 게 불편해서다. 그래서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이번처럼 다른 나라에 있는 포털을 이용하기 위해 무중력 비행기를 탈 때에는 입국하거나 출국할 때 반드시 헌터 전용 출입구라는 걸 이용해야 했다.

그때 소지하고 있던 무기는 모두 따로 신고하고 수화물로 부치게 되어 있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일반인들이 무기를 소지한 채 비행기에 탑승하도록 허락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었다.

헌터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신 맡긴 무기는 공항에서 입국할 때 다시 되찾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상해 공항에서는 그게 조금 달랐다.

“상해 헌터 양성소에서 무기를 찾으라고요?”

진우가 다소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되묻자 공항 직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만 까딱였다.

“왜요?”

“그게 규정입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공항에서 나갈 때 압수했던 무기를 바로 돌려주잖아요? 왜 여기는 바로 주지 않고 헌터 양성소에서 찾아야 하는 거지요?”

“규정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무기를 든 일반인이 시내를 활보하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일반인이 아니라 헌터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군인이나 경찰이 아닌 사람들은 무기를 소지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헌터 양성소에서 포털을 이용하실 때에 무기를 찾으시면 됩니다. 그때까지 맡기신 무기는 안전하게 보관해 드릴 겁니다.”

공항 직원의 표정과 말투에 짜증이 섞이기 시작했다. 그건 진우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도 일반인은 그래요. 하지만 저는 헌터라고요. 헌터 카드도 있고 무기 소지 허가증도 보여드렸잖아요. 신분 확인이 다 됐는데도 왜 무기를 바로 돌려주지 않느냐고요.”

“그게 규정이라고 지금 세 번째 말씀드리는 겁니다. 헌터가 군인이나 경찰은 아니잖습니까? 그게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다음 비행기를 이용해서 바로 돌아가셔도 됩니다.

그럼 본국에 도착해서 재입국하실 때 무기를 돌려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맡기신 무기는 저희가 탑승하신 비행기 편에 수화물로 부쳐드리겠습니다.

직원의 말이 날카로워졌다. 싫으면 돌아가라는 말에 속으로 열이 받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이미 최현에게 언제쯤 이니스프리에 갈 것이라고 크리스털 메모리로 답변을 보낸 상태였다. 약속한 시간에 저쪽에서 자신을 마중 나올 텐데 지금 못 간다고 회신을 보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무기를 나중에 돌려받더라도 일단은 약속한 시간에 포털을 타야 했다.

나라마다 헌터에 대한 대우는 조금씩 달랐는데, 중국의 경우 헌터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다른 곳보다 심하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다. 그러나 총이라면 모를까 활이나 검도 소지할 수 없을 줄은 몰랐다. 사실상 중국을 제외한다면 그런 규정을 둔 나라가 없기도 했다.

헌터들은 각자 자기나라에서 무기소지 허가증을 받았다. 그건 허가증을 발부한 나라뿐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는 것이었다. 헌터 자격증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신분증이나 다름없는 것과 비슷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그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입국 심사 때에도 공항 직원이 굳이 헌터 카드가 아닌 여권을 제시하라는 말을 했었다. 별 생각 없이 요구에 응하기는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헌터 카드로는 신분을 확인해 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국가 정책이라는 말은 얼핏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기는 했다. 하지만 중국 헌터들이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에는 그런 대우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라리 미국이나 인도에 가서 포털을 탈 걸 그랬네.”

할 수 없이 옷가방만 든 채 공항을 나온 진우는 미리 예약한 호텔로 가는 택시 안에서 혼자 투덜거렸다. 걱정도 많이 됐다.

진우가 쓰는 활과 화살은 타르코스 소장이 특별히 제작해 준 것이었다. 만약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검속에는 금색의 마나 크리스털이 들어 있었다. 이들이 그걸 발견하면 과연 검을 순순히 내어 줄까? 이니스프리로 가기도 전에 중국에서부터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도 있었다.

숙소로 예약해 두었던 엽인반점(獵人飯店 : Hunter's Hotel)은 상해 헌터 양성소가 있는 곳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상당히 큰 규모의 특급 호텔이었다. 두고 온 무기들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던 진우가 호텔 프론트에서 객실을 확인하고 있을 때, 뒤에서 누군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강진우?”

뒤를 돌아다보니 진우 나이 또래의 사내가 이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 하나와 함께 서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누군지 얼른 알아보지 못했는데 자세히 보니 얼굴과 이름이 기억났다.

“장 페이량?”

뉴 올림포스 행성에서 열린 무투 대회에서 자신과 함께 궁술 개인전에 참가했던 상해 헌터 학교 출신의 궁수였다. 진우가 자신을 알아보고 이름을 부르자, 장 페이량은 활짝 웃으며 다가와서 진우의 손을 덥석 잡았다.

“이야, 반갑다. 무투 대회에서 보고 처음이네. 중국에 여행 온 거야?”

“어, 그래. 상해 헌터 양성소에 있는 포털을 이용하려고.”

“포털? 이니스프리 행성에 갈 생각인 건가?”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외국 헌터가 상해까지 와서 포털을 이용할 계획이라면 일반 행성이 아니라 헌터들의 행성으로 얘기되는 다섯 곳의 행성들 가운데 하나로 가려고 할 확률이 높았다.

“그런데, 내가 이니스프리로 가려고 한다는 건 어떻게?”

그 다섯 군데 중에 하필이면 이니스프리를 콕 집어서 얘기하는 것에 의아함을 느낀 진우가 그렇게 묻자 이번에는 오히려 장 폐이량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헌터 대전에 참가하려는 게 아니었어?”

“헌터 대전?”

“뭐야? 정말 그게 목적이 아닌가 보네? 지금 이 부근에는 거기 참가하려고 온 헌터들 때문에 제법 붐비고 있거든. 그럼 거긴 왜 가려는 건데?”

진우가 이니스프리로 가려는 건 최현이 오라고 불렀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최현이 굳이 놀러 오라고 얘기를 하기에 별 생각 없이 가겠다는 대답을 했었다.

마침 새로 잡은 동조에 대한 실마리도 있어서 마나가 풍부한 외계 행성에서 수련을 할 필요도 있었다. 그런데 헌터 대전이라니? 최현이 보낸 크리스털 메모리에는 그런 얘기가 없었다. 진우가 조금 당황해하고 있는 것을 본 장 페이량의 일행이 녀석의 어깨를 붙잡았다.

“아는 사람인 것 같은데 먼저 소개 좀 시켜주지?”

키가 170cm가 넘어 보이는 늘씬한 여자였다. 어깨 밑에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끈으로 간단하게 묶었는데,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한 게 별로 치장을 한 기색이 없는데도 남자들의 시선을 끌 만한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아, 죄송해요. 여기는 지난 무투 대회에서 개인전 궁술하고 근접 전투에서 우승한 한국 헌터 학교의 강진우라고 해요. 그 왜 아시잖아요? 1학년인데 학교 대표로 나와서 우승까지 차지하는 바람에 화제가 되었던 바로 그 친구에요.”

“중급 마나헌터 강진우? 어린 나이에 더블형 헌터라고 의심되었던 그 사람 말이야?”

장 페이량의 설명을 들은 여자가 눈을 크게 뜨고 놀라며 되물었다. 이들은 아직 진우가 상급 헌터로 헌터 카드를 갱신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맞아요, 헤헤. 제가 궁술 개인전에서 붙어서 아주 박살이 났거든요. 이 친구 덕분에 저도 자극을 받아 열심히 노력해서 벌써 전문 헌터가 됐잖아요.”

사람을 세워 놓고 저희들끼리만 웃으며 떠드는 바람에 진우는 조금 멀쑥해졌다. 자신한테 얘기를 할 때는 영어로 하더니 저희들끼리 얘기할 때는 중국어로만 떠들었다.

아주 기본적인 것 이외에는 중국어를 할 줄 모르는 진우로서는 알아듣지도 못하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멀뚱멀뚱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눈치를 챈 장 페이량이 얼른 자기 옆에 서 있던 여자를 진우에게 소개했다.

“아, 진우 인사해. 이 분은 내 선배이자 신체형 하급 마나 헌터인 멍칭웨이(孟淸微)야. 곧 중급 헌터가 될 거라고 기대를 받고 있는 분이야. 나랑 같이 이번에 헌터 대전에 참가하기로 했어. 사실은 내가 운이 좋아 팀에 낄 수 있었던 거지.”

진우가 가볍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자, 상대도 마주 인사를 해 왔다. 인사를 하는 자세는 제대로 예의를 갖추고 있었지만, 겸손함 속에서도 뭔가 자신감이 깃들어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나이가 실제 나이라면 성장이 빠른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인사를 하자 장 페이량이 생각이 났다는 표정으로 멍칭웨이를 쳐다 보았다.

“이따가 우리 같이 식사할 때 진우도 초대하면 어떨까요? 어차피 오늘은 서로 친목을 다지자는 자리니까 함께 식사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전부터 진우를 다시 보면 꼭 한 번 식사라도 하면서 이것저것 묻고 싶은 게 많았거든요.”

또 중국어로 떠든다. 이제 슬슬 짜증이 나려고 하고 있었다.

중국에 온 것은 태어나서 오늘이 처음이었는데, 이 사람들은 아무래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 것 같았지만, 진우로서는 오늘 하루 중국에 대한 인상이 별로 안 좋았다.

멍칭웨이가 진우의 그런 불편한 심정을 느낀 것 같았다.

“그런 건 일단 손님한테 의사를 물어봐야지. 우리끼리 결정할 문제가 아니잖아.”

영어였다. 멍칭웨이가 영어로 자신에게 말하는 의도를 깨달은 장폐이량이 아차 하는 표정을 짓더니 금방 진우에게 사과를 했다.

“아, 미안. 진우가 중국어를 못한다는 걸 깜박했어. 오늘 저녁에 이곳 식당에서 이번에 헌터 대전에 참가하기 위해 이니스프리로 가는 우리 팀원들이 회식을 하기로 했거든. 시간이 되면 진우도 거기 참석하면 어떨까 해서. 나 진우에게 묻고 싶은 것도 많은데 불편하지 않으면 같이 식사라도 할 수 있을까?”

진우는 잠시 고민했다. 특별히 바쁜 일이 있거나 피곤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낯선 사람을 꺼릴 정도로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남의 식사 자리에 사전 약속도 없이 끼어드는 게 편한 일은 아니었다.

“저도 무투 대회의 영웅과 같이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영광이겠네요. 아마 다른 분들도 강진우 헌터의 참석을 환영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불편하시면 제가 다른 분들에게 물어보고 나서 다시 연락을 드리면 어떨까요?”

어차피 낯선 땅에서 혼자서 저녁 식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편한 일은 아니었다. 중국 호텔 식당에서는 어떤 음식을 시켜야 할지도 난감하던 참이었다.

무엇보다도 도대체 헌터 대전이라는 게 뭔지가 궁금했다. 진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장페이량은 어린 아이처럼 기뻐하며 식당이 있는 장소와 약속 시간을 말해주고는 저녁때에 꼭 보자고 몇 번이나 다짐을 하더니 일행과 함께 사라졌다.

*  * * * *

“한 마디로 헌터와 기업들의 마나 스톤 직거래를 위한 행사인 거지. 축제 형식의 대규모 마나스톤 의뢰라고 생각하면 되네.”

방에다 짐을 풀고 샤워를 한 다음 쉬던 진우는, 약속한 시간에 식당에 내려가 장페이량의 일행과 함께 한 자리에서 헌터 대전에 대해서 물었다. 그러자 일행 중에 유일한 중급 헌터라고 자신을 소개한 40대 초반의 남자가 그렇게 설명했다. 쩡궈롱(曾國榮)이라는 사내였다.

“10년 후를 내다 본 포석이기도 하고.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에게 호의적인 헌터들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는 거니까.”

멍칭웨이도 그렇게 거들었다.

헌터 대전은 쉽게 말하면 기업들이 후원하는 헌터들의 사냥 대회였다. 참가 신청을 받기는 하지만, 그 신청의 접수 자체가 일정한 기간 동안 헌터들에게 마수들에 대한 집단 사냥의뢰를 내는 형식이었다.

참가 신청을 하는 이들에게 참가비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었다. 일종의 계약금이었다.

무중력 차량을 비롯한 필요한 장비도 싼 값으로 대여해 주었다. 대신 접수를 마치면 사냥에서 잡은 마수의 사체와 거기서 획득하는 마나스톤을 이번 대회를 개최한 주최 측에 일괄 판매하는 내용이 담긴 계약서에 서명을 해야 했다. 그런데 그 값이 일반적인 판매 대금보다 일할 가량 비쌌다.

헌터들의 입장에서는 참가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대회였다.

“그렇게 해도 이익이 남습니까?”

그러자 쩡궈롱이 크게 소리를 내어 웃었다.

“이익이 남느냐고? 당연히 남지. 지금 기업들이 마나스톤을 이용한 산업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외계인들과 정부가 엄격히 통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도 이미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네. 만약 앞으로 통제나 규제가 풀리면 이익의 규모는 훨씬 더 커질 걸세.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마나스톤을 활용하게 된 이후로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료나 자동차 연료비가 얼마나 싸졌는지. 그렇게 싼 값으로 공급하고도 전기 회사나 마나스톤을 동력원으로 가공해서 판매하는 회사들은 계속 성장하고 있네.”

진우는 그 말을 듣다가 문득 헌터들이 마나스톤을 캐내는 광부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석탄이나 철광을 캐내는 것처럼 마나스톤을 마수들에게서 캐내는 광부. 다른 점이 있다면 아무데서나 그 광부들을 구할 수 없고. 숫자도 많지 않다는 것뿐. 그래서 남들보다 부유하고 대우도 받지만, 결국은 그들을 이용해 더 많은 이익을 거두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고용되는 존재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끊임없이 목숨을 위협받는 직업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헌터는 과연 자유로운 것일까?

“그래서 진우는 이번 헌터 대전에 참가할 생각이 없는 거야?”

진우가 설명을 들으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데 장페이량이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있던 그의 일행들이 모두 진우를 쳐다보았다.

“글쎄, 그런 게 있다는 것조차도 여기 와서 처음 들었으니 아직은 뭐라고 얘기할 수도 없겠어. 애초에 이니스프리에 가려는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까 말이야. 아직 일주일가량 접수 기간이 남았다고 했지? 일단 이니스프리에 가서 천천히 생각해 보도록 하지 뭐.”

진우의 말을 들은 장페이량이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헌터 대전에서 우승하면 상금이 무려 500만 피씨잖아. 그 정도 돈이면 상급 마수 정도는 잡아서 마나 스톤을 얻어야 벌 수 있는 돈이라고. 진우 실력이면 한 번 도전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진우가 돈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돈만으로도 평생을 먹고 사는 데에는 이미 지장이 없었다. 진우는 아직 자신의 수련과 발전에 더 관심이 많았다. 만약 수련에 방해가 된다면 굳이 참가할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아직 정확한 내용을 알고 있다고 하기도 어려웠다.

‘최현 선생님은 여섯 달 전부터 계속 그곳에 계셨다고 했으니까 도착해서 물어보면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지.’

헌터가 의뢰를 받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기는 했지만, 굳이 의뢰를 받지 않더라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 헌터 대전에 참가하면 왠지 기업에 고용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조금 껄끄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개인을 위해 사냥을 하기도 했고, 정부의 의뢰를 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기업으로부터 의뢰를 받아본 경험은 없었다.

팀으로만 참가할 수 있고, 한 팀의 인원이 3~5명이어야 한다는 점도 걸렸다. 자신이 이니스프리에서 아는 사람이라고는 최현 하나뿐이었다. 진우는 내심 헌터 대전에 참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 * * *

장 페이량은 진우에게 수련 방법에 대한 것을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식사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대답하기에는 조금 껄끄러운 내용이 많기도 했지만, 굳이 대답을 해 주려고 해도 딱히 비결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마나를 볼 줄 알고, 타고난 마나 친화력과 비상한 두뇌를 가지고 있으면 된다. 아울러 좋은 스승에게 지도를 받으면 더 좋고. 그렇게 얘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진우는 장 폐이량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을 해 줄지 고민하다가 문득 자신은 정말 운이 좋은 경우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헌터로서는 정말 복이 많이 놈이었군.’

진우가 대답을 머뭇거리자, 그걸 다른 뜻으로 받아들인 장 폐이량은 조금 섭섭하다는 표정을 보였다. 그런 그를 멍칭웨이가 나무랐다.

“수련의 비결 같은 것을 이렇게 공개된 자리에서 함부로 물어보면 어떡하니?”

조금 오해를 산 것 같았지만 그걸 풀어주기도 곤란해서 진우는 그냥 어색하게 웃고 말았다. 장 페이량 일행과의 만남은 그걸로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오늘부터 다시 연참 시작입니다.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한 편씩 밖에 올리지 못하는 동안에도 추천해주시고 선작해 주신 분들, 그리고 쿠폰을 쏴 주신 모든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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