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새벽 4시에 일어나 뒤편의 언덕 위에서 하는 명상과 훈련은 최근 진우 혼자서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스카디안에서 돌아온 후, 중급 검술2를 통과시켜 준 뒤로는 조승운이 훈련에 참여하는 일이 뜸해졌기 때문이었다.
“내가 가르칠 수 있는 건 다 가르쳤다. 이제부터는 가끔 대련하는 것 빼고는 혼자 하는 게 나을 거다. 가끔 들러볼 테니 거르지 말고 매일 훈련하거라.”
그 말을 끝으로 조승운이 새벽의 훈련장을 찾는 일이 드물어졌다. 그때부터 진우는 혼자서 명상과 훈련을 반복했다. 조승운은 일주일이나 이 주일에 한 번 정도 다녀가고는 했다. 그것도 직접 무언가를 조언하기보다는 그저 잠깐 지켜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냥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지는 게 전부였다.
스카디안에서 가져온 푸른색의 마나 크리스털을 헤어밴드에 부착한 뒤로는 명상 때의 마나 운용이 조금 달라졌다. 훨씬 강렬하면서도, 오히려 더욱 세밀해진 것이다.
명상에 잠겨 몸속의 마나와 대화를 나눌 때마다 조승운이 수승화강이라고 부른 현상이 매일 나타났다. 명상이 일정하게 진행되면 몸속의 음의 마나는 머리 위로 올라오고, 반대로 따뜻한 마나는 아랫배로 내려갔다. 그런데 헤어밴드와 허리띠 버클에 각각 푸른색 마나 크리스털과 붉은 색 마나 크리스털을 장착한 뒤로는 그런 현상이 훨씬 강렬하게 일어났다.
마나 크리스털과 교감을 시도하면서 진우는 최현이 준 마나 스톤을 흡수한 것처럼 마나 크리스털이 지닌 엄청난 마나를 흡수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지니고 있으면 머리가 시원하고 배가 따뜻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특별히 마나크리스털 속의 마나가 밖으로 새어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기온이 내려가는 초가을의 새벽에는 방안 공기에 온기가 맴돌고, 아직 늦더위가 채 가라앉지 않은 한낮에는 머리로부터 내려오는 서늘한 기운에 더위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정도일 뿐이었다.
다만 명상을 할 때에는 두 크리스털이 분명히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머리 위로 올라가는 음의 마나가 훨씬 많아졌고, 반대로 아랫배로 내려가는 양의 마나 역시 그 양이 증가했다.
마치 두 마나 크리스털이 몸속의 마나를 각자 끌어당기는 느낌이었다. 붉은 마나 크리스털 하나만 가지고 명상할 때에는 일어나지 않던 현상이었다.
‘확실히 두 크리스털이 뭔가 상호작용을 하는 것 같은데, 아직은 그게 정확히 어떤 건지 잘 모르겠군.’
머리와 배로 이동하는 마나의 양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명상에 들어 수승화강에 이르는 시간도 더욱 짧아졌다. 과거에는 한 시간 정도 걸리던 것이 이제는 30분 정도로 단축되었다.
일단 수승화강에 들면, 전보다 마나가 이동하는 양도 많아지고 이동할 때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바람에 마나의 움직임이 매우 격렬해졌다. 수승화강이 풀리면서 마나들이 서로 제자리로 돌아갈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에 몸 아래에서 시작해 정수리를 꿰뚫는 순간 전해지는 쾌감은 워낙 강렬해서 몇 번이나 혀를 깨물 뻔했다. 전보다 훨씬 운용을 세밀하게 조정하지 않으면 자칫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마나들이 몸 안에서 날뛰거나 밖으로 뛰쳐나갈 기세였다.
그것들을 조정하려 애쓰다 보니 마나를 다루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더욱 정교해졌다.
스카디안에서 가져온 마나 크리스털의 마나량은 18만 P가 조금 넘게 나왔다. 괴조의 둥지에서 가져온 것보다는 양이 적었지만 그 역시 엄청난 양이라는 것은 틀림없었다.
푸른 색의 마나 크리스털에서 전해지는 느낌은 견고함과 차가움이었다. 견고하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는 붉은 색의 마나 크리스털과 같았지만, 따뜻함이 아니라 차가움이라는 점이 달랐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견고함에 착안하여 진우는 요즘 새로운 기술을 연마하고 있었다. 그것은 전투에서의 위력을 증가시키는 것하고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것이었지만, 진우로 하여금 마나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운용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에는 근본적인 발전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기술이었다.
처음 조승운이 진우의 훈련 모습을 보고 내뱉었던 말은 ‘마나가 줄줄 샌다’는 것이었다. 그동안의 훈련을 통해 마나를 이용해 신체와 검을 강화하고 위력을 증가시키면서도, 마나 자체는 밖으로 새지 않도록 안에 가두는 데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하지만 마나 측정기에는 내가 가진 마나량을 숨길 수가 없지.’
그 점이 지금 진우가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애쓰는 문제였다.
진우는 전에 타르코스 소장에게 마나 측정기가 어떻게 사람이나 물건에 들어 있는 마나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모든 마나는 고유의 진동을 합니다. 그때 마나의 성격에 따라 서로 다른 주파수와 진폭, 파형을 가진 파동이 발생하지요. 주파수가 높을수록 마나의 밀집도가 강한 것이고, 진폭이 크면 그만큼 마나의 양이 많은 겁니다.
마나의 성격에 따라 서로 다른 파형이 발생하는 거고요. 물론 일반적인 측정 장치로는 그런 파장을 잡아낼 수가 없기 때문에 마나 측정기에도 따로 정제와 가공을 거친 마나스톤이 있어야 합니다. 일종의 공명 현상을 이용해서 마나의 파동을 잡아내는 것이지요. 그 원리를 이용해서 측정의 범위를 제한하면, 일정한 공간 내에서 발생하는 마나의 파동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람이나 물체에서 축적된 마나의 양과 밀집도, 특성 등을 확인하는 거지요.”
타르코스의 대답을 들으면서 진우가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은 마나 측정기가 의지의 개입이라는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마나 스톤이나 마나 크리스털은 생명체가 아니다.
그것은 아무리 가지고 있는 마나의 양이 대단하더라도, 그저 지니고 있는 마나의 특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거기에 맞는 파동을 발생시킨다. 하지만 사람들은 최하급의 마나 헌터조차도 자신의 의지에 따라 어느 정도는 마나를 조정한다.
만약 사람이 자신의 의지를 통해 마나의 파동이 발산되는 부분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진우는 아마 그것이 이야기로만 전해지는 동조의 단계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기술을 연마하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었을 때 진우는 타르코스 소장에게 자신의 체내 마나량을 다시 측정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자신이 생각했던 기술이 활용가능한 수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였다.
진우는 측정 장치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의 명상을 통해 몸이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로 체내의 마나를 견고한 껍질 속에 가두었다. 그렇게 하고 나서 측정한 결과는 체내 마나량 8P였다.
“대단하군요. 어떻게 해서 이렇게 할 수 있는 겁니까?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측정할 때마다 마나양이 약간씩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진우 군처럼 아예 마나 측정기를 속일 수 있는 기술이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듣습니다.”
자신도 아직은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확답을 가지고 있지는 못했기 때문에, 진우는 그저 씩 웃고 말았다. 그가 사용하는 기술이란 의지를 강화시켜 마나 자체를 단단하게 붙잡아 둠으로써 그 진동의 크기를 조절하는 데에서 벗어나지 못한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마나가 의지에 반응하는 것은 분명한데, 그 정확한 원리나 종류에 대해서는 진우도 아직 남에게 설명할 만큼 자세하게 알지는 못했다.
그날 오후 내내 여러 가지로 마나를 고정시키는 의지의 견고함을 달리 해 가며 실험을 계속했다. 측정되는 마나의 양을 가지고 있는 최대치까지 늘리는 것은 수치의 정밀도만 제대로 조정이 안 됐을 뿐 다양하게 조정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측정되는 양을 크게 줄이는 것은 최대로 의지를 단단하게 했을 때에도 5P 이하로 줄이지는 못했다.
진우는 일단 그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다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자신의 마나 측정량이 보고된 것과 같은 33P 부근이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마나를 통제해야 할지, 그 감각에 익숙해지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 * * * *
헌터 협회는 허진행을 따르는 인물들이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 역시 모든 요직을 자신의 인물들로 채울 수는 없었다. 조승운이 헌터 협회로 찾아가 허진행을 만나고 돌아온 뒤 며칠 뒤, 헌터 협회 대외 협력부 부장을 맡고 있는 노명철의 전화기가 울렸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사무실을 막 떠나려던 참이었다.
“나 조승운일세. 요즘 잘 지내나?”
전화기를 들고 있는 자세 그대로 노명철의 허리가 급히 숙여졌다.
“선생님 아니십니까? 저야 물론 잘 지냅니다. 선생님은 좀 어떠셨습니까?”
“나야 늘 하던 대로 학생 가르치며 지내지. 그건 그렇고 자네 오늘 혹시 시간 좀 되나?”
“네. 저녁에 특별한 약속은 없습니다. 퇴근 후에 제가 찾아뵐까요?”
“나 지금 헌터 협회 부근을 지나는 길인데, 혹시 시간되면 지금 식사나 같이 할 수 있을까 해서. 바쁘면 저녁에 봐도 되고.”
“아닙니다. 마침 점심을 먹으려고 막 나가려던 참입니다. 어디서 뵈면 되겠습니까?”
“그래? 그럼 잘 됐구만. 전에 우리가 같이 밥을 먹었던 그 한식집 기억하나? 거기에 방 하나 잡아 놓고 기다리고 있겠네.”
“네. 금방 내려가겠습니다.”
노명철은 헌터 학교 졸업생이었다. 졸업한 뒤 전문 헌터 자격을 얻었지만, 나중에 대학에 진학해서 졸업한 뒤 헌터 협회에서 관리직을 맡았다.
그가 지금의 자리에 오를 때에는 아직 허진행이 헌터 협회장이 아니었다. 그는 헌터 학교 재학 중에 방학 중의 외계 행성 훈련을 받다가 두 차례나 조승운으로부터 목숨을 구원받은 적이 있었다.
그 뒤로 조승운을 스승으로 모시고 싶어 했지만, 결국 마나를 각성하지 못하자 헌터의 길을 포기하고 말았다.
* * * * *
헌터 협회 근처의 제법 고급스런 한식집에서 노명철을 만난 그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다짜꼬짜 큰 절을 하려는 노명철을 간신히 만류하고 자리에 앉혔다. 간단히 주문을 마치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조승운이 노명철에게 입을 열었다.
“자네 혹시 요즘 상곤이가 어디 있는지 아나?”
노명철의 얼굴에 슬그머니 웃음이 떠올랐다.
“김상곤 말입니까? 그 얼음덩어리 녀석은 요즘도 지구에 있는 날이 별로 없습니다. 지금은 자기 클랜 아이들하고 같이 포크너 행성에 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의뢰를 받아 갔다고 하는데, 이틀 뒤면 돌아오기로 한 날짜입니다. 돌아오면 선생님이 찾으신다고 연락을 할까요?”
“그래 줄 수 있겠나? 내가 그 녀석을 조만간에 급히 좀 봤으면 해서 말이야. 상곤이한테 부탁할게 있어.”
“돌아오는 날짜에 맞춰 제가 연락을 하겠습니다. 선생님이 찾으신다고 하면 당장 달려올 겁니다.”
“내가 자꾸 찾으면 자네들 불편하기만 하지 뭐. 아무튼 부탁함세.”
마침 주문했던 음식이 들어왔다. 얼큰한 찌개들 가운데 두고 식사를 하던 조승운이 노명철에게 조금 낮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요즘 헌터 협회에는 별 일이 없는가?”
막 찌개를 한 숟가락 입에 넣던 노명철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대답했다.
“그다지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 다만 허진행 회장이 최근 영국의 헌터 학교에서 주관하기로 되어 있는 올해의 헌터 학교 대항 무투 대회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 같았습니다.”
“무투 대회?”
“네. 2년마다 한 번씩 겨울에 뉴 올림포스 행성에서 전 세계의 헌터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무투 대회가 있지 않습니까?”
조승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관심을 표하자 노명철의 말이 빨라졌다.
“올해는 그걸 영국 헌터 학교에서 주관하기로 했습니다. 영국 헌터 학교 교장인 아스탄이 외계인 치고는 조금 특이하게 그런 행사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나섭니다. 영국이 무투 대회를 주관하는 게 이번이 벌써 세 번째입니다.”
“그런데, 허진행이 그 무투 대회에 관심을 많이 가진다고? 그녀석이 갑자기 왜?”
“들리는 얘기로는 다음 번 무투 대회를 한국에서 주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합니다.”
조승운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걸 헌터 협회에서 왜 나서는 게지? 무투 대회는 헌터 학교 소관이지 않나?”
노명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뭐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지만, 헌터 학교의 교감인 최명도가 허진행과 아주 가까운 사이입니다.
두 사람 모두 헌터에 관련된 일은 그 권한과 책임을 외계인이 아니라 지구인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나오는 얘긴데, 아무래도 최명도가 헌터 학교 교장 자리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무투 대회의 한국 유치도 실은 그가 주장하는 것인데, 거기에 허진행이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교장 자리를? 어리석긴. 헌터 양성소와 헌터 학교는 지구와 니코레임 간의 협약에 의해 외계인들이 최종 관리하기로 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그걸 좀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헌터 학교의 학생이 모두 지구인들인데, 지구인의 문화나 가치관에 익숙하지 못한 외계인들이 그 교육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저들의 주장이지요. 최명도 역시 그런 주장에 앞장을 서고 있습니다.
허진행이 그런 그를 뒤에서 적극 지원하고, 그 대신 최명도는 포털 관리 권한을 헌터 협회에 넘기는 일에 협조하기로 이야기가 된 모양입니다.”
조승운이 혀를 찼다.
“다들 떡고물에만 관심이 많군. 헌터 학교 1년 예산이 1조가 넘으니, 아마도 그걸 노리는 거겠지. 헌터들이 매년 학교에 기부하는 기부금만 해도 엄청나니까. 교감 자리에 앉아 있다 보면 그런 돈이 눈에 빤히 보이니까 욕심이 나기도 할 거야. 허진행이 포털 관리 권한을 노리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테고. 한심한 녀석들 같으니.”
인상을 찌푸리며 답답해 하던 조승운이 문득 얼굴을 굳히더니 노명철을 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자네가 나를 좀 도와줘야 겠네.”
노명철의 목소리가 덩달아 낮아졌다.
“무슨 일이십니까. 말씀만 하십시오.”
“내가 그동안 나이도 있고 해서 그냥 조용히 물러나 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어. 허진행을 쳐 내야 하겠네.”
조승운의 말에 노명철의 얼굴이 굳었다. 잠시 생각을 하던 그가 물었다.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선생님이 그렇게 생각하셨다니 당연히 도와드려야겠지만, 허진행은 만만치 않은 놈입니다. 나름 인맥과 영향력이 보통이 아닙니다. 집요하고 교활하기도 이를 데 없고요.”
조승운이 씁쓸하게 웃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무슨 일이 있긴 있었지. 조만간 사람들과 자리를 마련해서 한 번 이야기를 하세. 자세한 이야기는 지금 할 수 없지만 허진행이 이놈이 결국 나한테도 노골적으로 이빨을 들이밀었어. 아무래도 그냥 놔두었다가는 그저 불편한 정도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아.”
노명철이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허진행을 치기로 하셨다면 저는 잘 생각하셨다고 봅니다. 그간 쌓인 악연이 보통이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과감하게 하셔야 할 겁니다.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을 하십시오.”
조승운의 얼굴에 착잡한 빛이 서렸다.
“은퇴하고 어디 경치 좋은 행성이라도 가서 죽을 때까지 신선놀음이나 하며 살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안 되네. 늘그막에 얻은 제자 때문에라도 매듭을 지어야 할 거 같아.”
“강진우 학생 말입니까?”
“자네가 진우 그 녀석을 어떻게 아는가?”
“하하, 제가 있는 자리가 대외협력부 아닙니까? 헌터 학교는 협회의 주요 협력부서니까요. 입학 한 지 한 학기만에 전투 훈련 과목을 세 과목이나 중급 과정까지 모두 통과한 학생이 있다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헌터 학교에 일이 있어 잠시 들렀다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조승운이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녀석이지. 아무튼 앞으로 내가 자네에게 부탁할 일이 많을 거야. 당분간은 우선 허진행 그놈의 행동을 잘 살펴보다가 중요하다 싶은 일이 있으면 나한테도 연락을 해 주게.”
“염려하지 마십시오. 헌터 협회에 선생님을 따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믿을 만한 사람들에게도 부탁을 해 놓겠습니다.”
자신만을 노리는 것이라면 일을 개인적으로 처리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헌터협회로 허진행을 찾아갔던 그날, 조승운은 허진행이 진우를 쳐다보는 눈길에 짧은 시간 동안 예의 뱀같은 살기가 스쳐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조승운의 결심을 굳히게 만들었다.
============================ 작품 후기 ============================
한동안 미뤄 놓았던 다른 작가분들의 글을 몰아서 읽었습니다. 역시 쓰는 것보다는 읽는 게 더 재미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