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목장으로 향했다.
내가 임시백에서 녹차 기술을 배우는 동안 목장에서는 녹차를 이용한 제품을 만들고 있었다.
임시백을 포함한 하동지역의 녹차 농가는 지리산 농부들에 찻잎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시제품이 만들어지고 반응이 있으면 지속해서 찻잎을 공급해 주기로 했다.
이미 결혼식 이벤트 때 녹차 아이스크림을 선보인 적이 있었다.
녹차 아이스크림은 메인 요리인 피자보다 반응이 좋았다.
그때 제품 개발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 설민주였다.
현재 그녀는 녹차 유제품 개발의 책임을 지고 있었다.
“설 팀장님, 일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그녀는 목장의 몇몇 사람과 팀을 꾸려 제품을 개발 중이었다.
설민주가 고개를 돌렸다.
부끄러운 듯 볼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아직 팀장을 단 것은 아니었다. 동료들이 장난스럽게 부르는 호칭이었다.
그녀는 설 팀장이란 호칭으로 불릴 때마다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언제 오셨어요?”
“방금 해미 씨랑 도착했습니다.”
“오늘 시제품이 나왔어요.”
“그래요? 그럼 맛도 볼 수 있을까요?”
기다리던 시제품이었다.
설민주는 작업장 한쪽에 마련한 방으로 안내했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 시제품을 올려놓았다.
“두 제품 모두 목장 우유와 하동 녹차를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제품은 하나가 아닌 둘이었다.
녹차 아이스크림과 녹차 요거트였다.
설민주는 살짝 긴장한 표정이었다.
나와 노해미는 시제품의 맛을 보았다.
“녹차 아이스크림은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네요. 어떻게 한 거예요?”
노해미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공기를 넣었어요.”
“공기요?”
“아이스크림과 녹차를 결합해 동결시킬 때 공기를 주입했어요. 최근에 공기를 넣으면 조직이 부드러워진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요.”
“민주 언니, 전문가 같아요.”
설민주는 책으로만 공부하지 않았다. 호텔조리 연구소부터 레시피를 공유하는 모임에까지 다니고 있었다. 그렇게 발로 뛰어서 알게 된 정보를 제품 개발에 이용한 것이다.
“요거트도 맛이 한층 좋아졌네요. 전에는 녹차의 떫은맛이 강했는데, 지금은 떫은맛보다 감칠맛이 더 느껴지네요.”
녹차 요거트도 처음보다 맛이 좋아졌다.
처음엔 녹차 요거트는 건강을 위한 요거트로만 접근했다.
맛이 없어도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생각했다.
녹차는 피부 미용과 구강 건강에 좋았다. 요거트와 결합했으니 최고의 건강식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설민주가 처음 내놓은 녹차 요거트는 먹기 힘들었다.
녹차 특유의 떫은맛이 너무 강했다.
지금은 떫은맛을 완벽하게 잡았다. 맛도 좋았다. 당장 시장에 내놓아도 될 수준이었다.
“그건 녹차가 워낙 좋아서 그런 것 같아요.”
설민주가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녹차가 좋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녹차만 좋아서는 절대 이 맛이 나올 수 없었다.
임시백의 황금 미네랄 녹차와 같은 원리였다.
한 개인의 노력으로 만들어 낸 멋진 작품이었다.
“조만간 모두 모여서 품평회를 하죠. 그때 다들 좋다고 하면 출시 날을 잡아도 좋을 거 같아요.”
설민주와 시선을 마주치며 말했다. 기쁜 얼굴이었다.
“당장 출시해도 될 거 같아요.”
노해미도 맞장구를 쳤다.
말은 안 했지만, 노해미의 말에 동의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