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다음날, 출발하기 전에 이른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내려가던 진우는 도중에 반대편에서 오던 라네스 기지장과 마주쳤다. 간단한 아침 인사를 서로 나누고 식당을 향하던 진우를 기지장이 잠시 불러 세웠다.
“세드릭이 혹시 자네한테 무슨 말을 하지는 않던가?”
기지장이 불쑥 뱉은 말에 진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만다 부녀의 의뢰에 유난히 열성스럽게 나서는 게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세드릭이 자신에게 특별히 다른 말을 한 것은 없었다.
“아뇨. 이번 의뢰 건 말고는 달리 한 말은 없었는데요?”
그러자 라네스 기지장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 그런가? 그 녀석 참. 알겠네. 그럼 식사하고 몸조심해서 잘 다녀오게.”
말을 마친 기지장은 더 이상 별 말 없이 자기 사무실로 올라가 버렸다. 진우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그냥 식당으로 향했다.
식사를 마치고 세드릭과 아만다 부녀의 배웅을 받으며 세 사람은 두 대의 무한궤도 차량에 나누어 탑승했다. 막 자신에게 배정된 차량에 오르려는 진우를 세드릭이 불렀다.
“저기, 지누. 저기 혹시 말이야...”
세드릭이 진우를 향해 뭐라고 말을 하려던 찰나, 뒤에서 오던 맥커힐이 세드릭의 어깨를 턱 하고 잡았다. 그러자 세드릭이 열려던 입을 다물었다. 진우는 그들의 행동이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세드릭이 더 이상 입을 열지 않는 것을 보고는 그대로 차량에 올라탔다.
진우가 차에 타서 운전석 문을 닫는 것을 본 맥커힐이 세드릭의 귀에 입을 대고 작게 말했다.
“걱정 마라 세드릭.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그냥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라.”
세드릭의 고개가 작게 끄덕였다.
* * * * *
진우 일행을 태운 두 대의 무한 궤도 차량이 북쪽 폭풍지대를 향해 출발했다. 진우는 자신의 몫으로 배당된 차량을 혼자 운전하고, 나머지 한 차량에는 맥커힐과 월터가 탑승했다. 진우로서는 한 지역을 네 번째 탐사하러 나서는 길이었다.
“자네, 혹시 윌러킹에 관심을 가지는 건가?”
기지를 출발한지 사흘째 되는 날, 폭풍지대를 코앞에 두고 야영을 하던 자리에서 맥커힐이 문득 그렇게 물었다.
“윌러킹이요?”
진우가 무슨 소리냐는 듯이 묻자 옆에 있던 월터가 대답을 했다.
“헌터들 사이에 떠도는 얘기지만, 폭풍지대 안쪽의 무풍지대에는 보통의 윌러몬보다 엄청나게 큰 녀석이 살고 있다고 들었네. 그 녀석을 윌러킹이라고 부르기도 하나 보더군.”
아하, 그 녀석을 부르는 이름이 따로 있었나 보네. 진우는 어떻게 대답할까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드렸듯이 무니악 행성에는 탐사와 휴식을 겸해서 온 거라서요. 녀석을 윌러킹이라고 부르는지는 몰랐지만, 무풍 지대에 굉장히 큰 녀석이 있다고 해서 이왕 온 김에 어떤 놈인지 확인을 하고 가려고요. 사진과 영상도 찍을 생각이에요. 제 여자 친구 전공이 외계생물학이거든요.”
그놈을 사냥을 하러 간다고 할 수는 없었다. 이들이 말하는 윌러킹은 중급이 아니라 상급 헌터들도 단독으로는 사냥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무서운 놈이었다. 그런데 자신은 중급 헌터로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진우는 이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도 소현이를 팔아 대충 넘어가기로 했다.
“멀리서 촬영만 할 생각이라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네만, 그래도 조심하도록 하게. 십년 전에 프랑스 헌터들 한 팀이 무풍지대에 들어갔다가 아무도 돌아오지 못한 일이 있었네. 상급 헌터도 한 명 끼어 있던 팀이었는데 전멸을 당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지.”
맥커힐의 말에 진우는 그저 씩 웃으며 알았다고 대답하고 말았다. 호의는 고맙지만 자신은 반드시 이들이 말하는 윌러킹을 사냥하고, 아울러 마나 크리스털의 존재까지 확인할 생각이었다. 그래도 이들에게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 * * * *
다음날 일행은 일찌감치 폭풍지대 안으로 들어갔다. 외곽에서부터 조금씩 거세지기 시작하던 모래 폭풍은 오전 내내 안쪽으로 이동하자 휘날리는 모래 때문에 눈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사나운 바람으로 변했다.
폭풍지대를 직선으로 통과하지 않고, 바람을 등진 채로 외곽을 따라 비스듬히 진입하면서 윌러몬을 찾았지만, 녀석들은 반나절이 지나도록 한 마리도 눈에 띄지 않고 있었다.
“골치 아픈 녀석들이 따라 붙었군.”
진우는 무한궤도 차량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상태로 짜증 섞인 말을 툭 내뱉었다. 그동안 꾸준히 연습을 한 덕분에 주변에 마나를 퍼뜨려 감시하는 능력이 많이 향상된 상태였다.
진우는 폭풍지대에 들어오면서부터 계속 마나를 이용해 반경 1Km 가량을 살피면서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마나 감지 범위의 끝자락에서 자신들을 향해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는 무리가 느껴졌다.
진우는 핸들 고정 장치를 눌러 차가 계속 직진을 할 수 있도록 만든 뒤, 조수석 뒤의 해치를 열고 무한궤도 차량의 지붕 위로 올라갔다. 손에는 저격용 소총인 킬러 제이를 들고 있었다.
폭풍지대 속에서는 바람의 영향이 워낙 심해서 활보다는 소총이 더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모래가 섞인 폭풍 때문에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녀석들이 뒤를 따르고 있는 게 마나 감지를 통해 느껴졌다.
무한궤도 차량과 녀석들 사이의 거리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었다.
진우는 모래가 눈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고글을 쓰고 시야 속에 놈들의 무리가 어렴풋이 보일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렸다. 곧 놈들의 윤곽이 나타났다. 진우는 맥커힐에게 통신을 보냈다.
“우리 뒤쪽으로 2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폴라투샹으로 짐작되는 최하급 무리가 접근하고 있습니다. 차를 멈추지 말고 계속 이동시키면서 녀석들을 상대할 준비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날다람쥐처럼 날아다니는 들개들 말인가?”
맥커힐 대신 월터의 목소리가 대답을 했다.
“네. 최하급이기는 하지만 가까이 접근하면 바람을 타고 날아서 덤벼드는 놈들이라서 제법 성가십니다. 활과 근접 무기를 같이 준비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알았네. 우리도 대비를 하겠네.”
통신이 끊기고 조금 있자, 맥커힐 일행이 탄 무한궤도 차량의 해치가 열리면서 맥커힐과 월터가 차례로 지붕 위로 올라서는 것이 보였다. 두 사람의 발에는 지붕 위에서 몸을 고정시키기 위한 두꺼운 자석 신발이 신겨 있었다.
진우는 마나를 이용해 몸을 통제할 생각으로 신지 않았지만, 보통은 이럴 경우에는 제법 유용하게 사용되는 장비였다. 월터는 활을 들고 있었고, 맥커힐은 큼지막한 대검을 등에 맸다.
진우는 손가락으로 차 뒤편으로 이제는 제법 윤곽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폴라투샹의 무리들을 가리켰다. 사수형 마나헌터라서 눈이 좋은 월터가 목표물을 확인하더니 진우를 향해 손으로 알았다는 신호를 보내고는 활에 화살을 매기는 것이 보였다.
“오케이. 사냥 시작이다.”
폴라투샹은 그레이하운드보다도 다리가 길쭉한 들개 무리였다. 도약력이 좋고 네 다리 사이에 날다람쥐같은 피부막이 있어서 폭풍 지대처럼 바람이 거센 곳에서는 바람을 타고 일정한 거리를 비행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달리는 속도가 빠르고 튼튼한 턱과 이빨을 가지고 있어서 자칫 공격을 허용했다가는 하급 헌터까지는 큰 부상을 입을 수 있었다. 가장 골치 아픈 점은 녀석들이 최하 오십 마리 이상 무리를 지어 다니며 사냥을 한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탐사 때에는 놈들 때문에 적지 않게 힘을 뺐었지.”
당시에는 미리 준비를 하지 않아 조금 고생을 했었다. 하지만 진우는 오늘 아침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미리 200발의 실탄에 관통형 마나를 실어두었다. 지난 6개월 동안 꾸준히 연습한 끝에 진우는 다른 사수형 헌터들과는 달리 실탄에 실은 마나를 그 상태로 하루 정도 유지시킬 수 있었다.
외부로 발현시킨 마나를 흩어지지 않게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발현 능력뿐만 아니라 동조의 단계에서나 가능한 마나 운용 기술이 필요했다. 다만 진우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아직 동조의 단계에 발끝이라도 들이민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점을 알고 있지 못할 뿐이었다.
퉁
폴라투샹의 무리가 차량 100m 뒤까지 접근하자 보고 있던 월터가 먼저 화살을 날렸다.
“켁”
선두의 조금 뒤에서 달려오던 폴라투샹 한 마리가 옆구리에 화살을 맞고 짧은 비명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녀석은 화살을 꽂은 채로 달려오던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 차량의 뒤를 쫒았다.
“쳇”
월터가 가볍게 혀를 차는 소리가 바람에 섞여 희미하게 들렸다. 모래 섞인 바람의 영향 때문에 화살이 목표했던 지점에서 조금 벗어난 모양이었다.
분명 화살에 관통형 마나를 실었을 텐데도 살짝 비껴 맞았는지 최하급 마수의 몸조차 관통하지 못했다. 월터라는 사람이 중급 헌터이기는 해도 그 이상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폭풍 지대에서는 활대 전체에 마나를 걸어 마찰을 없애는 무찰시를 사용하지 않는 한 경로를 조종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무찰시는 상급 헌터나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월터가 중급 헌터라면 해당 사항이 없는 얘기였다.
진우는 무찰시를 사용할 수는 있었지만 여기서 그렇게 마나를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활 대신 총을 들고 나선 것이기도 했다.
탕
진우의 총에서 총알이 발사되자 선두에서 달려오던 녀석이 단박에 고꾸라지며 모래로 덮인 땅 위를 굴렀다. 최상급 헌터의 관통형 마나가 실린 총알을 머리 한 가운데에 맞았으니 아마 꼬리까지 총알이 박히거나 몸 어딘가를 뚫고 나갔을 게 틀림없었다.
헌터들은 보통 소음기를 달고 사냥을 했지만, 이곳에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탕, 탕, 탕.
진우의 킬러 제이가 연신 총알을 토해냈다. 그럴 때마다 달려오던 폴라투샹들이 어김없이 한 마리씩 땅 위를 나뒹굴었다. 활을 쏘던 월터가 경악을 한 얼굴로 진우를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뭐 굳이 숨기려고 일을 더 어렵게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
진우는 월터의 따가운 시선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총을 발사했다. 폴라투샹의 숫자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사수형 헌터들 가운데에는 총알에 마나를 실어 사격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기껏해야 쏘기 직전에 한 발 한 발 마나를 실어 사용할 수 있을 뿐이었다. 실탄에서 손을 떼는 순간 실어 둔 마나가 빠른 속도로 흩어지기 때문이었다.
진우처럼 비록 반자동이기는 하지만 따로 마나를 싣는 기색도 없이 계속 사격을 할 수 있는 사수는 없었다.
월터는 진우가 다른 준비 동작 없이 계속해서 총을 쏘고, 그때마다 어김없이 폴라투샹들이 달리던 자세 그대로 땅위에 나뒹구는 모습을 잠시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고개를 두어 번 흔들고는 다시 활을 들어 사격에 전념했다. 사격을 하던 도중 힐끗 살펴보니 이를 악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월터의 활이 폴라투샹들에게 정확하게 꽂히기 시작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무한궤도 차량을 쫒는데 성공한 폴라투샹들이 차량 가까이 이르자 도약을 하더니 사지를 활짝 펴고 바람을 타며 덤벼들었다. 하지만 처음 육칠십 마리였던 무리가 이미 불과 열 대 여섯 마리로 줄어들어 있었다. 숫자가 엄청나게 줄었는데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덤벼든다는 점에서는 지독한 놈들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무모한 도전이었다.
진우는 해치 안으로 총을 던져 놓고 허리에 찬 검을 뽑아들었다. 건너 편 차량 위에 있던 맥커힐도 자신의 대검을 두 손으로 잡고 달려드는 놈들을 향해 휘두르는 모습이 보였다.
월터는 진우처럼 활을 운전석으로 던져 넣고 양 허리에서 단검보다는 조금 긴 소도 두 개를 꺼내들었다. 두 차량 위에서 폴라투샹과 헌터들 사이의 근접 전투가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 * * * *
폴라투샹 무리들은 생각보다 큰 어려움 없이 물리칠 수 있었다. 차 위로 뛰어올라온 녀석들이 제법 있었지만 다행히 차가 크게 긁히거나 찌그러지지도 않았다. 진우는 내심 세드릭에게 바가지를 쓸 일이 줄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탐사 때에 비해서는 폴라투샹들을 비교적 쉽게 처리한 셈이어서 진우는 내심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에는 이놈들 숫자가 지금보다 더 적었는데도 꽤나 진을 뺐었다.
그때도 이번처럼 저격용 소총을 꺼내들기는 했지만 불과 한 탄창 스무 발에만 마나를 실어두었었다. 첫 탐사 때에 녀석들을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는 데에 다소 소홀함이 있었던 것이다.
아직 폭풍 지대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일행은 바람을 고려해 만든 나지막한 원형 텐트 안에 모여 쉬고 있었다. 무한궤도 차량으로 바람을 막고 그 뒤에 마찰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코팅을 한데다 빙 둘러 금속 펙을 수십 개나 박은 텐트를 쳤다.
차량의 좁은 운전석에서 웅크리고 자는 것보다는 번거롭더라도 텐트를 치고 발을 뻗고 자는 게 체력 회복을 위해서도 좋았다.
‘확실히 중급 헌터 둘과 함께 하니 편하긴 편하군.’
즉석 음식을 간단히 데워 먹고 독한 커피를 타서 홀짝이며 진우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주보고 있던 월터가 불쑥 질문을 던졌다.
“자네, 더블인가?”
진우가 속으로 입맛을 다셨다. 하긴 명색이 중급 헌터인 사람들이 눈치를 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진우가 쏜 총알은 한 방 한 방이 모두 최하급 마수인 폴라투샹들을 일격에 사살할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총알에 마나를 싣지 않았다면 그렇게 될 리가 없었다.
게다가 놈들이 차 위로 뛰어 오른 다음에는 검을 이용하여 여유 있게 폴라투샹들을 상대했다. 어떤 놈들은 심지어 한 방에 두 조각으로 잘라 버리기도 했다.
발현이 가능한 신체형 마나 헌터이기도 하다는 뜻이었다.
“네. 운이 좋았어요.”
맥커힐이 어이없다는 듯한 웃음을 웃으며 진우의 말을 받았다.
“더블이 그저 운이 좋아서 될 수 있는 건 아니지. 어린 친구가 정말 대단하군. 그 나이에 중급 헌터인 것도 모자라 벌써 더블이라니.”
진우가 그냥 어깨를 으쓱하고 멋쩍은 듯이 씩 웃자 다시 월터가 툭하고 말을 던졌다.
“솜씨를 보니 중급은 아닌 것 같은데, 상급인가? 아니 상급이라도 그렇게 탄창 하나에 들어가는 실탄 전부에 미리 마나를 실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네. 그것도 자네의 경우에는 탄창 하나로 끝난 것도 아니고 말이야. 어떻게 한 건지 혹시 말해 줄 수 있나?”
궁금하기는 할 거다. 하지만 진우의 입장에서도 그런 걸 일일이 가르쳐 줄 수는 없었다.
“상급을 바라보고 있기는 하지만 글쎄요. 아직은 아니에요. 그리고 총알에 마나를 싣는 방법에 대해서는 말씀을 드릴 수 없네요. 미안합니다.”
진우는 적당히 거짓말을 했다. 이런 경우에는 사실을 말하는 게 더 일을 골치 아프게 만들 게 뻔했다. 눈빛으로 봐서는 진우의 멱살을 쥐어서라도 비결을 알아내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진우를 한참 쳐다보던 월터는 그냥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헌터의 비장 기술이었다. 한 번 물어볼 수는 있겠지만 캐묻는 건 서로 곤란했다. 잘못하면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아까 보여준 실력으로 보아 일단 싸움이 벌어지면 두 사람이 한꺼번에 달려든다고 해도 반드시 진우를 이길수 있다는 자신이 없었다.
“뭐, 아무튼 자네 실력으로 보아 이번 윌러몬 사냥은 생각보다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 같군. 실력이 있는 동료가 함께 한다는 건 좋은 소식이니까 말이야. 하하하.”
월터의 내심을 짐작한 맥커힐이 분위기를 눈치 채고 얼른 그렇게 말하고는 공연히 크게 소리를 내어 웃었다. 텐트 위를 지나가는 폭풍지대의 거센 바람이 사납게 울부짖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아참, 세드릭은 일반 호텔의 종업원과는 신분이 조금 다릅니다. 이곳이 리조트같이 꾸미기는 했어도 본질은 행성의 전초 기지입니다.
프랑스 정부가 관리하고 프랑스 헌터 협회에서 운영하는 곳이지요. 케이튼 행성을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세드릭은 보조 헌터이기는 해도 부 기지장과 비슷한 지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촐랑거리는 성격이기는 하지만 호텔 보이 정도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