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4. 헌터 학교
진우가 헌터 양성소 소장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구로 귀환했을 때에는 헌터 학교 입학식이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처음에는 3월 6일이 입학식이라 조금 여유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케이튼의 자전 주기가 지구보다 조금 느려서 그곳에서 두 달 가까이 지내고 오자 지구의 날짜는 4일이나 더 지나 있었다. 생각보다 입학식이 코앞이었다.
도착한 첫날은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공식적인 훈련이나 헌팅이 아니라서 보고서를 작성한다든가 하는 일은 없었지만 사고로 인해 구조대까지 출동했던 마당이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유야무야하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케이튼에서 수습해 온 마나 스톤과 마나 크리스털에 대해서도 처리를 해야 했다. 지구로 돌아온 뒤 오전 내내 소장이 마련해 준 방에서 시간을 보내던 진우는 오후가 되자 다시 소장실로 불려갔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니 최현이 함께 있었다.
소장이 비서를 시켜 차를 내오게 한 뒤 진우에게 일 처리가 어떻게 됐는지 대강 설명을 해 주었다.
“... 그래서 저희는 진우 군이 평소 안면이 있던 최현 헌터의 권유로 방학 중에 미리 케이튼 행성에 견학을 간 것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최현 헌터가 헌터 학교 동창인 조세연 박사에게 간곡히 부탁하는 바람에 조박사도 예정에 없는 방문을 묵인하는 잘못을 범한 걸로 하기로 두 사람 모두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 때문에 기지장인 조세연 박사와 최현 헌터가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겠지만 이번 일을 무마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진우가 흠칫 놀라 물었다.
“두 분이 처벌을 받으시나요?”
그러자 최현이 대답했다.
“그래. 세연이, 아니 조박사도 그렇게 하기로 했어. 뭐 처벌도 앞으로 1년 동안 감봉에 지구로 귀환할 수 없다는 정도에서 가볍게 끝내기로 했으니까 부담 가질 필요 없다. 여름방학 때 훈련 가면서 네가 헌터 패드에 영화랑 소설 같은 걸 잔뜩 담아가서 선물하면 될 거야. 조박사 취향은 내가 대충 아니까 알아서 사 놓도록 할게.”
감봉이라는 얘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진우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은혜를 입은 데다 피해까지 입힌 셈이었다. 나중에 열 배, 스무 배로 갚는 수밖에 없었다. 진우가 속으로 그렇게 다짐을 하는데 그의 표정을 본 소장이 씩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있던 일이니 큰 문제는 안 될 겁니다. 대기업 오너나 권력층의 자제들이 헌터 학교에 합격하는 경우, 미리 다른 행성에 견학할 수 있게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거든요. 여담입니다만, 지구인들은 자기가 가진 권력을 행사하는 걸 아주 좋아하더군요. 하하.”
진우와 최현의 얼굴이 민망함으로 살짝 붉어졌다. 진우로서는 그런 사람들에 대해 조금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그런 잘못된 관행의 혜택을 자신이 입게 된 것이다.
“저기, 최현 선생님도 처벌을 받으신다고 하셨는데요.”
진우가 망설이며 말을 꺼내자 최현이 씩 웃으며 말했다.
“나도 물론 처벌 받는다.”
“어떤 처벌인가요?”
“이번 1년 동안 헌터 학교에서 임시 훈련 교관으로 봉사하기로 했다. 물의를 일으킨 대가로 피해를 입힌 기관에서 반성의 시간을 갖는 셈이지.”
“네에? 그럼 헌터 학교에서 선생님을 볼 수 있는 건가요?”
“올 한 해 동안뿐이지만, 뭐 어쨌든 그렇게 됐다. 네 녀석이 자꾸 선생님, 선생님해서 사실 조금 간지러웠는데, 당분간 진짜 선생님 노릇을 하게 된 셈이지.”
진우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은 진짜 훌륭한 선생님이세요. 학생들도 아주 좋아할 거예요.”
“끙, 내 밑을 거쳐 갔던 신참 헌터들이 네 이야기를 들으면 경기를 일으킬 거 같긴 하다만, 나도 네 덕에 모처럼 모교로 돌아가는 거니 꼭 나쁜 일만은 아니지.”
사실은 중급 헌터인 최현에게는 금전적으로 적지 않게 손해가 되는 일이었다. 외계 행성에 한 번 헌팅을 나가면 못해도 수억에서 수십억 정도를 벌 수 있는 중급 헌터가 일 년간 헌팅을 그만 두고 학교에서 봉사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헌터 학교 교관의 보수가 결코 적은 것은 아니었지만, 중급 헌터가 벌어들이는 수입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다만 아직 어린 진우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고, 최현으로서도 굳이 진우에게 그런 걸 설명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진우 군이 가져 온 마나 스톤과 마나 크리스털 말인데요.”
소장이 다시 말을 꺼냈다.
“연구소에서 감정 결과를 보내왔는데, 케로스에서 추출한 마나 스톤 가격이 1억 2천, 무꿰이에게서 추출한 것이 일곱 개 합해서 8천으로 평가되었습니다. 모두 2억인데, 이건 미안하지만 진우 학생에게 드릴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이번에 제가 좀 과도하게 인원을 요청하기는 했지만, 구조대 출동과 관련된 비용으로만 40억 가량이 청구되었습니다. 구조대라는 게 헌터 협회의 기금으로 운용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번 일은 서류상으로 책임자가 분명하기 때문에 마나스톤 대금은 아무래도 그 비용을 처리하는데 쓰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마나스톤들은 진우 군이 아닌 최현 헌터가 사냥을 통해 획득한 것으로 보고했습니다.”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문 헌터도 아닌 헌터 학교 신입생이 마수를 잡아 마나스톤을 얻었다고 하게 되면, 그걸 설명하기 위해 엄청나게 골치 아픈 일들과 마주치게 될 게 뻔했다. 게다가 자신을 훈련시키기 위해 쓴 비용만 해도 이미 이번에 얻은 마나스톤 값을 훨씬 상회했다. 농담으로라도 손을 내밀 입장이 아니었다. 진우로서는 오히려 불필요한 책임까지 덮어쓰면서까지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느라고 애쓴 세 사람에게 말할 수 없는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그 마나 크리스털 말입니다.”
진우가 상황을 이해한 듯하자 소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건 처음부터 발견된 적이 없는 것으로 처리하려고 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최현 헌터와 조세연 박사에게도 다짐을 받았습니다. 어차피 그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진우 군을 포함해서 우리 넷밖에 없으니까요.”
진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기, 그 마나 크리스털도 사실을 밝히고 처분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이번에 저 때문에 돈이 많이 들었다면서요.”
그러자 최현은 물론 드물게 소장마저 소리를 내며 웃었다.
“진우 군은 그 마나 크리스털의 가격이 어느 정도 될지 짐작이 가십니까?”
“아뇨.”
소장이 빙그레 웃었다.
“제가 소장의 직위를 이용해서 개인적으로 아무도 모르게 그 마나 크리스털에 있는 마나량을 측정해 보았습니다. 얼마가 나왔는지 아십니까?”
진우가 고개를 저었다.
“23만 P가 조금 넘게 나왔습니다.”
“헉.”
진우는 할 말을 잃었다. 마나 크리스털을 얻을 때 굉장히 강력한 기운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 정도일 줄은 짐작하지 못했다.
“23만 P 정도의 마나를 지닌 마나 크리스털은 쉽게 발견되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아주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으니까요. 그 정도면 서울 시 전체 전력 소모량을 1년가량 지탱해 줄 수 있는 엄청난 양입니다. 돈으로 구입한다면 국가나 다국적 기업이 아니면 구매할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의 비용이 필요할 겁니다.”
“그런데 그걸 왜 발견이 안 된 걸로 하나요? 사실을 공개하고 필요한 데 쓰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러자 소장의 얼굴이 조금 심각해졌다.
“진우 군. 저는 처음 조세연 박사로부터 진우 군이 케이튼 행성에 도착한 지 한 달 만에 마나를 각성해 마나 헌터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몹시 놀라면서도 기뻤습니다. 저도 나름 기대한 바가 있기 때문에 비밀로 하면서까지 무리한 훈련을 보냈던 것이니까요. 그렇더라도 진우 군의 성취는 제 예상이나 기대를 훨씬 웃도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진우 군의 실종 소식을 듣고 직접 케이튼 행성으로 갔을 때에는 더 놀랐지요. 저는 정말 꿈에서도 진우 군이 벌써 마나를 발현시킬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소장의 태도가 갑자기 진지해지는 바람에 진우는 자신도 모르게 자세를 바로 했다.
“진우 군이 마나를 발현하는 것을 보고 저는 작은 희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진 희망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금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말씀을 드릴 날이 올 겁니다.”
소장은 잠시 말을 끊고 작게 심호흡을 했다.
“조세연 박사에게는 조금 다르게 얘기했지만 여기 있는 두 사람에게는 분명히 말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진우 군이 발현의 단계를 넘어 동조의 단계까지 충분히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우 군이 마나 스톤을 흡수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마나와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토록 짧은 기간에 마나 스톤이 스스로 인간의 몸에 스며들 수 없습니다. 동조의 단계에 이르기 위해 가장 필요한 능력이 바로 그 교감 능력입니다.”
그러자 최현이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었다.
“저기, 말씀하시는 도중에 죄송하지만, 그게 마나 크리스털을 숨기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까? 마나 스톤과 마나 크리스털은 수준이 다르지 않은가요?"
소장이 진우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최현의 질문에 대답했다.
“수준이 다르지요. 그래서 기대를 하고 부탁을 하는 겁니다. 지구인들 가운데 마나 스톤과의 교감을 통해 그걸 흡수하는 데에 성공한 사람은 제가 알기로 현재까지 진우 군이 최초입니다. 그러니 마나 크리스털과의 교감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사람도 역시 진우군이 유일합니다.
“그럼 진우에게 마나 크리스털에 대한 교감을 시도하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최현이 그렇게 묻자 소장이 그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동조 단계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높은 교감 능력이 필요합니다. 마나 스톤을 흡수한 것도 대단한 교감 능력이기는 하지만, 동조 단계에 들어서기에는 부족합니다. 만약 진우 군이 마나 크리스털과 교감을 나누는데 성공할 수만 있다면, 지금 지구인들 가운데에는 존재하지 않는 동조 단계의 헌터도 꿈은 아닙니다. 저는 진우 군이 그 마나 크리스털을 계속 지니고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자연스럽게 크리스털 속의 마나와 교감을 시도했으면 합니다.”
소장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정도 용량을 지닌 마나 크리스털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저라고 해도 어디서 구하기도 거의 불가능하고요. 저는 진우 군이 이런 대용량의 마나 크리스털을 얻은 것은 커다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하는 말로 하늘이 도왔다고나 할까요? 제가 이 마나 크리스털을 진우 군이 휴대하고 다니기에 좋은 형태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저는 그저 처음부터 이 마나 크리스털이 없었던 셈 치고,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 진우 군이 곁에 두고 계속 교감을 시도했으면 합니다. 어차피 진우 군이 혼자 힘으로 구한 것 아닙니까?”
소장은 차분히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그 내용은 엄청난 것이었다. 상상을 초월한 비용을 주고도 구하기 힘든 마나 크리스털을 품에 넣고 다니며 교감을 시도하라는 얘기였다. 성공 여부도 불확실하고, 성공한다고 해도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자칫하면 그 귀한 것을 그냥 평범한 돌덩어리나 다름없게 만들 수도 있는 일이었다.
진우는 최현을 바라보았다. 최현도 얼굴을 찌푸리고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애초에 답이 없는 일이었다. 아니 사실 답은 간단했다. 거절하면 된다. 감당하기 벅찬 일이었다. 말이야 쉽고 간단한 일인 것 같지만, 그걸 위해 묵혀 두어야 할 비용이나 자원이 너무 엄청났다. 그래서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내가 뭐라고 그런 위험과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이런 배려를 하는 것일까?
세 사람 모두 말을 하지 않았다. 커다란 방에 오랫동안 침묵만이 내려앉은 채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마침내 진우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일단은 제가 가지고 있는 걸로 하지요. 하지만 언제든지 필요하면 얘기하세요. 제가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게 제 물건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말씀하시면 언제든지 돌려드리는 걸로 하고, 그냥 당분간 제가 임시로 맡고 있는 걸로 할게요.”
그제야 마치 짐을 내려놓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소장이 말했다.
“마나 크리스털을 그냥 주머니에 가지고 다닐 수는 없으니 보관하기에 편리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되도록 빨리 마나 크리스털에 대한 처리를 끝내서 전에 약속드린 입학 선물과 함께 드리지요. 한 보름 정도 걸릴 겁니다.”
“네. 천천히 주셔도 되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신세만 자꾸 지네요.”
“신세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정 부담이 되면 나중에 제가 드리는 부탁을 몇 가지 들어주시면 됩니다.”
“네.”
예상보다 상당히 심각하게 얘기가 진행되는 바람에 다소 당황했지만, 진우에게는 다행스럽게도 큰 문제없이 모든 얘기가 좋게 끝날 수 있었다.
* * * * *
최현과 함께 소장실을 나온 진우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런 진우를 보며 최현이 잠시 껄껄대며 웃었다.
“그나저나 너 오늘 내일은 이제 뭐할 거냐?”
“글쎄요, 서울에 있는 친구 집에 맡겨 놓은 짐이 있는데, 일단 그걸 찾아 어디 물품 보관소에라도 맡겨야 할 거 같아요. 내일 모레면 입학식이니까 일을 처리하려면 조금 바쁘게 움직여야 하겠는데요.”
“이틀 동안 잠은 어디서 자고?”
“글쎄요. 친구한테 이틀만 재워달라고 부탁해야지요, 뭐.”
정태라면 싫다고 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자 최현이 진우의 등을 탁 하고 치더니 말했다.
“친구 집에 있다는 짐은 우리 집으로 옮겨라. 나도 집이 서울이니까 멀지도 않고 그게 좋을 거야. 부모님 모시고 살고 있는데, 마침 빈 방도 하나 있으니까 네 짐을 거기로 옮기고 이틀 동안 잠도 우리 집에서 자면 될 거다.”
진우가 극구 사양했지만 최현이 거의 우격다짐으로 우기는 바람에 결국 그렇게 하기로 했다. 진우는 짐을 찾으러 가겠다고 정태에게 전화를 했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야, 이 나쁜 자식아. 넌 도대체 방학하자마자 사라지더니 이제야 나타나는 거냐? 그동안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자빠졌다가 입학식을 코앞에 두고서야 전화를 하는 거야? 하마터면 경찰에 실종 신고할 뻔 했다. 지금 도대체 어디냐?”
최현의 무중력 자가용을 타고 서울에 올라가 먼저 정태를 만났다. 녀석은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헤드록을 걸고 난리를 쳤지만, 옆에 있던 최현을 헌터 학교 선생님이라고 소개하자 흠칫 놀라서 갑자기 순한 양으로 돌변했다. 그래도 끈질기게 그동안 어디 있었냐고 묻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방학 동안 해외에 있는 친척 집에서 묵느라 미처 연락을 못했다고 대충 둘러댔다. 친척 집은 아니었지만 해외라는 말은 딱히 거짓말도 아니었다. 그게 단순히 바다 정도가 아니라 아주 지구 밖이기는 했지만.
정태와 함께 얼마 되지 않는 짐을 최현의 집으로 옮겼다. 최현의 부모님은 인상이 좋은 노인들이었다. 모처럼 보는 아들이라며 최현의 어머님이 정성스레 차려주신 밥상을 놓고 정태까지 함께 하는 식사를 했다.
“에고, 어린 것이 고생이 많네. 많이 먹어라. 아무리 좋은 걸 사먹어도 역시 집 밥이 좋은 거다.”
진우가 얼마 전에 부모님을 모두 잃었다는 말을 듣고 최현의 어머님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자꾸 이것저것 권하시는 바람에 곤란할 정도였다. 오랜만에 가족 같은 사람들과 함께 해서 그런지 식사 내내 분위기는 화목했다. 물론 최현의 어머님이 식사 도중 수시로 ‘너는 도대체 언제 장가를 갈 거냐’고 물으시는 바람에 그가 많이 쩔쩔 매기는 했지만.
* * * * *
그 시각 헌터 양성소에서는 소장이 자기 사무실에서 화상 통신을 통해 어디론가 굳은 얼굴로 보고를 하고 있었다.
“마나를 보는 자, 마나를 지배하리라는 말이 단순히 전설은 아닐 겁니다. 최소한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보고를 듣는 상대방에게서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도록 침묵이 맴돌았다.
“그럼, 그건 당분간 지켜보기로 하지. 수고하게.”
짧은 말과 함께 통신 연결이 끊어졌다. 가라앉은 표정의 소장의 입이 굳게 다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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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헌터 학교 생활의 시작입니다. 재미있게 읽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