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화
다음날 아침 식사를 마친 일행은 서둘러 텐트를 걷고 모두 트럭에 올라탔다. 단 하루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긴장을 풀고 편하게 누워 잔 덕분인지 사람들의 얼굴에 생기가 흘렀다. 특히 김상곤은 하룻밤 사이에 놀라울 정도로 체력을 회복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졌을 무렵, 일행은 전날 천구를 쓰러뜨린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진우가 천구의 사체를 옮겨 가자고 제안했던 것이다.
외계 생물의 사체를 지구로 가지고 가기 위해서는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 했지만, 진우는 천구의 사체를 최소한 전초 기지 내에라도 옮겨두고 싶었다. 장수덕 박사나 소현이가 분명 흥미를 보일 것이라고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천구의 사체에는 다른 마수들이 건드렸던 것으로 보이는 흔적들이 어지러이 나 있기는 했지만, 아무도 놈의 단단한 몸을 어쩌지는 못했던 것 같았다. 마나가 사라진 가죽이라고 해도 아마 하급 이하의 마수들로서는 천구의 몸에 이빨도 박아 넣기 힘들었을 거다. 또한 아무리 마수라고 해도 무려 1톤에 가까운 놈의 몸을 다른 곳으로 끌고 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건 지구로 가져갈 수도 없겠는 걸? 포털 통과시키려면 무게 제한 때문에 조각조각으로 잘라야 하겠어.”
손주원이 천구의 사체를 발로 툭툭 치면서 중얼거렸다. 사체를 챙기자고 말했던 진우도 그 점이 걱정이었다.
“농작물 연구하느라고 기지 내에 냉동실을 만들어 두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가서 보고 아직 작동되면 일단 그 안에 넣어두는 것으로 하지. 어차피 허가 없이 생물 사체를 지구로 반출할 수도 없으니까 말이야.”
최진석이 말을 하고는 대원들을 불러 천구의 사체를 옮기게 했다. 무려 네 사람이나 달려들어서야 간신히 천구의 사체를 트럭에 실을 수 있었다. 그나마 힘이 좋은 헌터들이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사체를 막 싣고 났을 때 진우가 김상곤을 향해 빠른 목소리로 말했다.
“두억시니 한 마리가 기지 쪽에서 접근 중이에요.”
그 말이 끝나자 각자 신속하게 자신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진우는 재빨리 적재함 위로 올라가 자신의 활을 펴들었다.
중급 마수에게는 총보다 활이 더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전날 기지에서 마주쳤던 두억시니는 워낙 거리도 가까웠고, 상황이 다급해서 미처 활을 뽑아들 여유가 없었지만, 오늘은 거리와 시간이 넉넉했다.
두억시니의 커다란 몸뚱이는 오래지 않아 일행의 시야에 나타났다. 진우는 활 자체에 마나를 잔뜩 집어넣고 깊숙이 잡아당겼다.
마나를 받아 강화된 활대가 부러질 정도로 크게 휘었다. 진우는 활대에 마나를 불어넣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화살에 무찰시를 걸고 회전과 관통형 마나까지 실었다.
그동안 여러 마수들과의 전투를 거치면서 마나를 조정하는 능력이 적잖게 상승해 있었다. 거기다가 어제 천구와의 싸움이 끝나고 난 뒤에는 마나를 다루는 게 전보다 더 수월해진 느낌을 받았다.
두억시니가 일행에게서 500m 가량 다가왔을 때 진우의 활에서 화살이 떠났다. 일반적인 화살의 비행 속도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빠르기로 공간을 순식간에 가로지른 무찰시가 달려오던 두억시니의 가슴 한 복판에 깊숙이 박혔다.
“우엉~.”
일행이 있는 곳까지 들릴 정도로 크게 포효를 내지른 두억시니가 달려오던 자세 그대로 땅 위를 뒹구는 모습이 보였다.
‘쓰러뜨린 건가?’
진우가 잠깐 그런 생각을 할 때에 쓰러졌던 두억시니가 다시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는 처음보다는 느려진 속도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일행이 있는 곳을 향해 똑바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심장을 맞추지는 못했나 보군.’
진우는 다시 처음과 같은 방식으로 화살과 활대에 마나를 싣고 이번에는 놈의 머리를 겨냥해 화살을 쏘았다. 쉭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화살이 정확하게 두억시니의 양 미간 사이를 뚫고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달려오던 관성 때문인지 화살을 꽂은 채로 몇 걸음을 더 쿵쿵 거리며 뛰어가던 두억시니는 걸음을 멈추고 잠시 비틀거리는가 싶더니 그대로 앞으로 넘어졌다. 놈의 커다란 몸뚱이가 무성한 밀밭을 짓누르며 쓰러졌다.
중급 마수치고는 너무나 허망한 죽음이었다. 김상곤을 제외한 일행들이 입을 딱 벌리고 진우를 쳐다보았다.
특히 임지근은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눈을 부릅뜬 채 진우와 그의 활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모두들 어느 정도 치열한 전투를 각오하고 있었는데, 놈과 칼 한 번 맞대보기도 전에 진우의 화살이 중급 마수를 해치워 버린 것이다.
그 사실을 분명히 눈으로 똑똑히 보았는데도 선뜻 믿기지가 않았다.
“상급 궁수라고는 했지만 그 위력이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군.”
김상곤이 상황을 간단히 정리하고는 일행을 모두 트럭에 올라타게 했다. 두억시니의 사체 곁에 트럭을 가져다 대고는 놈에게서 마나스톤을 적출했다.
사체는 도저히 트럭에 실을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두기로 했다. 다만 가죽만 대충 벗겨서 싣기로 했다. 그것만 해도 더 이상 적재함에 여유가 없었다.
어차피 놈의 사체에서 쓸모가 있다고 알려진 부분은 가죽 밖에 없었다.
* * * * *
기지 안에 남아 있던 나머지 한 마리의 두억시니는 비행 드론을 이용한 정찰로 먼저 놈의 위치를 확인한 뒤, 최진석과 진우 둘이서 먼저 접근해서 해치웠다. 김상곤이 나서려고 했지만 아직 부상의 후유증이 남아 있을 것을 우려해 최진석이 극구 말리고 자신이 나섰다.
하지만 어차피 최진석까지 나설 필요도 없었다. 이미 위치가 확인된 중급 마수는 활을 든 진우에게 더 이상 위험한 상대가 아니었다.
게다가 두억시니의 몸은 최상급 궁수가 놓치기에는 표적으로서 너무 컸다. 놈이 진우와 최진석을 발견하기도 전에 날아간 화살이 정확하게 뒤통수를 파고들자 두억시니는 미처 반응도 하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딱 화살 한방이었다.
“상급 궁수가 원래 이렇게 대단한 건가?”
손주원이 쓰러진 두억시니의 사체를 발로 툭툭 치면서 혼잣말을 하듯 물었다. 물론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헌팅 경험이 하루 이틀이 아닌 일행이 그동안 상급 궁수가 사냥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이 정도로 질긴 가죽을 가지고 있는 놈이라면 명중을 시키더라도 이렇게 한 방에 허무하게 쓰러뜨리기는 어려웠다.
아주 운이 좋지 않은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이상 이 일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다. 정작 본인인 진우는 물론, 대장인 김상곤마저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전초 기지 내에는 다른 하급 이하의 마수들이 보이지 않았다. 중급 마수인 두억시니가 두 마리나 진을 치고 있었던 탓인지 다른 마수들이 감히 접근하지 못한 듯했다.
“시간이 지나면 다른 마수들이 눈치를 채고 접근해 올지도 모른다. 서둘러 기지 안을 살펴서 상태를 파악하자. 혜수는 포털의 상태를 점검하고, 나머지는 흩어져서 혹시 마수 침공의 원인이 될 만한 것이 있는지 수색해.”
최진석이 김상곤을 대신해 그렇게 명령을 내리자 일행은 사방으로 흩어져서 기지를 뒤지기 시작했다.
* * * * *
진우는 사방에 마나를 안개처럼 퍼뜨려 다른 곳보다 진한 마나가 느껴지는 곳이 있는지 탐색했다. 그가 한 자리에 서서 기지의 이곳저곳을 마나 감지력으로 살피다가 지진으로 무너진 창고 근처로 다가가는 것을 본 최진석이 말을 걸었다.
“그쪽에 뭔가 이상한 게 있나?”
진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치는 않지만 창고 근처를 잠시 조사해 볼 게요.”
창고는 지진의 여파로 지반이 침하되면서 거의 무너져 있었다. 진우는 창고가 있던 자리에 가서 땅에 무릎을 꿇고 앉아 무너진 창고 안으로 마나를 침투시켜 보았다.
분명 다른 곳보다 강한 마나의 기운이 느껴졌지만, 확실치가 않았다. 창고에 들어갈 틈이 없는지 주변을 돌아보면서 살피던 진우의 눈에 기지 반대편 쪽의 벽이 무너진 자리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니 생각보다 많은 양이었다. 창고의 무너진 벽 틈에서 새어나오는 물이 거의 작은 시내를 이루면서 밀밭 아래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안쪽을 살피려고 했지만 빛이 들지 않아 내부가 분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진우는 잠시 고민하다 트럭으로 돌아가 배낭에서 간이 마나 측정기를 꺼냈다. 창고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떠서 측정기로 마나량을 재자 깜짝 놀랄 정도로 진한 마나가 측정되었다.
“역시.”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님.”
진우가 마나 측정기를 다시 배낭 속에 집어넣으면서 김상곤을 불렀다.
“창고 안을 한 번 수색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이 안에 아무래도 뭔가 강한 마나의 기운을 가진 것이 있는 것 같은데요.”
김상곤이 진우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주원을 호출했다
“그러니까 이 무너진 창고 안에 뭔가 있는 것 같다고?”
호출을 받고 달려원 손주원이 진우에게 물었다.
“네. 아무래도 굉장히 풍부한 마나를 함유한 지하수가 땅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흘러나오는 물에서 강한 마나가 측정되었거든요.”
기지 안에 있던 농업용 장비 중에 포크레인이 있었다. 김상곤이 손주원을 부른 것은 그가 몇 가지 중장비를 다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손주원이 포크레인에 올라타 무너진 기지의 잔해를 파헤치지 시작했다.
다행히 기지 내의 냉동실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최진석과 진우를 비롯한 일행들이 낑낑대며 천구의 사체를 냉동실에 옮기고 났을 때, 손주원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기지의 잔해를 치우기 시작한 지 한 시간가량이 지났을 때였다. 손주원이 작업을 하던 곳으로 우르르 몰려간 일행은 탄성을 질렀다.
“헐, 이게 뭐야? 여기 온천이 생긴 거야?”
온천까지는 아니었다. 물에서 옅은 김이 올라오고는 있었지만 그리 뜨거워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잔해를 들어낸 안쪽으로 꽤 크고 깊어 보이는 웅덩이가 있었는데 그 안에 짙은 푸른색의 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웅덩이 밑에서 계속 물이 흘러나오는 모양인지, 넘쳐난 물이 진우가 발견했던 틈새로 빠져나가 밖으로 흘러나가고 있었다. 수량도 제법 되는 것 같았다.
“지반이 침하하면서 지하 수맥이 터졌나 보군.”
보고 있던 최진석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저기 안 쪽에 뭔가 있는데요?”
진우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 분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웅덩이 밑바닥에 주먹만한 알갱이 여러 개가 흩어져 있는 것 같았다.
“어디? 난 잘 안 보이는데?”
진우의 옆에서 고개를 빼든 원혜수가 웅덩이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원혜수처럼 최대한 고개를 숙이고 웅덩이 안쪽을 살펴봤지만 진우가 말한 그 뭔가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김상곤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확실히 뭐가 있기는 한 것 같은데, 분명히 보이지는 않는데?”
사람들이 숙였던 고개를 들고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저마다 고개를 흔들거나 어깨를 으쓱했다. 자신들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제가 한 번 들어가 볼 게요.”
진우는 재빨리 몸에 지니고 있던 무기와 장비들을 떼어 내더니 신발마저 벗고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웅덩이는 생각보다 깊었다. 진우가 거의 6m 이상을 잠수해 내려갔을 때 푸른색의 투명한 덩어리 몇 개가 바닥에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가 손을 뻗자 물결이 일면서 덩어리들이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주먹만한 것부터 밤톨만한 것까지 크기가 다양했다.
‘이건 마치 젤리 덩어리 같네.’
주먹만한 덩어리 하나를 집어든 진우는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가 덩어리를 손에 든 채 다시 수면 위로 올라가려고 할 때 수면 밑바닥의 오른쪽 끝에 나 있는 어른 머리통만한 구멍이 보였다.
‘물이 흘러들어오는 구멍인가?’
진우가 헤엄을 쳐서 구멍 근처까지 다가가자 그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미지근한 물살이 느껴졌다. 짐작대로 지하수가 흘러나오는 곳으로 보였다.
그때 구멍으로 다가가던 그의 눈에 안쪽으로부터 골프공 크기의 덩어리 하나가 물살에 밀려 웅덩이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바닥에 있던 덩어리들은 그 구멍으로부터 흘러나온 것으로 보였다.
진우는 잠시 구멍 앞에서 다른 덩어리들이 나오지 않을까 지켜보았지만 더 이상 흘러나오는 것은 없었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다른 변화가 없자 그는 일단 위로 다시 올라가기로 했다.
“푸하.”
진우가 잠수를 마치고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자 곤 클랜원들이 여전히 웅덩이 주위에 둘러 서서 그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안에 뭔가 이상한 것이 있더냐?”
최진석이 진우를 향해 물었다. 진우는 들고 있던 덩어리를 물 밖으로 꺼내들었다.
“안에 이런 게 굴러다니던데요? 꼭 젤리 덩어리 같아요.”
진우가 손을 들어 젤리 덩어리를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물 밖으로 꺼내자마자 젤리 덩어리는 사람들이 보고 있는 눈앞에서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어어어어....”
보고 있던 일행들이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사이에도 마치 햇빛 아래 놓인 드라이아이스처럼 계속 작아지던 덩어리는 결국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아무런 연기나 빛을 내지도 않았다.
“일종의 휘발성 마나스톤 같은 것인가 보군.”
보고 있던 김상곤이 짤막하게 생각을 말했다.
마나 스톤은 생물체의 몸속에서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것들도 많았다.
생물체의 몸속에 있는 것들에 비해서는 일반적으로 순도나 농도가 많이 낮기는 하지만, 대신 자연적인 마나 스톤은 대체로 한 지역에 많은 숫자가 한꺼번에 생성되고는 했다. 아직 마나 스톤의 순도나 농도를 인공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은 개발되거나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쓰임새가 생물의 마나스톤에 비해서는 한정적이었다. 그래도 최소한 좋은 에너지원이 될 수는 있었다.
“물 밖으로 나오면 급격히 날아가 버리는 모양인데요?”
진우는 젤리 덩어리가 사라지면서 부근의 대기로 굉장히 진한 마나가 흩어지는 것을 느꼈다. 마수에게서 나오는 최하급 마나스톤 하나 정도의 마나가 순간적으로 공기 중으로 사라진 것이다.
“그러게. 그렇게 휘발성이 강하면 보관이나 사용이 불편하겠는데?”
원혜수가 그렇게 말하자 일행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물속에 있을 때는 서서히 녹아들면서 수중의 마나 농도를 높여 주는 것 같았지만 대기 중에 나오면 금세 사라지니 이래서는 기껏해야 주변의 마수들이나 끌어들일 뿐이지 활용하기에는 오히려 불편했다.
“하지만 그 웅덩이가 마수들을 불러들인 일과 연관이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군. 그 정도로 진한 마나를 띤 물이 계속 흘러나왔다면, 마수들이 충분히 환장을 할 만 하지. 처음에는 약한 마수들만 반응을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차츰 강한 놈들도 관심을 가졌을 거야. 자연적으로 형성된 마나 스톤은 마수들의 각성에 영향을 주기도 하니까 말이야.”
장박사가 탐사했던 호수만 해도 주변보다 마나 농도가 짙은 물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여러 생물들과 마수들을 끌어들였었다. 그런데 이 웅덩이처럼 호수보다도 몇 배나 진한 마나를 담은 물이 흘러나온다면 분명 주변의 마수들이 그대로 있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처음 지하수가 이리로 터져 나왔을 때에는 이 젤리 덩어리들이 웅덩이 밖까지 튀어나왔을 수도 있고.’
그랬다면 아마 기지 주변에 잠시 동안이나마 적지 않은 마나 폭풍이 휘몰아쳤을 수도 있었다.
* * * * *
일단 점심도 거르고 탐색을 했던 참이라 모두들 배가 몹시 고팠다. 언제 다시 마수들이 덤벼올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에 대원들은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미처 살피지 못한 지역까지 꼼꼼히 살핀 뒤 지구로 귀환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기지 내에 있던 포털은 수리를 하면 고쳐 쓸 수도 있을 것 같긴 했지만, 대원들이 가지고 온 장비로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일단 간이 포털 장치를 설치해 귀환한 뒤, 포털의 수리는 다음에 들어올 팀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진우는 귀환을 준비하다가 문득 창고에 있는 웅덩이의 물을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일행에게 잠시 기다려달라고 말한 뒤 다시 웅덩이 속으로 잠수해 들어가 호두알 크기 정도의 덩어리들을 두어 개 꺼내왔다. 그것을 기지 내에서 찾은 큼지막한 수통에 집어넣고 웅덩이의 물을 채우자 알갱이들이 다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모든 수색을 마치고 간이 포털 장치를 설치할 즈음해서는 벌써 간간이 주변에 있던 동티나 가사리들이 기지 주변을 기웃거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일행은 포털이 가동되자마자 서둘러 지구로 귀환하기 시작했다. 일행이 완전히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김상곤이 가장 늦게 포털을 탔다.
============================ 작품 후기 ============================
코멘을 보니까 진우가 새들 행성에서도 마나 크리스털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계신 분들이 있더군요. 그런 글을 보면 죄 지은 것도 없이 괜히 미안합니다. 이 행성에서는 마나 크리스털이 등장할 계획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진우가 주인공 버프를 받았더라도 가는 곳마다 마나 크리스털을 얻는다는 건 조금.... 언젠가는 더 얻겠지만 마나 크리스털 획득이 동조로 가는 필수적인 단계는 아닙니다. 참고서 많다고 좋은 대학 가나요. 다 지 하기 나름이죠. ^^; 진우는 교과서와 학교 수업만 열심히.. ≪∝(퍽) 아무튼 그렇다는 얘깁니다.
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