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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헌터-7화 (7/235)

7화

진우가 공 2개만을 놓치고 C-2 상황을 끝낼 즈음 측정실의 문이 열리면서 훤칠한 키에 잘 생긴 남자 하나가 들어왔다.

“어머~~ 소장님. 어서 오세요.”

이하나가 얼른 방긋 웃음을 지으며 막 들어서는 소장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소장은 이하나에게 살짝 웃음을 지어 인사를 하고는 그녀를 휙 지나쳐 우지연 과장에게 다가갔다. 이하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울상으로 변했다.

“이상한 친구가 나타났다고요?”

우지연이 꽃미남 소장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대답했다.

“네. 이제 막 C-1 상황이 시작되려고 하니까 같이 한 번 보시죠.”

그러자 소장이 눈을 둥그렇게 뜨고 물었다.

“C-1이요? 아니 헌터 후보자 테스트에서 C-1 상황을 쓴다고요?”

“고등학생이라 다소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 전에 C-2를 95점으로 통과했습니다.”

“C-2를 95점으로? 그건 전문 헌터들도 힘든 점수 아닌가요?”

“네. 일반적으로 운동신경만으로는 달성하기 거의 불가능합니다.”

“저 친구가 그럼....?”

“그건 아직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C-1 상황을 어떻게 진행하는지를 소장님과 함께 보고 M-test를 실시할지의 여부를 판단했으면 합니다.”

소장의 얼굴에 흥분과 기대가 섞인 표정이 떠올랐다. 우지연과 소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장필호의 안색이 덩달아 딱딱해졌다. 영문을 모르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보고 있던 이하나가 장필호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선배. M-test가 뭐에요?”

“마나 각성의 가능성을 판별하는 테스트야.”

“마나 각성? 우와 초능력자들이나 다름없이 된다는 그거요?”

“뭐 초능력자라고 해도 되지. 마나를 각성하고 나면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하게 되니까.”

“그럼 저 학생이 그 마나를 각성할 수도 있다는 건가요?”

“그거야 테스트를 해 봐야지 아는 거지. 근데 이상하네. 마나 각성은 전문 헌터 자격증을 얻고 나서도 실전과 수련을 상당히 거쳐야지만 가능한 건데. 외계 행성에서의 경험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자질이 있어야 해. 이제 고등학교 1학년에 불과한 친구를 데리고 왜 M-test를 하자는 거지? 무슨 외계인도 아니고.”

“그럼 저 학생이 사실은 외계인일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그러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이하나를 쳐다본 장필호가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럴 리야 있냐. 거기 네가 들고 있는 저 학생 측정 기록지에 출생년도하고 출생지까지 다 기록되어 있잖아. 야! 넌 그 머리로 여길 어떻게 들어왔냐?”

“그럼 왜 멀쩡한 지구인 고등학생한테 M-test인지 뭔지를 한다는 건데요?”

“나도 그게 이상하니까 이러는 거 아니냐.”

그 시각, 자신이 헌터 양성소장의 관심까지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 리 없는 진우는 이제 마지막 테스트에 들어서고 있었다.

*  * * * *

하얀 공간에서의 마지막 테스트에 들어가기 전에 이루어진 사전 브리핑 내용은 매우 간단했다.

“피험자는 이제 1:1 검투 상황에 돌입합니다. 검투는 진검으로 5분간 진행됩니다. 5분이 지날 때까지 버티면 상황이 종료됩니다. 피해를 적게 입을수록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5분이 지나기 전에 사망하면 테스트는 거기서 종료됩니다. 그럼 잠시 후 상황에 돌입...”

“자, 잠깐만요.”

브리핑이 생각 외로 짧게 끝나려고 하자 진우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저기, 진검이면 진짜 칼이라는 말이잖아요. 그 칼에 맞으면 정말 아픈가요?”

하얀 방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원래 브리핑에 대한 질문은 일체 받지 않지만 피험자가 고등학생이고, 전문 헌터용 상황은 처음 겪는다는 점을 고려하여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전문 헌터용 가상현실 훈련에서의 감각은 실제와 동일합니다. 상처를 입으면 고통을 느낍니다.”

“전문 헌터용 훈련이라고요? 이건 헌터 후보자 테스트 아닌가요?”

다시 잠시 침묵이 흘렀다.

“더 이상의 질문은 허용하지 않겠습니다. 잠시 후 상황에 돌입합니다.”

브리핑을 해 주던 목소리가 매정하게 말을 끊자 전면에 숫자 10이 표시된 시계가 다시 나타났다.

“야, 기다려. 이런 빌어먹을.”

진우가 다시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시계의 숫자는 거침없이 0에 도달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공간이 커다란 원형 경기장으로 바뀌었다.

진우의 전면에 검은색의 야행복을 입고 머리에는 복면까지 쓴 남자 하나가 장검을 비스듬히 비껴들고 서 있었다. 진우의 손에도 남자와 똑같은 장검이 쥐어져 있었다. 진짜 칼이었다. 상대가 들고 있는 시퍼런 칼날을 보니 베이면 영락없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에서 쓴물이 올라왔다.

진우는 저도 모르게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계속 물러서다 보니 등에 무언가 걸린 것처럼 더 이상 움직여지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뒤를 보는 순간 상대가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진우는 아차 싶어 급히 몸을 옆으로 굴러 피했다. 그가 총총 걸음으로 반대편으로 도망가는데 다시 무언가에 막힌 듯이 더 나아갈 수가 없었다. 그제야 그는 자신과 복면인을 둘러싸고 검은 색의 원이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선 밖으로는 못나가게 해 놓았나 보네. 이 원 안에서 죽든가 버티든가 하라는 건가.’

총이나 크레모어를 들고 괴물을 상대하는 것은 오히려 현실감이 덜했다. 그 역시 느낌상으로는 실물과 다름이 없었지만 그래도 상황 자체가 이곳이 가상현실이라는 것을 뚜렷하게 느끼게 해 주었기 때문에 오히려 긴장감이 덜했다. 하지만 칼은 달랐다. 목이 타고 가슴이 떨릴 정도로 생생한 느낌이 전해졌다. 더구나 맞으면 진짜로 아프다지 않는가?

‘이 미친 새끼들. 아무리 헌터 후보자 테스트라지만 고등학생한테 칼싸움을 시키다니.’

아무리 가상현실이라도 칼에 베이기는 싫었다. 다행히 직전의 측정에서 자신의 몸이 생각대로 움직인다는 것을, 그것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속도로 움직인다는 걸 확인했다. 태어나서 처음 잡아보는 진검이었지만 5분 동안 막기만 하는 거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젠장. 해 보자. 어차피 할 수밖에 없잖아’

각오를 다진 진우가 검을 들어 중단에 세웠다. 진우가 자세를 잡자마자 복면인이 빠른 속도로 치고 들어왔다. 상대의 검이 좌상단에서 우하단 쪽으로 비스듬히 떨어졌다. 전광석화라는 말이 실감나는 속도였다. 진우는 중단에 세운 검을 왼쪽으로 쳐올리며 상대의 검을 막아갔다. 그러나 두 개의 검이 부딪히려는 찰나 복면인이 검을 살짝 틀더니 순식간에 왼쪽 허리 아래를 수평으로 베어 들어왔다.

‘헉’

진우는 급히 팔을 끌어당기면서 손목을 돌려 칼날을 아래로 향하게 하여 상대의 검을 막았다.

쨍~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검이 부딪혔다.

‘막았다.’

그러나 상대의 검을 막은 진우의 검이 튕겨지면서 자신의 허벅지를 살짝 베었다. 베인 허벅지에서 금세 핏방울이 새어나왔다. 그는 쩔룩이며 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냥 힘으로만 막으면 내 칼에 내가 죽겠네.’

상대의 완력이 아주 센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속도와 방향을 잘못 잡으면 상대의 검을 막고도 튕겨 나온 자신의 검에 막은 쪽이 오히려 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와 달리 검은 양쪽에 날이 있기 때문이었다.

‘어쩌란 말이냐.’

진우는 울고 싶었다. 그러나 마지막 테스트였다. 스스로 생각해도 오후 측정에서는 이제까지 잘 해 온 것 같았다. 오전 측정을 아주 망쳤지만 그래도 내심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측정실에는 소장과 우과장을 비롯하여 모든 직원이 모니터를 통해 진우가 치르고 있는 테스트를 지켜보고 있었다. 도망가듯 물러서던 진우가 처음으로 복면인과 칼을 맞대는 순간 장필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  * * * *

‘끝났군.’

전문 헌터용 가상훈련은 헌터 학교 학생들도 최소한 3학년이 되어야 받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초짜들은 바로 저 최초의 일 검에 허리가 양단되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실제로 살이 갈라지고 뼈가 잘리는 느낌을 생생하게 받는 것이다. 그때의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한 학생들 가운데에는 다시는 재도전을 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잠시 후 그의 예상과는 달리 쨍~하는 소리와 함께 복면인의 칼이 튕겨나갔다.

‘막았어?’

상대의 대응에 따라 중간에 칼을 비틀고 진행 방향을 바꾸면서도 위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온몸의 근육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어야 했다. 게다가 저렇게 중간에 방향을 바꿀 경우 보통의 힘으로는 베어봤자 큰 상처를 내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복면인의 검은 진우의 검과 부딪히기 직전까지도 처음의 힘과 속도를 잃지 않았다. 그런데도 진우는 그를 따라 중간에 자신의 검이 가는 방향을 바꾸고, 비록 허벅지에 상처를 입기는 했어도 상대의 검을 끝까지 막아냈다.

장필호는 우과장과 소장의 얼굴을 힐끔 훔쳐보았다. 두 사람 역시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  * * * *

처음 1분 간 진우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상대의 몸동작과 칼의 궤도가 어찌나 변화막측하던지 짓쳐들어오는 칼을 막는 것만 해도 숨이 벅찰 지경이었다. 하지만 1분이 지나고 2분이 지나면서 차츰 복면인의 칼의 궤도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칼이 어디에서 어디로 향하는지, 중간에 어떻게 방향을 바꾸고, 힘을 비트는지 조금씩 익숙해졌다. 그동안 왼쪽 팔과 오른쪽 옆구리에 검상을 하나씩 더 얻었지만 최후의 순간에 사력을 다해 몸을 틀고 검을 비껴 흘린 덕분에 움직임에 지장을 줄 정도의 깊은 상처를 얻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테스트가 시작하고 3분이 지났을 때 진우는 진심으로 복면인에게 감탄하기 시작했다.

‘엄청나구나. 그렇게 짧은 순간에 칼의 궤도를 어떻게 저렇게 변화시킬 수 있지? 다리와 허리, 어깨로부터 손목까지 정말 한 동작 한 동작에 여러 가지 가능성을 동시에 품고 펼치는구나. 수많은 근육이 하나하나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움직이네. 가상현실의 검술도 결국 실제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프로그래밍 된 것일 텐데. 실제라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연습을 해야 저런 동작이 가능한 거지?’

하지만 그 실제의 모델인 헌터 양성소장이 진우가 짧은 시간에 복면인의 검술에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쉴 새 없이 속으로 ‘괴물’을 읊조리고 있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

“보면 배우는 군요. 부럽기 짝이 없네요.”

우지연 과장이 신음처럼 내뱉은 말에 헌터 소장이 허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다는 얘기는 저 학생에게 필요한 건 그걸 몸으로 구현하기 위한 연습 시간뿐이라는 얘기겠지요. 적어도 몇 번 보기만 하면 그걸 어떻게 해야 할지를 이해한다는 거니까.”

진우는 스스로 사물을 잘 보고,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그 점에 있어서 자신이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하지만 그 자신도 그런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 것인지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애초에 아무리 잘 보고 빨리 이해한들, 실제로 몸으로 그걸 구현하는데 성공한 적이 없었으니까. 수학 책을 남들보다 쉽게 이해하더라도 정작 시험에서는 계속 형편없는 점수만을 받는다면, 그런 학생이 스스로 수학을 잘 한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였다.

진우는 사실 평소에 의도적으로 보이는 사물에 잘 집중하지 않는 편이었다. 지나치게 집중할 경우 생기는 폐단이 있기 때문이었다. 가령 영화를 볼 때가 그랬다. 필름으로 상영되는 영화는 보통 초당 24장의 필름이 돌아간다. 그 정도면 사람의 눈이 가지는 잔상 효과 때문에 스크린에 비치는 영상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디지털로 상영되는 영화도 초당 30프레임 정도의 영상을 구현한다. 그 이상 많은 프레임을 보여주더라도 어차피 인간의 눈은 그 차이를 잘 잡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우는 처음 영화관에 갔을 때 스크린에 비친 영상이 자꾸 뚝뚝 끊어져 보여서 몹시 짜증이 났다. 아빠와 함께 처음 영화관에 가는 거라서 내심 기대를 잔뜩 하고 집중해서 화면을 응시했는데, 영상이 마치 그림책을 빨리 넘기는 것처럼 자꾸 투두두둑 끊겨 보였던 것이다.

결국 실망해서 영화에 대한 흥미를 거의 잃을 즈음해서야 비로소 영상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했다.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하기 시작한 게 그때부터였다. 나이가 들면서 자신이 무언가 남들과는 다른 몸을 가지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아차렸지만, 스스로 운동에는 젬병이라는 자각이 들면서 그 역시 큰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진우는 태어나서 가장 집중을 한 상태였다. 상대의 움직임을 읽지 못하면 칼을 맞을 수 있고, 거기서 오는 고통이 싫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든 검을 피하거나 막으려고 노력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상대의 동작 하나 하나를 관찰하여, 그런 동작을 가능하게 만드는 신체의 모든 움직임을 머리에 담을 수 있었다.

더 좋은 것은 신체와 사고를 일치시킬 수 있는 가상현실이라는 특수한 환경의 덕으로 자신도 그런 움직임을 하나씩 흉내 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시간이 갈수록 복면인에 대한 진우의 대응이 능숙해질 수 있었던 이유였다. 만약 복면인이 가상현실의 인물이 아니라 실제 인간이었다면 진우와 검투를 하는 도중에 말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을 터였다. 그리고 측정실에서 진우의 검투를 지켜보고 있는 현실의 인물, 헌터 양성소 소장은 실제로 가벼운 공포와 흥분에 떨고 있었다.

검투가 시작된 시간이 4분에 가까워지면서 진우는 조금씩 다른 생각이 들었다.

‘저 자식의 움직임이 일정한 틀을 벗어나지 않네. 잘 하면 한 칼 먹일 수도 있겠는데?’

복면인의 움직임에 계속 적응해 가면서 그가 찌르고 베고 휘두르는 사이사이에 언뜻 언뜻 공격의 가능성이 있는 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진우는 숨을 죽이고 복면인의 공격을 계속 막아내면서 그 틈이 조금 더 크게 보이기를 기다렸다. 4분이 지나고 짧은 시간에 수십 합이 오고 갔을 때 그의 감각에 다른 때보다 조금 더 큰 틈이 느껴졌다.

복면인이 그의 왼쪽 어깨를 노리고 베어오다가 다시 그것을 틀어 얼굴을 향해 크게 휘두른 뒤 검을 회수하면서 직선으로 가슴을 찔러왔다.

“합”

진우는 발을 살짝 바꿔 구부린 상태에서 어깨를 틀면서 찔러오는 검을 오른쪽 어깨 너머로 흘렸다. 상대의 검이 목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이 드는 것과 동시에 그는 거꾸로 복면인의 옆구리를 향해 날카롭게 검을 휘둘렀다. 복면인은 황급히 발을 바꿔 뒤로 물러섰지만 순간 찌익 하고 배를 감싼 천이 갈라지며 핏물이 비치기 시작했다.

‘얕은 것 같은데. 쩝, 별로 큰 피해는 주지 못했겠네.’

진우가 속으로 혀를 차는 사이에 갑자기 복면인의 기세가 일변했다. 검을 거두어 자신의 어깨 아래로 접어 올린 복면인이 겨드랑이 사이로 빠르게 검을 빼어내면서 순식간에 진우의 상체와 하체를 동시에 노리면서 검을 찔러 들어왔다.

“으갸갸갸.”

느닷없이 상대의 속도와 위력이 증가하면서 진우는 순간 균형을 잃을 뻔 했다. 간신히 두 번의 방어로 복면인의 검을 막기는 했으나 다시금 왼쪽 허벅지에 한 칼을 먹고 말았다.

“아고고고.”

어찌나 당황했던지 저도 모르게 비명이 흘러나왔다. 순식간에 공격은커녕 방어도 힘든 지경에 몰리고 말았다.

“쟤 저거 왜 저래. 왜 갑자기 공격이 사나와 진 거에요?”

모니터링을 하고 있던 이하나가 깜작 놀라 장필호를 쳐다 보며 물었다.

“저게 전문 헌터용 훈련 프로그램이라서 그래. 훈련생이 실력이 늘면 거기에 맞춰 단계가 올라가게 되게 되어 있거든. 설마 후보자 테스트에서 저 녀석의 단계가 상향조정 되는 모습을 볼 줄은 몰랐네.”

“그럼 위험한 거 아니에요?”

장필호가 모니터에 표시되어 있는 잔여 시간을 보더니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시간도 30초도 채 남지 않았는데 그냥 지켜보지 뭐. 처음부터 지금까지 우리들의 예상을 계속 깨던 친구잖아. 상대가 더 세지면 어떻게 될지 그게 더 궁금해.”

장필호는 태연히 말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진우는 이전의 4분 30초가 천국이었다고 느껴질 만큼 정신없는 30초를 보내고 있었다. 복면인의 공격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르고 변화무쌍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악착같이 상대의 검을 막아내었지만 결국 마지막을 버티지 못하고 쨍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을 놓치고 말았다. 순간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러나 무방비 상태에서 상대의 검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던 도중 갑자기 화면이 하얀 공간으로 바뀌었다.

“휴우~~ 죽는 줄 알았네.”

진우가 진심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 쉬는데, 예의 그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것으로 헌터 후보자의 모든 가상현실 테스트를 마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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