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7. (127/205)

목장 일을 마친 저녁이었다.

목장 식구들은 일이 끝나면 함께 저녁을 먹었다.

오늘은 다들 저녁 약속이 있다며 뿔뿔이 흩어졌다.

결국, 노해미 혼자 저녁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모두 한기탁의 머릿속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이렇게 해야 깜짝 파티의 묘미를 살릴 수 있다고 했다.

난 속으로 걱정했다. 오늘 그녀가 어떤 기분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한기탁의 고집은 꺾을 수 없었다.

노해미가 목장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으려는 순간이었다.

툭, 하고 소리와 함께 불이 꺼졌다.

어, 하는 소리가 들렸다.

당황한 노해미의 목소리였다.

그때였다.

생일 피자를 든 지리산 농부들이 등장했다.

피자는 설민주가 직접 만들었다. 목장 우유로 모짜렐라 치즈를 만들어 피자를 구웠다.

푸릇한 이파리들과 견과류 그리고 블루베리까지 올린 피자였다. 지리산 농부들의 꿀까지 곁들여졌다. 피자 초보자가 만든 것치곤 제법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피자 위에 생일 초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스물다섯 개의 양초가 깜깜한 주방을 환하게 비추었다.

양초 공방에서 특별히 제작한 수제품이었다.

네 잎 클로버 모양의 밀랍 양초였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노해미, 생일 축하합니다.”

지리산 농부들의 생일 축하 노래가 이어졌다.

“이제 초 불어요.”

모두가 한 입으로 말했다.

노해미는 생일 초를 한 번에 껐다.

“고마워요, 다들.”

노해미의 말과 함께 불이 켜졌다.

그녀의 얼굴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활달하고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던 그녀는 어지간해서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임시백과 이야기가 잘 안 됐어도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지금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해미 씨가 이렇게 감동할 줄은 몰랐네.”

한기탁이 선물을 내밀며 말했다. 다들 그녀에게 선물을 안겼다.

“고맙습니다.”

눈물에 젖은 얼굴이었지만 입가에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그럼 피자 맛을 볼 시간인가?”

백민석이 커다란 피자를 보며 외쳤다.

“우선 생일을 맞은 노해미 씨 먼저.”

노해미는 피자 한 조각을 입에 물었다.

“정말 맛있어요.”

그 모습을 보자 금민서의 아이스크림 연기가 떠올랐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해미 씨 연기해도 되겠어요. 맛있어서 우는 건지, 슬퍼서 우는 건지 알 수가 없을 정도예요.”

설민주의 말에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화기애애한 생일 파티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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