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끝내고 부산으로 향했다. 모처럼 찾은 부산이었다.
녹차 아이스크림과 녹차 요거트의 반응을 보고 싶었다.
서남수 선생님을 포함한 매장 주인들에게 할 말도 있었다.
처음으로 들른 곳은 강순복의 카페였다.
폐업을 고민하던 카페는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연유 아이스크림의 바람을 타고 매장이 살아났다.
그때 아이스크림만 팔았다면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었다.
돈을 벌기 시작하자 그녀는 냉장 시설부터 들였다. 요거트를 들이기 위함이었다.
그녀의 빠른 판단과 행동은 매출로 이어졌다. 지금은 완전히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손님이 많아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했고, 바쁘게 돌아가는 매장을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오셨어요?”
그녀는 매장을 두리번거렸다. 손님들이 가득해서 앉을 자리가 없었다.
“괜찮습니다.”
“오신다고 미리 말씀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아닙니다, 곧 다른 매장도 가봐야 해서요. 녹차 아이스크림과 녹차 요거트의 반응은 어떤가요?”
“아주 좋아요. 요거트의 종류가 늘어나서 좋다는 고객님도 계시고요. 녹차 아이스크림은 마니아가 생길 조짐이 보이고 있어요.”
강순복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전에 알던 강순복 사장이 맞나 싶었다.
근심 걱정이 가득했던 얼굴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은 얼굴에 생기가 넘쳤다.
“다른 매장도 전부 냉장 시설을 들였다고 들었습니다. 사장님이 조언하셨다는 말도 들었고요.”
“목장 제품에 확신이 없었다면 말도 꺼내지 못했을 거예요.”
강순복은 목장에서 나오는 제품을 신뢰했다.
단일 목장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제품을 판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이제 아이스크림만 받는 매장은 없었다. 모든 매장에서 요거트와 아이스크림을 동시에 받았다.
목장 제품을 받는 모든 매장을 전부 돌아보았다. 신제품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결혼식 이벤트의 후광효과도 있었다. 게다가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은 하동 녹차만을 사용했다.
단일 목장에서 생산한 우유와 하동 녹차의 만남. 지리산 농부들의 전략이기도 했다.
매장의 이익이 늘어날수록 목장의 수익도 커지고 있었다.
한 달 순이익이 2억을 넘어선 상태였다. 양초 공장의 매출을 뛰어넘는 수치였다. 신제품의 영향으로 이익이 더 늘어날 게 기대됐다.
마지막으로 서남수 선생님의 카페를 찾았다. 알바가 한 명이 더 늘어 있었다. 한 사람이 요거트를 전담하고 있었다.
서남수 선생님도 나름 전략을 세우고 매장을 운영했다.
“덕명이 왔구나, 이리 와라.”
서남수 선생님은 나를 세미나실로 데리고 갔다. 카페 사장단과 회의를 했던 곳이다.
“저 그냥 잠시 얼굴 뵈러 온 거예요.”
“나도 알아, 빈자리가 여기뿐이야.”
“그냥 서서 이야기해도 괜찮아요.”
“귀한 손님을 그렇게 대할 수 없지.”
우린 따뜻한 차를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왠지 회의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에요.”
서남수 선생님도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너에게 전화하려고 했어.”
서남수 선생님이 차를 마시며 말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없지, 네 덕에 일복이 터져 사는 것 빼고는. 궁금한 게 있어서.”
“뭐죠?”
“목장 우유도 받을 수 있나 해서.”
커피를 파는 카페에서 우유는 필수였다.
“카페 손님 중에 간혹 묻는 분들이 계셔. 라떼에도 목장 우유가 들어가냐고. 아니라고 하면 실망한 표정을 지어서. 커피 등의 음료에서 목장 우유를 넣어 볼까 했지.”
그도 목장을 방문해 우유를 마신 적이 있었다. 시중에서 파는 우유와 다르다며 감탄을 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요즘은 제품을 찾는 매장이 많아져서 우유까지 공급하는 건 힘들 거 같아요.”
“그러냐?”
내심 기대했던 얼굴이었다.
“지금 기획 중인 상품이 있어요. 그 제품을 만들면 우유 공급도 가능할 거예요. 그때는 우유가 많이 필요할 테니까요.”
“기획 중인 상품이 있다고? 그게 뭔데?”
서남수의 얼굴이 변했다.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밀크티요.”
“밀크티?”
“왜 그러세요?”
“왠지 느낌이 안 와서.”
“느낌이 안 오다니 무슨 뜻이죠?”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거 같은 느낌이랄까.”
“왜요?”
“인도나 동남아 사람들이나 좋아한다고 여길 거 같아.”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잘나간 밀크티는 버블티로 불렸다. 밀크티 안에 동글동글한 타피오카 알갱이가 버블티였다.
그의 말대로 단순한 밀크티라면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직은 기획단계예요. 제품을 개발하면 카페 프렌즈로 달려올게요.”
“우유를 대주는 것도 잊지 말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