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화
진성환은 이 덜 떨어지는 교관과 학생에게 짜증이 났다. 어차피 조승운조차 괴물을 상대하며 새끼를 포획하기 위한 시간을 벌어주는 용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최상급 헌터라고 해도 괴물의 머리 네 개를 동시에 상대하면서 끝가지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이다. 괴물의 혀가 순식간에 사람을 붙잡아 입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자신도 당시 촬영된 동영상을 통해 보았다.
소름이 끼치는 빠르기였다. 조승운이 간신히 상대하거나 아니면 결국 버티다가 죽을 것이라는 것이 이번 일에 참여한 헌터들이 공통된 생각이었다.
설사 살아남는다고 해도 반중력 벨트를 꺼버리고 협공하여 죽일 계획이었다. 불청객처럼 끼어들게 된 이 같잖은 학생 녀석도 어차피 일이 끝나면 죽일 생각이었다.
괴물을 상대하다 조승운과 함께 죽는다면 오히려 수고를 덜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만 일어서려던 그는 이어지는 진우의 한 마디에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말았다.
“메모리는 언제 보내셨어요?”
진성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조승운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뭐지?
“너 뭐라 그랬냐?”
진성환의 얼굴에 냉기가 어렸다.
“메모리는 언제 보내셨냐고요. 그 메모리에 담긴 내용을 보고 조교관님하고 멜리사 교관님을 부르신 거잖아요. 헌터들이 보통 탐사할 때는 동영상을 촬영하니까 그걸 보고 최상급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신 거 아닌가요? 장박사님이 확인한 괴물의 특징이나 습성, 약점 같은 것도 알아야 했을 거구요. 여기서 지구로 귀환한 사람이 없으니까 메모리만 보내셨을 것 같아서요.”
진성환이 진우에게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목소리에 살기마저 내비치고 있었다.
“우리 귀여운 꼬맹이가 어떻게 그걸 알았을까? 정말 만만찮고 귀찮은 녀석일세.”
듣고 있던 조승운이 ‘아~’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렇게 한 거였군.”
진성환이 고개를 조승원에게로 휙 돌렸다.
“영감님도 무슨 생각이라도 나셨소? 이번 일에는 굳이 영감님 머리까지 필요하진 않은데?”
진성환이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으르렁댔지만, 조승운은 가소롭다는 듯이 픽 웃더니 말했다.
“미처 생각을 못했지만, 별 거는 아니잖은가? 안 그래? 자네가 말하는 그 괴물을 잡을 방법은 장박사가 알아낸 괴물의 특성과 처음 괴물과 싸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그걸 바탕으로 괴물 새끼를 포획하려면 뭐가 필요할지 생각을 했을 것 아닌가? 그래서 나랑 멜리사를 여기로 보내려고 한 거고 말이야. 근데 장박사의 생각이나 당시 기록을 허진행에게 어떻게 전했을까? 사람은 오고간 적이 없는데 이상하잖은가? 그럼 뻔한 거지. 내용을 담은 메모리만 포털로 전송했겠지. 무려 일억 원짜리 메모리를 말이야. 확실히 허진행이 돈은 많아. 하하.”
진성환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포털은 외문연이나 헌터 양성소에서 철저하게 감시하는데 그게 될까요?”
조승운이 피식 웃었다.
“허진행이도 그렇고 자네고 그렇고 눈 가리고 아옹하기를 참 잘하는 군. 포털에 출입할 때, 포털 양쪽에서 철저히 기록하고 감시하는 건 사람이나 외계 생물의 이동이지. 물건은 마나스톤조차도 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걸 다 알잖나. 사람이 이동하게 되면 자동으로 기록이 남게 되고, 그 기록은 즉각 외문연과 헌터양성소, 헌터 협회, 그리고 정부의 관계부처에 전송되게 되어 있으니까 속이기가 어렵지. 하지만 사람이 이동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포털이 열리고 닫힌 기록만 따로 모아서 일주일에 한 번씩만 일괄적으로 보고하게 되어 있거든.”
조승운이 진성환을 묵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내 생각에는 외문연의 포털 관리자 중 한 둘 이상을 자네들이 매수한 것 같군. 그래서 포털 개폐 기록에서 메모리가 전송됐을 때의 것을 지워버렸겠지. 다른 행성으로 출발하기 전에 언제 보내기로 미리 약속만 하면 시간 맞춰서 대기하면 되니까 말이야.”
진성환의 얼굴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음침하게 울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대소로 바뀌었다.
“으하하하하. 아무튼 영감이나 꼬맹이나 모두 재미있는 사람들이군. 꼬맹이는 그렇다 치고 영감님도 나이치고는 아직 머리가 잘 돌아가십니다, 그려.”진성환은 그 말을 끝으로 식탁에서 일어나다가 조승운을 보며 말했다.
“이제 그런 쓸 데 없는 이야기는 그만하고 주무시지요. 내일 아침 일찍 괴물이 있는 곳으로 출발할 테니 오늘은 일찍 주무시는 게 좋을 겁니다. 괴물을 만나면 조금 몸을 격하게 움직이셔야 할 테니까. 하하하.”
돌아서는 진성환의 입이 싸늘하게 굳었다.
* * * * *
진성환의 일행이 베이스캠프를 가로지르며 간이 침대를 놓고 자리를 잡았다. 그들을 중심으로 한쪽으로 장박사와 장소현의 침대가 놓이고, 그 건너편에 진우와 조승운이 자리를 잡았다. 그들이 잠을 자려고 할 때 이동수가 다시 머리에 씌우는 금속 밴드를 가져와 진우와 조승운의 머리에 씌웠다.
“현명하신 분이니 경거망동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모르니 이걸 쓰고 주무시지요. 별건 아니지만 강한 마나에 접촉하면 둥근 테 안쪽으로 폭발이 일어나게 했습니다. 신체형 발마 헌터시니까 목숨은 건지실지 몰라도 잠시 몸을 움직이시기는 좀 힘드실 겁니다. 그러니 혹여 마나를 발현시킬 생각은 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내일 조교관님이 협조를 하지 않으면 저희도 좀 곤란하니까요. 하하.”
조승운은 허진행의 치밀함에 치를 떨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단은 잠을 자고 내일 상황을 봐서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진우는 자리에 누워 곰곰이 생각을 했다. 이대로 끌려가다가는 결국 일이 끝난 다음에 저들은 자신들은 물론 장박사와 딸까지 모두 죽이려 할 게 틀림없었다. 그럴 자신이 있는 듯했고, 그럴 수 있는 준비를 했다.
아무리 조승운 교관이 최상급 헌터라고 할지라도 지구보다 3.4배나 강한 스카디안의 중력을 받으면서 상급 헌터 두 명과 중급 헌터 두 명이 포함된 저들의 공격을 이겨내기는 힘들 것이다. 검사의 장점 가운데 하나가 빠른 몸놀림이라고 할 때, 중력의 영향을 심하게 받는 상태에서 싸움을 하면 실제로는 상급 헌터 한 명도 쉽게 상대하기 어려울 수 있었다.
위급한 경우에는 장박사와 장소현의 목숨으로 위협을 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아예 cpu 크리스털을 부숴서 일행의 발을 묶어둘 수도 있다. 그렇게 하고서는 나중에 대규모로 공격대를 조직해서 다시 포털을 이용해 건너와도 되고, 아니면 어차피 식량의 한계가 있으니 굶어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도 있었다. 진우는 저들이 상당히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멜리사 교관의 경우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허진행은 분명히 멜리사 교관에게 구조대 참가를 부탁했다. 만약 멜리사 교관이 그 부탁을 받아들여 함께 왔다면 결국 그녀마저 죽이려 했을 것이다. 그 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굳이 자칫하면 위험한 상대가 될 수도 있는 그녀를 이곳으로 보내려 했을까?
허진행과 진성환의 속셈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현재 진우 일행이 가지고 있는 숨겨둔 한 수는 바로 진우 자신이었다. 저들은 진우를 약간 뛰어난 헌터 학교 1학년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하긴 아직까지는 십대의 마나 헌터조차 존재한 적이 없었으니, 저들은 진우가 심지어 발마 헌터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 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조승운은 자신을 숨겨둔 보험이라고 했다. 그 얘기는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자신이 일정한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했다는 뜻이다.
내일부터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조승운에 대한 감시가 더욱 엄밀해질 것이다. 그와 함께 작전을 의논할 여유가 없을 가능성이 컸다.
진우는 내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나누었다. 이미 만일을 대비해 위험을 무릅쓰고 진성환을 도발한 댓가로 괴물을 상대할 때 자신도 검과 활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가능한 여러 가지 상황을 떠올리고 그 속에서 자신이 쓸 수 있는 방법을 따져 봤다.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을 노릴 것인가, 아니면 차선이나 차악을 노릴 것인가.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 가운데 저들이 가장 예상하지 못할 것 같은 일을 고르기로 했다.
* * * * *
한국 시간으로 아침 8시. 일찌감치 협회 사무실로 출근한 허진행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니, 아스탄 교장님이 이렇게 이른 시각에 웬 일이십니까? 영국은, 가만 있자, 지금 밤 11시입니까? 그쪽 시간으로는 늦은 시간에 전화를 주셨군요. 하하.”
전화기에서 약간은 불쾌한 기운이 섞인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기분이 좋으신가 보군요. 저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렇질 못해 유감입니다. 제가 일부러 부탁까지 드렸는데, 이번에 멜리사가 구조대에 참가를 안 했더군요. 그 때문에 제 입장이 적지 않게 곤란해 졌습니다. 영국 정부에서 매우 언짢게 여기고 있습니다.”
“뭐, 이야기를 들으셨겠지만, 하필이면 이번 케이튼 행에서 멜리사 여사의 제자인 나르샤 교관이 마나를 발현시켰다더군요. 제자를 훈련시켜야 된다며 함께 할 수 없다고 해서, 더 이상 권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도 부탁을 꼭 들어 드리고 싶었지만, 사정이 그렇게 되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나르샤 교관도 함께 참여하자고 하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혹시 안 하셨습니까? 마나 발현을 성공시킨 다음에는 오히려 주변에 마나 밀도가 높지 않은 곳이 마나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협회장님이나 멜리사도 잘 알고 있을 텐데요.”
“아, 제가 그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군요. 그 점은 다시 한 번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조승운이 경험 많은 여우라서 억지로 밀어붙이다가는 일이 틀어질 우려도 있었습니다. 저희와는 별개로 따로 구조대를 만들 테니 자료만 달라고 할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 영감이 그 정도 돈은 있거든요. 뭐 그랬어도 제가 거절을 했겠지만, 그냥 밀어 붙이기는 좀 어려웠습니다.
제 사정도 이해를 해 주시지요.”
상대편에서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하여튼 이번 일의 실패로 저희들의 공조 관계에 다소 금이 갔다는 사실은 말씀을 드려야 하겠군요. 서로 약속한 일이 한쪽의 사정에 따라 일방적으로 어긋날 수도 있다는 건 마냥 이해해 드리기에는 곤란한 일입니다. 협회장도 그 점을 잘 아실 겁니다. 그럼 이만.”
전화가 일방적으로 뚝 끊어졌다. 허진행은 의자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기대었다.
“아스탄, 저 놈은 외계인이면서도 왜 지구인들의 욕심을 돕는 거지? 분명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데, 그게 뭔지를 모르겠단 말이야. 쩝.”
* * * * *
스카디안의 해가 미처 뜨기도 전에 베이스캠프는 부산해졌다. 통조림 음식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때운 일행은 배낭과 장비를 챙기고 스노우 바이크를 점검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여기서 목적지까지는 스카디안의 날짜로 이틀 동안 이동해야 한다. 다들 정신 바짝 차리고 중간에 만나는 레드 플라워를 쓸데없이 자극하지 않도록. 우리는 목표로 삼은 놈이 있는 곳까지 직선으로 이동한다.”
이동수와 진성환이 선두에 서고, 그 뒤를 진우와 조성운이 따랐다. 장박사와 소현은 각각 차덕구와 나태준이 자신의 바이크에 태웠고, 전문 헌터들이 그들의 후미에서 달렸다. 상급 궁수인 한인재는 제일 후미에 섰다.
이틀간의 이동에서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 다만 처음 베이스 캠프에 올 때와는 달리 곡선으로 우회하지 않고 직선으로 질주를 해서 그런지 진우와 조승운은 비로소 이들이 말하는 레드 플라워를 도중에 만날 수 있었다. 1000m를 조금 넘는 산마루를 넘어갈 때였다.
대기층이 얇은 스카디안의 특성 때문에 고작 그 높이를 올라갔는데도 벌써 공기가 희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지대가 높은 덕에 숨이 막히는 가운데에서도 생각지도 못한 장관을 볼 수 있었다.
“저게 레드 플라워인가?”
조승운이 저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으며 물었다.
오랜만에 하늘을 안개처럼 덮었던 구름이 사라지고 맑은 하늘에서 햇빛이 내려쬐고 있었다. 그 아래에 온통 하얀색으로 배경을 칠한 것 같은 스카디안의 눈밭 위에서 군데군데 빨간 꽃무더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얼핏 국화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백일홍 같기도 한 그것들은 해가 환하게 비추자 점점 부풀어 오르듯 커지고 있었다.
식사를 할 겸 잠시 멈춰선 스노우 바이크에서 장수덕 박사가 내렸다. 그는 난생 처음 보는 장면에 넋을 잃고 감탄하는 조승운에게 말했다.
“평소에는 그저 고래만한 바위덩어리로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햇빛이 지금처럼 투명하게 내려쬐는 날이면 저렇게 변합니다.”
“변해?”
“네. 해가 비치면 몸을 덮고 있던 바위같은 껍질들이 일어납니다. 그것들이 대롱처럼 긴 줄기에 연결된 채로 사방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선명한 붉은색으로 변하더군요. 껍질들도 얇게 펴지면서 커지고요. 되도록 햇빛을 많이 받으려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마치 가는 줄기에 매달린 연잎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다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놈들이 멀리서 보면 마치 흰 캠퍼스에 붉은 꽃을 여기 저기 그려 놓은 것처럼 아름답습니다.
꽃꽂이를 해 놓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장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아마 그렇게 펼쳐진 껍질을 통해 태양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지구의 엽록소에 해당하는 것이 괴물들은 붉은색인 것으로 보입니다.
”
“아무리 그래도 여기는 태양빛이 약하던데 그것만 가지고 그 고래만하다는 놈의 몸을 버틸 수 있을까? 필요할 때는 이동도 하고, 주변에 움직이는 것이 있으면 공격도 한다면서?”
“아마 그건 눈과 얼음 속에 있는 마나를 대량으로 흡수해서 이용하는 걸 거에요. 제가 첫날 말씀드린 것처럼 이곳은 대기 중에는 마나가 적지만, 눈과 얼음 속에 마나가 풍부하더라고요.”
진우가 끼어들어서 대답을 하자, 장박사는 신기하다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아나? 맞네. 광물 조사팀이 죽기 전에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이곳은 대기에 비해 땅 위의 얼음과 눈에 마나가 아주 풍부하다고 하더군. 내 생각에도 몸을 이동하거나 광물을 소화하는데 쓰는 에너지는 마나를 통해 얻는 것 같아. 태양광을 이용해서는 자기 몸을 구성하는 유기 물질을 만들고.”
“아무튼 특이한 놈이군.”
조승운과 장박사의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진우는 조금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산 위에서는 지평선 끝까지 군데 군데 붉은 꽃처럼 피어 있는 레드 플라워들의 모습이 아주 잘 보였다. 그런데 그것들의 분포가 마치 한 중심을 향해 모여드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 것이다.
산 위에서 내려다보아야 그 일부가 얼핏 보일 정도로 엄청난 크기의 원이기는 했지만, 분명 레드 플라워들은 특정한 곳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는 듯한 모양을 보이고 있었다. 중심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레드플라워가 나타나는 빈도가 적어지고, 중심으로 다가갈수록 레드플라워의 분포가 밀집되는 듯 형태였다.
‘저건...’
진우는 대수림에서의 일이 생각났다. 포식자들은 고농도의 마나가 집적된 마나 크리스털 주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 때문에 괴조들이 둥지에 마나 크리스털을 옮겨오자, 갑자기 그 주변에 포식자와 맹수들이 출현하는 빈도가 많아졌다. 그 여파로 심지어 대수림 경계까지 케로스가 나타났던 것이다.
레드 플라워는 분명 포식자였다. 그들은 느리기는 하지만 이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 보이는 분포는...
‘분명 저 중심 어딘가에 마나 크리스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건데.’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가능하다면 스카디안 행성을 떠나기 전에 레드 플라워가 분포된 모양에서 중심에 해당되는 부근을 한 번 탐색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