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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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곳에 있는 녹차들이 황금 미네랄 녹차라고 확신했다.

황금 미네랄 녹차는 임시백 선생을 명인의 반열에 올린 제품이다.

추측이 맞는다고 해도 그에게 직접적으로 물을 순 없었다.

지금은 기다리는 방법뿐이었다.

차를 다루는 능력도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야 했다.

난 차를 만드는 일에만 매달렸다.

특히, 우롱차에 집중했다.

목장의 우유를 활용해 밀크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우롱차는 대만의 일상 음료이다. 차를 좋아하는 대만 사람들은 80년대부터 차를 시원하게 마시기 위해 얼음을 넣기도 하고, 우유나 연유를 넣어 밀크티로도 마시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쫀득한 타피오카 펄을 넣은 버블티를 만들어 대중화시켰다. 대만에서 큰 인기를 끌고 한국 시장까지 들어왔다.

조만간 한국 시장에 들어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이다.

대만 회사들이 한국의 밀크티 시장을 점령하기 전에 먼저 선점하고 싶었다.

나의 우롱차 만드는 실력은 나날이 향상되어 갔다.

“덕명이는 우롱차 전문가가 다 됐구나.”

임시백 선생이 내가 만든 우롱차를 맛보며 말했다.

“해미는 녹차를 덖는 솜씨가 아주 좋아졌어. 맛과 향이 정말 좋구나.”

“모두 스승님 덕이죠.”

노해미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보통은 개선할 사항을 말하고 돌아가곤 했다.

오늘은 임시백의 입에서 개선 사항 등이 나오지 않았다.

그가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덕명아, 네가 그때 물었던 거 기억하느냐?”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 실까지 처진 비밀의 녹차 밭.

임시백만이 들어갈 수 있는 금단의 구역이었다.

“지금까지 너희에게 공개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녹차 밭의 비밀이지.”

평소와 달리 임시백의 얼굴에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우린 가만히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녹차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지. 심지어 녹차 나무뿌리에 사금을 심기도 했고.”

“사금이요?”

난 놀란 눈으로 물었다.

노해미도 귀를 세우고 있었다.

“일본에서 성행하던 방식이었지. 음식에 금을 넣어 고급화 전략을 사용했을 때의 일이었네. 아버지는 그 방식을 녹차 밭에도 적용해 보고 싶어 하셨네. 녹차를 금보다 아꼈던 분이었지.”

임시백은 아련한 눈빛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아버지를 회상하는 얼굴이었다.

“아버지의 금녹차는 실험으로 끝났지. 난 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을 이루고 싶었다네.”

“그럼, 선생님께서는 성공하신 겁니까?”

“아직은 알 수 없네.”

“하지만 조만간 결과를 알 수 있겠지.”

우린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임시백을 쳐다보았다.

“날 따라오게.”

임시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그를 쫓아 창고로 갔다.

창고 안에 금속 재질의 통이 있었다.

그는 그 통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안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네.”

임시백이 뚜껑을 열었다. 포도주처럼 진한 액체가 통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게 뭔가요?”

“금이네.”

“금이요?”

금을 전기 분해해서 콜로이드 상태로 만든 금 용액이었다.

이것이 황금 미네랄 녹차의 비밀이었다.

“금을 액체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연구소를 찾아다녔네. 정말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금 용액을 의뢰했지.”

“그럼 그 녹차 밭에 금물을 뿌리신 거네요.”

노해미는 놀란 눈으로 물었다. 눈앞의 액체가 금을 녹인 액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랬지, 아버지처럼 금가루와 사금을 심을 게 아니라. 액체로 만든 금을 녹차 뿌리에 뿌린 거지.”

“가격도 만만치 않겠어요. 금을 녹차 밭에 뿌리려면.”

“그래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했지.”

임시백은 웃으며 말했다.

이제야 황금 미네랄 녹차의 비밀을 알았다.

녹차 나무에 황금이 스며들어 있었다.

“조만간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게 무슨 뜻인가요?”

“금 용액을 만들었던 연구소에 녹차를 보냈네. 올해 처음으로 수확한 녹차였지. 조만간 결과를 보내겠다는 연락을 받았네.”

“그럼, 녹차의 성분을 의뢰하신 거네요.”

“맞네. 금에 함유된 미네랄이며 기타 성분이 녹차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알아야 하니까.”

“결과가 나오는 날이 언제인가요?”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자네들에게 공개한 거네. 나의 제자가 된 이상 그 부분도 함께 공유하고 싶었네.”

임시백을 그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내일 보겠네.”

나와 노해미는 다원을 나왔다.

노해미는 흥분한 얼굴이었다.

“황금 물을 녹차 밭에 넣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요?”

실은 나도 궁금했다.

분명 성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에 성공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여러 번의 실패 끝에 성공했는지도 몰랐다.

“내일 보면 알 수 있겠죠.”

“궁금해 죽겠어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해미 씨는 어떨 거 같아요?”

“그야 당연히 좋았으면 하죠. 이건 보통 녹차가 아니잖아요.”

“녹차가 아니라 우롱차도 만들 수 있죠.”

“네, 대표님은 우롱차 전문가니까요.”

노해미는 웃으며 말했다.

다음날 노해미와 함께 다원을 찾았다.

임시백이 봉투를 들고 있었다.

“결과가 나왔네.”

임시백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확인해 보셨나요?”

“아직 못 봤네. 자네들과 함께 보려고.”

그가 봉투를 뜯었다.

황금 용액과 유기 비료

임시백이 연구소에서 온 서류를 확인했다.

나와 노해미는 긴장한 모습으로 그의 표정 변화를 살폈다.

심각한 표정이 환한 미소로 바뀌고 있었다.

“황금 미네랄 녹차 1kg당 0.1~0.12밀리그램의 금 미네랄 성분이 검출됐다는 내용이네. 정말 금의 좋은 영양소가 녹차에도 영향을 준 것이야.”

“저도 내용을 봐도 될까요?”

임시백이 검출 검사표를 나에게 건넸다. 그의 말대로 녹차에 금의 미네랄 성분이 함유됐다는 내용이었다.

“대단하네요!”

임시백은 주기적으로 금 용액을 녹차 밭에 뿌렸다. 금을 전기 분해해 콜로이드 상태로 만든 특별한 용액이었다.

동의보감을 비롯한 한방 서적에 따르면 금에는 신경 안정을 돕는 성분이 들어 있고, 몸속 독소를 흡수해 배출한다고 나와 있다.

금이빨을 하는 이유도 금이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드디어 황금 미네랄 녹차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선친께서 이 모습을 봤다면 좋아하셨을 텐데!”

임시백은 허공을 보며 혼잣말했다.

대단한 발명이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노해미가 흥분한 얼굴로 물었다.

“말해 보거라.”

임시백은 인자한 얼굴로 말했다.

“이 녹차의 이름은 지으셨나요?”

임시백은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그리곤 곧 입을 열었다.

“금을 품은 녹차, 수려한 녹차, 금빛 녹차...”

임시백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때 노해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금의 좋은 미네랄이 많다고 하니, 그 부분을 살려 보면 어떨까요?”

노해미의 말에 임시백의 얼굴이 밝아졌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표정이었다.

“그거 좋은 생각이구나. 금의 미네랄 성분을 많이 품었다고 하니, 황금 미네랄 녹차가 좋을 거 같구나.”

임시백이 기분 좋은 얼굴로 말했다.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황금 미네랄 녹차, 이름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혹시 저희도 한번 차 맛을 볼 수 있을까요?”

노해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귀하게 재배한 녹차의 맛을 궁금해하는 눈치다.

“좋다. 기쁜 날이니 같이 시음해 보자꾸나.”

임시백은 ‘황금 미네랄 녹차’로 차를 만들었다. 그의 다원에서 나는 다른 녹차들과 달리 화한 허브 향과 구수한 향이 동시에 올라왔다. 역동적인 향이었다.

“확실히 다르네요.”

노해미가 웃으며 말했다.

“덕명이 너는 맛이 어떠냐?”

임시백이 나를 보며 물었다.

“경쾌하고 고결한 맛입니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기운이 길게 이어지는 느낌도 있습니다.”

“우롱차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녹차 맛도 잘 아는구나.”

임시백이 웃으며 말했다. 노해미도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선생님 저도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난 임시백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가 기분 좋은 얼굴로 대답했다.

“말해 보거라.”

“금을 이용해 재배한 녹차의 가격은 상당할 것 같습니다.”

“네 말대로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었지.”

“그럼 녹차의 가격도 엄청 비싸겠네요.”

“아직 가격을 결정하진 않았지만, 다른 제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격이겠지.”

기억하기로 50g에 백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었다.

임시백을 명인의 반열에 올려놓은 녹차였다.

워낙 희귀하고 고가의 제품이었기에 고급 호텔이나 귀빈들에게 팔렸다.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평생 맛도 보지 못했을 거예요.”

노해미가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희들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맛을 보여 줄 수 있지.”

임시백은 웃으며 말했다.

일정을 마치고 다원을 나오는 순간이었다.

노해미는 아직까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해미 씨는 황금 미네랄 녹차가 마음에 들었나 봐요.”

“마음에 드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놀랐어요. 새삼 선생님이 대단하시다는 생각도 했고요.”

노해미는 녹차의 맛을 떠올리는 표정을 지었다.

“너무 대단한 물건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단점도 있죠.”

방금까지 입맛을 다시던 노해미가 고개를 돌렸다.

“명품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겠죠.”

그녀의 말대로였다. 임시백이 만든 녹차는 말 그대로 명품이었다.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물건이었다.

“좀 더 대중적인 녹차를 만든다면 어떨까요?”

“대중적인 녹차요?”

“선생님의 기술을 살리면서 가격을 낮춘 녹차요.”

“그러면 너무 좋죠. 그럼 선생님과 똑같이 황금을 퇴비로 주는 건가요?”

“아니요, 황금 말고 유기질 비료를 주는 방법이 좋을 거 같아요. 좋은 성분의 유기 비료로 녹차를 재배하면 황금 미네랄 녹차 못지않을 것 같아요.”

“좋은 생각 같네요. 선생님도 좋아하실 거 같고요.”

“임 선생님도 좋아하신다니 그게 무슨 말이죠?”

“임 선생님이 매일같이 하시는 말씀이 있거든요.”

“무슨 말씀이죠?”

“사람들이 커피보다 차를 많이 마셨으면 좋겠다고요. 몸과 마음에 좋은 우리 차를.”

노해미는 리듬에 맞춰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임 선생님이 습관처럼 하는 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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