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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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경영지원팀장 한기탁에게 전체 회의를 요청했다.

경영지원팀의 박태호는 외근 중이었다. 그를 제외한 모든 인원이 회의실로 모였다.

우선, 하동의 녹차 명인인 임시백 선생에게 녹차 기술을 전수받을 것이란 이야기를 했다.

산양을 이용한 녹차 재배에 대한 이야기도 간단하게 공유했다.

지리산 농부 목장에 산양을 들인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산양은 유기농 녹차밭을 만드는 목적으로만 들이는 것이 아니었다. 지리산 농부들의 유제품을 강화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기도 했다.

“지리산 농부들의 프레젠테이션에서 결정한 대로 우리의 새로운 사업 모델은 녹차입니다. 물론 녹차만으로 승부를 보려는 것은 아닙니다. 목장에서 나는 유제품과 결합해 신상품을 만들 계획입니다. 그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난 지금 하동 녹차 농가가 당면한 상황에 관해서 설명했다.

농약 파동으로 녹차 농가가 시름에 빠진 상황이었다.

“이건 단순히 녹차 농가를 살리는 일만이 아닙니다. 지리산 농부들이 하동 지역의 녹차 농가와 연합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저도 그 부분은 동의합니다. 임시백 선생님에게 녹차 기술을 배우고, 신상품을 개발한다고 해도 녹차를 수급하는 문제가 있으니까요.”

한기탁이 동료들을 보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였다.

농약 파동으로 신뢰를 잃은 녹차로는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노해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모든 녹차 농가가 농약을 사용한 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일부에서 사용한 것이 언론을 통해 확대 해석 됐다고 생각합니다. 임시백 선생님만 해도 유기농으로 녹차를 재배하고 있으니까요.”

그녀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유기농으로 녹차를 재배했던 농부들의 인터뷰를 광고처럼 만들어서 알리면 어떨까요?”

“광고라고 하면 공익 광고 같은 건가요?”

한기탁이 그녀에게 물었다.

“네, 공익 광고의 형태면 좋을 거 같아요.”

“나쁜 아이디어는 아닌데, 좀 무리가 따르는 기분이 드네요. 우리가 무슨 공익 재단도 아니고.”

백민석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차라리 이건 어떨까요? 지리산 목장에서 체험 학습을 하는 것을 응용하는 거죠. 녹차 목장 체험이 좋은 이미지를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해미 씨 말대로 유기농으로 녹차를 재배하는 곳도 많으니까요.”

백민석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저도 백팀장님의 말에 동의합니다. 목장 체험이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요. 녹차밭에 산양까지 있다면 아이들도 좋아할 거 같아요.”

쇼핑몰운영팀의 천희석이다.

그는 녹차 체험에 산양을 이용할 것을 덧붙였다.

“저 역시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체험 목장은 검증이 된 아이템이니까요. 녹차 체험도 좋은 반응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광고하는 것도 비교적 수월할 수 있습니다.”

한기탁이 말했다.

그의 마지막 말이 궁금했다.

“광고하는 게 수월할 수 있다니, 그게 무슨 뜻이죠?”

“지금 목장의 유제품은 부산, 대구, 광주에 있는 카페에 유통되고 있습니다. 협력하고 있는 매장에 포스터를 붙이면 손쉽게 광고를 할 수 있겠다는 뜻입니다.”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처음엔 목장의 유제품을 구매한 고객을 목장을 초대했다.

신청이 많아지면서 체험 목장도 수입모델이 되어가고 있었다.

목장의 유제품을 받는 카페에서도 자발적으로 체험 목장 포스터를 붙였다.

녹차 체험도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마음을 움직일 요소가 부재했다. 감성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였다.

목장의 유제품은 고객들의 궁금해하는 요소가 있었다.

단일 목장에서 나오는 유제품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단순한 녹차 체험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부족했다.

“저에게도 한 가지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난 동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노해미가 눈을 반짝이며 내 얼굴을 바라봤다.

“저도 녹차밭으로 사람들을 오게 하는 방법에 찬성합니다. 유기농으로 녹차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를 직접 보면 사람들이 가졌던 불신도 깨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당장의 녹차 체험보다 이벤트를 하나 하면 어떨까 합니다.”

“이벤트요?”

한기탁이 귀를 쫑긋하며 물었다.

“네, 이벤트요. 결혼식 이벤트입니다.”

“결혼식이요?”

백민석과 천희석이 동시에 반응했다.

“녹차밭에서 하는 결혼식입니다. 결혼할 예비 신랑이나 신부 혹은 오랫동안 결혼을 미뤄둔 부부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는 겁니다. 그중에 한 커플을 선정해서 녹차밭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겁니다.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요?”

“그게 좋네요, 네티즌들의 투표로 커플을 선정하면 화제를 모을 수도 있을 거 같고요.”

한기탁이 기분 좋은 얼굴로 말했다.

“피로연은 저희 목장에서 하면 어떨까요?”

노해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녹차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목장에서 피로연을 한다. 그림 나오는데요!”

백민석과 천희석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음에 들어 하는 표정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전 녹차밭 결혼식 아이디어에 찬성합니다.”

한기탁이 동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말했다.

그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결혼식 이벤트에 동의했다.

“당장 기획 작업부터 들어가야겠네. 문구며 디자인까지 이 부분은 경영지원팀에서 책임지겠습니다.”

경영지원팀장 한기탁이 말했다.

“우린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릴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쇼핑몰운영팀의 백민석이 팀원이 천희석을 보며 말했다.

“저와 노해미 씨는 장소 섭외와 농가의 협조를 구하는 일을 맡아서 하겠습니다.”

난 노해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참, 목장 팀과 소통하는 것도 저희가 하겠습니다.”

노해미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쩌면 그게 제일 중요한 일일지 몰라요. 목장의 매출을 올리는 일이지만 동시에 일을 떠맡기는 거니까요.”

한기탁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우리가 피로연 음식을 할 수 있나?”

백민석이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설민주 씨 피자가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피자에 요거트, 거기에 아이스크림까지.”

“그 생각을 하긴 했는데, 왠지 결혼식과는 어울리는 느낌이 아니라서.”

한기탁과 백민석의 말에 모두 배꼽을 잡고 웃었다.

녹차밭에서 하는 결혼식 이벤트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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