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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헌터-78화 (78/235)

78화

윌러킹과의 막바지 싸움은 어찌 보면 다소 허탈하게 끝났다. 입이 터져버린 윌러킹은 끈질긴 포위 공격으로 모든 공격 수단을 잃고 완벽하게 무장 해제된 적군처럼 그저 고통스럽게 꿈틀대고 있었다.

모든 공격 수단을 상실한 녀석이 믿을 것은 온 몸에서 분비되는 미끄러운 기름과 질긴 가죽 밖에 없었는데, 최상급 마나 헌터로서 이미 아이젠까지 신고 있는 진우에게는 그게 더 이상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미약하게 꿈틀대는 놈의 몸을 밟고 두세 번 도약한 끝에 간단히 윌러킹의 등 위로 올라간 진우는 일단 아이젠에 마나를 불어 넣어 두 발을 녀석의 등 위에 단단히 고정시킨 뒤 들고 있던 검을 깊숙이 찔러 넣어 완벽하게 몸의 균형을 잡았다. 가죽이 워낙 질겼지만 피잘리와 마찬가지로 같은 곳을 서너 번 계속 찔러대자 결국은 검이 가죽을 가르고 놈의 몸속에 단단히 박혔다.

그 상태에서 진우는 무릎을 꿇고 놈의 등 위에 손을 댄 다음 정신을 집중시켰다. 본래는 피잘리를 상대했던 것처럼 검끝을 통해 마나폭탄을 심으려고 했지만, 몸의 균형을 완벽하게 잡은 지금으로서는 굳이 그런 어려운 방법을 쓸 필요가 없었다.

손끝을 통해 윌러킹의 거칠고 뜨거운 마나가 잡힐 듯이 느껴졌다. 진우는 그 마나를 살살 달래 교감을 시도했다. 상처 입은 짐승처럼 윌러킹의 몸속에서 으르렁대던 마나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진우의 마나에 호응을 하기 시작했다.

‘먼저 한 발이다.’

진우는 윌러킹의 머리 위쪽에 농구공 두 배 크기의 마나를 동그랗게 모았다. 놈의 저항력이 작동하는지 모아 놓은 마나가 자꾸 다시 몸속으로 흐트러지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진우는 정신을 집중시켜 공처럼 모아놓은 마나의 주위에 얇은 껍질을 씌우는 것 같은 느낌으로 단단한 막을 형성시키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지나자 공 주위를 두드려대던 녀석의 저항력이 안으로 파고들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기만 했다.

집중을 강하게 유지시키느라 진우의 얼굴이 약간 창백해졌다.

‘1분이다.’

놈의 머리 쪽에서 쿵 하는 울림이 크게 전해졌다. 순간 잠잠하던 윌러킹의 몸이 펄쩍하며 크게 위 아래로 흔들렸다.

진우는 서둘러 손과 발에 힘을 주고 놈의 등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매달렸다. 윌러킹은 몸 안에서 전해지는 끔찍한 고통에 또다시 몸을 비틀었지만 그것도 처음 입이 터졌을 때에 비해서는 오래 가지 않았다.

진우는 윌러킹의 움직임이 잦아들자 다시 한 번 놈의 몸 속에 마나 폭탄을 생성시켰다. 이번에는 몸 중앙에서 꽁무니 쪽으로 약간 내려간 곳이었다.

처음보다 훨씬 큰 폭탄이었다. 초조한 1분이 지나가자 놈의 어리 아래에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옆구리 쪽의 가죽이 가로로 찢겨나가면서 체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한동안 꿈틀거림이 재개되었지만 처음부터 힘이 빠진 움직임이었다.

윌러킹의 등 위에서 놈의 움직임이 멎기를 기다리던 진우는 손끝에 전해지는 마나의 거친 움직임이 사그라지는 것을 느꼈다. 윌러킹의 움직임이 멈추고 몸에서 전해지던 미세한 떨림이 잦아들었다. 진우는 직감적으로 싸움이 끝났음을 느꼈다.

“후우~”

윌러킹의 등에 박아 두었던 칼을 뽑아 든 진우는 땅 위로 펄쩍 뛰어내려 놈과 일정한 거리를 벌린 다음 털썩 주저앉았다. 각오했던 것에 비해서는 다행히 싸움이 쉽게 끝났다.

매번 강적을 상대할 때마다 목숨이 경각에 달하는 경험을 했었는데, 이 행성에서 가장 강적으로 여겼던 상대와의 싸움에서는 오히려 크게 다친 곳도 없이 상대를 쓰러뜨렸다. 운이 좋기도 했지만 그만큼 준비를 철저히 한 덕분이었다.

몇 차례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잘 활용한 것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

“그나저나, 저 놈 몸에서 어떻게 마나스톤을 꺼내지...”

웬만한 배 한 척이 누워있는 듯한 모습을 보자니 새삼 그것도 걱정이 되었다. 마나스톤이고 뭐고 그대로 누워서 한 잠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몸보다 정신적인 피로감이 더 했다.

“끄응~”

진우는 자꾸 가라앉으려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무한궤도 차량이 있는 곳으로 갔다. 거기서 물을 한 통 꺼내 마시고는 차를 몰아 윌러킹의 사체가 있는 곳에 바짝 붙였다. 그리고는 지겹고도 지루한 해체 작업에 들어갔다.

10시 조금 넘어 시작한 싸움이 끝났을 때는 이미 정오가 훨씬 넘은 시각이었다. 그리고 윌러킹의 사체를 샅샅이 해체하여 기어코 사과만한 놈의 마나스톤을 찾아냈을 때는 이미 해가 서쪽으로 한참 움직인 다음이었다. 놈의 마나스톤을 마나스톤 보관용 주머니에 집어넣었더니 주머니가 제법 팽팽해졌다.

“저걸 어떻게 한다...”

윌러킹의 사체를 노려보며 한참 고민하던 진우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일어나 벌려 놓은 채로 내버려 두었던 놈의 가슴 쪽으로 다가갔다. 윌러몬의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큼지막한 기름 주머니가 그곳에 있었다.

처음 마나 폭탄을 만들 때부터 되도록 가슴 근처에는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신경을 쓰기는 했지만, 정작 예상보다 커다란 기름주머니를 떼어갈 생각을 하니 조금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남들은 의뢰까지 맡기며 찾는 건데...”

입맛을 다시며 차에서 밧줄을 꺼내 기름주머니의 양끝을 단단히 동여맨 뒤 검에 마나를 실어 기어코 기름주머니를 잘라냈다. 그걸 반은 들쳐 메고 반은 땅에 끌면서 차로 끌고 가 뒤편의 적재함 위 뚜껑을 뜯어버리고 실었다.

최대한 구부려서 구겨 넣었는데도 미처 다 들어가지 못한 기름주머니 끝이 적재함 밖으로 비어져 나왔다. 무한궤도 차량의 적재함이 원래 넓은 편이 아니기도 했지만, 그만큼 기름주머니가 크기도 컸다.

그걸 또 떨어지지 말라고 밧줄로 얼기설기 묶었을 때는 이미 사방이 완전히 어두워진 뒤였다.

진우는 일단 텐트를 치고 밤을 보낸 다음에 돌아가기로 하고 차의 헤드라이트를 켰다. 불빛에 의존하여 한참 텐트를 치고 있던 진우의 눈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저건 뭐지?”

윌러킹의 사체 밑바닥에서 무언가 옅은 금색으로 반짝이는 것이 버둥대며 기어 나와 진우를 향해 오고 있었다. 진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켜보고 있는 사이에도 녀석은 시시각각으로 모양을 변화시키며 진우를 향해 바닥을 헤집으며 다가왔다.

때로는 넓은 천으로 변하기도 하고, 조금 지켜보다 보면 동그란 공처럼 바뀌기도 했다. 해삼처럼 길쭉해지는가 하면 갑자기 그물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모습으로도 변했다.

“뭐야, 저건 도대체?”

진우는 난생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에 잠시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그렇게 진우가 잠시 정신을 놓고 있는 사이에 가까이 도달한 녀석은 갑자기 진우의 발등에 달라붙으려고 했다. 황급히 발을 뺀 진우는 잽싸게 뒤로 물러서면서 검을 뽑아들었다.

그런 그의 위협적인 반응에도 아랑곳없이 금색 물체는 마치 물결치듯 모래밭 위를 기어 계속 진우를 향해 움직였다.

진우는 검을 내밀어 슬쩍 그 물체를 건드려 보았다.

“으윽.”

고통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신을 마비시키는 듯한 짜릿한 느낌이 검을 타고 올라와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졌다. 진우가 잠시 생경한 느낌에 몸을 떠는 사이에 금색 물체는 마치 물이 흐르듯이 검신을 스르르 타고 올라와서는 진우의 팔목에 철썩 달라붙었다.

“헉.”

그것은 엄청난 마나의 폭풍이 몸속을 헤집는 듯한 느낌이었다. 순간적으로 숨이 턱하고 막히면서 정신이 아찔했다.

진우는 몸에 힘이 쭉 빠지면서 검을 놓치고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몸에 새로운 마나가 들어오는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몸 안에 있던 마나가 놈과 반응하면서 쉴 새 없이 사나운 파도처럼 몸 속을 누비기 시작했다.

온몸의 세포들이 모두 마나를 토해낸 듯한 느낌이었다. 몸 전체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데 오로지 마나만이 활력을 찾아 기승을 부리며 날뛰는 것 같았다.

진우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건 마나 교감, 혹은 마나 동조현상이었다. 문제는 진우가 교감을 시도하기도 전에 저쪽에서 먼저 교감을 해 왔다는 점이었다.

‘마나 크리스털이다.’

결정체라고 하기에는 너무 예상 밖의 형체를 지니고 있었지만 진우는 직감적으로 지금 자신의 손목에 들러붙은 금색의 물체가 마나 크리스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로서는 이런 형태의 마나 크리스털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마나 크리스털은 마나가 견고하게 응축된 결정체다. 방대한 마나량을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 결정체 밖으로 마나를 내보내거나 외부 마나와 교감하지는 않는다.

진우는 지금까지 두 개의 마나 크리스털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며 수련을 했다. 하지만 그 놈들도 명상을 통해 교감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주기 전에는 진우의 몸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주위 마나와의 동조도 기껏해야 방 안의 온도를 높여주거나 머리를 시원하게 해 주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 놈은 처음부터 자발적으로 진우의 마나와 교감을 일으켰다. 그것도 아주 일방적이고, 사나운 교감이었다. 지금 진우의 몸속에 있던 마나는 모두 본래 있던 자리를 이탈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자칫하면 몸이 무너질 수도 있어.’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는 나중 문제였다. 일단은 몸속에서 날뛰고 있는 마나를 진정시켜 제 자리로 돌려보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진우는 자꾸 흐트러지는 정신을 애써 가다듬어 자신의 마나를 관조하기 시작했다. 날뛰는 마나를 억지로 잡아매려고 하기보다는 살살 달래는 것이 우선이었다.

진우는 초조해지려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면서 자신의 마나를 일단 하나의 흐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처럼 방향성 없이 아무렇게 몸속을 돌아다니도록 놓아두면 자칫 마나를 모두 잃어버리는 것은 물론 몸이 상하거나 심지어 부서질 수도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끈질기게 마나를 달래고, 타협하고,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진우의 몸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예전에 처음 신체 재구성을 할 때 나타났던 것과 같은 우윳빛의 광채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진우의 몸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최악의 위험을 맞이한 진우의 몸이 태도가 돌변한 마나와 타협하고 자신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스스로 잠재된 능력을 일깨우고 있었다.

새로운 신체 재구성을 일으키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의 몸이 조금 더 많은 마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변하고 있었다. 세포들의 마나 친화력이 늘어나고 몸 전체에 저장 가능한 마나량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탈진해 쓰러질 것 같은 힘겨움을 억지로 참아내며 한참 동안 정신을 집중하고 노력한 끝에 야생마 같던 몸속의 마나가 조금씩 흐름을 찾기 시작했다. 진우는 여전히 호기심 많은 어린 아이처럼 제멋대로 사방으로 풀려나가려는 마나를 달래 조금씩 새로 만들어진 흐름 속에 끌어들였다.

긴 시간이 흘렀다. 간신히 마나들이 일정한 흐름을 가지고 몸 속을 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진우는 다시 그것들을 음의 마나와 양의 마나로 분리하기 시작했다.

헤어밴드와 버클 속의 마나 크리스털들이 진우의 노력에 호응하기 시작했다. 차가운 마나가 머리 위로 올라가고 따뜻한 마나들이 아랫배로 가라앉았다. 그러자 몸이 안정을 찾으며 구부려졌던 진우의 등이 곧게 펴졌다.

위 아래로 나뉘어졌던 음과 양의 마나가 자리를 잡자 이번에는 다시 음의 마나가 아래로 내려가고, 따뜻한 마나가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늘 겪던 마나 흐름이었다. 그런데 그순간 왼쪽 팔목에 붙어 있던 새로운 마나 크리스털이 또 다시 그 흐름에 간섭하기 시작했다.

위 아래로 움직이던 마나의 흐름이 사나워지기 시작했다.

‘도와줘.’

진우는 왼쪽 팔목의 마나 크리스털에게 전력을 다해 교감을 시도했다. 흐름에 간섭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흐름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진우는 간절한 심정으로 마나 크리스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해라. 하지만 내 흐름 속에 함께 들어와라.

처음에는 제멋대로 진우의 마나 흐름 속에 끼어들어 분탕질을 치던 금색의 마나 크리스털이 조금씩 진우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새로 들여온 강아지가 처음에는 집안을 온통 헤집고 다니다가 차츰 주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진우의 마나 흐름을 자기 멋대로 끌고 가려던 놈이 차츰 기존의 흐름 속에 자신을 동화시키기 시작했다. 마나의 흐름이 점점 선명해지면서 강하고 힘차게 바뀌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진우에게 전신을 꿰뚫는 엄청난 고양감이 찾아왔다.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던 정도를 훨씬 넘어선 지옥같은 황홀감이었다.

명상은 한 번의 고양감이 찾아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진우는 계속해서 마나를 모았다가 흩었고, 그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몸속의 마나는 음과 양으로 나뉘었다가 합쳐졌다.

그때마다 금색의 마나 크리스털은 적극적으로 마나의 흐름에 끼어들었다. 여러 차례의 고양감이 전신을 흔들더니 어느 순간 몸속의 모든 마나가 스르르 가라앉으면서 연주가 끝난 오케스트라처럼 악기를 거두고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진우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밤이 지나고 날이 밝은 뒤였다. 밤새 한 숨도 자지 못하고 계속 명상에 들어 몸속의 마나와 사투를 벌였다. 그래도 의의로 피곤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다만 몸보다는 정신적인 피로가 제법 컸다.

정신을 차린 진우는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다 깜짝 놀랐다.

“폭풍이 그쳤어?”

명상에 들기 전만 해도 무풍지대 밖으로는 거센 모래바람 밖에 보이지 않던 것이 지금은 지평선 끝까지 환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어느 곳을 보아도 폭풍의 흔적은 없었다.

진우는 자신의 왼쪽 팔목을 들어보았다. 거기에는 손에 두른 토시 위에 얇은 천을 씌운 것 같은 모양으로 금색의 마나크리스털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것 참 첫 인사부터 아주 고약한 녀석일세.”

진우는 모양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는 이 녀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마나 크리스털은 마수를 부른다. 이대로 토시에 붙여 놓은 채로 다니다가는 돌아가는 내내 마수들에게 시달릴 가능성이 있었다.

한참 금색의 마나 크리스털을 들여다보던 진우는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 토시에 부착된 유성추의 뒤 뚜껑을 돌려 열었다. 그 안에는 이제는 텅 빈 채로 있는 이레지움 케이스가 여전히 들어 있었다. 진우는 그것을 열어 토시를 덮고 있는 마나 크리스털에 가져다 대고 교감을 시도했다.

‘이리로 들어가라.’

정신을 집중해서 한참 교감을 시도하자, 어느 순간 금색의 천 모양을 하고 마나크리스털이 스르르 움직여서 이레지움 케이스 안으로 쏙 들어갔다. 케이스 안에 출렁이는 금색 물을 담은 것 같은 모양이었다.

‘고맙다.’

진우는 케이스를 닫아 유성추 안에 넣고 뒤 뚜껑을 닫았다.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후 하고 흘러나왔다.

이곳에 와서 해결하려고 했던 일이 모두 끝났다. 벼르던 윌러킹을 쓰러뜨리고, 존재만이라도 파악하려고 생각했던 마나 크리스털을 얻었다. 새로 얻은 마나 크리스털과는 아직도 원활한 교감을 이루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 것 같았지만, 일단은 교감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만 해도 큰 수확이었다.

진우는 어젯밤에 치려고 벌려 놓았던 텐트의 장비를 도로 수습하고는 장비를 정리한 다음 차를 출발시켰다. 이제는 기지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폭풍이 모두 걷혔으니 아마 올 때보다는 빠르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진우는 웬만한 마수들은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기로 했다.

빨리 돌아가서 샤워를 하고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은 뒤에 푹 쉬고 싶었다. 무한궤도 차량이 먼지를 일으키며 힘차게 구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조연으로 설정했던 캐릭터에 대해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면 늘 문제가 생기네요. 영화를 볼 때 조연이 잘 해야 주연이 빛난다고 하던데, 그 말을 요즘 제가 글을 쓰면서 실감합니다. 주인공의 캐릭터는 기본적인 설정을 바꾸지는 않을 겁니다.

성장하기는 하겠지만 갑질을 일삼는다던가 하는 쪽으로 가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캐릭터의 묘사나 설정에는 앞으로도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는 생각은 많이 듭니다. 제가 가슴이 조인다는 표현을 썼는데, 사실은 그래도 이런 과정 전체가 아직은 즐겁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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