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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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들과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갔다.

한기탁이 나에게 다가왔다.

“포스터 시안 나왔어.”

그가 디자인한 종이를 내밀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

하동 녹차밭에서 만들어 보세요.」

“문구가 마음에 드는데요.”

“박태호 작품이야.”

한기탁은 경영지원팀의 박태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지역 농민들 만난 일은 잘됐고?”

“네, 모두 협조하기로 했어요.”

“다행이네, 혹시나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올해 녹차 농사를 망친 농가가 많았다.

그는 그 점을 염려했다.

임시백 선생이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본격적으로 캠페인 시작해도 되겠네?”

백민석이 의자를 돌리며 말했다.

“스탠바이하고 있었거든, 대표님이 다 됐다고 말할 때까지.”

“이제 마음껏 홍보해도 돼.”

“오케이!”

백민석이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했다.

사무실 팀에게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곧장 목장으로 이동했다.

목장 사람들과도 상의할 내용이 있었다.

목장에 도착하자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설민주의 작업장에서 나는 냄새였다.

냄새만 맡아도 군침이 돌았다.

“이게 무슨 냄샌가요?”

“오셨어요?”

설민주가 화덕에서 피자를 꺼내고 있었다.

설강인이 만들어 준 화덕이었다.

“오늘 점심 메뉴가 피자거든요.”

설민주는 치즈와 피자를 만드는 일에 매달리고 있었다.

프레젠테이션 때도 상당한 열의를 보이더니 아주 열심이다.

노해미의 생일 때 설민주는 직접 만든 피자를 내왔다.

내다 팔아도 될 수준의 맛이었다.

그녀는 직접 모짜렐라 치즈를 만들었다.

목장 우유에 이영호가 만든 응고제를 사용했다.

이영호는 유산균을 개발하며 유산균으로 만든 응고제도 개발했다.

설민주의 요청 사항이기도 했다.

그녀는 새로 개발한 응고제를 이용해 모짜렐라 치즈를 만들었다.

그 치즈를 이용해 지금의 피자까지 완성한 것이다.

피자 위에 올리는 토핑도 지역의 농산물을 이용하고 있었다.

“오늘은 무슨 피자인가요?”

“치킨 피자요.”

“닭고기를 넣었군요.”

그녀가 만든 피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갔다.

“맛있어 보이네요.”

“한 입 드셔 보실래요?”

“아니요, 다 같이 먹어야죠.”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녹차밭 이벤트가 확정됐어요.”

“정말요?”

설민주는 기쁜 얼굴로 소리쳤다. 그녀에게도 녹차밭 이벤트를 공유한 상태였다.

만약 이벤트가 확정되면 피로연 음식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 저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겠네요.”

설민주는 의욕에 불타는 눈빛으로 말했다.

“피자 말고 다른 것도 준비할 건가요?”

“물론이죠, 피자만으로는 결혼식 기분이 안 나잖아요. 다양하고 풍성한 식탁으로 사람들의 입을 사로잡을 계획이에요.”

“그렇군요, 이것도 그 안에 넣어주시겠어요?”

난 그에게 작은 통을 건넸다.

“이게 뭔가요?”

그녀는 뚜껑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녹차 가루네요.”

“네, 하동푸른다원에서 얻은 겁니다. 더 필요하면 말씀만 하세요.”

“녹차 가루라, 연구해 볼게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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