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성 헌터-56화 (56/235)

56화

개회식 다음날 거행된 첫 번째 경기는 궁술 개인전이었다. 전 세계 120개 학교에서 각각 2명씩, 모두 240명의 선수가 출전한 첫날 경기는 정해진 코스를 통과하면서 표적을 맞춘 점수를 합계 내어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순위를 바탕으로 본선에 올라갈 32명의 진출자를 선발한 뒤, 본선에서는 이들이 다시 두 명씩 맞대결을 벌이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최종 우승자를 선발하게 되어 있었다.

“양궁 시합과는 달리 선수가 움직이든 표적이 움직이든 둘 중 하나는 움직이게 되어 있군요.”

각국의 주요 인사들이 자리한 VIP 관람석에서 경기 안내 팸플릿을 훑어보던 산업자원부 장관 도인호가 허진행에게 몸을 돌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헌터 학교 학생들의 경기니까요. 궁수라고는 해도 헌터는 고정된 표적을 상대하는 경우보다는 움직이는 표적을 사냥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무투 대회의 경기 진행 방식도 그 점을 고려해서 정해집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조승운이 무거운 얼굴을 하고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허진행의 눈길이 잠깐 그쪽을 향하더니 이내 비릿한 웃음과 함께 정면으로 향했다.

조승운의 다각적이고 전면적인 공격에 한 때는 정말 숨이 막힐 뻔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돈이다. 기업들을 공략한 자신의 전략이 효과를 거두어 결국 반전을 성공시켰다.

덕분에 포털 관리에 관한 권력을 완벽히 장악하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그 정도 양보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어낼 자신이 있었다. 검찰에 미리 손을 써둔 것도 현명한 선택이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구속까지는 안 되더라도 기껏 꾸며 놓았던 대외적인 이미지에 먹칠을 할 뻔 했다.

‘당신이 식은땀이 날 만큼 대단한 사람인 건 사실이야. 하지만 결국 승자는 이익에 집중하는 사람에게 돌아가게 되어 있지. 좋은 사람만 산다고 세상이 좋아질 줄 아나. 고리타분한 늙은이 같으니라구, 쯧쯧.’

*  * * * *

궁술 개인전은 총 다섯 개의 코스를 한 시간 동안 계속 이동하며 각 코스마다 10 발씩, 총 50 발의 화살을 쏘아 5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겼다. 한 번에 10명씩 한 개조가 되어 출발하면, 30분 뒤에 다음 조가 첫 코스를 시작하는 방식으로 마지막 24조가 경기를 끝낼 때까지 경기가 진행되었다.

예정대로 진행이 되면 총 12시간 30분이 소요되었지만, 뉴 올림포스 행성은 지구보다 자전 시간이 4시간이나 길었기 때문에 해가 지기 전에 경기를 끝내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다.

진우는 첫 번째 조에 속해 있었다. 활통을 등에 매고, 왼손에 활을 쥔 채 출발선에 서서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데, 확성기로 안내 방송이 흘러 나왔다.

“곧 경기가 시작됩니다. 선수들은 출발선에 위치해 주십시오.”

안내 방송과 함께 관객석 맞은 편에 설치된 거대한 전광판과, 관객들이 각자 손에 들고 있던 멀티 패드에 참가 선수들의 프로필이 소개되었다. 그 중에는 진우에 대한 프로필도 있었다.

[JinWoo Kang, No.328, Korea Hunter's School, Age 16, Freshmen.]

[강진우, 참가번호 328, 한국 헌터 학교, 16세, 1학년]

진우가 1학년이라는 소개가 나오자 관객석이 술렁거렸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관객 가운데 상당수는 1학년이 무투 대회에 학교 대표로 나온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던 사람들이 많았다.

학교 대표가 선발되면 각 헌터 학교는 연합회에 명단을 보낸다. 그러면 연합회에서는 각 학교에서 보낸 명단을 취합, 정리해서 다시 전 세계의 헌터 학교에 정리된 전체 명단을 통보했다. 그 때문에 헌터 학교 관계자들은 역사상 최초의 1학년 대표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반 관객들은 경기장에서 그런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래도 1학년이 학교 대표라는 사실에 놀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군요. 강진우 학생이라고 했나요? 참 장래가 기대되는 학생입니다.”

술렁이는 주변의 분위기에 흐뭇해하는 도인호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허진행의 속마음은 편하지 못했다.

‘입 속의 가시같은 놈. 어린놈이지만 이상하게 걸리는 게 많은 놈이야. 타르코스 소장이나 펄스너 교장의 태도도 그렇고, 심지어 아스탄 그 놈마저 이상하게 저놈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느낌이 든단 말이야. 역시 이번 대회에서 제거하기로 결정한 게 잘 한 거겠지.’

허진행은 들고 있던 헌터 패드에 떠오른 대회 안내 페이지를 무의식적으로 넘기다 한 군데에서 손가락이 딱 멎었다. 대회 마지막 날의 학교별 단체사냥 대회 안내였다. 거기 심사위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있었다. 허진행의 눈에 잠시 동안 살벌한 빛이 서리다 사라졌다.

*  * * * *

중국 상하이 헌터 학교에서 개인전 궁술 대표로 출전한 장 페이량은 자기 옆 트랙에 선 진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트랙 하나의 폭이 50m나 될 정도로 넓었지만 궁수로서 훈련받은 그의 눈은 그 거리를 넘어 진우의 얼굴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그의 얼굴 위에 엷은 미소가 떠올라 있는 것이 보였다.

‘허, 1학년 자식이 주제에 여유를 부려?’

어제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나면서 짜증이 왈칵 치솟아 올랐다.

어제 개회식 때 함께 출전한 같은 학교 대표들과 연회의 음식을 즐기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누군가 갑자기 진우를 언급했다.

“이번에 한국 헌터 학교 대표로 나온 녀석 중에 1학년이 있다던데? 역사상 처음이래. 얼마나 대단한 녀석이기에 1학년이 대표로 선발된 거지?”

“교관들이 뭔가 봐주기를 한 건 아니겠지? 그게 아니라면 재능이 엄청나다는 얘기잖아? 장 페이량이 대단한 줄 알았는데, 그보다 더 한 놈이 있을 줄이야.”

“정말 실력이 있어서 선발된 거라면, 3학년이 되면 얼마나 강해진다는 거야? 설마 졸업도 하기 전에 마나를 각성하는 거 아냐?”

장 폐이량은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연히 짜증이 났다. 그 역시 2학년으로서 학교 대표로 선발된 몇 안 되는 인재였다.

무투 대회에 참가한 1,000명 가까이 되는 참가 선수 중에서 2학년은 자신을 포함해서 채 10명이 안 됐다. 연합회에서 보내온 명단을 통해 자신이 직접 확인해 본 것이다.

2학년 대표라는 것은 그 만큼 대단한 명예였다. 재능과 노력을 겸비하고 거기에 운까지 따르지 않으면 힘든 일이었다.

그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재능이 남다르다는 기대를 교관들에게 받았고,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노력했다.

2학년 1학기를 마칠 때까지 중급 과정을 모두 통과하고 2학기 때는 드디어 상급1 과목 통과 판정을 받았다. 학교 대표 선발전에서는 운까지 따라 궁술 대표 두 사람 가운데 하나에 선발되는 영광을 얻었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칭찬했다. 그런데 정작 이곳에 오니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없이 오로지 1학년 대표로 선발된 이웃나라 녀석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마치 이미 입에 물었던 사탕을 도로 뺏긴 기분이었다.

‘남들이 알아주니까 기가 살았구나. 재능과 실력의 차이가 무엇인지 오늘 보여주마.’

장 페이량이 진우를 보며 그런 각오를 다지고 있을 때 출발을 알리는 신호가 떨어졌다. 출발선에 서 있던 궁수들이 일제히 표적을 향해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대회 첫 경기의 시작이었다.

*  * * * *

첫 코스는 이동하면서 갑자기 등장하는 표적을 향해 사격을 하는 관문이었다. 선수들이 500m 길이의 코스를 뛰거나 속보로 통과하다 보면 중간 중간 놓인 덤불이나 작은 나무 뒤에 감춰져 있는 발사대로부터 둥근 표적이 하늘로 쏘아 올려졌다.

선수들은 그 표적을 쏘아서 점수를 얻어야 하는데, 표적 자체에 전자 감지 장치가 되어 있어서 화살이 적중하면 자동으로 점수를 확인해서 본부로 송신하게 되어 있었다. 1점에서 10점까지의 구간이 있었으며, 빗맞으면 0점이었다.

활을 쏠 때에는 잠시 정지할 수 있었으나, 표적이 발사 된 뒤 땅에 떨어지기 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야 3초를 넘지 못했다. 표적이 일단 땅에 떨어진 뒤에는 설사 화살이 맞더라도 0점이었다.

모두 10개의 표적을 맞춰야 했고, 전체 구간을 5분 안에 통과하지 못하면 실격이었다.

진우는 출발 신호가 울리자 빠르게 앞으로 달려갔다. 열 발자국도 채 딛지 않아서 첫 번째 표적이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

이미 시위에 걸어 두었던 화살을 잽싸게 당겨 날린 화살이 그대로 표적의 정 중앙에 꽂혔다. 날아가던 표적이 비행 궤적의 포물선 꼭대기에도 채 도달하지 못했을 정도로 빠른 사격이었다. 첫 표적을 명중시킨 진우는 다음 표적을 대비하며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  * * * *

개인 궁술 시합 심사위원석에 앉아서 선수들의 경기 모습과 점수를 모니터로 확인하고 있던 멜리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개회식 날 있었던 연회에서 진우를 잠시 보았지만 왠지 모르게 얼굴이 어두워 보여서 조금 걱정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하지만 진우가 첫 출발에서 빠른 사격으로 어김없이 10점을 기록하자 조금 마음이 놓였다.

‘사람들 앞에서 너를 증명해봐, 진우.’

멜리사는 주변의 다른 심사위원들 때문에 소리는 내지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진우를 응원했다.

*  * * * *

표적을 향해 활을 겨누던 장 폐이량은 옆 트랙에서 울리는 소리에 잠깐 정신이 흔들렸다. 흘낏 옆을 보니 진우라는 녀석이 있는 트랙에서 화살이 꽂힌 표적이 땅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벌써 맞췄어?’

순간적으로 정신이 다른 곳으로 팔리는 바람에 하마터면 자신의 표적을 놓칠 뻔 했다. 급히 화살을 쏘았다.

“8점”

귀에 꽂은 무선 이어폰으로 자신의 점수를 불러주는 소리가 들렸다.

‘제길’

재수 없는 녀석 때문에 처음부터 손해를 봤다. 무수히 연습을 했던 종목이었고, 특히 첫 코스는 훈련에서 매번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었던 코스였다. 입에서 저절로 욕이 나왔다.

*  * * * *

진우는 첫 코스를 불과 1분 45초만에 통과했다. 그로서는 그다지 빨리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지만 진우 다음으로 코스를 통과한 학생의 기록이 2분 20초였다. 진우의 뒤를 이어 코스를 통과한 장 페이량은 속으로 쓴 물을 삼켰다.

‘무슨 달리기 시합인 줄 아냐? 빌어먹을 놈.’

하지만 진우의 뒷모습은 이미 다음 코스를 향해 사라지고 있었다. 주인을 잃은 욕만 허공을 맴돌았다.

*  * * * *

두 번째 코스는 장애물 사격이었다. 10개의 표적은 제각기 상하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는데, 그 표적들 앞에는 또 시계추처럼 흔들리며 표적을 가리는 장애물이나, 작은 화환 모양으로 생긴 통과 장애물 등이 있었다.

화환 장애물은 로빈 훗이 셔우드 숲의 도적들 앞에서 활 솜씨를 자랑할 때 설치했던 것과 비슷했다. 화살이 완전한 직선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단 화환을 통과한 화살이 표적의 정 중앙에 꽂히게 하려면 화살의 궤적을 잘 조종해서 사격을 해야 했다.

어떤 장애물은 밑에서 드라이아이스를 뿜어 표적을 감추기도 했고, 심지어 표적이 작은 폭포 뒤에 있는 것도 있었다. 물론 모든 표적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어떤 방향으로든 움직이거나 흔들리고 있었다.

진우는 그 모든 표적들을 빠르게 적중시키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이미 그에게 있어서 코스별 제한 시간이라는 것은 무의미했다. 표적을 하나씩 통과할 때마다 그와 후미와의 거리는 계속 멀어져갔다. 뒤에서 쫓아오던 장 페이량은 점점 기가 질리기 시작했다.

‘눈을 개조 수술이라도 한 거냐?’

신체 전체가 재구성된 적이 있는 진우였다.

*  * * * *

세 번째 코스는 허공에 매달려 선수를 공격하며 비스듬히 떨어지는 커다란 추에 그려진 표적을 적중시켜야 했다. 비록 다치지 않게 고안된 재질이기는 했지만, 표적을 너무 늦게 맞추면 추를 피하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그 표적은 0점으로 처리가 되었다.

네 번째 코스부터는 트랙의 경계가 사라졌다. 먼저 도착하는 선수부터 코스를 통과하는 방식이었다.

네 번째 코스는 미로였는데, 미로를 통과하다 보면 반드시 막힌 벽을 만나게 되어 있었다. 선수들은 그 벽 위에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표적을 맞혀야 했다.

표적의 점수에 따라 서로 다른 통로가 열리고, 점수가 낮을수록 우회해야 하는 거리가 긴 통로가 열렸다. 계속해서 낮은 점수를 얻을 경우, 미로를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자칫 완주 자체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코스였다.

네 번째 코스를 마쳤을 때 진우의 총점은 398점이었다. 이미 2위와는 30점 이상의 차이가 벌어졌다. 딱히 순위 이외의 기록에 의미를 두는 대회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역대 신기록이 달성될 것 같다는 얘기가 관객석 쪽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정말 우리나라 학생이라는 게 자랑스럽군요. 하하하.”

남의 속도 모르고 연신 진우를 칭찬하는 산업부 장관 도인호의 웃음소리가 허진행의 속을 계속 뒤집고 있었다.

‘빌어먹을 자식. 좀 조용히 보지.’

1학년 학생이 벌써 저렇게 놀라운 실력을 지녔다는 게 놀랍다는 주변의 얘기들이 귀에 들어왔다. 더 크면 정말 어디까지 성장할지 장래가 더 무서운 녀석이었다.

아무리 자신이 계락과 술수로 헌터 협회장의 자리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상급 헌터의 실력을 가지지 못했다면 그것도 불가능했으리라는 것을 허진행은 잘 알 고 있었다.

헌터의 세계는 다른 무엇보다도 개인의 실력이 가장 높이 평가되었다. 조승운의 제자가 높이 평가된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 자신의 앞길에 구름이 낄 거라는 예보나 다름이 없었다. 허진행의 마음속에 시퍼런 칼날이 하나 내려앉았다.

*  * * * *

마지막 다섯 번째 코스에서는 10개가 아니라 100개의 표적이 동시에 나타났다. 이족 보행을 하는 자그마한 로봇들의 배 위에 그려진 표적들을 맞춰야 했는데, 100개의 로봇들이 동시에 나타나서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이며 빠르게 뛰어다녔다.

문제는 이들이 서로에 대해 장애물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 쏘다가는 엉뚱한 표적에 화살이 꽂혀 본의 아니게 낮은 점수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같은 로봇에게 두 발의 화살을 적중시키면 나중에 맞은 화살의 점수는 0점으로 처리되었다.

한 선수가 코스를 완료하면 로봇들은 그 선수가 쏘았던 화살들을 알아서 뽑아내 버렸다.

주변의 상황을 완벽하게 인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행동을 결정하는 진우의 능력은 마지막 코스에서 빛을 발했다. 그는 단 한 발도 실수하지 않고 목표로 한 표적들을 정확히 맞춰나갔다.

표적들의 움직임을 완전히 꿰고 있었으므로, 장애물처럼 끼어드는 다른 표적을 맞추거나, 같은 표적을 두 번 맞추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 코스에서도 진우와 다른 학생들과의 점수차는 더욱 크게 벌어졌다.

최종 코스까지 완료했을 때 진우의 점수는 498점이었다. 마지막 코스에서 만점을 받은 것이다.

첫날 첫 조에서 경기를 마친 진우가 심사위원 석으로 다가가 최종 점수를 확인하자 관객석에서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그의 점수와 통과 시간은 대단했던 것이다.

진우는 1학년임에 불구하고 이 대회에 대표로 나올 수 있었던 이유가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자신의 실력 덕분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던 멜리사의 얼굴에 화사한 미소가 걸렸다.

반면에 관객석의 허진행이 지은 쓰디 쓴 미소는 멜리사의 그것과는 정반대였다. 그리고 한 사람 더, 장 페이량은 마지막 코스를 마칠 때쯤 거의 넋을 잃고 있었다. 완패라고 부르기에도 창피한 격차였다.

첫날 진우는 2위와 적지 않은 점수차로 종합 1위의 성적을 거두고 예선을 마쳤다. 토너먼트에서 첫 번째 시드를 받은 것이다. 덕분에 본선 첫 경기를 예선 32위와 벌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32위는 본인으로서는 참으로 억울하게도 장 폐이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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