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와의 면담을 마치고 곧장 사무실로 돌아왔다.
동료들에게 매장 운영을 허락받았다고 전했다.
가장 기뻐한 사람은 한기탁이었다. 쉽게 얻은 결과가 아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케이 좋았어! 그럼, 이제 오픈 준비만 하면 되는구나.”
한기탁이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민석아, 인터넷으로 판매 준비는 어떻게 돼가고 있어?”
“이것 좀 봐줘.”
백민석이 날 자신의 자리로 데려갔다. 장지수 작가의 글이 웹진의 형태로 잘 정리돼 있었다.
“좋은데?”
“생각보다 디자인이 잘 나왔지? 희석이가 재주가 있더라고.”
백민석이 팀원인 천희석을 보며 말했다.
천희석은 쑥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량 메일을 쏠 프로그램도 거의 끝나가고 있어.”
“그럼 프로그램이 완성되기 전까지 매장 오픈 준비도 끝낼까?”
“좋아.”
모두 한목소리로 말했다.
군수의 구두 허락 뒤에, 군 담당자와 계약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허가를 받고 나자 모든 일이 순조롭게 돌아갔다.
하동 갤러리가 지리산 농부들의 1호점으로 변하고 있었다.
사무실의 인원부터 목장의 설강인까지 매장 오픈을 도왔다.
인테리어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동 갤러리를 그대로 살리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했다.
버블티와 각종 차를 만든 공간을 만들고 테이블을 배치할 계획이었다.
설강인의 목수 실력이 빛을 발했다. 동료들이 힘을 합쳐 갤러리를 매장을 만드는 일을 도왔다.
지리산 농부들의 1호 매장 서서히 완성돼가고 있었다.
* * *
지리산 농부의 1호 매장이 완성되기 전에 몇 가지 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매장의 관리와 운영을 맡을 책임자부터 선발해야 했다. 팀장급 인원들은 한 사람을 추천했다.
바로 노해미였다. 그녀는 나와 함께 임시백 선생님에게 차 기술을 배웠다.
설민주와 함께 버블티에 들어갈 펄을 개발한 사람이기도 했다.
난 노해미를 조용히 불렀다.
“해미 씨 요즘 많이 바빴죠?”
“아니요, 바쁜 건 대표님이 더 바쁘셨죠.”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오픈하는 매장을 맡아 줬으면 해서요.”
“제가요?”
노해미는 놀란 눈으로 물었다.
“왜요? 마음에 안 들어요?”
“아니요, 마음에 안 들다니요. 지금까지 배운 것을 써먹을 기회인데요.”
“해미 씨가 1호 매장의 책임자가 되는 겁니다.”
“책임자라니 어깨가 너무 무거워요.”
“해미 씨가 적임자라고 생각해요. 저뿐만 아니라 동료들도요.”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노해미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이 넓은 매장을 저 혼자 보는 건가요?”
“아니요, 한 명 더 있어요.”
“그게 누군데요?”
노해미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다식을 담당하실 분이세요.”
“다식이요?”
“해미 씨도 기억할 거예요. 대만의 카페에서 버블티와 함께 먹는 과자들이 있었다는 거.”
“네, 기억해요. 파인애플 쿠키며 누가 크래커까지.”
“그 부분을 담당하실 분이 계세요.”
“그럼 저희도 파인애플 쿠키를 만들 건가요?”
“아니요, 버블티도 우리만 방식으로 만든 것처럼 다식도 우리 것을 해야죠.”
* * *
다식을 담당할 사람은 김꽃님 할머니였다.
김꽃님 할머니를 찾아갔다.
“덕명이가 우리 집까지 무슨 일이야?”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혹시, 그때 이야기한 다식 때문인가?”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아직 다식을 맡아달라는 말은 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어찌 그리도 마음을 잘 아실까.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기 앉아봐. 내가 금방 내올 테니까.”
할머니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곧 작은 상을 가지고 내 앞으로 왔다.
“이거 말하는 거지?”
상에 약과, 조청 유과, 한과까지 가득했다.
“이건 언제 다 만드신 거예요?”
“그때 필요하다고 한 거 아니었어?”
“그때는 만들 수 있냐고 물어만 본 거였어요.”
난 웃으며 말했다. 김꽃님 할머니가 내 말을 오해했던 것 같다.
“내가 잘못 안 거네.”
할머니가 쑥스러운 듯 조청 유과를 하나 드셨다.
“그럼 이건 덕명이나 줘야겠네.”
할머니는 내 입에 약과를 하나 넣어주셨다. 달고 고소한 게 예전에 맛본 그대로였다.
“실은 이것 때문에 온 거 맞아요.”
“아깐 아니라며?”
“지리산 농부들의 1호 매장에 다식 담당자가 돼 주세요.”
“다식 담당자?”
난 할머니가 알아듣기 쉽게 말씀드렸다.
매장이 오픈을 앞둔 상황과 다식 담당자의 역할에 대해서.
“그럼 그때 말한 디저튼가 하는 축제는?”
“축제는 아마 내년 봄이나 가능할 거 같아요. 김꽃님 할머님은 축제와 무관하게 매장에서 다식을 만들어 주셨으면 해요.”
“내 실력으로 그게 될까?”
김꽃님 할머니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다식 담당자가 되는 게 마음에 드는 얼굴이었다.
“할머니는 우주 최강의 실력자세요. 부탁드릴게요.”
“그렇게 부탁한다면 어쩔 수 없지.”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매장의 책임자는 노해미였다. 그녀는 음료와 차를 담당했다.
다식은 김꽃님 할머니가 맡았다.
두 사람이 콤비를 이뤄 1호 매장을 운영하게 될 것이다.
백민석의 대량 메일 프로그램도 완성됐다.
지리산 농부들의 1호 매장도 준비를 마쳤다.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을 동시에 여는 순간이었다.
화개장터 사진전
지리산 농부들의 쇼핑몰엔 하동 녹차 생산자협동조합의 상품이 올라왔다.
지리산 농부들이 수확한 꿀부터 유제품 그리고 하동 녹차 협동조합이 만든 다양한 종류의 차까지 상품들이 다양했다.
하동 녹차를 사이트에 상품으로 구성하기 전부터 이메일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었다.
녹차밭 결혼식에 참석했던 회원들은 농가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였다.
장지수의 필력도 한몫했다. 그녀는 농부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백하게 잘 담아냈다.
회원들의 반응이 꽤 좋았다. 웹진 형식의 이메일에 흥미를 느낀 사람들이 많았다.
단순히 호기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구매까지 연결되는 다리가 되었다.
이벤트로 푸짐한 사은품도 준비돼 있었다. 차를 산 회원들에게 작은 병에 담긴 꿀을 주었다.
이메일 마케팅과 사은품이 결합하자 시너지가 발휘됐다.
준비가 철저했던 덕에 쇼핑몰 판매가 제법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었다.
문제는 지리산 농부들의 1호 매장에서 발생했다.
매장은 두 개의 층으로 연결돼 있었다.
1층은 차와 다식을 마실 수 있는 카페로 꾸몄다. 지리산 농부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버블티와 다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2층은 농부의 사진과 상품을 전시했다. 농부들의 사진 밑에 장지수가 쓴 에세이가 있었다. 농가에서 생산한 찻잎도 투명한 용기에 담아 전시했다.
어디에도 없는 녹차 아트 갤러리였다.
오픈 행사로 화개장터 상인들과 손님들에게 차와 다식을 무료로 나눠주었다.
매장에 사람들이 붐빈 것은 그날 하루뿐이었다. 그 뒤로는 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새롭게 오픈한 쇼핑몰과 대조적인 상황이었다.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한기탁과 함께 매장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없네, 장소가 문제인가?”
한기탁이 섬진강을 바라보며 말했다. 매장은 화개장터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었다.
갤러리의 목적으로 세워진 건물인 만큼 독립된 공간에 세워진 것이다.
섬진강을 배경으로 조성된 곳이기에 풍광이 아름다운 것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지리적 여건은 나쁘지 않았다.
“장소 문제인 거 같지는 않아요.”
“그럼 뭐가 문제일까?”
“매장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동기가 부족한 거 같아요.”
“동기?”
인터넷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의 전략을 동일하게 한 것이 문제의 원인 같았다.
인터넷은 이메일 마케팅으로 승부를 보고 있었다. 새로운 형식의 웹진이 통했다.
매장에도 농부들의 이야기를 전시하고 있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
우린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노해미와 김꽃님 할머니 이외는 손님이 없었다.
노해미가 김꽃님 할머니가 하는 말을 열심히 노트에 받아 적고 있었다.
“뭐 하는 거예요?”
노해미가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언제 오셨어요?”
“방금이요, 뭘 그렇게 열심히 적고 있어요?”
“매장을 살릴 전략을 짜고 있었어요.”
“전략이요?”
한기탁과 눈빛을 교환했다. 그들도 뭔가 돌파구를 찾고 있었다.
“뭐 좋은 아이디어라도 찾았나요?”
“사람들과 함께 다식을 만들어 볼 계획이에요.”
노해미의 얼굴에선 근심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요거트 체험으로 반응을 얻을 것처럼 이곳에서도 특별한 체험을 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것 같아요.”
“나도 해미 씨 의견을 듣고 좋다고 생각했어.”
김꽃님 할머니도 그녀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주말 관광객을 잡기엔 좋은 아이디어였다.
“화개장터 사람들을 오게 만들 수는 없을까요?”
“장터 사람들요?”
“네, 장터 사람들이요.”
“다들 일 때문에 바쁘셔서...”
노해미가 무료 행사를 떠올리는 것 같았다. 화개장터 사람들에게 차와 다식을 나눠주는 행사였다.
장터에 오는 손님들에겐 반응이 좋았지만, 상인들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바쁘게 돌아가는 매장일수록 반응이 적었다.
“화개장터의 상인들이 우리 매장의 단골이 됐으면 좋겠어요.”
“실은 저도 처음부터 그걸 바랐어요.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 매장에서 차를 한잔 드시고 간다면 참 좋을텐데.”
노해미는 고민을 많이 한 얼굴이었다. 그녀도 상인이 매장에 단골이 되길 바라고 있었다.
화개장터의 손님이나 관광객들이 매장을 찾기 전에 상인들의 입에서 입소문이 나길 바랐다.
“우리도 그걸 고민하고 있었어요.”
한기탁이 김꽃님 할머니가 만든 약과를 먹으며 말했다.
맛이 좋은지 표정이 밝았다.
“나도 생각을 말해도 될까?”
“당연하죠.”
김꽃님 할머니가 나에게 물었다.
“우리 매장에 화개장터 사람들을 데려다 놓으면 어떨까 해.”
“화개장터 사람들을요?”
한기탁이 물었다. 먹던 약과가 목에 걸렸는지 가슴을 치며 말했다.
“그래, 화개장터 사람들을 이곳에 옮겨 놓는 거지.”
“어떻게 옮겨 놓는다는 거지요?”
할머니는 재미난 생각을 하고 있는지 미소를 짓고 계셨다.
“2층에 녹차 농사짓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말이야. 화개장터 사람들의 사진을 걸어놓으면 어떨래나?”
“정말 장터 사람들을 이곳에 옮겨 놓는 일이네요!”
노해미가 좋은 생각이라는 듯이 받아쳤다.
화개장터 사람들의 사진을 갤러리에 전시하는 아이디어였다.
“화개장터 사진전을 연다.”
한기탁은 매장을 둘러보며 말했다.
“장터 사람들의 사연이 담긴 사진이면 좋을 거 같아요.”
노해미도 말을 보탰다.
“상품을 걸고 하면 어떨까요?”
내 의견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자진해서 사진을 내주지 않을 것 같았다.
사소하더라도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우리 상품은 우리 매장의 상품으로 하면 어떨까요?”
“황금 미네랄 녹차?”
노해미의 말에 모두 한 입으로 외쳤다. 매장에서도 상징적으로 가지고 있는 물건이기도 했다.
상인들의 입에서도 오르내리는 이름이기도 했다.
사진을 출품할 동기부여로 충분했다.
“그럼 당장 시작해 볼까요?”
* * *
그날 오후 군청을 찾았다. 하동의 문화관광을 담당하는 박동규 과장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매장을 오픈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박동규가 우릴 반기며 말했다.
“과장님이 애써주셔서 일이 잘 해결됐습니다.”
“제가 뭐 한 일이 있다고요.”
박동규가 작성한 문서가 있었기에 일이 빨리 진행됐다.
우린 그와 화개장터 사진전에 대해서 상의했다.
“좋은 아이디어네요. 화개장터 사진전이라. 상인들의 사진을 받는 게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받으면 어떨까요?”
“솔직히 저희도 그 부분을 상의 드리러 왔습니다.”
“사진전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 생각부터 났습니다.”
박동규 과장이 웃으며 말했다.
이야기가 끝나자 일이 빠르게 진행됐다.
지리산 농부들과 하동군청이 손을 잡고 벌이는 최초의 사진 콘테스트였다.
군청은 화개장터 상인들과 주민들에게 사진전에 대해서 안내했다.
마을 회관과 주민 센터, 지역 신문을 통해 광고가 나갔다.
지리산 농부들은 사진을 취합하고 전시회 준비를 했다.
짧은 시간에 꽤 많은 사진이 모였다. 빛바랜 사진 한 장에 저마다의 사연이 담겨있었다.
지리산 농부들은 받은 사진들을 최대한 개선했다. 사진을 복원하고 확대했다.
주민들은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화질을 개선한 사진을 받을 수 있었다.
또 참가자 전원에게 매장에서 차와 다식을 먹을 수 있는 쿠폰이 줬다.
우린 화질을 개선한 사진을 액자에 넣어 벽에 걸었다. 매일매일 참여자들의 사진이 전달됐다.
벽면이 액자로 가득 찼다.
매장을 찾는 사람들의 수도 늘고 있었다.
심사의 방법도 결정했다. 전시회 마지막 날, 투표를 통해 대상을 선발하기도 했다.
백 퍼센트 주민 투표로 이뤄지는 콘테스트였다.
응모가 끝나고 마지막 최종 투표를 앞두고 있었다.
* * *
공중파 방송팀이 화개장터를 찾았다.
지역의 장터와 시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방송이었다.
오늘의 주제는 화개장터였다. 여자 리포터가 장터를 누비며 사람들를 인터뷰하고 먹거리를 소개했다.
여자 리포터는 개그맨으로 넉살이 좋았다. 시장 사람들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며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구성 작가는 리포터의 최종 목적지를 유명 전집으로 잡았다.
화개장터와 역사를 함께한 전집이었다.
리포터가 전집 앞에 도착했다.
전집은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리포터는 전집 여주인에게 다가갔다. 주인은 다양한 종류의 전을 부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소문 듣고 찾아왔습니다. 이곳 화개장터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라고 하던데 맞나요?”
“네, 저희 어머니 때부터 했던 가게입니다.”
“어머니 때부터 했으면 얼마나 된 거죠?”
“벌써 오십 년도 넘었죠.”
“정말 오래됐네요. 맛이 그렇게 좋다고 하던데 먹어봐도 될까요?”
리포터에게 호박전을 한입에 넣고 뜨겁다는 듯이 몸부림을 쳤다.
“뜨거운데 맛은 정말 좋네요.”
리포터는 전집 여사장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전을 부치는 것도 어머니에게 배우신 건가요?”
“네, 모든 걸 어머니에게 배웠습니다.”
“혹시 어머니도 가게에 나오시나요?”
“몇 년 전에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아이고, 제가 괜한 걸 물었네요.”
리포터는 미안하다는 얼굴로 화제를 돌리려 했다.
그때 여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그래도 세상 좋아졌어요~ 요즘은 어머니를 매일 보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매일 보신다고요?”
리포터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저~기 화개장터 입구에 어머니가 계시거든요.”
“네에? 장터 입구에 어머니가 계시다고요?”
“네, 그곳에서 매일 어머니를 보고 있죠.”
“그럼 오늘도 가시겠네요?”
“오늘도 가야죠.”
“그럼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같이 가보실래요?”
리포터의 너스레였다. 작가의 대본엔 없는 내용이었다.
담당 피디도 궁금한 눈치였다.
전집 여사장과 리포터가 함께 그곳으로 향했다.
그들은 지리산 농부들의 매장 앞에 섰다.
“여긴 차를 파는 곳이네요.”
리포터가 여사장을 보고 물었다.
“차만 파는 곳이 아니에요. 저희 어머니도 볼 수 있는 곳이죠.”
“이곳에 어머니가 계신다고요?”
리포터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네, 한 번 들어가 보세요.”
매장 안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사람들이 엄청 많네요. 벽에 걸린 건 전부 사진인가요?”
“네, 저 사진 중에 저희 어머니도 계십니다.”
여사장은 한 사진 앞으로 다가갔다.
오래된 흑백 사진이었다. 한복을 입은 여자가 아이를 업고 전을 부치는 모습이 보였다.
“한복을 입으신 분이 어머니신가요?”
“네, 저희 어머니죠. 등에 있는 아이가 저고요.”
“저 아이가 사장님이시라고요?”
리포터는 눈을 크게 뜨고 사진을 바라보았다. 아이는 엄마 등에서 잠들어 있었다.
“역시, 어머니들은 대단하시네요. 일하면서 아이도 키우니까요.”
“막내인 제가 어머니 가게를 물려받았어요. 그때 어머니가 무척 반대했어요.”
“왜요?”
“고생하는 모습이 보기 싫다고 하셨어요.”
“저런.”
전집 여사장은 그제야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지금은 이렇게 사진으로만 보네요.”
“그런데 사장님 이게 다 뭔가요? 사진들이 전부 화개장터와 관련 있는 것 같은데.”
“아 글쎄, 이곳을 운영하는 청년 농부들이 장터 사람들 사진을 받아서 이렇게 전시하고 있답니다.”
리포터의 관심이 매장으로 쏠리는 순간이었다.
담당 피디도 이어서 진행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그럼 잠시 이곳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리포터는 버블티를 만들고 있는 노해미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여기서 일하시는 분인가 봐요? 잠깐 말씀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네, 안녕하세요! 지리산 농부들 매장을 담당하고 있는 노해미입니다.”
노해미는 카메라를 보며 인사했다.
“아주 깜찍하게 생기셨어요. 꼭 어릴 때 저를 보는 것 같아요.”
리포터의 말에 노해미가 웃었다.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만들고 계신 게 뭔가요?”
“하동 녹차와 우유로 만든 버블티입니다.”
“사람들이 맛있게 먹고 있길래 저도 궁금했어요. 저도 한 잔 주시겠어요?”
노해미는 버블티를 만들어 그녀에게 건넸다.
“와~ 맛있네요! 대만 버블티와 좀 다른 느낌이네요? 타피오카 펄 씹히는 맛도 아주 좋네요~”
“타피오카가 아닙니다. 고구마 펄이죠. 지리산 농부들이 특허를 낸 식품입니다.”
“특허요?”
“네, 고구마 펄이 들어간 버블티입니다.”
“이런 뜻깊은 전시회도 하고, 고구마 버블티까지 만들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이름이 뭐라고 했죠?”
“노해미입니다.”
“아니, 매장 이름이요?”
“지리산 농부들입니다.”
“화이팅 한번 외쳐 봐도 될까요?”
“네, 좋습니다.”
“지리산 농부들 파이팅!”
노해미는 리포터와 함께 외쳤다.
호흡이 딱딱 맞았다.
담당 피디를 포함한 스텝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벌써부터 시청율을 기대하는 얼굴이었다.
감이 익을 무렵
화개장터 사진전의 결과가 나왔다.
대상은 노점상을 하는 아저씨와 한 소년이 찍힌 사진이었다.
평범해 보이는 사진에 특별한 사연이 담겨 있었다. 소년은 실종됐던 미아였다.
터미널에서 사라진 소년은 일주일 동안 실종 상태였다.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장애를 가진 탓에 부모의 마음은 더 타들어 갔다.
일주일이 지나고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소년을 보호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발견자는 화개장터에서 노점을 하던 상인이었다. 거지 행색의 아이를 보고 집요하게 물은 결과였다.
소년은 무사히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다.
부모는 아이와 함께 화개장터를 찾았다. 은인에게 사례를 하고 감사를 전했다.
그때 찍힌 사진이었다.
사진과 함께 당시의 기사가 함께 있었다.
화개장터 사진전을 찾은 사람들은 그 사진에 가장 많은 표를 주었다.
사진을 출품한 이는 소년의 가족이었다.
우린 그들에게 대상 상품인 황금 미네랄 녹차와 매장에서 쓸 쿠폰을 주었다.
사진을 출품한 모든 이들에게도 쿠폰을 지급했다.
사진전이 끝난 후에도 반응이 좋았던 사진은 그대로 전시하기로 뜻을 모았다.
추억이 돋는 사진들을 한자리에서 보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서였다.
우린 출품자들에게도 동의를 구하고 사진을 전시했다.
1층은 화개장터의 사진들로 그리고 2층은 녹차 농가의 사진과 글을 전시하는 방향으로 정했다.
사진이 끝나고도 지리산 농부들의 매장은 연일 붐볐다. 화개장터 상인 중에 단골도 생겼다.
대표적인 인물은 화개장터에서 전집을 운영하는 여사장님이었다.
전시회가 끝난 이후에도 그녀의 추억이 담긴 사진은 매장에 그대로 남았다.
여사장은 한가한 시간이면 매장을 찾았다. 어머니와 추억이 담긴 사진을 보며 차를 한잔 마셨다.
상인들만 단골이 된 것은 아니었다.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방송 덕에 버블티를 찾는 이들이 많았다.
지리산 농부들의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음료였다.
특허를 받은 고구마 펄을 찾는 이도 있었다.
매장에서 녹차를 사 가는 이들도 점점 늘어났다.
지리산 농부들의 매장이 화개장터의 사랑방이 돼가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