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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헌터-70화 (70/235)

70화

전날 점심 이후로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 속을 달래기 위해 일단 뭔가 챙겨 먹는 게 우선이었다. 진우는 방호복 대신에 해변가에서나 입는 가벼운 평상복 차림으로 로비에 내려갔다. 진우를 본 세드릭이 손을 들어 소리치며 그를 불렀다.

“헤이, 지누. 나 좀 잠시 봐.”

녀석이 이른 아침부터 찾을 때에는 보나마나 돈 얘기임에 틀림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기, 어제는 피곤한 것 같아서 말을 못했는데 말이야, 일단 요금 정산부터 해 줘야겠어. 전에 낸 선금으로는 이틀 전에 숙박 기간이 끝났거든. 어제 가져온 차량도 모래 먼지가 하도 많이 낀데다 여기저기 긁힌 자국이 많아서 수리비가 제법 나왔고 말이야.”

녀석이 내민 청구서를 본 진우는 인상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수리비가 삼천 피씨? 왜 이렇게 비용이 많이 나온 거야?”

진우가 청구서를 세드릭의 코앞에 들고 흔들며 위협하듯 으르렁 대자 세드릭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그거 제대로 하면 오천 피씨는 받아야 해. 긁힌 자국이 하도 많아서 전체적으로 도색을 다시 해야 한단 말이야. 차체는 물론이고 유리창 구석구석까지 먼지가 안 낀 곳이 없어서 특수 장비를 이용해서 다 닦아내야 하는데다 기어는 모래 때문에 마모가 되어서 몇 개 갈아 끼워야 한다고. 지누는 장기 투숙 중이고, 전에도 몇 번 그 차를 쓴 적이 있어서 그나마 내가 최대한 재량껏 액수를 줄인 거야.

한숨이 나왔다. 갈 때마다 성과는 없이 돈만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진우의 입장에서는 큰 돈이라고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적자가 늘어난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니었다.

“지누도 잘 알잖아. 여기는 지구가 아니라 외계 행성이라고. 모든 부품이나 재료가 다 포털을 통과해서 온단 말이야. 지구보다는 수리비용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어. 이 이상 비용을 적게 적으면 나중에 나도 기지장님한테 혼날지도 몰라.”

세드릭은 설명인지 변명인지 모를 이야기를 하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기지장이 없을 때에는 세드릭이 기지장 대행이나 마찬가지였다.

보기에는 가벼워보여도 녀석도 프랑스 헌터 학교 졸업생이다. 진우하고 편하게 말을 하는 사이이기는 해도 나이가 이미 이십대 중반을 넘었다.

그런 녀석이 쩔쩔매는 것을 보니 더 이상 따지기도 곤란했다.

진우는 한숨을 푹 내쉬고 헌터 카드를 내밀었다. 그런데 세드릭은 결제할 생각을 하지 않고 또 다른 종이를 꺼냈다.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머물 건지 정해서 여기다 적어 줘. 그러면 그 비용도 한꺼번에 결제할 테니까.”

진우는 잠시 고민을 하다 일단 20일이라고 적었다. 앞으로 열흘 가량 오전에 떠올린 것을 훈련해 보고 성과가 있으면 다시 한 번 더 도전해 볼 생각이었다.

다음이 마지막이 될지는 분명하지 않았지만 그냥 포기하기에는 그동안 들인 공이 너무 아까웠다. 마나 크리스털을 얻든지, 아니면 최소한 이곳에는 마나 크리스털이 없다는 걸 확인해야지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세드릭은 진우가 내민 헌터 카드를 결제기에 넣고 몇 가지를 조작하더니 결제기를 진우에게 건네주며 승인을 부탁했다.

“숙박비를 깎아주기는 어렵지만 대신 방을 좀 더 좋은 곳으로 바꿔줄게. 프레스티지 룸이 몇 개 빈 게 있으니까 지금 있는 곳보다는 편할 거야.”

진우는 아무 말 없이 비밀 번호를 누르고, 엄지손가락 지문을 인식시킨 다음 사인을 했다. 진우가 입력한 정보가 헌터 카드에 있는 것과 일치하는지를 확인한 결제기는 잠시 후 삑 소리와 함께 결제가 완료되었음을 알렸다.

“아, 그리고 여기에 수중 사냥을 하는 데 필요한 장비들 있지? 그것들하고 무중력 자동차도 한 대 대여해 줘”

진우가 헌터 카드를 집어 들며 그렇게 말하자 세드릭의 얼굴이 환해졌다.

“왜? 당분간 바다 구경하면서 좀 쉬게? 잘 생각했어. 지누는 나이도 어린 사람이 너무 탐사만 다니고 놀 줄을 몰라. 뭐가 필요한 지 말만 해. 내가 다른 사람들 손때가 타지 않은 새 것들로 준비해 줄게. 근데 그것도 먼저 결제해야 하는데?”

손가락으로 동전 모양을 만들며 얘기하는 세드릭을 보면서 픽 웃은 진우가 손에 든 헌터카드를 소현이 선물로 준 지갑 안에 쏙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대여 장비 목록이 적힌 쪽지를 꺼내 데스크 위에 툭 던져놓고는 돌아섰다.

“언제까지 쓸지 지금은 잘 모르겠으니까, 거기 적힌 것들 일단은 대여해 줘. 다 쓰고 나면 기간에 맞춰서 결제할 테니까.”

“알았어. 이번에는 경치 좋은 곳에 가서 당분간 푹 쉬어. 내가 보기에 진우는 너무 몸을 무리하게 굴리는 것 같아. 헌터는 언제나 몸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마누라도 아닌 녀석이 별 쓸데없는 걱정도 다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진우는 식당으로 향했다. 어제 쥬스 한 잔만 마시고 그냥 잠이 들어서 그런지 배가 몹시 고팠다.

*  * * * *

외계 행성에 나오면 제일 불편한 일 가운데 하나가 결제 시스템이었다. 아무리 포털을 통해 우주 곳곳을 탐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전 우주를 망라하는 온라인 결제 시스템 같은 것은 불가능했다.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행성 간 통신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외계 행성에 나갈 때마다 귀금속이나 현찰을 들고 다닐 수는 없었다. 그래서 고안된 것이 일정한 액수가 담긴 결제용 카드였다.

헌터들에게는 헌터 자격증에 해당하는 헌터 카드가 있어 그 역할을 대신했지만, 일반인들의 경우에는 외계 행성에 나가서 물건을 구매하려면 반드시 전 세계 공통 양식의 캐쉬 카드를 만들어야 했다. 일반적으로 PC 카드라고 불리는 그 카드에는 지구에서 미리 구매한 행성 전용 통화(Planet Currency)인 PC를 저장할 수 있었다.

외계인들이 지구를 방문한 뒤에 세계 여러 나라는 포털을 통해 우주 곳곳의 행성에 자국의 전초 기지를 세우기 시작했다. 개발된 행성들 가운데에는 특별한 목적으로만 활용되는 곳을 제외하면 일반인들도 비용을 지불하고 방문할 수가 있는 곳이 많았다.

일부 부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이기는 했지만, 경치가 좋고 지구와 환경이 비슷한 행성들에는 휴양과 관광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그곳에서 숙식을 해결하거나 기념품을 구입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필요했다. 그래서 강대국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들이 협의한 끝에 실물 화폐는 존재하지 않고 전자 화폐로만 사용되는 행성 전용 통화 PC를 만들어냈다.

전 세계의 거의 모든 통화와 교환되는 PC를 구매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그때그때의 환율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행성 전용 통화를 사서 자신의 PC 카드에 저장할 수 있었다. 그러면 다른 행성에 있는 동안 그 카드 안에 있는 금액의 한도 내에서 어느 곳에서든 비용을 결제하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지구로 귀환한 뒤에는 쓰고 남은 PC를 다시 현찰로 바꿀 수 있었다.

PC를 관리하기 위해 세워진 행성 은행(Planet Bank)은 전 세계 100여개 나라가 자본을 출자해서 만들어졌다. 그렇게 많은 나라가 출자를 한 이유는 이 은행이 특정 국가에 의해 휘둘릴 경우 엄청난 경제적 권력을 행사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행성 은행의 운영 규약에서는 이 은행이 일체의 대출이나 채권 발행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물론 주식이나 부동산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 대한 투자를 금지시켰다. 한 마디로 은행임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업무를 일체 진행할 수 없게 막아 놓은 것이었다.

대신 은행 운영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각국의 정부가 매년 지불하는 찬조금으로 충당되었다. 찬조금을 내지 않을 경우, 해당 국가의 통화는 PC와 교환할 수 없었다.

*  * * * *

지구에 있는 진우의 통장에는 50억이 넘는 돈이 예금되어 있었다. 헌터 학교에 입학하면서 살던 집을 팔아서 생긴 돈과, 스카디안 행성에서 돌아온 뒤에 받은 40억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우는 졸업 후에 지구를 떠나면서 그 가운데 10억을 PC로 교환해서 헌터 카드에 넣어 두었다. 그랬던 것이 지금은 처음 떠날 때의 환율로 계산하면 12억 정도가 남아 있었다.

행성을 세 곳이나 다니면서 포털 비용과 숙박비, 장비 대여비 등으로 적지 않은 돈을 썼지만, 그동안 간간이 마수들을 잡아 얻은 마나 스톤을 전초 기지에서 직접 PC와 교환한 덕에 처음보다는 오히려 돈이 더 불어난 것이다. 마나 스톤을 일단 지구로 가져오면 정해진 창구를 통하지 않고 함부로 처분하는 것을 엄격히 통제했지만, 외계 행성 내에서는 약간 할인된 가격으로 전초 기지 내에서 PC와 교환하는 것이 가능했다.

‘마나 크리스털을 찾는 데 집중하지 않고 마수들만 잡으며 다녔으면 훨씬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었겠지만...’

하급 마수 하나를 잡기 위해서도 팀을 만들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반 헌터들이 들으면 혀를 찰 생각이었다. 하지만 진우는 그저 적자를 면한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돈은 나중에 천천히 벌더라도 일단은 최대한 많은 마나 크리스털을 구해 동조의 단계로 올라서기 위한 수련에 진전을 보고 싶었다.

진우는 자신의 그러한 생각이 외계인들로 하여금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침을 먹고 숙소로 올라와 오전 내내 어제 못했던 장비 점검을 마친 진우는 그것들 가운데 검만 빼 놓고 나머지는 모두 기지 내에 있는 개인 보관함 속에 예치했다. 지금부터 떠날 여행 겸 훈련에서는 총이나 활은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미리 부탁한 식량과 장비들을 챙긴 진우는 몇 가지만 빼어 등에 멘 배낭에 넣고, 나머지는 모두 커다란 헌터용 가방 안에 한꺼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세드릭에게서 전자 열쇠를 받아 주차장에서 무중력 자동차에 올라탔다. 녀석이 나름 상태가 좋은 것으로 골라 주었는지 시동을 걸자 차가 부드럽게 땅 위로 떠올랐다.

진우는 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페달을 밟았다. 차가 빠르게 가속을 받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마 가지 않아 갖가지 모양을 한 섬들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는 짙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  * * * *

진우는 바다로부터 버섯 모양으로 솟아오른 조그만 섬 하나를 골라 텐트를 치고 임시 훈련 캠프를 차렸다. 무니악 행성에서는 바다로 나온 이상 물을 구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무니악의 바다에는 지구와는 달리 소금기가 없었다. 각종 무기 염류가 녹아 있기는 했지만 전체 농도가 지구의 염분보다는 훨씬 낮아서 약간 독특한 맛이 나는 민물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별천지로군.’

수영 팬티에 물안경만 쓰고 바다 속으로 잠수한 진우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풀어 등 뒤에 비껴 맨 그는 수심 아래로 2m 가량 잠수해서 헤엄을 치면서 훈련에 쓸 적당한 해양 마수들을 찾고 있었다.

무니악의 바다 밑을 오가는 수많은 생물들의 화려한 움직임이 마치 동화속의 바다 풍경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장관을 그려내고 있었다.

‘타이거 샤크인가?’

잠시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에 정신을 빼앗겼던 진우는 곧 온 몸에 검은색의 줄무늬가 나 있는 최하급의 해양 마수한 마리가 바쁘게 도망치는 물고기 떼를 뒤쫓고 있는 것을 보았다. 생긴 것은 꼭 상어를 닮았는데, 몸에 나 있는 줄무늬 때문에 타이거 샤크라고 이름 붙여진 놈이었다.

외계 행성의 경우, 지상의 생물들 가운데에는 지구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형태를 띤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바다 생물들의 경우 대부분 유선형의 길쭉한 모습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물이 지닌 압력과 마찰을 이겨내고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그런 형태가 유리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진우는 빠르게 헤엄쳐서 물고기 떼를 뒤쫓고 있던 타이거 샤크의 앞을 가로 막았다. 정신없이 물고기들을 쫓던 녀석이 진우를 발견하고는 방향을 틀어 한 바퀴 크게 선회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엄청난 속도로 그를 향해 돌격해 들어왔다.

‘와라.’

진우는 검을 꺼내들지 않고 두 팔을 앞으로 뻗은 채 맨 몸으로 타이거 샤크를 맞았다. 진우의 몸 앞으로 두 겹의 마나막이 차례로 펼쳐졌다.

녀석의 뾰족한 머리가 마나막에 부딪히자 펼쳐 두었던 마나막이 부드럽게 타이거 샤크를 감싸 안으면서 밀려났다. 완벽히 방어를 해서 막으려는 것보다는 놈의 속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일부러 마나막에 탄력을 부여한 때문이었다.

진우는 자신의 두 손이 마나막을 밀고 들어오는 타이커 샤크에게 닿자 힘을 주지 않고 놈을 잡은 채로 그대로 물살을 따라 부드럽게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는 미리 생각했던 대로 놈의 몸속에 있는 마나에 동조를 시도했다. 진우의 머리 속에 타이거 샤크의 배 한복판에서 야구공만한 마나가 둥글게 뭉쳐지는 것이 느껴졌다.

‘성공인가?’

그러나 잠시 후 뭉쳐졌던 마나는 금방 힘없이 흩어져 다시 타이거 샤크의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실패군.’

진우는 속으로 혀를 차면서 타이거 샤크가 다시 돌격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몸속에서 무언가 이상한 일이 잠시 벌어졌다는 것을 느꼈던지 약간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던 타이거 샤크는 눈앞에서 자신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있는 진우를 보고는 마수의 본성을 이기지 못하고 금방 물살을 헤치며 재차 공격을 시도했다.

다시금 마나막을 조정해 놈의 속도를 늦춘 진우는 자신의 손이 타이거 샤크의 몸에 닿자마자 다시 정신을 집중해 아까와 같은 마나의 공을 놈의 뱃속에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나공은 곧바로 흩어졌다.

‘쩝, 또 실패네.’

진우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시도를 했다. 다행히 타이거 샤크는 진우가 자신의 몸속에 뭔가를 자꾸 심으려는 짓이 크게 위험한 행동이라 생각하지 않았는지 포기하지 않고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보다도 몸집이 작은 괴상하게 생긴 동물 하나가 생각처럼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녀석은 화가 나 있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진우의 시도는 일곱 번째 시도만에 결국 성공을 했다. 타이거 샤크의 몸속에 심은 공이 한참이 지나도록 흩어지지 않고 제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저게 도대체 왜 안 터지느냐는 거지.’

진우가 시도하고 있는 것은 상대의 몸 속에 있는 마나와의 동조를 통해 일종의 마나 폭탄을 몸에 심으려는 것이었다. 본래는 공이 만들어진 다음에 1분 안에 몸 속에서 폭발을 해야 하는데, 공을 심은지 10분이 지나도록 폭발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패인가?’

진우가 막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드디어 타이거 샤크의 몸 속에 있던 마나공이 펑 하고 터지는 것이 느껴졌다. 녀석의 배가 불룩하고 부풀어 오르는가 싶더니 곧이어 내장이 산산조각 나는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잠시후 타이거 샤크는 결국 입과 항문으로 피를 흘리면서 동작을 멈췄다. 진우는 죽은 녀석의 사체를 잡아 끌고 수면 위로 올라왔다.

“푸우~~”

최상급 마나 헌터가 된 이후로 30분 가량 물속에서 숨을 참을 수 있게 된 진우로서도, 마나 폭탄에 대한 시도가 자꾸 실패함에 따라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잠수한 채로 버텨야 했다. 마지막에 성공하기 전에는 숨이 턱까지 차올라 있는 상태였다.

“13분가량 걸렸군.”

진우는 허리에 차고 있던 잠수용 시계를 들여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생각보다 마나폭탄이 공의 형태를 너무 오래 유지한 것이다.

“동조시킨 마나양은 적당한 것 같은데, 형태를 만들 때에 너무 의지를 강하게 집중시킨 것 같아.”

진우는 윌러몬이 자신이 동결시킨 마나를 쉽게 풀어버리는 것 때문에 세 번째 탐사에서 끝내 놈을 쓰러뜨리는 데에 실패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와 놈을 어떻게 하면 죽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 잠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면서 문득 색다른 방법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동결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없다면, 굳이 그걸 고집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녀석이 마나 동결을 풀어버리는 능력이 뛰어나다면, 오히려 그걸 역이용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동결시킨 마나가 금방 풀어질 거라면, 아예 동조가 풀어질 때 폭발하듯 흩어지게 만드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마나 동결을 쉬 풀어버리는 녀석의 능력을 거꾸로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3분은 너무 길어. 그리고 생각보다 폭발력도 너무 작아. 이정도 크기의 최하급 마수라면 아예 몸이 산산이 찢겨져 나갈 정도가 되어야 쓸 만할 것 같은데. 성공 확률이 너무 낮은 것도 문제야.”

다른 방법은 없었다.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연습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진우는 당분간 지겹도록 물 속에서 돌아다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간 못 간 피서, 이번에 여기서 뿌리를 뽑겠군.”

짙푸른 바다 위로 태양이 뜨겁게 내려쬐고 있었다. 진우는 뜨거운 태양을 피해 계속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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